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하화 탈락 안양·군포시, 분노 아닌 대안을 찾자

안양시의회의 허탈과 실망을 백 번 이해한다. 경부선 철도 지하화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컸나. 그 사업지로 안산시 안산선이 선정됐다. 안양시 경부선 구간은 탈락했다. 14년 동안 이어온 시민의 탄원과 노력이 있었다. 관련 예산 승인 등 시의회 차원의 협조 노력도 있었다. 안양시의회가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국토부는 이번 결정을 재검토하고 종합계획에 반영하라”고 촉구했다. 이런 결의가 담긴 시의회 성명서도 24일 발표했다. 안양시가 희망했던 노선은 경부선 석수·관악·안양·명학역을 지나는 7.5㎞ 구간이다. 안양시가 관련 구상을 시작한 것은 2010년이다. 인근 7개 시•군이 참여하는 ‘경부선 철도 지하화 통합추진위원회’도 안양시가 주도했다. 인근 군포시가 염원하는 지하화 구간도 있다. 금정역과 당정역을 지나는 4.9㎞다. 두 지역의 요구는 ‘경부선 구간’으로 합쳐졌고 경기도를 거쳐 국토부에 신청됐다. 두 지역 모두 선정에서 탈락한 것이다. 최대호 안양시장은 20일 공식 입장을 냈다. 14년 전, 본인이 직접 밝힌 대표 공약이었다. 103만명 시민의 서명운동을 이끌어 낸 적도 있다. “이번 결정(안양 구간 탈락)은 14년간 지속적으로 노력해온 안양시민들의 염원을 짓밟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하은호 군포시장도 입장을 냈는데 느낌의 차이가 있다. 국토부와 협의를 통해 계속 추진하겠다고 했다. 사업성을 높이고 범위를 확대하는 등의 대체안을 곧 만들겠다고 했다. 국토부가 밝혔던 공식 입장을 보자. 안산선을 결정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무리가 없는 적정한 규모’가 하나, ‘재원이 부족할 경우 지자체가 보조하겠다는 약속’이 다른 하나다. 철도 지하화 사업에는 리스크가 있다. 민간 사업자의 참여를 유인할 사업성이다. ‘돈이 되겠느냐’는 불확실성이 크다. 국토부 입장에 이런 고민이 담겨 있다. 안양·군포시가 주장하는 ‘절박한 현실’을 부정한 건 아니다. 사업의 변화를 도모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안양·군포시가 추진 주체가 되는 방식이다. 사업은 법률로써 가능해졌다. 지난해 통과된 ‘철도 지하화 및 철도 부지 통합 개발에 관한 특별법’이다. 향후에도 사업 추진의 근거는 열려 있는 셈이다. 안양시 또는 군포시가 민간 사업자의 참여 의사를 끌어낸다면 달라질 수 있다. ‘해당 시•군과 정보를 교환하고 사업성 높은 계획을 수립하겠다’는 군포시 입장이 보다 현실적인 접근일 수 있다. 도심을 두 동강 낸 경계, 문화·경제의 심각한 단절, 인접 도심의 슬럼화 등의 폐해가 심각하다. 이 애물단지를 지하로 넣어 달라는 시민의 수십년 숙원이다. 당장의 서운함보다 미래의 대안을 찾는 게 지혜일 것이다.

