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의 위대함

강원도 속초에 볼 일이 있어 며칠 전 다녀왔다. 급한 일이 아니라 고속도로를 이용하지 않고 국도로 갈 예정으로 출발했다. 나는 특별한 일이 아니면 언제나 고속도로 보다는 국도를 이용하는 편이다. 자연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어서 좋고, 가다가 경치가 좋은 곳을 발견하면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여유와 허기가 질 경우 그 고장 고유의 맛집을 찾아 입을 즐겁게 할 수 있어서 이다. 지금의 국도는 예전과 달라 신작로가 시원히 뚫려 막힘이 없는 편이고, 시간상으로도 그다지 차이가 나질 않기 때문에 국도를 이용하는 것도 좋을 듯싶다. 경기도 광주를 거쳐 곤지암과 양평, 홍천에 거의 다다랐을 때 허기가 져 한 음식점을 찾았다.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어디서 나왔는지 한 남자가 쏜살같이 나타나 목례와 함께 목청껏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맛있게 드시고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하며 반갑게 인사를 하는 것이 아닌가. 순간적으로 유명하고 규모가 큰 음식점의 서비스로 착각할 정도였다. 잠시 놀란 서비스를 뒤로 하고 음식점에 들어갔다. 음식점의 서비스를 평가할 때 세 가지 구성요소로 평가할 수 있는데 첫째, 인적 서비스로 종사원이 고객을 맞이하는 자세, 인사와 표정, 차림세(유니폼), 눈높이, 서빙 방법 등이며 둘째, 물적 서비스로 음식점의 전반적인 시설 구조로서 음식의 맛, 식자재 재료, 음식점별 분위기(한식, 중식, 일식, 양식 기타 등등), 테이블 및 식자재 도구(밥, 반찬의 그릇, 수저, 젓가락 등)의 적절한 소재와 청결함 등이며 셋째, 시스템적 서비스로 고객이 음식점을 이용할 때 얼마만큼 고객이 이용하기에 편리한 구조로 구성되었는지 즉, 고객 중심적인 구조로 되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나는 언제나 음식점의 서비스를 평가하지는 않는다. 사례와 같이 기대하지 않았던 서비스를 받았을 때 습관적으로 ‘다른 부분의 서비스는 어떨까’ 하는 몸에 밴 전공 의식으로 자세히 둘러보는 버릇이 있다.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계산하고 나오면서 주인에게 이런 부분을 이렇게 수정하면 더욱 좋겠다고 살짝 귀띔하곤 했다. 그렇다고 아무 식당이나 불쑥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고 전반적으로 고객중심적인 식당으로서 조금의 부족한 부분이 있을 경우 아쉬운 마음으로 어쩌다 이야기 할 뿐이다. 이번에 방문한 음식점의 평가는 그다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왜냐하면 너무나 고객 중심적으로 잘 갖추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음식점의 서비스 품질을 평가하는 모든 부분이 너무나도 완벽했다. 몇 가지 언급하자면, 음식점 입구의 인적 서비스와 분위기 또한 들어가는 입구에 손을 닦을 수 있는 작은 세면대와 일회용 위생 타월, 원산지 표기(의무사항이지만 고기뿐만 아니라 식자재 포함), 종사원들의 친절함, 종사원들의 유니폼, 더욱 친절한 주인, 주방의 청결함, 일반 음식점과 동일한 가격 등등이다. 내가 살아오면서 이같이 완벽에 가까운 식당은 근래 처음이었다. 너무 즐거운 식사, 아니 만찬을 마치고 즐거운 마음으로 속초와 강릉의 볼 일을 보고 강릉에서 국도를 이용해 원주 쪽으로 출발, 집으로 돌아올 예정이었으나 그 음식점의 서비스를 못 잊어 다시 방문할 요량으로 일부러 속초방향으로 운전대를 돌렸다. 감동적인 서비스란 이같이 고객의 마음 아니 사람의 원초적인 마음까지도 움직이게 하는 힘이 있는 것이다.

경기불황 속의 브랜드 가치

우리경제의 어려움이 심각한 상태이다. 고유가와 물가상승 그리고 이에 따른 소비위축이 경기불황과 인플레가 함께 가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태에 진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같은 어려움을 딛고 상당기간이 지나면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심리 마저 없어져 부동산시장과 금융시장 역시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와 같이 터널 끝이 안 보이는 한국경제의 어려움은 역시 글로벌 세계경제의 요인으로부터 온 것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달러가치의 하락, 고유가, 국제 원자재 값 폭등, 나아가 모기지 사태로 인한 미국금융시장의 신용경색 사태 등이 대외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수입단가의 상승으로 인한 무역수지 적자가 상반기동안 이어졌지만 수출이 견고한 신장을 유지하고 있음은 다행스런 일이다. 역시 개방시대의 글로벌 환경 속에서 한국경제가 어려움을 딛고 회복하여 성장할 수 있는 길은 수출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물론 국내적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효율적인 경제정책이 동시에 수반되어야 함이 전제되어야 한다. 수출신장을 위한 기업이나 국가의 전략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수립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 환경이 나쁜 상황에서 모색 되어야 할 기본적인 글로벌 경영전략은 역시 기업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마케팅 전략이다. 글로벌경영의 특징은 전 세계가 하나의 시장이라는 것이다. 기업의 생산과 경영이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이동하는 국제화 단계를 뛰어넘어 국경을 무시한 글로벌화된 환경 속에서 경영활동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기업들은 글로벌 환경의 무한경쟁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국경을 초월하여 세계시장의 고객들의 뇌리에 각인시킬 만한 브랜드를 창출하고 육성시킬수만 있다면 그 기업은 성공을 위한 경쟁력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미국의 구글, 코카콜라, 마이크로소프트, 나이키, 핀란드의 노키아, 독일의 메르세데스, 일본의 도요타, 소니, 네덜란드의 필립스, 프랑스의 샤넬, 입셍로랑, 한국의 삼성 등은 세계적으로 성공한 좋은 사례이다. 이와 같이 성공한 브랜드는 불황에 흔들리지 않는다. 이 명품브랜드의 고객들은 값을 따지지 않고 필요할 때 물건을 살 수 있는 구매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백화점에서의 매출액이 경기침체로 30%이상 줄어든 반면 이들 백화점의 명품코너의 매출은 오히려 30%이상 늘어나고 있는 현상이 이를 단적으로 증명해주고 있다. 이들 브랜드의 가치는 실로 엄청나다. 세계 1위 브랜드인 구글의 브랜드 가치는 900억 달러, 코카콜라가 800억 달러를 상회하고 11위인 토요다는 230억 달러에 이르고 있으며 우리나라 삼성의 브랜드가치도 120억 달러에 이른다. 이렇듯 브랜드의 힘을 키우는 것이 기업자체의 경쟁력을 키우고 기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빠른 길이다. 세계시장의 소비자들은 경기의 호황과 불황에 관계없이 리딩브랜드를 선택하는 소비행동 패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가치를 올리는 기본적인 경영전략이 글로벌 경제 환경 속에서 어려움을 맞고 있는 한국기업과 한국경제가 경기침체를 딛고 일어설 수 있는 중요한 길이다. 최상래 한국 물류학회 명예회장 경기대 무역학과 교수

초고유가 시대의 상념

여러 해 전 겨울 미국의 워싱톤DC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그해 겨울 미국 동부엔 몇 십 년만의 혹한이 찾아와 기온이 연일 영하 20도를 밑돌고 있었다. 그러나 일단 숙소에 들어가기만 하면 바깥 날씨가 어떤지를 전혀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난방이 잘 되어 있었다. 또한 당시 필자가 머물던 숙소의 창 너머에는 고층빌딩들이 즐비했는데 대부분이 회사 사무실이었다. 그런데 필자가 놀랐던 것은 그 숙소에 머물던 열흘 가량 동안 빌딩 사무실의 전등이 꺼진 적이 없었던 점이다. 낮이든 밤이든 사람들이 있든 없든 늘 전등이 켜져 있었던 것이다. 모르긴 해도 그 건물의 어느 누구도 전깃불을 켜고 끄는 일에는 전혀 무심한 것 같아 보였다. 전반적으로 미국 사람들은 에너지를 그야말로 물 쓰듯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몸이 편리하긴 했지만 왠지 마음 한구석은 불편했던 경험이었다. 이번에는 몇 해 전 여름에 독일 베를린을 방문했을 때의 경험이다. 필자가 방문했던 당시 유럽은 유래 없는 폭염에 휩싸여 있었다. 더위로 인해 유럽의 노약자 사망자 수가 연일 기록을 갱신해 가고 있었다. 그때 필자가 택시를 탔는데 택시에는 에어컨이 없었고 차창들을 모두 열고 다니고 있었다. 택시뿐 아니었다. 호텔방, 버스, 전철 어디를 가도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독일 같은 선진국에서 왜 에어컨을 사용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생겨 독일인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그의 대답인즉 그 해의 더위는 극히 이례적인 더위일 뿐 예년에는 그렇게까지 덥지는 않아 에어컨 없이도 견딜만하다고 하였다. 그래도 더운 날이 있을 것 아니냐고 재차 물었더니 일 년 중 그 며칠을 위해 에어컨을 설치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때는 몸이 덥긴 했지만 마음은 오히려 편했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배럴당 50달러에도 못 미치던 유가가 140달러를 넘었을뿐만 아니라 연일 천정부지로 치솟아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는 소식에 마음이 가위눌릴 지경이다. 트럭 운전자들의 파업 사태에 이어 농어민들이 한탄하는 뉴스를 보며 기름이 우리네 일상 삶에 얼마나 깊숙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지를 새삼 느낀다. 70, 80년대 무척이나 더웠던 여름. 우리는 등목, 손부채, 선풍기 그리고 수박화채나 미숫가루로 거뜬히 여름을 견뎌왔다. 또한 몹시도 매운 겨울추위는 내복과 두툼한 오리털 파커로 맞섰다. 그러다가 소득 증대와 기술 발전의 덕분으로 우리네 삶은 편리함과 쾌적함을 향해 마냥 나아갔다. 손부채로 족할 더위는 에어컨으로 맞서고, 내복만으로 해결할 추위는 보일러로 해결하게 되었다. 과거 능히 걸을 만한 거리이건만 지금은 차 없으면 엄두도 못 내게 되었다. 그러고서는 운동부족을 이유로 런닝머신 위에서 땀 흘리며 뛰고 있다. 이런 모습들이 초고유가 시대에 문득 발견케 되는 우리 사회의 자화상 아닐까. 나이 들어 갈수록, 먹고 싶은 대로 다 먹을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만큼만 먹어야 하고, 육신의 편안함만 추구할 것이 아니라 몸을 부려 움직일 만큼은 움직이는 것이 이른바 ‘웰빙’이요 참살이라는 사실을 깨달아 간다. 이것이 어디 한 개인으로서의 삶의 방식에만 국한되는 말일까. 초고유가 시대를 맞아 무분별하게 비둔해진 우리 사회 전반적인 삶의 방식 속에 있는 군살들을 빼내기 위해 우리 모두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기가 아닌가 생각된다.

