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기억과 기념

맥켄지의 기록에 의하면 그들은 모두 18세에서 26세 정도의 청년이었다. 영리해 보이고 용모가 단정한 한 청년은 아직도 한국 정규군의 구식 제복을 입고 있었다. 다른 이들은 군복 바지를 입었고 이들 중 두 사람은 흐느적거리는 낡아 빠진 한복차림이었다. 가죽 구두를 신고 있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설마 이 사람들이 몇 주 동안이나 일본군에 항전할 것을 선언해 온 사람들이라니!’ 1907년 경기 양근군(현재 양평군) 인근에서 의병을 만난 종군기자 맥켄지는 1년 뒤 ‘대한제국의 비극’에 글로 옮겼다. “군인(의병)의 영롱한 눈초리와 얼굴에 감도는 자신만만한 미소를 봤을 때 나는 확연히 깨달은 바가 있었다. 적어도 그들은 자신의 동포들에게 애국심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이 가운데 우리가 이름을 아는 이들은 없다. 무명의 의병들은 나라를 뺏긴 역사와 맞서며 역사를 이어갔지만 역사의 뒤안길에 묻혔다. 이처럼 국가를 위해 희생했으나 기억되지 못한 한말 무명의병을 재조명하고 기념하는 작업이 경기도에서 시작됐다. 1895년 을미의병이 봉기된 이후 본격적으로 의병전투가 시작된 경기도에서 나선 의미 있는 일이다. 경기문화재단 경기역사문화유산원은 12일부터 3주간 매주 수요일 ‘강산의 의로운 장부들: 대한제국기 경기도 무명의병은 누구인가’를 주제로 역사문화강좌를 진행한다. 또 의병과 관련된 실태조사와 무명의병 기념을 위한 중장기 계획이 마련될 예정이다. 한 세대가 태어나기 전에 있었던 과거의 역사적인 사건은 기억할 수 없다. 하지만 윗세대에서 내려오는 기념을 통해 과거의 사건은 재생되고 현재를 성찰하게 한다. 기념은 과거를 현재화하는 힘이 있다. 반복된 기념은 전통이 돼 현재와 미래의 공동체에 정체성과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한다. 광복 80주년과 을사의병 120주년, 을미의병 130주년을 맞은 올해다. 우리가 잊고 있던 이들의 희생과 숭고한 가치가 현재에 어떤 질문을 던질지, 어떤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할지 자못 궁금해진다.