[사설] 뒷북 ‘전자칠판 게이트’ 대책... 학생들에 부끄럽지 않아야

디지털 바람은 교실 풍경도 바꿔 놓는다. 머지않아 흑판이나 칠판은 박물관에나 있을 것이다. 전자칠판이 이를 대신한다. 아날로그 시대 칠판의 기능을 디지털화한 스크린 칠판이다. 지난해 인천에서 ‘전자칠판 게이트’라는 신조어가 돌았다. 인천시의회 의원들이 학교 전자칠판 납품 과정에서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의혹이다. 아니 땐 굴뚝의 연기가 아니었는지 급기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시의회 사무실을 수색하고 관련 시의원들 휴대전화도 압수했다. 이달 초 소환 조사까지 벌였다. 인천시교육청이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사과했다. 우선 각 학교 물품선정위원회 운영 기준을 강화하고 나섰다. 학교에서 필요한 물품을 구매할 때 거쳐야 하는 위원회다. 일반 물품은 추정가 1천만원 이상이면 이 위원회에 올라간다. 장애인 생산품 등은 2천만원 이상 물건 구매 시 열린다. 금액 기준에 따라 계약 방법, 계약 물품 등을 정한다. 위원회에는 학교장 외 5인 이상 10인 이내의 교직원, 외부위원 등이 참여한다. 그러나 그간에는 물품선정위 운영에 대한 명문화한 규정이 따로 없었다. 계약을 각 학교 자율에 맡긴다는 명분에서다. 당연히 계약의 투명성, 공정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곤 했다. 시교육청은 먼저 ‘클린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다. 클린센터는 각급 학교의 물품 계약을 모니터링하고 관련 컨설팅도 제공한다. 물품 구입 계약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블라인드 테스트를 의무화한다. 그동안 일선 학교에서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지 않기도 했다. 애프터서비스 가능 여부나 브랜드 평판 등을 따져 본다는 이유에서다. 앞으로는 시연 평가에서도 블라인드 평가를 원칙으로 한다. 계약의 공정성을 위해 위원 자격도 강화한다. 지금까지는 계약담당자가 물품선정위에 참여,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앞으로는 계약담당자는 평가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비교 평가 기준도 강화한다. 반드시 3개 이상의 물품을 평가하도록 한다. 평가에 참여한 위원들의 점수를 합산해 가장 점수가 높은 물품을 선정하도록 했다. 운영 매뉴얼을 명문화한 만큼 물품 구입 과정에 대한 감사도 가능하게 된다. 전자칠판 게이트 관련 조치도 포함했다. 경찰 수사 결과 시원의들과 물품선정위 간의 유착 등이 확인될 경우 이를 막을 방안을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그간의 물품선정위를 보니 그럴 만했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엉터리 계약을 걸러낼 장치가 거의 없었던 셈이다. 아직 수사 중이지만, 학교 칠판까지 게이트에 오를 줄은 몰랐겠지만. 그나저나 우리 학생들이 전자칠판을 쳐다보며 무슨 생각을 할지도 걱정이다.

[지지대] ‘러스트벨트’ 이야기

타다 남은 연료 찌꺼기 더미가 수두룩하다. 그 속에 방치돼 있는 건물의 잔해가 스산하기 그지없다. 폭격을 맞은 듯 전봇대가 길가에 쓰러져 있다. 러스트벨트(Rust Belt)로 불리는 쇠락한 산업단지의 모습이다. 독일 연방의회 총선에서 극우 독일대안당(AfD)의 돌풍 원인이 러스트벨트의 민심 변화라는 분석이 나온다. 외신에 따르면 독일대안당은 예전에는 상대적으로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 옛 동독에서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선 서부 독일 러스트벨트를 중심으로 지지율이 올라가 원내 제2당의 위치에 올랐다. 해당 정당의 정치적 기반이 동독 바깥으로 확장된 대표적인 곳으로 뒤스부르크가 있다. 독일 러스트벨트를 대표하는 도시다. 라인강과 루르강이 합류하는 곳에 위치해 세계에서 가장 큰 내륙 항만을 배경으로 예전부터 철강산업이 발전했다. 2000년에는 독일 전체 금속의 49%가 이곳에서 생산됐다. 철강산업 등에 종사하는 근로자도 많이 거주해 한때는 중도좌파인 사회민주당의 강력한 지지 기반이었다. 이런 가운데 철강산업이 쇠퇴하면서 뒤스부르크의 정치적 풍향도도 급변했다. 1970년대 뒤스부르크 인구는 60만명이었지만 일자리가 감소한 탓에 현재 50만명으로 줄었다. 가장 크게 바뀐 건 이민자에 대한 태도였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튀르키예와 이탈리아 출신 근로자들을 수용하면서 이민자를 환영했다. 이민자의 노동력을 ‘라인강의 기적’을 일군 원동력으로 삼았다. 하지만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가 10년 전부터 중동 난민을 대거 수용하면서 이민자에 대한 시선이 확 바뀌었다. 노동으로 돈을 벌기 위한 이민자가 아니라 난민에게 주어지는 혜택을 받기 위해 독일에 왔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확산됐다. 이 같은 분위기는 유럽연합(EU) 난민협정을 거부하고 난민을 추방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독일대안당 지지율을 올린 밑거름이 됐다. 정치는 결국 돌고 돌기 마련이다. 이 같은 열풍이 비단 독일이라는 먼 나라만의 얘기일까.

