[기고] 건보공단 재정 안정 위해 특사경 권한 부여를

지난해 봄 필자가 근무하는 간호학과의 재학생을 대상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의 특강을 접한 적이 있다. 건강보험의 수입과 지출관리 등 제도 전반에 대한 꽤 유익한 내용이었고 학생들에게도 흔치 않은 교육의 기회였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제도 운영의 근간이 되는 보험재정의 위협 요소에 대한 내용이었다. 한국의 건강보험 제도는 전 세계에서 인정받는 모범 사례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그러나 최근 증가하고 있는 불법개설기관(이하 사무장병원)의 진료비 부당이득이 심각한 문제로 회자하고 있다. 이들에게 흘러 들어간 진료비가 약 3조4천억원에 이르고 환수율은 6.9%에 불과하다고 하니 건보재정의 안정성이 심각하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또 사무장병원은 질 낮은 의료서비스와 각종 위법행위로 국민의 건강권까지 위협하는 요소로 지적돼 왔다. 공단은 2014년부터 1천447건의 불법개설 의심기관을 단속해 오고 있으나 의심점에 대한 수사 권한이 없으므로 적발에 한계가 있어 수사기관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수사기관은 강력범죄 우선 수사 등으로 보건의료 분야에 대한 수사에는 한계가 있고 수사 기간도 평균 11.5개월이 소요돼 이 기간에 혐의자의 재산 은닉이 이뤄지는 등 사무장병원의 부당이득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현재의 적발 체계로는 사무장병원 근절은 요원해 보인다. 사무장병원 근절을 위한 새로운 시스템으로는 공단에 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 권한을 부여해 사무장병원을 직접 단속하는 것이다. 다년간의 조사 경험과 노하우 축적, 전문인력을 보유한 공단이 수사를 담당하면 신속한 수사 착수와 수사 기간 단축, 발 빠른 환수로 연간 약 2천억원의 보험재정 누수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전문기관인 공단이 사무장병원 단속에 집중한다고 하는데 고민할 필요가 있을까? 관련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에서 논의돼 왔으나 논의의 중심에는 공단의 수사권 오남용, 효율성에 대한 우려가 늘 자리 잡고 있어 왔다.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엄격한 통제 장치가 마련될 수 있다. 사무장병원에만 한정된 수사권 행사, 수사 과정에서 국민의 기본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국가기관의 지휘와 감독 등 통제 메커니즘을 활용하면 안심해도 좋을 듯 싶다. 사무장병원 근절은 공단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한 특사경 법안의 통과는 우리 모두의 이익을 위한 것이다. 국민의 건강과 보험재정 안정을 위한 바람직하고 긴요한 조치다. 더 이상 사무장병원이 기생하는 사회현상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어린 제자들이 더욱더 건강한 보건의료 환경에서 국민과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일원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논의와 결정을 주목해 본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경제 논리에 매몰된 소방시설 설계…이제는 변화해야

화재 시 작동하는 소방시설은 그 어떤 건축설비보다 신뢰성과 효과성의 확보가 중요함은 논쟁의 여지 없이 당연하다. 이를 위해 화재 감지의 신뢰성과 효과성이 높은 아날로그 방식의 감지기 등 우수한 성능의 감지기가 개발됐고 화재를 조기에 진압‧제어가 가능한 조기반응형 헤드 및 라지드롭형 헤드 등이 개발됐다. 그러나 이러한 우수한 소방시설은 실제 건설현장에서는 경제 논리에 매몰된 비용 위주의 소방시설의 설계‧설치로 외면받고 있다. 그 결과 지난 수십년간 소방설비의 발전이 무색하게도 여전히 소방시설의 신뢰성과 효과성의 확보가 묘연한 상태다. 건물에 화재 경보가 울려도 재실자들은 화재감지기는 늘 오작동하는 ‘양치기 소년’처럼 생각해 바로 대피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또 화재가 발생했을 때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어도 인명 피해를 막지 못하고, 심지어 건물 전체로 연소 확대되는 경우도 상당하다. 실제로 최근 건물 내 구획실에서 화재가 발생해 화재감지기와 스프링클러가 모두 작동했음에도 불구하고 재실자의 생명을 지켜내지 못한 경우가 있었다. 이는 소방시설이 적법하게 설치‧관리됐는지와는 별개로 결과적으로 건물 내 설치된 화재감지기와 스프링클러의 반응 속도 및 효과가 생명을 지켜내기에는 부족했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일반 감지기(차동식 열감지기)와 일반 스프링클러 헤드가 아닌 아날로그식 감지기와 조기반응형 스프링클러 헤드 같은 더 욱성능이 우수한 소방시설들이 설치돼 좀 더 빠르게 화재를 감지하고 효과적인 소화가 시작됐다면 소중한 생명만큼은 지켜낼 수 있었을지 모른다. 이제는 더 이상 소방시설이 작동했음에도 화재 피해를 막아내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도록 소방시설이 경제 논리가 아닌 신뢰성과 효과성을 최우선으로 해 설계‧시공되도록 변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설계자는 경제 논리가 아닌 공학적 합리성과 타당성을 기본으로 소방시설을 설계하고 이러한 소방시설이 설치되도록 소방기술인으로서 건축주를 설득해야 한다. 건축주는 비용 절감이라는 근시안적 경제 논리에 매몰된 시각으로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닌 실제 사용자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건축물의 근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행정에서는 소방시설이 합리성과 타당성을 바탕으로 설계‧시공되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가령 우수한 소방시설을 자율적으로 적용한 건축물에는 ‘우수소방시설 적용 건축물 인증서’를 발급하거나 소방시설의 성능과 건축물의 화재보험 비용의 연계성이 높아지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방안, 우수 설계업체에는 실적 평가 등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 등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2024년에는 후진적인 화재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는 뉴스를 보지 않기를 희망한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밀양세종병원 화재와 건강보험