미분양 아파트 대책을 보며

국민의 희망과 기대를 안고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5개월이 지나고 있다. 경제 대통령이라는 별칭과 함께 최고 건설회사의 전문경영인 출신이란 이미지 때문인지 주택을 비롯한 부동산시장도 지난 정부보다는 상황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했었다. 각각의 이해관계자들은 대통령의 경력과 경험상 나름대로 기대섞인 전망을 해보았다. 그러나 부동산과 관련 피부에 와닿는 주요 이슈들은 아직 나타나지 않은 것 같다. 747공약으로 표현된 대통령의 선거공약 중에서 부동산과 관련된 것은 종합부동산세 적용기준 상향 조정 검토를 비롯 양도세 관련 세제, 대출규제 완화, 분양가 상한제 조정, 도심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등이 있었다. 대통령 인수위에선 공급 확대로 집값 안정, 재건축·재개발 지역의 용적률 일괄 완화, 서민층 주거안정 도모, 세율 조정, 대운하 개발 등이 있었다. 그러나 현재까지 발표된 대책 중에서 당장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은 미분양 아파트 해소책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 미분양 아파트를 해결해 건설사들의 숨통을 좀 터주자는 의도인 것 같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과연 실효가 있을까 하는 의견들이 다수로 파악된다. 대출규제 완화, 취등록세 인하, 매입 임대주택 범위 확대 등이 대책의 골자다. 과거 정부와 다른 점이 무엇 하나 보이지 않는다. 이번 대책에서 짚어보아야 할 부분은 크게 주택시장과 금융시장 두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지방 주택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보면 이미 공급초과 현상이 발생한 것이 수년 전이다. 그러나 시행사, 건설사, 금융기관들은 지역 상황을 무시하고 물량확보에 치중했고, 경쟁적인 상황에서 토지가격이 상승해 분양가도 동반 상승할 수 밖에 없었다. 따라서 이를 무시하고 공급에 열중한 시행사나 건설사를 정부가 원칙을 변경하면서까지 보호해야 하는가. 시장원리에 따라 해결해야 가격안정에 도움이 되지, 투자자나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는 대책은 오히려 도덕적 해이만 불러올 수 있다. 미분양 사태의 일차적 책임은 사업자와 인허가권자에게 있다. 이 부분을 분명히 짚지 않는다면 설사 일시적인 해결이 되더라도 다음 단계에서 가격의 왜곡, 부실 자산의 이전 등 부작용이 예상된다. 문제의 핵심은 과다공급과 고분양가이다. 정말 시장 안정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균형잡힌 대책을 갖고 현재의 고통을 과감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두 번째는 금융시장의 문제이다. 당분간 우리 경제는 어려움을 겪을 것을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다. 더욱이 물가안정을 위해 금리를 올린다는 분위기로, 즉 대출의 문제이다. 주택 매매에는 대출이 수반될 수 밖에 없는데, 과연 금리 상승시기에 소비자들이 주택을 매입하기가 용이할까. 대출금리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이자 부담은 가중될 것이다. 아직까지 금융시장은 장기주택자금 대출을 위한 자금조달시장이 탄탄하지 못하고, 경기도 매우 불투명한 실정에서 추가 주택가격 하락이 예상되는 지방 시장에 얼마만큼 도움이 되겠는가. 부동산시장을 살리기 위해 정책 입안자들은 먼저 국민들에게 시장 안정화의 명확한 정의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가격 문제만으로 시장의 안정을 판단하거나, 건설사들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것이라면 실효성에 의문이 가는 대책들만 나올 것이다. 시장은 필요한 것을 잘 알고 있고 그에 따라 움직인다. 꼭 시장을 살리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파격적인 정책이 필요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산행의 즐거움

나는 산행을 아주 즐기는 편이다. 그래서 가까운 친구나 지인(知人)들과 일주일에 한번은 산에 오른다. 산을 자주 찾는다고 해서 전문 산악인이나 산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단지 더운 요즘에 시원한 그늘을 벗 삼아 땀 흘리면서 운동을 즐기기 위해 산행을 하는 것이다. 산에 오르면 약 3시간 정도 산을 타는데 집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코스만을 고집하는 편이다. 일반적으로 산을 좋아하는 분들은 우리나라 방방곡곡에 산재해 있는 유명하거나 가 볼만한 산들을 찾아 산행을 즐기지만, 나는 단지 자연이 주신 시원한 그늘과 동행하는 동료들과의 진솔한 대화가 즐겁고 땀 흘렸다가 내려오면서 시원한 막걸리 한 잔이 그리워 산을 찾는 것이다. 내 친구들 중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어려운 경제상황 때문에 사업을 하다 잠시 휴식을 취하거나 회사에서 명퇴를 한 친구들이 부쩍 늘어 안타깝지만, 한 명 두 명에서 서너 해가 지나가다 보니 다섯 여섯 명으로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산행 중의 나누는 대화는 대부분이 과거의 사업이나 직장생활이 주이며, 대화의 주제도 우리나라의 현재 처해 있는 사회, 문화, 정치, 경제를 망라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경제가 제일 으뜸이고, 다음은 정치 순이었다. 당연히 경제 부분은 개인적으로 사업이나 직장생활을 영위하는데 있어서 제일 중요한 관심대상이기 때문이며, 또한 국가적으로는 요즘 세간에 떠들썩한 한미(韓美)간의 FTA로 인한 쇠고기 수입 논란과 기름값 폭등으로 인한 고유가시대의 각종 공과금(公課金)과 소비재 인상, 화물연대 파업, 유사한 업종들의 추가 파업 등등 우리네 살림살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대화 중에서 더욱 우리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는 것은 바로 전(前) 정권(政權)보다 당연히 현(現) 정권(政權)이 경제적 상황을 긍정적으로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직까지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이와 같이 유사한 이야기들이 요즘 친구들 또는 선·후배, 동료들과의 대화의 주제가 아닌가 싶다. 그렇지만 우리들은 현 사회에 기대하는 부분의 시간이 아직은 짧은 것이라는 마음의 위안과 함께 기다림의 미학(美學)으로 좀 더 시간을 가지고 기대해 본다. 날씨는 점점 여름 장마를 기다린 양 불쾌지수가 올라 갈 정도로 후텁지근하다. 올해의 장마는 별 탈 없이 지나갔으면 좋겠다. 아니 제발 조용히 지나가기를 빌 뿐이다. 그나마 힘든 경제적 현실에 자연마저 우리를 힘들게 하면 우리는 어쩌란 말이냐! 그리운 친구들을 자주 못 만나도 좋으니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할 수 있게 제발 빨리 경제의 장마가 회복되어 서민들이 다리 쭉 뻗고 쉴 수 있는 날이 어서 오기를 바랄뿐이다. 그리운 친구들아! 지금의 경제만을 탓하지는 않지만, 우리가 지금보다 좀 더 준비하고 기운을 차려서 사업 및 취업을 하여 경제가 회복될 수 있도록 모두들 사회의 일원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자꾸나. 사회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보다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어떤 문제를 피하기보다는 부딪쳐서 해결하려는 긍정적인 생각이 절실히 요구된다 하겠다.