[함께하는 미래] 실험을 위한 생명의 무게

귀여운 햄스터가 인류와 맺은 최초의 신분은 실험동물이었다는 사실을 아는가. 햄스터는 작고 세대교체가 빠르고 다루기 편하다는 이유로 1930년대부터 실험동물이 됐다. 실험설치류는 햄스터와 기니피그를 포함해 마우스와 래트가 주를 이룬다. 이들은 감염병과 암 치료, 신약 개발, 식품과 화장품의 독성실험 연구에 사용돼 왔다. 연중 사용되는 실험동물은 미국에서만 최소 2천만마리로 추정되며 설치류가 그중 90%를 차지한다. 중국, 러시아, 유럽 등의 자료를 합하면 규모는 몇 배수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 동물실험연구는 오늘날까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과도한 맹신과 불필요한 이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실제 동물실험 결과가 인간에게 적용되지 않는 연구나 교육 목적의 해부 수업은 굳이 동물을 사용해야 했느냐는 비판을 받는다. 실험을 위해 일부러 질병을 주입하는 동물이 있다. 이들은 사는 동안 큰 고통을 받는다. 실험 특성에 따라 고통의 단계도 다르다. 김진석 박사는 자신의 저서 ‘동물의 권리와 복지’에서 위해의 수준을 4단계로 설명했다. 1단계는 관찰 위주의 실험으로 동물이 해를 입지 않는다. 2단계는 한 번의 표본 채취로 작은 불편이 존재하며 3단계는 표본이 자주 채취되거나 억류되는 실험으로 중간 수준의 불편을 겪고 4단계는 본능적 생리를 박탈함으로써 심각한 위해에 직면한다. 동물들은 실험 내내 숱하게 중등도 이상의 고통을 받는다. 다행히 전 세계적으로 이들을 위한 복지 전략으로 ‘3R’s 체계’를 도입하고 있다. 동물실험을 대체할 방법을 찾고(Replacement), 실험에 이용되는 마릿수를 줄이며(Reduction), 고통과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단을 취하라(Refinement)는 뜻이 담긴 이 법은 동물실험윤리위원회를 통해 시행되고 있으나 실험동물에게 실질적으로 적용하기 위한 구체적 조치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실험동물로 만들어졌으나 실험에 쓰이지 못하는 동물에 대한 대책은 없으며 실험이 끝나 쓸모를 다한 이들이 어떤 죽음을 맞이하는지, 산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한 보장의 노력과 관심은 너무나 적다. 그래서 실험동물의 사전·사후 대책에 관한 최소한의 정책과 관리 방안이 꼭 필요한 실정이다. 위대한 연구일수록 실험동물의 기여는 훌륭하고 이들의 고통이 대신한 비용은 적지 않다고 말한다. 작은 동물의 노고를 인정하는 것은 감사한 일이지만 과학적 성과에 초점을 둔 해석만으로는 실험동물이라는 ‘생명’의 가치를 온전히 헤아릴 수 없다. 그들의 희생이 연구의 성공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여겨져서는 안 된다. 따라서 실험동물의 희생은 값으로 환산되는 것이 아니라 생명의 무게로 이야기돼야 한다. 실험동물이 아무리 작고 보잘것없으며 실험의 일부로 평가된다 해도 그들은 물건이 아닌 살아있는 존재다. 태어나기 전부터 누군가를 대신할 운명을 부여받는 생명이 있는가. 우리는 과연 그들의 삶과 죽음을 연구 성과를 위한 필연적인 과정으로만 여겨야 하는가. 실험동물의 희생을 이야기할 때 그들의 존재를 존중하고 책임지는 태도가 먼저 논의돼야 한다. 작은 몸을 가진 햄스터 한 마리, 실험대 위의 쥐 한 마리에게 우리가 지고 있는 빚은 연구 성과라는 명목으로 덮어둘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과정에서 인정하고 갚아 나가야 할 묵직한 몫이 아닐까.

