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조직문화 개선 통해 여성 경력단절 예방

최근 노동시장에서 여성인구 중 취업 여성의 비율인 여성 고용률이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2014년 9월, 15~64세 기준 여성 고용률은 65.7%로 전년동월대비 0.7%p 높아졌다. 그런데 여성의 생애주기 상 출산 육아기에 해당하는 30대 초반의 고용률은 혼인상태별로 상당한 고용률 격차를 보인다. 30대 초반 미혼여성의 고용률은 81.2%인 반면, 30대 초반 기혼 여성의 고용률은 49.8%에 불과하다.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결혼, 출산, 육아로 이어지는 연령대에서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는 경력 단절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직장을 다니면서 출산ㆍ육아를 담당하고 있는 워킹맘들은 어떠한 상황에 처해있을까? 이미 제도화된 출산휴가 혹은 육아휴직 제도를 이용해 자신의 경력을 유지할 수 있다. 고용정보원의 분석에 따르면, 출산휴가만 사용하고 바로 직장에 복귀한 여성 근로자보다 육아휴직을 사용한 여성 근로자의 직장유지율이 더 낮고, 육아휴직 사용기간이 길어질수록 직장유지율이 더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육아휴직제도가 여성의 경력단절을 예방하는 수단으로서의 실효성에 의문이 드는 분석 결과다.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않는 여성 근로자는 아마도 도우미를 고용하거나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을 이용하면서 직장생활을 유지할 것이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예상치 못한 일들이 자주 발생한다. 애가 아프기도 하고, 아이를 돌보아 주시는 분이 갑자기 그만두거나 아프셔서 아이를 맡길 수 없는 돌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때에 직장에서 육아기 여성 근로자의 딱한사정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문화가 형성돼 있다면, 배우자가 적극적으로 육아 부담을 나눠 줄 수 있다면 여성 근로자는 마음고생 없이 자신의 일과 생활을 양립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의 기업 조직문화는 여전히 업무, 야근, 회식 등으로 이어지는 장시간 근로가 만연돼 있다. 직장 상사, 동료들이 퇴근시간과 상관없이 업무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눈치껏 퇴근해야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직장 상사 및 동료들에게 미안하고 엄마들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회사를 그만두게 된다. 출산육아기 직장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여성 근로자들도 잠재적 경력단절 여성인 셈이다. 지난 21일 고용노동부는 여성 생애주기별 경력유지 지원방안의 후속조치로 육아휴직 대신 이용할 수 있는 육아기 근로시간단축제도의 사용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리는 내용을 포함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지원에 관한 법률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러한 내용은 육아휴직이 길어질수록 직장복귀율이 낮아지는 요인을 보완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여성의 경력단절을 방지하기 위한 지원방안이다. 그런데 업무, 야근, 회식 등으로 이어져 끈끈한 동료애를 다지는 조직 문화 속에서 육아기 여성 근로자가 당당하게 육아기 근로시간단축을 신청하기에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여성 근로자들의 경력유지를 위한 다양한 보육지원책들이 마련되고 있으나, 이를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제시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많은 출산육아기에 있는 여성근로자들은 자신의 경력을 유지할 것인가 경력을 포기하고 엄마로서, 아내로서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선택의 기로에서 매일 다른 선택을 하면서 간신히 자신의 노동시장경력을 이어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출산육아기 여성 근로자들이 이런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정부, 기업 경영진, 중간관리자 모두 노력할 필요가 있다. 출산육아기 여성들이 자신의 경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업 내 조직문화개선을 통해 잘 만들어진 제도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박진희 한국고용정보원 고용정보분석센터장

[경제프리즘] 불평등한 육아휴직

육아휴직제도는 대표적인 모성보호 정책으로 여성의 경력단절을 방지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다. 정부는 지난 2001년 육아휴직급여를 도입한 이후 제도 활성화를 위해 급여를 확대하는 등 지속적으로 지원을 확대해 왔다. 그 결과 육아휴직 이용률(고용보험 가입자 중 여성 육아 휴직자수를 출산전후 휴가자수로 나눠 산정)은 2002년의 16%에서 2013년의 74%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지난 주 정부는 이에 더하여 대체인력 채용과 휴직자의 복귀를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를 강화한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다 좋은 얘기다. 그러나 이제는 육아휴직제도를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구조 속에서 봐야할 때다. 모든 근로자는 1년간 육아휴직의 권리를 가지나, 원칙적으로 무급 휴직이다. 고용보험 가입자에 한해서만 휴직 중 급여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출산한 여성 중 육아휴직급여를 받을 수 있는 여성은 한정돼 있다. 지난 해 출생아 수는 43만 6천명이고, 고용보험에서 육아휴직급여를 받은 여성은 6만 7천명으로 전체 출산 여성의 15%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 4월 기준으로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49.0%이고, 취업자 중 임금근로자 비율은 74.4%며, 임금근로자의 고용보험 가입률은 59.1%다. 다시 말하면, 여성 8명 중 4명이 취업자고, 그 중 3명이 임금근로자며, 그 중 2명이 고용보험 가입자인 셈이다. 결국 육아휴직 활용도는 고용보험 범위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고용보험 가입률은 고용형태에 따라 큰 차이를 나타낸다. 지난해 4월 여성 정규직 근로자의 고용보험 가입률은 73.8%인데 반해, 여성 비정규직 근로자의 경우 41.3%에 불과하다. 이렇게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이중구조는 모성보호제도에도 확인된다. 지역적으로도 큰 격차가 관찰된다. 같은 시점 경기도의 전체 임금근로자의 고용보험 가입율 69.3%로 울산, 충남, 경남에 이어 네 번째로 높은 수준이나, 도 내에서는 가입률이 가장 높은 화성시(79.6%)부터 가장 낮은 양평군(58.2%)까지 큰 편차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모성보호제도의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고용보험 적용 사업장의 확대를 위한 정책 개입의 여지가 크다고 볼 수 있다. 고용보험에 가입한 사업장 사이에서도 육아휴직 활용도에 큰 차이가 존재한다. 2012년도 고용보험통계에 의하면, 상시근로자수가 1천명 이상 사업장의 육아휴직 이용률은 88%인데 반해 고용 규모가 99명 이하인 사업장의 경우 56%에 불과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보수, 근로시간, 대체인력 확보 가능성 등 여러 측면에서 근로여건의 차이가 존재한다. 그러한 차이의 대부분은 중소기업에게 지원금을 조금 더 준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 근본적으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경제력의 차이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규모가 1천명 이상인 사업장의 종사자는 고용보험 피보험자의 17.9%를 차지하는 반면, 규모가 99명 이하인 사업장의 경우 58.4%를 구성한다. 이제 여성고용정책 대상의 무게중심을 중소기업으로 옮길 필요가 있다. 정부가 고용 확대를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선정하여 모든 부처에 걸쳐 일관성 있는 정책을 추진하는 노력을 전적으로 환영한다. 그와 더불어 중점 과제로 제시한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유도를 위한 일련의 정책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정부가 여성 고용 확대를 진지하게 추구한다면, 우리 노동시장의 근본 문제인 정규직-비정규직의 이중구조와 대기업-중소기업의 경제력 불균형 구조를 피해갈 수 없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김정호 아주대 경제학부 교수

[경제프리즘] 베이비부머 은퇴와 함께 온 기업승계

요즘 우리 사회에서 베이비부머의 생계형 창업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이들 베이비부머들은 노후대책이 없어 은퇴자 4명 중 3명이 생계형 창업에 뛰어든다고 한다. 그런데 창업한 지 3년 만에 절반이 실패하고, 5년이면 3분의 2가 폐업한다니 심각한 문제인 것은 사실이다. 베이비부머는 한국전쟁 이후 출산율이 급증한 1955년부터 산아제한 정책이 도입되는 1963년 사이에 탄생한 세대를 가리키는 말로, 우리 사회를 산업화와 민주화로 이끈 주역이다. 흔히 58년 개띠로 대표되는 이들 세대가 본격적으로 은퇴를 시작한 2010년부터 현재까지 은퇴한 베이비부머는 72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5%에 달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만 문제일까? 올해 상반기 국내 M&A시장에 50억원~1천억원대의 중소ㆍ중견 기업 67건이 매물로 나왔다고 한다. 금액으로만 2조5천억원에 달해 작년 한 해 매각규모에 이르렀다는 소식이다. 우리 경제의 고도성장기(1970~80년대)에 출발한 기업의 창업주 은퇴는 베이비부머의 은퇴와 함께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또 하나의 경제 문제임을 반증하는 통계자료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가업승계 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업승계 성공가능성은 2세대가 30%, 3세대는 14%, 4세대에 이르면 4%에 불과하다고 하다. 이에 의하면 우리가 쉽게 이야기하는 100년 기업의 탄생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조사 결과라 하겠다. 우리 세대가 누리는 지금의 경제적 안정과 자녀세대가 겪을 미래의 취업 기회 등을 고려할 때 창업주의 은퇴에 따른 성공적인 기업승계에 대해 함께 고민해봐야 한다. 기업의 승계 방식에는 내부승계, 유산상속 등을 통한 가족승계, 사업 제휴 및 협력, 전문경영인 승계, M&A를 통한 매각 등 다양한 방법이 존재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다양한 방법 중 가족승계가 여의치 않으면 매각하는 방법만을 승계의 모범답안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다양한 승계방법들 사이에 각각 장단점이 존재하고, 기업을 둘러싼 각각의 이해관계 주체(고객, 거래처, 직원 등)에게 끼치는 영향이 상이한 만큼, 성공적인 승계의 열쇠는 다양한 방법들의 중층적이고 복합적인 포트폴리오 구성과 명확한 승계원칙에 의해 수립이 될 것이다. 에릭슨, 아스트라제네카, 스칸디나비아 항공사 등을 소유해 스웨덴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40%, GDP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스웨덴 발렌버리 그룹은 150년 넘게 5대에 걸쳐 경영권을 유지하고 있는데, 그 후계자 선정조건이 자못 흥미로워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기 위해 혼자 힘으로 명문대를 졸업하고, 해군사관학교 입학하여 정신력을 배양(창업주인 앙드레 오스카 발렌베리가 해군장교 출신)하고, 부모의 도움 없이 선진금융회사에 취업해 실무경험과 국제금융의 흐름을 익히는 것이 기본 자격이라고 한다. 또한 장자상속의 전통을 없애고 2명의 리더를 선정해 독단경영을 차단하며, 승계자는 지주회사를 통해 그룹의 비전전략, 투자 등만을 결정하고, 일상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는 방법으로 승계해왔다고 한다. 우리 사회가 산업화와 민주화에는 성공했지만,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건전한 기업가 정신을 배양하는 데는 아직 갈 길이 남은 듯싶다. 고도성장의 시기를 질주하며 우리 경제발전의 주춧돌이 됐던 우량한 기업들이 창업주 세대의 은퇴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인 승계를 통해 수많은 대한민국의 100년 기업으로 재탄생하길 소망해 본다. 양봉환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장

