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2층, 사유의 방은 이 박물관에서 가장 특별한 공간이다. 수많은 유물이 공존하는 다른 전시실과 달리 오직 반가사유상 두 분이 마주 보며 엄숙한 공간으로 꾸며졌다. 박물관의 미로에 갇혀 바삐 움직이던 사람들도 이곳으로 들어오자마자 벅찬 감동을 느끼며 불상처럼 저마다 깊은 고뇌와 깨달음을 얻고 돌아간다. 이전에는 많은 유물을 관람객에게 선보였다면 이제는 단 한 점이라도 관람객의 마음에 남는 것이 목표라는 학예사의 말처럼 박물관마다 내세우는 유물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며 진면목을 드러내기 위해 변모하고 있다. 전국에 산재한 14개의 국립박물관은 저마다 가지고 있는 특성에 집중하며 이곳을 대표하는 유물들을 통해 마케팅을 펼쳐가며 굿즈를 개발하는 등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부여의 금동대향로, 경주의 금관, 춘천의 오백나한 등 지역마다 자랑하는 명품이 박물관을 넘어 지역의 자부심이자 품격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인구 1천400만, 고려 이래 한반도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한 경기도는 아직까지 지역을 대표하는 국립박물관이 전무(全無)한 상황이다. 지역에서 발굴된 국보급 유물 중 중앙박물관으로 옮겨진 것이 부지기수이고 지역 정체성에 관한 논의도 갈 길이 멀다. 그러나 이 지역을 대표하는 명품은 도처에서 세간의 주목을 받길 기다린다. 전곡리에서 발굴된 ‘주먹도끼’는 겉으로 보기엔 한낱 돌덩이일 뿐이지만 우리의 역사를 구석기로 앞당겼으며 더 나아가 세계 고고학계를 뒤흔든 쾌거였다. 고려시대 수도 개경에서 가까운 이 지역을 중심으로 많은 사찰이 불법(佛法)을 널리 행했다. 안성 봉업사, 여주 고달사, 용인 서봉사 등 현재는 터만 남아 흩어진 석조물만 그 자취를 짐작할 수 있지만 회암사에서 출토된 화려한 유물들은 경기도를 대표하는 명품이라 할 만하다. 특히 왕실 인물들의 이름이 새겨진 금탁과 수막새는 다른 지역에서 보기 드문 작품이다. 조선 이후 수많은 사대부 가문이 이곳에 세거하며 초상화, 글씨첩, 복식 등을 가보로 여기고 후손을 통해 대대로 이어져 왔다. 경기도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초상화들은 중앙박물관에 버금가는 컬렉션을 자랑하며 흉터, 점, 수염 한 올까지 상세하게 그 인물의 정신까지 묘사한 그림을 바라볼 때마다 절로 경외를 표하게 된다. 경기도가 자랑하는 명품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국을 대표하는 첨단 기술의 집약체가 반도체라면 조선이 자랑하는 물품은 단연코 도자기다. 일본의 영주들은 명품 다완을 얻기 위해 성 하나를 기꺼이 바쳤으며 임진왜란 당시 수많은 사기장들을 데려가 유럽에 수출할 정도로 명성을 얻었다. 조선 도자기의 핵심은 백자인데 왕실백자를 생산하는 전용가마가 자리한 곳이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분원이다. ‘꾸미되 사치스럽지 않고 질박하되 누추하지 않은’ 철학이 담겨 있는 백자들은 특유의 매력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그중 경기도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는 백자모란넝쿨무늬병은 현대 예술가들에게도 영감을 끼친 천하의 명품이라 할 만하다. ‘생거진천 사거용인’이라는 말처럼 수많은 가문이 이 땅에 마지막 안식처를 마련했다. 회격묘라는 특별한 매장법으로 인해 이장 과정에서 직물이 부패되지 않은 상태로 보존된 복식들은 고스란히 박물관에 기증돼 언제라도 만날 수 있다. 특히 왕실 종친 복식은 당대 최고 수준으로 정교하게 수놓인 자수는 수백년이 흘러도 그 자태를 뽐낸다. 현존하는 가장 큰 철불인 하사창동 철조여래좌상을 비롯해 경기를 연고로 하는 수많은 명품 유물을 이 지역에서 누리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경기도의 안타까운 현실일지 모른다. 박물관은 단순히 유물을 나열하는 진열장을 넘어 그 지역의 문화산업을 이끌어 가는 중심축으로 기능하고 있다. 하루빨리 경기도의 국립박물관 유치가 수면 위로 오르길 기대한다.