2018년 1월26일, 46명이 사망한 밀양세종병원 화재사고를 기억하는가. 경찰은 사고 원인으로 “이사장 등 병원 관계자들이 과밀병상, 병원 증설 등으로 수익을 얻은 반면 건축·소방·의료 등 환자 안전과 관련된 부분은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히면서 이사장이 밀양세종병원을 사무장병원으로 운영해온 사실도 함께 공개했다. 현행 의료법 등은 의료기관이나 약국을 개설할 수 없는 비의료인·비약사가 의사나 약사, 의료법인의 명의를 빌려 의료기관과 약국을 개설·운영하는 것(일명 사무장병원·면대약국)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비의료인과 이에 협력하는 일부 의료인들은 법을 무시한 채 국민의 건강과 생명, 안전을 담보로 불법적으로 개설한 의료기관을 자신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해마다 불법 개설 의료기관에 대한 부당 진료비 환수 결정액도 꾸준히 늘어나 2023년 말 현재 3조4천여억원에 달하고 있지만 실제 징수액은 2천여억원에 그쳐 징수율은 6.7%로 저조하다. 건강보험이 후대에도 지속가능한 제도로 존속하기 위해서는 그에 소요되는 재정이 튼튼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고금리·고물가 시대에 보험재정을 확대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건강보험의 재정 수입이 국민의 소득과 재산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경기 침체 상황에서는 보험료 부과에 대한 국민적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다. 보험재정 수입을 투명하고 적정하게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나 그에 못지않게 불법적인 의료기관 운영으로 부당하게 새어 나가는 재정을 차단하고 시의 적절하게 환수 관리하는 것도 역시 중요하다. 그동안 일부 여야 국회의원은 사무장병원 등에 대한 실태를 공감하고 공단에 특별사법경찰권 부여를 위한 사법경찰직무법(약칭) 개정안 입법을 여러 차례 발의했다. 하지만 법률 개정안은 ‘수사의 효율성이나 재정 절감 효과성 설명이 더 필요하다’는 요구 등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법안소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경찰과 의사회의 분위기는 또 어떠한가? 경찰은 특별사법경찰권 부여에 신중한 입장이고 의사회는 협회 자정 차원의 자율규제 방안 마련에 더욱 힘을 쏟고 있다. 이쯤 되면 공단이 불법 의료기관 개설자와 그 공모자가 부당하게 타낸 진료비를 재산 은닉 전에 신속하게 환수하기 위해 필요한 특별사법경찰권한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공단은 일선 경찰청과는 달리 이미 불법개설 의료기관에 대한 수사가 가능한 전담 조직과 인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국회에서 법률 개정안이 통과가 되면 이들 수사 인력 활용을 통해 11개월 이상이 걸리던 수사기간을 3개월로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고 이로써 연간 약 2천억원에 이르는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막을 수 있다. 경찰이 염려하는 공단의 수사 비전문성 문제는 사법질서의 틀 안에서 엄격한 통제 기준을 만들어 보완하면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의사회의 수사권 오남용 우려는 행정조사가 수사로 변질되지 않도록 수사 기준과 절차를 명확하게 정해주는 것으로 가라앉힐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끝으로 국회, 경찰과 의사회, 공단은 불법개설 의료기관 등으로부터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고 건전한 의료생태계 조성을 위해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적극적으로 타협하는 데 노력해 주길 바란다. 법률 개정 입법 절차가 늦어질수록 불법개설 의료기관 등 운영으로 인한 건강보험의 재정적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가입자인 국민에게 돌아갈 게 뻔하기 때문이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통합교육지원청 분리∙신설 꼭 실현해야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대한민국헌법’ 제31조 제1항의 조문이다. 이 조문에 근거해 정부와 지방교육행정기관은 학생들의 형평성 있는 교육 기회 및 여건 제공에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경기도는 6개 통합교육지원청이 분리되지 못하고 있어 구리시, 남양주시를 비롯한 12개 시·군, 52만3천여명의 학생들은 헌법상의 교육권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초자치단체(시·군·구)는 226개지만, 교육지원청은 176개뿐이다. 교육지원청 1곳이 기초자치단체 2~3곳을 담당하는 곳은 다반사고, 부산·인천의 일부 교육지원청은 기초자치단체 4개를 담당하는 경우도 있다. 경기도의 경우, 2023년 기준으로 학생 수가 3천396명인 연천군과 5천374명인 가평군에도 독립 교육지원청이 있지만, 14만2천명의 학생이 있는 화성시, 9만3천명의 학생이 있는 남양주시에는 각각 화성오산교육지원청과 구리남양주교육지원청 등 통합교육지원청이 존재한다. 필자는 학생 수가 적은 지역의 교육지원청은 통합하거나 학생 수가 많은 지역의 교육지원청만 독립 교육지원청으로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통합교육지원청은 담당 지역이 2곳 이상 되기 때문에 교육 수요자의 접근성을 저해하고, 지역별 예산 균등 배분의 문제, 사무의 과중을 초래해 양질의 교육 행정서비스를 저해할 수 있다. 교육수요의 증가, 지역별로 달리하는 교육환경 여건을 고려해 적정 교육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통합교육지원청 분리·신설을 통해 1개 시·군, 1개 교육지원청이 실현돼야 한다. 경기도교육청은 교육지원청이 설치되지 않은 시·군에 교육지원센터를 설치·운영하며 지역사회 소통 및 교육 현안 등을 처리하고 있지만, 운영 규모나 업무 권한의 범위는 한정되어 있어 지역별로 적절한 교육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시·도교육청-교육지원청-단위 학교로 이어지는 지방 교육행정 구조상, 교육지원청은 담당 구역 내 단위 학교 가까이에서 현장 지원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교육지원청은 기능을 강화하고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기구 조정과 인력 배치를 통해 시·군별로 교육지원청을 설치해야 한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경기도교육청, 직속기관, 교육지원청의 기능을 학교 지원으로 역할 전환함으로써 학생 교육이 바로 서는 교육 행정체계를 구축하고자 지방교육행정기관을 개편함과 동시에 1시·군-1교육지원청 설치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공약 이행을 위해 통합교육지원청 분리·신설이 가능하도록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과 같은 법 시행령 개정을 교육부에 지속 요청하고 있다. 시행령 개정에 앞서 행정안전부와 공무원 증원 협의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교육부가 공무원정원 동결 기조를 유지하는 행정안전부와 원만하게 협의한다면 교육지원청 신설에 한 걸음 다가갈 것이다. 공무원 정원 동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위원회 정비 등을 통해 조직의 효율화를 추진해 작지만, 일 잘하는 공공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현 정부의 국정 운영 방침에 공감한다. 따라서 무분별한 행정기관의 설치는 지양해야 하지만, 인구수나 학생 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단 한 명의 학생을 위해서라도 교육지원청 설치 기준을 완화시킴으로써 교육지원청이 교육 수요자 중심의 교육 현장 지원기관으로 변화해 교육행정 서비스 제고 및 미래 발전을 위해서라도 통합교육지원청의 분리는 필요하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집결(集結)

며칠 전 뉴스에 경북 문경시 육가공 공장 화재 현장에서 동료 소방관의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공장에 남은 직원이 있을 수 있다는 말에 즉시 투입된 구조대원의 사고 소식이었다. “우리가 만약 이 사고 현장에 투입된 소방관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물음에 같이 있던 동료들의 대답은 한 치 망설임이 없었다. “당연히 투입해야죠”로 입을 모았다. 대한민국 소방관이라면 같은 마음일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 사고는 어느 곳에서든 재발할 수 있다. 국민의 생명을 살리는 소방 현장은 긴박하고 복잡해 때때로 소방관의 희생을 담보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때 지휘관은 소방관 투입을 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난제(難題)’와 대면한다. 그럼 이 난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원론적인 해법은 소방관을 투입하되 플래시오버, 백드래프트 등 화재 특이 현상이나 붕괴를 빠르게 판단해 적소 절묘하게 소방관을 철수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순간 급변하는 화재 현장에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달 31일 경북 문경시 육가공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는 2011년 서울 홍제동 주택에서 발생한 화재를 떠올리게 한다. 서울 홍제동 주택 화재는 아들이 대피하지 못했다는 말에 소방관이 투입돼 6명이 순직한 사례다. 이 두 화재의 닮은 점은 당시 최성기였던 건물에서 대피하지 못했다는 정확하지 않은 제보로 소방관이 긴급 투입된 사고라는 것이다. 이 공통점을 통해 우리는 소방관을 살리는 해법을 찾을 수 있다. 바로 ‘집결(集結)’이다. 화재가 발생하면 사람들은 대피 후 사전 약속한 장소에 집결해 인원 파악 후 소방대에 정보를 알려줘야 한다. 모든 사람이 대피가 완료됐다면 소방관이 무리하게 투입되지 않아도 되고 반대로 대피하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좀 더 신속하게 투입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다. 2022년 5월 경기 이천시 의류 보관 대형물류창고 화재가 있었다. 이번 경북 문경시 육가공 공장보다 규모가 4배 이상 컸던 창고 화재지만 142명의 직원은 화재를 인지하고 대피해 사전 약속된 집결지에 모여 인원 파악을 하고 신속하게 소방대에 전원 대피 완료했다고 전달해 줬다. 이에 소방대는 초기 내부 인명 검색보다 화재 진압에 주력할 수 있었다. 신속 정확하게 인원 파악을 할 수 있었던 이유를 물어봤다. 대답은 간단했다. 평소 대피 훈련 시 집결지에 모여 인원 파악하는 훈련을 주기적으로 실시한다고 했다. 경기도 이천시에 대형물류창고 화재가 잦다 보니 실전과 같은 훈련했다고 한다. 집결은 생명을 구하는 핵심이다. 대피 후 집결은 소방관의 사고뿐만 아니라 내 가족과 동료들이 화재 현장에 고립돼 있을 때 긴급 구조할 수 있다. 경북 문경시 화재 현장의 소방 영웅을 추모하며 가정과 회사에서 화재 시 집결 장소를 지정하고 대피 훈련을 해 보자.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행복한 자녀의 부모는 어떤 사람일까?

