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면세점 사업자 선정 둘러싼 단상

얼마 전 신문기사에 평택항 국제여객터미널과 김해공항의 면세점 사업자 선정과 관련한 비판적인 기사가 일제히 실렸다. 내용인즉 면세점 사업자 선정 시 중소기업을 우대하려고 대기업에는 입찰자격을 주지 않았는데 뚜껑을 열고 보니 외국계 기업이 선정돼 남의 잔치가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중소기업에 도움도 안 되고 남 좋은 일만 하게 된 모양새가 되었으니 비판이 일만도 하다.

필자는 이러한 정책이 과연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결과적으로는 면세점 선정에 대한 정책이 비판을 받고 있지만, 평택항의 경우처럼 낙찰가가 입찰가의 75배에 달하는 낙찰자 선정결과를 고려한다면 면세점 사업의 근본적인 생각부터 바꿔야 하지 않을까 싶다.

 

면세점을 중소기업이 한다면 해당 기업에게는 좋은 비즈니스가 되겠지만, 현재의 최고가입찰방식이 유지되는 한 누가 운영하더라도 면세점 운영자는 수수료를 과도하게 올리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쉽다. 이 탓에 상대적으로 판매가 잘 되는 유명 상표위주로 전시할 가능성을 높일 것이다. 결국에는 우수한 제품을 생산하지만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많은 중소기업에는 면세점이 ‘그림의 떡’이 되고 만다. 중소기업을 지원하려고 만든 제도가 해당 기업 한두 군데에만 독점적 지대추구(rent-seeking) 권한을 줄 뿐 대다수 중소기업엔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현장에서 중소기업관련 업무를 하다 보면 이렇듯 발상이 어긋난 정책을 자주 발견하게 된다. 발상이 어긋나면 결과는 앞서 말한 것처럼 창조적 균형과는 멀어지게 된다. 단언컨대 한두 곳의 중소기업에 직접적인 특혜를 주는 정책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정부가 면세점 사업자에 관심을 두는 것은 아마도 우수한 제품을 생산하고도 그 제품을 판매할 기회를 얻지 못한 중소ㆍ중견기업들을 돕는 판매 플랫폼을 만들어 주는 데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면세점 운영과 관련한 올바른 정책은 면세점 운영권을 누가 갖는가 하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입찰 제도인 최고가입찰방식을 개선하거나 운영의 묘를 살려서 정부의 공인된 기관이 인증한 우수 중소ㆍ중견기업 제품을 더 많이 전시하도록 인센티브를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 물론 이 경우 유명 브랜드나 대기업 제품에 비해서는 마진이 적어질 테니 적정한 수준으로 이를 보전하는 정부의 세제 또는 금융지원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아니면 적어도 중소기업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운영하거나 중소기업중앙회와 같은 공공기관이 운영토록 하여 영리보다는 중소기업들에 많은 기회가 돌아가게 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기업들이 경기하는 운동장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다. 운동장이 심하게 기울어져 있는 곳에서 축구경기를 하는 경우 높은 쪽에서 공을 차면 반대쪽 골대까지 공이 쉽게 날아오지만 낮은 쪽에서는 아무리 공을 차도 하프라인을 넘지 못한다면 누군가 나서서 이를 고쳐야 하지 않겠는가. 롯데나 신라, 동아 등 대기업 면세점 일색인 우리 면세점에도 이제 멋진 제품을 생산하는 우리의 토속 중소ㆍ중견기업 제품을 전시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전면에 나서길 두려워하는 누군가처럼 또는 ‘아직 품질이 떨어지거나 국가 브랜드를 추락시킬 우려가 있어서 대기업이 운영토록 하고 대기업이나 외국 제품 위주로 전시해야 한다’고 믿는 독자들이 있는 한 우리 중소기업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제대로 축구경기를 하지 못하고 힘들어해야 할 것이다.

 

/서승원 경기지방중소기업 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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