[천자춘추] 진료정보 열람서비스

누구나 한 번쯤은 내가 무슨 약을 먹고 있는지, 내가 앓았거나 앓고 있는 질환이나 기존에 받았던 수술 및 치료의 정확한 명칭이 필요한 상황이 있다. 필자의 경우 혈압·당뇨약을 드시는 부모님과 국내 여행을 간 적이 있었는데 중간에 약이 떨어지는 바람에 근처 병원을 방문했다. 계속 복용하시던 약이지만 부모님도 필자도 그 약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다. 하지만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중에 부모님 핸드폰에 심사평가원에서 제공하는 모바일 앱(건강e음)을 설치하고 ‘내 진료정보 열람’을 통해 확인한 처방조제 정보를 의료진에 제공해 기존에 복용하던 혈압·당뇨약을 무사히 처방받을 수 있었다. 이 외에도 심사평가원의 내 진료정보를 조회할 경우 도움이 되는 다양한 사례가 있다. 응급 상황으로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 투약 이력과 병력·수술 및 처치 이력을 의료진에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어 의료사고를 예방하거나 사보험에 가입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건강 상태 확인을 위해 본인이 활용하는 예도 있겠다. 심사평가원에서 제공하는 ‘내 진료정보 열람’ 서비스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스마트폰이나(모바일 앱 건강e음 설치) PC(심사평가원 홈페이지 접속)를 통해 지난 5년간 받은 진료에 관한 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로 간편인증 등의 본인인증 후 병원이나 약국 방문 없이 즉시 정보 확인이 가능하다. 제공 정보는 기본진료정보(진료일, 병의원 이름, 진료과, 주상병명 등), 처방조제정보(처방·조제기관, 약 이름, 성분명, 투여량 등), 세부진료정보(진찰료, 검사료 등 구체적 진료항목 등)로 구분된다. 다만 병의원에서 심평원에 건강보험비용을 청구해야만 기록이 남으므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의 진료정보는 확인할 수 없으며 청구 절차에 소요되는 기간을 고려할 때 통상 3개월 정도 시차가 존재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예를 들어 2024년 8월의 진료 정보를 의료기관에서 9월1일 청구 시 통상적으로 2024년 10월27일 이후 열람 가능하다. 이제 ‘내 진료정보 열람’ 서비스를 알게 된 독자들이 모바일앱(건강e음)을 설치해 한 번쯤 시험 삼아 사용해 보길 바란다. 본인뿐 아니라 필자의 경험처럼 부모님에게도 분명 도움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는 지금] 트럼프와 미국 패권의 미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과격 정책이 이어지면서 지구촌 차원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필요하다고 하지만 오히려 미국을 포함해 지구촌 전체의 안정과 번영의 기반 요소를 스스로 파괴하는 행동으로 보인다. 미국이 이런 식으로 정책을 추진할 경우 미국 주도의 단일 국제질서가 붕괴되고 다극체제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게 된다. 동맹국 괴롭히기, 독재국가 지도자와 친선 관계 추구, 자유무역을 훼손하는 관세전쟁 유발, 제국주의적 영토 확장 야욕 노출, 다자협력기구 탈퇴, 미국 공공외교 자산 사실상 폐기 등 국제질서 유지 시스템과 국가 번영 시스템을 훼손하고 있으니 그런 우려가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그렇지만 트럼프 대통령 정책 비판이 미국의 패권 상실 전망으로 이어지는 것은 과도하다. 그럴 가능성이 존재하지만 현실적으로 그 가능성은 크지 않다. 우선적으로 트럼프 대통령 정책은 길어야 3년 반, 짧으면 1년 반 이상 이어지기 어렵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어쩌면 올해가 지나가기 전에 트럼프 행정부 정책 기조가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트럼프의 정책이 미국에 손해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정책은 과거 18세기와 19세기 유럽에서 작동했던 세력균형 시대의 정책으로 전형적인 시대착오적인 산물이다. 1648년 베스트팔렌조약 이후 유럽에서는 다수의 강대국이 경쟁하면서 세력균형 전략에 집중했다. 마치 기원전 770년부터 기원전 221년까지 중국에 존재했던 춘추전국시대와 유사한 국제질서가 형성됐다. 스페인, 프랑스, 네덜란드, 영국 등이 강대국 경쟁에 참여했고 20세기를 전후해 독일, 러시아, 미국도 강대국 경쟁에 뛰어들었다. 당시에도 패권국 개념이 존재했지만 상대적으로 가장 강한 나라라는 의미가 컸다. 패권국 개념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세계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로 양분되면서다. 미국과 소련이 두 진영의 패권국이 됐고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미국은 유일한 패권국이 됐다. 정리하면 지난 400여년 동안 국제질서가 오극체제에서 양극체제를 거쳐 단극체제로 변한 것이다. 패권국은 국제질서 유지 등 공공재를 제공하면서 무료 봉사를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국제 규범을 자국에 유리하게 설정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챙긴다. 지난 30여년간 미국은 신자유주의 접근법을 기반으로 세계화를 주도하면서 매년 평균 경제성장률 3.8%를 기록했다. 미국 기업들은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중국과 한국, 대만을 상품 제조 기지로 활용하면서 지구촌 범위에서 부익부 시스템을 관리해온 것이다. 트럼프의 정책은 미국의 번영을 보장하는 대규모 장치를 스스로 파괴하고 상호 의존이 심화된 시대에서 국익 보전에 필수적인 공공외교 지침을 위반하는 것으로 국가 이미지 추락에 이어 국가 발전을 저해할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미국이 쇠퇴의 길을 걷는다 해도 패권 상실로 바로 연결되지 않는다. 흔히 중국이 미국을 대체할 후보로 언급되지만 중국이 현재 겪고 있는 국가적 균열 위기와 혼란을 수습하고 미국에 버금가는 국가 역량을 구축하려면 적어도 2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 사이 트럼프의 자충수 정책에 불만을 가진 미국 내 엘리트 그룹과 기업인들이 세계 최강의 경제력과 기술력, 군사력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패권 회복 프로그램을 작동할 것이다. 자본주의 또는 신자유주의 작동 원리 가운데 자기 수정 요소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와 기업, 지식인 엘리트들도 트럼프 패닉에 빠지기보다는 미국의 거대한 기득권 세력이 추진하는 새로운 패권 운영 시스템을 예상하고 가능한 범위 내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물론 한국은 독자적인 국익 계산과 전략을 갖고 있어야 하고 다극 질서를 전제로 하는 외교 전략도 철저하게 준비하는 것도 플랜B 차원에서 당연한 것이다.

