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란초 하면 백제 때 창건된 고란사와 부여 낙화암이 떠오른다. 삼천궁녀의 한을 대변하듯 깎아지른 벼랑처럼 살기 힘든 바위틈에서 생명을 유지한다. 꽃말처럼 험난한 절벽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마침내 잘 정착해 후손을 이어가는 고란초의 힘은 정말 놀랍다. 고란초는 석부작이나 목부작 같은 분경용으로 많이 이용된다. 웬만큼 습도를 높여줄 수 있다면 실내 화단용으로도 훌륭한 소재다. 음지에 잘 견디며 어느 정도의 습기, 특히 공기습도 유지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물이 고여 있으면 썩기 쉽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라오스 동네 한 바퀴 돌아본다 어느 집 앞에 발이 멈추었다 옹기종기 모여 더위를 식히고 있는 가족들과 눈이 마주치자 그들이 앉아있던 자리를 내어주며 할아버지가 손가락을 펴서 가족 소개를 한다 새끼손가락은 손녀라는 걸 눈치로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서로 웃음으로 통했다 낯선 이방인에게 대하는 친절함 국가와 문화는 달라도 그들을 통해 훈훈한 정을 느끼며 달달한 사탕을 전해주고 돌아오는 길 기분이 좋아 행복한 하루였다 양길순 시인·화가 ‘한국문인’ 등단 2022년 ‘시인마을 문학상’ 수상 시집 ‘자운영꽃 그리움’
2025년은 미국 신행정부의 출범과 유럽연합(EU)의 새 체제 가동으로 보호무역주의와 자국 우선주의가 강화되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주요국은 첨단산업의 공급망 내재화, 전력 에너지 기반 확대, 국방 강화, 인공지능(AI)과 바이오 등 미래산업 육성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한국의 통상 환경도 크게 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에는 선진국이 기술을 주도하고 한국이 소재·부품을 공급하며 중국이 조립을 담당하는 구조였으나 트럼프 정부의 대중 고관세 정책 이후 중국의 생산기지가 아세안과 멕시코로 이전했다. 현재 중국은 자동차, 휴대전화, 반도체, 배터리, 가전제품 등에서 한국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어 한국의 대중(對中) 수출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미국은 칩과 과학법(칩스법) 등을 통해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자국 내 생산 비율을 높이고 있으며 원료와 부품의 자국산 사용 비율을 강화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디커플링을 본격화하면 미중 통상 갈등은 관세, 기술, 투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격화될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관세법, 희토류관리법 등 자국의 통상법 체계를 정비하며 국제 관행을 강조하는 전략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중 경쟁 산업에서는 한국이 미국 시장에서 상대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지만 중국과 밀접하게 연계된 소재·부품 산업은 미국의 수입 규제와 엄격한 원산지 심사로 인해 위험이 커질 것이다. 또 중국이 EU의 환경 규제 강화로 인한 수출 제한을 회피하기 위해 한국과 동남아에서 역외 우회 투자를 확대하면 한국 기업은 중국산 제품과의 직접 경쟁에 직면할 수 있다. 반도체, 인공지능(AI), 배터리, 바이오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미중 갈등이 심화하는 만큼 한국 기업은 시장 변화에 맞춰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하며 정부 차원의 국제 협력 강화와 기업 지원 정책이 시급하다. EU는 탄소중립 목표를 유지하며 환경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디지털제품여권제도(DPP), 공급망실사(CSDDD) 등의 도입으로 외국 기업에 대한 진입 장벽을 높이고 있다. 또 중국산 전기차와 태양광 패널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진행하며 디지털서비스법(DSA)을 통해 중국 온라인 플랫폼을 감시하고 있다. EU의 환경 규제 강화는 한국의 수출경쟁력을 위협할 가능성이 크다. 철강, 석유화학, 배터리, 자동차 등 주요 수출 산업이 탄소국경세 도입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친환경 경영 체제를 강화해야 글로벌 시장 선점이 가능할 것이다. 한편 EU 시장에서 중국과 인도 등 개도국 기업과의 경쟁이 심화하면서 한국 기업이 이중고를 겪을 수도 있다. 