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사 넘기라고 공무원이 협박? 안산시 이상한 행정

경찰이 안산시 공무원과 민간 공사 업체 관계자를 검찰에 송치했다. 공무원에게 적용된 혐의는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및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방조다. 업체 관계자는 건설산업 기본법 위반 혐의 등이다. 이들의 혐의는 생존수영장 공사 관련이다. 에어돔, 관리동, 수영장, 파도풀 등이 갖춰진 안산시 사동의 시설이다. 195억원의 많은 혈세가 투입됐다. 구상 단계부터 전국 최초의 생존수영장 건립이라며 큰 기대를 받았었다. 경찰은 구체적인 혐의에 대해서 발표하지 않았다. 그 대신 앞서 한 업체가 경찰에 제출한 고소장 내용이 알려져 있다. 주된 고소 혐의는 공무원의 공사 포기 종용과 특정 업체 하청 유도다. 업체는 전자입찰 방식으로 선정됐다. 의혹을 제기한 것은 수영장 조성 공사에 낙찰된 업체다. 담당 공무원이 공사 포기를 강요했다는 정황이 담겨 있다.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 “다른 업체에 주고 싶으니 공사를 포기하라”는 내용이다. 공사는 결국 공무원이 지목한 업체로 넘어갔다. 원청자는 계약금의 일부를 이익금 명분으로 받았다. 고소인은 “명의만 내 회사였고 공사는 (공무원이 지명한) 회사가 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공무원은 “그렇게 처리한 적이 없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조사를 벌인 경찰이 공무원과 업자를 검찰에 송치했다. 상당 부분 사실이 확인된 것으로 보인다. 황당한 행정이 개입된 공사는 부실로 이어졌고 폭설 피해를 입었다. 지난해 11월27일 에어돔 중앙부가 침하됐고, 에어돔 막재가 찢어졌다. 에어돔 내구 기준은 강수량 50㎝, 폭풍 시 내부 압력 80~100mmAq(최대 120mmAq)다. 당시 적설량은 43㎝였다. 당초 건축설계 제안 공모의 과업지시서에는 융설시스템 설치를 반영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실행 과정에서 무시된 사실이 확인됐다. 전국 최초라는 기대로 시작한 안산 생존수영장이 공무원·업자 입건, 부실시공과 시설 피해로 이어졌다. 흐름이 황당한 만큼 의문도 남았다. 수십억~수백억원에 달하는 대형 공사다. 업계에 지켜보는 눈이 많은 사업이었다. 그런 사업에 공무원이 버젓이 개입했다. 특정 업체에 주라며 회유와 협박까지 했다. 당연히 그럴만한 동기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부분이 명확히 설명되지 않고 있다. 금품이 대가였는지, 또 다른 지시가 있었는지도 알려진 바 없다. 검찰의 보완 수사에서 밝혀내야 할 부분이다. 아무래도 이게 끝이 아닌 것 같다.