과연 스태그플레이션 인가

지금 우리경제는 경기둔화가 계속되는 가운데 물가가 급등하고 있다. 다시 말하여 경기침체와 인플레가 겹친 스태그플레이션의 위험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은 사태에 이르게 한 최대요인은 역시 세계적인 고유가이다. 현재 배럴당 130달러인 유가는 200달러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원유 값이 급등하는 이유는 우선 인도, 중국 등 신흥 개발국들의 경제성장으로 인한 수요급등에 공급이 미치지 못함에 있다. 달러가치의 하락으로 인한 원유와 원자재 등으로 국제 자금이 몰려드는 것도 또 하나의 요인이다. 한국은 석유의존도가 높은 세계 5위 에너지 수입국이다. 2007년에 495억 달러의 석유류 순수입을 한 한국경제는 역시 원유 값의 급등에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원유가 급등은 물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소비를 위축시키며 투자와 생산을 감소시킨다. 원유 값이 10%오르면 경제성장률이 0.35%P 떨어지며 소비자물가가 0.23%P 오르는 분석이 말해주듯 원유가 급등은 한국경제에 큰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이로 인해 소비자물가는 위험수위인 5%대에 육박하고 있으며 생산자물가는 11%대를 넘어섰다. 여기에 우리 경제성장률을 보면 새 정부가 7%성장목표로 출범하였지만 금년도 경제성장률이 4%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관계기관의 예측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금년 들어 경상수지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가 하면 내수경기는 상당히 위축되어 있다. 나아가 촛불시위, 화물연대 파업 등 사회적 혼란으로 인하여 경제심리 역시 바닥을 치고 있는 실정이다. 하반기 수출전망도 그렇게 밝지만은 않은 상태이다. 이와 같이 원유값 급등이 이끄는 국제원자재 값 인상이 우리나라 물가상승에 불을 지피고 이로 인하여 국민들의 지갑이 닫히게 되어 소비위축을 불러오며 이는 경기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즉 경기 침체 속에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상태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이 오면 그 고통은 말할 수 없이 클 것이다. 이 고통을 이겨내는 대처방안은 없는 것일까? 침체되는 경기도 회복시켜야하고 물가도 안정시켜야하니 효과적인 정책을 내놓는 것이 어려운 것이다. 새 정부 경제정책의 딜레마도 여기에 있다. 국제적으로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원유 및 국제원자재 값이 하향 안정되기를 바라면서 국내적으로는 물가 안정에 정책의 우선을 두어야 한다.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대체에너지 개발 등 에너지 자주개발률을 높이고, 나아가 유류세 인하를 통한 국내 기름값의 안정을 도모함도 필요 할 것이다. 또한 공공지출의 절감을 통해 공공자금의 공급을 줄이며, 금리와 환율은 물가를 자극하지 않도록 안정시켜야 한다. 금리를 올려 물가를 잡고 환율을 올려 수출을 늘리려는 인위적인 정책은 배제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물가안정을 위한 여러 가지 정책들로 위험수위의 물가를 잡도록 하되 역시 경기침체를 극복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제한적인 경기부양책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적정한 감세와 확실한 규제개혁을 통해 물가급등으로 인한 고통을 견뎌가는 기업과 국민들에게 성장잠재력을 키워주어 투자와 생산을 늘리고 고용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이로써 우리 모두가 고통의 터널을 지나 경제 회복의 내일을 기대할 수 있도록 희망을 주어야 한다.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을 높여라

요즈음 한국경제가 참으로 어려운 국면이다. 물가는 오르고 성장률은 떨어지고 취업은 어렵고 장사는 안 된다. 이러한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부문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리나라는 서비스 부문에서 200억 달러가 넘는 적자를 내고 있다. 따라서 이 적자가 개선되면 한국경제에 큰 도움이 된다. 수출에서 서비스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미국이 30%, OECD 평균이 23%인데 비해 한국은 그 절반 수준인 14%에 불과하다. 달리 말하면 그만큼 개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이다. 우리나라를 IT 강국이라고 하지만 IT제조업에 국한된 이야기이고, IT서비스 산업은 낙후되어 있다. IT제조 부문이 2006년에 400억 달러 이상의 흑자를 보인 반면, IT서비스는 80억 달러 정도 적자를 기록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한국 IT서비스 산업의 생산성이 IT제조업 부문의 40%에 불과한 반면, 일본은 91%여서 우리 서비스의 수준이 상대적으로도 매우 낮은 상태이다. 따라서 서비스 부문의 경쟁력을 제고시켜야 국제수지도 개선 되고 한국경제에 도움이 될 것임은 자명하다. 한국의 서비스시장은 아직도 개방의 길이 먼 편이다. 특히 법률, 교육, 보건·의료, 문화·오락·스포츠, 에너지 서비스 분야 등이 정책적 민감성을 이유로 아직 개방이 안 된 상태이다. 서비스 산업은 선별적인 개방 정책들로는 효과가 적고, 외국 서비스 업체를 국내에 들어오게 하여 같이 일하면서 배우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또한 서비스의 특성상 외국업체가 기술을 주지 않기 위해 감출 수도 없기 때문에 금방 배우기 쉽다. 결국 한국 서비스 산업 경쟁력 제고의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길은 더 많은 개방을 통해 보면서 배우는 것이다.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 제고는 부수적인 이익을 가져 온다. 종래에는 제조업이 입지한 곳에 회계, 법무 등 서비스업이 따라갔으나, 지금은 서비스 산업이 발달된 곳에 제조업이 진출하게 된다. 따라서 서비스산업이 발달하지 못하게 되니까 외국인 제조업 투자는 줄고 오히려 한국 제조업마저도 외국에 나가게 될 확률만 높아지는 것이다. 서비스 산업 분야의 한 주요 분야가 유통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의 유통산업은 비교적 경쟁력을 잘 갖추고 있어 다행이다. 다만 서비스업의 경우 수요의 지속 기간이 매우 짧고, 재고라는 개념이 없어서 적시에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손실과 직결되기 때문에 최근 많은 기업들이 보다 정확하고 과학적인 수요 예측 시스템의 개발과 도입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붓고 있는 것을 참고로 했으면 한다. 수요의 변동이 심한 경우에 정확한 수요 예측을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특히 고객들의 니즈가 다양하고 동질성을 찾기가 쉽지 않은 서비스 산업의 경우는 더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경우 기업들은 예측 시스템이 제공하는 숫자에 100% 의존해 미래의 수요 변화에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것보다는 미래 수요를 스스로 적극적으로 창출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서비스 기간이 겨울에 제한되는 스키장의 경우, 여름 비수기에는 가족 단위 고객의 휴양시설로 용도를 변경하여 여름철 수요를 창출할 수 있고 온라인 비즈니스 기업이 유명 온라인 사이트와 제휴해 이들 사이트 방문자들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사이트를 방문할 수 있도록 유도함으로써 고객층을 확대시켜 나가는 것도 창조적 수요 관리의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따라서 한국 경제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한국의 서비스 시장을 개방하여 경쟁력을 제고시키는 정공법적인 전략이 유효해 보인다. 단기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큰 활력소가 될 시장 개방에 미온적인 태도는 우리 경제 발전에 오히려 손해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올바른 소통을 꿈꾸며

한 지상파 방송의 개그 프로그램 중 지독한 소통단절을 겪는 어느 가정의 모습을 희화화한 ‘대화가 필요해’라는 코너가 오랫동안 사랑을 받고 있다. 가부장적 권위를 내세우는 아버지가 어머니나 아들의 말 한마디를 듣고 섣불리 속단하여 야단을 친다. 그러나 실상을 파헤치다 보면 결국 아버지의 허물 때문임이 드러나게 된다. 곤란에 빠진 아버지는 그냥 “밥 먹자”라는 말로 눙쳐버린다. 최근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 문제 및 그에 따른 촛불문화제를 대하는 정부당국의 모습을 보면 개그 코너에서의 어설픈 아버지의 모습이 연상된다. 국민의 마음을 충분히 헤아리지 않은 채 섣불리 미국과의 협상을 해치우고 와서는 그것에 대해 항의하는 국민들의 소리 듣기를 불편해하였다. 수많은 사람들의 외침을 듣지 않고 적당히 눙치려 하는 정부에 대해 국민들의 분노는 마침내 폭발하고 만 것이다. 개그 프로그램에서 아들과 소통하지 못한 아버지의 억지는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불러일으키지만, 국민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한 정부의 억지는 뭇 사람들의 마음에 불을 지르고 말았다. 올바른 소통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국가든, 회사든, 가정이든 구성원 사이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소위 지위가 높고 힘 있는 사람들의 자세가 달라져야 할 것이다. 자기 말을 많이 하기 보다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담긴 생각을 길어내기 위해 귀를 열어야 한다. 자기 뜻을 드러내는 데에만 익숙하고, 어느 자리에서든 자기가 하고 싶은 말하기에만 골몰한 상사라면 아랫사람과의 진정한 소통은 이루어지기 어려운 법이다. 말로만 소통을 외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소통의 여건을 만드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새 학기가 되면 교수들은 지도하는 학생들과 면담을 한다. 그 때마다 지도교수란 학생들의 대학생활과 인생에 있어서 좋은 선배요, 친구요, 상담자이니 필요할 때 주저하지 말고 교수방의 문을 두드리라고 당부한다. 그러나 그 말을 듣고 상담을 위해 연구실 문을 두드리는 학생은 거의 없다. 따라서 진정 학생들과의 소통을 원하는 교수들은 학생이 찾아오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직접 학생을 찾아 나선다. 특별한 일이 없어도 학생들을 부르고, 함께 식사도 하고, 차도 마시고, 각종 학생활동에 동참한다. 교수가 진정으로 학생에게 마음을 열면 학생은 시나브로 마음을 열게 된다. 교수와 학생 관계라면 학생이 아닌 교수가 소통을 위한 주도권을 쥐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지위가 높아지고 힘을 더 가진 사람일수록 귀를 열고 들으려 하기보다 자기주장만 내세우려 하지 않나 싶어 우려하게 된다. 얼마 전 어느 기관의 자문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 거기서도 이런 일이 벌어졌다. 열 명 가까운 각계 전문가들을 불러서 자문을 구하는 모임이었는데, 실제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 시간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았고 많은 시간은 그 기관의 장이 나와 이야기하는 시간이 되고 말았다. 어렵사리 전문가들을 불렀으면 그들의 고견을 한마디라도 더 들으려 해야 마땅한 것일 텐데…. 저렇게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그 분은 과연 아래 직원들이나 일반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하는 싶어 딱한 마음이 들었다. 21세기의 민주사회에서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필수적인 자질로 올바른 소통능력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과거 권위주의 때처럼 힘으로 군림하려 하고, 들으려 하기보다는 자기주장을 내세우려 한다면 소통은 난망하다. 힘 있는 사람, 높은 사람이 주도권을 쥐고 마음을 열고 귀를 열어야 한다. 시민보다는 권력자가 먼저, 부하보다는 상사가 먼저, 학생보다는 선생님이 먼저, 자녀보다는 부모가 먼저 귀를 열고 들으려 하고, 소통을 위한 여건을 만들어가야 한다. 박진우 수원대학교 정보통계학과 교수