그러나 트럼프 신행정부가 그린뉴딜을 폐지하고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할 경우 미국과 EU 간 통상 마찰이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은 칩스법,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관세 정책을 통해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의 자국 생산을 확대하며 대중 기술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EU도 반도체법과 CBAM을 통해 자국 제조업을 보호하고 있으며 중국은 기술 자립과 내수 중심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공급망 내재화 전략은 한국의 입지를 강화하는 기회가 될 수 있으나 미국과 EU의 보호주의 심화는 한국 수출품의 시장 점유율 하락과 대중 수출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해외 투자 확대에 따른 비용 부담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미래산업 분야에서 AI와 바이오 기술의 경쟁이 본격화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대규모 투자로 AI 및 바이오 기술의 국제 표준화와 지식재산권 보호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첨단 산업에서는 제품 성능과 효능이 중요하기 때문에 관세보다 기술 규제 같은 비관세 조치가 중심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AI, 바이오 기술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연구개발(R&D) 투자와 인재 육성에 집중해야 한다. 특히 중국의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R1 모델을 공개하며 AI 혁명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AI 투자에 소극적이며 지방 관광도시 개발 등 부동산 부양에 집중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2025년 예산에서도 AI 및 기술개발 투자보다는 부동산 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이러한 기조가 지속되면 한국이 AI 혁명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크다. AI 모델 자체를 개발하는 것은 어렵지만 이를 활용해 AI 강국으로 도약하는 것은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도 가능하다. 따라서 한국 정부와 기업은 AI 혁명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기술혁신과 인재 육성에 집중해야 한다. 한편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2019년 114억달러에서 2024년 557억달러로 급증하며 미국의 관세 부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편 관세 정책은 미국 제조업 부활을 목표로 하고 있어 한국이 이에 적합한 협력 파트너임을 강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미국 내 생산 투자 확대와 기술 협력을 통해 한국의 공급망 가치를 높이고 미중 디커플링 속에서 안정적인 대미 수출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한국은 변화하는 글로벌 통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첨단 기술 산업 육성과 공급망 안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기술혁신, 공급망 다변화, 동맹국과의 협력 강화 등을 통해 세계 경제 질서 재편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며 AI와 바이오 등 미래 산업 분야에 대한 전략적 투자와 인재 육성이 필요하다.
안산선이 철도 지하화 우선 사업 대상으로 선정됐다. 사업 구간은 초지역에서 중앙역에 이르는 약 5.12㎞다. 정부가 ‘지역 건설 경기 보완 차원’에서 발표했다. 안산선 외 부산진역~부산역, 대전조차장역도 선정됐다. 철도 지하화는 지난해 총선을 전후로 정부와 정치권에서 제시됐다. 당초 연말에 선도 사업 지역이 발표될 예정이었다. 12월 들어 계엄 정국으로 미뤄진 끝에 이날 발표됐다. 안산시는 ‘국가적 성공 모델을 만들겠다’며 환영했다. 상세 개발 계획은 안산시가 수립해 정부에 건의했다. 지난해 밝힌 계획에 따르면 개발될 상부 면적은 71만2천㎡다. 대략 축구장 100개 크기로 폭 150m다. 50% 이상은 공원 및 녹지 등 공공시설로 확보한다고 했다. 나머지는 구역별로 개발하기로 했다. 초지역 일대와 연결되는 글로벌다문화존, 고잔역 주변과 연계되는 센트럴시티존, 중앙역과 연계되는 스마트 콤팩트시티존이다. 투입될 공사비는 1조7천억원 정도로 추산했다. 이번 선정 이면에는 안산시의 노력이 있다. 장점을 살린 기본 청사진에 심혈을 기울였다. 개발 타당성과 사업성, 환경성 등을 설득력 있게 피력했다. 국토부와 철도 관련 기관 등을 수차례 방문하는 현실적 노력도 있었다. 지난해 10월 국토부에 제출한 안산선 지하화 관련 사업 제안서도 호평을 받았다. 이민근 안산시장은 “안산시민의 적극적인 관심과 성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모든 공을 시민에게 돌렸다. 이 모습도 보기 좋다. 걱정은 이번에 탈락한 지역이다. 지난해 경기도가 국토부에 신청한 노선은 세 곳이다. 안산선과 경부선, 경인선이다. 경부선은 안양·군포시 권역이고, 경인선은 부천시 권역이다. 이 밖에 총선에서 철도 지하화를 가장 먼저 띄웠던 수원(경부선)도 있다. 지상 철도로 인한 생활권 단절, 개발 제한 등의 피해가 여간 심각하지 않다. 선정을 위한 각 지자체 나름대로의 노력은 있었다. 하지만 전국에서 세 곳만 선정하는 제한으로 탈락하고 말았다. 기회는 없지 않다. 철도 지하화 사업은 법으로 추진되는 사업이다. 철도지하화 및 철도부지 통합개발에 관한 특별법이 근거다. 단일 사업이 아니라 계속 사업이라는 의미다. 추후에 개발 기회가 있기 바란다. 다만, 안산선 지하화의 성공이라는 전제가 있다. 개발 사업성 여부, 민자 참여 여부, 기술적 한계 여부 등이 여전히 미지수로 남아 있다. 안산선 사업이 이를 증명해내야 다음 사업으로 이어진다. 선도 사업이 갖는 의미다. ‘국가적 모델이 되겠다’는 안산시의 다짐을 응원한다.