[천자춘추] AI와 안전관리의 진화

지난 1월, 중국의 한 인공지능 개발사에서 공개한 AI 모델 딥시크(deepseek)의 등장으로 온 세계가 들썩였다.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 엄청난 자원을 축적해야만 고성능 AI를 개발할 수 있다는 시장의 고정관념을 깨뜨린 이 AI의 등장으로 이제 많은 업계, 분야에서 AI를 개발하고 활용할 수 있는 지평이 열렸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인공지능으로의 대전환 시대를 맞이해 한국농어촌공사에서는 2025년 안전관리 분야에서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공사는 그간 공공 분야에서 선진적인 안전관리 체계를 자랑하며 AI 기술을 적극 활용해 왔으며 올해는 단순한 AI 도구 사용을 넘어 시스템 설계와 실제 업무 접목 단계로 발전할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주목할 점은 AI를 활용한 업무 전문성 및 활용 범위 확대다. 이제 안전관리 시스템 제작 과정에서 전문 지식이 없는 직원도 AI 기술을 활용해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토목과 안전 분야에서는 전문성을 발휘하지만 코딩이나 AI 기술에는 문외한인 직원들이 ‘대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그 안에 AI를 적용하는 일이 누구에게나 가능한 현실이 됐다. Grok 3, GPT-4.5 같은 최신 AI 기술의 등장으로 2025년에는 업무 맞춤형 프로그램 제작과 배포가 보편화될 것이다. 이러한 도약의 신호탄으로 이번에 신규 개발한 ‘안전서류 점검 시스템’을 꼽을 수 있다. 건설현장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 건설기술진흥법 등 수많은 관련 법령에 얽힌 복잡한 규제로 전문가가 아니라면 어떤 법과 서류가 내 현장에 적용되는지 직관적으로 찾아보기 쉽지 않고, 또 이를 해결해 줄 단일화된 시스템을 찾기 어려웠다. 하지만 신규 개발된 시스템은 공사비 규모 및 시공단계, 관련 공종에 따라 그에 맞는 서류 목록을 직관적으로 제시해줘 현장 관리자의 능동적인 대처를 가능케 하고 점검자의 확인도 어렵지 않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공사에서 이번에 도입한 시스템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공공 분야 안전관리 방식 개선의 일환으로 시행됐다. 이를 통해 공사현장의 안전사고 예방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지만 아직은 시험 단계로 안정화될 때까지 시스템의 보완이 필요하다. 기술 발전에 발맞춰 카메라와 AI를 결합한 고도화 등 지속적인 고민과 노력을 이어간다면 자료의 양뿐만 아니라 질까지 세부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2025년은 단순히 AI 기술을 도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술을 우리의 업무와 사람에게 맞게 재창조하는 해가 될 것이다. 공사에서는 건설현장 안전사고 ‘제로’ 목표 달성을 위해 안전한 작업 환경을 만들기 위한 혁신을 지속할 것이며 이는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우리의 약속이기도 하다.