기후 변화 때문인지 올겨울은 유별난 것 같다. 이상 고온과 한파가 공존하는 널뛰기 날씨로 절기상 우수이지만 곳곳에 쌓인 눈이 활동을 불편하게 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필자가 소속된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 경기지역본부 직원들은 겨우내 하지 못한 국유일반재산 현황조사 준비를 위해 분주하다. 연간 조사 대상 재산을 확정하고 조사 차량과 드론 성능 점검은 물론이고 드론 비행금지구역에 대한 변동사항도 체크해야 하기 때문이다. 10년 전만 해도 하루 종일 발품을 팔며 10필지 정도를 조사했던 기억이 있는데 최근에는 드론 1회 비행 시 약 480필지를 촬영할 수 있다. 또 촬영 영상을 인공지능(AI)이 기존 관리 데이터와 비교해 무단점유나 현황 변경 등을 판단해 주기 때문에 재산 담당자는 발품을 팔지 않고 대부·매각, 변상금 부과, 고발 조치 등 재산관리자로서의 역할 수행이 가능해졌다. 그동안 캠코가 추진한 ‘캠코형 디지털 전환’ 혁신 노력이 비약천리(飛躍千里)처럼 짧은 시간 안에 놀라운 성과를 이뤄낸 것이다. 캠코는 과거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올해 국유재산 법령 등 관련 지식을 학습한 생성형 AI 챗봇을 출시하고 업무 수행 시 필요한 정보를 그 출처와 함께 대화 형식으로 제공해 서비스도 운영할 방침이다. 결국 이러한 혁신 노력은 국가 재정 기여와 공공 자원의 효과적 활용, 재산 관리의 투명성과 신뢰 증진 등 국민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 제공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래서 올해 경기지역본부는 업무 혁신으로 경감된 국유재산 관리 업무량을 지역주민을 위한 서비스 개선에 투입하려 한다. 국유재산 이용 신청 양식에 업무 절차 안내를 추가해 민원인의 이해를 돕고 접수된 신청서를 관리자가 정기 점검해 처리기한 단축도 추진할 계획이다. 또 고객만족(CS) 교육도 강화해 직원들의 고객 친절도 향상을 도모할 방침이다. 대학(大學)에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란 말이 있다. ‘날마다 새롭고 또 새로워지자’라는 의미인데 기관이나 기업이 혁신을 위해 끝없는 노력한다면 국민들의 신뢰가 더욱 견고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캠코 경기지역본부도 지역주민을 중심에 두고 일신우일신의 정신을 바탕으로 날마다 혁신해 끊임없이 발전하고 신뢰받는 지역 내 일등 기관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이재명 우클릭’이 연일 화두에 오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 대표의 정책 변신이다. 15일에는 ‘상속세 면세 18억원’을 주장하고 나섰다. 중산층에 가장 관심 있는 주제인 상속세 기준을 언급했다. 페이스북에 ‘민주당 안’이라며 적었다. “일괄 공제 5억원, 배우자 공제 5억원을 각 8억원과 10억원으로 증액(18억원까지 면세). 수도권의 대다수 중산층이 집 팔지 않고 상속 가능”, “초고액 자산가 상속세율 인하는 빼고”라고도 썼다. 표현에 정책적 타깃이 선명하다. ‘수도권’에 살고 있는 ‘중산층’이다. 주택을 대하는 중산층의 정서도 자극하고 있다. “세금 때문에 집 팔고 떠나지 않고 가족의 정이 서린 그 집에 머물러 살 수 있게 하겠다.” 전날 상속세 공제 현실화를 위한 토론회가 있었다. 거기서도 “중산층에서는 집 한 채 상속세 부담을 우려한다”며 분위기를 띄웠다. 10억~18억원은 중산층이 집중적으로 포진한 자산 구간이다. 많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주제다. 국민의힘이 ‘가짜 우클릭’으로 맹공했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발언의 적·부당성 여부에 대한 논쟁을 떠나 댓글부터 보라”고 밝혔다. “‘믿을 수가 있어야지’, ‘내일은 또 뭐라고 말을 바꾸려나’, 이 대표에 대한 국민의 실시간 반응”이라고 지적했다. 주 52시간 예외 수용, 전 국민 25만원 지원금 철회, 기본사회 위원장직 사퇴 등을 시사했지만 현실화된 것은 하나도 없다고 비판했다. ‘댓글’로 이 대표 우클릭 행보를 비난하는 성명이다. 사실 ‘이재명 우클릭’은 혼란스럽다. 주 52시간은 문재인의 정책 유산이다. 전 국민 25만원은 본인의 총선 공약이다. 기본사회 위원장직은 그의 정치적 상징이다. 이 중대한 사안들에 갑작스러운 변화를 꾀했다. ‘예외를 두겠다’, ‘철회할 수 있다’, ‘손 떼겠다’고 했다. 