‘실천’하라는 말. 지겹게 들었던 말이다. 지겹게 들었던 그 말을 우리는 왜 계속 지겹도록 못하고 있을까? 부모로서 실천하는 삶을 사는 자녀를 키우기 위해서는 인간의 뇌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우리의 뇌는 사실 아주 옛 원시인들의 뇌와 거의 비슷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최근 소뇌가 현대인들의 뇌라고 하지만 사실 우리 뇌의 약 90%는 아직도 수렵생활을 하던 조상들의 뇌를 가지고 살아간다. 수많은 조상 중 생존한 DNA 유전자가 현재 우리에게 계속 되물림이 됐다. 즉, 우리는 ‘생존’한 조상들의 뇌를 물려받은 것이다. 그럼 우리가 물려받는 이 뇌는 어떤 뇌일까? 생존의 뇌는 변화에 대해 아주 강하게 저항을 한다. 더 나아가 새로운 도전, 환경에 더욱더 저항한다. 새로운 도전은 원시시대에 생존에 큰 위협을 주기 때문이다. 아마 새로운 도전을 좋아하는 조상들은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결국 아주 보수적인 뇌로 변화하는 것은 무의식적으로 죽을 수 있다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뇌다. 단순 ‘생각’과 ‘결심’만으로 새로운 것을 지속한다는 것은 우리의 뇌를 얕보는 것이다. 그래서 실천하기 위해서는 환경을 바꾸는 것을 정말 중요하다. 그 증거로 우리가 존경하고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멘토들의 성장 과정을 자세히 보면 환경을 바꾸는 것에 정말 많은 노력을 했다는 것을 공통적으로 볼 수 있다. 부모들이 자녀의 좋은 교육환경을 바꾸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모 자신의 환경을 바꾸는 것이 더욱더 중요하다. 이런 명제를 하루빨리 깨닫고 실천하기를 추천한다. 환경을 바꾸는 좋은 실천 중 하나는 내가 만나는 사람을 바꾸는 것이다. 돈을 많이 벌고 싶다면 돈을 많이 벌고 싶어 하는 독서그룹에 참여하든지, 다이어트를 성공하기 위한 모임에 가입하고 계속 그들과 소통하는 것이 가장 쉽게 환경을 바꿀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부모들은 대개 정보가 부족하기보다 자녀들에게 말로만 이야기하는 경우 많기 때문에 트러블이 발생하는 것이다. 상상해보자. 회사에서 직장 상사가 말로만 지시하고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지시라 해도 그 지시를 받는 여러분의 마음이 어떠할지. 우리 부모가 실천하는 모습을 스스로 보여주면 분명히 자녀에게도 작은 변화를 볼 수 있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인천 미래, 고립·은둔 청년 지원에 달렸다.

지난해 12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전국 19~39세 청년 2만1천360명을 표본 조사한 바에 따르면 여성은 72.3%, 남성은 27.7%의 청년이 고립·은둔 청년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과거 IMF 외환위기 당시엔 60대 위주의 자살이 문제가 됐다면 지금은 청년층의 고립‧은둔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더욱이 대한민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인구가 10만 명당 24.1명으로 가장 많은 1위다. 연령별로는 50대 23.2%, 40대 18.7%, 30대 15.2%, 20대 11.7% 등이며 대한민국의 인구 중 청년층 자살 비율은 빠르게 증가했다. 일반적인 청년 고립‧은둔의 원인은 첫째 취업, 둘째 대인관계, 셋째 가족관계 등으로 지금의 경제 상황으로 인한 취업난과 구직문제는 청년 개인뿐 아니라 청년과 가족, 청년과 주변인과의 관계까지도 단절하고 붕괴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청년층 고립‧은둔의 문제는 더 이상 청년 개인 문제로 좌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표본조사에 따르면 인천시 청년의 8%(전체 청년 6만6천64명 중 4만8천여명)가 고립‧은둔 청년이다. 왜 이 청년들이 고립‧은둔의 상황을 선택하고 있는지, 어떻게 하면 대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한 논의와 정책 제안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적극적으로 고립‧은둔 청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천시 청년에 대한 고립‧은둔 실태조사를 해야 한다. 올해도 여전히 경기 상황이 어둡고 국가 재정의 부족이 예상된다. 하지만 대한민국과 인천시의 성장을 위해서는 미래 성장동력인 청년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과 지원책의 확대를 위해 두 가지를 제안하고 싶다. 첫째, 청년 미래 정책을 선도할 수 있는 ‘청년미래센터’와 조직의 신설이다. 그간의 청년정책은 복지 차원에서 추진해 왔지만 청년 문제 해결의 구심점을 확보하고 청년정책의 효과성을 높일 수 있는 조직과 관련 부서의 신설이 필요하다. 둘째, 고립‧은둔 청년의 신속 발굴을 위한 시스템 마련과 고립·은둔 청년에 대한 인식개선 사업을 추진해 인천시 청년들이 더 이상 고립과 은둔, 단절의 선택을 하기보다 미래의 동력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 인천의 미래는 청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 인천의 미래를 더욱 환하게 밝히기 위해서는 고립·은둔 청년의 신속한 발굴 시스템으로 청년 맞춤 지원 사업과 사회 인식개선 사업을 투트랙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싶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경인식약청, 올해도 국민 건강∙식품 안전에 최선

가끔 아내와 함께 집 근처 대형마트를 들러본다. 지하에서부터 시작된 나의 쇼핑 루트는 식료품 코너와 푸드코트에서 늘 지체하게 된다. 위생, 안전, 소비기한 등의 단어들이 머릿속에서 맴돌고 눈과 손은 이미 진열된 식품에 가 있는 나를 보게 된다. 공직 27년의 직업의식(병)이 이런 것인가. 나도 모르게 웃음 짓는다. 누구나 알고 있을 테지만 백화점, 마트, 재래시장 등에서 가장 넓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조리식품, 과자, 음료, 주류 및 건강기능식품 등 식품 매장일 것이다. 이들 제품은 올바른 소비기한은 물론 안전성을 확보해야 하고 영양 및 안전 정보 등 각종 표시 사항을 제공해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 필자는 경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곳은 1996년 신설 이후 현재까지 관내 해썹(HACCP) 평가, 우수건강기능식품제조기준(GMP) 관리, 식중독 예방 활동 및 업체 지도 점검 등으로 국민 생활에 밀접한 식품·의약품 등의 안전 관리에 노력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식품 소비 트렌드와 경인지역의 지리적 특성을 고려한 안전 관리 및 사전 예방 활동 등에 집중해 관내 먹거리 안전에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첫째, 식품 소비 동향 및 환경 변화를 반영한 중점 관리 대상을 정하고 선제적 안전 관리를 추진할 계획이다. 코로나19 이후 우리나라 식품 소비문화는 크게 바뀌었다. 비대면 주문 문화가 일상화되고 무인 자동화시스템이 많이 보급되고 있다. 아울러 건강기능식품, 의료용도식품 등의 매출이 증가하고 있고 밀키트 등 가정간편식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경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은 소비가 늘어나는 가정간편식, 비건식품 및 디저트류 등에 대한 수거·검사와 무인판매점, 다소비 식품 제조업체, 인기 배달음식 조리업체 등에 대한 특별점검 등을 강화하는 등 국민이 안심하고 소비할 수 있는 환경조성에 주력하고자 한다. 둘째, 경인지역의 지리적 특성을 고려한 식중독 예방 활동 등을 확대할 계획이다. 1일 평균 20만여명에 달하는 인천공항이 관내에 있다. 설 연휴에도 항공권 예약이 전년 대비 29% 증가한 것으로 발표되고 있어 공항 이용자들의 식품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입점 식품접객업소 등의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우리 청은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협업해 입점 업소에는 위생 진단 및 교육의 현장 지원을, 공항 이용자 대상으로는 식중독 예방 홍보 캠페인 등의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다. 셋째, 우리 청은 식중독 사고 등 식품 안전 이슈에 신속히 대응하고 부정·불량식품 등에 대한 감시를 철저히 하는 등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본연의 업무에 적극 임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투명하고 정확한 행정 서비스와 소통을 위해 각종 정책 설명회 및 간담회를 개최하고 관련 업계 종사자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 등으로 식품 위생 및 안전 의식을 고취할 예정이다. 2024년 한 해 동안 우리 청 식품 안전 행정에 대한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아파트 화재 예방’ 철저한 안전의식∙실천 있어야