[경제프리즘] 경기도 고용호조 지속 위한 과제

최근 경기도 고용사정은 한국 경제 및 글로벌 경제의 경기 회복세와 맞물려 취업자 수, 고용률 등에서 호조를 보이고 있다. 2014년 8월 현재 경기도 취업자 수는 632만1천명으로 전년동월대비 24만9천명 증가했다. 이 수치는 전국 취업자 증가분의 42.4%로, 경기도를 제외한 16개 시도 중 취업자가 가장 많이 증가한 부산광역시(6만5천명 증가)의 약 4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한편 경기도 8월 고용률은 62.0%로 전년동기 대비 1.3%p 증가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경기도 고용증가의 특성을 보면 제조업, 도소매숙박음식점업에서 상용직 근로자를 중심으로 고용 증가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제조업 고용증가분은 전년동월대비 15만4천명 증가를 기록했으며, 이는 경기도 전체 고용증가분의 약 62%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러나 이러한 경기도 고용의 호조가 향후에도 지속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단기적으로 보면, 고용의 선행지표라 할 수 있는 신규 구인 수가 최근 들어 감소 추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기계, 전자업종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이 주력산업인데 구인자 수는 건설 관련직, 경비 및 청소 관련직, 영업 및 판매 관련직 등 경기도 주력 산업과는 거리가 있는 부문에서만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구인 자수의 동향을 고려할 때 경기도 고용증가세는 향후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국산화 전략에 따라 제조업 고용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경기도 제조업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경기도 고용 성과의 상당 부분은 한중 분업체계에 기반해 이뤄졌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즉 한국은 부품, 소재, 장치 등을 중국에 수출하고 중국은 이를 가공해 미국과 유럽에 완제품을 수출하는 분업체계가 구축돼 있어 중국이 세계시장에서 생산기지로서의 위상이 높아지는 만큼 우리 제조업도 동반 성장한 것이 사실이다. 경기도의 대중 수출 비중은 전체 수출의 30%를 초과하고 있어 그만큼 경기도 산업구조는 중국의 경제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그런데 2012년 이후 중국의 리커창 총리는 수입의존도가 높은 중간재의 국산화 전략을 선언해 경제개발을 단행하고 있다. 이에 그동안의 중국특수에 따른 경기도 제조업의 성장은 한계에 다다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편, 경기도는 지리적으로 서울과 매우 인접한 거리에 있으며, 서울 지역의 탈산업화 정책으로 기계, 전자산업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이 경기 지역 경제의 기본 영역을 형성하고 있고, 제조업과 관련된 생산자서비스나 유통서비스업은 서울지역에 의존하는 경제-고용 구조를 가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경기도에서는 상대적으로 노동생산성이 낮은 사회 및 개인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고용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이는 경기도내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이 성장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경기도 고용성과 호조를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무역, 산업, 고용정책의 측면에서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경기도 고용이 중국의 경제상황에 덜 민감하도록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를 완화시키기 위한 수출다변화 전략이 요구되며, 중국과의 기술경쟁력에 우위를 점하기 위한 R&D 투자를 확대해 기술경쟁력이 높은 기업 육성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또한 제조업과 생산자 및 유통서비스와의 연계를 강화하기 위한 고부가가치 서비스 육성전략 수립이 시급하다. 이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의 확대에 기초한 경기도 내 산업구조 전환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박진희 한국고용정보원 고용정보분석센터장

[경제프리즘] 모피아 낙하산 이제는 접어야

KB금융사태는 모피아 낙하산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제는 모피아 낙하산을 완전히 접어야 할 때다. 금융에 대한 전문성 없는 공무원 낙하산 인사는 금융사의 자치 독립성이 줄어들어 조직력이 훼손되기 쉽다. 또한 비리가 양산되며 경쟁력 저하로 이어져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최근 금융권에 권력 다툼의 태풍이 적지 않은 상흔을 남기고 지나갔다. 집안의 주도권 싸움에 검찰까지 불러들이고, 감독 당국에 반발하다가 결국 믿은 이사들에 의해 해임됐다. KB금융지주의 임회장과 이행장이 물려나자 금융권 일각에서는 당국에 걸리면 죽는다는 경계론과 심하다는 동정론이 공존했다. KB금융은 영업 동력과 신뢰가 무너져 소비자의 이탈 현상마저 감지되고 있다. 또한 금융감독 당국의 역량으로 해결하지 못한 무능함도 드려났다. 동일한 목표와 가치를 지향하는 조직도 갈등이 있기 마련이다. 그 갈등이 이권이나 주도권 다툼일 경우 대화나 기구를 통해 조정되고 융합된다면 추진력을 얻어 모든 구성원들은 동일한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하지만 너 죽고 나 살자는 식의 다툼에 외부의 힘까지 빌리면 같이 공멸하거나 이겨도 상처가 많이 나 기업의 이미지가 추락한다. 신용이 중요시 되는 금융업은 더욱 그렇다. 금융은 요소요소마다 자원을 공급하는 국가 경제의 실핏줄과 같은 역할을 한다. 성장산업에는 자원을 많이 공급하고 사양산업에는 자원회수 등 자원배분 역할도 한다. 따라서 이러한 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반사이익으로 많은 업체들에 대한 낙하산 인사가 성행, 용인됐으나 그 폐단은 심각했다. 글로벌 무한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자율경영이 최대한 보장돼야 하며 그에 대한 책임이 강화돼야 한다. 이번 KB 금융 사태는 역설적으로 이를 보여 주는 단적인 예다. 낙하산 인사들이 주전산기 교체 문제로 마치 주인양 권력다툼을 했고, 금융감독원의 문책경고로 이행장은 자진사퇴했으나 임회장은 금융위원회의 3개월의 직무정지의 결정에도 법적대응을 통해서라도 진실을 규명하겠다고 입장을 밝히며 자진 사퇴를 거부했다. 금융당국은 임회장 자신사퇴 전방위 압박으로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 관련 은행 이사회 보고자료 허위 작성 등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국민카드가 은행에서 분사할 때 금융위원회의 사전승인 없이 개인정보 이전과 관련 추가검사 착수 및 KB금융지주 및 자회사에 감독관을 파견했고, KB금융 이사회에 해임을 요청하여 결국 해임됐다. KB금융은 창사 이래 최대 치욕을 당한 것이다. 이번 KB금융 사태는 관치금융 해악의 백미를 보여 준 것으로 건강한 금융을 위해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 또한, 은행 간부들이 거래기업에 낙하산으로 취임하여 기업을 장악하는 은피아도 근절되어야 한다. 산업은행 간부 퇴직자들이 대출해준 회사에 대표이사, 감사, 부사장 등 고위 경영자로 취업한 것은 대출을 무기로 은피아들이 기업을 지배해 기업 활동을 제약하고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정실주의로 기업을 평가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 감독기관, 은행, 기업 간 갑을관계나 유착관계 없이 각자 고유의 기능이 잘 수행돼야만 국가 경제가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다. 이 지름길은 모피아와 은피아 등 낙하산 인사의 관행을 접어야만 가능하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