전국동시새마을금고이사장 선거전이 시작됐다. 후보 등록을 마감했고 어제부터 선거전에 돌입했다. 사상 처음으로 치러지는 전국 동시 선거다. 선거관리위원회가 관리하는 공영 선거라는 의미다. 지금까지는 대의원제 또는 회원 총회로 선출했다. 이번에는 자본금 2천억원 이상인 금고가 대상이다. 경기 94개, 인천 49개의 금고가 여기에 해당된다. 경기도에서 149명, 인천에서 84명이 출마했다. 선거일은 다음 달 5일이다. 공영 선거에 투입되는 인력 비용 등이 상당하다. 당장 지역별 선관위 직원과 임시직 등이 총출동한다. 비용은 금고 측에서 선관위에 위탁하는 형식이다. 선거관리 경비는 155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됐다. 선거 관리, 계도 홍보, 예방 단속, 부가 경비만 산출한 액수다. 선거운동 관리, 투표 관리, 개표 관리 비용까지 더하면 약 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가 27억4천900만원으로 가장 많다. 마을금고로서는 엄청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럼에도 공영 선고를 택한 이유가 있다. 투명한 선거를 통한 깨끗한 금고 관리다. 그간 새마을금고는 각종 금융 비리의 온상 취급을 받았다. 세상에 드러난 각종 비리가 천태만상이다. 한 금고에서 불법 대출 수십건이 적발된 곳도 있다. 불법 대출 규모가 금고 자산의 10~20%에 이르기도 하다. 금고 이사장이나 내부 직원이 개입된 부정 대출이 많다. 상당수가 이사장 등 집행부의 부도덕성에서 기인한다. 전체 이사장 중 금융인 출신은 20%에도 못 미친다. 금융인이 반드시 도덕성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전문성만큼은 기대할 수 있는데 이게 없다. 저들만의 관리 체계도 문제다. 수백억원의 금융 사고를 내고 금고형 이상 아니면 이사장 연임이 가능하다. 문제를 개선할 조건으로 투명한 이사장 선출이 논의됐고, 십수년의 토론 끝에 공영 선거가 이뤄진 것이다. 정답은 정해졌다. 부정한 후보를 떨어뜨려야 한다. 돈 뿌린 후보는 돈 챙기는 이사장이 된다. 인맥 동원한 후보는 부정 대출 눈감는 이사장이 된다. 마을금고 역사에서 공식처럼 증명된 비리 패턴이다. 전화, 문자메시지, 정보통신망, 명함 배포, 공보·벽보 게시, 어깨띠·소품, 소견 발표만 할 수 있다. 이 외 부정 행위는 모두 감시되고 신고돼야 한다. 300억원을 들여 치르는 첫 공영 선거다. ‘값’을 해야 한다. 우리도 철저히 지켜보겠다.
