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다시 돌아온 선거와 안전불감증 공약

지난 주 온 나라를 비통하게 만든 재해가 발생했다. 특히 경기일보 독자들 중에서도 진도 앞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계실 분이 계실 것이라는 생각에 비록 외부 필진이지만 더욱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특히 천재지변이 아닌 전형적인 인재(人災)로 결말이 날 가능성이 크기에 어른의 한 사람으로서 떠나간 아이들에게 미안할 뿐이다.

‘인재’는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음을 뜻한다. 아직 이번 사고의 원인에 대해 공식 규명이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사고 발생 전후 모두 대응이 부족했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비상상황 발생 시 인명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리 준비되고 훈련된 시나리오별 대응 매뉴얼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구조작업을 진행하지 못한 것은 사후대응 미비라면, 매뉴얼 구축과 훈련, 그리고 안전불감증에 비롯된 각종 행위들이 사전대응 미비다.

즉 낙후된 선박, 과적 또는 선적 시 안전장치 미비, 악조건 속 항해강행, 그리고 마땅히 해야할 바를 하지 않은 선장과 선원들의 부작위가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불감증은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되어 있는 것 같다. 장소와 형태만 바뀌었을 뿐 시간이 흘러도 이런 대형사고는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안전불감증이 우려되는 곳은 다른 데에도 있다. 이제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제6회 지방선거 말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전국 시도지사 17명, 구시군의 장 226명 등 총 3천952명의 내 고장 일꾼을 뽑는다. 5월 15일 후보자 등록이 시작되면 후보들은 저마다 고장의 발전과 더 나은 생활을 약속하는 공약들을 내걸고 선거운동에 나설 것이다.

바로 이 대목에서 필자는 안전불감증을 우려한다. 출마자들은 우리 시, 우리 군을 살기 좋은 곳으로 바꾸겠다고 앞다퉈 약속했다. 도로와 교량을 깔고, 교통수단을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지자체 도입으로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보다 진화한 것은 분명하지만, 많은 지자체들이 예산의 상당부분을 중앙정부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공약남발과 무리한 이행으로 재정이 악화된 것은 지자체 20년으로 드리워진 그림자다.

공약의 타당성과 집행가능성은 지자체의 재정측면 외에 다른 곳에서도 확인되어야 한다. 투자자 대 국가 분쟁해결제도, 소위 ISDS 또는 ISD로 불리우는 그것이다. 한·미 FTA의 독소조항이라던 이 제도가 FTA의 고유한 장치로 보는 이들이 여전히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발효 중인 9건의 FTA 뿐만 아니라 80여건의 투자보장협정(BIT)에도 이 제도가 들어있다. FTA든 투자보장협정이든 ISD는 외국인 투자자가 우리나라에 투자해 더 많은 일자리와 부를 창출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혹시나 발생할 분쟁시 믿을 수 있는 국제중재를 통해 갈등이 해소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로 투자자가 안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 분쟁 해결제도의 당사자는 외국인 투자자와 정부인데, 여기서 정부는 중앙정부 뿐만 아니라 지방정부도 포함되며, 정부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공공기관도 포함된다. 지방자치의 조례나 행정조치로 인해 국내 투자자보다 외국인 투자자를 차별하거나, 투자유치를 위해 당초 약속한 바를 이행하지 않거나, 행정이 투명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등으로 인해 피해를 야기할 경우 이러한 내용들이 ISD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내 고장을 발전시키고 주민들에게 살기 좋은 여건을 만들겠다는 공약은 필요하다. 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국제통상질서가 중앙정부만의 일인 양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약을 세우고, 이를 반드시 이행하고자 무리수를 둘 경우에는 오히려 그 피해가 지자체 뿐만 아니라 중앙정부에까지 미칠 수 있음을 걱정하는 것인 필자만의 기우일까?

선거운동 기간에 열심히 할 것처럼 잘 하다가 당선 후 낯빛을 바꾸는 모습은 다음 선거로 심판할 수 있지만, 이러한 인재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지게 된다. 바라건데 재난재해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제 정책수립과 이행과정도 점검했으면 한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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