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모든 학교에 다 있는 문젠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납고리와 학교 폭력, 피해 학생의 학교 불신과 방관자에 머무는 친구들, 여기에 사태 축소에만 급급한 교육당국까지. 최근 대전 등에서 잇따라 발생한 학교 폭력 사건들은 현재 학교가 안고 있는 문제점의 축소판이라 불릴 만하다. 교육당국이 각종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학교 현장에서 실효를 거두는 경우는 드물고 오히려 폭력 연령은 낮아지고 수위는 높아지는 모습이다. 일선 현장에서는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대전CBS는 7차례에 걸쳐 학교 폭력이 되풀이되는 원인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 방식 등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주] 학교 폭력이요? 대한민국 모든 학교에 있는 문제인데, 왜 하필 우리 학교만... 최근 집단 폭행이 발생한 학교들을 찾아가면 학교 관계자들이 억울하다는 듯이 내뱉는 말이다. 학교 폭력을 바라보는 학교 현장의 시선이 고스란히 묻어나고 있다. 대전 청소년상담원 관계자는 성장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어른들의 인식하에 폭력과 무질서의 방치가 아이들의 폭력성을 키우는 결과로 이어진다며 대부분 학교가 학교 이미지와 교사 평가 등 어른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사태를 조속히 마무리하려는 경향이 짙은데 이는 곧 학교에 대한 학생들의 불신을 키우는 꼴이라고 지적한다. 실제 최근 대전에서 잇따라 발생한 학교 폭력 과정에서 친구들에게 맞은 학생들이 사태 해결을 호소한 곳은 학교가 아닌 경찰. 피해 학생들은 학교에 얘기해봐야 소용없다거나 고민을 상담했지만 돌아온 건 문제 해결이 아닌 또 다른 폭행이었다고 말한다. 학교측은 폭력을 휘두른 학생이나 피해를 당한 학생이나 모두 지속적인 관찰과 상담을 진행해왔다고 했지만 폭행을 당한 학생들은 지난 1년간 상담을 받은 횟수는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의 눈에는 학교가 더이상 자신들을 폭력에서 보호해주거나 고민을 들어주지 못하는 곳으로 비쳐지고 있는 것이다. 학교 폭력이 발생했을 때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식도 곳곳에서 '초보적인 수준'의 대처가 나타나고 있다. 방학 중 상납을 안했다는 이유로 집단 폭행이 발생한 A학교는 지난해에도 학교 폭력 문제가 발생했었다. 당시 학교는 문제 학생을 인근 학교로 전학시키는 선에서 사태를 마무리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전학을 보냈지만 기존 학교 선.후배들과 연락을 유지하며 후배들에게 상납을 받거나 혹은 자신조차 상납을 해 온 사실이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근본적인 치유보다는 사태 축소와 임시방편적인 해결책으로 일관한 교육 당국의 책임이 크지만 학교 관계자는 학생이 많다보니 일일이 관리할 수 없을뿐더러 중학교의 경우 의무교육이라는 이유로 퇴학 등 강력한 조치가 어려운 것도 지도에 큰 어려움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에도 대전의 또 다른 중학교에서 금품 갈취 등으로 문제가 발생했지만 학교가 선택한 문제 해결 방식은 문제의 학생을 다른 곳으로 전학시키는 것이었는데,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해당 학교 학생들은 문제의 학생들이 전학가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될 줄 알았는데 그 자리를 다른 아이들이 채우기 시작했다며 결과적으로 사람만 바뀌었을 뿐 학교 폭력과 상납고리는 여전했다고 말했다. 한국 청소년상담센터 관계자는 폭력을 휘두른 학생의 경우 자신이 전학을 가는 것을 어른들의 입장에 따른 결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며 하지만 피해 학생의 경우 전학이라는 절차를 통해 새로운 환경에서 시작하는 것도 한 방편일 수 있으며 이 경우 지속적인 상담과 지도가 필수라고 말했다. 원광대 예술치료학과 오선미 교수는 지역 내 또래 아이들에게 이미 소문이 났기 때문에 같은 지역 안에서의 전학은 무의미할 뿐더러 오히려 더 큰 피해를 초래할 수도 있다며 가해피해 학생이 함께 상담 및 치료 프로그램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청소년 상담원 관계자도 학생들을 서로 떼어놓는 게 능사는 아니다라며 폭력을 휘두른 학생은 피해 학생에게 사과하고, 또 피해 학생 역시 자신이 인정할 수 있을 정도의 사과를 받는 등 양측간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하지만 이 같은 사과의 과정이 피해자는 물론 폭력을 휘두른 학생 역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학생인권조례’ 공청회 무시했나