지구가 멸망하기까지 단 89초밖에 남지 않았다는 경고가 나왔다. 핵무기 및 인공지능(AI) 위험으로 역대 최근접이라는 분석에도 무게가 실린다. 물론 상징적인 메시지이겠지만 등골이 오싹해진다. 외신에 따르면 지구촌 핵전문가들의 모임인 핵과학자회는 최근 이 같은 수치를 알려주는 ‘지구 종말 시계(Doomsday Clock)’를 발표했다. 이 시계를 보면 정확하게 초침이 자정 89초 전으로 맞춰졌다. 지난해 90초 전에서 1초 당겨졌다. 이 단체가 이 같은 수치를 발표하는 건 1947년부터다. 인류가 핵전쟁, 기후변화, 생물학적 위협, AI 등 신기술로 멸망할 위험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서다. 이 시계는 자정을 지구가 멸망하는 시점으로 설정하고 자정까지 남은 시간을 표시하는데 이번에 발표한 89초는 1947년 이래 가장 짧다. 핵과학자회는 이처럼 시간을 앞당긴 이유로 핵전쟁 위험 증대를 제시하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가 미국과 체결한 신전략 무기감축조약(New START) 이행을 중단하고, 중국은 핵무기를 빠르게 늘리고 있으며, 미국도 핵무기 확대로 기울고 있다. AI를 무기에 접목하려는 시도와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기후변화 대응정책 우선순위 하향 조정 등도 원인으로 꼽았다. 첫 지구 종말 시계에선 7분이 남았다고 발표했었다. 하지만 옛 소련이 핵폭탄 실험에 처음 성공한 1949년에는 3분 전으로 조정됐다. 인류가 멸망에서 가장 안전했던 시기는 미국과 옛 소련이 전략핵무기 감축에 합의한 1991년이었다. 당시 시간은 자정 17분 전이었다. 2020년 이후 100초 전으로 유지해 오다 2023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핵무기 사용 우려가 커진 점을 반영해 90초로 당겨졌다. 인류 공멸 예방을 위한 명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소중한 행성인 지구를 사랑해야 하는 까닭들이 차고 넘쳐서다.
토탄 불 연기로 자욱한 회색빛 하늘 ‘잠자는 땅’ 시베리아서 문명의 단절 느끼고 마음 평안 찾아 네르친스크 거쳐 우탄으로 서울을 출발한 지 10일째(7월12일)되는 날이다. 시베리아는 관광객이 없기 때문에 여관을 전업으로 하지 않는다. 숲속 길 옆 주유소에서 휴게소, 식당, 여관, 편의점 등을 한곳에서 하고 있다. 휴게소 주차장에는 화물차들이 밤을 보낸다. 오전 4시경이면 위도가 북쪽이라 훤하게 밝아지고 주차장에서 밤을 보낸 화물차들이 이른 출발을 위한 시동 거는 소리가 요란하다. 장거리 운전 화물차 기사는 휴게소에 200루블(3천원)을 주고 여관의 샤워실을 빌려 간단히 목욕한다. 화물차 기사는 휴게소 편의점에서 간단한 음식과 술 몇 병을 사 운전석에서 식사, 반주를 하면서 잠을 잔다. 출발하면서 근처 주유소에서 기름 20ℓ를 넣고 출발한다. 도중에 큰 주유소를 만나면 품질 좋은 디젤을 가득 넣기로 하고. 이것이 오후 내내 우리 일행을 가슴 졸이게 만드는 큰 사건이 될 줄은 몰랐다. 자동차 앞 유리창은 피범벅으로 그냥 두고볼 수 없다. 운전 중 초원에 사는 나방, 곤충, 벌레들이 날아와 앞 유리창에 부딪치기 때문이다. 카메이트 L실장은 매일 새벽마다 세척용 물비누를 사서 출발 전 자동차 앞 유리를 깔끔하게 닦는다. 그래도 한두 시간만 달리면 앞 유리가 벌레들의 핏자국으로 빨갛게 돼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 와일드 시베리아 생태계 영화 ‘와일드 아프리카’에 사자, 악어들의 약육강식 풍경이 자주 나온다. 토탄 산불로 휩싸인 시베리아는 정말로 와일드 시베리아의 야성미다. 새벽부터 토탄 불로 인한 연기와 매연이 자욱하다. 오늘 목적지 ‘우탄’까지 하늘을 덮고 있는 토탄 연기가 600여㎞를 갈 때까지 이어진다. 하늘은 짙은 회색으로 햇빛을 하루 종일 못 보고 있다. 유독한 연기로 인한 건강 위협 때문에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역이다. 어떤 곳은 지표면 토탄층 불로 나무가 죽어 가고 오래전 불이 난 지역에서는 새로운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토탄은 생성 역사가 짧은 석탄의 일종으로 열량이 낮아 화석연료로는 사용하지 않는다. 