국민에 대한 선언이자 약속이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명확히 된 게 없다. ‘없던 일’이 됐거나 ‘실천 모습’이 없다. 국민의힘에서 ‘거짓 클릭’이라는 비난이 나올 법하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방식도 틀렸다. 집권 여당다운 논리적 반박을 내야 한다. 이번 상속세 개편 방향도 그렇다. 국민의힘도 상속세 개편에 대해 방향을 가지고 있다. 공제한도 완화를 포함해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까지 담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 대표가 “초고액 자산가 상속세율 인하는 빼고”라며 특정한 게 이 부분이다. 그랬으면 당의 기존 논리가 가미된 비판으로 반박했어야 했다. 그래야 국민의 선택을 받을 것 아닌가. 실천 없이 던지는 이재명 우클릭, 그 공세의 목표는 화두 선점일 것이다. 논리 없이 비난하는 국회의힘 대응, 이 반격의 결과는 화두 상실일 것이다. 실제로 상황은 그렇게 가고 있다. ‘25시간’, ‘25만원’, ‘상속세’, ‘정년 연장’.... 이런 화두의 주인은 이재명 대표다. 불과 며칠 새 이렇게 됐다.
대학들 대부분은 2월 중순 전후에 학위수여식을 거행한다. 짧게는 2년, 길게는 4년에서부터 8년 정도 걸려 대학원까지 마치는 경우도 있다. 그동안 형설의 공을 쌓아 받은 학위증서이기에 당연히 축하를 해야 하고 또 졸업생들은 졸업 후 사회에 진출해 밝은 미래가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최근 졸업식에는 이런 기쁨보다는 우울한 소식이 많아 안타깝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국 혼란이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 경제도 초불확실성하에 있어 기업들이 신입직원 채용 규모를 대폭 줄이거나 아예 채용 계획도 세우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해 사회 진출에 부푼 대학졸업생들이 고용 한파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실업계고등학교 졸업생들도 비슷한 사정이다. 이러한 고용 한파는 지난 14일 통계청이 발표한 ‘1월 고용동향’에도 여실히 반영되고 있다. 이 발표에 따르면 전체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13만5천명 늘었지만, 청년 취업자는 오히려 21만8천명이나 급감해 2021년 1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청년층 고용률은 44.8%로 1.5%포인트나 떨어졌으며 이는 지난해 5월 이후 9개월째 하락하고 있다. 특히 건설업에서는 2013년 집계 시작 이후 가장 큰 폭인 16만9천명이 감소해 더욱 청년고용의 한파가 심하다. 이는 기업들이 수시로 경력직 위주로 직원을 뽑아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신규 채용이 줄어든 탓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경기가 하강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비경제활동인구 중 ‘그냥 쉬고 있다’는 청년층은 43만4천명으로 1년 전보다 3만명 증가했다. 이들이 직장을 구하지 못해 구직을 포기할 경우 구직단념자가 돼 사회적 불안 요소가 된다. 청년 고용 문제는 단순히 청년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미래 발전과 깊이 연관돼 있다. 즉, 청년의 미래가 한국 사회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정치권은 청년 고용 한파 타개책 등 민생 문제는 제쳐두고 극단적 대립 속에 정쟁만 하고 있으니 과연 청년들이 한국 사회에 대한 희망을 갖고 있겠는가. 청년 고용 한파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 해법은 기업의 투자 의욕을 고취시켜 경제 활력을 제고함으로써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정치권은 임금체계의 개편, 노동시장의 유연화, 주 52시간 근무제의 완화 등을 통해 경제 살리기 입법을 마련해야 된다. 단기적으로 오는 20일 개최될 예정인 여야정국 정협의회에서 추경을 통해서라도 청년 고용을 증대시킬 수 있는 대책을 논의하기 바란다.
