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오디세이] 시 합평의 원칙

올해부터 인천시인협회에서 시 합평을 하기로 계획했다. 시 합평은 두 종류로 진행될 예정이다. 하나는 등단한 회원을 위한 시 합평이고 또 하나는 준회원인 시인 지망생을 위한 시 합평이다. 어느 것이든 시 합평은 잘못하면 서로에게 상처만 준다. 이뿐만 아니라 합평했던 타인의 작품을 표절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합평은 시 공부를 하는 데 꼭 필요하다. 인천시인협회는 후진 양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 합평을 통해 모두가 성장하는 방식을 찾겠다. 올바른 합평의 원칙을 만들어 참여자 모두 K-문학 장에서 도약하게 할 것이다. 필자가 처음 경험했던 합평은 20대 시절이었다. 모두가 문학에 대한 열정으로 불타고 있었다. 하지만 합평은 할 때마다 서로에게 상처만 줬다. 문청들은 타인의 작품에서 단점을 찾기에 급급했다. 잘된 점은 말하지 않았다. 지금도 필자의 머릿속엔 모두에게 상처만 주는 합평으로 남아 있다. 얼마 전 기성 시인들의 시 합평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오랜만의 시 합평이라 기대가 컸다. 하지만 시작되자 필자가 경험한 20대 때의 합평이 재연됐다. 그곳에 모인 시인들은 칭찬은 전혀 하지 않았다. 오직 문제점 위주로만 합평했다. 이러면 서로 감정 대립이 된다. 필자는 다른 시인들의 작품에서 장점을 찾아내 의견을 개진했다. 합평은 장단점을 말해야 한다. 그래야 시적 아노미 상태에 빠지지 않는다. 대학의 문예창작과에서도 전 학년에 걸쳐 학생들은 합평 강의를 듣는다. 필자는 대학 문예창작과에서 시창작연습, 시창작과퇴고, 현대시강독, 문학과신화 등을 오랫동안 가르쳤다. 이 중 시창작연습과 시창작과퇴고는 학생들이 제출한 작품을 합평하고 마지막에 교수가 피드백을 주는 방식의 강의였다. 누군가는 상대의 작품에서 단점만 찾아내고 누군가는 장점과 함께 단점을 찾는다. 그리고 다수의 학생은 자기 작품이 혹평받아 상처를 입는다. 필자는 가능한 한 피드백을 줄 때 단점보다는 장점을 어떻게 확장할 것인가를 언급했다. 어떤 학생은 상처 입은 것을 강의 평가로 드러냈다. 지나치게 혹평을 한 학생을 막지 않은 책임을 필자에게 물은 것이다. 또 평가 압박 때문에 표절한 작품으로 합평한 학생도 생겨났다. 이 학생의 경우는 징계 위기에 처하자 스스로 휴학했다. 합평이 참석자 모두를 만족하게 한 예도 있다. 필자가 모 문학 단체에서 소모임장을 맡았을 때다. 그 단체의 소모임장이라는 직책은 합평을 담당하는 사람이다. 우선 작품을 회원들이 자유롭게 평가하게 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소모임장이 총평하는 방식이었다. 필자는 회원들의 작품에서 장점을 보려 노력했다. 우선 대상 작품에서 잘된 점을 찾아냈다. 잘된 부분을 이론적 근거를 대며 말해줬다. 합평 말미에 퇴고했으면 하는 부분을 조언했다. 더불어 지적한 단점도 필자가 잘못 본 것일 수 있다고 첨언한다. 그러자 모두가 만족하고 합평하는 날을 기다렸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진리란 없다. 다만 설만 있을 뿐이다. 따라서 절대적인 진리인 것처럼 오만한 태도로 작품을 혹평하면 안 된다. 합평은 시인들의 시적 합목적성에 맞게 원칙을 세워 진행해야 한다.

[경기만평] 제발 좀 잘 맞춰봐!!

