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한국 선수단은 3명의 선수와 임원 2명으로 구성됐다고 한다. 이후 우리는 한국의 금밭이라고 불릴 정도인 쇼트트랙에서 꾸준히 금메달을 따왔다. 그러던 것이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 전기를 맞는다. 종합 5위라는 성적도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쇼트트랙 외에도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이 3개나 나왔고, 피겨 스케이트에서도 김연아 선수가 역대 최고점을 받으며 우승한 것이다.
느닷없이 동계 올림픽 얘기를 꺼낸 이유는 우리 무역도 올림픽과 닮은 형상이기 때문이다. 동계올림픽에 처음으로 선수단을 파견한 그 해 우리 수출은 2천226만 달러였고, 주요 수출품목은 중석, 오징어 등이었다.
당시 카메룬의 수출 규모가 4천만 달러라고 하니 그 절반 수준이었던 셈이다. 이후 수출 드라이브 정책으로 1964년 수출 1억 달러를 기록했고, 70년대부터 중화학공업 육성정책으로 우리의 수출은 급속도로 성장했다. 1977년 100억 달러, 1995년 1천억 달러 시대를 연 우리는 밴쿠버 올림픽이 열린 다음해에 수출 5천억 달러, 무역 1조 달러 시대를 열었고, 2013년 전 세계에서 수출규모 7위, 무역규모 8위의 강국이 됐다.
그러나 이러한 양적 성장 속에서도 한국 무역은 올림픽에서와 같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 대기업과 주력산업에 치우친 수출구조가 바로 그것이다. 물론 최종 수출재화의 수출자가 대기업이라고 해서 중소기업에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완성차 한 대를 만드는 데에는 2~3만 개의 부품과 소자가 필요한데, 여기에 중소기업이 기여하는 바는 상당하다.
즉 자동차 1대가 수출될 때 많은 중소기업 제품이 같이 수출되고 있는 셈이지만, 이는 수출입 통계에는 반영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대다수 중소기업이 수출에 애로를 겪고 있고, 세계 시장에 나서는 걸 주저하고 있다. 따라서 수출품목 역시 대기업이 있는 산업에 편중된 형국이다.
또 다른 과제는 우리의 텃밭이었던 쇼트트랙에서 중국, 캐나다 등의 거센 추격을 받는 것과 같이 우리의 주력 수출품목도 더 치열한 경쟁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한국무역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2012년 우리나라 수출 품목 중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 품목 수는 64개였다.
우리는 화학제품(20개), 철강(10개), 전자기계(7개) 등에서 점유율 1위 품목이 많은데, 이중 화학을 제외하고, 수송기계, 섬유, 철강 등은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1등을 하는 품목들도 중국(12개), 미국(8개), 독일, 일본(각각 6개)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 그동안 우리의 텃밭이 아닌 올림픽 종목에서도 성적을 내고 있다. 밴쿠버에 이어 소치에서도 우리의 스피드 스케이팅 3총사와 피겨의 김연아 선수가 우승을 노린다.
우리 무역도 이러한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수출하지 못할 것이라고 짐작하거나, 진출하기 어려운 시장이라고 지레 겁먹고 포기하는 자세에서 벗어나 국가대표의 마음가짐으로 세계시장에 도전해야 한다. 무역협회는 작년부터 내수 또는 수출실적이 미미한 중소기업을 수출기업화하는 ‘수출 스타트업’프로그램을 추진해오고 있다.
당장 효과를 내지 못할 수 있지만, 이런 꾸준한 지원과 기업의 부단한 노력이 이어진다면 스타트업 단계의 기업들이 우리 컬링, 썰매 대표팀처럼 세계무대의 정상 자리를 노크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러기에 이번 올림픽에 참가하는 우리 선수들의 선전이 더욱 기대된다. 대한민국 대표팀 파이팅! 대한민국 스타트업 수출기업 파이팅!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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