위험하다. 운전자 입장에서도 그렇지만 보행자에게도 마찬가지다. 전동킥보드로 대표 되는 개인형 이동장치(PM) 얘기다. 이와 관련된 교통사고의 35%를 무면허 운전자가 일으킨다는 분석 결과도 나왔다. 최근 도로교통공단 교통과학연구원이 발간한 학술지 ‘교통안전연구’에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논문이 게재됐다. 연구팀은 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을 활용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발생한 PM 사고 관련 5천900여건의 데이터를 수집, 이 중 사고자 연령대가 확인된 5천860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 사고를 일으킨 운전자는 20세 미만이 32.4%로 가장 많았고 20대 32.1%, 30대 14.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60대 이상은 5.5%에 그쳤다. PM은 원동기 장치 자전거(16세 이상 취득 가능) 이상의 면허가 있어야 운전할 수 있다. 그런데도 사고의 34.6%(2천27건)는 면허를 취득하지 않은 이들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무면허 사고를 일으킨 운전자는 20세 미만이 67.6%, 20대 18.6% 등이었다. 연구팀은 “운전면허 취득을 유도해 적극적으로 운전자를 관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근 1년간 PM 이용 경험이 있는 20세 이상 운전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용규칙에 대한 인지율과 준수율 등에도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준수율은 대부분 인지율에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PM을 탈 수 있는 도로를 다니고 안전모를 착용한 채 운전하는 경우는 26.0%였고 승차 정원과 음주운전 금지 규칙을 준수하는 비율은 각각 77.0%, 82.0%인 것으로 나타났다. PM 관련 안전교육이 시급하다. 단속 강화를 통해 음주운전, 동승자 탑승 등 PM 운전자의 법규 위반도 적극 관리해야 한다. PM 관련 사고를 예방하지 못하면 언제 대형 사고로 이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마라맛이 유행이다. 낯선 향과 맛에 익숙해지고 있으니 언젠가는 1900년대 초 먹기 시작했던 자장면처럼 한국인의 소울푸드로 자리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인이 최소 50~100년 즐기는 음식을 ‘한식’이라고 정의한다면 서울 사람이 지금 먹는 음식을 ‘동시대의 음식(Contemporary Food)’이라 하고 한식이면서 서울 사람들이 주로 먹는 음식을 ‘서울 가정식’이라 표현하겠다. 전통과 현대가 뒤섞여 우리가 매일 먹고 즐기고 있는 서울의 음식문화를 정리해 본다. 서울이 넘치는 에너지와 다양한 문화가 뒤섞인 매력적인 도시로 알려지면서 한국의 음식 또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한식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으며 한식을 접한 외국인들은 건강한 재료와 깊은 맛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김치, 비빔밥, 불고기 등은 이미 해외에서도 친숙한 음식이 됐고 이제는 한식 안에서도 향토음식, 지역음식을 구분해 관심을 갖는 외국인도 많다. 고려시대 사찰음식의 영향을 받아 건강한 음식을 기본으로 한 궁중음식은 신선로와 구절판, 탕평채가 보여주듯 화려함이 더해져 아름다운 음식문화를 만들었다. 양반가의 음식은 좋은 식재료와 각종 나물류 등이 깔끔한 조리법으로 제례문화와 함께 발전됐다. 의례를 존중하는 궁중과 양반문화의 영향으로 음식의 가짓수가 많고 조금씩 차려냈다. 또 설렁탕이나 꼬리곰탕 같은 서민의 음식에서 유래된 음식들은 지금도 많은 사람이 즐겨 찾는 국물음식이다. 