[사설] ‘의왕’에서 ‘철도’ 떼이는 데 구경만 할 건가

국립교통대학교와 국립충북대학교가 통합한다. 정부의 ‘글로벌대학30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통합하는 대학에 1천여억원의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통합 방식에 대한 논의는 많은 부분 정리됐다. 청주, 충주, 의왕, 오창·증평 캠퍼스에 학과 배치도 끝났다. 학교 명칭, 본부 위치 등 예민한 문제는 지난해 연말 논의됐다. 대학 본부는 현 충북대가 있는 청주에 두기로 했다. 교명은 교명선호도투표로 정하기로 했지만 아직 미정이다. 지금 충주 지역 사회가 이 문제로 시끄럽다. 통합 대학 본부 사무실 배치에 대한 이견이다. 현 교통대학교의 본부는 충주시 대학로 50번지에 있다. 통합되면 이 본부를 청주로 빼앗긴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충주 지역 반발이다. 이달 20일에도 7개 단체가 연합 성명을 냈다. “대학 본부는 충주에 남겨 두라”, “충북도가 나서 중재하라”. 충주 시민단체, 충주 학부모 단체, 충주 상공인 연합회 등이 총 망라됐다. 대조되는 지역이 있다. 침묵하는 의왕시다. 한국교통대 의왕캠퍼스가 의왕에 있다. 의왕 지역 유일의 4년제 대학이다. 한국 철도의 역사는 곧 의왕의 역사다. 지금도 철도기술연구원, 철도박물관, 코레일 인재개발원 등이 의왕에 있다. 2013년에는 철도특구로 지정되기도 했다. 교통대학교의 기원도 의왕이다. 1905년 철도이원양성소, 1985년 철도전문대학이 의왕에서 문을 열었다. 역사성에서 충주·청주는 비교도 안 된다. 의왕의 위기가 처음은 아니다, 2012년 의왕 철도대학이 충주대학교와 통합했다. 충남대와 경쟁을 벌이던 충주대가 전향적 제안을 했다. 교명을 국립교통대로 바꾸겠다고 했다. 그래서 의왕 캠퍼스는 ‘한국교통대 의왕캠퍼스’가 됐다. ‘의왕=철도’라는 역사성은 그렇게 유지됐다. 하지만 이번은 경우가 다르다. 학교명이 충북대로 갈 것 같다. ‘충북대학교 의왕캠퍼스’가 될 것 같다. ‘철도=의왕’ 역사가 깨지게 되는 셈이다. 25일 의왕에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의왕시의회 김태흥 부의장의 주장이다. “충북대학교 의왕 캠퍼스로 변경되면 철도의 본고장 역사를 지켜오던 의왕시의 지역성이 무너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역의 우려를 반영할 수 있는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했다. “교통대학교가 지역사회와 협력할 수 있는 방안도 찾자”고 했다. 너무 목소리가 없다 싶었는데 그나마 다행이다. 우리도 그 우려에 공감하고 제언을 지지한다. 의왕시 유일의 4년제 대학 캠퍼스다. 철도 역사의 중심을 지켜온 자부심이다. 그런 상징 학교에 내걸릴 현판 아닌가. ‘충북대학교 의왕캠퍼스’는 아무리 봐도 아니다.