[세상읽기] 한의학과 AI, 미래 의료 경쟁력을 높이다

전통 한의학은 선사시대로부터 수천년간 인류의 건강을 지켜온 중요한 의학 체계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현대 의료 시장에서 객관적 검증의 부족, 표준화의 한계 등의 이유로 한의학의 경쟁력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인공지능(AI)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한의학이 새로운 도약을 할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최근 AI 스크리닝 기술이 신약 개발에 혁신을 가져오고 있다. 기존 신약 개발은 막대한 비용과 오랜 시간이 소요되지만 AI를 활용하면 방대한 데이터를 신속히 분석하고 최적의 후보물질을 찾아내는 것이 가능하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은 AI를 이용해 기존 항생제보다 더 강력한 신약 후보군을 발굴하는 데 성공했으며 IBM 왓슨헬스도 AI를 활용한 암 치료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들은 AI가 전통적인 신약 개발 프로세스를 혁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는 빠르게 성장하는 전통의약 시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세계 전통의약 시장 규모는 5천186억달러이며 2027년까지 7천682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성장률은 8.2%에 달한다. 특히 세계 천연물 의약품 시장의 경우 2019년 314억4천만달러 규모이며 2026년까지 413억5천만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투유유 교수가 전통 중국 의학에서 사용된 한약재 개똥쑥에서 항말라리아 치료제 아르테미시닌(Artemisinin)을 찾아내 201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지만 190회 이상의 실패를 포함해 수많은 수고와 시간을 사용한 결과다. AI가 연계돼 전통 한의학 약재와 치료에 관한 현대 의학적 해석을 연계해 준다면 이러한 수고와 시간의 낭비 없이 수많은 신약이 탄생할 것이다. 한의학과 AI의 융합은 의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일 뿐만 아니라 전통의학과 현대 과학이 조화를 이루는 모델이 될 수 있다. AI가 한약재의 효능을 분석하고 복합 처방을 최적화함으로써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특히 AI 기반의 개인 맞춤형 한방 처방이 가능해지면서 환자의 유전자 정보, 생활 습관, 기존 병력을 분석해 보다 정밀한 치료 체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단순한 연구를 넘어 한의학의 실질적인 임상 적용 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단계다. 그러나 이러한 혁신에도 불구하고 AI 신약 개발에는 한계와 해결해야 할 문제도 존재한다. 그 능력과 정확도가 찾아내는 데이터에 의존하는 AI의 특성이 있기 때문에 데이터의 편향은 위험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로 인해 AI가 일반적인 환자에 대한 잠재적 위험성은 간과하고 특정한 유형의 환자에게만 효과적인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다. 한의학의 경우 AI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방대한 양의 임상 데이터가 필요하지만 현재 한약재의 분자적 작용 기전이나 장기 복용에 대한 연구 데이터는 충분히 확보되지 않고 있다. 다국적 임상 데이터 부족 문제도 글로벌 시장 진출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학계, 산업계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AI 기반 한의학 연구를 체계적으로 지원할 환경을 구축하고 연구소 및 대학에서 AI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 또 한의학 연구소와 글로벌 바이오·헬스케어 스타트업 간 협업을 강화해 AI 기술을 적용한 한의학 솔루션 개발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특히 중국과 일본에서 AI를 활용한 전통의학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한국도 국제 협력을 통해 연구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웰니스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자연 기반 치료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AI를 활용해 한약재의 유효 성분을 규명하고 이를 국제 표준에 맞춰 개발한다면 한의학은 세계적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는 의료 체계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기술의 발전이 한의학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그리고 우리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전통을 지키는 것만으로는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 이제 우리는 AI와 함께 한의학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한다.