조선시대부터 우리나라의 수도였던 서울은 단순한 지역 요리가 아니라 역사와 전통이 응축된 한식의 중심축이다. 왕이 통치하는 곳이니 외국의 사신이 드나들어 각종 향신료와 조리법도 전해졌다. 전국 각지의 식재료와 조리법뿐만 아니라 외국의 식문화가 모여 발전해 궁중 음식과 양반가의 격식 있는 상차림이 있었고 서민 음식과 조화를 이루며 독창적인 가정식을 형성해 왔다. 전국적으로 보면 서울 음식은 간이 짜지도 싱겁지도 않고 지나치게 맵지 않을 정도의 맛을 지닌다. 궁중 음식의 영향으로 재료를 곱게 채 썰거나 다지는 등 정성이 깃들어 있고 상에 낼 때는 깔끔한 백자에 먹을 만큼만 냈던 것도 특징이다. 오랜 전통을 바탕으로 발전해 온 한국 고유의 음식문화지만 현대에 들어서도 글로벌 흐름 속에서 다양한 변화를 하고 있다. 특히 서울 가정식은 한식의 기본틀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더하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음식으로 자리 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특징은 현대의 웰니스 트렌드, 미니멀 라이프스타일과 맞닿아 있다. 자연을 고려한 식재료 사용, 절제된 양념과 현대적인 조리법은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할 수 있고 김치나 비빔밥 같은 채식 기반의 한식 메뉴는 글로벌 음식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다. 서울 가정식은 단순한 한 지역의 음식이 아니라 한식의 중심이자 글로벌 한식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중요한 요소다. 세계 각국의 다양한 음식문화와 결합하면서도 전통적인 가치를 유지하는 서울 가정식은 앞으로 더욱 발전할 것이다. 특히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과 맞물려 건강한 음식으로 자리 잡고 글로벌 퓨전 요리로 변화하면서 한식의 세계화를 이끄는 중심축이 될 것이다. 서울 가정식이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시대를 초월하는 지속가능한 음식문화로 자리 잡기를 기대해 본다.
커다란 창 너머 잔설 쌓인 잔디 밭에서 붓 하나 치켜 들고 성급하게 봄을 그린다 살갑게 다가온 봄 햇살에 얼었던 굳은 몸 두런두런 풀어내는 냇가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먼 산 바라본다 여기저기 진달래꽃 무더기는 산골 아가씨 발갛게 달아오르는 얼굴이다 어느 해 봄방학 서울에서 내려 온 이웃집 친척 오빠, 큰 키에 목련꽃처럼 하얀 얼굴 휘파람으로 ‘봄 처녀’를 멋들어지게 불면 가슴 콩닥거리던 이유를 모르던 볼 빨간 어린 소녀도 그려 넣고 새 눈 가느스름하게 뜬 채 꽃봉오리 벙싯 벌어지는 날 기다리며 먼 데서 아득하게 오고 있는 연두색 봄을 그린다 황영이 시인 ‘국보문학’ 등단 한국경기시인협회 회원 수원문학아카데미 회원 2024년 ‘시인마을 문학상’ 수상
코로나 팬데믹 이후 사람들의 여가 패턴은 웰니스 관광과 같은 심신의 피로와 안정을 도모하는 휴식형으로 집중되고 있다. 웰니스를 선호하는 사람들에게 ‘섬’은 매력적인 휴가지로서 주목받고 있다. 이에 정부에서도 섬, 관광, 문화, 지역주민을 키워드로 해 섬을 특화하는 관광 사업으로 인천(백령도) 등 전국의 5개 섬을 ‘가고 싶은 K-관광 섬’으로 선정해 전폭 지원하고 있다. 웰니스는 세계 경제의 흐름을 바꾸며 가장 주목받는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웰니스연구소(GWI)는 2023년 전 세계 웰니스 시장 규모는 약 6조3천200억달러로 연평균 7.3%의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2028년에는 약 8조9천9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IT(약 4조9천700억달러) 및 스포츠(약 2조6천500억달러) 시장보다도 큰 규모로 성장하며 세계 경제의 주요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섬’ 지역 활성화 논의는 지역민의 거주환경 개선 및 생태, 녹색, 에코, 도서, 웰니스 관광 등 다양한 목적으로 1970년 초반부터 50여년 지속돼 오고 있다. 