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노당익장, 봄날을 기다리는 청년에게

“신의 나이 비록 62세이지만 아직도 갑옷을 입고 말을 탈 수 있으니 늙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출정을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후한서’의 ‘마원전(馬援傳)’에 나오는 마원의 이야기다. 마원은 광무제를 위해 혁혁한 전공을 세운 장군으로 평소 “대장부가 뜻을 품었으면(장부위지·丈夫爲志) 궁할수록 더욱 굳세고(궁당익견·窮當益堅), 늙을수록 더욱 기백이 넘쳐야 한다(노당익장·老當益壯)”고 이야기했는데 여기에서 ‘노당익장(노익장)’이라는 표현이 나왔다. 노당익장은 멀리서 찾을 일이 아니다. “육십 먹어도 잘하면 상 주는 거예요. 공로상이 아니라.” 2024 KBS 연기대상에서 ‘최고령 대상’을 수상한 배우 이순재가 한 말이다. 그는 미국의 아카데미를 언급하며 연기는 인기나 다른 조건이 아닌 연기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해 청중의 박수를 받았다. “어쩔 수 없어요. 적절한 배역이 없으면 출연 못하는 거 당연한 겁니다. 그러나 언젠가는 기회가 한 번 오겠지 하고 늘 준비는 하고 있었습니다”라는 말로 기회를 기다리며 늘 준비된 자세로 성실히 임해온 그의 연기 철학을 보여줬다. ‘윤여정 신드롬’을 기억할 것이다. 윤여정은 74세의 나이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 시상자로 무대에 올랐다. 윤여정은 자신을 일컬어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tvN ‘현장토크쇼 택시’에서 그가 한 말이다. 생계를 위해 그는 단역도 마다하지 않고, 너무 부끄러울 때는 안경을 벗고 연기했을 정도로 열심히 연기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오스카 시상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들아, 엄마가 열심히 일해 이런 상을 받게 됐단다.”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노력의 결실이었다. 위의 두 노당익장의 사례는 열심히 노력하며 늘 준비돼 있는 자에게 온 기회야말로 천재일우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과연 이 시대의 우리 청년들에게 이 두 배우의 삶은 어떤 메시지로 다가갈까. 필자는 현재 대학에서 음악인의 꿈을 꾸며 학업에 정진하고 있는 학생들과 함께하고 있다. 그중 한 학생은 자신이 그동안 만들었던 곡들을 모아 앨범을 제작했다. 자신의 감성이 가득 담긴 곡들을 만들고 직접 연주해 녹음한 다음 아트웍 디자인까지 뽑아냈다. 유통사를 선정해 계약하는 등 모든 제작 과정을 스스로 해냈다.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 노력의 결과물이 아직은 대중에게 큰 반향을 얻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아쉬움이 남는다. 힘든 환경 속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작금의 청년 음악가가 적지 않다. 그중 대중에게 사랑받을 기회를 얻지 못해 간절히 꿈꿔 오던 길, 그 모퉁이에 주저앉아 포기를 고민하는 이들도 종종 보게 된다. 그럴 때마다 문화예술계에 종사하고 있는 선배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몰랐어요 난 내가 벌레라는 것을/그래도 괜찮아 난 눈부시니까/그래도 괜찮아 나는 빛날 테니까.” ‘나는 반딧불’의 노랫말처럼 지금 처한 현실이 간절히 꿈꾸는 예술을 펼치기에는 어렵고 힘들더라도 스스로가 눈부신 존재임을 잊지 말자. 늘 준비된 모습의 우리 청년들이 언젠가 찾아올 기회를 천재일우로 만들 수 있길 빌며, 위 노당익장의 이야기가 작은 희망의 씨앗이 됐길 바란다.