지식경제시대의 정책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이례적일 정도로 하락하여 불과 취임 100일째는 19%대에 까지 왔다. 이는 전임 대통령의 최저치에 근접하는 수치로서, 단시간의 하락으로는 신기록이 아닐까 싶다. 쇠고기 수입문제로 표출된 국민들의 저항은 절대로 이 문제에 국한된 표현이 아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취임 후 100일간에 어떤 실적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것이다. 그리고 국민들도 차선의 선택이기는 하지만 기대가 컸기에 지지도로 표현되는 실망도 클 수 있다. 외부경제상황은 이미 취임하기 훨씬 전부터 악화일로를 걷고 있었고, 한미 FTA도 이미 협상이 마무리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인수위 시절부터 총체적인 난국 상황을 호전시키기 위한 초석을 다듬는 것보다는 부분별 이슈를 띄우는데 주력함으로써, 이미 국민들은 ‘이게 아닌데…’하고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한 사람의 슈퍼맨급 대통령에 의해서 우리 경제가 좋아질 수 없고,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슈퍼맨이 아니다. 초기에 지식경제시대에 맞추어 모든 부분이 변해야 한다고 외칠 때, 국민들은 역시 CEO형은 다르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지식경제시대에 걸맞는 정책변화의 이슈는 영여몰입교육, 한반도 대운하,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정책 등으로 포장되어 나오기 시작했다. 정부부처의 개편에도 지식이라는 용어가 등장하며 잔뜩 기세를 올렸다. 그리고 100일 후에 성적표를 받아든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차분하게, 한편으로 원론적으로 지식경제가 무엇인가부터 살펴보자. 전통적인 경제에서의 생산요소는 토지, 자본, 노동으로 설명된다. 이것은 과거 수 백년 동안 경제학 교과서의 첫 부분을 장식하던 내용이다. 그러나 20세기를 지나면서 급속한 기술의 변화는 이 전통적인 요소들을 변화시켰다. 물리적이며 하드웨어적인 요소에서 참신성, 다양성, 시장성, 융합 등으로 설명되어 생각과 소프트웨어를 중시하는 신 성장론이 자리를 잡으며 근본적으로 생산요소가 변했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이를 지식경제라고 설명해 왔다. 다수의 경제학자들은 지식경제를 잘 활용한 국가들이 성장한 예들을 실증 분석하여 이론으로 뒷받침해 왔다. 즉, 지식경제는 사람, 아이디어, 경제재라는 새로운 생산요소들을 변화의 축으로 설명하고, 기술과 지식의 변화를 인정하고 추구한다. 물론 여기에는 경제요소 뿐만이 아니라 정치, 언론, 통신 등의 사회 모든 분야의 변화가 가미되어 새로운 패러다임이 확립되었다. 현 정부에도 지식경제시대에 맞는 정책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당장의 인기에 매달려있어 이슈화되지 못하고 있지만 한국의 미래를 위한 정말 필요한 정책들이 있을 것이다. 대운하 추진과 같은, 제2의 쇠고기 사태를 불러 일으켜 사회 혼란과 국력낭비를 초래할 수 있는 정책보다 대책 수준이 아닌, 국민들이 신뢰하고 비전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정책들이 나와야 한다. 한 예로서 지식경제시대에 중요한 것은 기술이다. 우리의 참신한 기술들이 국제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정책, 지식의 가치를 인정할 줄 아는 사회정책, 대형토목공사가 아닌 다양한 기술개발을 통한 일자리창출 정책, 지진 등의 재난에 대비하는 융합된 기술 지원책 등 지식경제시대에 필요한 기술들은 우리 주변에 무수히 존재한다. 과거 정부에서 시도했던 신지식인발굴형의 이벤트성 정책이 아닌, 우리에게 필요한 경제정책들을 분야별로 나누지 말고 융합을 통하여 해법을 찾자.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의 수뇌부가 마주앉아 종류가 다른 술만 분위기 좋게 융합(폭탄주 제조)시키지 말고 지식경제시대에 필요한 요소들도 분위기 좋게 융합시켜주었으면 한다.

국가경쟁력 제고가 최우선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스위스의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은 세계 주요국의 국가경쟁력을 발표한다. 며칠전 발표된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지난해보다 2단계 떨어져 31위로 밀려났다. 지난 2007년 IMD 국가 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전년보다 3단계 상승한 29위를 기록했다가 금년에 다시 30위권 밖으로 밀리게 된 것이다. 우리의 이웃 경쟁국인 싱가포르(2위), 홍콩(3위), 중국(17위), 일본(22위)의 성적표와 비교한다면 부끄럽고 안타까운 마음이다. 수년간 지속적으로 한국의 경쟁력을 끌어내리는 주요원인은 우선적으로 정부의 효율성이다. 그 세부 항목 중 노동규제 유연성, 규제의 기업활동 저해정도, 가격통제의 가격결정 영향 부문 등이 55개중 53~54위의 최하위로 경쟁력을 끌어내렸다. 또한 경제발전을 위한 균등한 기회보장여부(52위), 남녀성별에 따른 소득비율(48위), 여성의 사회적 지위(47위)등도 바닥권이다. 다음으로 물가부문 역시 최하위권인 52위를 기록해 물가가 경제수준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대학교육 역시 매서운 지적을 받았다. IMD는 한국의 대학진학율이 82%로 55개 국가중 4위로 높은 반면에 대학교육의 질적 수준을 평가하는 대학교육의 경제사회요구부합도는 53위로 꼴찌의 성적을 받았다.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지식과 인적자원을 양성하는 대학이 오히려 국가경쟁력을 끌어내리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IMD는 한국에 기업경영효율성 부문에 비교적 후한 평가를 하였다. 여기에서 우리가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이 무엇인가를 심각히 생각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지적받은 잘못된 부분을 고치고 바로 잡아 나가면 나라경제가 나아짐으로 개인의 삶의 질이 향상되고, 기업의 발전을 이룰 뿐만 아니라 이를 토대로 국가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정부의 행정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어야한다. 정부의 정책이 모든 경제 주체들에게 균등한 기회가 돌아갈 수 있도록 합리성과 효율성을 가져야 한다. 다음으로 노동의 유연성을 확보하여 국내기업이나 외국기업이 우리나라에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하여야겠다. 아울러 불필요한 기업규제를 과감히 걷어내어 기업의 투자를 유인함으로써 기업경영에 활력을 불어 넣는 일이 시급하다. 한마디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 때 국내기업과 외국기업이 적극적인 투자를 이루어 생산과 고용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적으로 달러가치의 하락으로 인한 국제유가와 국제원자재값의 폭등으로 수입물가가 급등한데다 국내적으로 환률 상승으로 인한 물가상승 요인이 겹쳐 소비자물가는 위험 선을 넘은 상태이므로 물가 부문에도 지혜로운 정책으로 소비자물가를 잡아 국민 개개인의 생활에 부담을 덜어주어야 한다. 또한 교육정책 역시 변화하여야 한다. 인력수요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자율과 책임을 바탕으로 한 대학교육이 이루어질 때 세계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이 강점을 지닌 분야를 선택하여 이를 특성화 및 전문화 하는 교육에 집중함으로 무한경쟁의 사회가 요구하는 인력을 양성하여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정부가 효율성 있는 행정시스템을 구축하고 노동의 유연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불필요한 규제를 제거함은 물론 서민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물가를 안정시키며 우수한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자율화 된 교육정책을 펴는 등,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데에 국정의 최우선을 두어야 함이 현 정부의 과제이다. 최상래 한국전자상거래학회장 경기대 무역학과 교수

바보 같은 사람

며칠 전 한 지인의 승용차에 동승하여 퇴근할 때 교통체증에 꽉 막힌 도로 위에 한참을 서 있어야 했다. 넓은 도로가 주차장 같이 될 때 으레 기승을 부리는 것은 갓길로 빠져나가 끼어들기를 하는 얌체 운전자들. 그날은 해도 너무하다 싶게 많은 차들이 반칙을 하여 제 차선에서 바로 가는 차들은 더욱 더디게 갈 수밖에 없었다. 하여 필자는 거창하게 우리나라의 운전 문화에 대해 불평하는 말로써 불편한 심정을 드러냈다. 그랬더니 함께 가던 지인이 웃으며 말하였다. “박교수, 오늘은 퇴근이 좀 늦겠구나 생각하고 느긋한 마음으로 갑시다. 이 차선으로 가면 늦을 것이 뻔한 줄 알면서도 굳이 이 차선에 서서 가는 차들이 우리 말고도 저리 많지 않소. 언뜻 바보 같아 보이는 선량한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 사회가 그래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 아니겠소.” 그랬다. 나는 반칙하는 차들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서 불이익을 감수하면서도 당연한 듯 규칙을 지키고 있는 운전자들을 미처 보지 못했던 것이다. 청와대 및 내각의 재산내역이 공개된 이후, 고위 공직자들의 불법적인 부동산 투기를 보며 뭇사람들의 마음이 불편하였다. 혹자는, 그 정도 경력에 그 정도 재산이 있는데 부동산 투기 안 할 사람이 우리나라에 과연 몇이나 되겠느냐고 강변하기도 한다. 과연 그럴까? 다선의 국회의원 모씨는 부동산 투기가 우리 경제를 왜곡시키는 근원이라 하여 일생 동안 단 한 번도 부당한 부동산 투기를 하지 않고 살아왔다고 한다. 그 분은 살아오는 동안 틀림없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바보 같은 사람이라고 비아냥거림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를 위해 자신 같은 바보 몇 명은 있어야 할 것이라 생각하여 기꺼이 그런 선택을 했다고 한다. 굳이 원한다면 피할 수도 있었던 군 복무를 자원하여 마친 유명 연예인 모씨, 정작 자신의 삶은 그리 호화롭지 않지만 자신이 땀 흘려 번 거액의 돈을 매번 즐거이 쾌척하는 기부천사 가수 모씨, 위험을 무릅쓰고 위험에 빠진 어린이를 구출하려다 자신은 장애인이 된 철도원 모씨, ……. 모두들 어떤 면에서 바보 같은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요령과 편법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당장 목전의 불이익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바른 길을 선택하는 이런 분들이 과연 바보일까? 오히려 그들은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귀중한 보배들인 것이다. 바닷물 속의 염분량은 채 3%가 못 된다고 한다. 하지만 3%도 안 되는 그 염분으로 인해 바닷물이 부패하지 않게 되어, 바다는 많은 생명의 근원이 되는 것이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로 소수의 ‘바보 같은 사람’들이 있어 건강함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리라. 아무리 교통체증으로 차가 막혀도 당연한 듯 자기 차선을 지켜 가는 사람들, 일확천금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투기꾼들이 횡행해도 괘념치 않고 묵묵히 정로로 나아가는 사람들, 자신만의 이익과 편리를 좇는 무리들 속에서도 기꺼이 자신을 드려 다른 사람들을 부요케 하려는 사람들, 이들이 바로 바다의 염분과 같은 ‘바보 같은 사람’, 아니 ‘보배 같은 사람’들인 것이다. 앞으로는 출퇴근길에 길이 막힐 때, 얌체 운전자들을 보며 비난하는 대신에 기꺼이 원칙대로 늦는 길을 선택하는 바보 같은 사람들을 보며 칭찬하려 한다. 아니 그보다 먼저 나 자신이 바보 같은 사람이 되기를 선택하려 한다.

