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사안은 신고, 상담, 목격, 인지 등 여러 방식으로 학교 측에 접수되고 그 즉시 학교장 보고, 보호자 통보로 이어진다. 또 피해 학생의 의사에 따라 가해자, 피해학생 우선 분리 조치가 가능하다. 모든 사안은 48시간 내에 교육지원청에 보고된다. 그 후 ‘학교폭력 전담기구’가 심의해 학교장 자체 해결 요건인지, 학교폭력 대책 심의위원회 개최 요청 사안인지 심의하게 된다(학교폭력예방법 제14조).
학교장 자체 해결이 가능한 사안이란 첫째 2주 이상의 진단서 미제출, 둘째 재산상의 피해 복구, 셋째 지속성 없음, 넷째 보복행위가 아닌 경우에 해당돼야 한다. 설사 학교장 자체 해결 요건이 충족됐더라도 피해학생 측에서 자체 해결에 동의하지 않으면 반드시 학폭심의위원회를 개최하게 된다. 이러한 절차가 있음에도 학폭은 심각한 사회문제화 됐다. 이렇다 보니 “학교에서 학생 분쟁 시 가해⸱피해학생 양쪽으로부터 휘말리지 말고 무조건 경찰에 넘기는 게 현명합니다.” 필자가 현직에 있을 때 검찰청의 어느 지청장이 학교장 특강에서 한 말이다.
이천의 한 중학교 교장은 “학생 간 분쟁 시 이전에는 어떻게든 가해⸱피해학생에게 질책과 이해를 통해 교육적으로 해결했는데 지금은 무조건 경찰로 이첩되다 보니 시골에서 어린 나이에 전과기록만 양산되는 것이 과연 교육적인가. 교육자로서 자괴감이 든다”고 했다.
학교폭력은 학생들의 심리⸱정서적 고통으로 스트레스와 불안감, 우울감 등을 경험하며 이로 인해 학업성취도 및 학습태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뿐만 아니라 학교의 안전한 학습환경을 위협하며 피해학생의 등교 거부 및 집중력 저하 등이 발생한다. 더 나아가 학교폭력은 더 큰 범죄 발생으로 이어지는 원인(原因)과 원인(遠因)이 될 수도 있다. 2022년 학교폭력 유형을 보면 언어폭력(41.8%), 신체폭력(14.6%), 집단따돌림(13.3%) 순으로 조사됐다(교육부).
이를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예방교육, 교사와 학부모의 협력, 학교 내부의 감시 및 대응 시스템 강화 등 다양한 지원체제 구축이 필요하다.
또 학생들의 신고제도 강화, 법적인 제재 강화, 건강한 학교문화 조성 등이 요구된다. 하지만 학교폭력은 사춘기의 성장통이다. 청소년들은 분출되는 에너지를 주체 못해 서로 부딪쳐 갈등하는 게 일상이다. 이러한 일련의 사회화 과정을 통해 성숙해지고 건강한 인성 및 가치관이 형성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교육은 표면적 교육과정 못지않게 잠재적 교육과정이 중요하고 교과교육과정보다 창의⸱체험활동이 중요하다. 표면적 교육과정이 지적활동이라면 잠재적 교육과정은 비지적 정의적 영역으로 학생의 인성 형성과 관련이 높다. 또 창의⸱체험활동은 자율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 영역으로 이 또한 학생들의 인성 형성 및 사회화 과정에 매우 중요하다.
이처럼 양자의 관계는 상보적, 병립적, 표리적 관계에 있다. 중요한 것은 교육과정 운영의 핵심적 주체는 교사이며 개발과 운용의 최종적 주체자도 교사다. 교사는 기존의 지식을 단순히 전달하는 전달자가 아니라 자신의 철학과 정신이 깃든 그릇에 지식을 담아 가르친다. 그 그릇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 가르침이 달랐으며, 그릇의 질에 따라 그 속에 담긴 지식의 내용과 질량 질료도 달라진다. 따라서 그릇은 교사의 철학과 교육관에 의해 다듬어지고 정련(精鍊)된다. 무릇 교사들은 교직의 본질 속에 윤리성, 전문성, 공공성, 노동성의 속성이 응축돼 있다.
한데 한국교육개발원 조사에 따르면 학부모 3명 중 1명이 교사 신뢰 못 한다. 교사 신뢰도 5점 만점에 2.78점, 초중고 학부모의 97.8%가 사교육을 시킨다. 교사자격증은 없지만 현장 경험이 있는 전문가를 교사로 초빙하는 방안에 대해 56.1%가 찬성했다(2019년).
학생과 학부모들의 높아진 권리의식은 교사 불신이라는 역기능으로 표출되고 있다. 공신력 있는 교육부 산하기관의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를 일선 교사들은 교직문화의 상수(常數)로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원점으로 돌아가 보자.
교사들은 학교폭력을 사법이 아닌 교육적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프로페셔널한 전문직이다. 그들은 ‘용의 씨는 골고루 뿌려진다’는 가설을 100% 믿는 직군이기에 가능하다. 단, 교사의 권위와 존경 풍토가 선행적으로 조성될 때 그 시기는 앞당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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