[경제프리즘] 여성 경력단절 현상의 불편한 진실

경기도는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대체로 전국 평균에 가까운 특성을 보인다. 예를 들면, 지난해 경기도의 여성 경제활동참가율(15세 이상)은 49.0%로 전국 평균(50.2%)보다 약간 낮은 수준이고, 경기도 여성의 합계출산율은 1.23명으로 전국 평균(1.19명)보다 약간 더 높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도의 여성 경력단절 현상은 두드러진 특성을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결혼, 임신 및 출산, 육아, 자녀교육(초등학생) 때문에 직장을 그만둔 여성 비취업자를 경력단절여성으로 정의한다. 2013년 상반기 기준으로 전국 25-44세 기혼여성 10명 중 3명, 기혼여성 비취업자 10명 중 6명이 출산 및 양육의 문제로 취업을 중단한 것으로 집계됐다. 경기도의 경우 동일 연령대 기혼여성 중 경력단절자의 비율은 32.0%로 16개 시도 중 울산(39.5%)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고, 서울(25.3%)과도 큰 차이를 나타낸다. 사실 여성의 경력단절 현상은 경제학적으로 그다지 이상한 현상은 아니다. 주부양자인 남성과 보조부양자인 여성으로 이루어진 전통적인 형태의 가구에서 출산 이후 시간 배분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자녀의 양육 비용에 달려있다. 갓 태어난 아이는 부모가 하루 종일 돌봐야 하지만, 초등학생 아동은 기껏해야 하루 몇 시간 정도 부모와 함께 있기를 원할 것이다. 다시 말해, 자녀의 양육 비용은 자녀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감소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성이 자녀가 어릴 때는 경제활동시간을 줄이는 대신 가사 노동시간을 늘이고, 자녀가 성장함에 따라 점차 경제활동시간을 늘리는 것은 지극히 합리적인 선택이다. 그런데 도대체 왜 이렇게 온 사회가 여성 경력단절 현상에 대해 분개하고 있는 것일까? 여성의 경력 유지를 위한 사회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사설이 연일 신문 지상에 넘쳐난다. 정부는 여성의 경제활동 유지를 고용 정책의 핵심 목표로 설정하고, 수많은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일자리는 많은데, 일할 사람이 없어서일까? 여성의 가사노동은 경제적 가치가 없는 일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단순히 고용지표를 높이기 위해서일까? 아마도 여성의 일할 권리를 보장한다는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이 목표는 자녀 양육의 부담이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더 많이 부과되는 현실이 부당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실제로 남성 경력단절자의 비율은 0%에 근접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진정으로 노동권에 있어서 양성평등을 추구하는 자세가 되어 있을까? 아동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공짜가 없음을 확인할 수 있다. 누군가에 의해 아동은 돌봐져야 한다. 크게 보았을때 모, 부, 그리고 정부가 그 주체이다. 따라서 모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부 또는 정부의 부담이 늘어나야 한다. 2009년 생활시간조사에 따르면 남성이 가정관리 또는 가족을 보살피는 데 할애한 시간은 맞벌이 부부, 비맞벌이 부부에 상관없이 하루에 40분 미만이다. 그런데, 과연 남성은 여성이 일하는 시간 동안 자녀를 돌볼 용의가 있는가? 무상보육이 도입됐으나, 보육시설의 접근도와 만족도는 부모의 기대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과연 정부는 부모가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양육서비스를 제공할 용의가 있는가? 우리 사회가 두 질문에 대해 떳떳이 대답하지 못하는 한, 여성 경력단절 현상은 여전히 합리적인 선택일 것이다. /김정호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

[경제프리즘] 한가위와 전통시장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인 한가위가 지나갔다. 대체휴일제 적용으로 5일이라는 긴 연휴동안 3천900만 명 이상이 이동했다고 하니 민족대이동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세시명절인 한가위는 고대 농경시대가 들어서면서 시작되어 신라3대 유리왕 시대에 이르러 하나의 커다란 명절로 자리 잡았음을 기록으로 살펴볼 수 있다. 이처럼 오랜 연원을 가진 추석은 고려시대, 조선시대를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설과 함께 민족의 큰 명절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한국사회가 급속히 산업화 되면서 전통적인 세시명절로서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가족과 이웃이 함께 모여 음식과 정담을 나누는 날로서의 의미보다는 긴 연휴기간을 이용하여 해외여행을 떠나는 관광객으로 인천국제공항이 붐비는 현상이 뉴스를 장식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처럼 시대의 흐름을 따라 추석명절의 모습이 변해가지만 어머니, 아버지가 시골 장에 다녀오셔서 각종 명절음식을 장만하고 새 옷이나, 새 신발 등을 선물로 받고 기분 좋게 동네 어귀를 뛰어다녔던 어린 시절의 아련한 추억이 떠오르는 것은 필자 세대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추억이다. 또한 명절 대목을 맞아 시끌벅적했던 시장풍경의 모습도 떠오른다. 하지만 백화점, 대형마트 등의 현대화된 대형 유통업체에 고객을 잠식당하여 지난 2001년 40조 원대의 전통시장 매출이 12년이 지난 2013년 20조 원대로 반감했다는 중소기업청의 통계는 이런 아련한 추억과 맞물려 더욱 안타까운 생각이 들게 한다. 이와 같은 어려움 가운데서도 전통시장 활성화의 성공사례를 통해 21만여 개의 점포에서 35만여 명의 상인이 종사하고 있는 시장을 되살릴 수 있는 실마리는 없을까. 전남 장흥 전통시장은 구한말부터 60년대까지 전남 3대 시장으로 명성으로 날렸다. 하지만 교통수단 발달과 농촌인구 감소로 시골장으로 전락, 5일장과 난전으로 명맥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장흥군은 시장 활성화를 위해 75억 원을 투입, 현대화를 진행하고, 전통시장 내에 각종 문화행사를 진행할 수 있는 공연장과 상설 할인매장을 운영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이러한 변화에 힘입어 장흥시장은 하루 평균 15마리 분 이상의 한우가 꾸준히 팔리고 있으며, 개장 전에 연간 100억 원에 못 미치던 매출액이 지난해 1천300억 원을 상회하는 등 급성장하고 있다. 위 사례는 전통시장에 대한 기존의 인식과 접근법을 달리한다. 상점 정비, 바닥천장 보수, 주차장 확충 등 시설현대화만으로는 무언가 부족하다. 또한 골목상권을 지켜내자는 명분과 캠페인으로도 전통시장이 활성화되기는 어렵다. 시장을 대표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상품을 개발하고, 그곳에 가면 전통과 문화가 어우러져 장바구니 이외에 무엇인가 더 담아올 수 있는 매력이 분출하는 공간으로 거듭날 때 전통시장이 활성화되는 길이 활짝 열리지 않을까? 변해가는 추석명절의 세태 속에 현대인이 잊고 살기 쉬운 나눔과 배려, 소통의 덕목을 떠올리며, 현대 속에 재해석되고 재창조 되는 전통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는 것도 부산했던 명절을 마감하며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한 세대가 더 지나가도 현대 속에 아름다운 전통이 살아 숨 쉬어 우리 아랫세대에게도 아련한 추석명절과 전통시장의 아름다운 추억이 공존할 수 있도록 현재의 전통시장이 화루 빨리 활성화되기를 소망한다. 양봉환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장

[경제 프리즘] 은행의 속보이는 금리 인하, 소비자 불만 크다

우리나라는 전 국민이 은행 소비자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어린이적금부터 노인 주택연금까지 전 국민을 상대로 금리를 매개로 자금을 조달하고 운영한다. 예금은 지급해야 할 부채이고, 대출은 채권인 자산으로 예금과 대출의 금리차가 곧 수익이다. 지난달 14일 한국은행은 경제 활성화 방안으로 기준금리를 2.5%에서 2.25%로 0.25%P 인하했다. 하지만, 은행들이 예금과 적금 이율을 기준금리 인하폭보다 더 많이 내린 반면 대출 금리는 질끔 내리면서 소비자들의 불만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6월 말 예금은행의 총예금은 1천48조원, 총대출은 1천197조원을 넘었다. 이중 가계예금은 524조원이며 가계대출은 489조원에 달한다. 저금리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외형 확대를 위한 금리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지난 1분기 예대금리차가 최저 수준인 2.24%로 떨어져 수익성이 더욱 악화됐다고 한다. 자산관리, 무역금융 등 비이자 수익이 높은 외국 글로벌은행과 달리 우리나라 은행들은 예대마진에 의한 수익비중이 80% 이상이다. 국내 은행들은 이 예대 차를 키워 잇속 챙기기에 나서 예금금리는 기준금리 인하폭보다 많은 0.3% ~ 0.5%를 내린 반면 대출금리는 인하 시늉만 해 0.02% ~ 0.11%를 내리는데 그쳤다. 이론상 예금금리는 당일부터 장래의 일정기간에 적용하므로 은행의 의도에 따라 금리변동을 신속하게 반영할 수 있는 반면, 대출금리는 직전일로부터 소급하여 일정 기간의 평균적인 조달비용을 적용하여 서서히 반영된다. 은행들은 기준금리 인하 시에는 이를 선 반영해 대출금리보다 예금금리를 많이 내렸고, 기준금리 인상시에는 이를 선반영해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를 많이 올렸다. 즉 은행이 기준금리 인하에 예금 금리는 즉각 탄력적으로 적용하고, 대출금리는 느리게 비탄력적으로 적용해, 기준금리 인하 전에 예금금리를 내리기 시작해 인하폭보다 많이 내렸고, 대출금리는 기준금리 인하 후에 조금 내려 은행에 대한 소비자들의 시선이 곱지 않고, 금리에 대한 불만이 크다. 더구나 금융감독 당국이 가계대출 구조개선을 위해 은행으로 하여금 2017년까지 주택담보대출 중 고정금리와 비거치식 분할상환 비중을 40%로 늘리도록 해 은행의 권유로 고정금리로 대출받은 소비자들의 불만이 더욱 크다. 올해 예상물가상승률 1.9%인 점을 고려하면 금리 인하로 실질금리가 제로인 예금이자 생활자는 더욱 지출을 줄일 것이고, 금리 인하 효과가 작은 가계 채무자는 부채 상환하기도 급급하다. 기업이나 개인투자자들은 경기 불황으로 투자 불확실성이 높아 저금리에도 투자를 망설여 금리 인하를 통한 내수 소비 진작 효과는 극히 제한적이 되고 부동산, 원자재, 주식 등 실물투자가 활발해지고, 인플레이션이 유발돼 서민들의 생활은 더욱 힘들어진다. 가계부채의 부담을 완화하고, 경제 활성화 방안 중의 하나로 단행된 금리 인하 효과는 은행의 속 보이는 금리 인하로 전체적으로 보면 소비자들의 혜택은 전혀 없는 셈이다. 은행들은 영업하기 쉬운 이자수익의 비중을 줄이고, 표방하는 글로벌 은행답게 무역금융, 자산관리 등으로 영업 비중을 확대하여 비이자수익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 기준금리 변동 시 잇속 챙기기 쉬운 방법으로 예대 금리에 반영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반영하여 소비자들도 혜택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정부의 경기 부양책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경제금융국장