[생각 더하기] 독립운동가 김상옥 선생의 명예선양 방안

올해는 106주년 삼일절, 광복 80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다. 일제강점기 나라를 위해 희생한 독립운동가 중 대표적인 인물로 일제 경찰 1천명과 처절하게 싸우다 순국한 ‘동대문의 홍길동’이라 불리는 김상옥 선생을 소개하고자 한다. 선생의 독립운동 활동을 국가보훈부 공훈록을 중심으로 자세히 살펴보면 김상옥 선생은 서울 종로구 효제동에서 태어나 20세 때 동흥야학교를 설립해 교육운동을 전개하면서 이전부터 종사하던 철물공장을 설립해 이윤을 분배하던 그는 이종소·임용호·손정도 등과 사회계몽·민족독립에 대한 일을 의논하고 실행했다. 백영사를 조직하고 금주·단연 운동을 크게 전개하며 말총모자 공장을 설치하고 국산 모자의 생산·보급에 힘썼다. 그는 3·1독립운동이 일어남과 동시에 윤익중·신화수·정설교 등 동지들과 함께 비밀결사인 혁신단을 조직하고 기관지 ‘혁신공보’를 발행·배포해 독립정신을 고취했다. 1920년 봄에는 만주에서 들어온 군정서원 김동순과 만나 암살단을 조직해 적 기관을 파괴하고 요인을 암살하는 등의 직접 행동으로 독립운동을 전개해 나갈 것을 계획했다. 그해 8월에는 미국 의원단 일행이 서울에 들어오는 기회를 이용해 한우석등과 함께 의원단이 남대문역(지금의 서울역)에 하차하기를 기다려 시위와 총격전을 전개하기로 했다. 그러나 의원단의 서울 도착 전날에 일부 동지들이 붙잡혀 실패했다. 그는 일제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 그해 10월 중국 상하이로 망명했다. 그곳에서 그는 김구·이시영·조소앙 등 임시정부 요인들의 지도와 소개로 중국의 지사들과 교유하면서 조국독립을 위한 투쟁을 펼쳤다. 1921년 일시 귀국해 군자금 모집과 정탐의 임무를 수행했고 1922년 겨울 의열단원으로 폭탄·권총·실탄 등의 무기를 휴대하고 동지 안홍한·오복영 등과 함께 서울에 잠입했다. 이때 그는 의열단장 김원봉을 통해 서울에 있던 의열단원 김한과의 연락 협력을 당부받기도 했다. 그리고 동지들에게 연락하며 거사의 기회를 노리다가 이듬해 1월12일 밤 종로경찰서에 폭탄을 투척했으며 이후 일경을 피해 10여일간 은신하다가 1월22일 일본 경찰과 교전 끝에 장렬히 순국했다. 순국 후 1924년 상하이 임시정부 외교부장 조소앙은 전(傳)을 지어 간행했다. 정부에서는 고인의 공훈을 기려 1962년에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추서했다. 살펴본 바와 같이 김상옥 선생은 그 공적이 뚜렷하고 독립운동에 미친 영향이 매우 커 국민을 대상으로 명예 선양 방안이 필요하다. 구체적인 방안을 몇 가지 제시하면 첫째, 김상옥 선생의 경우 독립유공자 서훈 등급은 현행 2등급인 대통령장으로 선생의 공적과 활동을 보훈학적 관점에서 면밀히 연구해보면 1등급인 대한민국장으로 충분한 자격이 인정된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김상옥 선생 기념사업회에서는 서훈 등급 상향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국가보훈부에 기존 신청한 자료 외 독립운동과 관련해 국가기록원, 일본 외무성, 신문 등을 활용해 더 많은 새로운 거증 자료를 추가해 올해 광복절에 맞춰 1등급 대한민국장으로 서훈을 인정받도록 한다. 둘째, 생가 복원 및 기념관 설립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서울시에서 먼저 예산을 확보한 후 국가보훈부에 국비를 신청해 늦어도 생가 복원은 2028년, 기념관 설립은 2030년에는 이뤄져야 한다. 셋째, 올해 80주년 광복절을 맞이해 국회 정책세미나 및 정기적인 학술포럼 세미나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김상옥 선생을 소재로 한 뮤지컬이나 연극 공연을 제작해 국민에게 나라사랑정신 함양 등 보훈문화 확산에 기여하도록 한다.

[경기만평] 대환장 토론 될듯...

