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능력중심 사회와 국가직무능력표준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닫혀 있고 분절돼 있다. 학교를 졸업한 후 어느 직장에서 첫 출발을 하느냐가 장래의 진로를 대부분 결정한다. 중소기업에서 일을 시작하면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은행권으로 진입하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출발하면 내부 노동시장에서 평가받고, 퇴직할 때까지 직장 충성도 등에 따라 승진 경로를 밟아 간다. 오는 2016년부터 정년 60세가 법으로 보장받게 됐지만, 상당수 조직에서는 현재의 정년을 지키지 못하고 450대에 직장에서 밀려나기 일쑤다. 또 정규직으로 퇴직한 탁월한 역량의 소유자도 다른 정규직 일자리를 찾는 것은 매우 어렵다. 정년을 맞아 혹은 대기업이나 공공부문에서 밀려난 많은 유능한 인재들이 자영업으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우리나라는 취업자 중 자영업자의 비중이 OECD 평균의 두 배 수준이다.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하기 어렵지만, 대졸자가 아니면 사회에서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도 너도나도 대학진학을 고집하게 한다. 이 탓에 우리나라 대학진학률은 OECD 국가 중 최고다. 그러나 기업들은 대학 졸업생을 채용해도 필요한 역량을 갖추고 있지 못해 재교육 훈련비용이 많이 들어간다고 불평한다. 분절되고 닫힌 노동시장의 중심에 학력중심사회, 연공이나 조직에 대한 충성도에 의해 평가받는 보상시스템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이것은 박근혜 정부가 능력중심사회 구축을 주요 국정과제로 제시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가직무능력표준(National Competence Standard: NCS)은 출신학교나 학력이 아니라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에 의해 노동시장에서 인적자원을 평가하는 기저가 될 것이다. 지난 10여 년간 지지부진하던 NCS 개발은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돼 올해 말까지 856개로 구성된 NCS체계 구축이 완료될 예정이다. NCS에 기반을 둔 학습모듈 개발도 일정대로 추진돼 구체적인 결과물이 나오고 있다. 또한 NCS 학습모듈은 특성화고등학교와 전문대학의 직업교육을 현장 필요에 맞게 개혁하는 기반이 될 것이다. 55개 NCS분야에 대한 468종의 학습모듈이 올 4월 말까지 공개됐고, 195개의 NCS분야에 대한 학습모듈이 개발된다. 우리나라 직업교육훈련기관들은 아직 NCS 활용을 주도적으로 할 수준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NCS 학습모듈은 전문대나 특성화고 뿐만 아니라 직업훈련기관들의 훈련과정을 NCS기반으로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NCS와 NCS 학습모듈은 정부 및 공공기관이 주관하고 있지만 개발과정에 산업계, 현장 실무자들이 참여하고 있어,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직업교육훈련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그러나 NCS와 NCS 학습모듈 개발은 시작에 불과하다. NCS를 활용하는데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업종별 단체의 역량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NCS체계가 잘 구축된 영국, 호주 등을 보면 업종ㆍ단체별로 NCS를 전담하는 수 십 명의 전담인력을 별도로 구성하여 NCS 개발과 활용을 주관하고 있다. 아직 우리는 기존의 산업별 협회에서 2~3명의 인력이 인력개발관련 업무를 하는 수준이어서 정부 및 공공기관이 주도해 이들 업종별 단체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산업계가 요구하는 인력을 스스로 양성하려는 인식을 해야만 현장수요에 맞는 NCS가 개발되고 잘 활용될 수 있다. 특히 NCS와 연계되는 국가자격체계(National Qualification Framework: NQF)의 구축이 시급하다. NQF는 NCS를 기반으로 하여 학교교육, 직업훈련, 평생학습제도, 자격을 연계하는 제도이다. NQF가 구축되어야만 NCS에 기반을 둔 교육훈련을 통해 축적된 역량에 대한 시장에서의 평가가 가능하고 고등교육을 통해 획득한 역량과의 연계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박영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

[경제프리즘] 서비스업과 제조업의 수출 쌍두마차화를 기대하며

며칠 전 인천공항의 환승객 수가 올해 1월을 빼고는 7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2005년부터 9년 연속 세계 공항서비스 평가 1위를 기록하고 연간 700만 명 이상(2013년 기준)의 환승객이 이용하는 인천공항이기에 걱정이 앞서지만, 곧 제 궤도에 오르기를 기대한다. 인천공항 환승객 감소는 단순히 공항 매출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서비스업 수출에도 영향을 미친다. 서비스 무역은 상품과 달리 다양한 방법으로 이뤄진다. 먼저 서비스 자체가 국경을 넘어가는 경우다. 스마트폰 보급으로 이제는 일상화된 애플리케이션 구매가 여기에 해당한다. 둘째로 소비자가 직접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고자 국경을 넘어가는 경우로,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환승객을 포함해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이나 유학생이 이에 해당한다. 셋째, 서비스 공급자가 직접 해외에 사무소를 차리고 영업하는 방식이다. 국내에 있는 외국계 금융회사가 여기에 속한다. 마지막은 서비스를 공급하는 사람이 이동하는 경우다. 국내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를 생각하면 된다. 우리나라는 원래 서비스 무역에서 고질적인 적자를 보는 나라였다. 1990년부터 2011년까지 서비스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해왔다(외환위기가 발생한 1998년 제외). 그러던 것이 2012년부터 흑자로 전환됐다. 건설, 운송 등의 분야의 흑자와 사업서비스 분야의 적자가 감소하면서 흑자를 보게 된 것이다. 작년은 중계무역, 건축서비스, 컴퓨터 소프트웨어 관련 서비스, 문화, 의료 관광 등 서비스 수출이 많이 늘어나 2년 연속 흑자 기조를 유지할 수 있었다. 다만, 우리 서비스 수출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운송, 건설서비스 수출이 감소세에 있어 흑자가 지속될 것인지는 불투명하다. 또한, 우리는 여전히 서비스보다는 상품 무역에 의존하고 있다. 전 세계 상품시장에서 우리나라는 수출 3.0%, 수입 2.8%를 차지하는 데 비해, 서비스 시장에서는 수출입 각각 2.5%, 2.6%에 그치고 있다. (2012년 기준) 선진국들 대부분이 상품뿐만 아니라 서비스 수출규모도 크고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지만, 우리는 여전히 상품에 치우쳐진 불균형한 수출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글로벌 통상환경은 서비스 산업을 놓고 중대한 변화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우리나라와 미국, EU 일본 등 22개(EU 28개국을 각각 따지면 총 49개국) 주요 서비스 교역국들이 참여하는 복수국간 서비스무역협정(TISA) 협상이 본격 가동되고 있다. 애초 2002년부터 시작된 WTO DDA협상에서 서비스 분야를 다뤘지만, 워낙 진전이 더디자 실질적인 이해당사국들이 자기들만의 서비스 FTA 체결에 나선 것이다. 이달 초 OECD에서 주요국의 서비스무역장벽지수(STRI)를 발표한 것도 이 협상에 도움을 주려는 것이라는 설명이 지배적이다. 우리나라 서비스 산업은 GDP의 59%, 고용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서비스 노동생산성은 미국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민간부문 R&D 투자액도 선진국에서는 30~40%가 서비스업에서 이뤄지지만, 우리는 여전히 9할을 제조업에 쏟아붓는다. 전 세계 GDP의 57%에 해당하는 나라와 FTA를 체결하는데 이어, 곧 TISA까지 체결하면 서비스 수출시장은 활짝 열리게 된다. 창조경제 실현도 서비스와 수출이라는 키워드를 빼면 그 의미가 반감될 수 있는데, 이를 거꾸로 해석하면 지금까지 수입에 의존하거나 전혀 없던 다양한 서비스가 외국으로 수출되어 우리 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이 바로 창조경제 달성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제조업 수출 홀로 끌다시피 한 대한민국 경제가 조만간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함께 끄는 쌍두마차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위원

[경제프리즘] 이환위리(以患爲利)의 과제와 노력

중용에 보면 사람을 크게 세 부류로 구분하는 것이 나온다. 원래 날 때부터 모든 것을 알고 태어나는 천재 같은 사람(생이지지, 生而知之), 나중에 배워서 아는 사람(학이지지, 學而知之), 배워서는 모르고 굳이 고생을 해봐야 아는 사람(곤이지지, 困而知之)이 있다. 생이지지는 공자와 같은 현자들에게나 해당하니 손에 꼽을 정도일 것이고, 대부분 사람들은 학이지지나 곤이지지 같이 배우고 경험을 통해 진리를 알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같은 전대미문의 엄청난 일들을 보며 필자는 우리가 혹시 고생을 하고도 깨닫지 못하는 네 번째 부류에 속하는 사람들이 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해봤다. 다른 사람 탓할 것 없이 나부터 그동안 간과했거나 소홀히 해왔던 업무는 없는지 찬찬히 살펴보았다. 그랬더니 우리 청에서 경기도 내 중소기업의 경영과 관련해 앞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할 세 가지 과제를 확인하게 됐다. 첫 번째가 산업재해다. 통계를 보니 작년도 기준으로 연간 약 92천 명이 산업재해를 당하고 천여 명의 사람들이 산재 사고로 생명을 잃고, 산재로 인한 피해액이 작년에만 19조 원에 이른다고 한다. 산재는 대부분 10인 미만의 소기업에서 일어났다. 재해 유형별로도 넘어지거나, 어딘가에 끼이거나, 떨어지는 사고가 전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조금만 더 관심을 두면 예방이 가능할 것이다. 그동안 산업재해는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문제이고, 업무 영역도 노동부 소관이라고 소홀히 해온 측면이 있다. 따지고 보면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안전한 작업장을 만드는 일은 근로자에 대한 투자이자 기업의 생산성과 성장에 크게 도움이 되는 일이다. 마침 지난주 열린 중소기업 주간행사에서도 통상적인 행사 대신 전국 업종별 중소기업 대표와 근로자가 참석한 가운데 산업재해 예방 및 중소기업 안전문화 확산을 위한 결의대회를 개최한 바 있다. 앞으로 우리 청에서도 이 같은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두 번째로는 환경관련 법률의 대응이다. 내년이면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과 화학물질 관리법 두 개의 환경관련 법규가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이 법률들이 시행되면 일정 유해 화학물질을 수입하거나 제조 판매하는 사람은 등록하고 일정한 절차와 방법으로 관리 보고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등 절차별로 다양하고 많은 규제사항이 중소기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지만, 아직도 현장에서는 법규에 대한 정보와 사전 대비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 법규가 시행되어 중소기업들이 어려움에 바로 직면하지 않게 지금부터라도 착실히 준비하는 것을 돕고자 환경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에너지 관리다. 경기도 내에는 5인 이상 제조업체가 전국의 약 38%인 4만6천 개가 있으며 이들 기업은 다량의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다. 지난주 우리 청은 에너지관리공단 경기본부와 MOU를 맺고, 매년 2천toe이하 (대형마트 한 개의 에너지 소비 수준) 에너지를 소비하는 관내 기업에 대해 약 9억 원을 들여 무료로 에너지관리 진단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에너지관리 진단에 드는 비용도 전액 지원받을 수 있지만, 진단 후 필요한 대체 시설을 설치할 때 드는 비용도 지원받을 수 있어 일거양득의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최근 우리 사회는 여러 어려움에 처해있다. 사회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각자 노력하고 있지만,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그친다면 단순히 곤이지지에 그칠 것이다. 곤이지지에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학이지지가 되어 안정적인 사회경영을 추구할 것인가는 우리 각자의 노력 여하에 달렸다. 그리고 우리 청에서도 나름의 최선을 다해 중소기업이 어려움을 기회로 삼도록 견마지로를 다할 것을 다짐해본다. 서승원 경기지방중소기업청장

