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은 단순한 자동차회사가 아니라 자동차의 나라 미국의 상징이며 자존심이었다. 1908년 설립된 GM은 첨단 재무투자기법 도입, 할부금융 판매, 디자인과 색상의 다양화를 통하여, 1931년 단일 제품대량생산 체제를 고수하던 포드를 제치고 자동차업계의 왕좌에 올라섰다. 전성기인 1960~1970년대에는 세계 자동차시장의 30%를 점유했었고, 1955년부터 시작된 포춘의 세계 500대 기업에서는 37차례나 1등에 올랐다. 독일 오펠, 영국 복스홀, 스웨덴 사브, 일본 이스즈, 한국GM 등 전세계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면서 2007년 도요타에 1위를 내주기전까지 76년 동안 세계 1위를 지켰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경영진이 기술개발을 소홀히 하고, 현실에 안주하면서 추락하기 시작하였고, 결국 글로벌 경제 위기속에서 침몰했다. 여기에는 노조도 한 몫했다. 1935년 설립된 전미자동차노조(UAW)는 미국의 대표적인 강성노조다. 그러던 전미자동차노조(UAW)가 파산보호 신청을 한 GM과 크라이슬러 사업장에서 2015년까지 파업을 하지 않고, 신규 직원의 임금수준을 낮추기로 했다고 한다.결국 GM이 6월1일 미국 뉴욕 파산법원에 파산보호(챕터11)를 신청했다. 챕터11은 법원의 감독 아래 일시적으로 채무 상환을 연기하고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의 회생을 유도하는 절차로, 한국의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와 유사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몇 가지를 생각해보아야 할 것 같다.첫째, GM의 파산이 GM의 몰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단기적으로는 GM이 구조조정을 통하여 작아지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 정부의 후원아래 보다 강력한 새로운 뉴GM으로 태어날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 단기적인 반사이익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진정한 경쟁력이 아니다. 오히려 현재의 상황은 보다 치열한 새로운 전쟁의 예고편일 뿐이다.둘째, 자동차업체 간 합종연횡이 심화되고 생존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다. 현재 세계 자동차 업계의 판도는 도요타(885만대), GM(795만대), 르노-닛산(681만대), 폴크스바겐(645만대), 포드(523만대), 현대-기아차(419만대) 순이다. 한편 세계 자동차시장은 30%이상 과잉생산이며, 세계1위에 올라선 도요타도 고전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GM의 공백기를 이용하여, 피아트가 크라이슬러를 인수하고, 마그나는 오펠을 인수했다. 양적 성장 보다는 이익 창출이 필요한 시기이다.셋째, 중국의 부상이다. 중국은 최대 생산기지이자 동시에 최대 시장이다. 이러한 중국이 최근 GM의 SUV브랜드 허머(Hummer)를 인수하고, 선진국 부품업체 인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선진국 업체를 인수함으로써 브랜드 제고 뿐만 아니라,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동시에 갖춘 업체로 변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업체와 중국업체의 기술격차를 단축시킬 것이다.넷째, 한국 자동차업체의 미래이다. 현대-기아차는 600만대의 생산능력을 갖추었으나 이미 세계시장이 과잉공급이다. GM대우는 뉴GM에는 편입되었으나 연간190만대(반제품 수출 포함)를 GM의 글로벌 유통망을 통해 수출 할 뿐 자체 수출망은 없다. 또 연구능력이 부족한 생산기지로써의 한계를 가지고 있다. 쌍용자동차의 미래는 더더욱 불투명하다. 또 자동차업계의 선진 노사문화의 정착도 과제이다. 반면 해답은 오히려 단순하다. 기술 경쟁력, 브랜드 가치, 규모의 경제를 동시에 실현한 업체, 나아가 소비자가 선호하는 차를 만드는 업체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임형백 성결대 지역사회개발부 교수
오피니언
임형백
2009-06-10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