어제 오후부터 오늘까지 약 800㎞에 걸쳐 토탄 연기로 덮여 있다. 정말로 광대한 땅이다. 활활 타는 불꽃은 없어 도로에 화물차 등은 계속 다닌다. 어디까지 ‘시베리아’인지 검색해 보니 우랄산맥 동쪽부터 태평양 오호츠크해까지 9천㎞를 지리학상 시베리아라고 부른다고 한다. 시베리아 지역을 한 단어로 간단히 정의할 수 없는 이유다. 원주민 언어로 시베리아 뜻은 ‘잠자는 땅’이라고 한다. 노상에서 시베리아 야생 딸기, 와일드 베리, 야생 꿀을 사고 싶은데 이런 험악한 상황은 장사는커녕 생명체가 살기도 쉽지 않다. 휴게소를 조금만 벗어나면 인터넷이 끊긴다. 위성항법시스템(GPS)이 안 되니 현재 있는 곳의 위치 정보, 즉 해발고도, 위도, 경도 등 현재 위치를 알 수 없어 답답하다. 인터넷이 단절된 오지는 ‘시간이 직선으로 가지 않고 곡선으로 간다’. 문명과의 단절은 우리에게 시간의 느림, 멈춤을 느끼게 한다. 느림은 나그네의 마음을 평안하게 만든다. 세상과의 단절이 주는 아름다운 고독이다. 시베리아 평원을 가로질러 흘러가는 강들이 자주 나타난다. 이곳의 모든 강은 겨울철 얼음으로 뒤덮인 북극해로 흘러가기 때문에 인간의 경제활동에 도움이 안 된다. 이 강물이 남쪽의 몽골 지방으로 흐른다면 몽골은 매우 살기 좋은 비옥한 나라가 될 것이다. 간혹 강가에 낚시꾼이 보인다. 아버지와 아들이 손잡고 낚시하러 가는 평화스러운 모습을 본다. 낚시는 여름철 짧은 기간의 취미생활일 것이다. 단조로운 풍경이 주는 여유로움이다. 나의 귀여운 어린 손자들이 청소년이 되고, 함께 낚시하러 다니는 조손간에 다정한 관계와 평안한 노후의 시간을 보내는 그림을 상상해 본다. ■ 자동차 디젤 기름 찾아 삼만리 아침 출발할 때 중간에 점심을 먹으며 주유소에서 기름을 채울 생각으로 출발했다. 수백 ㎞를 지나왔는데도 중간에 휴게소와 주유소가 없다. 점심으로 서울에서 가져온 과자 몇 개를 나눠 먹는다. 계기판에 주행거리가 50㎞ 남았다는 경고등이 켜진다. 모든 일행의 마음이 초조해진다. 시베리아 숲속에 고립된다는 게 무섭다. 기름이 거의 없어질 즈음 간신히 작은 주유소를 찾았다. 시골길을 돌고 돌아 2차 세계대전 때나 썼을 법한 초미니 주유소를 발견했다. 주유기 하나가 들판에 덜렁 서 있다. 전화를 하니 주유소 주인이 나타나 정말 어렵게 기름을 넣었다. 아내는 점심을 못 먹어 배고픈 것보다 기름이 없어 차가 멈추는 것이 더 무섭다고 말한다. 매일매일 긴급 상황이 한 가지씩 생긴다. 조용하게 지나가는 날이 없다. 그래도 인터넷이 연결되는 지역의 초미니 주유소를 찾은 것이다. 구글 맵 서비스가 없다면 오지의 여행은 참 힘들 것이다. ‘우탄’에 못 미쳐 ‘네르친스크’ 도시를 통과한다. 1689년 청나라와 러시아가 ‘네르친스크 조약’을 체결한 도시다. 17세기 중반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과 서쪽의 강대국, G2 국가는 청나라와 러시아다. 당시 아무르강에서 조선, 청나라 연합군과 러시아 군대 간에 두 차례 전쟁(나선정벌·1654, 1658년 조선 효종 때 청나라 요청으로 파병돼 러시아군과 벌인 싸움)을 치렀는데 전쟁을 중단하고 국경을 획정하기 위한 국제조약이다. 중국은 종주국으로, 주변 국가는 조공국 위치를 2천년 이상 유지해 왔기 때문에 대등한 국제조약을 맺은 적이 없는 나라다. 중국은 항상 ‘갑’의 위치에서 이민족과 불평등한 협상을 해왔다. 네르친스크 조약은 중국이 타국과 대등한 자격으로 맺은 최초의 국제조약으로 유명하다. 당시 조약문서는 ‘라틴어’로 썼다고 한다. 청나라는 선교차 와 있던 라틴어를 아는 예수회 신부를 데려갔고 러시아 측에도 라틴어를 아는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해가 늦게 지기 때문에 오전 9시 반에 도로 옆 위치한 여관 겸 휴게소에 도착했다. 토탄 연기를 뚫고 600㎞를 달려온 셈이다. 저녁 식사를 마치니 오후 11시다. 서울서 가져온 고추장, 김치, 장아찌 등으로 식사를 맛있게 했다. 샤워 중에 여관의 전기가 나가고 물이 끊겨 생수를 가지고 이를 닦는 돌발 사태도 경험한다. 시베리아의 야생문화에 적응하는 방법 외에는 대안이 없다. 불편한 침대지만 피곤함이 숙면을 가져온다. 하루 종일 ‘낭만적 여행’이 아닌 ‘전투적 여행’을 했다.