[경제프리즘] 지금은 미래 위해 희생하는 기업가가 필요한 때

우리는 얼마 전 참혹한 사고의 현장을 목격했다. 세월호 침몰이라는 끔찍한 사건은 온 국민은 물론 전 세계인을 참담하게 했다. 세월호의 침몰 원인은 다양하게 분석되지만, 우리가 직접 목격할 수 있었던 것은 해운사가 기업의 막대한 이익만을 노리고 안전 조치를 무시한 채 노후화된 선박을 무리하게 증축하고, 배에 화물을 더 많이 과적하려고 배 무게의 중심을 잡아주는 평행수를 규정 이하로 줄여가면서 무리한 운행을 한 탓이다. 이와 더불어 총체적인 난맥상이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선장과 선원들의 판단착오와 이기적인 선택, 즉 승객들은 배 안에 있으라고 방송하면서 선원들만 탈출했다는 것이다. 이와 유사한 사건으로 영국의 타이타닉호가 침몰 당시 타이타닉호 선장은 승객을 구하느라 자신의 몸을 바쳤다. 세월호 침몰과는 정반대로 많은 승객을 구조하면서 선원들은 승객들 구조하느라 본인들은 배와 함께 참사를 당한 것이다. 영국 국민은 타이타닉호 선장 비석에 이렇게 적혔다고 한다. Be British _ 영국인처럼 행동하라. 이와는 반대로 세월호 선장의 안일한 판단은 결국 기업의 몰락을 자처했다. 일부 특정 기업은 성장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사회와 국가를 위해서도 봉사와 공헌을 해야 하지만,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기를 거부하고 배부른 돼지 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또한, 성공한 기업가 가운데는 개인의 치부와 영달을 위해서 이기적이고 반사회적 기업 활동을 하는 기업가들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업가들의 말로는 비참하고 비극적인 결과를 낳는다. 아무리 장래가 촉망받고 뛰어난 사업수완을 지닌 리더들도 왜곡된 기업가로서 해야 할 당연한 역할을 도외시한다면 그 생명이 영속될 수 없다. 국가 경제의 중심을 이루는 것은 기업이다. 이 때문에 기업가는 경제발전을 주도하는 리더이다. 기업가는 혁신과 모험을 감수하는 용기 있는 사람들이며 기업가가 없는 자유시장 경제체제의 발전은 상상할 수도 없다. 또한, 기업 활동이 왕성하고 성과가 클수록 지속적인 국가 경제 발전이 가능하다. 이러한 이유로 앞으로는 훌륭한 기업가가 많은 나라일수록 경제 대국, 나아가 세계적 지도자 국가가 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국가의 산업화, 현대화를 위한 기업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미국의 경제발전을 주도하면서 산업국가를 건설하고, 현대화를 가져다준 리더로서의 역할을 했던 기업가로 헨리 포드를 들 수 있다. 포드는 모든 농민들에게 마차 대신 힘있는 자동차를 보급하는 것이 꿈이었다. 그는 탁월한 재능과 끊임없는 노력으로 그 유명한 T형 자동차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테일러식 생산기법을 도입해 값싼 자동차를 대량 생산했다. 포드는 값싸고 튼튼한 서민의 차 만들어 대중화에 성공해 미국사회의 현대화를 주도한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꾸준하고 헌신적인 노력으로 미국을 세상에서 가장 부자의 나라로 만든 기업가인 셈이다. 기업가는 항상 미래 사회를 예측하고 혁신적인 자세로 새로움을 추구하고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항상 더 나은 미래를 개척해 나가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기업가는 국가경제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기업의 이익만을 위하는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사회와 국가의 안전, 국가 이익을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리더가 필요하다. 기업의 유지 뿐만 아니라 기업이 발전하려면 지속적인 변화와 미래를 위해 희생을 아끼지 않는 기업가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기인 것이다. 김만균 경기과학기술대 중소기업경영학과장

[경제프리즘] 기업 맞춤형 융합 교육을 위한 융합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기업을 경영하는 분 중 현재 대학에서 가르쳐 내보내는 학생들의 교육 수준에 만족하는 사람들을 찾기는 어렵다. 대학의 교육을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자괴감이 들 정도이다. 기업뿐만 아니다. 대학원생을 선발해 보면 일반적으로 대학원생들이 갖춰야 할 전문적인 지식이나 자세가 부족함을 느낀다. 우리 대학이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도, 학문세계에서 요구하는 인재도 제대로 양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기업은 기본적인 소양이 갖춰진 인재라면 일단 선발해서 기업에 맞는 전문적인 기술이나 지식을 전수하여 기업체의 업무에 필요한 인재로 키워나가고 있다. 하지만, 후임자의 교육을 위해 경험이 많은 선임자를 무한정 투입하기도 어렵다.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자체 교육시스템이 갖춰진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더 어렵다. 그럼에도 교육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신기술 개발을 통한 신제품 개발 주기가 더욱 짧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에서 필요한 교육은 크게 전문성과 융합성이다. 누가 그런 교육을 담당할 수 있을까? 전문성을 배양시키려면 누구든지 해당 기술 분야에서의 연구와 개발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이 교육자로 나설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창의적인 신제품 개발에 필요한 융합 기술은 디자인이나 인문학 등 다학제적 전문가들을 초빙하여 전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교육을 통해 수강생들은 주체적으로 융합기술을 습득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이 필요한 그런 전문성과 융합적 기술 교육은 현행 대학 시스템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대학은 기업체가 요구하는 기술인력의 교육보다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한 대학의 교수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있지만, 기업이 당장 요구하는 지식을 모두 아우르고 있지는 않다. 기업에서 필요한 기술의 전문가는 대학의 경계를 넘어서 존재한다. 따라서, 한 대학의 경계를 넘어 다양한 대학, 기업과 연구소 그리고 기업체의 전문가를 강사로 확보할 수 있는 유연한 조직이 필요하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라며 그 사람이 정부 관리든, 기업체의 임원이든, 대학교수든, 일반인이든 상관없이 교수로 활용하여 지식을 전수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 맞춤형 융합교육을 위한 시스템의 설립과 지원은 정부와 교육당사자들이 융합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풀어야 한다. 대학과 연구기관은 전문가들을 투입하고, 교육부는 신개념 학위과정 개설 등의 교육행정을 펴고,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체의 기술교육 표준을 제시하며, 그리고 정부 부처 직원들은 기업인허가 관련된 노하우를 교육을 통해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기업 경쟁력을 증대시키기 위한 융합교육은 기존 대학원의 과정에서 시행 중인 연구논문 작성 면에서도 더 유연성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대학에서 전업으로 공부하며 연구하여 논문을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체 직원이 현업에 종사하면서 기업이 해결해야 할 과제를 프로젝트화 해 해결하는 과정을 연구논문으로 대신할 수 있을 것이다. 논문을 위한 논문보다는 기업체의 문제해결 과정을 논문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업 맞춤형 융합교육이 성공하려면 무엇보다도 정부 부처의 융합 행정이 필요하다. 소정의 강의를 수강하고 프로젝트를 완성하여 일정한 수준에 이른 사람들은 기존 대학원의 석사 또는 박사에 해당하는 학위를 수여할 수 있어야 한다. 신개념 학위를 창설하는데 정부의 협업이 필요하다. 사원들이 현업에 종사하면서도 전문성을 갖춘 석사학위를 받을 수 있다면 이는 개인적인 성취감 또한 자극하여 보다 열정을 가지고 연구개발 업무에 임할 수 있을 것이다. 교육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각 부처는 융합적 행정역량을 발휘하여 학위 문제를 해결하면 융합교육 실험은 성공할 것이다. 최성화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부원장