지난해 9월 부산 한 아파트 7층에서 불이 나자 일가족 3명이 화염을 피해 베란다로 대피했다가 떨어져 2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다. 그해 크리스마스에는 서울 도봉구 방학동 아파트 3층에서 불이 나 30대 남성 2명이 숨지고 30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사망자 중 1명은 7개월짜리 딸을 안고 창밖으로 뛰어내렸다가 숨져 주변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지난해 전국의 화재 발생 건수는 직전 연도보다 줄었으나 아파트 등 공동주택 화재는 유독 늘어났다. 이에 아파트 화재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과 개개인의 안전관리 강화가 요구된다. 지난해 화재 발생 통계를 분석한 결과 전국에서 발생한 화재 건수는 총3만8천857건으로 전년(4만113건)보다 3.1% 줄었다. 하지만 아파트를 포함한 공동주택 화재는 4천868건으로 2022년 4천577건보다 291건(6.4%) 증가했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주택의 78%는 아파트를 비롯해 연립주택, 다세대주택같이 여러 가구가 모여 사는 공동주택 형태로 이뤄져 있다. 이 가운데 아파트의 비중이 80%를 넘어섰다. 아파트는 다양한 편의 시설로 인해 가족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지만 자칫 부주의로 인해 화재가 발생할 경우 공동주택 특성상 다른 층으로 불이 급속히 번져 많은 피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 그러므로 평상시 주민 스스로가 주변에서 위험을 살피고 화재예방 및 대피요령을 숙지해야 한다. 주민들이 높은 안전의식 수준을 갖췄을 때 화재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으므로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실천할 수 있는 안전습관을 당부한다. 먼저 자기 집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는 현관을 통해 대피할 수 있으면 계단을 이용해 낮은 자세로 지상층이나 옥상 등 안전한 장소로 대피하고 현관 입구 등에서의 화재로 대피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대피 공간이나 경량칸막이 등이 설치된 곳으로 이동해 대피하는 것이 안전하다. 아파트 복도, 계단실, 주차장, 엘리베이터 홀 등 다른 곳에서 화재가 발생한 경우 자기 집으로 화염 또는 연기가 들어오지 않는다면 집 안에 대기하며 화재 상황을 주시하고 연기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창문을 닫는 것이 좋다. 자기 집으로 화염 또는 연기가 들어오는 경우라면 자기 집에서 발생한 경우와 같이 행동해야 한다. 아파트는 다른 층으로 연소 확대되는 경우가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대피하는 도중 연기에 질식해 사망하는 경우가 많아 실내에 연기가 들어오지 않을 때는 무조건적인 대피보다는 실내에 대기하면서 창문 등 연기 유입 통로를 막고 안내방송에 따라 행동하는 편이 더 안전하다. 인천소방본부에서 전개하고 있는 ‘우리 아파트 피난계획 세우기’ 캠페인 또한 피난 안전 대책 중 하나다. 우리 아파트 피난계획 세우기 캠페인은 가족 구성원 모두가 동참해 자기 아파트 환경에 맞는 대피계획을 세우고 대피 경로를 작성 및 공유하며 소방·피난시설 사용법을 숙지하는 것이다. 화재는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우리 집에 설마 불이 나겠냐’는 안일한 생각에서 벗어나 평소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 불이 난다면 어떻게 대피하고 대처할지 늘 생각하고 준비해야 한다. 사전에 올바른 안전 및 대피교육과 화재예방 실천을 통해 가족들의 안전과 소중한 재산을 화재로부터 지킬 수 있기 바란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봄이 오는 길목에서

봄이 오니 풀은 저절로 푸르고 꽃봉오리도 무엇이 급한지 잎새 없이 만삭에 가까웠다. 긴 겨울을 지고 난 벌나비는 다시 춤추고 숲속의 새들은 춘흥을 못 이겨 짝지어 노래한다. 눈 녹은 산하에는 자연 그대로 미소 지으며 만물이 솟아난다. 하지만 어떤 이는 봄이 왔다 해 이를 구하고 어떤 이는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고 한다. 우리 인간사 이것이 문제인데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면서 삶을 사는 사람이 많다. 목적과 방법이 바뀌어도 까닭도 모르고 생각 없는 사람도 있다. 내적으로 무지하면 외적으로 하는 일이 가치 있는 것일 수 없다. 무엇을 하고 있는 것보다 자신이 누구인가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 어떤 비바람이 불어도 고삐를 쥐고 스스로를 진리의 세계로 끌고 가야 깨달음의 세계에 도달할 수 있다. 평생 찾아 헤매고 있으면서도 진정으로 찾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지 않는가. 평생 기다리고 있으면서도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지 모르고 있지 않는가. 세상에서 무슨 원리나 문제 등을 떠나 그 자체만으로 절대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도 있고 다른 것과 비교할 때 의미가 보다 확실해지는 상대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도 있다. 그런가 하면 지금은 무의미한 것 같아도 시간이 지난 후에야 정말 가치가 드러나는 것도 있다. 또 선한 인연보다 악한 인연이 나에게 던진 피해가 더 많은 은혜가 될 때도 있다. 세상사는 혼돈이고 모순이니 집착을 버리고 전체적으로 대해야 도약할 수 있다. 부처가 무심을 강조한 까닭은 사람의 생각이라는 것이 사람을 괴롭히고 해롭기 때문이었다. 신라의 의상(義湘) 대사는 한 티끌도 온 우주를 다 포함하고 일념의 찰나가 영원을 포함한다고 역설했다. 바닷물 맛을 알기 위해 모든 나라 땅을 밟고 하는 것이 아니라 특징이 있는 곳을 여행하면 된다는 것이다. 과다 소유가 아닌 무소유의 음미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 편안함을 얻어야 한다. 바야흐로 2024년 갑진년 새해에는 지난 계묘년에 잃어버렸던 나를 찾아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헛되이 흘러가게 하지 말자.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미워하고 싸우기에는 매우 아까운 시간이다. 오늘 나에게 주어진 하루에 감사하며 풍요로운 미래에 대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을 깊이 생각해야 한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반려식물이 아프다면, ‘사이버 식물병원’