부정적 의견 배제 논란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公聽會(공청회)가 空聽會로 전락됐다는 지적을 사고 있다.조례제정자문위가 도교육청에 제출한 최종안에는 논란을 불러왔던 초안의 쟁점 사항들이 대부분 포함된데다 특히 일부 항목의 경우 오히려 강화된 내용으로 구성됐기 때문이다.경기도 학생인권조례제정자문위원회는 10일 지난해 12월 발표한 초안의 골격을 그대로 유지한 경기학생인권조례안 결과보고서(최종안)를 경기도교육감에게 제출했다.체벌과 두발 등 7개 쟁점조항 가운데 교내 집회를 포함한 2개 조항은 복수안 형태로, 나머지 5개 조항은 초안 그대로 넘겨 이를 둘러싼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복수안으로 제출된 학내 집회 및 결사 허용과 사상의 자유 등 2개 항은 당초의 안과 함께 일부 수정 또는 삭제된 내용의 복수안을 제출, 교육감이 선택토록 했으나 사실상 초안의 틀을 유지하는데 그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최종안은 또 초안에 없던 학생인권옹호관의 권한을 직권조사까지 넓혔고 CCTV 설치 때 학생 의견수렴, 학생청구권 행사에 대한 비밀보장, 소수학생 권리 등을 신설 또는 보강했다. 또 교내 인권교육 의무실시 조항에서 현장실습이나 아르바이트가 많은 전문계고 학생의 경우 노동권 관련 내용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내용도 추가했다. 이밖에 ▲체벌금지 ▲야간학습보충수업 선택권 ▲두발복장 자유 ▲휴대전화소지 허용 ▲학교 운영 및 교육정책 참여권 등은 초안을 그대로 유지했다.최종안은 그러나 지난 1, 3차 공청회를 통해 제기됐던 쟁점사항 등에 대한 수정 또는 삭제 의견은 물론 인권조례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의견 등은 철저하게 배제됐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사)선진화운동중앙회 경기교육발전협의회 관계자는 학생들은 아직까지 미성숙 단계로 강한 훈련이 필요하다. 인권이란 미명하에 오히려 학교 현장을 혼란스럽게 할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한편 도교육청은 자문위안에 대해 내부 검토와 심의를 거쳐 공청회를 가진 뒤 3월 하순께 조례안을 마련해 입법예고-도교육위원회 심의-도의회심의 절차를 거쳐 시행할 예정이다./김동수기자 dskim@ekgib.com

'납치피해' SAT 강사도 시험지 유출 정황 포착

서울 수서경찰서는 10일 재계약을 거부해 학원 관계자들로부터 납치를 당한 유명 SAT 강사 손 모(39) 씨가 시험지를 빼돌린 정황을 포착해 지난 8일 출국금지를 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손 씨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비밀 카페를 만든 뒤 자신이 직접 시험을 본 SAT 문제들을 정리해 올린 글을 확보했으며, 게시물을 분석한 결과 손 씨가 시험지를 유출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손 씨는 특히 지난 2007년 1월 카페에 "1월 시험 문제가 2005년 12월 시험과 똑같이 출제됐다"며 "카페후기를 읽은 뒤 시험을 보라"고 미국에서 시험이 시작되기 전 알리기도 했다. 손 씨는 지난해 1월 태국에서 SAT 시험지를 빼돌려 시차를 이용해 미국 유학생들에게 건넸다가 불구속 입건된 강사 김 모 씨로부터 이같은 사실을 전해 받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SAT 주관사인 ETS는 일부 한국 학생들이 2007년 1월 문제와 답을 미리 알고 시험을 본 것으로 드러나 국내 응시생 900여 명의 성적이 모두 취소했다. 경찰은 손 씨가 직접 시험지 유출에 개입했는지를 집중 조사하는 한편 카페회원 가운데 손 씨에게 금품을 받고 대리시험을 봐주거나 유출된 시험지를 이용해 시험을 본 학생들이 있을 경우 수사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SAT 작문 분야의 스타 강사로 알려진 손 씨는 지난해 12월 학원 측의 재계약 요구를 거부하자 학원 관계자들로부터 경기도의 한 별장으로 납치돼 서울지방경찰청에서 피해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아왔다.