[경제프리즘] 채용방식의 혁신이 필요하다

대졸자들의 취업난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분석에 따르면, 대졸자의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취업을 위해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2007년 68만2천 명에서 2013년 96만 명으로 40.8%나 늘어났다. 지난해 9급 공무원 공채시험에는 20만4천698명이 응시해 경쟁률이 74.8대 1에 달했다. 공무원 수험생이 31만9천 명으로 가장 많았다. 우리나라 4년제 대학 및 대학원 졸업 청년층 미취업자의 약 4분의 1은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4년제 대학 재학생(휴학생 포함) 중 취업관련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비율은 2007년 8.7%에서 2013년 12.1%로 3.4%p 상승했다. 입사시험(공무원, 민간기업, 공기업) 준비생 중 취업자 비중은 2007년 14.0%에서 2013년 22.9%로 8.9%p 상승해 더 좋은 조건의 직장으로 이직을 준비하는 청년 취업자도 증가했다. 민간기업의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층은 2010년 13만3천 명으로 저점을 나타냈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지난해 26만 명이 늘어났다. 삼성그룹 등 대기업에서 직무적성검사가 확산된 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특성 중의 하나인 지필고사 위주의 채용방식이 과연 바람직한 제도인가는 의문이다. 법학전문대학원 제도 도입 이전의 사법시험제도가 考試 浪人(고시 낭인)을 양산했듯이 지필고사 중심의 대규모 공채에 의한 채용방식은 오랜 기간 입사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을 양산했다. 우리의 소중한 청년 인적자원들이 역량 축적보다는 시험 합격을 위해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입하는 낭비적 사회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이처럼 공공기관, 대기업 등 소위 젊은이들이 가고 싶어 하는 좋은 직장들이 지필고사 중심의 공채에 의존하는 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채용의 공정성에 중점을 두는 우리 사회의 현실과 연관이 깊다. 얼마 전 삼성그룹이 채용 인원의 일정 부분을 각 대학의 추천에 의해 선발하려 했다가 지방대학 등 추천인원을 적게 받은 대학들의 항의와 대학서열을 조장한다는 사회적 비판에 굴복해 새로운 채용방식을 포기한 사례는 이와 같은 사회적 압력을 잘 보여주고 있다. 공무원, 공공기관 등이 선도적으로 채용방식을 지필고사 중심에서 학교추천, 서류전형, 실무경력, 면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또한, 민간기업의 직무적성검사는 대학 수능시험과 같이 직무적성검사 합격을 위한 사교육 시장이 형성되는 등의 부작용이 크기 때문에 대기업들이 좀 더 깊은 고민을 해야 한다. 최근에 현대자동차 그룹이 이공계 졸업생들에 대해서는 수시채용방식으로 전환했듯이 수험생을 양산하는 지필고사 중심의 대규모 공채에서 탈피해 새로운 신입직원 충원방식을 도입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대기업들의 공채시험이 있는 4월에 청년 실업률이 올라가고 같은 날 실시한 현대자동차그룹과 삼성그룹의 대졸자 공채 시험에서 어느 회사의 지원자가 많은가 하는 것이 사회적 관심거리가 되는 일은 더는 없어야 한다. 공무원, 공공기관, 대기업 등의 대규모 공채에 의한 채용방식은 입사 기수에 기반을 둔 조직문화는 선후배 간의 끈끈한 유대감으로 조직의 결속력이 다져지는 장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개방화된 사회에서는 그 효용성이 한계가 있다. 특히 외부 노동시장과의 단절된 근속과 조직에 대한 충성도에 기반을 둔 위계질서는 사회지도층을 이루는 공공기관 및 대기업 집단의 끼리끼리 문화의 한 축을 이룬다. 원자력업계의 비리구조에서 나타나듯이 우리 사회의 끼리끼리 문화는 심각한 사회병폐를 유발하고 있다. 대기업이나 공공기관들이 절차의 공정성을 과도하게 고려하지 않고 다양한 채용방식에 의해 자신들이 요구하는 인재들을 선발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우리 사회의 신뢰기반이 보다 강화돼야 한다. 주관적 판단이 더욱 개입된 다양한 방식으로 인재를 선발하는 시스템이 잘 운영된다면 우리 사회의 신뢰기반도 강화될 것이다. 박영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

[경제프리즘] 다시 돌아온 선거와 안전불감증 공약

지난 주 온 나라를 비통하게 만든 재해가 발생했다. 특히 경기일보 독자들 중에서도 진도 앞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계실 분이 계실 것이라는 생각에 비록 외부 필진이지만 더욱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특히 천재지변이 아닌 전형적인 인재(人災)로 결말이 날 가능성이 크기에 어른의 한 사람으로서 떠나간 아이들에게 미안할 뿐이다. 인재는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음을 뜻한다. 아직 이번 사고의 원인에 대해 공식 규명이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사고 발생 전후 모두 대응이 부족했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비상상황 발생 시 인명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리 준비되고 훈련된 시나리오별 대응 매뉴얼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구조작업을 진행하지 못한 것은 사후대응 미비라면, 매뉴얼 구축과 훈련, 그리고 안전불감증에 비롯된 각종 행위들이 사전대응 미비다. 즉 낙후된 선박, 과적 또는 선적 시 안전장치 미비, 악조건 속 항해강행, 그리고 마땅히 해야할 바를 하지 않은 선장과 선원들의 부작위가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불감증은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되어 있는 것 같다. 장소와 형태만 바뀌었을 뿐 시간이 흘러도 이런 대형사고는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안전불감증이 우려되는 곳은 다른 데에도 있다. 이제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제6회 지방선거 말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전국 시도지사 17명, 구시군의 장 226명 등 총 3천952명의 내 고장 일꾼을 뽑는다. 5월 15일 후보자 등록이 시작되면 후보들은 저마다 고장의 발전과 더 나은 생활을 약속하는 공약들을 내걸고 선거운동에 나설 것이다. 바로 이 대목에서 필자는 안전불감증을 우려한다. 출마자들은 우리 시, 우리 군을 살기 좋은 곳으로 바꾸겠다고 앞다퉈 약속했다. 도로와 교량을 깔고, 교통수단을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지자체 도입으로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보다 진화한 것은 분명하지만, 많은 지자체들이 예산의 상당부분을 중앙정부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공약남발과 무리한 이행으로 재정이 악화된 것은 지자체 20년으로 드리워진 그림자다. 공약의 타당성과 집행가능성은 지자체의 재정측면 외에 다른 곳에서도 확인되어야 한다. 투자자 대 국가 분쟁해결제도, 소위 ISDS 또는 ISD로 불리우는 그것이다. 한미 FTA의 독소조항이라던 이 제도가 FTA의 고유한 장치로 보는 이들이 여전히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발효 중인 9건의 FTA 뿐만 아니라 80여건의 투자보장협정(BIT)에도 이 제도가 들어있다. FTA든 투자보장협정이든 ISD는 외국인 투자자가 우리나라에 투자해 더 많은 일자리와 부를 창출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혹시나 발생할 분쟁시 믿을 수 있는 국제중재를 통해 갈등이 해소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로 투자자가 안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 분쟁 해결제도의 당사자는 외국인 투자자와 정부인데, 여기서 정부는 중앙정부 뿐만 아니라 지방정부도 포함되며, 정부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공공기관도 포함된다. 지방자치의 조례나 행정조치로 인해 국내 투자자보다 외국인 투자자를 차별하거나, 투자유치를 위해 당초 약속한 바를 이행하지 않거나, 행정이 투명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등으로 인해 피해를 야기할 경우 이러한 내용들이 ISD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내 고장을 발전시키고 주민들에게 살기 좋은 여건을 만들겠다는 공약은 필요하다. 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국제통상질서가 중앙정부만의 일인 양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약을 세우고, 이를 반드시 이행하고자 무리수를 둘 경우에는 오히려 그 피해가 지자체 뿐만 아니라 중앙정부에까지 미칠 수 있음을 걱정하는 것인 필자만의 기우일까? 선거운동 기간에 열심히 할 것처럼 잘 하다가 당선 후 낯빛을 바꾸는 모습은 다음 선거로 심판할 수 있지만, 이러한 인재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지게 된다. 바라건데 재난재해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제 정책수립과 이행과정도 점검했으면 한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위원

[경제프리즘] 판이 깨지기 전에 한숨 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최근 베스트셀러 중에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란 책이 있다. 클린턴 정부시절 노동부 장관을 역임했던 로버트 라이시라는 유명한 경제학자가 쓴 책으로 중산층에 대한 시각과 관련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작년에 큰 화제를 일으켰던 불평등의 대가 역시 마찬가지다. 평생 경제적 불평등을 학문의 주제로 삼고 연구했던 조지프 스티글리츠의 혜안을 보면 왜 오늘날 불평등이 큰 문제가 되고 있는지, 불평등이 심화하면 사회 시스템 전체가 장기적으로 어떤 비용을 치러야 하는지를 묵직하게 알려준다. 위 두 권의 책이 주장하는 바는 의외로 단순하다. 여러 명이 참여해서 게임을 하는 포커판을 한번 생각해보자. 경제는 다양한 경제 주체들이 함께 벌이는 포커판과 같다. 판돈이 일부 부유층에 모두 몰리면 돈이 떨어진 일부 계층은 계속 게임에 참여하려고 돈을 빌리거나 저금 등의 여유자금을 깰 것이다. 그러나 그런 돈마저도 모두 잃으면? 경제가 포커판과 다른 것은 포커판에서는 돈을 잃은 사람이 다음에 잃은 돈을 만회할 기회가 있지만, 경제는 판이 일단 깨지면 다시 열기 어렵고 돈을 딴 사람이든 잃은 사람이든 다 같이 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위 저자들은 중산층 몰락이 모든 경제문제의 근본원인이라고 생각한다. 1920년대 미국을 휩쓴 대공황의 원인은 근본적으로 중산층의 소득 수준이 떨어져 이들의 구매력이 저하되어 생긴 문제이며, 2008년 금융 위기는 포커판에서 돈이 떨어진 중산층이 기존 저축을 깨고 외부에서 자금을 차입하면서까지 게임에 참여하다 결국에는 모두 돈을 잃어서 생긴 문제라는 시각이다. 여기서 문제는 게임의 공정성이나 부자들의 불법성과는 관계가 없고 이유가 어떻든 부자는 갈수록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계속 가난해지며 중산층이 공동화되는 것이 전체 경제게임의 판을 불안정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다분히 불공정한 측면이 있더라도 다 같이 살려면 게임의 룰을 바꿔서라도 중산층이 늘도록, 그래서 그들이 계속 포커판에 남아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문득 필자는 미국 석학들의 주장에 최근 우리 사회에서 논란이 되는 적합업종 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스쳐 지나갔다. 일부 학자들은 통상문제나 법치 등 다양한 이유와 논리를 내세워 현재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하지만, 그들이 간과하는 것은 그러한 주장은 현재의 판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 고유업종이 공적으로 몰려 폐지된 지 불과 몇 년이 지나지 않았지만, 대부분 업종에서 대기업의 진출로 중소기업이 거의 고사 직전에 몰렸다. 국수제조업만 해도 제도 폐지 전에는 시장의 90% 이상이 중소기업이었지만 이제는 불과 10%도 안 된다. 옛날의 골목길 국수방의 추억이 사라진 것은 둘째 치고 그동안 국수의 품질이나 소비자 편의가 크게 개선되었다는 이야기는 들은 바가 없다. 대신 시간이 지나면서 판돈을 잃은 중소기업의 늘어가는 한숨 소리만 필자에게 강하게 들린다. Too big to fail이라는 영화를 보면 그토록 자유와 정부 불간섭을 강조하는 미국정부도 금융위기 때 월가의 내로라하는 금융인들을 모두 불러 모으고 재무부장관이 직접 관치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주먹을 내보이며 반항하면 모두 죽어라는 단호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판이 깨지면 모두 죽는다는 절박감과 위기감에서 나왔을 것이다. 왜 우리에게는 미시적인 합법성과 함께 전체 판을 아우르는 대세관을 갖춘 전문가들, 지식인들의 강직한 목소리는 없는지 참으로 답답하다. 울창한 숲은 소수의 큰 나무만으론 절대 이룰 수 없다. 건강한 숲은 큰 나무와 작은 나무들이 함께 어우러져야 멋진 숲이 되고 생명이 살 수 있는 법이다. 우리 경제도 마찬가지로 같이 살아야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을 늘 명심해야 하는 이유이다. 서승원 경기지방중소기업청장