코로나19의 장기화와 사회·경제적 불안으로 인해 ‘반려식물’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찾는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초기 환경·미화적 요소가 강했던 식물 가꾸기는 점차 치유와 회복을 위한 ‘반려식물 가꾸기’로 변모했고, 이러한 흐름을 타고 ‘식집사’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나 역시 ‘식집사’이다. 도의회 개인 사무실에는 20개 화분이 있는데, 매일 아침 출근하여 환기를 시키고 화분에 물을 주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삭막한 건물 숲을 뒤로하고, 창가에 놓인 푸릇한 식물들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일상에서 적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여 이런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요즘 말로 ‘가성비 갑(甲)’이 아닐까. 반려식물은 시간적, 경제적 부담이 적으면서도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과 같은 정서적 안정과 치유 효과를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꽃이 피거나 열매가 맺힐 때 얻는 성취감은 덤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반려식물 가꾸기는 심리·정서적 안정은 물론, 신체, 사회, 경제적인 면에서도 효과가 입증됐다고 한다. 하지만 반려식물 가꾸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식물마다 적당한 온도와 습도를 맞추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때로는 애정이 과해서 과습으로, 때로는 바쁜 일상에 치여서 마름으로, 때로는 이유 모를 곰팡이나 해충으로 인해 식물을 고사시킨 경험이 누구에게나 한두 번쯤은 있을 것이다. 그럴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경기도에서 운영하는 ‘사이버식물병원’이다. ‘사이버식물병원’은 말 그대로 식물이 아플 때 찾는 온라인 병원이다. 아픈 식물의 사진과 증상을 적어 의뢰하면, 전문가가 온라인으로 진단하고 처방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사이버식물병원’의 가장 큰 장점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쉽고 간편하게 반려식물을 가꾸는데 필요한 기초 정보부터 전문 지식까지 습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4월 도의원으로서 대표 발의한 ‘경기도 사이버식물병원 설치 및 운영 조례’가 전국 최초로 시행됐다. 조례를 통해 ‘사이버식물병원’의 설치·운영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진단·처방 시스템과 정보 제공 기능을 확대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반려식물 가꾸기를 통한 정서적 안정과 성취를 함께 누렸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사이버식물병원을 찾은 사람은 하루 평균 2천명, 연간 약 75만4천 명에 달한다. 실제 병충해 등 진단·처방 건수는 657건이다. 그간 쌓인 병충해 진단 데이터를 모아 작목이나 피해 부위, 피해 증상별로 검색할 수 있게 했기에 직접 진단을 의뢰하지 않아도 반점, 무름, 썩음, 시들음, 고사, 마름 등 증상에 따른 처방 사례를 찾아 적용할 수 있다. 현재 화훼산업은 인건비와 난방비 등 생산비 증가와 수입산 화훼 증가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기도는 전국 화훼농가의 30.9%, 전체 판매액의 43.7%에 달하는 대표적인 화훼 주산지이지만, 지난 10년 새 판매량이 42.5% 감소하며 전체 농가의 26.9%가 이탈하였다. 최근에는 한·에콰도르 SECA 체결로 일부 화훼류에 대한 관세 철폐가 예고되는 등 FTA에 의한 화훼산업 고사가 심화되고 있다. 도의회 농정해양위원회의 위원이자, ‘식집사’의 한 사람으로서 반려식물 가꾸기를 제안해 본다. 반려식물을 통해 일상에서의 소소한 행복을 찾는 한편, 어려운 화훼농가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물론, 반려식물을 키우다가 어려울 땐 언제든 ‘사이버식물병원’을 찾으면 된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경기도 푸드테크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요즘 농식품 관련 보도가 푸드테크에 쏠리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잇따라 투자보고서를 내놓으며 푸트테크를 주목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세계 푸드테크 시장이 700조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60조원에 달하는 국내 푸드테크 시장 규모 역시 매년 30%씩 성장하고 있다. 정부는 2027년까지 1천억원에 이르는 푸드테크 전용 펀드를 조성한다. 이를 통해 기업가치가 1조원이 넘는 유니콘 기업 30개를 육성하고 20억달러를 수출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또 대학과 연계해 관련 인력 3천명을 키우고 지역에 클러스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를 뒷받침하듯 국회는 지난해 12월 ‘푸드테크 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했다. 푸드테크란 식품과 기술의 합성어다. 먹거리의 생산·유통·소비 전 과정에 정보기술(IT), 생명공학(BT), 인공지능(AI), 로봇 등 첨단 기술이 결합된 미래 산업이다. 그 분야도 식품 외에 세포 배양, IT플랫폼, 로봇 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푸드테크가 농식품산업의 미래이자 대세로 자리 잡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농업인이나 중소기업들은 푸드테크를 아직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푸드테크 스타트업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으나 투자는 줄고 있다. 경기도농수산진흥원은 지난해 7월부터 6개월간 534개 식품 및 푸드테크 기업들을 상대로 한 ‘푸드테크산업 전략 수립을 위한 경기도 기초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푸드테크 기업들이 맞닥뜨린 현실과 어려움, 그리고 대책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에 따르면 기술 부족 극복 방안으로 36.8%가 자체 연구개발을 꼽았다. 17.6%가 개인적으로 전문가와 협력한다고 말했다. 54.4%가 알아서 해결한다고 답한 것이다. 정부 연구 기관, 그리고 대학과 협력한다는 응답은 20%와 11%에 그쳤다. 61%가 연구인력 부족을 호소했다. 이뿐만 아니라 36.8%가 직접 찾아다니면서 시장을 개척한다고 말했다. 푸드테크 스타트업들이 지원이 가장 필요하다고 지목한 연구개발(47%)과 시장개척(27%)을 스스로 해결하는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응답자들은 10점 만점에 7.17점을 매길 정도로 경기도 월드푸드테크센터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푸드테크 클러스터 구축 같은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국내 푸드테크산업의 주력 분야는 케어(메디)푸드, 식물기반 대체식품, 간편식 등 식품이었다. 특히 계약재배한 경기도 친환경농산물 이용 의향을 묻는 질문에 54.6%가 이용하겠다고 말했다. 40.4%는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친환경 로컬푸드를 구입하는 이유는 30.3%가 안정적인 공급, 23.4%가 학교급식처럼 가격 차액 지원을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푸드테크 스타트업 지원이 친환경농업을 위한 대안으로 새롭게 조명받고 있는 것이다. 두유가 많이 팔린다고 해서 우유시장을 위축시켰다고 보기 어렵다. 우리 콩으로 만든 계란 대체 식품은 조류독감으로 인한 계란 수입을 대체하고 식품 수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 푸드테크가 우리 먹거리와 함께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도농복합지역인 경기도의 지속가능성을 드높이는 대안으로 자리하기를 바란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인공지능 IQ 1천500 사회에서 일자리 마련

날씨 변화로 계절 바뀜을 알 수 있듯이 일자리 변화는 컨벤션 또는 지식포럼 등에서 느낄 수 있다. 금년도 전자제품박람회(CES), 세계경제포럼(WEF) 토의주제는 인공지능(AI)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벤처기업 주관의 포럼에서 약 500명의 젊은이들이 인공지능을 주제로 미래사업을 논의했는데 이들이 봄을 알리는 매화꽃 같은 혁신 일자리의 전령사이리라. ‘일하는 동안 행복하지 않으면 행복한 자라고 말할 수 없다’는 말이 있듯이 행복한 일자리 마련은 매우 중요하다. 일은 육체적 일과 정신적 일로 구분할 수 있다. 육체적 노동은 기계의 발명으로 산업혁명을 거쳐 가며 완화되고 제도 정비도 이뤄져 왔다. 정신적인 일, 즉 인공지능 개발, 응용, 활용은 누가 어떻게 추진해야 할까? 아이언맨의 자비스와 같은 일하는 방식이 보편화될 때 지금과 같은 법·제도와 직장문화나 윤리의식이 요구될까? 첫째, 벤처기업 주도의 혁신형 미래 일자리 창출일 것이다. 이의 예시는 미국 오픈AI의 샘 올트먼이다. 챗GPT는 가장 최단 시간 내 1억명의 가입자를 모으고 수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북유럽경영포럼에서 한 강연자가 몇 년 내 인간 지능을 넘어서는 AI 등장을 지능지수(IQ) 개념을 통해 설명했다. 비공식적으로 빌 게이츠 IQ 148, 일론 머스크 IQ 155, 챗GPT 4는 IQ 155 수준이며 새로 개발되는 Q*는 IQ 1천500 수준이라는 것이다. 인간보다 10배나 뛰어난 지능을 갖는다는 의미다. 미국 골드만삭스 연구에 따르면 인공지능 채택으로 향후 10년간 매년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은 7%, 노동생산성은 3%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본다. 둘째, 혁신형 미래 일자리 창출을 뒷받침할 제도 정비다. 인공지능 활용을 통한 많은 벤처 창업과 고용 창출이 이뤄질 수 있도록 법률, 자본 조달, 인력양성 측면 등의 폭넓은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산업혁명을 거쳐 오며 근로조건 개선 노력이 있었듯이 정신근로 성과물 측정, 근무형태, 급여나 성과체계, 직급체계 유지 여부, 직장윤리, 자본과 노동의 적정 배분비율 그리고 지속가능한 경쟁체계의 고안 등이다. 마지막으로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혁신형 일자리 30만개 창출을 발표하고 이를 종합적·체계적으로 육성코자 노력하고 있다. 인공지능, 바이오, 반도체 등 균형 잡힌 혁신산업 육성 로드맵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시스템 구축과 제도 개혁도 동반돼야 할 것이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긴급차량 우선신호시스템 광역연계, 지금이 ‘골든타임’