[경기만평] 이럴수도...?

[사설] 유시민의 ‘2등 김동연’ 혹평, 본인 대망론 띄우나

유시민 작가의 김동연 경기지사 평가가 혹독하다. 지난 5일 한 유튜브에서 밝힌 논평이다. “이분(김동연)은 그냥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서 지사 된 사람”이라고 했다. ‘단일화감도 아닌데’ 들어와 공천받아 경기도지사 된 것이라고도 했다. 이 대표 지지자들이 밀어줘 ‘겨우겨우 이긴 것’이라는 표현도 썼다. 그러면서 “저렇게 사법리스크 운운하는 것은 배은망덕한 것”이라고 했다. 정치인에 치명적인 ‘배신자 프레임’ 씌우기다. 다른 잠룡에 대한 평가도 있었다. 김부겸 전 총리에 대해서는 “역량 넘는 자리를 이미 하셨다”며 “책 많이 읽으시라”고 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에 대해서는 “착한 2등이 되는 전략을 써야 한다”며 “최근에 그 기회를 반 넘게 상실했다”고 했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에 대해서는 “지지층에게 가위표가 났다”며 “다른 직업을 모색해 보는 게 좋다”고 했다. 평가가 하나같이 부정적이긴 하지만 김 지사 평에서 유독 가혹하다. 김 지사를 혹평한 이유가 뭘까.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김 지사 싹수 자르기다. 현재 야권에서 대선 후보는 이재명 대표 독주다. 이와 한참 거리를 두고 잠룡들이 있다. 이 대표가 대선에 출마하면 다른 잠룡의 의미는 없다. 문제는 사법리스크 현실화로 출마가 어렵게 되는 경우다. 그 구도에서는 김동연 지사가 앞 쪽에 위치해 있다. 여기에 충청 출신이라는 지역적 기대치도 있다. 이런 ‘가능성’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또 다른 이유도 거론된다. ‘이재명 지분 넘겨받기’다. ‘김동연 도정’이 ‘이재명 도정’과 자주 부딪혔다. 그때마다 이재명 지지자들이 거칠게 공격했다. 공격 논리가 바로 ‘배신자 프레임’이다. “이재명 덕에 도지사 됐는데 배은망덕하다”는 유 작가의 표현이 그 논리 그대로다. 이재명 지지자들의 분노를 시원하게 대변하려는 유 작가의 셈법이 어른거린다. 여기에 김 지사는 당내 지분도 없다. 밀어붙이기 쉬워 보였을 수도 있다. 유 작가 출마설이 있다. 지난해 11월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1심 판결이 있었다. 당선무효형이 나왔다. 그 즈음 정치권에 나돈 찌라시가 있다. 이해찬 등 원로 그룹에서 구상하고 있다는 차선책설(說)이다. 유 작가의 이름이 거기 등장한다. ‘유시민을 대안으로 대선을 치르고 이재명 대표를 사면해 차차기를 준비한다’는 내용이다. 계엄·탄핵 정국이 시작되면서 사라졌는데 유 작가의 ‘잠룡 평가’로 그 시나리오가 다시 복기됐다. 유 작가의 발언 직후 여론조사가 있다. 리얼미터가 6~7일 조사한 자료다. 범진보 진영 1위는 이재명 대표로 40.8%다. 2위가 김동연 지사로 7.7%다. 김부겸(6.5%)·김경수(4.5%) 등도 의미 있는 지지율을 기록했다(자세한 내용은 선관위 홈페이지에 있다). 유 작가는 ‘이재명 중심’을 강조하며 잠룡들을 공격했다. 하지만 현실은 ‘포스트 이재명’ 논쟁에 되레 판을 깔아준 꼴이 됐다. 그리고 본인 등판설도 거기 등장했다.

