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한강, 금강, 낙동강, 영산강의 4대강 정비사업을 ‘한국판 뉴딜정책’으로 규정하고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4대강 정비사업에 재정을 투입해 지방 건설 경기부터 살리려는 것이다. 사업내용을 살펴보면 하천 제방 높이기, 독마루 폭과 단면 확대, 차수벽 설치, 슈퍼 제방 설치, 하구 둑 배수 갑문 확장, 하천 주변 자전거길 산책길 조성, 하천변 요트장 캠핑장 설치 등이며, 폐천 용지와 습지는 민자유치로 개발된다. 박재완 수석까지 라디오 방송에서 사업목적으로 홍수 예방, 지구온난화 완화, 물부족 현상 해소, 하천 수질 개선을 주장하고 있다. 또 효과로 일자리 창출, 지역 균형발전, 골재난 해소, 건설경기 부양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왜 주무부서인 국토해양부가 있는데 청와대에서 앞장서는지 모를 일이다. 더구나 최근에는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과 이재오 전 의원이 논란의 불을 일으켰다. 이러니 정치권에서는 4대강 정비사업을 둘러싸고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한반도 대운하’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4대강 정비사업은 대운하를 위한 기초작업이라는 것이다. 특히 낙동강 정비사업 예산이 4천469억원으로 2008년 1천836억원보다 243%나 증가했는데, 이것이 4대강 정비사업을 한반도대운하와 연계시키려는 의도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미 지난 6월 기자회견에서 “국민이 반대하면 추진하지 않겠다”며 매듭을 지었던 대운하 논란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뒤늦게 한승수 총리도, 박재완 수석도, 국토해양부도 4대강 정비사업과 한반도대운하의 연계를 강력히 부인하고 나섰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믿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소모적인 논쟁으로도 충분히 많은 것을 잃었다. 특히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상황에서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국민이 신뢰하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더구나 정부가 운하의 모범사례로 인용하는 독일과 한국은 상황이 다르다. 독일은 1871년 비스마르크(Bismarck)에 의해 통일되기 이전까지 300여개의 도시국가로 나뉘어져 있었다. 독일이란 지명 Germany도 ‘혈연관계가 있는’, ‘같을 조상을 가진’ 이라는 뜻을 가진 germane에서 유래하였다. 따라서 독일인들은 독일이라는 국가 못지 않게 300여개의 도시국가에 대한 소속감과 애착심이 강하다. 또 조상들이 살아왔고 자신들이 태어난 옛 도시국가가 위치하였던 지역에 더 커다란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곳에서 살아가는 것이 유리한 면이 많다. 따라서 독일인들은 한국인들처럼 수도권으로 모여들지도 않고, 태어난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이처럼 인구가 분산되다보니 자연스럽게 각 지역의 문화유산이 보존되고, 산업이 고르게 분포되며, 물류가 발생하고, 조상의 가업을 이으면서 장인정신이 살아남게 된다. 이처럼 산업이 고르게 분포되어, 물류가 발생하고, 바다가 없기 때문에 운하가 만들어진 것이다. 만약 독일이 내륙국가가 아니고 해양국가였다면 독일도 운하를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운하는 바다와 비교할 때 경쟁력이 없는 운송수단이다. 운하가 만들어져서 물류가 발생하고 산업이 고르게 분포되고 지역 균형발전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4대강 정비사업도 필요한 사업이다. 이를 통해 지방 경제를 살리겠다면 국민들 중 누가 반대하겠는가? 하지만 대통령과 여권 핵심들이 “대운하는 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입장을 정리하고 난뒤 4대강 정비를 추진하는 게 순리이다. 이것이 대통령이 민생현장을 방문하는 것보다 더 큰 신뢰를 회복하는 방법이며, 4대강 정비사업의 파급효과가 보다 강하게 경제회복과 연결되는 방법이다. 또 4대강 정비사업과 밀접한 이해관계를 가진 광역자치단체장들도 정부와 국민의 양쪽 눈치만 보지 말고 입장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임형백 성결大 지역사회개발학부 교수
오피니언
임형백 성결大 지역사회개발학부 교수
2008-12-24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