[사설] GB 해제 또 역차별... 수도권이 경쟁력이다

정부가 25일 그린벨트 해제 가능한 국가·지역전략사업지 15곳을 선정했다. 그런데 모두 비수도권에만 배정했다. 그간 수도 없이 그린벨트 해제를 요구해 온 경기 인천은 이번에도 쏙 빠졌다. 굳이 알아보지 않아도 명분은 뻔할 것이다. 귀가 아프도록 들어온 지역균형발전론이다. 경기 인천 지역 주민들 삶은 어찌하라는 건지. 정부가 17년 만에 개발제한구역(GB) 해제 면적을 확대하기로 했다. 국가 및 일반산업단지, 물류단지, 도시개발사업 등 국가와 지역의 다양한 전략사업을 뒷받침하기 위한 정책이다. 이를 위해 환경평가 1~2 등급 지역까지 해제 조건을 풀었다. 그러나 인천은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대상에서 빠졌다. 인천시는 지난해 정부에 그린벨트 추가 해제를 건의했다. 인천의 남북 생활권 단절 해소, 경인아라뱃길 활성화 사업 등을 위해서다. 계양구 일대 탄약고 군부대 이전 사업도 그린벨트 해제가 따라야만 가능하다. 그러나 정부는 기존의 해제 총량 범위 안에서 해결할 문제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천의 GB 해제 면적 총량은 9㎢이나 현재 잔여 물량은 0.8㎢에 불과하다. 이마저 남동구 남촌일반산업단지와 부평구 제3보급단 이전 사업 물량을 빼면 추가 해제 가능한 GB가 전혀 없다. 인천 검단 등 북부지역은 군부대 등이 도시 발전의 걸림돌이다. 그러나 GB 해제 물량이 없다 보니 북부권 종합발전계획도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 경인아라뱃길 주변 계양구 장기·상야지구와 서구 백석지구 등의 사업도 GB에 묶여 있다. 인천 북부지역은 이미 도시화가 많이 이뤄진 상태다. ‘대도시 확산 방지’라는 당초 GB 목적이 별 의미가 없어졌다. 이런데도 정부는 수도권에 대해서는 GB 추가 해제에 늘 부정적이다. 경기 지역도 마찬가지다. 경기도는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국토부에 100만㎡ 미만의 그린벨트 해제 권한을 비수도권뿐 아니라 수도권도 포함시켜 달라고 건의했다. 그러나 인천과 마찬가지로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경기도는 이는 수도권에 대한 역차별이라며 국토부에 지속적으로 해제를 요구할 방침이다. 이처럼 반복되는 수도권 역차별을 봐야 하는 경기 인천시민들의 눈길은 곱지 않다. 특히 인천은 도시가 팽창하면서 군부대들이 거의 도심 한복판에 위치해 있다. 서울도 아닌 이곳 지역을 묶어 두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바랄 수는 없다. 30년 넘게 수도권을 묶어 왔지만 과연 균형발전을 이루기라도 했는가. 세계는 다시 통상 전쟁의 시대다. 이 역시 국가 경쟁력 다툼이다. 뺄셈, 나눗셈이 아닌 덧셈, 곱셈의 정책 발상이어야 한다. 수도권이아말로 국가 경쟁력의 출발선 아닌가.

[지지대] 미국의 ‘정부효율부’ 논란

정부효율부라는 정부 부처가 있다. 미국 얘기다. 영어로는 ‘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라고 쓴다. 약자로 DOGE라고 불린다. 좀 더 들여다보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대통령 자문위원회의 명칭이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와 비벡 라마스와미가 공동 수장을 맡고 있다. 공식 정부 부처는 아니고 의회 승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머스크는 이 부처 운영을 통해 미국 연방 예산을 2조달러까지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체이스 최고경영자 또한 이 구상을 거들었다. 이 부처의 약자인 DOGE는 도지라는 인터넷 밈과 머스크가 이전에 관련됐던 암호화폐인 도지코인을 모두 가리키는 번역어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머스크와 라마스와미를 공동 수장직에 앉혔다. 부처의 형태는 의회의 법안을 통해 창설되는 연방 부처가 아니라 관리예산국과 긴밀히 협력하는 대통령 위원회의 구성 요소가 될 가능성이 더 크다. 이런 가운데 해당 부처를 놓고 미국 공직사회가 떠들썩하다. 난데없는 정리해고를 단행하고 있어서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폭풍 같은 한 달이 지나갔다. 월권 논란도 나온다. 언론은 ‘몰아치듯 인력·예산 곳곳 칼질’이라는 헤드라인을 달았다. 그 중심에 머스크가 있다. 미국 연방정부 지출의 대대적인 삭감 임무를 맡은 DOGE는 불과 한 달 새 다수의 정부 기관을 돌면서 조직을 폐지하거나 대폭 축소하고 정리해고 칼바람을 일으켰다. 이에 트럼프 지지 진영에선 정부 기관의 방만한 운영을 효율화하고 예산을 성공적으로 절감하고 있다는 찬사가 나왔다. 하지만 DOGE가 지나친 월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비판도 만만찮다. 일자리를 잃은 공무원들을 비롯해 반대 진영의 반발도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정부효율부로 대표되는 미국의 사태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메시지가 제법 묵직하다.