"나만 아니면 돼"…학교폭력에 방관자 된 친구들

선생님께 알릴까 생각도 했지만 그걸 빌미로 나를 때릴까봐 알리지 못했어요. 지난 1일 동급생 한 명이 교실에서 집단 폭행당하는 모습을 코앞에서 지켜본 A군은 폭행 사실을 학교 측에 알리지 못했다. 보복 폭행이 무서웠기 때문이다. 9일 오후 학교에서 만난 학생들은 몰려다니는 무리들에게 찍히면 그 때부터 집단 괴롭힘이 시작된다며 돈 상납도 또 다소 억울한 일이 있어도 찍히기 싫어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교실에서 괴롭힘 당하고, 맞고 있는데도 반 친구 누구도 나서주지 않는 거예요. 나중에는 내가 아이들에게 잘못한 것 같고, 말을 거는 것조차 껄끄러워 마치 내가 왕따가 된 기분이었어요. 지난 3일 같은 반 여중생에게 5시간 동안 폭행을 당한 B양의 말이다. B양은 지난 1년여 동안 교실 등에서 괴롭힘과 폭행을 당했지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친구는 없었다. 학생들이 주변 친구가 맞는 것을 모른체하는 방관자로 전락하고 있는 것. 친구가 눈 앞에서 집단 폭행을 당해도, 또 1년 동안 괴롭힘을 당해도 학생들은 침묵으로 일관한다. 자신도 폭력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대전시 청소년상담지원센터 성환재 소장은 폭력에 상시 노출된 아이들이 친구의 고통을 그만의 고통으로 치부하는데서 비롯된다며 이처럼 폭력에 둔감해지거나 자신을 합리화시키는 것은 결국 자신에게도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고 말했다. 방관자 그룹에서 가해자 그룹으로 넘어가는 학생도 있다. B양은 C양과 D양 등에게 폭력을 당했는데 이 가운데 C양은 당초 B양과 친한 친구였다. B양은 처음에는 D양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폭력을 행사하던 C양이었지만 내가 도망치겠다고 했을 때 나를 잡은 건 다름 아닌 C양이었다고 말했다. 방관자에서 가해자로 학생들이 빠르게 폭력에 물들어가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학교 폭력을 가해자와 피해자의 양자 구도로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방관자의 관점에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마을공동체 교육연구소 김수동 사무국장은 학교 폭력을 단순히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점에서 바라봐서는 절대 근본 원인을 치유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대다수 방관하는 아이들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학교 폭력이 줄어들 수도, 늘어날 수도 있다며 지금부터라도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방관자에 그치고 있는 아이들을 방어자로 참여시킬 수 있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환재 소장 역시 폭력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회적 용인은 결국 가해.피해를 넘어 모든 아이들의 폭력성향을 키우는 꼴이라며 학교 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학교는 물론 교육청과 학부모 모두 민감하게 반응하며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민감한 반응이 아이들에게 폭력의 부당성을 몸으로 인식하게끔 할 뿐 아니라 재발 방지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며 학교 이미지와 교사 평가 등 외부적인 환경에 따라 학교 폭력 문제를 처리할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중심이 되는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결국 학교 폭력을 근절하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맞으면서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생각했어요"

