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거치면서 이명박 정부의 상징적인 역할을 하던 한반도 대운하사업이 수면 아래로 들어간 듯 하더니 일각에서는 민간이 제안을 할 경우 추진을 할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영남권의 지자체 단체장들은 대운하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도 한다. 그리고 일전에는 “노무현정부가 임기 마지막까지 투지있게 밀어붙이고 끝장에는 확실하게 대못질까지 한 혁신도시 사업의 기대효과가 몇 배나 부풀려진 것으로 나타났다”는 감사원의 내부보고서가 유출되어 보도되었다. 어느 것이든 해당 지자체도 불안하고 국민들도 불안하다. 대운하이든 혁신도시이든 추진에 신중해야 한다는 전문가들과 언론들의 의견을 지방 균형발전이라는 명목으로 무시하고,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자료를 바탕으로 추진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대운하 사업은 국가주도 사업으로 제시했다가 여론의 역풍에 의해 민자유치사업으로 변질되었고, 혁신도시 사업은 지방이전에 따른 부가가치가 연간 1조 3천억원으로, 비용을 빼면 연 3천억원에 그친다는 조사를 바탕으로 방향전환을 제시했다. 아무리 연구자들의 방법론의 차이로 다소간의 오차가 있다는 것은 누구나가 감안하고 인정할 일이지만, 국책사업들을 대상으로 뻥튀기도 어느 정도이지 너무 심했다. 각계각층의 환경 등에 대한 문제점 지적과 기대효과가 적게, 또는 과다하게 추정된 보고서를 덮어버리면서까지 일방적인 근거를 바탕삼아 천문학적인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을 진행했다는 것은 납세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한마디로 어떻게 이렇게까지 할 수가 있는가 할 정도이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지금은 경제가 매우 불안한 상황이다. 국민과 국가경제를 위하여 현 정부가 과거 정부의 잘못된 것들을 고치겠다고 할 수도 있고, 대규모 개발사업을 통하여 경제를 살리겠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진행방법에서는 과거나 지금이나 차이가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주무 부처와 관련된 기관에서 자료를 흘리며 여론의 방향을 보고, 그러다 반발이 있으면 슬쩍 한발 물러서며 백지화나 조정을 해야 한다는 수준으로 수위를 조절하고 방향을 바꾸는 모습이 과거와 다를 바 없다. 즉 백지화를 주장하든 조정을 하든 상당한 설득력을 가지는 논리와 근거를 갖추지 못하니 우회전술을 쓴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세계는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의 경쟁사회이다. 하드웨어라고 할 수 있는 지역개발에 따른 부동산개발은 부분적으로 공급과잉현상을 보여주고 있고, 앞으로는 걱정이 될 정도의 공급량을 가진 계획들이 수립되어 진행되고 있다. 선진국들도 도시와 농촌, 경제력이 집중되어 있는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단지 선진국들은 수도권과 지방간에 소프트 부분들의 격차가 적다는 것이다. 선진국의 소규모 도시들 중에서는 작지만 안정감을 주며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공간, 노령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젊은 사람들이 노령층을 위해 일하며 상생하는 공간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그 곳들의 공통점은 시간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역사라는 시간을 가지고 꾸준히 변화되어 왔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과거에 융성했던 도시들이 폐허가 된 곳들도 쉽게 눈에 띈다. 그 곳들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공통점들을 가지고 있다. 선진국들의 사례에서 시사하는 바는, 중앙 정부가 획일적으로 정책과 발전전략을 수립하여 지역균형을 이룬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단지 중앙정부는 사회적 안전망과 소프트에 대한 균형을 이루는 역할을 한 것이 아닐까. 국가경제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개발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정책 방향이 하루아침에 바뀌면 국민들은 더 혼란에 빠지고 사회적 비용과 국가 재정에 부담만 늘어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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