[경제프리즘] 기업가는 사회적 책임을 명심해야 한다

현대 기업은 기업 평가의 양적 지표인 매출액, 주가, 이익 등에서 높은 성과를 거둘 뿐 아니라 지적 지표인 기업의 구성원, 소속사회, 국가에 대한 책임을 다 할 때 진정한 우수기업이 될 수 있다. 훌륭한 기업가는 기업 구성원들의 복지를 위해서 힘쓰고, 인재양성 측면에서는 기업이 요구하는 유능한 인재뿐만 아니라 가정, 사회, 국가에 대한 책임을 인식하는 인재를 키워야 한다. 파트너십 정신으로 기업가는 기업의 건전하고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고객, 주주, 협력업체 나아가서는 사회, 국가에 봉사하고 공헌하는 활동을 펼쳐나가야 한다. 또 기업은 사적 이익만을 좇는 집단이 아니라 공공성과 사회성을 추구하는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어야 한다. 공유가치창출(CSVㆍCreating Shared Value)의 개념이 등장한 이래, CSV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및 기업사회공헌(Corporate Philanthropy)의 영역과 연계된 다양한 전문가들의 논의 대상이 되고 있다. 요즘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으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기업이 가진 자원을 활용해 사회를 더욱 풍요롭고 활기차게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기업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회적 책임을 수행해야 할까. 우선 고객만족 경영을 해야 한다. 기업은 고객들에게 품질이 좋고 안전한 제품을 제공함으로써 소비자의 불만을 최소화 하고 고객으로부터 신뢰받는 기업이 돼야 한다. 또한, 내부 구성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기업과 내부 구성원들은 기업 활동의 두 축이 되는 것이다. 내부 구성원들은 단순히 노동을 제공하고 임금을 받는 생산 요소가 아니라 기업 경영의 동반자로 삼아야 한다. 최근에 정도경영, 가치경영이라 해 새로이 기업 활동의 기본방향을 설정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미국의 세계적 종합의료용품 메이커인 Johnson & Johnson사의 3대 회장 로버트 우드 존슨(Robert Wood Johnson)은 Credo를 제정해 경영의 기본이념으로 삼았다. Credo는 자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에 대한 책무를 첫 번째 항목으로 내세웠으며, 내부 구성원들, 지역사회와 환경 그리고 주주에 대한 책무를 강조했다. 이처럼 존슨 회장은 존슨 앤 존슨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임을 대내외에 천명하고 경영의 기본방향으로 삼았던 것이다. 1982년 존슨 앤 존슨(Johnson & Johnson)은 그 유명한 타이레놀 사건으로 회사의 존망을 좌우하게 할만한 위기를 겪게 되었다. 사실 타이레놀 생산공정에 불순물이 함유된 실험결과가 나오긴 했지만, 인체에 치명적인 손상을 줄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최고 경영층과 직원들은 전국 소매점에 이미 배포된 타이레놀을 수거하고 전국 방송을 통하여 제품의 안전성이 확인될 때까지 제품을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함과 동시에 제품 생산을 중단했다. 물론 이 사건은 회사의 명예에 마이너스 결과를 가져다주었지만,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건강을 위한 회사라는 이미지를 심는 효과를 봤다. 결국, 존슨회장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기업가정신이 회사의 전통으로 자리 잡았고, 회사가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식을 바탕으로 모든 구성원들이 합심하여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기본적으로 나라를 위한다는 생각, 잘 살아야 하겠다는 생각, 후배들에게 좀 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겠다는 생각과 같이 기업의 사회적 공헌이라는 책임정신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기업가들은 한 기업의 이익만을 추구하지 말고 사회, 국가, 전 세계가 함께 공존공영할 수 있는 기업가가 되었으면 한다. 김만균 경기과학기술대 중소기업경영학과장

[경제프리즘] 바이오벤처 두곳

지난 2000년 224개나 설립됐던 바이오벤처가 지난해에는 단 두 곳만 새로 생겼다. 2000년을 정점으로 바이오벤처 창업은 급격히 줄고 있다. 바이오 벤처는 바이오기술과 바이오산업의 가교 역할을 담당하는 창조경제의 핵심요소다. 핵심 토대가 부실해서인지 2012년 기준 1천300조 원의 세계 바이오산업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비중은 7조 원으로 0.6%에 불과했다. 바이오벤처 창업의 둔화는 미래에 대한 준비 부족과도 연결된다. OECD의 전망에 따르면 바이오기술은 나노기술 등 타 기술들과 융합하여 2030년 즈음에는 세계 경제에 대규모 변화를 가져오는 이른바 바이오 경제시대로 진입할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시대적 경향에 발맞춰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들은 바이오벤처의 창업이 국가 성장과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돌파구로 인식하고 투자와 지원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특히 미국은 일명 잡스 법 (Jumpstart Our Business Starts (Jobs) Act)을 제정해 바이오벤처 활성화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 이 법은 중소기업과 신생 벤처기업들의 투자자금 유치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주식시장에 쉽게 상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 힘입어 건실한 바이오벤처의 탄생이 탄력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우수 바이오벤처 탄생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 역할과 함께 바이오 전문가도 나서야 한다. 2000년대 초의 과열된 바이오벤처 열풍 탓에 나타났던 여러 가지 문제점을 극복한 알짜 벤처들은 기술력을 가진 전문가들의 손에 의해 만들어질 수 있다. 우리나라 과학자들이 2008~2012년 동안 네이처, 사이언스, 셀 등 세계 최우수 저널에 발표한 223편의 논문 중 약 60%는 바이오기술 분야이다. 타 기술분야와 비교하면 바이오 분야가 갖는 학문적 우수성은 충분히 입증된 셈이다. 이러한 학문적 성과를 기업가정신으로 연결해 사업화해야 한다. 우수한 논문을 발표한 과학자는 그 기술이 잘 판매돼 기술료라는 선물이 안겨질 것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그 기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 한다. 최우수 연구 성과를 창출한 연구자들이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바이오벤처를 창업해 기술료를 벌어들여야만 최종적으로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게 된다. 하지만, 우수연구 성과를 창출한 연구자들을 만나 벤처 창업을 권유하면 제일 먼저 돌아오는 말은 벤처회사 설립 시 서류나 투자자금 조성 등의 과정이 너무 복잡하고 어렵지 않느냐?는 물음이다. 본인의 기술이 수익모델로 연결되어 성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은 뒤로하고 창업 초기부터 부딪힐 생소한 상황에 지레 겁을 먹고 포기하고 마는 실정이다. 과학자들이 마주쳐야 하는 이러한 생소한 경험은 전주기적 바이오벤처 지원 시스템을 통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 대학 등 우수한 연구자들이 모여 있는 곳을 중심으로 바이오벤처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고, 사업계획서 작성, 벤처회사 설립에 필요한 서류 준비와 인증과정 등이 편리하게 지원된다면 좋을 것이다. 또, 생태계에서는 컨설팅을 통해 바람직한 회사성장 모델을 창출하여 기업운영 자금 확보를 도와주며, 벤처회사 간 네트워킹을 통해 서로 비슷하게 부딪히는 난관을 함께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정부도 올해부터 민간투자 주도형 기술창업 프로그램을 신설해 운영한다고 한다. 3년간 개별 기업별로 최대 10억을 지원하는데 이는 벤처캐피털 등 민간 투자자가 유망한 기술창업기업을 발굴하여 1억을 투자하면 뒤를 이어 정부가 3년간 최대 9억을 추가로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과 더불어 각 대학이나 지자체가 벤처 생태계 육성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 그러한 생태계에서 바이오 연구자들은 자신의 논문이라는 벽돌을 이용해 바이오벤처라는 집을 지어갈 것이다. 지식이 상아탑에만 머무르지 않고 사회적 기여가 가능한 형태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최성화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부원장