"맞으면서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생각했어요"피해학생 인터뷰 5일 오후 기자를 만난 A 양은 "아이들에게 맞을 때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지만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은 들었어요"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들은 내가 하는 말은 들으려고도 하지 않고 무조건 때리기만 했어요. 내가 잘못한 것도 없었는데... 그 날도 내가 뭘 잘못했냐고 따져 물어도 봤지만 소용 없었어요. 정말 당시 맞은 것을 생각하면.."이라며 A 양은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1학년 때부터 B 양 등의 괴롭힘이 이어지면서 선생님은 물론 친구들과의 관계도 없어지고, 제가 왕따 당하는 느낌이 많이 들었어요. 제가 괴롭힘 당하고 맞는데도 친구들은 아무 도움도 주지 않고 모른 척 하는 것이 참 많이 힘들었어요." A 양은 "아침에 일어나면 너무 화가 나고 학교도 가기 싫고, 학교 때려치우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는데 아빠가 학교는 끝까지 다니라고 해서 다니고 있어요. 가고 싶은 학교이긴 하지만 또 가기 싫은 학교이기도 해요. 선생님들은 제가 당당하게 나서야 한다고 하지만 전 당당하지 못해요"라며 울먹였다. "그 날도 오빠들이 있는데서 진짜 하기 싫었는데 계속 협박을 하는 거예요. 옷을 벗든지 아니면 여기서 계속 맞을거냐고요. 노래방에서 애들이 한 눈 파는 사이 도망쳐 나오기는 했는데, 나와보니까 거기가 어디인지 모르겠더라구요. 그래서 울다가 집에 전화해서 택시타고 돌아갔는데... 휴, 정말 할 말이 없어요. 지금 이 상태에서는." 중학교 2학년인 A 양은 인터뷰 내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1일 대전의 한 중학교 교실에서 집단 폭행 사건이 발생한데 이어, 이번에는 대전의 또 다른 중학교에서 여중생들이 같은 반 친구를 5시간 동안 도심 속을 끌고 다니며 집단 폭행하고 옷까지 벗기는 사건이 발생했다. 특히 이번 폭행이 일회성에 그친 것이 아니라 1년간이나 상습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 도심에서 집단 폭행옷벗기 게임 강요까지 대전 모 중학교 2학년 A 양은 지난 3일 같은 반 친구들의 호출을 받았다. A 양을 불러낸 B 양과 C 양 등은 A 양을 대전 도심 한복판인 대전시청 인근의 한 구석진 주차장으로 끌고가 무릎을 꿇린 채 A 양의 머리와 가슴 등을 수차례 폭행했고, 근처 공원 화장실로 데려가 폭행을 했다. B 양 등은 A 양을 끌고 또 다시 대전 유성의 한 노래방을 찾아 게임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A 양의 옷을 벗도록 강요했다. 노래방에는 B 양 등이 평소 알고 지내던 고등학교 남학생 등 4명도 함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B 양 등은 A 양을 무릎 꿇린 채 '신고하지 않겠다'는 말을 강요했고, 이를 동영상으로 촬영까지 했다. A 양은 "내가 왜 맞아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정신없이 맞아 몇 대를 맞았는지도 모르겠다"며 "머리가 벽에 부딪히기도 하고 심지어 바닥에 있던 유리에도 부딪혀 유리가 산산조각 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고등학교 오빠들 앞에서 게임이라며 나에게만 옷 벗기를 강요했는데, 처음에는 싫다고 반항했지만 '죽고 싶냐'는 협박에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이날 대전 대덕경찰서에 폭행 피해를 신고하면서 A 양이 작성한 자술서에는 "주먹 5대, 발 50대 이상, 뺨 100대"를 맞았다고 쓰여 있다. ◈폭력에서 지켜주지 못한 학교 A 양은 지난해 5월 학교 폭력으로 입원까지 하는 등 1년 이상 폭력에 시달려 왔는데, 교육청과 학교는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폭력에서 해당 여학생을 지켜주지 못했다. 당시 A 양의 아버지가 학교를 찾아가 강하게 항의까지 했지만, 학교 측에서는 학부모 합의선에서 폭행사태를 마무리했다. 학교 관계자는 "오늘 폭행에 가담한 학생으로부터 B 양을 폭행한 것이 사실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그동안 B 양은 물론 A 양에 대한 관찰을 지속했지만, 학교가 파악하고 있던 것보다 사태가 더욱 심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학교의 미온적 태도 때문에 경찰서를 찾을 수 밖에 없었던 A 양은 "작년에 선생님한테 알린 뒤 보복 폭행을 당해 이후에는 속으로 혼자 앓기만 했다"며 "선생님들은 원만한 합의만을 강조할 뿐,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또 "폭행당할까 무서워 버스에서 울음을 터뜨리고 도움을 요청했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았고, 노래방에서 폭행과 강제로 옷을 벗을때도 업주는 모른체했다"고 말했다. A 양의 가족들은 "A 양이 이번 일로 정신적 충격을 입어 죽고 싶은 마음이 생길 정도로 힘들어하고 있는 만큼 이번에는 제대로 된 대책이 세워져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이번 일이 세상에 알려져 또 다른 보복 폭행이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도 넘은' 학교 폭력…집단 성폭행에 폭행치사까지