[경제 프리즘]환경정책의 오심 바로잡아야 하는 이유

축구나 야구 같은 스포츠를 보면 심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운동선수가 온 힘을 다해 경기를 뛰어도 심판의 오심에 의해 승패가 뒤집히거나 경기가 엉망이 되는 경우가 많다. 필자가 청장으로 부임해서 역점을 두는 것 중에 하나가 우리 중소기업들이 오심으로 피해받지 않고 제대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인데, 요즘 들어 환경과 관련된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업들의 목소리가 많이 들리고 있다. 환경 보호의 중요성과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러나 환경과 관련된 어긋난 규제나 제도로 중소기업이 사업을 영위하는 데 지장을 받는다면, 다시 한번 들여다봐야 하지 않을까. 폐기물부담금제도가 있다. 폐기물의 발생을 억제하고 자원의 낭비를 막고자 재활용이 어렵고 폐기물관리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제품, 재료, 용기의 제조업자 또는 수입업자에게 그 폐기물 처리에 드는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과거와 달리 재활용 처리기술이 발달해 폐 플라스틱이 소각되지 않고 재활용 자원으로 활용되고 있어 재활용 수거업체에서는 오히려 금액을 내면서 제품을 수거해가고 있다. 정부정책에 따라 소비자들도 플라스틱을 재활용제품으로 인정해 분리수거하는 비율이 점차 늘고 있다. 그렇다면, 폐기물 처리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고자 부과되던 부담금제도도 재검토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완제품 중 재료의 90% 이상을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완구제품을 보자. 대부분 재활용이 가능하므로 폐기물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이 맞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연결부위에 일부 고무, 유리 등이 복합적으로 있어 제품 그대로 재활용할 수 없다며 부담금이 부과된다. 더욱이 부담금도 2007년 ㎏당 7.6원에서 지난 2012년 ㎏당 150원으로 무려 20배 이상 인상됐다. 완구업체는 가뜩이나 중국 등 주변국과의 무한경쟁으로 경영여건이 어려워지는데, 막중한 부담금으로 이중고에 처한 것이다. 환경과 자원보호를 위해서 가능하면 자원의 재활용 비율을 높여야 하지만 그와 역행하는 규제도 있다. 재활용할 수 있는 여러 자원이 규정에 얽매여서 재활용이 안 되고 있는 것이다. 목재에서 나오는 톱밥, 반도체칩이나 태양전지 등에 사용되는 카본가루는 실질적으로는 재활용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현재의 규정상 재활용자원으로 분류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재활용하지 못하는 일이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기업들의 애로를 반영해 필자가 속한 경기지방중소기업청에서는 이를 손톱 밑 가시로 분류해 관련부서와 깊이 있는 논의를 벌이고 있으나, 규제 당국과의 견해차가 있어 아직 많은 진척을 보지 못해 안타깝다. 다만, 최근 환경부에서 재활용 가능 품목 및 폐기물부담금 제도의 전반적인 재검토를 위해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며, 연구 결과에 따라 규정을 정비해 현실에 맞게 부담금 부과 여부 및 요율을 재조정한다고 하니 반길만한 일이다. 산업발전에 따른 환경파괴를 막고자 각종 규제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규제가 현실에 잘 적용 되고, 산업 여건 변화에 맞게 조정돼야 환경과 산업경쟁력이 조화를 이룰 수 있다. 더구나 산업활동 중 재활용 가능한 것들이 발생한다면 즉각적으로 관련 규정을 고쳐서 재활용자원을 확보하고 산업을 촉진하는 것이 환경을 보호하는 첩경이 될 것이다. /서승원 경기지방중소기업청장

[경제 프리즘] 지혜로운 기술경쟁

최근 도요타 자동차의 협력업체로 활발하게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어느 중견 업체를 방문해 상당한 변화를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가 있었다. 그들은 투자를 통해 인력을 육성하고, 설비를 자동화하는 통념의 틀을 깨뜨리고, 철저한 낭비 제거를 기본으로 하는 도요타 생산방식을 그들의 실정에 맞게 기술력을 향상하고 있는 것이다. 또 생산활동의 기본을 이익 창출에 두고 생산요소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조합해 비용을 최소화할 것인가를 고심하며, 개선에 개선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기술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었다. 이 협력업체는 손쉽게 기술을 사오거나 설비를 사들여오면 설사 계산상으로 경제성이 성립된다 하더라도 회사는 투자한 것 이상의 기술적 노하우가 축적이 되지 않고 기업 체질도 강화되지 않았다. 고심 끝에 스스로 힘으로 땀과 지혜를 조금씩 쌓아 올려, 한 걸음씩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면 체험과 경험이 값진 노하우로 축적되고, 이것이 회사 체질로 이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후 이 업체는 단순히 동종업계의 추세를 흉내 내는 입장을 탈피해 각 제품 및 기능의 특징을 철저히 파악한 후 회사 생산 제품의 특성에 알맞게 적절히 조합하고 나서 유연성을 유지하면서 필요한 생산방식을 채택하며 지속적으로 생산의 수준을 높여 나갔다. 또 제품개발의 초기 단계부터 프로세스에 참여해 생산제품 수요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면서 완성품 기업(모 기업)이 필요로 할 것 같은 부품을 먼저 개발해 모 기업에 공급하고 있다. 이렇게 핵심기술을 확보한 이 협력업체는 한우물 파기 정신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최근 한국은 국내 경기의 침체, 경쟁력 약화 및 무역수지 적자 등 상당한 시련으로 도산하는 기업이 속출하고 실업이 증대하는 심각한 국면에 처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선진국을 추격하고 나아가 경쟁우위를 확보하고자 과도한 투자의 출혈은 비용구조의 악화와 사업의 위험부담 그리고 고임금 부담 등으로 더 큰 문제를 유발할지도 모른다. 또한, 변화와 경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남아 미래를 선도하는 기업이 되려면 기술적, 전략적 측면에서 경쟁 기업보다 앞서가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경제가 어려울수록 위기를 기회로 삼아 우뚝 일어서는 저력을 발휘해 왔다. 지금이야말로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총 체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다만, 기업 경쟁력의 주체인 인재육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인재육성도 고성장시대의 안일한 투자보다 현장에서의 고심 어린 노력으로 낭비를 배제하여 경험과 기술을 축적함으로써 비용 최소화와 인재육성을 동시에 도모할 수 있음을 앞서 언급한 사례에서 배울 수 있을 것이다. 21세기 자동차산업은 예측할 수 없는 생존 경쟁의 소용돌이를 예고하며, 우리가 과거에는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 공급과잉과 기술경쟁과 가격경쟁의 심화로 대규모 기업이 유리한 경쟁 환경이 되는 한편 원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메이저 기업들의 재구조화로 뼈를 깎는 경영 합리화를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기업의 경영자들은 창조적인 능력과 시대의 흐름을 읽는 안목을 갖춰야 할 때이다. 이제 우리나라의 자동차 생산 기업들도 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더욱 힘차게 글로벌 경영의 나래를 펼쳐야 한다. 우리보다 앞선 기업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뼈를 깎는 노력을 하고 있음을 볼 때 단 1초의 시간, 단 1원의 비용도 소홀함이 없는 강한 체질을 만들어야 한다. 값싸고 질 좋은 상품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기업의 기술경쟁이라고 생각한다. 끊임없는 기술혁신과 지속적인 기술개발 없이는 기업의 생존이 어렵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최소 비용의 추구를 통한 현장의 기술축적은 바로 미래를 지향한 경영혁신의 핵심이 아닌가 생각한다. 김만균 경기과학기술대 중소기업경영학과장