개발정책과 국가경제의 부담

총선을 거치면서 이명박 정부의 상징적인 역할을 하던 한반도 대운하사업이 수면 아래로 들어간 듯 하더니 일각에서는 민간이 제안을 할 경우 추진을 할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영남권의 지자체 단체장들은 대운하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도 한다. 그리고 일전에는 “노무현정부가 임기 마지막까지 투지있게 밀어붙이고 끝장에는 확실하게 대못질까지 한 혁신도시 사업의 기대효과가 몇 배나 부풀려진 것으로 나타났다”는 감사원의 내부보고서가 유출되어 보도되었다. 어느 것이든 해당 지자체도 불안하고 국민들도 불안하다. 대운하이든 혁신도시이든 추진에 신중해야 한다는 전문가들과 언론들의 의견을 지방 균형발전이라는 명목으로 무시하고,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자료를 바탕으로 추진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대운하 사업은 국가주도 사업으로 제시했다가 여론의 역풍에 의해 민자유치사업으로 변질되었고, 혁신도시 사업은 지방이전에 따른 부가가치가 연간 1조 3천억원으로, 비용을 빼면 연 3천억원에 그친다는 조사를 바탕으로 방향전환을 제시했다. 아무리 연구자들의 방법론의 차이로 다소간의 오차가 있다는 것은 누구나가 감안하고 인정할 일이지만, 국책사업들을 대상으로 뻥튀기도 어느 정도이지 너무 심했다. 각계각층의 환경 등에 대한 문제점 지적과 기대효과가 적게, 또는 과다하게 추정된 보고서를 덮어버리면서까지 일방적인 근거를 바탕삼아 천문학적인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을 진행했다는 것은 납세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한마디로 어떻게 이렇게까지 할 수가 있는가 할 정도이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지금은 경제가 매우 불안한 상황이다. 국민과 국가경제를 위하여 현 정부가 과거 정부의 잘못된 것들을 고치겠다고 할 수도 있고, 대규모 개발사업을 통하여 경제를 살리겠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진행방법에서는 과거나 지금이나 차이가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주무 부처와 관련된 기관에서 자료를 흘리며 여론의 방향을 보고, 그러다 반발이 있으면 슬쩍 한발 물러서며 백지화나 조정을 해야 한다는 수준으로 수위를 조절하고 방향을 바꾸는 모습이 과거와 다를 바 없다. 즉 백지화를 주장하든 조정을 하든 상당한 설득력을 가지는 논리와 근거를 갖추지 못하니 우회전술을 쓴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세계는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의 경쟁사회이다. 하드웨어라고 할 수 있는 지역개발에 따른 부동산개발은 부분적으로 공급과잉현상을 보여주고 있고, 앞으로는 걱정이 될 정도의 공급량을 가진 계획들이 수립되어 진행되고 있다. 선진국들도 도시와 농촌, 경제력이 집중되어 있는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단지 선진국들은 수도권과 지방간에 소프트 부분들의 격차가 적다는 것이다. 선진국의 소규모 도시들 중에서는 작지만 안정감을 주며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공간, 노령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젊은 사람들이 노령층을 위해 일하며 상생하는 공간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그 곳들의 공통점은 시간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역사라는 시간을 가지고 꾸준히 변화되어 왔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과거에 융성했던 도시들이 폐허가 된 곳들도 쉽게 눈에 띈다. 그 곳들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공통점들을 가지고 있다. 선진국들의 사례에서 시사하는 바는, 중앙 정부가 획일적으로 정책과 발전전략을 수립하여 지역균형을 이룬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단지 중앙정부는 사회적 안전망과 소프트에 대한 균형을 이루는 역할을 한 것이 아닐까. 국가경제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개발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정책 방향이 하루아침에 바뀌면 국민들은 더 혼란에 빠지고 사회적 비용과 국가 재정에 부담만 늘어날 뿐이다.

옛 추억의 초등학교 친구들

싱그러운 봄이 우리내 마음을 따스하게 해준다. 자연의 섭리대로 어김없이 나무에는 푸른 새싹이 돋아나고 과실수에는 열매를 맺기 위해 꽃을 피우는 계절이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내가 졸업한 초등학교 총 동문회 체육대회가 열린다. 아마도 어느 누구나 초·중·고등학교 체육대회나 동창회 또는 동문회에 한번쯤은 참가한 적이 있었을 것이다. 필자는 과천 초등학교 63회 졸업생이어서 얼마 있으면 100주년이 되는 학교이다. 과천이 도시로 바뀌기 전의 옛 과천의 초등학교는 하나 밖에 없어서 그야 말로 과천에 사는 모든 학생들은 과천초등학교를 다닐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대부분 과천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선배, 후배가 되는 것이다. 우리아버님도 과천초등학교를 졸업하였다. 그러니까 아버님이면서 학교 선배님이 되는 것이다. 현재의 과천에는 3개의 초등학교가 있어 우리 아이는 다른 초등학교를 졸업하였다. 모르긴 몰라도 그 중에서도 초등학교 동문회 체육대회는 도심지의 학교는 덜하겠지만 시골에 위치한 학교라면 옛 추억거리가 제일 많이 남을 것이다. 오랜만에 옛 추억의 동무들을 만나니 반가울 뿐이다. 친구들과 개울가에서 피라미를 잡아 준비해간 양념으로 국수를 넣고 나무를 때서 매운탕을 끓여 먹던 추억이며, 또한 여름에는 고무신 뒤꿈치를 접어 배를 띄워 놀았고, 개울가에서는 미역(수영)을 감고, 겨울이면 논이나 개울가에서 썰매를 타다 물에 빠져 양말을 말렸던 일, 딱지와 구슬치기, 비석치기, 다방구, 말뚝 박기 등등의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어느 친구를 보노라면 옛 추억이 생각나서 얼굴에 미소가 절로 진다. 30여년 만에 만난 친구는 누구더라 하면서 기억이 날 만한 연관성 있는 추억거리를 되새기도하고, 1학년 때부터 6학년 때까지 몇 반이었는지 하면서 술잔을 기울였다. 참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옛 과거로 돌아온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이다. 이와 같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꼭 분위기 깨는 정치적 인사들이 나타나 시의원 누구라며 일일이 악수를 청한다. 선배도 후배도 아닌 사람들이 왜 이 좋은 분위기를 깨는지 모를 일이다. 아무튼 친구들과 술 한 잔을 한 후 선배·후배들을 찾아가 또 술잔에 추억을 담아 한잔을 하였다. 예전에 숫기가 없었던 친구는 정 반대의 직장생활을 하고 있으며, 또한 개구쟁이 친구는 중소기업을 운영사장으로 사회 각 분야에 열심히 살고들 있다. 누구나 할 것 없이 그냥 만나서 즐거울 뿐이다. 시간은 어느덧 흘러 체육대회가 끝나고 저녁을 먹고 나서 2차로 노래방에 갔다. 다들 거리낌 없이 노래를 부르며 여흥을 즐겼다. 참으로 즐거운 시간들이었으며 이 시간들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경쟁사회 속에서 뒤 돌아 볼 겨를 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던 우리들이 아닌가. 이제부터라도 뒤를 보고 옆을 보고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문뜩 든다. 사람은 누구나 좋은 추억이든 좋지 않은 추억이든 가슴속에 간직하며 살아간다. 좋지 않은 추억은 빨리 잊어버리고 좋은 추억들만 간직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여러분들도 지금부터라도 초등학교 동창회에 참석하여 옛 추억을 되새겨보는 그런 소중한 시간을 보냈으면 한다. 우리 초등학교 친구들아 내년에 다시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친구들아 만나서 정말 즐거웠고 반가웠다. 김성대 극동대 호텔외식경영학과 교수