[사설] ‘개점휴업’ 뇌혈관센터... 공공의료 지속가능 길은 어디에

공공의료원의 경영 악화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인천뿐 아니라 전국적 현상이다. 필수 의료진조차 채우지 못하니 의료 서비스 질이 떨어진다. 환자들이 덜 찾으니 경영이 더 어려워진다. 악순환이다. 인천의료원이 의료 서비스 향상을 위해 심뇌혈관센터를 새로 열었다. 독립 건물까지 마련한 의욕적인 사업이었다. 그러나 몇 달 되지도 않아 사실상 개점휴업에 직면했다. 전문의료진이 없어서다. 인천의료원 심뇌혈관센터는 필수의료 서비스 강화를 위한 투자였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146억원을 들여 지상 6층 규모의 별관동까지 지었다. 1층은 신경외과와 흉부외과 등 외래진료실이다. 3~ 5층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실 등이다. 이런 준비 끝에 지난해 12월 문을 열었다. 그러나 문을 연 지 2개월이 지나도록 전문의는 1명도 없다. 심뇌혈관센터를 이끌 심장내과, 순환기내과 전문의다. 인천의료원은 지난해부터 채용에 나섰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전문의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낮은 연봉, 열악한 근무환경 때문이다. 시중의 심장내과 전문의 연봉은 통상 4억원대 중반이다. 그러나 인천의료원이 제시한 연봉은 3억원대 중후반이다. 심장내과 등은 언제 응급수술이 발생할지 모르는 근무환경이다. 인천의료원 심뇌혈관센터의 채용 인원은 2명뿐이다. 12시간 근무 등 힘든 근무환경이 뻔해 전문의들이 외면한다는 것이다. 하는 수 없이 인천의료원은 그간 외부 전문의 파견으로 심뇌혈관센터를 이어왔다. 길병원 심장내과 전문의 3명이 매주 화·목요일 2일만 진료를 봤다. 그러나 파견 전문의들이라 약물 처방 정도에 그쳤다. 수술은 손도 대지 못하는 ‘반쪽짜리’ 심뇌혈관센터 운영이었다. 파견 진료도 이번 달로 끝난다. 길병원도 전공의 사태 이후 전문의 피로도가 심각하다. 불가피하게 파견 전문의 복귀를 결정한 이유다. 3월부터는 전문의가 아예 없는 심뇌혈관센터로 남는다. 많은 돈을 들여 센터를 짓고 장비를 사들였다. 환자가 찾아와도 맞아줄 의사가 없는 인천의료원 심뇌혈관센터다. 이런 경우 지방의회 등에서는 정부나 지자체의 충분한 재정 지원을 촉구한다. 그런다고 다 풀릴 문제는 아닌 것 같다. 20~30년 전만 해도 시립병원이나 도립병원이 적자 걱정은 하지 않았다. 의료 소비시장의 환경이 크게 달라진 것이다. 시립병원이든 대학병원이든 의료 소비자가 기꺼이 찾아야 지속가능하다. 공공의료원이 제3의 길을 찾아야 할 때라는 주장에 공감한다. 그나저나 연봉 3억원대 중반에도 의사를 못 구한다니. 의사가 부족한 것은 틀림이 없나 보다.