[경제프리즘] 대학 구조조정과 청년 고용률

수도권, 지방 할 것이 없이 전국의 대학들이 구조 조정의 회오리에 휘말리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 1월 말 정성정량평가를 병행한 평가를 통해 2023년까지 입학정원을 16만 명 줄이는 대학 구조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설립 목적이 다른 4년제와 전문대 간 구분을 해 정원 감축을 달리 하고 지방-수도권, 국립-사립 간 차별을 두지 않을 방침이지만 수도권과 지방을 차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치권과 지방대학에서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정부안대로 대학구조 조정이 되면 교수의 3분의 1이 강단을 떠나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교수사회도 들썩거리고 있다. 특히 교육부가 대학별 정원감축 비율과 재정지원사업을 연계할 방침이기 때문에 대학의 고민이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 5년간 수도권에 3000억 원, 지방에 1조 원이 투입되는 대학특성화 사업의 경우 정원감축비율에 따라 가산점을 받게 되는데, 2016년까지 10%를 감축하면 5점을 받게 된다. 통상적으로 0.5점으로 지원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뚜렷한 특성화 계획과 실행을 자신하지 못하면 대학으로서는 정원을 감축하거나 대학특성화 사업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학특성화 사업뿐 아니라 산학협력선도대학(LI NC)사업과 두뇌한국(BK21)사업을 평가할 때도 정원 감축 계획을 반영할 방침이기 때문에 대표적인 연구중심 대학들도 정원감축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대학 구조개혁을 추진하면서 대학들이 대학특성화 등으로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지만, 여러 가지 상황으로 볼 때 우리나라 대학의 혁신은 아주 오래전에 자체적으로 추진했어야 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분석에 의하면 2013년 현재 청년층(15~29세) 고용률(=취업자/생산 가능 인구)은 39.7%로 고용률 통계가 작성된 지난 1982년 이후 처음으로 40% 아래로 하락하였는데 10년간 4.0%P 하락했다. 임기 중 고용률 70% 달성이 박근혜 정부의 중요한 국정과제인데, 청년 고용률은 2017년까지 47.7% 끌어올릴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하락추세인 청년 고용률을 상승세로 돌리는 것은 만만치 않은 과제이다. 중장년, 여성 등의 고용률이 개선되는 가운데 청년층만 유독 떨어진 것은 높은 대학진학률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청년층 중 전문대학 이상 재학생 인구 비율은 23.5%(2003년)에서 27.3%(2013년)로 3.8%p 상승하였다. 전문대학을 포함한 대학교 재학생 수는 1990년 140여 만 명에서 2000년 280여 만 명으로 10년 사이에 2배 증가하였다. 반값 등록금으로 청년 실업률이 높아진다는 주장도 있지만 높은 대학 등록금에도 졸업 후 취업이 되지 않은 상황이 지속하면서 대학의 등록금이 너무 높다는 사회적 비난 탓에 반값 등록금을 정부 차원에서 추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 대부분 대학들은 정원 감축 목표를 정하고 학과나 전공별로 일률적으로 배분하고, 강점이 있는 분야를 선정하여 육성하는 방식으로 구조개혁을 진행하고 있는데, 한 두 달 만에 수립되는 특성화 계획으로 대학이 너무 많고 앞으로도 대졸자들의 취업난이 쉽사리 해결되지 않을 우리나라 대학이 가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궁극적으로는 상당수의 대학이 과거 우리나라 전문대학이 추구하였던 노동시장에서 요구하는 인력을 양성하는 고등교육기관으로 탈바꿈하려는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정도인 호주에서는 170여 개의 고등교육기관(Higher Education Institution)이 있는데 이중 대학교(University)라는 명칭을 쓸 수 있는 곳은 40여 개에 불과하다. 나머지 고등교육기관은 NCS(국가직무능력표준)과 NQF(국가자격체계)에 기반한 취업중심 교육을 하고 있다. 박영범 한국직업능력개발 원장한성대 교수

[경제프리즘] FTA와 돌직구

돌직구라는 말이 언젠가부터 흔하게 사용되고 있다. 에둘러 표현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하는 것을 돌직구를 날린다라고 하는데, 때론 웃음을 주기도 하지만 상처받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보면 민망하기도 하다. 또 다른 돌직구는 야구에 있다. 투수가 던지는 여러 종류의 공 중 빠르게 던지는 공, 즉 직구(直球fast-ball)의 위력을 강조하고자 돌이라는 단어를 붙여 만든 신조어이다. 난데없이 돌직구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FTA와 관련해 경험한 돌직구 얘기를 하고자 함이다. 지난주 한미 FTA가 발효 2주년을 맞았고, 다음 달이면 우리가 처음으로 체결한 FTA인 한칠레 FTA가 발효 10주년을 맞는다. 싱가포르와의 FTA도 이달 초 발효 8주년을 맞았다. 최근 협상 타결이 선언된 호주, 캐나다와의 FTA가 발효되면 우리나라가 체결한 FTA 건수는 12건에 이른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지난 10년간 FTA를 통해 어떤 돌직구를 경험한 것일까? 첫 번째 돌직구는 아쉬움의 돌직구이다. 1~2월 한파에도 여의도 광장에는 대규모 농민 시위대가 모였다. 당시 이들은 포도로 대변되는 칠레 농산물 수입으로 우리 농가는 망할 것이라는 돌직구를 날렸다. 가을걷이로 고생하신 고령의 농민들이 추운 겨울 경찰의 물대포에 흠뻑 젖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지만, 동시에 과연 그 돌직구의 가치가 있었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시지만 과육이 단단한 칠레산 포도를 살 수도 있고, 당도가 높은 우리 포도를 여전히 맛볼 수 있다. 한미 FTA 때도 내용의 차이는 있지만,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독소조항이라는 이름의 각종 돌직구들이 온라인을 들끓게 했다. 이 돌직구들은 그간 잘 알려지지 않은 어려운 협상 내용을 부각시켜 주의를 환기시키는 기여도 했지만, 대부분 정확한 정보에 기초하지 않거나 추측과 억지 논리로 만들어진 위협구에 가까웠다. 2년이 지난 지금 미국에서는 한국에 대한 무역적자가 늘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은 현실이다. 지금부터는 막 보이기 시작한 희망의 돌직구다. 아마존, 이베이, 라쿠텐 등 온라인 오픈마켓을 통해 소비자가 직접 사는 온라인 해외직구 얘기다. 직접 결제나 배송이 어려운 소비자를 위해 이를 대행해주는 업체도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2013년 해외직구 건수는 1천100만 건을 넘어섰고, 금액은 무려 1조1천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경기일보 3월10일자 18면) 온라인 직구족들은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추수감사절 직후 세일)와 영국의 박싱 데이(크리스마스 직후 세일)만 기다리며 세일 정보를 공유한다고 한다. 해외직구와 FTA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을까? 무엇보다 FTA 체결로 관세가 낮아졌다. 공산품에 대한 10% 전후의 관세가 없어짐으로써 기본적으로 가격이 국내보다 싼 해외상품 구매의 메리트가 늘었다. 면세혜택도 늘어났다. 특송화물은 200달러까지 면세되고, 원산지증명의 부담도 덜게 되었다. 우리 업체들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대형 유통체인도 소위 역직구 수출에 속속 나서고 있다. 무역협회도 국내 중소수출기업 제품의 역직구 판매를 지원하려고 주요국 오픈마켓 입점을 지원하는 데 이어, 상반기 중 온라인 B2C몰도 열 예정이다. 때마침 드라마 별그대로 한류가 다시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천송이 립스틱에 열광하는 그들은 잠재적인 온라인 직구 고객이며, 이들이 한국 상품을 구매하고자 광클에 나서는 때, 우리 상품들이 해외 시장에 오승환 선수의 돌직구처럼 팍팍 꽂히게 될 것이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

[경제프리즘] 중소기업이라는 울창한 숲을 꿈꾸며

얼마 전 중소기업청의 개청 기념일에 맞춰서 작지만 의미 있는 행사를 하나 열었다. 중소기업청이 개청한 1996년과 같은 해에 창업한 경기도 내 중소기업인들을 모시고 동행기업 간담회를 개최한 것이다. 이 행사는 전임 청장께서 입안한 것으로 그동안 이런저런 사정으로 모임을 열지 못하다 올해 처음 모임을 했다. 참석한 분들에게서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기업 운영을 하면서 겪은 애로를 들을 때는 가슴이 먹먹하기도 했고, 멋지게 성장한 기업의 무용담을 듣는 동안은 마음이 설레기도 했으며, 어려워지는 수출 여건 속에 우리가 관심을 둬야 할 과제도 파악할 수 있었다. 또한, 지난 1년 사이에 동행기업 중 한 개 기업이 도산했다는 소식에는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필자가 이들 기업에 관심을 두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18년의 세월이 보통 세월인가? 통상 기업 업력을 보면 10년 생존율이 제조업은 33%에 불과하다. 더구나 수많은 중소기업이 10년을 넘기며 많은 성장통을 겪곤 하는데, 이들 기업은 이러한 성장통을 한두 차례 무사히 넘긴 기업들이다. 또한, 우리 경제 역사상 가장 큰 소용돌이인 IMF 외환위기와 2008년 이후 금융 위기 속에서도 견실하게 살아남은 베테랑 기업들이다. 물론 창업기업들도 중요하지만, 이들 베테랑 기업들의 경영 기법이나 일자리 창출 및 유지기법들이야말로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다. 많은 일자리를 신생 창업기업들이 만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업력이 꽤 있는 기업들이 만들어내는 질 좋은, 안정적 일자리도 매우 중요하다. 다음으로, 중소기업정책을 좀 더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분석체계로 활용하고 싶어서다. 그동안 중소기업 정책은 기능별로 지원자를 선별하고 지원하는데 초점을 맞췄을 뿐 이들 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어떤 애로를 겪고 정부지원이 어떤 도움이 되는지 성장경로를 추적하며 정책효과를 분석하는 노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따라서 이번 행사는 중소기업정책의 질적 도약을 위한 시험대라 생각하고 현장에서 이들 기업을 장기간, 세밀히 관찰함으로써 중소기업의 성장경로와 정책 방향을 추진하는 데 도움을 얻고자 한다. 또한, 지방중소기업청 처지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다. 중소기업 정책은 자금, 인력, 판로, R&D 사업을 각각 별개의 전담부서에서 집행한다. 그런데 이런 기능별 각각의 정책이 모두 성공적으로 집행되면 중소기업에는 최적의 도움이 될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본청에서 수립하는 정책에 기능이 있다면 지방청에는 지역이 있고 특색있는 업종, 업체가 있다. 기능별 지원이 씨줄이 되고 업종별, 지역별 기업이 날줄이 돼 서로 연계될 때 최적의 정책성과가 나타난다. 이런 의미에서 지방중소기업청은 현장의 중소기업 입장에서 이들 정책을 잘 이해하고 정리해서 필요한 지원을 맞춤식으로 하는 역할을 해야한다. 올해는 그동안의 행사 위주의 관리에서 벗어나 실질적으로 기업들과 동행하고자 한다. 우리 직원별로 전담 멘토를 선정하고 주기적으로 소통해 현장에서 필요한 도움을 선제로 줄 예정이다. 필자도 발벗고 나서 동행기업이 직면한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대응해 이들 기업이 백년기업으로 번창하는 데 동참하고자 한다. 연말에 우리 직원들 성과평가를 할 때 동행기업 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얼마나 많이 주었는지 지표로 삼겠다고 했는데, 직원들의 열정도 대단하다. 숲은 결코 홀로 푸르러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중소기업청이라는 나무는 함께 푸르러지기를 희망하는 많은 동행 기업들과 같이 성장하기를 바란다. 단지 이번 행사에 참석한 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이란 숲을 이루는 수많은 기업을 가꾸고 보살펴 꾸준히 동행한다면 중소기업 행정도 발전해 실효성이 높아지고 우리의 숲은 자연히 울창해질 것이다. 서승원 경기지방중소기업청장