[세상읽기] 내란 종식과 더 좋은 정권 교체의 조건

지금은 내란의 완전한 종식에 집중할 때다. 내란을 일으킨 대통령과 변호인단의 뻔뻔한 궤변과 선동, 탈(脫)진실과 혐오에 기대 극우 정치를 확대 재생산하는 정치 세력을 볼 때 내란 종식에 집중하는 것이 최우선의 과제가 맞다. 그러나 내란 종식과 극복은 내란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국가 대개혁을 바탕으로 제7공화국의 문을 열 때 비로소 가능하다. 정권 교체와 향후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 내란 세력을 제도권 정치에서 확실하게 정리하고 새로운 헌법으로 민주주의와 헌법질서의 방벽을 두텁게 재건할 때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 국민의 광범위한 인식이다. 진정한 내란 종식은 내란 이후의 세상에 대한 합의와 실천이다. 많은 국민이 공감하는 새 희망의 비전이 합의되고 추진될 때 다양한 계층과 세대의 의제와 의지가 하나로 모이고 정권 교체의 압도적 힘이 형성된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의 책임과 절실함도 커질 것이다. 2017년 탄핵 직후 이뤄내지 못한 선진적 연합정치와 연합정부의 가능성도 높일 수 있다. 민주당의 중도 보수 선언이 논란이다. 선거전략 측면으로 이해할 수 있다. 선거는 반드시 이겨야 한다. 지난 대선 결과를 보면 민주당은 경기에서 46만표를 이겼지만 서울에서 31만표 차로 패배했다. 전체 표차인 25만여표보다 큰 차이였다. 한강 벨트의 중상위층에 대한 핀셋 전략으로 유용할 수 있다. 진보적 과제는 야권 연합을 통해 수용해 나가는 모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더 좋은 정권 교체를 바라는 절박한 국민에 대한 설득이 부족하다. 빛의 광장에서 분출한 요구는 선거전략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리셋하는 국가전략이다. 애초에 보수에 실망하고 상처받은 국민까지 아우르는 국민 통합으로 치환해야 했다.무엇보다 민주당은 주어진 책무를 쉽게 놓아서는 안 된다. 첫째, 민주당은 대한민국 정치의 평형수가 돼야 한다. 국민의힘이 극우로 가고 민주당이 보수로 옮겨 간다면 텅 빈 자리에 놓인 의제와 그 의제를 바라는 국민을 대변할 힘이 약해진다. 진보 정치가 약화된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무게가 오른쪽으로 기운다는 것은 불평등의 무게가 사회경제적 약자들에게 일방적으로 기울어진다는 의미기도 하다. 배의 무게중심과 복원력을 지켜주는 평형수를 빼내고 그 자리를 선거전략으로 채우는 것은 위험하다. 지속가능한 성장은 어떻게 균형을 잡고, 얼마나 평등해질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민주당이 진보적 균형을 책임져야 한다. 둘째, 민주당은 시대를 읽어야 한다. 민주당이 추구했던 정책과 가치는 언제나 진보와 보수를 넘어 대한민국의 보편적 가치로 자리 잡았다. 행정수도와 국가균형발전, 남북 정상회담과 한반도 평화, 국민 참여 확대와 정치개혁, 민주주의와 인권 등의 담론에서부터 주5일제, 무상급식,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아동수당, 고용보험 확대 등 다양한 정책에 이르기까지 민주당은 시대를 채우며 각 분야의 발전을 이뤄냈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상위 6.8%의 세 부담을 덜어주는 상속세 완화 등의 감세와 주52시간 예외가 우리 사회의 보편적 가치가 될 수 없다. 내란 세력이 낡은 신자유주의로 망친 나라를 살리려면 불평등 해소를 위한 사회경제적 민주주의 가치를 더욱 강화하는 비전이 우선이다. 미국 민주당의 대선 패배에 귀 기울여야 한다. 공화당과 민주당의 결정적 차이는 사회경제적 약자들에 대한 실질적 태도였다. 미국의 유권자는 구호적 내용보다 차별과 소외, 불평등에 쓰러지는 ‘절망사’를 막아 주는 정부를 원했다. 우리 국민 역시 다르지 않다.