한·중 FTA의 득과 실

FTA는 가까운 이웃나라간에 혹은 경제적 이해관계국간에 무역장벽을 제거함으로 협정국간의 시장을 열어 교역량의 증대와 경제 이익을 도모하는 지역간 경제 협력 체제이다. 그런면에서 우리나라는 한칠레, 한싱가포르 및 한미간의 FTA 이전에 한중, 한일 혹은 한중일 FTA는 먼저 연구 검토되었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지리상 가까운 나라일 뿐만 아니라 경제적 교류나 협력관계가 가장 많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우리의 최대 수출시장이자 최대 투자국이다. 여기에서 한중FTA의 필요성이 증대되면서 그동안 물밑에서 진행되던 한중 FTA 협상이 수면위로 떠오르게 되었다. 특히 중국측이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중국정부 고위관리들의 조속추진의사표시에 이어 다음달로 예정된 한중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가 제기되리라 예상된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한중 FTA의 득실을 신중히 따져봐야 할 때이다. 우선 제일 걱정되는 부분이 농업분야이다. 양국의 작물구조가 비슷하면서 저렴하게 생산되는 중국산 농산물에 대한 문이 열릴 때 한미FTA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커다란 충격이 우리농촌을 위협하게 될 것이다. 또한 저품질의 농산물이 범람함으로 우리의 생활안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또한 일반 소비재도 우려되는 분야이다. 일반소비재는 현재 수출(2.9%)보다 수입(15.2%)이 월등히 높은 상황에서 FTA체결로 중국소비재의 수입에 대한 관세가 낮아지거나 철폐될 경우 우리시장만 내주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 되기 때문이다. 이에반해 고기술품이나 고부가가치품으로 구성되는 제조업분야는 우리에게 상대적으로 이득을 챙길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중국에 진출한 우리기업들은 부품 및 원부자재 등 중간재를 품질 및 기술면에서 우위에 있는 우리나라에서 조달함으로써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에 커다란 기여를 하였다. 이부분에서 중국의 한국수입품에 대한 관세가 인하 조정되면 중간재의 대중국 수출이 늘어날뿐만 아니라 이들 중간재를 사용한 제품의 제3국 수출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중간재 수입에 부과하는 중국의 관세가 평균 4.21% 수준으로 우리나라의 중국산 중간재 수입관세 4.42%보다 낮은 부분 등은 우리가 예의주시해야 할 부분이다. 또한 자동차산업도 수혜분야가 될 것이다. 중국은 완성차 수입에 25%의 높은 관세를 부과함으로 한중 FTA체결로 이 문제가 해결되면 세계최대의 자동차 소비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시장에 한국산 자동차의 대중국 수출이 증대 될 뿐만 아니라 중국내에서의 판매경쟁력을 높일수있다. 현지에 대규모 생산공장을 설립한 국내자동차기업도 중국국내부품보다 우수한 품질의 한국산 부품을 수입하여 사용할 수 있게 되어 대중국수출이 증대될 것이다. 물론 중국진출 외국자동차업체들이 현지화를 위해 부품을 중국시장에서 조달하려는 경향이 있으므로 섣부른 낙관보다는 신중하고도 면밀한 분석위의 대응이 필요하다. 이와 같이 한중FTA가 가져오는 득과 실은 우리에게만 유리하지는 않다. 다만 개방을 주류로하는 글로벌시장에서의 물결속에 한중FTA협상을 미룰 수 만은 없는일이다. 적절한 시기에 FTA협상이 추진되어야 한다. 중국은 우리나라 수출의 약20%를 차지하는 최대 수출시장이자 최대 투자국으로써 우리나라와의 최대경제교역국이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성장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나라이기도하다. 한중FTA협정으로 한국제품에 대한 중국의 관세가 인하되고 또한 우리상품에 대하여 중국소비자들의 반응이 더욱 좋아지면 한중FTA협정은 종합적으로 볼 때 우리경제에 많은 이득을 가져다 주리라 본다. 다만 FTA협상시 상품교역에만 매달리지 말고 비관세장벽철폐, 지적재산권보호, 중국투자기업에 대한 환경개선, 금융 및 서비스시장, 개방 등을 포함시켜 전략적 협상을 통하여 FTA의 효과를 극대화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중국과의 FTA는 양국간의 경제적 협정과 함께 동아시아의 경제질서 및 우리나라의 아시아 정책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시기와 협상범위에 신중을 기함이 옳을 것이다. 최상래 경기대 무역학과 교수

통계라는 나침반

10여 년 전 무릎을 다쳐 수술을 받은 이후 운동이 자유롭지가 않게 되었는데 그 여파로 체중이 많이 늘었다. 규칙적인 운동의 필요성은 절감하지만 과감하게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고민만 하자 몇 달 전 보다 못한 아내가 만보기 하나를 사 주었다. 내심 만보기를 지니고 다닌다고 뭐 달라질 게 있을까 하는 생각이었지만 그래도 기왕 만보기가 있으니 사용해보기로 하였다. 만보기에 나타난 나의 하루 걸음 수는 놀랍게도 3천 걸음 내외에 불과하였다. 며칠을 반복해서 관찰했으나 결과는 대동소이, 내가 얼마나 운동을 않고 살아가는지가 적나라하게 나타나는 것이었다. 이후 만보기에 찍힐 숫자를 의식하면서 웬만한 거리는 걸어가기 시작했고, 저녁 시간에 무료하게 보내는 대신에 가벼운 산책을 하는 등 삶에 작은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불과 석 달 전 하루 평균 3천 걸음에 불과하였는데 만보기를 차고 다니는 요즘은 하루 평균 8천 걸음 정도를 걷게 되었으니 장족의 발전을 보인 셈이다. 내 삶에서 만보기가 끼친 영향을 생각하며 현대 사회에서 통계가 하는 역할과 흡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난 2월 하순, 통계청은 우리나라 초중고 학생들의 사교육비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전국에서 약 3만4천명의 학부모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07년 우리나라 사교육비의 전체 규모는 약 20조400억원,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2만2천원으로 추정되었다. 지역별로는 서울지역이 28만4천원으로 읍·면지역에 비해 약 2.3배로 많으며, 상대적으로 성적이 높은 학생이 낮은 학생에 비해 사교육을 더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고, 부모의 소득이 높을수록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사교육비를 많이 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교육 문제는 전 국민이 전문가라고 할 만큼 국민적인 관심이 지대한 영역이다. 그러나 그동안 정부는 사교육비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변변한 통계조차 마련하지 않고 있었다. 지난 수십 년간 정부 당국은 이른바 과외 문제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해결하기 위해 숱한 사교육비 경감대책들을 마련해왔지만 사교육비 관련 통계가 없었으니 그러한 대책들의 효과를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없었던 셈이었다. 심하게 말하자면 교육문제라는 낯선 산 속에서 나침반 없이 헤매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정부당국은 이러한 문제점을 깨닫고 그동안 부정기적인 정책연구 형식으로 파악하던 사교육비 실태를 2007년부터 매년 정기적으로 조사하여 사교육비 실태의 변화 추이 및 정책 효과를 지속적으로 파악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뒤늦게나마 사교육비와 관련된 통계라는 나침반을 마련한 셈이다. 오늘날 우리나라 사회는 매우 복잡하고 다양하다. 여러 구성원들이 유기적으로 얽혀 있어 한 집단의 행동은 다른 집단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므로 서로 이해가 엇갈리는 집단들 간에 갈등이 생기는 것은 다반사이다. 통계는 이런 가운데서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 필요한 나침반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통계라는 유용한 나침반을 마련하지 않은 채 주먹구구식의 막연한 느낌으로 낯선 산 속을 헤매는 분야가 적지 않아 보인다. 그런 점에서 개인이든 정부든 통계숫자를 그저 낯설고 어려운 것으로만 여길 것이 아니라 유용하고 친밀한 것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물가와 대통령 지시