[경제프리즘] 위대하고 존경받는 기업가 역할은 창조와 혁신에 있다

기업가는 성장과 발전을 지향하는 기업 경영을 위해 기존의 관념이나 관습, 사고의 틀을 벗어나는 파격적인 사고와 행동을 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경영자를 일컫는다. 즉 변화를 추구하는 창의와 혁신을 꾸준히 실천하는 경영자이다. 이 때문에 기업가의 공통적인 특성으로서 기업가정신 가운데 가장 많이 언급되고 강조되는 게 바로 창의와 혁신의 정신이다. 창의와 혁신의 기업가정신은 현실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는 진취성을 말한다. 창업하는 신생기업 뿐 아니라 성장과 변신하는 현존 기업들이 우수기업으로 성장발전함에 있어 기본적인 요건이다. 기업 발달사에서 창의와 혁신의 기업가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창의와 혁신의 기업가정신에 투철했던 기업가 마쓰시다 고노스케를 들 수 있다. 우리에게 National, Panasonic으로 잘 알려져 있는 세계적 우수기업 마쓰시타 사의 창업자인 마쓰시다 고노스케는 각종 낭비와 비능률의 요소를 제거하고 각종 혁신 조치를 단행해 일본기업 혁신전략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카이젠 전략을 창안해 냈다. 그는 새로운 상품의 발명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발명된 상품을 개선해 소비자에게 더 값싸고 질 좋은 상품을 제공해야 한다는 카이젠 전략을 개발 도입함으로써 창의와 혁신의 신개념을 보여줬다. 또 할 수 있다는 정신으로 도전해 사업 기회를 만들어 낸 빌 게이츠는 지난 20년 동안 별볼일없는 낙제생에서 마이크로컴퓨터 시대의 주도적인 인물로 극적인 변화를 겪었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창업자이기도 한 빌 게이츠는 현재 전 세계 PC의 80%에 운용시스템으로 DOS를 제공하고 있다. DOS의 획기적인 성공으로 게이츠는 소프트웨어계의 정상으로 올라서고 유례없는 부와 명성을 얻게 됐다. 그러나 DOS의 출현에 앞서, 1970년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프로그래머 중의 한 사람인 게리 킬달(Gray Kildall)은 벌써 DOS보다 기술적으로 더 우수하고 다루기에도 훨씬 손쉬운 CP/M이라는 정교한 운용시스템을 만들어냈다. 그러면 왜 CP/M이 아닌 DOS가 PC 운용시스템으로 채택됐는가. 1980년대 IBM이 데스크톱 컴퓨터를 제조하기로 계획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졌다. 이에 빌 게이츠는 앞으로 IBM이 판매할 모든 PC에 자신의 운용시스템을 장착시킬 수만 있다면 DOS가 사실상의 산업 표준이 되리라고 믿었다. IBM의 계획을 듣자마자 약관 25세의 빌 게이츠는 자신의 운용시스템과 서비스를 어떤 보상도 요구하지 않고 IBM에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IBM은 빌 게이츠의 열성과 미래 PC산업에 대한 낙관적인 계획에 감동하여 DOS를 운용시스템으로 사들이기로 했다. 빌 게이츠는 한 번 해보겠다는 모험심과 추진력, 할 수 있다는 정신으로 도전하고 성공해 세계 최대 컴퓨터 회사인 IBM에 자신의 운용시스템을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이를 계기로 빌 게이츠와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엄청난 부와 명성을 쌓게 되고, 빌 게이츠는 뛰어난 기업가로 인정받게 됐다. 기업가들은 일의 결과보다는 일의 과정과 보람을 중요시해 금전적 보상보다는 성취에 따르는 기쁨을 더욱 가치있게 여긴다. 기업가가 모험을 감수하고 열심히 일하는 것은 일확천금을 노리고 모험적인 도박을 하는 것과는 다르다. 기업가는 창조와 성취의 기쁨이 첫째이고 그에 따르는 물질적 보상은 부수적이라고 생각한다. 훌륭한 기업가는 구성원들에게 회사가 자랑스럽고 우수하며, 회사와 자신이 공동운명체라는 믿음과 비전을 심어준다. 이렇게 할 때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와 창의 발휘가 가능해 우수기업을 만들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믿음과 비전을 고취시키려면 기업가는 구성원들에게 창의와 혁신의 기업가정신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김만균 경기과학기술대 중소기업경영학과장

[경제프리즘] 판교 테크노밸리와 교육

판교 테크노밸리는 경기도가 국가 경쟁력 및 판교 신도시의 자족기능을 강화하고자 조성한 IT, BT, CT 및 융합기술 중심의 연구개발단지다. 판교 테크노밸리에 가보면 오가는 젊은 직장인들의 얼굴에서 활력을 느낄 수 있다. 창의적인 우리나라의 밝은 미래를 마주하는 듯하다. 현재 판교에는 약 700여 개 업체에 3만여 명이 일하고 있다. 입주업체는 정보통신기술(ICT)분야가 약 62% 생명과학(BT)분야 12%, 나노, 반도체, 기계, 콘텐츠 등의 분야가 26%를 차지한다. 판교에 있는 기업들은 경쟁력 면에서 이미 세계 최고수준에 도달한 기업이 있지만, 도약을 위해 외부의 자극이 필요한 기업들도 많다. 가장 필요한 자극은 기업의 창의성과 문제해결 능력을 높일 수 있는 양질의 교육이다. 판교에 있는 많은 기업은 대기업과는 달리 자체 교육 프로그램이 부족하다. 정보통신이나 생명공학 분야의 현장 맞춤형 기술,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등 직원들의 업무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교육, 인문학 및 디자인의 융합교육 등이 필요하다. 도약을 위한 이러한 자극은 현행 대학 스템이 당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규모도 크지 않는 회사가 한참 일해야 할 직원들에게 2년에서 길게는 6년을 투자해 석ㆍ박사 학위를 받게 하기에는 여러모로 부담이 크다. 또한, 대학에서의 연구가 회사의 업무와 직접적 연관성이 낮은 경우에는 그 부담이 배가된다. 따라서, 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기업체의 핵심 인력을 대학에 보내 훈련키는 게 아니라 역으로 대학이나 정부 기관의 우수한 인력이 기업체에 와서 교육하는 것이 해결책이다. 마치 사용자 필요에 따라 스마트폰의 다양한 응용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이 앱마켓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유통되듯, 기업이 요구하는 최적의 강좌가 그때그때의 수요에 맞게 개설되고 소비되는 교육 플랫폼이 필요하다. 이러한 개념으로 교육센터가 구현되면 단순한 교육과 수강의 차원을 넘어서게 된다. BT, IT, 콘텐츠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기업인들이 모여 강사진을 중심으로 문제해결식 강의를 진행하는 경우를 상상해보자. 이들이 3개월 이상 장기적으로 만나 교류하다 보면 융합적인 마인드가 활성화 돼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집단지성을 통한 창의적인 신제품의 개발도 가능해진다. 배움을 통해 새로운 생각이 활성화되고 이는 새로운 제품으로 연결되는 선순환적 경제고리가 가능한 것이다. 기업 맞춤형 교육센터는 중소ㆍ중견기업 뿐 아니라 대기업 등 이미 세계를 제패하고 있는 기업에도 필요하다. 국내외의 최고 전문가들이 자신의 지식을 절실한 수요를 가진 기업인들을 통해 녹여낼 때 창조적 신제품 개발이 가능하다. 판교를 위한 기업 맞춤형 교육 플랫폼의 구축과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교육센터는 판교의 다양한 기술 분야를 아우르는 융합적 마인드를 갖춰야 한다. 기업체는 기술개발에서 자신이 부딪힌 문제를 표면화시켜야 한다. 그래야 교육센터가 기업체와의 신뢰를 바탕으로 전문가적 입장에서 교육 수요에 대응하는 맞춤형 강사진을 연결할 수 있다. 강사진은 국내외 대학교수를 비롯해 기업체의 전문가 그리고 미래 기술 개발 로드맵을 확보하고 있는 행정부의 전문가들이 망라돼야 한다. 정부의 전문가는 판교 교육 성공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기업이 더 효율적으로 미래 신기술을 개발하려면 인ㆍ허가를 담당하는 정부가 교육이라는 상호 대화 과정을 통해 기업체의 시행착오를 줄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판교를 비롯해 우리나라 경제는 이제 혁신을 넘어 창조라는 과제를 눈앞에 두고 있다. 당면한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교육뿐 아니라 무한한 상상력을 신제품으로 연결해줄 수 있는 기업 맞춤형 교육프로그램이 절실한 상황이다. 필요한 지식을 필요한 사람에게 적시에 공급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스마트폰의 앱형 교육프로그램을 수행할 수 있는 차세대 융합기술 개발 교육 플랫폼의 탄생이 절실한 것이다. 최성화 차세대융합기술 연구원 부원장