[김종구 칼럼] 김동연의 '반도체 사랑'에는 핵심이 빠졌다

김동연 경기지사에는 ‘반도체 도지사’라는 별명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의원이 지난해 붙여줬다. 그도 그럴 게 2022년 취임 이후 그의 반도체 행보는 특별했다. 네덜란드까지 날아가 3조원대 수출 합의를 이뤄냈다. 반도체 클러스터 지원을 위해 동분서주했다. 이런 의지가 집약된 것이 반도체 특별법 추진이다. 반도체 특구 조성, 팹리스 및 중견·중소기업 지원, 반도체 생태계 기금 조성 등이 전부 ‘김동연 구상’이다. 국민의힘(고동진案)과 민주당(김태년案)을 이끌어냈다. ‘반도체 도지사’는 이런 노력에 대한 별칭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산업이 몰려 있는 경기도다. 이런 경기도 수장에 주어진 별명이다. 흐뭇한 영예일 것이다. 그런데 요즘 헷갈리는 일이 있다. 정치로 번진 ‘주 52시간 예외’ 문제다. 사달은 17일 국회 소위에서 일어났다. 반도체 특별법 합의가 불발됐다. 핵심이 주 52시간 예외다. 여야 차이가 워낙 크다. 김 지사가 이 부분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유예 반대’다. 자신의 SNS에서 공개 표명했다. 표현이 거세다. “AI 기술 진보 시대에 노동 시간을 늘리는 것이 반도체 경쟁력 확보의 본질입니까. 시대를 잘못 읽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사흘 뒤에는 ‘주 30시간 기업’을 찾아가 격려했다. 마침 이재명 대표가 주 52시간 유예를 긍정 검토한다던 시기였다. 언론은 일제히 ‘보란 듯이 이 대표와의 입장 차이를 공개한 것’이라고 했다. 맞다. 주 52시간제는 문재인 정부 유산이다. 노동친화적 이념을 실현한 정책이다. 대통령 되려는 김 지사의 언덕도 친문(親文)이다. 정책 승계를 위한 정치적 선택일 수 있다. 그런 선택이라면 평할 건 없다.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반도체 도지사’라고 하니 따져는 볼 일이다. ‘주 52시간 유예’가 현재 국민의힘 주장인 건 맞다. 하지만 그 출발은 반도체 업계다. 업계에서 정치권에 보낸 지원 요청이다. 업계 목소리를 되짚어 보자. 지난해 11월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발표다. -신속한 기술 개발과 생산력 확보가 시급하다. 반도체 산업 내 설계 기업, 제조 기업, 소부장 기업 등의 업무 특성상 획일화된 근로시간 규제에 묶여 있으면 안 된다. 생산 분야도 수출 변동에 따른 근로 유연성이 절실하다-. 노동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 앞에서 밝힌 호소다. 그날 핵심은 이거 하나였다. ‘52시간 예외 적용’ 외엔 기사에 없었다. 그간 현장에서 나온 증언도 추려 보자. -반도체 R&D는 신제품 개발을 위해 6개월~1년의 집중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핵심 연구 인력은 대체 불가다. 최첨단 D램 개발이 근로시간 한도에 막혀 18개월이나 지연된 적도 있다. 대만 TSMC는 2023년 발열 문제를 두 달 만에 해결했지만 한국의 반도체 기업은 2022년 3월 발생한 발열 문제를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생산에서는 30% 납기 지연이 일상이 돼 버렸다-. 그제(18일) 아침, 삼성전자에 전화했다. ‘주52시간 유예 불발을 어찌 보는가’. “반도체산업협회로 물어봐 달라”며 말을 아낀다. 더는 안 물어봤다. 17일부터 ‘주 52시간 유예’는 정치 문제가 됐다. 업계는 다시 벙어리가 될 수 밖에 없다. 달포 전, 그 삼성전자의 고위 임원들이 국회에 갔더랬다. 의원실을 돌며 문건 하나를 전달했다. 제목은 ‘반도체 특별법 내 근로시간 유연화 관련’이었고, 내용은 “전체 5%에 불과한 연구원들이 일할 수 있게 해 달라”였다. ‘반도체 본질’은 그들이 잘 안다. 그들이 호소한 ‘주 52시간 유예’다. 김동연 지사도 12일 삼성전자를 찾았다. “힘을 실어주러 왔다”고 했다. 힘을 실어주려면 소원부터 들어줘야 하는거 아닌가. 소원의 선택은 업계가 하는 것이고.

[지지대] 키오스크에도 인정이 피어나길

요즘 식당이나 카페에 가면 가장 먼저, 자주 만나는 것 중 하나가 키오스크다. 우리말로 가장 유사한 걸 찾아보면 ‘무인 주문 기계’ 정도가 될 것 같다. 무인, 단어 자체에 사람이 없다. 사람이 없는 이 기계는 이상하리만큼 사람을 위축시킨다. 멀쩡히 잘 보이던 단어가 안 보이기도 하고,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쓰는 게 익숙한 필자에게도 누군가에게 쫓기는 듯한 초조함을 준다. 이런 감정은 어르신들일수록 더할 것이다. 오죽하면 키오스크에서 주문을 하지 못해 햄버거 하나 사 먹지 못했다는 어르신의 사연이 온라인을 달궜을까. 이런 글을 볼 때면 멀리 떨어져 사는 부모님이 떠오른다. 식사 후면 티타임이 일상인 분들인데, 그렇지 않아도 블렌디드에 프라푸치노 같은 어려운 말들 속에서 무인 주문 기계까지 만나 초조함을 느끼다 발길을 돌릴까 하는 걱정이다. 그러다 얼마 전 우연히 이런 장면을 봤다. 어르신 네 분이 카페에 설치된 키오스크 앞에서 어찌할 바를 몰라 초조해 하고 계셨고 점원들은 음료를 만드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때 그분들 바로 뒤에 선 한 학생이 “괜찮으시면 제가 좀 도와드릴까요” 하며 싱긋 웃었다. 그제야 어르신들의 얼굴에도 안도감 섞인 웃음이 번졌다. 상당한 시간을 기다렸음에도 줄을 선 이들 중 누구도 짜증을 내지 않았다. 무인 기계에 인정이 피어난 것이다.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오늘도 우리 앞에서 초조해할 어르신들이 단단하게 이 땅을 지켜 왔기에 새로운 문화라는 이름의 혜택을 우리가 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도 생각한다. 그래서 바라본다. “괜찮으시면 제가 좀 도와드릴까요. 저도 아직 어려워요”라며 웃어줄 수 있는 인정이 모든 키오스크에서 피어나길.