[기고] 숨은 불씨, 대형 화재로 번지는 ‘덕트 화재’ 위험성

요즘 거리를 걷다 보면 심심치 않게 임대 표지가 붙은 빈 상가를 보게 된다. 분명 희망찬 꿈을 품고 시작한 자영업이 자신도 모르는 이유로 숨통을 조이는 밧줄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음식점 화재 또한 그렇다. 우리가 모르는 이유로, 우리가 모르는 곳의 숨은 불씨가 화재로 연결되면서 귀중한 생명과 재산을 삼키는 화마가 되기도 한다. 특히 주방의 후드와 덕트에 쌓인 기름 찌꺼기에 조리 기구의 열기로 시작되는 덕트 화재가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대형 화재로 확대돼 큰 피해를 남기고 있다. 지난해 경기도내 음식점에서 발생한 화재는 543건에 이른다. 이 중 덕트 화재가 86건(15.8%)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덕트 화재의 특징은 외부에서 물을 뿌려도 내부까지 물이 침투하기 쉽지 않고 내부 통로를 따라 화재가 건물 전체로 확산할 수 있어 더욱 위험하다. 지난해 12월 안양시 동안구 중식당 주방 화재, 올해 1월 성남시 분당구 음식점 주방 화재, 2월 안양시 동안구 뷔페식당 주방 화재가 대표적인 예다. 그렇다면 음식점 덕트 화재는 왜 일어나는 것일까. 화재가 발생하기 쉬운 환경이기 때문이다. 음식점 주방은 고온의 환경과 조리용 기름의 사용으로 주방 곳곳에 기름 찌꺼기가 끼는데 특히 덕트 속에 쌓여 있는 기름때는 조리 중 튀는 불꽃에도 쉽게 화재로 이어진다. 이런 덕트 화재는 관심만 가진다면 예방할 수 있다. 먼저 설치 기준에 적합한 설비를 설치하자. 배기 덕트는 화재 예방법에 따라 0.5㎜ 이상의 아연도금강판 또는 이와 동등 이상의 내식성 불연재료로 설치해야 하며 주방 시설에는 기름을 제거할 수 있는 필터 장치를 필수적으로 갖춰 화재를 예방해야 함은 물론이고 식용유 등 기름 화재에 적응성이 있는 K급 소화기 비치와 화재 확산 방지를 위한 주방 자동소화장치를 설치해 화재에 대비해야 한다. 설비를 기준에 맞게 설치했다면 정기적인 점검과 청소가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 3개월마다 소방국의 승인을 받은 청소업체에 점검받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아직 법제화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덕트 내부 기름 찌꺼기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덕트 내부 기름 찌꺼기가 약 5㎝ 두께로 쌓이면 발화점이 원래 기름과 큰 차이가 없다. 주방 덕트 화재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화재다. 정기적인 청소와 적절한 관리, 평소의 자발적인 주방 상태 점검과 안전 수칙 준수는 화재로부터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게 할 것이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천자춘추] 뱀처럼 예민한 감각이 필요한 시장