[경제프리즘] 대졸 취업난, 지방대학 육성 그리고 지방경제 활성화

우리나라 대학 337곳 중 75.6%인 255곳이 학점세탁을 허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대학의 33.4%인 116곳의 대학이 F 학점을 지워주는 취업용 성적표를 발급해 주고, 전체 대학의 67.4%인 227개 대학에서는 불리한 학점을 삭제해 주는 학점포기제를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들이 취업용 성적표를 발급하고 학점포기를 허용하는 것은 극심한 대졸 취업난 속에서 졸업생들의 취업을 도와주고자 하는 것이기에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은 있다. 그러나 최고의 교육기관인 대학에서는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하겠다. 대졸취업난의 근본적인 원인은 너무 많은 고등학생이 대학에 진학하는 것인데, 대학진학률이 최근 수년간 떨어지는 추세이나 학령인구가 줄어들어 앞으로는 상당수의 대학이 정원을 채우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수도권 대학은 별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수도권을 제외한 다른 지역은 모두 입학자원 부족문제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되고, 특히 호남권과 대경권의 문제가 가장 심각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학, 특히 지방대학들이 학생모집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정부가 앞으로 5년간 1조 원을 투입해 명품 지방대를 육성하는 방안을 발표하였다. 120개 대학 중 60개 대학이 선정될 전망인데, 2천억 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이는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두뇌한국21 플러스 올해 예산 2천900억원의 70%에 상당하는 수준으로 서울 등 수도권 대학에는 해마다 540억원씩 5년 동안 지원할 예정이다. 지방대학은 수도권 대학의 약 4배에 해당하는 특성화 사업의 지원을 받는 것이다. 지방대학 중 이미 상당수의 대학은 명품대학의 수준에 있기 때문에 일부 수도권 대학에서는 역차별이라는 볼 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교수 1인당 논문 수는 상위 20곳 중 9곳이 지방대학이며, 지방 국립대 중에서는 졸업생 취업률과 졸업생 평판도 등에서 수도권 대학을 능가하는 대학이 상당수 있다. 정부의 지방대학 특성화 대책 중 가장 관심이 가는 분야는 대학이 자리 잡은 지역의 산업과 연계해서 대학이 특성화하는 지역전략 부분이다. 지방대학 특성화가 성공하면 수도권 학생들이 지방대학으로 몰려올 것이라고 교육부는 전망하고 있으나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분석에 의하면 이미 상당수의 수도권 고등학생들이 지방대학에서 공부는 하나 취업은 수도권으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KRIVET Issue Brief, 2014년 1월 30일 44호) 지방대학 출신 취업자 중 38.7%가 수도권 소재 기업에 취업하는데, 이 중 43.2%가 수도권소재 고등학교 출신이다. 지방대학 출신 졸업자의 62.7%가 지방소재 기업에 취업하며, 이중 지방 고등학교 출신은 94.8%이며 수도권 고등학교 출신 지방대학 졸업자는 83.2%가 수도권으로 돌아가 취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대학이 수도권 고등학교 출신 학생들을 교육해 수도권으로 다시 돌려보내는 것은 우리나라 대학들이 미국 학생들을 교육해 미국으로 돌려보내는 것과 같다. 수도권과 지방의 경제 격차를 고려하면 그렇게 바람직한 것은 아닌 듯하다. 수도권 고등학교 출신 학생들이 지방대학에서 공부하고, 그 지역에서 취업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다면 정부의 지방대학 육성 대책이 더욱 많은 국민에게 지지를 받을 것이다. 이와 같은 측면에서 정부의 지방대학 특성화 대책의 궁극적인 성패는 지방경제의 활성화에 상당 부분 좌우된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박영범 한국직업능력개발 원장

[경제프리즘] 동계올림픽과 스타트업

제22회 동계올림픽이 러시아 소치에서 개막됐다. 우리나라가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것은 1948년이 처음이라고 한다. 당시 한국 선수단은 3명의 선수와 임원 2명으로 구성됐다고 한다. 이후 우리는 한국의 금밭이라고 불릴 정도인 쇼트트랙에서 꾸준히 금메달을 따왔다. 그러던 것이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 전기를 맞는다. 종합 5위라는 성적도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쇼트트랙 외에도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이 3개나 나왔고, 피겨 스케이트에서도 김연아 선수가 역대 최고점을 받으며 우승한 것이다. 느닷없이 동계 올림픽 얘기를 꺼낸 이유는 우리 무역도 올림픽과 닮은 형상이기 때문이다. 동계올림픽에 처음으로 선수단을 파견한 그 해 우리 수출은 2천226만 달러였고, 주요 수출품목은 중석, 오징어 등이었다. 당시 카메룬의 수출 규모가 4천만 달러라고 하니 그 절반 수준이었던 셈이다. 이후 수출 드라이브 정책으로 1964년 수출 1억 달러를 기록했고, 70년대부터 중화학공업 육성정책으로 우리의 수출은 급속도로 성장했다. 1977년 100억 달러, 1995년 1천억 달러 시대를 연 우리는 밴쿠버 올림픽이 열린 다음해에 수출 5천억 달러, 무역 1조 달러 시대를 열었고, 2013년 전 세계에서 수출규모 7위, 무역규모 8위의 강국이 됐다. 그러나 이러한 양적 성장 속에서도 한국 무역은 올림픽에서와 같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 대기업과 주력산업에 치우친 수출구조가 바로 그것이다. 물론 최종 수출재화의 수출자가 대기업이라고 해서 중소기업에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완성차 한 대를 만드는 데에는 2~3만 개의 부품과 소자가 필요한데, 여기에 중소기업이 기여하는 바는 상당하다. 즉 자동차 1대가 수출될 때 많은 중소기업 제품이 같이 수출되고 있는 셈이지만, 이는 수출입 통계에는 반영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대다수 중소기업이 수출에 애로를 겪고 있고, 세계 시장에 나서는 걸 주저하고 있다. 따라서 수출품목 역시 대기업이 있는 산업에 편중된 형국이다. 또 다른 과제는 우리의 텃밭이었던 쇼트트랙에서 중국, 캐나다 등의 거센 추격을 받는 것과 같이 우리의 주력 수출품목도 더 치열한 경쟁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한국무역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2012년 우리나라 수출 품목 중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 품목 수는 64개였다. 우리는 화학제품(20개), 철강(10개), 전자기계(7개) 등에서 점유율 1위 품목이 많은데, 이중 화학을 제외하고, 수송기계, 섬유, 철강 등은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1등을 하는 품목들도 중국(12개), 미국(8개), 독일, 일본(각각 6개)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 그동안 우리의 텃밭이 아닌 올림픽 종목에서도 성적을 내고 있다. 밴쿠버에 이어 소치에서도 우리의 스피드 스케이팅 3총사와 피겨의 김연아 선수가 우승을 노린다. 우리 무역도 이러한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수출하지 못할 것이라고 짐작하거나, 진출하기 어려운 시장이라고 지레 겁먹고 포기하는 자세에서 벗어나 국가대표의 마음가짐으로 세계시장에 도전해야 한다. 무역협회는 작년부터 내수 또는 수출실적이 미미한 중소기업을 수출기업화하는 수출 스타트업프로그램을 추진해오고 있다. 당장 효과를 내지 못할 수 있지만, 이런 꾸준한 지원과 기업의 부단한 노력이 이어진다면 스타트업 단계의 기업들이 우리 컬링, 썰매 대표팀처럼 세계무대의 정상 자리를 노크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러기에 이번 올림픽에 참가하는 우리 선수들의 선전이 더욱 기대된다. 대한민국 대표팀 파이팅! 대한민국 스타트업 수출기업 파이팅!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위원