[경제프리즘] 학력제한 철폐와 능력중심사회

앞으로 근로자를 모집하고 채용할 때 학력을 이유로 차별할 수 없다. 취업기회를 균등하게 보장하도록 규정한 고용정책기본법 제7조의 차별금지 항목인 성별, 신앙, 연령, 신체조건, 사회적 신분, 출신지역, 출신학교, 혼인임신, 병력에 학력이 추가된다. 연구소에서 석사나 박사학위 소지자에 한해서 인력을 뽑는 것은 법 위반이 아니지만, 인력관리를 이유로 대졸 이상 혹은 고졸 이하로 학력을 제한하는 관행도 불합리한 차별로 간주된다. 처벌 조항이 없어서 강제력은 없으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되는 추세에 비추어 공공기관 이나 상당수 대기업은 채용 시 학력을 제한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학력을 속이고 입사했다 발각이 됐다고 해도 해고사유가 되지 않는 것은 법원 판례로 이미 오래전에 확립된 것이다. 10여 년 전에 대학 졸업을 숨기고 고등학교 졸업사실 만 기재하고 입사하여 노조활동을 주도하다가 학력 허위 기재를 이유로 회사 측이 해고당한 근로자에 대해 법원은 부당해고로 인정했다. 당시 재판부는 경력 사칭을 이유로 징계해고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근로 3권을 행사하는 것 자체를 위업한 행위로 전제하고 있는 것이고, 또한 청년실업률 증가 등으로 종래 고졸 이하 학력을 가진 근로자들이 주로 취업하던 직장에 4년제 대학 졸업자들이 취업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어 고학력자를 채용하지 않는 것은 학력에 의한 차별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대자동차 등 주요 대기업의 생산직 근로자 채용에 대졸자도 지원하는 길이 열리면서 오는 8월 22일부터 시행되는 고용정책기본법 개정안은 산업현장에서 색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대차 등 일부 대기업의 고졸 생산직은 대졸자보다 급여도 많고, 정년까지 고용보장이 되기 때문에 고졸 이하라는 채용조건이 완화(?)되면 많은 대졸자들이 지원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어렵게 정착되어 가는 고졸취업 문화에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노동시장이 과도하게 학력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노동시장에서 수용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젊은이가 대학에 진학하기 때문에 채용 조건을 학력에 따라 규정하는 것이 차별될 수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으로 학력별 구직자의 임금충족률( 구직자의 평균 희망임금 대비 채용 기업들이 제시한 임금의 비율)을 보면 학력이 높을수록 (104.3인 중졸 이하를 제외하면) 임금충족률이 낮다. 고졸 취업자가 110.4로 가장 높았고, 전문대졸 106.6, 대졸 104.8의 순인데, 특히 대학원 졸업자는 98.6으로 구직자가 원하는 급여보다 실제 받는 액수가 적었다. 학력이 낮을수록 기대임금이 높지 않은 영향도 있지만, 고학력자의 절대 수가 늘어나면서 대졸 눈높이를 채울 수 있는 일자리가 많지 않은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박근혜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의 하나는 학력이 아닌 능력중심사회의 구현이다. 그러나 학력만이 유일하게 노동시장에서 인적자원을 평가하는 수단인 상황에서는 학력중심의 노동시장 관행을 개선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런 차원에서 올해로 개발이 완료되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에 대한 기대도 크고 그만큼 정책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현장에서 요구되는 숙련수요를 잘 반영하는 NCS가 개발되고 현장의 변화하는 수요에 맞추어 부단히 개선된다면 학력을 대체하는 노동시장에서 인적자원을 평가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NCS는 교원들의 현장 경험이 부족한 특성화 고교와 전문대학의 교육과정을 보다 현장 숙련수요 중심으로 개편하는 기저도 된다. 교육부는 NCS에 기반을 둬 특성화고교 교육과정을 개편하는 작업을 하고 있고 130여 개의 전문대학 중 100개 대학을 선정해 집중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선정의 가장 큰 준거의 하나가 교육과정을 NCS에 기반을 둬 개편했느냐의 여부이다. 박영범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경제 프리즘] 통산협상가의 냉정과 열정사이

필자는 민간 경제계를 대표해 FTA 협상이나 공동연구에 여러 차례 참관해 왔다. 또 과거 통상 기능이 외교통상부에 있던 시절에는 협상부서로 파견돼 직접 협상해보는 경험도 해봤다. 모든 협상가가 그렇지만 통상협상가는 정말 고통스러운 직업이다. 인적 자원이 한정되다 보니 협상가들은 여러 개의 협상을 맡기 일쑤였다. 보통 협상이 두세 달 주기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무진들의 회기간 협상까지 참여할 경우,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바꿔 타고 다른 협상장으로 이동해, 한 달에 절반 이상을 출장지에서 보내는 이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가족이 아픈 상황이나,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에도 함께하지 못하는 공무원들이 있었다. 상대국과의 치열한 협상으로 피곤해진 이들은 국내로 돌아오면 다시 국회와 이해당사자들과 또 다른 협상을 해야 했다. 특히 농ㆍ수ㆍ축산업이라는 아킬레스건을 가진 우리나라를 대표한 이상 손쉬운 협상은 한 번도 없었을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절충점을 찾고자 머리를 짜냈고, 그렇게 얻어낸 결과이건만 국내에서는 늘 비난받기 마련이었다. 충분히 이익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여긴 이해관계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협상가들을 성토했다. 국회에서는 건실한 평가보다는 정쟁의 대상으로 삼고 비준동의를 지연해 힘들여 만든 결과물이 일 년 이상 잠자는 경우가 빈번했다. 협상가들의 무용담을 전하며 두둔하기만 할 생각은 없다. 협상장에서 상대를 앉혀 놓고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 상대국과 달리 협상기간 동안 빈번하게 분과장이 바뀌면서 국내 협상이라고 할 수 있는 대국민 설명이나 TV 토론에서는 관련 지식이 부족한 일반인을 대상으로 친절히 설명하기보다 가르치려는 자세를 보여 비판을 받기도 했다. 사실에 기초한 설득을 하기보다 피부에 와 닿지 않은 장밋빛 전망만 나열하는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필자가 지켜본 안의 범위에서 우리 통상협상가들은 나라를 팔아먹을 생각으로 협상에 임하지 않았다. 협상대표로 참가하는 공무원들은 장차 이 나라의 장차관을 맡을 수도 있는 인재들이다. 또한, 누군가의 소중한 자식이며, 어린 아이들이 기대고 버티는 부모이기도 하다. 나라의 중책을 맡게 될 이들이, 자자손손이 나라에서 살아갈 이들이 나라를 팔아먹는 협상을 했다고 비난하는 것은 금메달을 따지 못한 김연아, 박태환, 월드컵 16강에 진출하지 못한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을 매국노라고 비난하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 통상협상가에게도 우리 경제, 산업, 농ㆍ수ㆍ축산업을 지키며 발전시키려는 뜨거운 열정이 있다. 매 협상 전 부처 담당자들이 모여서 이러한 열정을 토해낸다. 하지만, 협상 테이블에 앉으면 이들은 그 열정을 철저히 숨긴 채 냉정하게 협상에 임한다. 이해당사자들도 무턱대고 자기주장만 할 것이 아니라 내가 협상가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면 좋겠다. 지금은 퇴직한 고위 공무원 중 한 분이 이런 말을 했다. 80:20이나 70:30의 결과를 낳는 협상은 없다. 대부분 협상결과는 50:50이고, 아주 잘해야 51:49의 결과를 낳을 뿐이다. 그렇다. 비록 그 차이가 1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그 작은 차이를 만들고자 냉정과 열정 사이를 오가는 이들이 바로 통상협상가다. 쌀 관세화 협상과 한중 FTA 등 굵직한 협상들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 협상가들의 건승을 기원한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경제 프리즘] 상생과 협력, 동반자로서의 의무

인류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투쟁의 반복이다. 투쟁은 다양한 계층 간에 발생하지만 가장 큰 줄기는 강자와 약자 간의 투쟁이다. 우리의 주위를 유심히 둘러보면, 산업 현장 역시 총, 칼만 없을 뿐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강자와 약자 간의 투쟁과 같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다. 최근 수원역사 주변에는 대형상점과 상인들 간의 긴장이 만연해 있다. 이유는 역사 주변에 대형 쇼핑몰이 들어서기로 하고 관련 절차가 추진 중인데, 이 와중에 피해를 받는 주변 상인들이 피해에 대한 고려가 충분치 않다고 항의하고 나섰고,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난주부터 단식 농성을 하는 것이다. 요즘같이 더운 날에 뜨거운 역 광장에서 흔한 천막 하나 없이 단식 농성을 하다 보니 벌써 상인회장 한 명이 쓰러져 지난 주말 병원 응급실에 실려가는 소동이 벌어졌다. 필자도 소상공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 현장에 몇 번 가보았는데, 한 시간만 있어도 등이 땀에 흠뻑 젖고 움직이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이분들이 얼마나 상황을 심각하게 여기는지, 얼마만큼 간절한지를 느낄 수 있었다. 과연 대형마트의 시장진출과 골목상권(전통시장) 보호는 양립할 수 없는 가치인지, 이들 간의 상생과 협력은 정말 불가능한 숙제인지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러던 차에 월요일 신세계백화점 죽전점에서 열린 제1회 중소기업 우수제품 전시회 행사(7.28~8.3)에 가서 작은 가능성을 보았다. 흔히 백화점은 입점도 힘들고, 입점하더라도 과도한 수수료로 중소기업이 고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행사는 경기도 중소기업단체와 신세계백화점이 상생하는 차원에서 마련한 행사로서, 그동안 인지도가 떨어지는 초기 기업을 포함해 우수제품들이 다량 입점할 수 있었고, 수수료도 대폭 인하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소비자들에게 판매하고 있었다. 신세계의 통큰 양보와 중소기업 단체의 노력이 우수 중소기업 제품의 판로 개척에 도움을 주고, 결과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두고 미약하나마 상생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다시 수원역 사태를 돌아보자. 우선 대형마트 측에서도 할 말이 많을 것이다. 시장 경제하에서 관련 절차를 통해 정당하게 진입하는 데 주변 상권에서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이 못마땅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행법에는 엄연히 대형마트 진출로 인한 주변 상권의 피해를 고려하는 제도가 있는데도 경제적 파급 효과에 대한 연구 용역을 일방적으로 진행한 점이나, 주변 상권의 잠식이 불을 보듯 뻔한데 피해 범위를 지나치게 적게 잡아 절차를 진행시킨 점 등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본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감안하면 주변 상인들과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고 소극적인 점은 상생과 공생의 가치 측면에서 더욱 우려스런 부분이며 지금이라도 좀 더 적극적으로 대화와 소통에 나서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옛날 즐겨봤던 동물의 왕국을 보면 사자와 얼룩말이, 호랑이와 사슴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모습이 자주 나오는 것을 보고 신기해하곤 했다. 어떻게 포식관계에 있는 동물들이 한 지붕 아래에서 저리 평화롭게 지낼 수 있을까? 많이 궁금했는데 사자는 배고플 때 외에는 사냥하지 않는다, 사자는 죽은 고기를 먹지 않는다라는 진실을 아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서로 잡아먹는 동물들도 공생의 원리를 지키는데, 사람들이 서로 잡아먹는 사이도 아니면서 굳이 공존하지 못하는 것은 인간의 본질적인 탐욕 때문인지 아니면 사회적 규범이 미흡한 탓인지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서승원 경기지방중소기업청장