[삶, 오디세이] 내게 맞는 교회

하나님께서 사람을 지으실 때 부지런하기를 원하셨다. 그래서 게으르게 가만히 있으면 안 되도록 쇳덩어리를 가만히 두면 녹이 생기고, 땅을 가만히 두면 엉겅퀴가 자라고, 사람도 때가 되면 머리를 깎아야 하고 손톱을 손질하도록 창조하셨다. 나는 두 달에 한 번쯤 머리를 깎는다. 우리 동네는 시장 안에 남자 전용 미용실이 있다. 오랫동안 단골손님으로 이발을 했는데 어느 날 주인이 바뀌었다. 머리를 깎는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친하게 지냈는데 아는 언니가 호주에 있다고 했던 적이 있는데 호주로 이민을 갔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어느 날부터 낯선 미용사에게 머리를 맡기고 인사말을 시작으로 대화가 되지 않는 겉도는 말을 하면서 아직 친해지지 않은 어색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주일 예배를 앞둔 지난 주말, 때가 돼 단골 미용실을 찾았는데 문을 열기도 전에 밖에서 봤더니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어 뒤돌아 왔다. 마침 30년 넘게 운전하며 다니던 골목길에 보이지 않던 보조간판을 본 기억이 났다. ‘남자 전용 이발 구천 원’ 집으로 오던 발걸음을 돌려 새로운 미용실을 들어갔다. 연세 많은 아주머니가 힐끔 쳐다보며 자리에 앉아 기다리라고 하며 나 같은 아저씨 머리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잠시 후 내 차례가 됐다. “어떻게 깎아 드릴까요”라는 물음에 장난기 섞인 대답으로 “잘~ 깎아 주세요”라고 했더니 “뻗치는 머리라서 조금 다듬어 드릴게요”라면서 이미 현란한 손놀림의 가위질이 시작됐다. “조금만 다듬어 준다”는 말이 걱정돼 “그래도 한 달이나 두 달 후에 미용실에 올 수 있게 해 주세요”라고 수줍은 요구를 하나 더했더니 깎고 있던 머리는 더 짧아지기 시작했고 시간이 길어지게 됐다. 처음 만난 손님에게 온 신경을 써서 집중하고 있는 미용사에게 과감하고 정확하게 요구사항을 말씀드렸다. “저는 목사입니다. 잘 부탁해요.” 내가 목사라는 말에 잠시 멈추고 놀란 표정으로 어느 교회이며, 어디에 있는 교회인지, 교인은 얼마나 모이는지, 얼마나 오래됐는지.... 준비하고 있었듯이 질문을 쏟아냈다. 단골 미용실에서도 있었던 질문들이었고, 대부분 사람이 나를 처음 만나 나누는 대화이기에 스스럼없이 대답했더니 본인 이야기를 맨 나중에 했다. 자신도 예전에 교회에 다녔는데 쉬다가 다시 교회를 찾고 있다고. 그리고 주일 예배에 한 번 참석하겠다고 약속했다. 머리를 다 깎을 즈음 대화를 마무리하면서 솔직하게 대답했다. “교회는 이곳저곳 옮겨 다니면 안 됩니다. 본인에게 맞는 교회를 찾아 꾸준히 교회 생활을 해야 믿음이 자라고 유익한 신앙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알겠다고 대답하고 정말 주일에 일찍 교회에 와서 맨 뒷자리에서 예배를 드리고 갔다. 교회 뒤에 서서 성도들을 관리하는 아내에게 다음 주에 또 오겠다고 하고 갔다고 한다. 교회를 찾고 있는 그분에게 우리 교회가 잘 맞는 교회가 됐으면 좋겠다. 나는 그분과 약속을 했다. “뻗치는 머리지만 잘 다듬으면 멋집니다. 주일에 교회에 오셔서 확인하세요.” 그분은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고 갔을까. 내 머리만 바라보고 갔을까.