도로 위의 긴급차량은 늘 항상 분초를 다툰다. 소방청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정한 재난 현장 소방차량 도착시간 7분, 심정지 환자 등 발생 시 응급조치 필요 시간 4~5분. 각종 사건 사고 등 긴급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소방차와 응급차에게 골든타임의 확보는 필수적이다. 그래서 사건사고 현장으로, 응급실로, 골든타임 내에 도착하기 위해 긴급차량은 신호대기와 교통체증을 뚫고 달려야 한다. 그래서 현행 도로교통법에서 진로양보, 길터주기 등의 배려와 신호위반, 앞지르기 위반 등 법규위반을 용인해주고 있다. 그러나 법령에서 긴급차량에 대한 법규위반을 허용하고 있다 하더라도 긴급차량이 신호를 위반해 운행했다가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어떠한 면책도 없다. 어떠한 긴급 상황이었더라도 책임 과실 여부를 따져 사고피해·피해자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한다. 민형사상 책임뿐인가. 긴급차량을 운전한 당사자는 물론 함께 타고 있는 동료·응급 이송환자들의 부상도 오롯이 감수해야 한다. 지난 이태원 참사 당시 최초 신고 이후 40분 이상이 지나서야 현장에 도착해 생명을 구할 수 있었던 안타까운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비난에도 묵묵히 죄송하다고 머리를 숙여야만 했다.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2022년 발생한 긴급차량 교통사고는 매년 증가하고 있고 교차로 내 또는 부근의 사고 발생률이 사고 발생 장소의 절반 이상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긴급차량 우선신호시스템은 교차로에서 긴급차량에 우선적으로 녹색신호를 줌으로써 긴급차량이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동시에 눈치로 양보된 안전이 아니라 신호를 줌으로써 교차로 내 모든 차량의 안전을 보장해줄 수 있다. 경기도에서는 지난 2016년 전국 최초로 의왕시에서 시범사업으로 이 시스템이 도입했다. 현재는 방식은 다르지만 대부분의 경기도내 시·군별로 각각 긴급차량 우선신호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경기도는 고양~파주를 연계하는 광역 긴급차량 우선신호시스템 시범사업을 시행했다. 긴급차량 이동의 도 내 시·군간 경계를 없애는 이 사업 또한 전국 최초다. 긴급차량 우선신호시스템의 고양~파주 연계로 관내 긴급출동은 4분 넘게 단축됐고 고양~파주를 넘나드는 광역 긴급출동은 8분이나 단축됐다. 경기도는 오는 2026년까지 31개 시·군 전체에 광역 긴급차량 우선신호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지원할 경기도 긴급차량 우선신호시스템 구축 및 운영 조례도 제정됐다. 그런데 지역구인 김포시만 하더라도 대형 종합병원이 없어 도내 다른 시·군이나 서울·인천으로 응급환자들이 이송되고 있다. 그래서 진짜 ‘광역 연계’가 필요하다. 특히 수도권 생활권으로 묶여 있는 경기, 서울, 인천이기에 더욱 그렇다. 생사의 기로에 선 누군가를 살리고자 그저 열심히 달리는 긴급차량에 대한 최소한의 대책을 마련해주는 것은 국가에 지워진 책임이자 절실한 의지여야 한다.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은 시작 단계다. ‘생명을 살리는 마지막 골든타임’, 안전한 대한민국, 안전한 경기도를 만들기 위해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절실한 지금이 긴급차량 우선신호시스템 광역 연계의 ‘골든타임’이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2024년 문화 트렌드를 읽다

코로나 이후 집콕시대와 온라인 세상이 열리며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2024년은 문화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정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앞으로의 미래는 코로나 이전과 같을 수 없다. 극개인주의화되고 온라인 세상에 익숙한 ‘신인류’에 맞는 문화 트렌드를 주목하고 문화 콘텐츠의 개발에 힘써야 한다. 2024년 주목할 문화 현상은 마이 AI(my AI)시대로, 이제 모든 분야에서 직접 AI를 접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AI는 단순히 행정 업무의 자동화뿐만 아니라 업무 분배, 소외계층에 대한 돌봄 역량 확대, 미디어 콘텐츠 제작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다. 개인화된 인공지능 시대에 접어들었다. 개발자와 인공지능 사이의 새로운 창의력 역동성은 현대의 문화와 산업에 이미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상환경에서 인공지능이 창출하는 가치와 통찰력은 인간이 창출하는 것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기계인 인공지능을 협력자나 창조적 파트너로 인정한다면 현재의 산업만이 아니라 디지털 매체에 익숙한 세대가 진출한 다양한 분야에서 디지털 인격화는 더욱 심화 될 것이다. 인간과 기계의 이러한 새로운 관계사회에 정착할수록 ‘도구’이자 동시에 ‘친구’인 기계가 등장할 것이다. 독자적 능력을 갖춘 기계는 또 다시 기계가 창조해 내는 가상세계에서 인간의 창의적 활동에 영향을 미치고, 그 결과 인간과 인공지능이 동등한 창작자로서 지위를 확보하는 창작 커뮤니티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생겨날 수 있다. 급속한 변화 속에서 본질을 유지하며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기회를 포용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문화 예술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오고 있다. ‘구독’과 ‘좋아요’로 대변되는 콘텐츠와 넥플렉스, 티빙, 유튜브 같은 동영상 플랫폼뿐만 아니라 멜론, 스포티파이 같은 음악 감상 플랫폼에 빠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도 한때 유행처럼 지나가고 짧게, 빠르게, 단순하게로 정의되는 ‘숏폼 콘텐츠’가 올해의 트렌드다. 15초 내외의 짧은 동영상 틱톡의 인기부터 인스타 등 기존 긴 영상에서 벗어나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직접 골라보듯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개인 맞춤형이 많아질 것이다. 30초에서 90초의 짧고 핵심만 담은 숏폼 콘텐츠의 인기로, 문화현장도 역시 숏폼처럼 간결하면서도 스토리가 있는 높은 밀도의 콘텐츠가 요구된다. 식상하지 않은 빠른 전달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 주목하고 집중해야 할 현상은 지역 문화자원을 활용한 콘텐츠 발굴이다. 지역 축제의 경우 상투적인 콘텐츠와 천편일률적인 먹거리 등 여러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전통문화도 미래가치로 변환시키지 않으면 기억 속에서 사라질 위기다. 지역 문화자원을 최대한 활용한 콘텐츠를 발굴해야 한다. 가까운 지역 문화재를 기반으로 역사, 전통문화, 문학,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와 비영리로써 문화예술의 공공가치를 강화해 나가는 ‘문화매개’에 주도권을 시민에게 돌려주는 일이다. 문화제와 대중을 연결하여 문화적·사회적 가치를 확장하고 증대하는 것이 적합하다. ‘소확행’은 MZ세대의 트렌드다. 소확행은 새로운 문화매개자를 끌어들이고 점점 그 저변을 넓혀왔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젊은 감각으로 무장한 문화매개자들의 활동이 문화도시의 자신감을 확산하며 질적 제고를 가능케 한다. 문화재와 문화제, 전통문화를 고루한 옛틀에 가두어 놓는 것이 아니라 요즘의 ‘힙’한 것들과 연결짓고, 새로운 미디어를 통해 향유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가야 미래가 있다. 2024년에도 팬데믹이 가져온 ‘초개인화’ 트렌드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초개인화된 시대 속에서 시대의 흐름을 포착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크게 유행하고 오래 지속 가능한 ‘메가트렌드’라는 것도 이제 찾아보기 어려운 전설이 되었다. 트렌드 이면에 있는 대중의 열망을 읽어내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초개인화된 청년세대라 하더라도, 함께 공감하고 열망하는 것들이 있기 마련이다. 청년들이 향유하는 문화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앞으로의 시대가 어떤 대전환을 마주하더라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만큼 유연성을 갖출 필요가 있다. 고착화된 틀을 깨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문화 예술의 영역은 대중에게 외면받고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질 것이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사무장병원 척결, 국민건보공단 특사경 권한 부여해야