[경제프리즘] 기업의 경쟁력

최근에 우리 기업들은 경기 여파로 경영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대비책이나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우리 경제를 불황의 늪에서 헤쳐 나오게 하기엔 역부족인 것 같다. 요즘 시장에는 국내외 수많은 기업이 내놓은 수많은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성능에서나 디자인에서 차별성을 찾기 어려울 만큼 유사한 제품들이 다양하게 고객에게 선보인다. 제품의 성능이나 제품의 이미지만으로 고객들은 이제 제품에 만족을 느끼지는 않는다. 기업의 기술력이 그 기업의 이미지로 형성되며, 기업의 이미지가 좋아야 고객들은 그 기업의 제품을 소비하는 시대다. 따라서 고객의 만족과 기업들 간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기업의 제품성능이나 이미지뿐만 아니라 기업 고유의 기술력을 명확히 보유해야 한다. 이것이 지금 기업 앞에 놓인 생존부등식이다. 기업목적과 기업의 기술력 관계는 기업이 생존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10년 전 미국의 경쟁력이 일본에 추월당하자 미국학자들이 내놓은 대비책은 엔화 환율조정이었다. 그러나 환율조정이라는 대비책은 경쟁력의 주 변수가 아님이 곧 밝혀졌다. 일본은 더욱 강해졌고 미국은 무역수지 적자규모가 커지기만 했다. 이에 대해 MIT대 교수가 주축인 국제 자동차산업 연구프로그램(IMVP) 연구원 55명들은 일본 경쟁력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는 도요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5년간의 조사 후 그 결과가 발표됐고 드디어 미국은 자동차산업은 물론 전 산업의 경쟁력을 회복함으로써 최고의 위치를 누리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다음 두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첫째로, 경쟁력의 본질은 기술 그 자체라는 사실이다. 즉 환율조정이나 정부투자 확대, 소비절제 등으로 경쟁력이 회복되지 않고 장기적으로 무역수지가 개선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국가 간의 무역협상을 하거나 무역법안을 어떻게 만들더라도 경쟁력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기술에서 지면 다른 것으로는 대체하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둘째로, 조사 보고서에 대응해 기업들을 재빠르게 변화시켰다는 사실이다. 조사 결과가 발표되자마자 전 산업의 책임자들은 모두 이를 읽고 신속한 대책 수립을 추진했다. 그리하여 미국 기업들은 2년 만에 경쟁력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기술이라는 점에서 한 가지 더 지적하고 싶은 것은 품질에 대한 근본적인 개념의 혼동을 깨닫지 못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우리의 기업들은 거의 모든 제품에 대해 품질향상을 제대로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우리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품질은 신뢰성 부문이다. 신뢰성 부문은 제품설계와 다름은 물론, 지금까지 우리가 노력해온 품질관리와도 개념부터 전혀 다름을 이해해야 한다. 즉 100ppm, 모토로라의 6시그마 운동 등은 신뢰성 부문 품질과는 거리가 있으므로 이를 완벽히 한다고 선진 품질이 되진 않는다. 더군다나 혼을 담는다든지, 고사를 지내든지 해 정성을 들이면 잘 되리라 생각하는 어이없는 기업들도 있다. 품질관리 즉 신뢰성 부문의 실행은 과학적인 방법으로 정확한 데이터를 가지고 접근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무조건 열심히 하기보다는 똑바로 방향을 설정했는지 확인한 후에 열심히 해야 할 일이다. 이제 우리 기업들은 경쟁력과 기술력이 무엇인지 개념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그에 따른 과학적 행동을 해야 한다. 기초부터 점검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기본부터 쌓아나가야 한다. 이제 우리 기업들은 대외적으로는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생존하려면 우수한 기술력 확보와 좋은 기업의 이미지를 고객들에게 부각시켜야 할 것이다. 또한, 기업의 모든 구성원들은 대내적으로 불황을 탈출하려면 제품의 품질혁신에 매진해야 한다. 김만균 경기과학기술대 중소기업경영학과장

[경제프리즘] 기업 맞춤형 교육과 능력 위주의 사회

능력위주의 사회를 만들자는 얘기가 심심찮게 나온다. 우리 사회가 이제는 학벌과 인맥을 넘어서서 능력위주로 재편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우리는 정말 그런 사회를 맞이할 의지가 있는 것일까? 혹시 그런 사회를 앞당겨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몰라서 시간을 허비하고 있지는 않은가? 필자는 얼마 전 경기도와 서울대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이 공동으로 설립해 판교 테크노밸리에서 운영 중인 기업 맞춤형 현장 교육센터 컨텍 아카데미에서 교육을 진행한 바 있다. 여기서 기업체가 원하는 직원들의 능력계발 요구는 뜻밖에 간단했다. 필요한 때에 필요한 사람이 필요한 내용을 들고 현장에 와서 강의를 진행해 주면 직원들의 능력이 배가된다는 것이다. 자체 교육시스템이 갖춰진 일부 대기업과는 달리 중소기업에서 그런 요구가 더 컸다. 기업체가 자신의 사원을 능력 있는 직원으로 육성하고자 할 때 필요한 조건들은 무엇일까. 먼저 필요한 전문 강사다. 기업체가 필요한 기술과 지식은 누가 보유하고 있을까? 대학교수도 포함되겠지만, 실제적으로는 현업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들이다. 회사의 업무와 관련된 정부 각 부처의 공무원, 국공립 연구원의 연구자, 그리고 실무 경험이 많은 퇴직자가 포함될 것이다. 각 기업체에서 요구하는 전문가들을 광범위하게 파악해 필요한 때에 공급하는 시스템이 갖춰지면 된다. 기술과 지식이 급변하는 현대에서는 교육을 통한 지식 유통 또한 적시에 일어나야 한다. 케케묵은 내용을 중심으로 일 년에 한 번씩 열리는 그런 강좌가 아닌, 필요할 때 수시로 전달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대학이 기초적인 지식을 시간을 두고 체계적으로 전수하는 것이 사명이라면 기업체를 위한 교육은 실무적이면서도 앞선 지식을 즉각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는 면에서 차이가 있다. 기업체의 경쟁력을 증진시키는 교육 내용은 어떤 것일까. 그 내용은 기업체가 알고 있다. 기업체의 종류만큼 그 범위는 매우 넓다. 하지만, 분야는 다양할지라도 내용은 깊이 있고 앞선 것이어야 한다. 특정 문제 해결을 위해 폭넓고 깊이 있는 지식을 운용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융합교육의 핵심이다. 기업체가 원하는 교육 내용은 융합적인 특징이 크다. 또, 기업체가 원하는 교육 장소는 어디일까? 필요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면 굳이 대학이냐 또는 원근각처의 각종 전문 학원이냐가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업무에 바쁜 직장인들이기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그런 곳이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동의할 테다. 전문 강사들이 기업체를 직접 방문해 교육하는 것이 이상적일 테고 적어도 기업체가 접근하기 쉬운 그런 밀착형 교육센터면 더 좋을 것이다. 이러한 필요조건이 갖춰진 교육시스템은 강의자가 아니라 교육 수요자의 입장에서 능력향상을 목표로 진행하는 교육이다. 그리고 개인의 능력이 계발된 만큼 공인 인증서를 부여하는 그런 시스템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런 교육 시스템이 현재 부재하다는 것이다. 차제에, 기업 맞춤형 교육을 통한 개인의 능력 향상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담아내기 위한 새로운 시스템을 갖춰나갈 것을 제안한다. 학벌보다는 능력을 중시하는 사회를 원한다면 기존의 학석박사와는 다른 새로운 교육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그리하여 개인의 능력을 천편일률적인 학벌로 재단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계발한 능력대로 인증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해야 할 것이다. 기업체의 경쟁력 향상과 개인의 능력을 고도화시키는 수요자중심 교육은 시대적인 흐름이다. 기존의 공급자 중심의 교육은 기업과 교육 수요자의 호응을 얻을 수 없다. 정부는 그러한 시대적인 요청을 견인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능력위주의 사회를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최성화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부원장