학교 폭력이 갈수록 흉포화 되는 등 위험 수위를 넘고 있다. '왕따나 집단 폭행을 넘어 같은 학교 친구를 성희롱하며 동영상을 찍고, 성폭행한 뒤 앵벌이를 시키거나 마구 때려 숨지게 하는 일까지 최근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학생 스스로 학교 폭력에 방관자가 아닌 방어자가 되어야 하고, 학교 등 교육당국도 소극적인 자세를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 여중생 교복 찢는 게 졸업식 뒤풀이? 집단 따돌림 동영상 물의 지난 5일부터 주요 포털사이트에는 말로만 듣던 요즘 졸업식이라는 제목의 1분 20여초짜리 동영상이 올라와 물의를 빚고 있다. 이 동영상에는 남녀 학생 20여명이 여중생으로 보이는 한 학생을 둘러싼 채 집단으로 괴롭히는 장면이 담겨있다. 학생들은 여중생의 교복 상의를 강제로 벗기는가 하면 머리에 케첩으로 보이는 액체를 뿌리기도 한다. 동영상에는 또 피해 학생이 상반신이 노출되자 급히 가리면서 도망치는 모습까지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 동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학교 폭력의 심각성을 우려하며, 경찰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 앵벌이 거부하자 집단 성폭행 부산에서는 지난 5일 또래 여고생들을 1년여 동안 앵벌이 시키고 감금과 폭력, 집단 성폭행까지 일삼은 인면수심 10대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에 따르면, 부산 사상구에 사는 A(16)양은 지난해 1월, 평소 알고 지내던 김 모(17) 군 등 또래 친구들의 협박에 못 이겨 행인을 상대로 구걸을 하는 이른바 앵벌이를 하게 됐다. 구걸이 부끄러웠던 A양이 연락을 끊고 잠적하자 이들은 또다른 피해자인 B양을 감금해 협박한 뒤 A양을 불러내 17시간 동안 감금하고 집단 성폭행까지 했다. 결국 지난 3일 오후 A양은 아파트 6층 베란다에서 뛰어내리는 무모한 탈출을 시도한 끝에야 친구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B양의 신고로 가해자 대부분이 경찰에 붙잡히면서 사건은 막을 내리게 됐지만 A양은 신장파열과 전신골절이 등 전치 13주의 치명상과 함께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안게 됐다. ◈ 집단 폭행에옷 벗기기 게임 강요까지 대전의 한 중학교에서는 여학생들이 같은 반 친구를 5시간 동안 끌고 다니며 집단 폭행하고 옷까지 벗기는 사건이 발생했다. 대전 모 중학교 2학년 C양은 지난 3일 같은 반 친구들의 호출을 받았다. 친구들은 대전 도심 한복판인 대전시청 인근 주차장으로 C양을 끌고가 무릎을 꿇린 채 온몸을 마구 때렸고, 이어 근처 공원 화장실로 데려가 폭행 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친구들은 또 C양을 대전 유성의 한 노래방을 찾아 게임이라며 옷을 벗도록 강요하고 동영상으로 촬영하기까지 했다. ◈ 고자질 했다며 마구 때려 숨지게도 경북 구미에서는 선생님께 고자질했다는 이유로 중학생이 친구들로부터 폭행을 당해 숨지기도 했다. 경북 구미경찰서는 8일 학교 친구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김 모(14) 군 등 중학생 3명을 붙잡아 조사했다. 김 군 등은 7일 구미 시내 친구 집으로 같은 학교 친구 D군을 불러낸 뒤 주먹과 발, 청소기 쇠파이프 등으로 마구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 전문가들, 실질적인 학생 보호 시스템 구축해야 잇따르고 있는 학교 폭력에 대해 전문가들은 학생들의 서열화를 제어할 교육 당국의 학생 보호 시스템 부재를 지적했다. 마을공동체 교육연구소 김수동 사무국장은 학교 안팎에서 벌어지는 폭행사건은 학생들사이의 위계 질서에서 비롯돼 돈 상납과 폭행으로 이어지는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교육청과 학교는 피해자와 가해자로만 구분해서 접근하다보니 이런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은 또 폭력 현장을 지켜 본 아이들이 신고조차 못하는 방관자가 돼 있는데 이 아이들을 방어자로 참여하도록 할 수 있는 프로그램 마련이 절실하다며 이런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으면 학교와 교사가 학교 폭력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다는 불신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폭 같은 학교 폭력에 학교는 '코피 좀 흘린 것 뿐?'

