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형의 효율성보다 중요한 것

김영곤 경영학 박사 강남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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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공직사회가 대통령의 업무 스타일로 곤혹을 치른다는 보도들이 있다. 이는 이미 인수위 시절부터 예고된 바이기도 하다. 이른 아침부터 업무를 시작해 늦은 시간까지 일을 해야 하니 보통 피곤한 일이 아닐 것이다.

정부 부처업무 보고도 오전 7시 30분에 아침식사를 함께하며 보고를 받을 계획이라고 하고, 현장 확인을 중시하는 대통령의 업무에 대한 기본 인식은 책상에서 업무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현재의 형태로 절대적인 시간 부족을 느낄 수 밖에 없다. 대통령이 강행군을 앞장서서 실천하니 누가 이의를 제기하겠는가. 공직자들의 입장에서는 어쩌다 발생하는 비상 상황에나 겪을 일들을 매일 겪다시피 해야 하니 어려움은 가히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그러나 약간만 시야를 넓혀보면, 많은 기업들과 국민들이 매일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일하는 모습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한정된 인력자원과 전통적인 기술, 극복하기 어려운 자연조건 등으로 산업을 일구어야 하기 때문에 이른 아침부터 밭 갈러 나가는 농부가 전형적인 근로자의 모습이었다. 산업화와 도시화를 거치는 과정에서도 기술이 발달되고, 숙련된 근로자들이 양산되며, 약간의 자연조건은 극복이 되었지만 이동시간과 지역 간의 거래 증가, 경제활동 범위의 확대 등으로 이른 아침부터 하루를 시작하는 모습이 그대로 이어져 오고 있다. 업무 성격상 자영업을 하는 국민들이나 이른 아침에 일을 시작해야하는 업종들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지만, 상당수의 기업인들이나 급여생활을 하는 직장인들도 한정된 업무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하여 이른 아침부터 하루 일과가 시작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반 국민들에게 아침 7시 30분이 결코 이른 시간이 아니다.

필자가 기업에서 직장 생활하던 시기에도 아침 7시 출근이 제도화되어 새벽밥을 먹고 칼바람을 맞으며 직장으로 향하던 적이 있었다. 초기에는 4시에 퇴근한다는 원칙이 있었지만 정시에 퇴근하는 간큰(?) 직원들은 별로 없었다. 따라서 절대 노동시간만 더 늘어나는 상황을 보고 필자는 “참 지능적으로 사람을 부리는구나. 그래, 최대한 쥐어 짜내봐라”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4시 퇴근이 정착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퇴근 후의 시간이 황금과 같은 시간으로 변했다. 책도 볼 수 있고, 문화생활도 할 수 있는 등 생활의 여유와 활력이 생길 수 있었다. 당시 운동선수 출신의 한 선배가 “운동하던 시절에 경기력 향상을 위한 훈련으로는 새벽훈련이 제일이더라. 새벽훈련을 할 때 실력이 가장 크게 늘어난다”는 말을 해주었다. 이와 비교해보면, 일반적인 업무도 이른 시간에 효율성이 극대화된다는 말이다. 윗사람들이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새벽 공부를 권하는 경우와도 동일하다. 분명히 이른 아침부터 일을 시작하면 생활에 도움이 되는 점들은 많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늘어난 업무들을 소화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될 수 있느냐이다. 우리가 밥을 먹어도 소화시킬 시간이 필요하다. 업무에 매달리는 시간이 지나면 그 업무를 소화시켜서 다음을 위하여 무엇을 해야 하는지 준비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인간은 힘을 가지게 되면 “내가 이렇게 해서 힘을 가질 수 있었으니 너희들도 이렇게 하면 된다”는 식의 아집에 빠진 리더쉽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경제문제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면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우리가 열심히 일하지 않아서 지금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 아니다. 글로벌 시대에 아직 뒤쳐진 부분이 많이 남아있고 경제상황을 결정하는 요소들이 과거에 비해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많아졌다. MIT대의 로버트 솔로교수는 미국 등 소수의 산업화된 경제에서 장기적으로 혁신이나 머리를 쓴 성장이 동물적 힘 즉, 자본과 노동의 증가보다 생산량의 증가에 더 중요하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증명하여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이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십은 과거에 몸으로 뛰면 된다는 리더십보다 머리를 쓰는 리더십이 아닐까. 대통령에게 주어진 업무환경과 일반 공무원들에게 주어진 업무환경이 얼마나 다른지도 현장확인을 해보고, 효율성을 살리기 위한 초석은 되어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급하게 서두르는 것은 항상 훗날 그 대가를 지불했다는 것도 역사적으로 쉽게 증명되는 일이니까.

김영곤 경영학 박사 강남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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