[천자춘추] 지역사회와 청소년 성장

지역사회는 일정한 지리적 범위 내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생활공동체를 의미한다. 이는 단순히 같은 지역에 거주하는 것을 넘어 사회적 상호작용이 이뤄지고 유사한 생활 방식과 문화를 공유하며 공동체에 대한 연대감을 형성하는 삶의 터전이다. 구성원들 간 유대감을 바탕으로 상호 협력하며 발전해 나가는 중요한 사회적 단위다. 과거에는 또래 친구들과 골목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마을 구성원들과 교류하며 성장하는 문화가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는 인구 감소, 도시개발, 핵가족화, 개인주의 확산 등으로 인해 이웃 간의 교류가 줄어들고 있다. 특히 입시 위주의 교육문화가 만연하면서 대다수 청소년은 하루의 대부분을 학교와 학원에서 보내고 있고 자연스럽게 그곳을 중심으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며 성장하고 있다. 청소년들은 지역사회 속에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소통하고 경험하면서 자신을 성장시킬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또 단순히 혜택을 받는 수혜자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활동을 경험하며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면 책임감과 주체성을 키우는 계기도 될 수 있다. 청소년 활동을 위한 지역사회 지원은 다양한 형태로 이뤄진다. 청소년 시설을 활용한 청소년 활동 공간 지원, 경제적 여건과 상관없이 많은 청소년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경제적 지원, 학교와 지역사회 연계, 기업 및 민간단체 협력 네트워크 구축, 공공기관 및 지자체 지원 등이 있다. 다양한 형태의 지원과 연계해 청소년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면 청소년들은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경험을 바탕으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이처럼 지역사회와 청소년이 상호 작용하며 함께 성장하는 과정은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며 건강한 지역사회 발전의 기반이 될 수 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이는 청소년들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가정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더 나아가 우리 사회 전체가 청소년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공감하는 환경을 조성할 때 청소년들이 마음껏 활동하고 성장할 수 있는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읽기] 소비자리뷰, 정보의 생산자