최근 대전지역에서 중학생들이 집단폭행을 당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하지만 대전시 교육청과 학교는 폭행을 당해 신고를 해도 학생을 보호하지 못하거나, 집단 폭행의 원인을 찾기보다는 사건축소에만 급급해 불신만 키우고 있다. ◈학교, 폭력 신고해도 지켜주지 못해 지난 3일 같은 반 친구들에게 5시간동안 끌려다니며 집단 폭행을 당한 여중생 A(2학년) 양은 "선생님한테 말을 해도 좋게 끝내려고만 할 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게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A 양이 폭행당한 사실을 학교에 알렸지만 학교 측은 부모들간 '합의'선에서 일을 마무리지었고, 결국 A 양은 이에 대한 앙갚음으로 보복 폭행을 당한 것. A 양은 보복 폭행을 당한 뒤부터는 학교에 알리지 않았고, 혼자 속으로 앓을 수 밖에 없었다. A 양 학교 관계자는 "A양은 물론 폭력을 휘두른 학생 역시 관찰이 필요한 학생들이어서 지속적인 상담과 지도를 해왔다"면서도 "지난 1년 동안 폭행에 시달릴 정도로 사태가 심각한 것은 몰랐다"고 말했다. 교육청과 학교 측이 학생 보호 및 지도를 위한 'WEE(We+Education+Emotion)센터'를 개소하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지만, "학교에서 상담은 초기에 조금 있었을 뿐 거의 하지 않았다"는 A 양의 말을 들어보면 제도가 얼마나 형식적으로 운영됐는지를 보여준다. 지난 1일 방학 중 상납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교실에서 집단 폭행을 당한 B 군 역시 피해 사실을 학교가 아닌 경찰에 알려 도움을 청했다. ◈ 교육청과 학교, '사건 덮기'에만 급급 대전시 교육청과 C 중학교는 지난 1일 B 군이 교내에서 집단 폭행을 당한 사건과 관련해 "한 두차례 돈을 뺏기긴 했지만 상납은 아니다"라거나 "맞긴 했지만 코피만 조금 흘렸을 뿐 크게 다친 것은 아니다"라는 이상한(?) 결론으로 사건을 끝내려하고 있다. 교육청과 학교 측이 왜 이렇게 사건 축소에 급급해할까? 속사정에 대해 취재에 들어가자 관계자들의 말꼬리가 흐려졌다. 지난해 C 중학교에서 학생들 사이에 돈 상납문제가 발생했는데, 당시 학교 측은 돈을 요구한 학생을 근처 학교에 전학시키는 것으로 사태를 마무리 한 것. 교육청과 학교 측이 전학 이외의 별다른 사후 조치를 하지 않으면서 이 학생은 이번 집단 폭행에 가담한 학생들에게 돈을 요구했고, 또 요구를 받은 학생들은 상납을 위해 1학년 학생을 폭행하게 된 것이다. 폭행에 가담했거나 맞은 학생들 모두 '돈 상납 고리' 때문에 불안하기만한데, 교육청과 학교 측은 이 고리를 끊으려는 시도를 하기는 커녕 사건 축소에만 급급했던 것이다. 교육청과 학교가 '코피 좀 흘린 것 뿐'이라는 학생은 퇴원 뒤에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해 구토 증세 등을 보이다 갑자기 실신해 다시 병원에 입원한 상태다. 마을공동체 교육연구소 김수동 사무국장은 "학교 안팎에서 벌어지는 폭행사건은 학생들간 위계 질서에서 비롯돼 돈 상납과 폭행으로 이어지는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교육청과 학교는 피해자와 가해자로만 구분해서 접근하다보니 이런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폭력 현장을 지켜 본 아이들이 신고조차 못하는 방관자가 돼 있는데 이 아이들을 방어자로 참여하도록 할 수 있는 프로그램 마련이 절실하다"면서 "이런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으면 학교와 교사가 학교 폭력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다는 불신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회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