[사설] 경기도기관장 청문회에 기관 동원, 근거 조례 없다

산하기관장 인사청문회는 이랬다. 소속 기관에서 직원이 동원된다. 청문회에 필요한 자료를 사전에 준비하고, 청문회에 배석해 즉석 답변을 지원한다. 이런 지원이 청문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청문 위원인 경기도의원들도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불만이 쌓여온 건 해당 기관 구성원들이다. 임명이 확정되지도 않은 내정자 검증 청문회다. 거기에 조직을 동원하는 게 맞는지, 법적 근거는 있는지 물어왔다. 경기일보가 이에 대한 법률적 흠결 문제를 지적했다. 직원을 동원할 근거가 없음을 주장했다. 공직 후보자 청문회는 그 근거가 명확하다. ‘국가기관은 이 법에 따른 공직 후보자에게 인사청문에 필요한 최소한의 행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 인사청문회법 제15조의 2다. 장관 후보자를 해당 부처가 지원하는 건 그래서 합법이다. 청문회가 정치 대결의 장이 된 지 오래다. 임명권자의 지명이 청문회에서 거부되기 일쑤다. 지명 철회도 그만큼 흔하다. 이런 불안정한 신분의 권한을 정한 규정이다. 경기도 청문회에는 이게 없다. 산하기관장 청문회는 경기도에서 특별하다. 2014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도입했다. 남경필 경기지사의 ‘연정’을 상징하는 제도였다. 2019년 이재명 도지사도 청문 기관을 대폭 늘렸다. 모두 투명한 산하기관 경영이라는 개혁 명분이 있었다. 하지만 법이 없어 ‘도-의회 간 협약’에 기초를 뒀다. 청문회의 구속력도 현실적이지 않았다. 야당의 의견을 들어주는 수준이었다. 거기에 각급 기관의 청문회 지원 근거가 마련됐을 리 없다. 2023년부터는 사정이 달라졌다. 지방자치법 제 47조의 2를 근거로 청문회가 등장했다. 지방의회가 산하기관장 청문회를 도입했다. 경기도에도 ‘경기도의회 인사청문회 조례’가 생겼다. 인사청문위원회의 권한이 명실상부해졌다. 청문 대상도 19개 기관으로 넓어졌다. 증인 출석 요구 등 권한이 부여됐다. 불성실 청문에 대해서는 임명 철회도 가능해졌다. 그런데 여기서 ‘청문 후보자에 대한 기관 지원’을 규정한 근거가 빠졌다. 경기도는 ‘규정이 생기면 따르겠다’고 했다. 경기도의회 관계자도 ‘보완하겠다’고 했다. 경기도민의 ‘△△재단’이다. 경기도민의 ‘○○센터’다. 혈세 1억여원을 주는 기관의 대표다. 정치·측근 낙하산 인사를 경계해야 한다. 그걸 막으라고 의회에 준 청문회다. 전문성 심사하고 적격성 따져야 한다. 기관 뒤로 후보자가 숨게 두면 안 된다. ‘기관이 후보자를 지원할 수 있다’는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지원은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규정도 마련해야 한다. 의무 없는 일을 자꾸 시키는 것, 기관 직원들엔 강요일 수 있다.