2024년 청룡의 해에 국민건강보험료가 7.09%로 작년과 같이 동결된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하면서 한편으로는 보험재정 건전성이 걱정되기도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국민 건강 증진과 재정 안정을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불법 개설 기관 즉, 사무장병원이나 면허대여약국은 공단의 보험재정 및 국민의 건강권에 위협 요인으로 대책이 시급하다.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은 겉으로 보기엔 일반 병의원이나 약국처럼 똑같이 의사가 진료하고 약사가 약을 조제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 일반 국민이 식별하기 어렵다. 그러나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은 오너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불법적 환자 유치 및 일회용 의료용품 재사용, 비약사의 약물상담 등으로 인한 약물 오·남용 등이 발생하기 쉬운 구조로 질 낮은 보건의료 서비스와 각종 위법 행위로 건전한 의료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 언론보도 자료를 보면 공단이 조사한 결과 불법 개설 기관은 2009~2023년 확인된 곳이 1천717개이며 불법 개설 기관이 편취한 금액은 무려 3조4천억원에 이른다. 문제는 이들 기관에 대한 수사 기간이 평균 11.5개월 소요돼 이에 대한 환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환수 결정한 3조4천억원 중 환수율은 6.9%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처럼 국민 건강권 위협과 공단 재정의 누수를 불러오는 불법 개설 기관의 행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전문지식을 갖춘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특별사법경찰관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특별사법경찰관이란 특별한 사항에 한정(사무장병원, 면허대여약국)해 수사권을 갖는 사법경찰로, 제한 없는 수사권을 갖는 일반사법경찰관과는 다른 개념이다. 불법 개설 기관 등에 대한 제한된 수사권을 행사함으로써 앞서 언급한 불법 의료 행위와 건강보험 재정의 부당 편취를 단속하고 수사 기간을 3개월 이내로 대폭 단축해 폐업으로 인한 재산 은닉 행위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공단에 특사경 권한 부여는 수사권 오·남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수 있으나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불법 개설 기관에 대한 정보를 가장 정확하고 광범위하게 확보할 수 있는 기관이다. 또 단속에 필요한 인적·물적 자원을 보유한 전문기관이기도 하다. 이 문제에 대해 신속하고 전문적인 대응이 가능한 가장 적절한 기관인 셈이다. 또 수사권 오·남용 해법은 특사경 권한의 제한적 운영, 그 직무 범위의 정확한 설정, 집행 행위의 투명성 등을 확보하면 해결할 수 있다. 21대 국회에서 공단의 특별사법경찰 권한인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이 지난 2020년 8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4건이 발의됐으며 몇 년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국민의 건강권과 보험 재정을 갉아먹고 위협하는 불법 개설 기관, 즉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 등을 근절하지 못한다면 폐해의 피해자는 오롯이 국민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특별사법경찰권한 부여는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고 지속가능한 건강보험제도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인천 동구, ‘초격차’ 안전 도시 도전

수년 전 ‘뇌과학공부’라는 책을 읽었다. 저자 박문호 박사는 ‘공부를 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기보다 밥을 먹고 세수하는 것처럼 ‘공부’에 녹아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의식화 과정 없이 자동으로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반복하면 효율은 극대화되고 온 힘을 쏟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공부법은 사회 거의 모든 영역에도 비슷하게 적용된다. 축구 국가대표 손흥민 선수는 훈련과 경기에 임할 때 ‘무슨 생각을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손 선수는 “아무 생각을 안 한다”고 답했다. 세계 피겨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김연아 선수도 비슷한 질문에 “그냥 하는 거죠”라고 답했다. 일본의 저명한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글을 쓸 때 영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매일 6시간 동안 자리 잡고 앉아 무조건 글을 쓴다. 일반 사람과 다른 특출남은 재능과 함께 무의식적인 훈련과 반복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어떤 일이든 반복하면 자신만의 리듬이 생긴다. 리듬은 습관이 된다. 이를 루틴(routine)이라 한다. 높은 수준에서 반복되는 루틴은 어떤 사람이든 한 차원 더 발전할 수 있게 해준다. 루틴을 해내는 사람이 항상 좋은 성과를 낼 수밖에 없다. 행정도 마찬가지다. 인천 동구에는 ‘하던 일’을 반복해 성과를 낸 분야가 있다. 구민들이 안심하고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게 하는 ‘교통안전’이다. 지난해 12월 도로교통공단이 발표한 기초자치단체별 교통안전지수에 따르면 인천 동구는 ‘구 그룹’에서 84.28점을 얻어 전국 1위를 기록했다. 게다가 2022년에 이어 2년 연속 전국 1위라는 초격차 성과를 냈다. 교통안전지수는 교통사고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전국 기초단체의 교통안전 수준을 평가하는 지표다. 교통안전 분야에서 동구는 전국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동구가 절차탁마(切磋琢磨)한 성과는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관내 교통사고는 2020년 153건에서 2021년 103건, 2022년 107건으로 43건(30%) 감소하며 중상·부상자가 크게 줄었다. 교통사고 사망자 역시 2020년 4명에서 2021년 3명, 2022년 0명으로 감소했다. 그리고 어린이보호구역 내 12세 이하 교통사고 부상자 역시 2020년 6명에서 2021년 1명, 2022년 0명으로 감소한 것도 2년 연속 교통 안전지수 1위 달성에 주효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 같은 성과는 민선 8기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교통사고가 잦은 위험지역을 분석해 시설물을 개선하고 교통안전 캠페인을 벌인 덕분이다. 동구는 ▲교통안전시설물 개선사업 ▲부모안심 어린이 통학로 조성 ▲어린이교통안전교육 ▲어린이보호구역 스마트 횡단보도 확충 ▲어린이 통학로 현장점검 태스크포스(TF) 운영 등을 추진했다. 다른 구와 사업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좀 더 집중한 부분은 어린이 안전에 관심이 많은 학부모들과 현장에서 함께 고민하고 개선하는 과정을 반복했다는 것이다. 녹색어머니회 등 시민단체, 경찰과 함께 관내 초등학교를 돌며 교통안전 캠페인을 펼쳤다. 또 학부모 의견 수렴을 거쳐 지난해에는 어린이보호구역 내 스마트 횡단보도를 확충했고, 올해는 초등학교 정문과 교차로에 차량 감속 시설 등을 설치해 교통사고 제로존을 조성할 계획이다. 동구는 내년 3년 연속 교통안전지수 1위에 도전한다. 필자는 직원들에게 무리한 혁신이나 보여 주기식 사업을 요구하지 않았다. 필자와 직원들이 검증된 교통안전 사업을 더욱 갈고 닦으면 될 일이다. 동구는 2024년 교통사고 발생 건수를 100건 이내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특히 어린이보호구역 12세 이하 어린이의 교통사고 발생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교통안전 사업은 민선 8기 100대 정책 과제이기도 하다. ‘초격차 교통안전도시 인천동구 조성’을 이뤄냈으니 동구 주민들이 더욱 안전한 생활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집중하려 한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겨울철 극심한 어깨 통증에 대해

최근에 외관상 우측 어깨가 올라오고 열감과 어깨의 심한 통증으로 내원한 남자 환자 검사를 진행했다. 이 남성은 어깨가 아파 운동으로 통증을 풀어보겠다고 무리하게 철봉 매달리기, 팔굽혀펴기 운동을 하고 난 후 더욱 통증을 느껴 내원했다고 한다. 초음파 검사 결과 우측 삼각극하 활액낭에 액체가 고여 염증이 발생한 것으로 진단할 수 있었다. 어깨 관절은 신경, 근육과 인대 사이의 얇은 공간인 활액낭, 근육, 짧은 뼈 사이를 잡아주는 인대, 근육을 뼈에 부착시키는 힘줄(건) 등으로 구성돼 있다. 검사를 진행하다보면 이렇게 복합적으로 구성된 어깨에서 통증이 유발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어깨 통증은 주로 붓거나 통증 부분에 열감이 있는 관절염을 비롯해, 나이 증가에 따른 퇴행성 질환, 격한 운동 및 노동에 의한 힘줄이 부분적으로 또는 전체가 찢어지는 질환, 낙상에 따른 인대 파열, 근육의 파열 때문에 생긴다. 또한 활액낭의 염증 또는 활액낭에 물이 차서 팽창되는 경우, 신경 손상이나 신경이 눌려 통증이 발생한다. 힘줄 파열 증상은 찢어진 부분이 아프고 물건을 들 수가 없거나 힘을 줄 수가 없다. 동결견이라 하는 오십견은 대부분 관절의 유착으로 발생하며 어깨 전체가 아프고 팔을 움직이기 힘들어 옷을 입거나 벗을 때 심한 통증을 느낀다. 이두박건염인 경우 어깨 앞쪽이 아프고 아픈 쪽으로 돌아누워 잘 때 통증이 더욱 심하다. 관절염의 경우 통증과 함께 소리가 난다. 인대 손상인 경우 어깨가 위로 튀어 올라오게 된다. 힘줄에 석회화가 된 석회화성 건염의 경우 움직일 때 아프고 잘 때 통증이 더욱 심해진다. 어깨 질환 진단에는 엑스레이 촬영, MRI 촬영, 초음파 검사법, 관절 내시경 등이 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엑스레이를 촬영하는 방법이지만 힘줄과 근육의 파열 진단에 한계가 있다. MRI 검사는 비용이 40∼50만원 정도로 비싸지만 힘줄, 인대 등의 손상된 질환을 비교적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 최근 대부분의 병원에서 쉽고 간단하게 시행되는 초음파 검사법은 가격이 저렴하며 즉시 진단 결과를 알 수 있는 장점을 가진다. 또한 초음파 검사를 하면서 통증 부위에 주사를 주입하는 시술은 정형외과에서 외래 진료로 입원을 하지 않고도 시행 가능하다. 관절 내시경 역시 어깨 통증 부분에 내부를 살펴 진단을 하고 수술을 바로 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근본적으로 어깨 치료는 물리치료 및 관절운동, 온열요법을 병행하며 통증부분에 약물을 주입하여 치료하고 통증을 경감시킨다. 힘줄에 석회화가 있는 경우 체외충격파로 석회화된 부분을 깨는 시술도 시행된다. 통증을 장기간 방치하는 경우 어깨 회전이 안되거나 팔을 올릴 수도 없고 앞뒤로 움직일 수 없게 되므로 꼭 조기 치료가 요구된다. 어깨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선 스트레칭과 근력강화가 동시에 수반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무엇보다 한 쪽 방향으로 팔을 많이 쓰는 등의 반복적인 동작을 피해야 한다. 통증이 있는 경우 가볍게 팔 운동을 하고 어느 정도 유연성이 확보되면 운동을 조금씩 늘려가야 한다. 자신의 일터에서 일을 시작하기 전 매일 가벼운 팔 운동, 맨손체조를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밤에 잘 때 어깨를 따뜻하게 하면 어깨 질환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시민 곁으로...문화성시 인천을 위한 제언