[사설] 적자 누적 인천 새마을금고... 전문경영인에 키 맡겨야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새마을금고가 빛을 발했다. 대형 은행들이 줄줄이 쓰러지던 때다. 높은 신인도로 새마을금고조합원 신규 가입이 쇄도했다. 농촌공동체의 계(契)나 두레 등에서 시작, 1970년대 새마을운동의 금융 창구이기도 했다. 오는 3월5일 첫 전국 동시 새마을금고이사장선거가 치러진다. 근래 들어 불거진 경영상의 여러 난맥상에 따른 변화다. 내부횡령·배임·사기 등이 잇따랐다. 직장 내 갑질, 사적 채용 등까지 겹쳐 우려를 자아냈다. 이런 가운데 인천지역 새마을금고 적자 규모는 갈수록 불어나고 있는 중이다. 인천지역 새마을금고의 전체 적자 규모가 반년 사이 4배 급증했다. 주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화에 따른 손실이다. 인천 새마을금고 53곳의 2024년 상반기 정기공시 결과다. 당기순손실이 모두 705억원이다. 2023년 하반기 175억원 대비 530억원 더 늘어났다. 6개월 사이 적자가 4배 규모로 불어난 것이다. 53곳 중 적자를 낸 금고 수도 늘었다. 2023년 하반기 11곳에서 40곳으로, 역시 4배 수준이다. 네 곳 중 세 곳은 적자를 안고 있다는 얘기다. 가장 심각한 북인천새마을금고는 192억원 적자였다. 부실채권 현황을 보여 주는 고정이하여신비율도 악화일로다. 11.34%로 반년 사이 2.27%포인트 높아졌다. 금융당국은 이 비율의 가이드라인을 8% 이하로 정해 놓았다. 도화1동 새마을금고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023년 하반기 18.16%였다. 그러나 6개월 사이 23.59%로 뛰었다. 서일새마을금고도 17.95%에서 22.26%로 악화했다. 부동산 경기 악화 속 PF 연체가 가장 큰 요인이다. 이 손실을 감당하려 금고들마다 대손충당금 쌓기에 바쁘다. 적자폭이 커질 수밖에 없다. 2024년 상반기 현재 인천 새마을금고의 대손충당금이 모두 3천198억원에 이른다. 반년 사이 20% 늘었다. 새마을금고의 부실 경영은 조합원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 조합원 출자에 대한 배당금 급감 등이다. 최근의 경영 악화를 감안, 행정안전부도 적자 금고에 대한 배당 제한 이행명령을 내놓았다. 적자 금고는 조합원 배당을 줄이거나 아예 하지 않을 수도 있다. 부실채권이 쌓여 있으니 적자 탈출이 쉬운 일이 아니다. 이번 동시선거에서 자산 2천억원 이상 금고는 회원이 직접 이사장을 뽑는다. 첫 직선제다. 그간에는 대의원 간선제로 비전문가 이사장들이 많았다. 부실채권을 해결해 자산건전성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전문경영인이 키를 잡아야 할 것이다. 새마을금고의 새로운 60년 역사를 좌우할 선거로 보인다.