일반적으로 리뷰는 특정 대상 및 주제에 대해 소개하거나 평가하는 비평의 한 형태다. 정보통신기술 발전과 온라인 쇼핑이 증가하면서 소비자가 제품 및 서비스 경험에 대한 피드백과 자신의 의견을 남기는 소비자리뷰는 방문 및 사용 후기, 별점, 추천, 댓글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불특정 다수의 잠재 소비자에게 영향을 미치며 그 가치와 파급력이 커지고 있다. 소비자는 구매 관련 정보탐색 과정에서 가장 비상업적 정보인 다른 소비자들이 생성하는 정보를 가장 신뢰한다. 기업이 광고의 형태로 제공하는 상업적인 정보보다 실제 경험을 토대로 한 소비자 리뷰를 보다 빠르고, 생생하고, 설득력 있고, 유용하며, 시간과 비용 낭비의 위험을 줄여줄 수 있다고 믿어 최종 구매 선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즉, 소비자리뷰는 제품에 대한 사전 진단 능력을 향상시킨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부정적 내용을 담은 정보가 긍정적 정보보다 위험 감소의 효과가 있어 정보가치가 더 높게 평가되기도 한다. 디지털경제 시대에서 플랫폼 중심으로 소비자의 구매 채널 이동이 가속화되면서 소비자가 창출하는 정보들은 거래 과정에서 신뢰를 구축하는 메커니즘 역할을 한다. 소비자가 제품 사용 후 만족·불만족 등에 대한 의사 표현, 주관적인 반응, 의견 등은 사업자와 소비자 간의 정보 불균형 문제를 해소할 뿐만 아니라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고 불공정 행위를 시장에서 배제하는 기능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유튜브 및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소통되는 일부 리뷰 콘텐츠가 지나치게 상업화되거나 거짓, 과장, 은폐, 조작 혹은 보복성 성격을 띠는 등 정보가 자극적으로 변질되기도 한다. 익명이나 닉네임 등 가명으로 제공되는 소비자리뷰의 특성상 리뷰 대행업체를 통한 가짜 리뷰 작성, 리뷰 갑질 사건, 리뷰 이벤트를 통한 평점 조작 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소상공인들에게 블랙컨슈머가 남기는 악성 소비자리뷰는 매출과 직결돼 억울하게 누명을 쓰거나 이미지 추락 등으로 폐업하는 사례가 목격되기도 한다. 이제 소비자리뷰, 댓글은 일종의 문화 및 미디어 콘텐츠다. 다수의 사람이 소비에 대해 주고받는 글쓰기 문화다. 제품 및 서비스에 경험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정직하고,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정보활동은 플랫폼 경제에서 정보의 생산자로서 공정한 거래와 경쟁을 촉진할 힘이 있다. 정보 부족으로 인한 불공정 거래에 투명성을 더해 주는 사회적 책임을 실천할 수 있는 윤리적 소비활동의 일환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소비자의 권리와 책임을 이해할 수 있는 소비자교육 프로그램이 확대돼야 한다.

[경기만평] 최면...

[사설] 경영인 구속에 발목, 52시간 규제에 발목

경기도는 반도체 산업의 중심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본산이다. 지역 생산성의 비중도 압도적이다. 이런 경기도가 접한 실망스러운 소식이다. 반도체 특별법이 소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핵심은 ‘주 52시간 근로제’의 예외 문제다. 여당은 예외조항을 특별법에 담자고 요구했다. 업계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야당은 세제 지원 등을 우선 통과시키자고 했다. 근로시간 예외가 다른 분야로 확대될 수 있음을 경계했다. 결국 진통 끝에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추후 논의를 계속하기로 했다. 하지만 여야의 이견이 좁혀질지는 알 수 없다.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가 시작됐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민주당을 비난했다. “(엔비디아와 TSMC 등) 경쟁국이 밤낮으로 뛰고 있는데 우리만 주 52시간제에 묶여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겨냥했다. “불과 2주일 만에 (유연성 확보 입장을) 바꿨다”고 비판했다. 안철수 의원도 “이재명의 경제 정책은 씹다가 버리는 껌인가”라며 비난했다. 뛰겠다는 연구원들의 뒷다리는 잡지 말라고도 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가 직접 반박에 나섰다. 특별법에서 중요한 것은 지원 조항이라고 밝혔다. “여야가 모두 합의했다”며 우선 처리를 주장했다. 국민의힘 주장을 ‘무책임한 몽니’로 규정했다. 계엄으로 국가 경제를 망쳤다고도 했다. 여야의 논리에는 공통점이 있다. 반도체를 빌미 삼은 정치 공세다. ‘근로시간’과 ‘세제 지원’의 방점을 서로 달리 찍고 있다. 한쪽을 편들 이유가 없다. 다시 한번 업계의 목소리를 전한다. 지난해 11월의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입장이다. 정부에 대한 건의 형식으로 제시됐다. 신속한 기술 개발과 생산력 확보가 시급하다고 했다. 반도체 산업 내 설계 기업, 제조 기업, 소부장 기업 등의 업무 특성상 획일화된 근로시간 규제에 묶여 있으면 안 된다고 했다. 생산 분야도 수출 변동에 따른 근로 유연성이 절실하다고 했다. 업계 요구가 ‘52시간 예외 적용’에 있음이 틀림없다. 안 그래도 대한민국 반도체는 내부에서 휘둘리고 있다. 얼마 전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무죄’가 있었다. 10년간 19개 혐의로 수사하고 재판했다. 1,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국민적 비난이 빗발쳤다. 그런데도 상고했다. 여전히 반도체 책임자를 재판에 묶어 놨다. 미국, 유럽, 일본, 중국의 반도체 지원책이 남의 얘기다. 사법과 정치가 반도체 발목을 잡고 있는 우리다. 이쯤 되면 망하지 않는 게 용하지 않나. 특별법은 통과돼야 한다. 각종 지원 정책도 포함시켜라. 주 52시간 제외도 포함시켜라. 그런 특별법이라야 반도체가 회생한다.