‘Who has seen the wind? Neither I nor you. But when the leaves hang trembling. The wind is passing through(누가 바람을 보았나요? 나도 당신도 보지 못했지요. 하지만 나뭇잎이 흔들릴 때 바람은 그 사이로 지나가요.)’ 대학생 때 접한 영시가 믄득 떠오르는 것은 바람의 분위기를 상상하는 데 더없이 좋은 묘사라고 기억하고 있어서다. 아울러 정책을 다루는 공무원 입장에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시민들의 행정수요를 나뭇잎이 흔들리는 순간처럼 잡아보고 싶은 까닭이기도 하다. 지난해 인천의 곳곳에서 많은 행사를 치르면서 시민들의 의견을 경청했지만 우연히 들른 A도서관의 모습은 생경했다. 주말인데도 중년의 많은 시민이 강의를 듣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많은 직장인이 도서관이 운영하는 ‘은퇴(준비)자 프로그램’을 수강하러 온 것이었다. 문화행정을 담당하는 공무원으로서 ‘나뭇잎이 흔들리는 순간’을 본 것이다. 700만명에 이르는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1955~1965년생)가 60대에 접어들었으며 인천시의 은퇴자 인구는 지난해 기준 55만명(전체 인구의 18%)으로 오는 2026년에는 57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A도서관에 늘어선 줄은 이 같은 데이터의 현장이다. 우리 시는 시민 가까운 곳에서부터 혁신을 시작하고자 한다. 지난해 은퇴(준비)자를 위한 프로그램은 공공도서관 29곳, 110개 운영(약 5%)에 불과했지만 금년에는 이를 40%로 확대(40곳, 150개 프로그램 운영)하고 고령사회대응 센터와 연계해 일자리·재능기부를 통한 사회 활동 지원사업을 마련한다. 공공도서관이 인구 문제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기능하기 위해 ‘공공도서관 혁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속도감 있게 추진할 예정이다. 아울러 시민과 예술인을 위한 공간으로 ‘인천 아트플랫폼 운영 혁신’을 추진한다. 기본적으로 더 많은 시민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전시를 추진하고 버스킹, 미디어월 운영, 레코드 플랫폼 등 시민들이 더 가까이 문화를 향유하기 위한 방안을 2월 중 다양한 계층의 공론화 과정을 거쳐 진행한다. 지난해 재외동포청을 개청해 1천만 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해 매력적인 문화자원으로 더 가까이 시민들에게 다가서고자 한다. 문화체육관광부 로컬100(지역문화매력 100선)에 선정된 ‘인천 펜타포트 음악축제’를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으로 격상하고 문화재청 선정 3년 연속 우수 사업인 ‘개항장 문화재 야행’, ‘인천형 아트페어’의 접근성을 제고할 것이다. 아울러 약 50명의 ‘시립소년소녀합창단’ 창단을 4월 중 매듭지을 예정이다. 그리고 민선 8기 핵심사업인 제물포 르네상스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원도심 지역의 문화재 관련 규제의 합리적 개선도 추진한다.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제도 도입 이후 20년 만에 녹지, 도시 외 지역의 문화재 규제 면적 37.3㎢(여의도 면적 13배)를 해제했고 후속 조치도 진행한다. 시대의 지성이었던 고 이어령 교수가 문화는 ‘우리 모든 생활의 총체’라고 정의했듯이 우리 사회의 총체인 시민들에게 모든 문화 인프라, 모든 문화 제도를 가까이, 더 가까이 두도록 노력하는 것이 우리 시의 소명(召命)이다. 특히 31년 만의 행정체제 개편에 맞춰 문화성시를 꿈꾸는 우리 시민들에게 문화주권을 환원하는 일이기도 하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박용만과 하와이 노동이민자들의 독립정신

21세기 동북아를 둘러싼 중국 등 주변국의 행태를 보면서 20세기 초 한민족이 겪었던 갖가지 일 중 하와이 노동 이민자와 박용만의 독립운동을 뒤돌아보게 됐다. 먹고사는 게 힘들어 하와이로 노동이민을 갔던 동포들은 고국의 독립을 위해 하와이에 무장 독립군 양성을 목적으로 박용만을 필두로 한인소년병학교를 설치했다. 박용만은 1881년 강원 철원에서 태어났다. 성품이 곧고 성실한 가운데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올곧은 사람이었다. 그는 일본의 만행에 주저하지 않았다. 1904년 일본이 조선에 황무지 개간권을 요구하자 박용만은 항일단체 보안회가 주도 반대하는 운동에 적극 참여했다. 그 사건으로 일본 경찰에 잡혀 한성감옥에 투옥되기도 했다. 그는 옥중에서 이승만을 알게 됐으며 출소 후 각각 미국으로 갔다. 1909년 네브래스카 커리농장에서 일하면서 무장 독립군 양성을 위해 한인소년병학교를 설치하고 항일운동의 요체로 군대 양성을 통한 개병주의를 실행했다. 이후 대조선 국민군단을 설립·지도하는 등 무장투쟁운동을 펼쳤다. 그는 미국에서 조선인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스스로 다스리고 다스림을 받는 기관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가정부(假政府·Shadow Government)를 선포해 해외 조선인의 최고기관으로 했다. 대한인국민회에 사법부와 입법부를 두고 입법부에는 참의원과 대의원을 뒀다. 의원들은 총회에서 선출했다. 입법부가 대한인국민회 법률을 제정한 그 중심에 박용만이 있었다. 재정은 개납제로 성금을 내도록 했다. 또 그는 해외 자치정부인 가정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적 대의제도와 자치제도, 경찰권을 위임받아 행사하는 최소한의 사법제도를 도입해 하나의 작은 정부를 구상했다. 하지만 이승만은 박용만의 가정부를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반기를 들었다. 이승만은 ‘조선인이 미국에 사는 이상 미국에 충성을 해야 한다. 미국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여기며 박용만이 주장하는 가정부 또는 무형정부 같은 자치제도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한 것이다. 당시 일본 정부는 조선독립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사찰하는 외교문서, 또는 조선 내외 모든 언론에서 상하이임시정부만을 가정부로 인정했을 뿐 박용만의 가정부는 인정하지 않았다.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 하와이 노동이민자들이 펼친 조선독립운동은 독립운동 유공자들 못지않게 훌륭했음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겨울이 지나면 선거의 계절이다. 정치인들은 박용만의 애국정신을 되새기고 배워야 한다. 무엇이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것인지를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들 역시 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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