[지지대] ‘딥시크’ 통한 역사 왜곡

먼저 한국어로 물었다. “동북공정이 정당한가”. 그랬더니 “주변 국가와의 역사적 해석 차이로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런데 중국어로 질문하니 정반대의 대답이 나왔다. “중국 동북지역 활성화를 위한 정당한 이니셔티브. 중국 이익에 부합하다.” 김치 원산지를 한국어로 입력했다. “한국의 문화와 역사가 깃든 대표적인 음식”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하지만 영어로 물으면 “한국과 관련이 있음”이라며 답변이 모호했다. 중국어로 질문하면 “원산지는 한국이 아닌 중국”이라며 사실과 다른 정보를 내놓는다. 단오절이 어느 나라의 명절이냐는 질문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어로 물으면 “한국의 전통 명절”이라고 응답했다. 하지만 중국어로 물으면 “중국의 전통 명절”이라며 전혀 다른 답변을 내놓는다. 국가정보원이 중국 기업이 출시한 생성형 AI(인공지능) ‘딥시크’에 중국어로 물었을 때 나온 결과라며 공개한 답변이다. 다만 국정원은 문제의 딥시크 질의응답 요약본을 제시했을 뿐 구체적인 앞뒤 맥락이 담긴 원본은 공개하지 않았다. 생성형 AI는 질의와 응답 흐름에 따라 답변이 달라진다. 국정원은 딥시크의 편향적 답변, 또 과도한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중국 정부가 언제든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보안에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한국을 비롯한 각국이 정보 유출 우려로 ‘딥시크 주의보’를 내리면서 이용자 수가 급감하고 있다. 전 세계 딥시크 웹사이트 방문자 수는 지난 5일 기준 2천944만명을 기록했다. 딥시크 방문자 수는 최신 AI 모델 공개 이후인 지난달 28일 4천900만명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각국이 사용 제한에 나서자 2천383만명으로 고점 대비 반 토막이 났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28일 19만1천556명에서 지난 4일 7만4천688명으로 급감했다. 중국의 우리의 역사 왜곡이 인공지능을 통해서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남의 나라 일처럼 팔짱만 끼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인천시론] 새해의 윷놀이

설이 지나고 곧 대보름이다. 요즘은 뜸해졌지만 예전에는 설 무렵이면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하는 ‘까치 까치 설날’ 노래를 많이 불렀다. 그런데 이 노랫말 속의 ‘까치’는 날아다니는 새가 아니라. ‘작은’이라는 뜻의 우리 옛말 ‘아츤(앛+은)’의 발음이 바뀐 단어다. 따라서 ‘까치 까치 설날’은 ‘작은설(아츤설)’, 즉 섣달그믐을 말한다. 그리고 ‘우리 우리 설날’은 ‘큰설날’이라고도 불렸던 ‘설날’, 즉 정월 초하루다. ‘설’은 나이를 말하는 ‘살’에서 나온 말이다. 설이 지나면 한 살을 더 먹으니 ‘살’과 ‘설’은 같은 말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뜻이 갈라져 지금과 같은 차이를 갖게 된 것이다. 이는 오늘날 짐승의 숫자를 세는 데 쓰는 단어 ‘마리’가 원래 사람의 ‘머리’와 같은 뜻이었다가 모음 ‘아’와 ‘어’의 차이 때문에 뜻이 조금 갈라진 것과 똑같은 경우다. 이 기간, 곧 설부터 대보름까지 예전 우리 선조들은 윷놀이를 즐겼다. 요즘은 윷놀이를 아무때나 하지만 처음에는 이 시기에만 하는 놀이였다고 한다. 이는 윷놀이가 본래 놀이보다는 한 해를 시작할 때 농민들이 모여 그해 농사의 결과를 점치던 일종의 민속점(民俗占) 성격이었기 때문이라고 학자들은 보고 있다.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는 않았겠지만, 편을 갈라 경기를 해서 이기는 쪽의 농사가 더 잘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놀이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기간이 지나면 윷놀이를 안 했는데 차츰 그런 점술(占術) 성격이 없어지면서 언제나 즐기는 민속놀이가 됐다고 한다. 윷놀이가 언제 생겼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지만 윷놀이에서 사용하는 사위의 이름 ‘도, 개, 걸, 윷, 모’는 우리 고대 국가인 부여(夫餘)의 벼슬 이름에서 나왔다는 견해가 유력하다. 즉, 부여의 관작(官爵)이었던 저가(豬加), 구가(狗加), 우가(牛加), 마가(馬加) 등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이들은 각각 동물과 연결돼 있는데 ‘도’는 돝(돼지·猪), ‘개’는 개(狗), ‘윷’은 소(牛), ‘모’는 말(馬)을 말한다. ‘걸’은 양(羊)을 가리킨다는 의견이 많지만 노새를 가리킨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이들의 순서는 몸집이 얼마나 큰지와 얼마나 빠른지에 따라 정해진 것으로 본다. 윷판이 네 구역으로 나뉘는 것도 부여의 행정구역인 사출도(四出道)에서 유래한 것으로 해석한다. 윷놀이는 중국과 일본은 물론 동남아시아 지역 어디에도 없는 우리만의 민속놀이다. 그만큼 ‘정통성’이 뚜렷할 뿐 아니라 윷가락이나 윷판, 말 등의 도구는 만들기가 쉬우면서도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 게다가 규칙이 복잡하지 않고 눈속임 같은 속임수가 통할 여지가 없으며 남녀노소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어 공동체 의식을 살리는 데도 제격이다. 2021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시리즈에 딱지치기와 공기놀이 등 우리 민족의 여러 민속놀이가 등장해 세계적으로 큰 관심과 인기를 끌고 있다. 윷놀이가 이런 식으로 소개될 수 있다면 훨씬 더 큰 반향(反響)이 일어나지 않을까.