최근 미국 국립빙설자료센터(NSIDC)의 데이터를 영국 BBC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2월13일까지 5일 동안 북극과 남극의 해빙 총 면적은 1천576만㎢로 이는 같은 기간 2023년 1~2월 기록된 종전 최저치인 1천593만㎢를 경신한 수치라고 한다. 2년전보다 무려 우리나라 면적의 약 2배 가까이 해빙이 녹아내린 셈이다. 해빙 면적이 줄어든 만큼 지구는 평형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지구촌 곳곳에 인간이 과학기술로도 예측하기 어려운 천재지변으로 재난을 만들어 낼 것이다. 가속화되는 지구온난화로 모든 지표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데 지구 반대편에선 지난 세기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 나라의 수장이 취임하면서 내뱉은 일성이 우리가 닥친 현실을 다시금 되뇌게 했다. 소위 초강대국 최고 책임자의 기후위기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취임사는 지구상의 모든 국가와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을 다시금 깨닫게 됐다. 그 도발적인 망언은 과거 30여년 동안 힘겹게 기후 보호를 위해 쌓아 온 공든 탑을 도미노처럼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며, 온갖 시련을 딛고 기후 대응을 위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실현하고 있는 대부분의 국가로 하여금 당분간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화석연료로의 회귀에 대한 공포에 치를 떨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다행히 우리 국회 입법조사처는 “미국이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탈퇴하더라도 에너지 전환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하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우리나라처럼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최소한 ‘탄소중립 기본법’으로 정한 에너지 전환을 충실히 이행해 에너지 안보와 탄소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국익에 부합하는 길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수많은 난관이 현실로 다가올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강대국의 패권주의와 일방주의가 횡행하면 약소국은 발등에 놓인 여러 급한 불을 동시에 꺼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현명한 대처 없이는 나라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될 수 있다. 정치 일정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광장을 통해 새로운 사회를 위한 수많은 제안이 쏟아지고 있다. 장기간 불통과 일방통행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누적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간절한 민의의 외침이다. 무엇보다도 우선해서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 불과 몇 해 전 수많은 논쟁 및 갈등을 동반한 공론화 과정과 국민적 합의를 통해 그나마 마련한 2050 탄소중립 선언과 계획이다. 최근 무도함에 뿌리까지 흔들리기를 반복했지만 시민 스스로가 키운 불씨는 다행히 완전히 꺼지지 않았고 수많은 난관 속에서도 서서히 싹을 틔우고 있다. 자주성과 지속가능성을 모태로 시민 누구나 주인이 돼 재생에너지를 통해 현재와 미래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하는 에너지협동조합의 활동이다. 이들의 주장은 단순 명료하다. 시민 모두가 에너지 생산과 이용의 주인이 되자는 것이다. 우수가 지나고 곧 동면하던 개구리가 놀라서 깬다는 경칩인데 이 절기에 겪는 한파가 현 시국을 닮았는지 쉽게 끝나지 않고 광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을 애태운다. 날씨가 널뛰어도 해는 어김없이 봄을 재촉한다. 서둘러 마무리하고 보습을 닦고 쟁기질을 준비하는 농부처럼 무너진 살림살이와 새까맣게 멍든 마음을 치유하는 일에 힘써야 한다. 다시는 이 땅에 발을 동동 구르는 일이 반복되서는 안 된다.
‘협주명현십초시(夾注名賢十抄詩)’는 과거시험 준비생들의 수요를 염두에 두고 권람의 교정을 거쳐 간행한 중국과 한국(신라)의 시인 30명의 시선집이다. 내용은 각 시인의 작품 중에서 칠언율시(七言律詩) 10편씩 총 300편을 뽑아 주해를 붙인 것이다. 이 책은 경상도 밀양부에서 간행한 지방관판본으로 한국인이 그 대상을 선정하고 직접 주해한 최초의 한중시선집으로 매우 귀한 사례에 속하는 책이다. 이 책은 중국과 일본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며 고려 말 조선 초 서적의 유통과 문화 수용의 양상, 한시의 학습과 활용 등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다. 국가유산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