[사설] NH 지점 전무 영종국제도시... 고객 서비스가 따로 있나

엊그제 흥미로운 중국발 외신기사가 하나 떴다. 난징의 한 은행을 찾은 70대 노인이 2시간 동안 송금을 못하고 헤매다 쓰러져 숨졌다. 유족들이 은행을 고소했다. 창구가 비어 있음에도 직원들이 모바일 뱅킹을 강권한 때문이라 했다. 은행 감시카메라에도 남아 있었다. 노인이 본인 인증을 위해 쩔쩔매며 휴대전화로 자신의 얼굴을 찍는 장면 등이다. 디지털 시대 금융소외의 극단적 사례다. 국내에서도 급격한 은행 점포 폐쇄를 두고 그간 우려가 많았다. 고령층이나 소상공인, 시골 주민 등의 금융소외다. 그런데 인천에는 한 거대 은행의 지점이 처음부터 없었던 지역도 있었다. 그것도 명색이 국제도시인 인천경제자유구역 영종지구에서다. 특히 주요 정책금융 채널인 NH농협은행이어서 주민 불편이 더 크다고 한다. 영종국제도시 주민들은 NH농협은행 일을 보려면 바다를 건너야 한다. 송도·청라국제도시로 원정을 간다. 처음부터 이 은행 지점이 한 곳도 없어서다. 인구 12만명에 여전히 농업 인구도 적지 않다. 영종국제도시에는 인천 중구농협의 4곳 지역농협만 있다. 그러나 지역농협은 NH농협은행과 업무 호환이 안 된다. 대출은 물론 외환, 펀드 등의 업무도 볼 수 없다. NH농협은행이 인천시 제2금고까지 맡고 있어 대면 업무도 많다. 청년전세대출 만기 연장 등 소소한 일에도 섬을 나가야 가능하다. NH농협은행은 1금융권이다. 예·적금이나 대출, 펀드, 외환 등 시중은행과 업무가 같다. 반면 지역농협은 2금융권이다. 예·적금과 영농자금 대출상품 등만 취급한다. 지역농협에서 주민들은 NH농협은행 통장·카드 재발급은 물론 신규 가입 등도 못한다. 특히 대출상품의 경우 지역농협이 2금융권이라 금리도 높다. 개인 신용등급 관리 측면에서도 불이익을 받는다. 영종 지역은 농지가 많아 농업 종사 주민도 아직 많다. 전체 인구도 2024년 기준 12만6천여명에 이른다. 매년 인구 유입이 급증하는 곳이다. 다른 지방에서 온 주민들이 특히 놀란다. “농협 지점이 하나도 없으리라고는 생각 못했다”는 것이다. 지금도 주민카페 등에는 NH농협은행의 지점 개설을 요구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년 사이 2천여곳의 은행 점포가 사라졌다고 한다. 디지털 시대,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을 것이다. NH농협은행 측도 수년 전 영종국제도시 지점 개설을 검토는 했다고 한다. 그러나 “내부 사정 등으로 백지화한 상태”라 했다. 내부 사정은 지역농협의 반대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영종의 열성 고객들이 저토록 NH농협은행 지점을 원한다. 더 이상의 고객 서비스가 따로 있을 것인가.

[지지대] AI 원주민 ‘베타세대’가 온다

올해 태어나는 아이들은 ‘베타(β)세대’로 불린다. 2010년 이후 태어난 ‘알파(α)세대’의 다음 세대로 호주의 미래학자 마크 매크린들이 제안한 개념이다. MZ세대의 자녀들이며 2025년부터 2039년까지 약 15년간 태어날 아이들이다. 베타세대는 이전 세대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환경에서 성장한다. 기성 세대가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자유롭게 활용하며 자랐다면 이들은 인공지능(AI)을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시대에 태어난다. 이를 예고하듯 올해 초 등장한 ‘딥시크 R1’은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기존 생성형 AI 시장을 위협하며 기술 혁신의 속도를 가속화했다. 이어 생성형 AI 분야의 선두 주자인 오픈AI는 이달 초 ‘딥리서치’를 공개해 학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해당 기술을 사용한 연구자들은 대학원생이 몇 달에 걸쳐 수행할 작업을 단 몇 시간, 심지어 몇 분 만에 해결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변화는 불과 3년 전인 2022년 11월 챗GPT가 출시된 이후 AI 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한 결과다. 베타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이 같은 AI 기술을 자연스럽게 접하고 활용할 것이다. 유아기에 새로운 지식을 익히는 과정은 성인이 돼 배우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베타세대는 마치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 AI를 빠르게 내재화할 것으로 보인다. AI뿐만이 아니다. 이들은 메타버스, 양자컴퓨터 등 미래 기술이 융합된 환경 속에서 성장할 것이다. AI와 협력하며 학습하고 창작하며 심지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혁신을 만들어낼 가능성도 크다. 베타세대는 인류가 가진 문제에 해답을 제시할 잠재력을 갖춘 세대가 될 수 있다. 최근 글로벌 AI 업계는 미국이 선두 주자이고 이를 중국이 바짝 뒤쫓는 형국이다. 캐나다, 네덜란드, 이스라엘 등도 집중 투자를 하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한국은 지난해 9월 발표된 ‘글로벌 AI 인덱스’에서 조사 대상 83개국 중 6위로 올랐지만 강대국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격차를 줄이기 위해 빠른 국회 입법, 빅테크 기업의 연구개발(R&D)센터 국내 유치 등이 대안으로 떠오른다. 우리는 준비와 지원을 통해 다가오는 베타세대를 맞이해야 한다. 아이들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말이다.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