지난 주말에도 주기적으로 항상 하듯이 아내와 장보러 할인마트에 들렀다. 계산을 하면서 확연히 느끼는 것은 물가가 작년에 비해서 엄청 올랐다는 것이다. 작년 중에는 비록 경기가 나쁘지만 두식구의 생활이기에 필요한 것들을 사면서도 생활비가 얼마되지 않는다고 느꼈었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부터는 물가가 꽤 오른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지금은 상당히 올랐다고 느끼게 되었다. 통계수치가 아닌 장바구니 물가이고 현장 물가 상황이다. 식구가 많은 가정들의 주부들은 부담이 엄청나겠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렇듯 일반 국민들에게 물가는 최근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 대통령도 취임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기획재정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생필품 50개를 선정해 집중 관리하라는 지시를 내릴 정도로 물가상승은 심각한 지경이다. 물가가 가파르게 올라가는 것도 심각한 문제이지만, 과거 70년대나 80년대식으로 대통령이 현장 확인형을 내세워 물가문제에 대한 세부적인 것까지 언급을 해야 하는 수준은 더 큰 문제가 아닐까. 과연 대통령의 지시로 올라가는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욱이 생필품 50개 품목에 대한 물가관리를 지시하고 관료들은 매우 신속하게 52개 품목을 선정하는 현상을 보면서 앞으로의 국정운영이 걱정스럽기만 하다. 대통령의 지시에 신속하게 대처했다는 것은 평소에 아주 준비를 잘했거나, 기존의 자료들을 들추어 상징적인 품목들을 가려서 제출했거나 둘 중에 하나일 것이다. 전자라면 물가관리가 평소에 잘되어서 심각한 상황에 까지 가지 않았을 것이므로 후자일 가능성이 더 높다. 대통령이 지시한 50개 품목의 50이라는 숫자는 어떻게 나왔을까. 지시에 따라 정부가 발표한 52개 품목은 어떻게 선정되었을까. 선정기준은 발표를 했지만 선정된 품목들이 물가에 영향을 가장 많이 미치는 품목들 중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는 품목들로 선정했다면 선정기준 자체가 필요없는 것이다. 지시한 내용도 지시에 따라 선정 발표한 내용도 의문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물론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의 입장에서 물가 동향이나 불안정한 상황에 대하여 의견을 제시할 수 있고 경제 정책상의 중요성을 강조할 수 있다. 사실 요즘과 같은 정보화, 글로벌화된 사회에서는 정부가 물가를 통제하거나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을 것이다. 관치경제가 극성이던 시대인 80년대에도 사용하기 힘들었던 가격관리를 시행하려는 것인지. 그러한 수단과 방법들을 지금 시대에는 시행할 수도 없고 한다고 해도 시장이 받아들일 리가 만무하다. 기업친화, 시장친화를 내세우는 정부가 시장을 통제하려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대외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를 가지면서 원자재의존도가 극단적으로 높은 나라일수록 대외여건의 영향을 많이 받아 물가 조절은 힘들 수밖에 없다는 점은 이해한다. 따라서 장바구니 물가만 안정되어도 정부는 선방했다고 할 수 있고 국민들도 고맙게 생각할 것이다. 정부가 물가를 억제하려는 생각이야 왜 이해하지 못하겠는가. 그러나 물가에는 품목별로 원가의 문제가 대두되고 생산자인 대기업들은 원가절감을 하청업체인 중소기업에 전가하고 중소기업은 영세기업에 전가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어 설사 물가가 안정되었다 하더라도 저변의 희생은 무엇으로 보상되는지도 살펴야 할 것이다. 물가는 오른다고 하지만 음식물쓰레기가 줄었다는 말은 없다. 얼마 전에 시골 마을에서 반찬거리를 산적이 있다. 서울 및 수도권과는 엄청난 가격차이가 있었다. 항상 나오는 답은 유통구조 개선이다. 그러나 농축수산물의 획기적인 유통구조 개선을 통한 근본적인 체질개선 대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 정말 현장 확인형의 행정인지 묻고 싶다. 밀가루가격이 올라가니 쌀을 활용할 수 없을까라는 제안은 이미 기업들이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경제성 등의 문제로 대중화되지 않은 것이다. 기업이나 일반인들은 말할 수 있는 문제이지만 대통령이 이런 제안을 한다면 매우 신속하게 움직이는 관료들에 의해 그 여파가 어디로 튈지 불안하다. 지난 정권에서도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국민들을 얼마나 어렵게 했는지 벌써 잊어버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대통령은 수퍼맨도, 천재도 아니다. 다만 명확한 비전을 가지고 목표 지향적으로 살아온 유능한 사람들 중에서 대통령이 선출된 것이다. 현장 물가는 수급에 의해 움직인다. 이를 관리하기 위하여 점검하고 계획, 실행하는 것은 관료들의 몫이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원천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전력투구하는 것은 대통령의 몫이 아닐까. 김영곤 경영학박사 강남대 부동산학과 교수

4월의 봄을 맞이하며

새로운 생명들이 움트는 봄이 왔다. 겨우내 얼었던 얼음이 물소리와 함께 서서히 녹으면서 그 사이로 아직은 차가운 물의 기온을 받아 버들강아지가 수줍게 피어나고 산유화는 노란 꽃망울을 터트리는 아직은 완연하지 않은 봄이 우리의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는 봄이 왔다. 우리 생활의 주변에는 목련이 필 것이고, 산과 들에는 4월이면 노란 개나리와 진달래가 피기 시작할 것이다. 언제나 자연은 어김없이 순리대로 자연의 섭리를 따르는 약속을 꼭 지킨다. 이처럼 자연은 우리에게 언제나 포근한 마음의 고향처럼 따스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요 근래에 무시무시한 사건사고는 자연의 섭리처럼 매년 끊이지 않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안양의 초등학생 유괴살인사건이며, 옛 야구선수의 살인 사건과 자살 등등의 사건들은 봄을 맞이하는 우리들에게는 차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경제는 세계가 놀랄 정도로 성장했지만 이와 반대로 인간적인 심성, 즉 인성교육이나 더불어 살아가는 마음, 가족의 중요성, 나보다는 타인에 대한 배려, 사회적응 등과 같은 교육 또는 배움의 기회가 경제적 개념보다는 등한시 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어느 국가나 경제적으로 풍족한, 소위 선진국가라는 나라도 경제 사회가 발달하면 할수록 국민들의 정신은 패퇴해져서 고도의 범죄나 잔인한 사건들이 더 많이 발생하는 일련의 경제적 풍요로운 사회구조의 단점인 사회 현상일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선진국의 후발 국가로서 선진국에서 실시했다가 실패하는 사회보장제도의 실패, 사회범죄를 유사하게 겪어오고 있지 않는가! 선진국에서 겪어오는 사회제도 및 구조(예를 들어 법 제도, 국민연금, 의료보험, 국가의 모든 정책 등등)의 단점과 실패들을 뒤꽁무니 쫓아가듯 실시하는 것은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인 것이다. 지금이라도 정부 및 지자체에서 실시하고 있는 정책이든, 실시할 예정인 정책이든 타당성과 선진국의 사례분석을 철저하게 분석해 단점적인 부분을 수정·보완하여 실시해야 한다. 나라의 잘 못된 정책으로 국민의 혈세 낭비와 고통으로 빠뜨리면 안 될 것이다. 봄비가 부슬 부슬 내리고 있는 지금 겨울에 잘 보이지 않던 새들의 지저귐 소리와 꽃과 풀들은 산과 들에서 고개를 들며 봄의 기운을 받아 싹이 움트고 있다. 인간은 자연을 이용하는 하나의 객체일 뿐이다. 우리들은 도심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일이겠지만 길가에서 무심코 밟는 잡초라도 생명의 존엄성을 생각해 조심스러웠으면 좋겠다. 나는 문뜩 초등학교 때 여름방학 숙제가 생각난다. 곤충채집에 대한 과제물 이였는데 우리들의 교육을 한번 쯤 생각해 봄직한 문제라 제안해 본다. 한 마리의 나비가 될 때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면 성장한 어미의 나비는 겨울이 되기 전에 식물의 잎이나 줄기, 가지, 눈, 꽃봉오리 같은 곳에 알을 낳는다. 알에서 부화한 애벌레는 4번의 허물을 벗으면서 색채나 무늬가 변화면서 번데기로 성장해 겨울을 난다. 추운 겨울이 지나 지금과 같은 봄이 되면 번데기에서 부화한 나비로 태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한 마리의 나비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많은 위험과 고통을 겪고 태어나는데 우리 어린아이들에게 곤충채집이라는 과제물로 쉽게 생명의 존엄성을 짓밟는 과제물보다는 디지털 카메라나 핸드폰 카메라로 촬영하여 나비의 사진으로 과제물을 대체하는 것이 어떤가 한다. 봄은 우리들에게 어김없이 다가오고 있는데 우리 인간들은 자연을 맞이할 마음의 준비나 자세가 되었는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하겠다. 김성대 극동대 호텔경영학과 교수

환율불안, 지혜로운 해법은?

요즘 외환시장에서의 원달러 환율이 몹시 불안하다. 원화환율은 지난 17일엔 하루에 31.9원이 오르는 등 최근 10여일 만에 100원이 올라 1,029.2원으로 급등하여 단번에 1,000원을 훌쩍 넘는 이상현상을 보였다. 이를 우려한 외환당국자의 구두개입발언으로 이튿날엔 15.2원이 떨어진후 1,010원을 전후로하여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와 같이 원달러환률이 가파르게 상승한후 우리 외환시장은 안정을 찾지못한채 불안한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이는 외환시장에 드리운 불안요소가 가시지 않은채 미국과 국내금융시장의 여건과 흐름이 호전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원달러 환율 급등의 원인은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에 이은 베어스턴스의 부실화로 인한 미국의 신용경색, 외국인 투자자금의 이탈과 역송금 필요 등에 의한 미달러의 수요급증과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적자 등에 근본적인 원인을 두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성장을 목표로 한 새 정부 당국자의 어설픈 ‘환율주권’을 강조함으로 시장은 정부가 환율상승을 원하는 것으로 받아드리고 이러한 시장움직임을 내심 반기는 듯 비침으로 앞으로 환율이 더 오르리라는 기대심리를 시장에 불어넣어 줌으로 달러에 대한 가수요가 겹치게 된 것이다. 물론 환율상승이 우리경제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도 크다. 수출 경쟁력을 높여 수출이 늘어남으로써 수출기업에 커다란 혜택을 가져다 주고 재투자와 생산증대 그리고 고용증대를 가져온다. 나아가 거시적으로는 수출신장을 통하여 최근 수개월에 걸친 경상수지적자를 개선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과거의 한국수출신장이 환율상승에 크게 의존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의 원달러 환율의 상승은 세계외환시장의 흐름에 역행하는 나 홀로의 현상이다. 미달러 가치의 하락으로 유로나 엔 등 세계 주요국 통화는 강세를 이어가는데 비하여 유독 원화의 가치만 하락하고 있는 기이한 현상이다. 여기에 외환시장에서의 원달러 환율의 문제와 불안요소가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환율이 급등하면 수입물가가 올라 국내 소비재 물가 상승에 불을 지피게 된다. 달러가치 하락으로 인하여 세계시장의 유가와 국제 원자재 및 곡물 가가 폭등한데다가 원달러 환율의 급등은 국내 물가를 크게 뛰게 할 뿐 아니라 외채를 쓰고 있는 기업은 빚 부담이 더욱 무거워 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외환당국에서 쓸 수 있는 대책은 마땅치 않다. 환율에 손대 수출을 늘리거나 경기를 부양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또한 환율 조정을 위한 정부당국의 시장개입 역시 한계가 있으며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인위적인 환율정책으로 외환위기의 낭패를 본 쓰라린 경험을 잊어서는 안되다. 우리나라의 외환시장 역시 글로벌 금융시장에 모두 개방되어있으므로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해외변수에 의해 크게 움직이는 상황인 것이다. 그러므로 기본적인 경기대책을 차질 없이 수행하여 실물경제를 궤도에 올려놓음으로써 우리 외환시장에 건전성을 제공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또한 각 경제 주체나 기업들이 세계 경제의 흐름을 제대로 분석하고 정확하게 예측하는 능력을 갖추어 환율 변동으로 인한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환헤지(환차손 예방 위한 환율고정 방법을 최대한 운영하여야 할 것이다. 어설픈 시장개입을 통한 외환시장의 안정의 도모를 기하려는 생각은 옳치않다. 이상 현상이라고 판단될 때 외환시장에 심리적 영향을 줄 수 있는 구두개입 수준에서 지켜보고 환율은 모두 시장에 맡기면 된다. 글로벌 외환시장의 흐름을 예의 주시하고 이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과 방법을 경제주체 스스로가 갖추는 것이 최선의 길이기 때문이다. 최상래 한국전자상거래학회장 경기대 무역학과 교수