[천자춘추] 특례시 지원 특별법을 기대하며

특례시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정부 입법으로도 국회에 제출됐다. 그간 많은 국회의원이 입법했는데 정부 또한 입법하게 된 것이다. 어찌 보면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유일하게 바뀌지 않았던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시·군·구 체제에서 새로운 형태의 지방정부 조직 탄생에 첫발을 내딛게 된 것이다. 그동안 광역지방자치단체의 구조는 ‘특별시, 직할시, 도’의 체제에서 ‘특별시, 광역시, 특별자치시, 도, 특별자치도’ 등 다양하게 변경됐으나 유독 기초지방자치단체의 형태는 요지부동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시·군·구의 상황을 보면 어느 도시는 지방 소멸이라는 절박한 상태에 있고 어느 도시는 광역시보다 인구가 많은데 기초지방자치단체의 테두리에 갇혀 2만의 인구와 100만 이상 인구의 도시가 그저 같은 적용을 받는 평등 속의 불평등을 겪고 있다. 사실 이번 정부 입법 제정 특별법은 무슨 특별한 내용이나 특혜가 들어가 있는 것은 하나도 없고 일반적이고 평이한 특례시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다. 특례시는 이번 정부 입법안에 재정 권한의 확대나 자율권의 추가 보장, 국가나 도의 업무의 추가 이양 등 많은 기대와 염원을 했지만 딱히 반영된 것은 없어 아쉬운 마음이 많다. 다만 어찌 첫술에 배가 부르랴. 이번 특별법 제정은 기초지방자치단체의 형태 변화라는 아주 특별한 의미가 있다. 정부 입법과 국회의원의 입법으로 국회에서 논의하면서 일부 수정되겠지만 이는 시간의 문제일 뿐 이 법안의 통과는 확실하다고 생각한다. 이제 5개 특례시에서의 대응과 준비가 중요하다. 먼저 특례시는 일반 시·군·구와의 ‘상생과 협력’에 대해 준비하고 고민해야 한다. 특례시는 일반 시·군·구보다 재정 여건이 좋은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좋은 재정 여건으로 지방소멸지역이나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도시와의 상생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이 중요하다. 위에서 언급한 도시들의 특산물 소비, 연수·휴가 대상지로 선정 등 기존의 방식에서 더 발전한 다양한 교류와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시행해야 한다. 또 도시 간의 자매결연을 통한 ‘연대감의 증대’가 필요하다. 각종 재해나 어려움에 처했을 때 특례시의 인프라가 더 좋은 것은 분명하니 일손 돕기의 자원봉사 활동이나 격오지 주민들을 위한 의료 봉사 활동 등 일반 시·군·구와의 깊은 연대감은 오히려 특례시의 존재가치를 높이는 일이 될 것이다. 우리는 뺄셈의 문화에 익숙하다. 무엇을 하지 말자, 그것부터 빼자 등 하지 말라는 뺄셈의 문화다. 이제 특례시부터라도 ‘덧셈의 행정’으로 전환하자. 기존의 일에서 하나라도 더 더하고 더 응원하고 더 함께하는 덧셈의 행정으로 모두가 행복한 지방정부를 만드는 데 특례시가 앞장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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