[경제프리즘] 자유학기제 성패, 기업 참여에 달려 있다

선행학습을 금지하는 법이 제정될 정도로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공부로 인한 스트레스가 많다. 필자의 청소년 시절에는 30% 미만의 고교 졸업생만이 대학교를 진학했기 때문에 많은 청소년이 공부 부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다. 그러나 그때도 청소년들이 학습 부담으로 제대로 된 성장을 할 수 없다는 사회적 여론이 비등해 필자가 초등학교 6학년일 때 중학교 입학시험이 없어졌고, 고등학교 2학년 때 고등학교 입학시험이 서울을 시작으로 없어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70% 이상의 고교 졸업생이 대학을 가고, 그것도 소위 일류대를 진학해야만 성공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다는 사회적 인식으로 아주 어려서부터 공부에 매진하는 학생들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장래의 희망이나 적성보다는 성적에 맞춰 대학을 가기 때문에 대학에 가서도 적응을 못 하고, 사회에 진출해도 전공과 무관한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사회 저명인사가 대학입학 예비고사 시험이 끝난 11월 말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하면서 장래의 희망인지 무슨 학과를 갈 것인지를 물어보니 3분의 2가 넘는 학생들이 수능시험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아 모르겠다는 답을 했다고 한다. 박근혜정부가 중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추진하고 있는 자유 학기제는 청소년들에게 장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주고자 시작된 야심 찬 프로젝트다. 중학교 3학년 중 1학기를 학습부담을 줄이고, 학생들에게 체험활동, 예체능 등 취미활동을 할 기회를 주어서 장래에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꿈과 희망을 품게 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와 올해 2년에 걸쳐 80여 개의 시범학교를 지정해 확산을 위한 필요한 사항을 점검하고 있다. 시험학교와는 별개로 올해는 전체 중학교의 10% 정도를 희망학교로 선정할 계획이었으나 교육현장의 반응이 뜨거워 전체의 25%인 730여 개 학교에서 자유 학기제가 확대 운영하고 있다. 내년에는 1,500개 학교, 2016년에는 모든 중학교에 자유 학기제를 시행하는 것이 정부의 목표이다. 성공적인 자유 학기제가 운영되려면 학생들이 체험활동을 할 기회를 많이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기업체, 지역사회에서 적극적으로 협조하여 자유 학기제에 참여하는 중학교 학생들에게 직업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여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다른 나라에서는 기업들이 학교들과 협력해 청소년들에게 진로체험의 기회를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영국 네슬레사는 2011년 네슬레 아카데미를 설립해 지난 3년간 300여 명의 학생들에게 급여를 주면서 직업체험의 기회를 줬다. 사업장 부근의 40개 학교에서 4,000여 명 이상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취업역량 강화 워크숍을 개최했다. 일본의 문부과학성은 2005년부터 전국 중학교를 대상으로 커리어 스타트 주간(Career Start week)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는데, 많은 기업이 참여하여 학생들의 직업체험 기간이 길어지는 성과가 있었다. 호주의 기업들은 직업 경험(Work Inspiration)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2015년 말까지 2만여 명의 학생들에게 직업체험의 기회를 제공할 것을 약속하고 있다. OECD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학교에서 직업에 관한 유용한 것들을 배울 수 있다라고 생각하는 우리나라 청소년의 비율은 71.5%로, OECD 평균 87.1%에 비해 상당히 낮으며 직업체험기관을 5개 이상 확보하지 못한 학교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모두 절반을 넘어, 진로탐색을 지원하는 인프라가 크게 부족하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청소년들에게 직업경험의 기회를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으로 인식해야 한다. 이와 같은 인식전환이 이루어질 때 자유 학기제가 성공하여 청소년들이 꿈과 희망을 품는 진로탐색을 할 수 있다. 박영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

[경제프리즘] 쌀 관세화 둘러싼 갈등을 보며

어릴 적 필자는 쌀밥을 무척 좋아했다. 갓 지은 밥에 김치, 젓갈, 장아찌와 같이 짭짤한 것을 얹어 먹거나, 마가린을 간장과 함께 넣고 비벼 참기름 한두 방울로 마무리한 후 슬쩍 열을 가한 김을 얹어 먹는 밥은 가히 꿀맛이다. 밥도둑이라는 게장은 말할 것도 없고, 국, 찌개, 전골 등이 자작자작해지면 밥 한 공기 넣고 볶은 후 조금 눌려 먹으면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든다. 지금도 필자는 보약보다 밥심을 더 믿으며 직접 쌀을 씻어 밥을 짓곤 한다. 지난 주말 쌀 시장 개방에 반대하는 시위가 곳곳에서 열렸다. 우리나라는 매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물량을 조금씩 늘리는 방식으로 10년씩 두 번에 걸쳐 WTO 의무인 관세화를 미뤄왔다. 그 결과 올해 우리가 수입해야 하는 물량은 작년 전체 쌀 소비량의 9%에 달하는 양까지 늘어났다. 수입쌀의 비중 증가는 의무수입량 증가에만 기인하는 것이 아니다. 필자의 부친은 부족한 쌀 생산량과 가격대책 차원에서 절미(節米), 혼식(混食) 운동 세대이고, 필자 역시 부친이 정한 원칙에 따라 주말에는 반드시 혼식을 했었다. 쌀 소비를 억제할 만큼 수급이 맞지 않던 반 세기 전과 달리 지금은 생산성 향상으로 쌀 공급은 늘어난 반면 소득 수준 향상과 웰빙 바람으로 쌀 소비가 줄어드는 현상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소비의 감소와 의무수입량의 증가 탓에 쌀 관세화 유예에도 농가가 지는 부담이 커지게 됐다. 무역 진흥과 통상 문제를 연구하는 업 때문에 무조건 쌀을 관세화시켜야 한다고 강변할 생각은 없다. 다만, 많은 WTO 전문가, 농경제학자, 그리고 일부 농민단체조차도 관세화 유예에 따른 의무수입량 증가가 오히려 부담을 가중시켰고, 관세화를 추가로 미루는 것은 훨씬 더 큰 부담이 낳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음을 글로 옮기는 것으로 대신하고자 한다. 얼마 전 유예에 성공했다고 보도된 필리핀 사례의 내용을 보니 의무면제(waiver)라는 더 부담스러운 장치를 통해야만 했고, 그것도 매우 한시적이며, 쌀 수출국들에 반대급부로 꽤 많은 내용을 양보해야만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필자는 여러 통상협상에서 우리 정부 협상대표들이 쌀과 농수산업을 지키고 위해 얼마나 힘든 싸움을 해왔는지를 봐왔다. 정부가 수출 대기업만 챙기고 우리 농가를 외면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다만, 국내 이해관계자들과 좀 더 많은 협의를 거치지 않았거나, 그런 협의를 해왔는데도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 서울 청계천 복원 시 청계천 상인을 담당했던 공무원들이 욕설과 멱살잡이를 당하면서도 4천300여 회에 걸쳐 만났다는 이야기나, 지구대 이전을 반대하던 주민들과 일일이 만나며 설득해 결국 마음을 움직였다는 한 경찰서의 이야기는 논리(論理) 뿐만 아니라 마음을 움직이는 정리(情理)의 필요성도 일깨워주는 좋은 사례이다. 쌀 소비가 줄어든 것은 다양한 먹을거리가 생겨난 탓도 있지만, 웰빙 바람으로 쌀밥이 만병의 근원처럼 취급된 데 기인한다. 껍질을 벗겨 낸 쌀에 물을 붓고 열을 가해 변신시킨 밥을 천 년 이상 주식으로 삼아 왔는데, 이것이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처럼 이야기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할까? 백미 식사의 부정적인 부분을 지적해야 한다면, 동시에 바람직한 식사 방식을 좀 더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쌀 소비가 줄어든다고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의 한 유명 주방용품 업체가 만든 세라믹 밥솥은 밥맛을 좋게 해준다는 소문 덕에 매번 동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애국심에 호소하는 마케팅보다는 좀 더 소비자의 관심을 이끌어 선택하도록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정부가 농민들의 마음을 얻는 정리를 전개해야 하는 것처럼, 농업 관계자들도 쌀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정리를 펼쳐야 한다. 이것이 농업도 살고 소비자도 사는 길이 아닐까?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

[경제프리즘] ‘여풍당당’의 바람을 읽자

사회 곳곳에서 여풍이 거세게 분다. 판검사임용을 비롯한 공무원시험은 물론, 대학교 성적에서도 여자가 남자를 압도하고 있다. 요즘 외고에서도 남학생들의 자퇴가 늘고 있는데, 내신에서 여학생에 불리한 것이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한다. 또 단순비교는 힘들지만, 올해 개최한 동계올림픽에서 여자들만 금메달을 3개 땄을 뿐 남자들은 맥을 못 추었고, 피파 순위에서도 남자축구는 57위지만 여자축구는 18위다. 그런데 유독 여성들의 활동이 아직 위축되고 있는 분야 중 하나가 기업 활동 분야이다. 통계적으로 보면 여성기업은 130만6천여 개로 전체 기업의 38.9%에 불과하며 벤처기업에 국한해도 여성 벤처기업은 전체 벤처기업의 8%에 불과한 실정이다. 현장에선 여성기업이라 하더라도 사업하다 실패한 남편을 대신해서 이름만 빌려주는 소위 바지사장도 많다고 한다. 이들 여성 기업이 아직 타 분야와 달리 주류로 활동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사회가 아직 남성 위주인데다, 여성이 창업하기엔 여러 가지 어려운 조건이 많은 게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비즈니스도 주로 남성 위주로 이뤄지고 여성은 경영과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숙명적인 한계가 있다. 이런 열악한 상황을 고려해 정부에서도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높이고, 감수성과 아이디어가 많은 여성의 기업 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많은 지원책을 만들어내고 있다. 여성 중소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한 시책 중 하나로 공공기관에서 구매하는 물건 중 일부를 의무적으로 여성 중소기업이 생산한 제품 중에서 구매토록 하는 제도가 시행됐다. 공공기관별로 전체 구매액 중 물품의 5%, 서비스와 공사의 3% 이상을 여성기업 제품으로 구매토록 한 것인데, 전체 구매액이 약 8천억에 이를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공공기관 입장에서는 지금도 중소기업 제품 의무구매나 기술개발제품 우선구매와 같은 구매활동에 제약을 주는 제도가 있는데, 또 하나가 추가됐으니 달갑지는 않을 것이다. 또 인위적으로 시장을 제한하는 직접적인 규제에 대해 그 효과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학자들도 많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해야 여성 기업들이 생산한 제품에 관심을 두게 되는 현실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경기지역 공공기관별로 작년에 구매한 중소기업 제품과 여성기업제품 구매실적을 파악해 보았다. 기관별로 차이가 있어 어떤 공공기관은 구매비율을 충실히 지킨데 반해, 일부 공공기관은 실적이 크게 못 미쳤다. 그래서 도내 공공기관 중 규모가 크거나 좀 더 관심이 필요한 공공기관을 정해서 직접 방문해 사업취지를 설명하고 필요한 협조를 부탁했다. 요즘 공공기관도 많이 변하고 있음을 실감했다. 많은 공공기관장께서 적극적인 협조와 노력을 약속했고, 실무자들도 필자가 기관장을 만나 협조요청을 함으로써 일을 추진하기 쉬워졌다고 고마워했다. 지난 3월에는 해당 기관에서 구매할 물품 중 여성 기업들이 생산 가능한 물품 리스트를 여성기업 단체와 함께 만들고 여성기업들을 모시고 공동으로 현장 구매상담회를 개최하자고 제안했더니 각 공공기관에서 적극적으로 수용해 성황리에 행사를 마쳤다. 이달 25일에도 지난번 행사에서 부족한 점을 보완해 공공기관과 또 한 번 여성기업 구매상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행사가 거듭될수록 여성기업 제품에 대한 관심 및 구매가 늘어가는 것 같아서 한편으론 매우 뿌듯하고 한편으론 해당 기관에 고마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바람이 불고 있다. 세상의 변화를 바라는 바람이 세계 경제뿐만 아니라 정부와 공공기관에도 불고 있다. 단순히 변화의 결과라는 파도만 보는가, 아니면 바람을 읽는가에 따라 기관 뿐만 아니라 우리 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세상이다. 다행히 공공기관이 변하고 있으며 이들의 의지를 현장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 청에서도 이들 기관과 소통해 많은 여성 중소기업들에 혜택이 가도록 꾸준히 노력할 것이다. 서승원 경기지방중소기업청장