선거여론조사의 감상

이른바 선거여론조사의 계절이 왔다. 국회의원 선거가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지금, 각 언론에서는 갖가지 선거여론조사 결과들을 쏟아내고 있다. 통합민주당은 경합지역에 대해 여론조사를 통해 최종 후보 공천을 할 것이라고 한다. 또한 각 당의 공천이 거의 마무리되고 일부 여야의 간판 인물들이 전략지역에서 서로 맞붙는 것이 확정되자 이런 선거구들에 대한 여론조사가 발 빠르게 이루어져 보도되고 있다. 그런데 과연 선거여론조사 결과들을 그대로 믿어도 되는 것일까? 2002년 제16대 대통령 선거를 치르던 날, 오후 6시 정각이 되자 우리나라 공중파 TV 방송사들은 선거 예측 결과를 발표했다. KBS의 경우 출구조사를 통해 노무현 후보 49.1%, 이회창 후보 46.8%, 근소한 차이로 노무현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음날 최종 개표 결과 두 후보의 득표율은 각각 48.9%와 46.6%로 나타나 예측 결과와 불과 0.2%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이 결과에 대해 사람들은 놀라워하며 과학적인 통계조사의 정확성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그로부터 불과 1년여 지난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선거여론조사에서 예측 결과와 실제 개표 결과에는 적지 않은 차이가 생겨 혼란을 초래하였다. 특히 두 후보자 간의 차이가 근소하였던 11개 초박빙 선거구의 경우 당선을 예측했던 후보가 모두 떨어지는 웃지 못 할 상황이 벌어졌다. 그 결과 각 방송사들은 잘못된 예측보도에 대해 사과를 해야 했다. 선거여론조사에 대해 일반인들이 갖는 대표적인 오해는 통계를 사실로 여긴다는 것이다. 통계는 사실 그 자체가 아닌 사실에 대한 추측일 따름이다. 사실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여론조사를 통해 사실을 추측하고자 하는 것이다. 불확실한 결과를 추측하는 통계에는 반드시 오차의 가능성이 따른다. 불과 1천 명 안팎의 유권자조사를 통해 사실을 추측하는 것이므로 어떤 유권자를 어떻게 조사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얼마든지 변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통계학에서는 후보의 지지율에 대한 통계를 발표할 때에는 추측값과 함께 그에 따르는 오차의 한계도 함께 제시하도록 권하고 있다. 미국 시카고 지역의 한 유력 일간지는 1948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다음날 1면 머리기사에 듀이(Dewey)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고 보도하였다. 그런데 실제로는 상대 후보인 트루먼(Truman)이 당선되었다. 이 신문은 개표 전에 기사가 마감되어야 하는 상황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예측기사를 낸 것인데 이것이 희대의 오보가 되고 만 것이었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게 된 것은 추측값인 통계를 마치 사실인 것처럼 간주하고 통계에 수반되는 오차를 무시한 까닭이었다. 가령, 유권자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갑과 을 두 후보의 지지율이 각각 34%와 32%로 나왔다고 하자. 이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 갑 후보가 당선될 것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 이때 오차의 한계가 4%포인트라고 하면, 갑과 을의 참 지지율은 각각 (30%~38%)와 (28%~36%)에 사이의 값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현재 표본을 통한 지지율은 갑이 다소 높은 것으로 나왔지만 실제로는 을의 지지율이 높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선거여론조사 결과를 대할 때 지지율의 추측값만 보고 성급히 판단할 것이 아니라 반드시 오차의 한계도 함께 감안하여 파악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 예측조사의 경우 수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하므로 오차의 한계가 작아 정확성이 높다. 반면, 국회의원 선거여론조사는 한 조사구 당 표본크기가 500명 내지 1000명에 불과하여 오차의 한계가 3%포인트에서 많게는 5%포인트에 이른다. 그러므로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 여론조사를 통해 초박빙 지역의 당선 후보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번 총선에서는 제발 통계학의 한계에 대한 바른 이해 가운데 선거여론조사가 이루어져 국민들에게 혼란을 초래하는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침형의 효율성보다 중요한 것

요즘 공직사회가 대통령의 업무 스타일로 곤혹을 치른다는 보도들이 있다. 이는 이미 인수위 시절부터 예고된 바이기도 하다. 이른 아침부터 업무를 시작해 늦은 시간까지 일을 해야 하니 보통 피곤한 일이 아닐 것이다. 정부 부처업무 보고도 오전 7시 30분에 아침식사를 함께하며 보고를 받을 계획이라고 하고, 현장 확인을 중시하는 대통령의 업무에 대한 기본 인식은 책상에서 업무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현재의 형태로 절대적인 시간 부족을 느낄 수 밖에 없다. 대통령이 강행군을 앞장서서 실천하니 누가 이의를 제기하겠는가. 공직자들의 입장에서는 어쩌다 발생하는 비상 상황에나 겪을 일들을 매일 겪다시피 해야 하니 어려움은 가히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그러나 약간만 시야를 넓혀보면, 많은 기업들과 국민들이 매일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일하는 모습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한정된 인력자원과 전통적인 기술, 극복하기 어려운 자연조건 등으로 산업을 일구어야 하기 때문에 이른 아침부터 밭 갈러 나가는 농부가 전형적인 근로자의 모습이었다. 산업화와 도시화를 거치는 과정에서도 기술이 발달되고, 숙련된 근로자들이 양산되며, 약간의 자연조건은 극복이 되었지만 이동시간과 지역 간의 거래 증가, 경제활동 범위의 확대 등으로 이른 아침부터 하루를 시작하는 모습이 그대로 이어져 오고 있다. 업무 성격상 자영업을 하는 국민들이나 이른 아침에 일을 시작해야하는 업종들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지만, 상당수의 기업인들이나 급여생활을 하는 직장인들도 한정된 업무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하여 이른 아침부터 하루 일과가 시작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반 국민들에게 아침 7시 30분이 결코 이른 시간이 아니다. 필자가 기업에서 직장 생활하던 시기에도 아침 7시 출근이 제도화되어 새벽밥을 먹고 칼바람을 맞으며 직장으로 향하던 적이 있었다. 초기에는 4시에 퇴근한다는 원칙이 있었지만 정시에 퇴근하는 간큰(?) 직원들은 별로 없었다. 따라서 절대 노동시간만 더 늘어나는 상황을 보고 필자는 “참 지능적으로 사람을 부리는구나. 그래, 최대한 쥐어 짜내봐라”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4시 퇴근이 정착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퇴근 후의 시간이 황금과 같은 시간으로 변했다. 책도 볼 수 있고, 문화생활도 할 수 있는 등 생활의 여유와 활력이 생길 수 있었다. 당시 운동선수 출신의 한 선배가 “운동하던 시절에 경기력 향상을 위한 훈련으로는 새벽훈련이 제일이더라. 새벽훈련을 할 때 실력이 가장 크게 늘어난다”는 말을 해주었다. 이와 비교해보면, 일반적인 업무도 이른 시간에 효율성이 극대화된다는 말이다. 윗사람들이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새벽 공부를 권하는 경우와도 동일하다. 분명히 이른 아침부터 일을 시작하면 생활에 도움이 되는 점들은 많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늘어난 업무들을 소화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될 수 있느냐이다. 우리가 밥을 먹어도 소화시킬 시간이 필요하다. 업무에 매달리는 시간이 지나면 그 업무를 소화시켜서 다음을 위하여 무엇을 해야 하는지 준비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인간은 힘을 가지게 되면 “내가 이렇게 해서 힘을 가질 수 있었으니 너희들도 이렇게 하면 된다”는 식의 아집에 빠진 리더쉽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경제문제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면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우리가 열심히 일하지 않아서 지금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 아니다. 글로벌 시대에 아직 뒤쳐진 부분이 많이 남아있고 경제상황을 결정하는 요소들이 과거에 비해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많아졌다. MIT대의 로버트 솔로교수는 미국 등 소수의 산업화된 경제에서 장기적으로 혁신이나 머리를 쓴 성장이 동물적 힘 즉, 자본과 노동의 증가보다 생산량의 증가에 더 중요하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증명하여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이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십은 과거에 몸으로 뛰면 된다는 리더십보다 머리를 쓰는 리더십이 아닐까. 대통령에게 주어진 업무환경과 일반 공무원들에게 주어진 업무환경이 얼마나 다른지도 현장확인을 해보고, 효율성을 살리기 위한 초석은 되어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급하게 서두르는 것은 항상 훗날 그 대가를 지불했다는 것도 역사적으로 쉽게 증명되는 일이니까. 김영곤 경영학 박사 강남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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