시장에 가 보면 어디를 가나 손님이 줄어 걱정이라고 한다. 특히 지방 상권은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을 정도다. 밤 늦게까지 붐비던 때가 언제인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10시가 되기도 전에 어두컴컴한 곳이 많다. 시장이 좋아지길 기다리지만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의 악재는 여전히 소비를 위축시키고 지역 시장의 침체를 가속화하고 있다. 침체의 사슬을 끊는 방법은 고객을 모으고 소비를 촉진하는 방법일 텐데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대응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지자체들도 지역상권의 활성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데 지속적으로 고객을 끌어모으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매년 글로벌 시장 변화와 소비 트렌드를 분석하는 ‘트렌드 코리아 2025’는 올해의 키워드 중 하나로 ‘옴니보어(omnivore)’를 제시했다. 집단의 전형적인 소비를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취향과 취미에 따라 자유분방하게 소비하는 ‘잡식성 소비자’를 이르는 말이다. 소비자 개개인의 취향이 세분화되고 개인차가 커지면서 이런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기존의 고객집단에 맞춘 제품이나 서비스를 여전히 고집하면 고객의 외면을 받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고령층 소비자들도 과거와 달리 디지털 기기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고 새로운 트렌드의 수용성도 증가하고 있다. 이전과 달리 고령층 위주의 시장도 트렌드를 반영해 지속적인 변화를 추구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소비 트렌드의 변화는 열악한 지역 상인들에게는 위기가 될 수 있지만 소개한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뱀처럼 예민한 감각을 갖고 대응한다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최근의 개성이 강한 소비자들은 편리한 대형마트나 온라인 쇼핑만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취향과 상황에 따라 골목상권이나 전통시장 등 다양한 채널을 폭넓게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해 디지털 미디어를 적극 활용한다. 이런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지역 상인들은 고객과의 소통 채널을 늘려야 하고, 고객이 원하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다른 곳에서 경험할 수 없는 경험을 만들어 내고 전파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시정단상] 남양주시, 산업생태계 대전환 닻 올렸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실리콘밸리는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술 산업 중심지로 꼽힌다. 그러나 실리콘밸리가 처음부터 글로벌 정보기술(IT) 허브였던 것은 아니다. 한 세기 전만 해도 과수원이 가득한 농업 중심지에 불과했던 실리콘밸리가 어떻게 세계적인 산업생태계를 갖춘 도시로 변모할 수 있었을까. 변화의 핵심은 바로 기업 유치를 통한 산업생태계 구축에 있었다. 1940~1950년대 스탠퍼드대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업들에 연구 공간을 제공하며 기술 중심 산업단지를 조성했다. 이후 HP, 인텔, 애플 등 혁신 기업이 하나둘 자리 잡기 시작했고 새로운 기업과 인재가 끊임없이 밀려들었다. 최근 남양주시는 우리은행과 ‘디지털 유니버스’ 건립 협약을 맺으며 산업생태계 대전환의 시작점에 섰다. 디지털 유니버스는 우리금융그룹의 미래형 통합 IT센터로 남양주는 지난해 말 왕숙 도시첨단산업단지 내 5천500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는 우리금융그룹의 중장기 디지털 전략을 담당하는 중추 IT센터이자 시 발전의 모멘텀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 유치는 지속가능한 발전의 토대이자 남양주 향후 50년 발전의 주춧돌이다. 디지털 유니버스 건립으로 산업생태계 대전환의 물꼬를 튼 남양주는 시민들의 기대치에 부응하는 제2, 제3의 유망 기업 및 우량기업을 유치해 기업과 인재를 모으는 혁신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 나갈 것이다. 이를 위해 남양주는 도시의 성장동력이 될 기업에 ‘특별한 혜택’을 제공하고 기업이 혁신의 동반자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하고 있다. 무엇보다 시장은 ‘남양주 제1호 영업사원’으로서 시와 한국전력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간 협의체를 구성·운영해 산업용 대용량 전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또 과도한 규제 발굴 및 개선, 기업별 맞춤형 솔루션 제시 등 관계기관과의 적극적인 협의를 통해 투자하고 싶은 도시로 나아가고 있다. 올해 남양주는 미래전략산업 발굴 및 육성 방안 연구용역을 7월 마치고 새로운 산업생태계 조성 방안을 도출해 이를 바탕으로 2030년까지 연도별 기업 유치 방안을 담은 ‘2030 기업유치 마스터플랜’을 수립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대규모 투자 확대를 위한 기업 투자유치설명회, 기업 투자의향 조사용역을 실시하는 등 첨단산업 기반 마련에 집중할 방침이다. 특히 남양주는 ‘다산 정약용의 도시’라는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자 정약용도서관과 연계, 정약용의 상상을 깨우는 변화와 발전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경의중앙선(도농~양정) 철도 복개 및 상부 공원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지상 전철인 경의중앙선 철도 구간을 복개하고 상부에 공원을 조성함으로써 단절된 도심을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곳에 일명 ‘정약용벨트’를 구축해 정약용도서관과 이어지는 정약용공원(가칭)을 조성할 계획이다. 비와 눈, 미세먼지 등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실내공원과 함께 복개 구간을 연계한 문화공원, 온가족 테마공원 등 사람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대한민국 최고의 신개념 미래도시공원이자 남양주의 랜드마크로 거듭나고자 한다. 또 왕숙2지구와 다산2동 사이에 위치한 이패동 일원은 신도시를 잇는 요충지임에도 불구하고 그린벨트로 묶여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시는 올해 ‘이패동 일원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해 도시를 하나의 생활권으로 연결하는 토대를 마련할 계획이다. 기업이 모이면 인재가 모이고, 인재가 모이면 혁신이 태어나는 선순환이 지속되면서 실리콘밸리는 단순한 산업단지를 넘어 전 세계 기술 혁신을 주도하는 생태계를 만들었다. 민선 8기 남양주는 올해를 ‘남양주 산업생태계 대전환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다산 정약용의 상상을 깨우는 변화와 발전을 통해 미래형 자족도시로 새롭게 나아갈 것이다.

[경기만평] 원인규명도 철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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