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FTA와 돌직구

‘돌직구’라는 말이 언젠가부터 흔하게 사용되고 있다. 에둘러 표현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하는 것을 ‘돌직구를 날린다’라고 하는데, 때론 웃음을 주기도 하지만 상처받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보면 민망하기도 하다.

또 다른 ‘돌직구’는 야구에 있다. 투수가 던지는 여러 종류의 공 중 빠르게 던지는 공, 즉 직구(直球fast-ball)의 위력을 강조하고자 돌이라는 단어를 붙여 만든 신조어이다.

난데없이 돌직구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FTA와 관련해 경험한 돌직구 얘기를 하고자 함이다. 지난주 한·미 FTA가 발효 2주년을 맞았고, 다음 달이면 우리가 처음으로 체결한 FTA인 한·칠레 FTA가 발효 10주년을 맞는다. 싱가포르와의 FTA도 이달 초 발효 8주년을 맞았다.

최근 협상 타결이 선언된 호주, 캐나다와의 FTA가 발효되면 우리나라가 체결한 FTA 건수는 12건에 이른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지난 10년간 FTA를 통해 어떤 돌직구를 경험한 것일까?

첫 번째 돌직구는 아쉬움의 돌직구이다. 1~2월 한파에도 여의도 광장에는 대규모 농민 시위대가 모였다. 당시 이들은 포도로 대변되는 칠레 농산물 수입으로 우리 농가는 망할 것이라는 돌직구를 날렸다.

가을걷이로 고생하신 고령의 농민들이 추운 겨울 경찰의 물대포에 흠뻑 젖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지만, 동시에 과연 그 돌직구의 가치가 있었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시지만 과육이 단단한 칠레산 포도를 살 수도 있고, 당도가 높은 우리 포도를 여전히 맛볼 수 있다.

한·미 FTA 때도 내용의 차이는 있지만,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독소조항’이라는 이름의 각종 돌직구들이 온라인을 들끓게 했다.

이 돌직구들은 그간 잘 알려지지 않은 어려운 협상 내용을 부각시켜 주의를 환기시키는 기여도 했지만, 대부분 정확한 정보에 기초하지 않거나 추측과 억지 논리로 만들어진 ‘위협구’에 가까웠다. 2년이 지난 지금 미국에서는 한국에 대한 무역적자가 늘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은 현실이다.

지금부터는 막 보이기 시작한 희망의 돌직구다. 아마존, 이베이, 라쿠텐 등 온라인 오픈마켓을 통해 소비자가 직접 사는 온라인 해외직구 얘기다. 직접 결제나 배송이 어려운 소비자를 위해 이를 대행해주는 업체도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2013년 해외직구 건수는 1천100만 건을 넘어섰고, 금액은 무려 1조1천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경기일보 3월10일자 18면) 온라인 직구족들은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추수감사절 직후 세일)와 영국의 박싱 데이(크리스마스 직후 세일)만 기다리며 세일 정보를 공유한다고 한다.

해외직구와 FTA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을까? 무엇보다 FTA 체결로 관세가 낮아졌다. 공산품에 대한 10% 전후의 관세가 없어짐으로써 기본적으로 가격이 국내보다 싼 해외상품 구매의 메리트가 늘었다. 면세혜택도 늘어났다.

특송화물은 200달러까지 면세되고, 원산지증명의 부담도 덜게 되었다. 우리 업체들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대형 유통체인도 소위 ‘역직구’ 수출에 속속 나서고 있다. 무역협회도 국내 중소수출기업 제품의 ‘역직구’ 판매를 지원하려고 주요국 오픈마켓 입점을 지원하는 데 이어, 상반기 중 온라인 B2C몰도 열 예정이다.

때마침 드라마 ‘별그대’로 한류가 다시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천송이 립스틱’에 열광하는 그들은 잠재적인 온라인 직구 고객이며, 이들이 한국 상품을 구매하고자 ‘광클’에 나서는 때, 우리 상품들이 해외 시장에 오승환 선수의 돌직구처럼 팍팍 꽂히게 될 것이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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