[경제프리즘] 면세점 사업자 선정 둘러싼 단상

얼마 전 신문기사에 평택항 국제여객터미널과 김해공항의 면세점 사업자 선정과 관련한 비판적인 기사가 일제히 실렸다. 내용인즉 면세점 사업자 선정 시 중소기업을 우대하려고 대기업에는 입찰자격을 주지 않았는데 뚜껑을 열고 보니 외국계 기업이 선정돼 남의 잔치가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중소기업에 도움도 안 되고 남 좋은 일만 하게 된 모양새가 되었으니 비판이 일만도 하다. 필자는 이러한 정책이 과연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결과적으로는 면세점 선정에 대한 정책이 비판을 받고 있지만, 평택항의 경우처럼 낙찰가가 입찰가의 75배에 달하는 낙찰자 선정결과를 고려한다면 면세점 사업의 근본적인 생각부터 바꿔야 하지 않을까 싶다. 면세점을 중소기업이 한다면 해당 기업에게는 좋은 비즈니스가 되겠지만, 현재의 최고가입찰방식이 유지되는 한 누가 운영하더라도 면세점 운영자는 수수료를 과도하게 올리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쉽다. 이 탓에 상대적으로 판매가 잘 되는 유명 상표위주로 전시할 가능성을 높일 것이다. 결국에는 우수한 제품을 생산하지만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많은 중소기업에는 면세점이 그림의 떡이 되고 만다. 중소기업을 지원하려고 만든 제도가 해당 기업 한두 군데에만 독점적 지대추구(rent-seeking) 권한을 줄 뿐 대다수 중소기업엔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현장에서 중소기업관련 업무를 하다 보면 이렇듯 발상이 어긋난 정책을 자주 발견하게 된다. 발상이 어긋나면 결과는 앞서 말한 것처럼 창조적 균형과는 멀어지게 된다. 단언컨대 한두 곳의 중소기업에 직접적인 특혜를 주는 정책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정부가 면세점 사업자에 관심을 두는 것은 아마도 우수한 제품을 생산하고도 그 제품을 판매할 기회를 얻지 못한 중소ㆍ중견기업들을 돕는 판매 플랫폼을 만들어 주는 데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면세점 운영과 관련한 올바른 정책은 면세점 운영권을 누가 갖는가 하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입찰 제도인 최고가입찰방식을 개선하거나 운영의 묘를 살려서 정부의 공인된 기관이 인증한 우수 중소ㆍ중견기업 제품을 더 많이 전시하도록 인센티브를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 물론 이 경우 유명 브랜드나 대기업 제품에 비해서는 마진이 적어질 테니 적정한 수준으로 이를 보전하는 정부의 세제 또는 금융지원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아니면 적어도 중소기업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운영하거나 중소기업중앙회와 같은 공공기관이 운영토록 하여 영리보다는 중소기업들에 많은 기회가 돌아가게 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기업들이 경기하는 운동장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다. 운동장이 심하게 기울어져 있는 곳에서 축구경기를 하는 경우 높은 쪽에서 공을 차면 반대쪽 골대까지 공이 쉽게 날아오지만 낮은 쪽에서는 아무리 공을 차도 하프라인을 넘지 못한다면 누군가 나서서 이를 고쳐야 하지 않겠는가. 롯데나 신라, 동아 등 대기업 면세점 일색인 우리 면세점에도 이제 멋진 제품을 생산하는 우리의 토속 중소ㆍ중견기업 제품을 전시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전면에 나서길 두려워하는 누군가처럼 또는 아직 품질이 떨어지거나 국가 브랜드를 추락시킬 우려가 있어서 대기업이 운영토록 하고 대기업이나 외국 제품 위주로 전시해야 한다고 믿는 독자들이 있는 한 우리 중소기업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제대로 축구경기를 하지 못하고 힘들어해야 할 것이다. /서승원 경기지방중소기업 청장

[경제프리즘] 세계경영, 철저한 핵심 실천전략 준비해야

지금 우리의 경제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 물음에 속 시원한 대답을 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세계는 이미 하나로 통합된 국제화 시대로 탈바꿈을 하고 국가 간의 다양한 생활 방식과 사고방식이 융화된 거대한 국제시장이 형성돼 일류가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을 만큼 새로운 약육강식의 시대가 도래했다. 많은 경영자는 기업의 세계화를 설명하고 세계화를 극복하기 위한 기업의 글로벌 경영전략에 대한 이론적 틀을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다. 또한, 수많은 기업은 어떻게 세계화된 경영환경을 경영상의 이점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를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리고 기업의 세계화는 다양한 경영 활동을 통해 구현되고 있다. 기본개념과 기본원칙에 근거해 세계경영을 성공적으로 완성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핵심 실천전략이 수반돼야 한다. 첫째, 경영의 토착화이다. 이는 한마디로 해외에 진출해 있는 우리의 현지법인이 그 나라의 기업이 되는 것이다. 즉, 투자국의 관습과 실정에 맞는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전문가를 육성하는 데 노력하고, 현지 채용인 중심의 운영과 투자국 이익을 고려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정책결정을 제외한 실무는 현지 채용인 중심으로 운영하며, 진출국의 고용창출, 수출증대, 경영 노하우, 기술이전 등 그들 경제에 도움이 되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둘째, 생산과 판매의 현지화이다. 이는 현지에 있는 자회사가 그 지역에서 본사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전 세계에 있는 생산시설과 판매망을 유기적으로 통합하고 시스템화해 현지화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물건을 내다 파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차원의 세계화 전략으로 해외현지에 우리 공장을 세우고, 세계 1등 상품을 우리 기술로 만들어 현지에서 직접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생산에서 서비스까지 기업경영의 모든 요소를 세계적 비교우위 과정에서 네트워크화하는 총체적 현지화 경영이 바로 세계경영이다. 세계화와 현지화는 세계시장에서 필수 불가결한 필요충분조건이다. 따라서 현지의 지역 본사를 중심으로 제품개발에서부터 생산, 판매 및 A/S까지 철저하게 현지화하는 것이 필수다. 셋째, 금융의 복합화이다. 해외금융시장을 활용하는 해외 파이낸싱, 프로젝트 자체를 담보로 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투자국 정부가 지급보증을 해주는 해외 차입 등, 여러 가지 금융기법을 이용하여 금융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은 세계경영을 추진하는 데 있어 강력한 밑거름이 된다는 것이다. 넷째, 자원확보의 세계화이다. 투자 국가가 보유하고 있는 재생산이 불가능하거나 귀중한 자원들을 미리 확보해 미래에 대비하고 크게는 국부 확대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다섯째, 기술과 정보의 네트워크화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앞으로 국가든 기업이든 경쟁력의 키워드는 정보의 신속한 확보와 효율적 관리, 운영의 문제이다. 특히 세계경영의 추진에서도 전 세계의 각 사업장을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과제이다. 기술의 네트워크화는 한마디로 세계 각국의 고유 비법을, 특히 선진기술을 우리 것으로 이용하려는 노력이다. 그리고 위에서 설명한 다섯 가지 세계경영 실천전략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세부전략을 각각 별개의 개념으로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유기적으로 연계시켜 추진한다는 것에 있다. 이 모든 것이 세계경영이라는 Total Management Strategy(TMS)로 묶여서 시너지가 창출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부분의 합은 전체보다 크다는 것, 즉 세계경영은 바로 전 세계 네트워크를 통해 최대의 시너지를 만들어나가는 전략이다. /김만균 경기과학기술대 중소기업경영학과장

[경제프리즘] 논문이 돈이 되나?- ⑤우수 과학논문 창출은 정부와 학계의 혁신으로부터

새롭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생산하는 일은 기본적으로 과학자들의 몫이다. 과학자들은 지식을 생산하는 노동자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과학자들은 국가 R&D 연구비로 새로운 지식을 창출해 국가경제에 이바지한다. 근시안적으로 보면, 과학논문과 경제 발전 원동력이 연결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평화로울 때 국방을 튼튼히 해야 전시에 승리할 수 있는 것처럼 불투명한 미래 경제를 대비해 R&D를 튼튼하게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각국의 GDP규모는 그 나라에서 발표되는 과학논문의 수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우수한 논문을 많이 발표하는 나라일수록 경제력이 강하다. 2012년 우리나라에서 발표한 논문 수는 세계에서 10번째로 이는 GDP 기준 경제력 순위인 15위보다 앞선다. 그러나 논문의 질적 수준이나 경제적 가치는 떨어졌다. GDP를 발표된 논문수로 나눈 논문의 GDP유발효과 지표를 보면 한국은 1천700만 달러로 세계 평균(2천700만 달러)에 미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미국의 3천100만 달러, 일본의 5천300만 달러에 비해 현저히 낮다. 우리 정부의 R&D 투자는 2008년 10조원을 넘어선 이래 꾸준히 증가해 올해는 17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투자 규모에 비해 국민들이 체감할 만한 뚜렷한 연구 성과나 제품이 아직 많지 않다. 우선, 투자 주체인 정부와 지식생산 주체인 학계 두 부문에서 혁신이 필요하다. 또 다른 혁신의 대상은 정부의 지원체계이다. 창의성이 높은 연구결과는 일반적으로 기초과학 분야에서 창출된다. 하지만 기초과학 연구 주관부서인 한국연구재단이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위상의 재정립이 필요하다. 기초과학 연구 지원 기관은 2008년까지 과학재단과 학술진흥재단으로 나뉘어 운영됐으나 학문의 융복합 추세와 정부의 국정 방향에 맞춰 2009년 한국연구재단으로 통합됐다. 하지만 새롭게 출범한 한국연구재단은 예산을 확보하고 인사의 독립성을 보장하며, 우수한 기초과학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시행해야 하는 3박자 조건을 아직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한국연구재단법 제2조제2항에는 재단은 그 활동과 운영에 있어서 독립성과 자율성이 보장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연구재단은 미래창조과학부의 산하기관 중 하나인 정부출연연구 기관에 불과하다. 그러니 선진국의 사례와는 달리 예산을 확보하는 데 있어서 연구재단은 정부와 단독으로 협상할 수 없다. 인사도 그렇다. 재단 이사장은 2009년 개원 이래 4대째이지만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바뀔 정도로 외풍에 시달리고 있다. 무엇보다도, 창의적인 연구개발사업의 발굴과 기획 그리고 운영을 정부가 주도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이런 한계를 극복해 진정 창의성 높은 지식을 창출하는 기관으로 거듭나려면 한국연구재단을 미국의 국립과학재단처럼 정부부처 소속이 아닌 독립기관으로 승격시켜야 한다. 과학기술 전문가들이 이 기관을 맡아 국회 및 대정부 설득 작업을 통해 예산을 확보하고 창의성 높은 분야에 투자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정부관련 회의에 참석해보면 비전문가들로부터 종종 SCI(과학논문 인용색인) 저널 논문 몇 편 발표하는 것이 무슨 성과냐?라며 과학기술 논문을 폄훼 하는듯한 발언을 듣는다. 이는 논문 작성 과정에서의 전문적 지적 활동과 논문의 국가경제 견인 효과를 무시하는 근시안적 시각의 결과다. 최소한 SCI논문 100편 이상 발표한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이 국가 연구를 책임지고 주도할 수 있게 해 우수논문 10만 편 시대와 이를 통한 선도형 창의경제국가를 앞당기는 노력이 절실하다. 최성화 차세대융합기술 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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