[경제프리즘] 기업과 고객의 관계변화 대응 전략

과거 20년 전만 해도 공장 굴뚝 경제에서 기업은 고객들에게 부족한 것을 채워주며 고객 위에 군림할 수 있었다. 물자는 턱없이 부족했고, 고객의 요구를 외면한 채 제품만 만들면 팔리는 시대에서 기업(Maker)은 고객(Buyer)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파악하는 게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무엇을 만들 것인지는 순전히 기업의 입장에서 결정됐다. 그런데 지금은 처지가 바뀌었다. 고객이 이제 모든 것을 쥐고 있다. 고객은 이제 자기에게 부족한 어떤 것을 사는 것이 아니라, 남과 다른 어떤 것을 사기 시작했다. 하버드대의 레빗(T. Levitt)교수는 기업이 공장에서 만들어 내는 것은 제품이 아니라 고객이 바라는 무엇을 생산하는 것이다. 만약 고객이 사주지 않는다면 그것은 제품도, 상품도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고객이 제품을 사게 하는 최선의 조건은 무엇인가. 제품은 가치만족의 집합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이 점에서 기업의 목적과 기업 이미지의 목적이 일치된다. 기업이 이익만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고객을 얻고 그들과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것, 그리고 고객들에게 만족을 주어야 한다. 기업의 모든 활동은 고객의 만족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돼야 하고 그 반대급부로 기업은 이익을 확보해야만 계속기업(Going Concern)으로 존립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10년 전부터 더욱 가속화 되고 심화됐다. 단순한 제품전략만으로는 더는 고객을 확보할 수 없다. 상품이 갖는 차별성, 기호성 즉 상품의 이미지(Product Image) 뿐 아니라 그 상품을 만든 기업의 이미지를 소비하는 시대로 한걸음 더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고객들은 단순히 어느 기업의 제품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업의 이미지를 소비하는 시대가 됐다. 우리가 예전에 TV에서 보는 광고 중의 하나는 삼성이 만들면 다릅니다. 삼성이 자동차를 만듭니다라는 광고다. 자동차 광고를 하면서 어떤 자동차인지 자동차에 대한 실제적인 정보는 하나도 없다. 다만, 삼성은 기업 이미지를 고객들에게 어필한다. 그렇다면, 기업의 이미지를 소비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이제 시장에는 수많은 기업이 내놓은 수많은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성능에서 디자인에서 차별성을 찾기 어려울 만큼 유사한 제품들이 다양하게 생산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 되자 고객들은 수많은 제품 하나하나에서 차별성을 찾아내 소비하는 대신 그 제품들을 만들어 내는 기업의 이미지에서 차별성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어느 기업이 기존의 여타 기업제품보다 훨씬 뛰어난 제품을 만들었다 해도 그 기업의 이미지가 고객들에게 약하다면 그 제품은 많이 팔리기 어렵다. 지금은 만드는 것보다 파는 것이 어려운 시대다. 고객이 기업의 이미지를 소비한다는 것은 단순히 그 기업이 가지는 시각적 이미지들, 즉 로고나 상표와 같은 겉으로 드러나는 외적 이미지들 뿐 아니라 그 기업이 가진 비시각적 이미지, 즉 기업이념이나 경영철학, 기업정신 같은 그 기업의 정체성(Corporate Identity)을 나타내는 내적 이미지들을 동시에 소비한다는 것이다. 고객들이 기업을 평가하는 기준도 바뀌었다. 기업의 주변과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보다 좋은 기업(Good Company) 또는 좋은 느낌의 호감 기업(Favorite Company)이라는 표현이 등장한 지 오래다. 고객들은 이제 어느 기업이 사회와 공생을 꾀하고, 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사업의 목표로 설정하는 사회가치창출형 기업, 소위 소시오 컴패니(Socio-Company)인가 아닌가를 중요시하는 것이다. 이제 모든 기업들은 상품 및 상표의 이미지의 중요성뿐 아니라, 자신의 존재 이유(정체성)를 명확히 하고 차별성 있는 기업의 비전과 주체적 이미지를 고객들에게 끊임없이 부각시키지 않으면 좋은 기업으로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김만균 경기과학기술대 중소기업경영학과장

[경제프리즘] 융합농업과 천연물신약

농가가 고품질의 한약재를 제약회사와 계약 재배하여 고가에 판매한다면 어떨까? 이는 농가뿐 아니라 우수한 품질의 신약을 생산하여 판매해야 하는 제약기업 모두에게 필요한 윈윈 전략이다. 특히 경기도는 산지, 고랭지, 평야지처럼 특용작물의 생육환경이 다양해 약성 높은 한약재를 재배하여 산업화하는 데 최적의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경기도 제약기업이 천연물 신약 생산을 위해 원재료를 수십 톤씩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것은 왜일까? 국산 한약재가 중국산보다 가격이 비싸고 공급량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 한약재의 약리활성 성분 함량이 중국산에 비해 수십 배나 더 많고 필요한 만큼 충분히 공급될 수 있다면 당연히 우리 약재가 사용될 것이다. 그러한 한약재는 활성성분의 함량 보증뿐 아니라 중금속이나 잔류 농약 등의 규격도 믿을만하기 때문이다. 고품질 한약재를 개발하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 두 가지가 있다. 먼저는 원생약에 함유된 생리활성물질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생리활성물질을 고도로 함유하는 신품종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제는 한약재 표준화와도 맞닿아 있다. 하지만, 적절한 기술이 없어 아직 표준화는 명쾌하게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천연물신약 융합농업 기술이 하나의 대안이 될 것이다. 융합기술은 다양한 요소기술들을 매듭 없이 녹여 내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이다. 학문과 학문, 과학과 기술, 기관과 기관, 개인과 개인 사이에 존재할 수 있는 매듭을 풀어 매끈하게 소통시키는 기술이다. 천연물신약 융합농업 기술은 식물학, 멀티오믹스, 약학, 천연물 화학, 의학, 정보통신, 생산공학 등의 다양한 학문 분야와 기술이 필요하다. 경기도에는 이러한 분야가 한데 어우러진 인프라가 이미 존재하는데 이는 광교 테크노밸리이다. 광교테크노밸리에는 경기도 차세대융합기술원과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이 위치하며 경기바이오센터, 한국나노기술원, 경기과학기술진흥원, 경기도 중소기업 지원센터가 자리를 잡고 있다. 천연물신약 융합농업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모든 요소기술과 신기술을 산업화하는 데 필요한 지원 시설이 갖춰져 있다. 융합기술의 적용만을 남겨두고 있다. 융합기술의 적용은 각 요소기술을 다른 요소기술과 엮어 합체를 만들 수 있는 연결고리 기술의 확보로부터 시작된다. 천연물신약은 식물의 2차대사산물을 주요 성분으로 한다. 2차대사산물은 식물이 경쟁적 우위를 확보하고자 만들어내는 소분자 화합물들이다. 2차 대사 산물이 식물에서 어떤 기능을 하는지 어떤 생합성 경로를 통해 만들어지는지 다른 식물과 동물에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연계기술 개발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러한 부분이 완성되면 식물학적 이론에 입각한 선도 물질이 분리될 수 있을 것이며 이는 보다 안전하고 효능이 높은 신약의 발굴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선도 천연물질이 확보되고 그 생합성과정이 알려지면 대사 공학을 통해 우량 한약재 품종의 개발도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우량 신품종 한약재는 경기도 농가 소득 증대로 이어질 것이다. 천연물신약 융합농업 기술의 적용은 비단 경기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기능성 천연물을 생산하는 생물이 있는 지구 상의 모든 지역 특히 저개발 국가에도 적용 가능하며 이는 해당국의 발전을 도울 수 있는 따뜻한 기술로서 국격의 제고에도 크게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때마침 오는 18일에는 경기도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에서 이러한 목표를 염두에 두고 융합연구포럼이 개최될 예정이다. 한약품 표준화, 천연물신약개발, 창의융합농업에 관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는 연구자들이 만나 최선책을 도출할 예정이다. 행정 당국은 이러한 시도를 뒷받침하여 실질적인 결실로 이어지도록 역할을 다해주길 바란다. /최성화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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