[사설] 빚내 사옥 옮기는 iH... 민간기업이면 못한다

인천도시공사(iH)의 사옥 이전을 두고 말이 많다. 안 그래도 많은 경영부채에 다시 빚을 보태는 격이다. 인천시의 공공시설 재배치 계획에 따른 사옥 이전이다. iH는 오는 9월 준공하는 루원복합청사로 옮긴다. 이를 위해 막대한 금액의 공사채를 발행해야 할 처지라고 한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현재 iH는 부채중점관리 대상 기관이다. 빚을 내 사옥을 옮겨 가는 게 과연 합당한지. iH가 오는 9월 준공하는 제2 루원복합청사로 이전하기 위해 해당 건물을 매입한다. 이 비용 조달을 위해 iH는 820억원의 공사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청사 이전에 따른 비용도 20억원이다. 구사옥-신사옥 정산 과정도 복잡하다. 먼저 iH가 루원복합청사 토지·건물값 1천770억원을 시에 지불한다. 시는 iH에 토지가 700억원을 현물 출자한다. 이후 시 종합건설본부와 도시철도본부가 iH의 구사옥을 250억원에 매입, 입주한다. iH의 지난해 부채 규모는 6조205억원으로 부채비율이 195.6%에 이른다. 각종 개발 사업을 위한 토지보상 등으로 2028년에는 부채가 6조3천억원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부채비율도 209%로 올라간다. iH는 부채비율이 200%를 초과하면 법인 출자한도가 줄어드는 불이익을 받는다. 이런 가운데 사옥 매입을 위해 공사채까지 발행해야 하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iH의 재정 악화가 앞으로의 주요 사업 차질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인천시의회에서 iH의 사옥 이전에 대해 혈세 낭비라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 사옥도 아무 문제 없이 멀쩡하게 잘 쓰고 있는데 굳이 빚을 내 루원청사를 사는 게 맞느냐는 것이다. 동시다발적 공공시설 이전 과정에서 수백억원의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이에 대한 iH나 시의 입장은 그저 원론적이다. 현 사옥 건물이 지어진 지 30년이 넘었다고 했다. 루원시티가 인천시의 주도 사업 지역이라 사옥을 이전하면 일대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인천의 더 큰 미래 발전을 위한 이전이라고도 했다. 인천시는 시 산하 공공기관의 분산 배치에 따른 비효율을 막기 위해 재배치를 추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공기업의 맹점은 오너십이 없다는 점이다. 흔히 시민이 주인이라지만 그럴 수는 없다. 그러나 공기업의 과도한 부채만큼은 시민의 짐으로 돌아온다. 앞으로 iH의 경영이 호전돼 부채 걱정을 덜 수도 있을 것이다. iH는 현재 5개년 재무관리계획까지 세워 부채 감축에 나서고 있다. 이런 판에 빚에 빚을 얹어 사옥 이전이라니. 민간기업이라면 하지 않을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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