이처럼 긴 세월 동안 섬 활성화 논의 및 지원이 지속되는 것은 섬이라는 공간의 특수성 때문이라 생각된다. 섬은 시공간을 초월해 매력적인 휴양지임이 분명하지만 다원적 공간으로서 섬 지역 주민과 관광객의 시간이 겹치는 장소다. 관광객에게는 웰니스 휴양 공간이 되지만 동시에 지역민에게는 치열하게 살아내는 ‘삶’의 공간이다. 특히 섬 관광지는 일반 관광지와 다르게 환경보호·보전과 지역민의 안정적인 생활환경 구축이 우선된다. 따라서 섬별로 개발의 개념과 목표가 명확해야 하고 무분별한 개발은 제한돼야 한다. 한편 필자의 일터가 있는 인천은 팔색조와 같은 각기 다른 매력적인 168개(유인도 40개, 무인도 128개)의 아름다운 섬이 있다. 천혜의 자연 경관을 가진 인천 섬은 서두에서 언급했던 웰니스 관광객 니즈를 충분히 충족시킬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웰니스 관광뿐만 아니라 레포츠, 크루즈, 교육 및 워케이션 등 다양한 니즈까지도 충족시키기 위한 다방면의 활성화 전략이 필요하다. 필자는 파인&길모어(1999년)의 체험경제학(4Es) 모델을 중심으로 인천 섬 자원 활용 방안에 관한 연구에서 세계적 섬 관광 명소로서 멕시코 칸쿤과 전남 청산도를 소개한 바 있다. 또 인천 섬의 특성을 중심으로 크루즈 등 해양레저 관광으로 엔터테인먼트 체험, 서해 5도와 강화도 중심의 안보·평화의 섬 등은 교육 체험, 굴업도나 인천대교의 낙조 감상 등은 미적 체험, 덕적도 일원에서의 자전거(MTB·해변 경관 라이딩) 및 마리나(요트·보트)의 연안 레포츠는 현실도피 체험으로 해 인천 섬 관광 콘텐츠 개발을 제언한 바 있다. 백령도의 경우 워케이션 환경 구축과 함께 기업 주도형 및 개인형 전략 전술을 병행한다면 명실공히 국내외 다수가 찾는 ‘워케이션 섬’으로의 자리 매김이 가능할 것이다. 백령도는 국토교통부의 ‘도서 소형공항 건설사업’의 일환으로 향후 공항 건설이 예정된 만큼 향후 접근 취약점을 보완해 워케이션 섬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자연·인문·사회적 자원(기암괴석, 콩돌해안, 접경지역, 효녀심청 스토리 등)이 뛰어나며 인지도가 높기 때문에 워케이션 섬으로 적합하다고 본다. 백령·대청·소청도와 같은 인천의 먼 섬 활성화는 국가 영토 수호의 공익적 가치까지도 실현할 수 있다. 워케이션(Workation)은 워크(Work)와 베케이션(Vacation)의 합성어로 여행지에서 업무와 휴가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새로운 근무 형태다. 글로벌 기업 구글을 비롯해 우리나라에서는 LG유플러스, SK, 롯데, 네이버 외에도 많은 기업에서 도입하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전략 수립 및 실행이 인천 섬을 ‘잠시 머무는 섬’이 아니라 ‘살고 싶은 섬’으로의 강력한 경쟁력을 가지는 데 일조해 글로벌 관광 명소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잎을 관상하는 관엽식물로 잎이 가죽질이면서 밀랍이 덮인 듯한 로제트 형태로 아름답다. 다양한 원예품종이 나와 있으며 특히 잎에 가로줄의 흰 무늬가 있는 것이 인기다. 우리나라에서는 모두 실내 분화용으로 재배되고 있으며, 식물원 같은 곳에서는 야간 온도가 15도 이상 유지되는 유리 온실에서 이용된다. 이 식물을 잘 키우려면 생육 적온(25도 내외)의 유지와 함께 뿌리 부분의 통기성이 좋도록 바크처럼 공극이 많은 용토를 쓰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배치한다. 파인애플과에 속하는 아나나스류의 일종이며 상록다년생 식물이다. 고향은 멕시코 남부, 아메리카 중부 및 남부 등의 산림 숲속이다. 지구상에 200종 가까이 분포한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