[경기시론] 학교폭력, 법적 해결보다 중요한 것

지난 10일 서울행정법원에서 ‘학교폭력 행정소송’을 주제로 학교폭력 실무 관련 강좌가 개최됐다. 학교폭력을 다루는 판사와 변호사를 비롯해 교육(지원)청에서 행정심판 및 행정소송 업무를 다루고 있는 담당자가 다수 참여해 학교폭력 행정소송의 동향 및 학교폭력 사안 처리 관련 실무에 대한 내용을 다뤘다고 한다. 필자 역시 교육청에서 9년 넘게 학교폭력 및 교육법률을 지원하는 변호사로 근무하며 교육 현장의 해석과 다른 법원의 해석에 난감하기도 답답하기도 했던 적이 많았다. ‘법’과 ‘법원’은 참 무거운 것이어서 결국 교육 현장과 괴리가 있는 판사의 해석에 따라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는데 이 같은 강좌 및 협의회 등이 정기적으로 개최돼 간극을 줄이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울행정법원에 접수된 학교폭력 사건의 건수가 2022년 51건에서 2024년 98건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났다고 한다. 이에 따라 서울행정법원에는 학교폭력 전담재판부까지 신설된 상황이다. 그러나 행정소송 단계를 경험했던 피해 학생이나 가해 학생이라면 ‘판결’이라는 것이 결코 분쟁의 해결에 효과적이지 않다는 점에 동의할 것이다. 이번 강좌에서 발표를 맡은 판사들도 이러한 한계를 인정하고 “학생들 간 진정한 화해가 있으면 소송의 형태로 종결하는 것보다 조정이나 자체 해결로 결론을 짓는 것이 교육적 목적에 부합할 것”이라고 말하거나 “학교폭력은 교육의 문제로 재판으로 넘어오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며 학교폭력의 교육적 해결을 강조했다. 학생들 간 관계회복의 가능성이 있는 건이라면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라 학교장 자체 해결로 종결되도록 하고 학교장 자체 해결로 종결되지 못한 건이라 하더라도 조정이나 관계회복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개최 전 심의 취소가 되도록 하며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개최된다면 피해 학생 및 가해 학생 측이 납득할 만한 교육적 조치가 나오면 좋겠다. 그러나 이미 온갖 이해관계로 얽혀 있는 학교폭력 관련 교육현장은 그리 녹록지 않다. 학교장 자체 해결로 처리되기 위해서는 학교폭력예방법상 네 가지 요건(2주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진단서를 발급받지 않았을 것, 재산상 피해가 없거나 복구되거나 복구 약속이 있을 것, 지속적이지 않을 것, 보복행위가 아닐 것)을 모두 충족해야 할 뿐만 아니라 신고 학생 측의 서면 동의가 필요하기에 학교폭력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라도 학교장은 해당 사안을 학교 안에서 종결할 수 없고, 관계회복의 여지가 있다 해도 네 가지 요건 중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하면 자체 해결로 종결할 수 없으며, 경미한 건으로 조정이나 관계회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자 해도 양측 모두의 동의가 없으면 시작도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일률적인 학교폭력 사안 처리는 피해 학생의 회복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피해 학생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 도움을 주고 징계가 아닌 방법으로도 가해 학생을 선도할 수 있는 방법은 분명 존재한다. 교육전문가인 학교장 및 교원의 다양한 조정 프로그램의 운영 등을 전제로 학교가 사건을 종결할 수 있도록 법령상 권한이 부여돼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도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심의위원회는 양측의 손해배상에 관련된 합의조정과 그 밖에 심의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에 대한 조정을 할 수 있는데 교육부는 ‘2025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 일부개정을 통해 교육지원청에서 분쟁조정을 담당하는 특별소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다고 안내하며 운영 방법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그동안 가해 학생 조치를 내리는 데 집중됐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학생 및 보호자들 간 갈등이나 분쟁을 해결하는 데 큰 역할을 하기를 기대해 본다.

[천자춘추] 아시안게임의 기억 ‘임춘애’

안중근 거사의 도시 하얼빈에서 8년 만에 열린 제9회 동계아시안게임이 막을 내렸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우리나라는 개최국 중국에 이어 종합 2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박세리, 박지성, 김연아, 손흥민 등 세계적 스포츠 스타 보유국이다. 이들은 국제무대를 누비며 태극기를 빛내 왔다. 이번 동계아시안게임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스포츠 스타로는 쇼트트랙 세계 최강 최민정, 김길리(성남시청), 신(新)빙속여제 김민선(의정부시청), 컬링 여자 경기도청팀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번 동계아시안게임을 보면서 국민들 기억에 남아 있는 ‘스포츠 스타’ 한 명이 떠올랐다. “그 누구야. 현정화 걔도 라면만 먹고, 금메달 3개씩 따버렸어.” “임춘애입니다. 형님.”(영화 ‘넘버 3’ 대사 중). 송강호 배우가 흥행시켜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는 영화 속 명대사의 주인공 임춘애 선수다.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육상 3관왕, 1988년 서울올림픽 성화 봉송 최종 주자, ‘라면 소녀’, ‘육상 신데렐라’ 등으로 알려진 한국 육상계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그녀의 화려한 모습 뒤에도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사실 그는 당시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한 선수였다. 이후 치러진 전국체전 3,000m에서 한국신기록을 수립하며 큰 주목을 받게 됐고 ‘극적으로’ 국가대표에 합류했다. 고교생 국가대표로 깜짝 선발된 임춘애는 1986 서울아시안게임 여자 육상 800m, 1,500m, 3,000m에서 금메달을 휩쓸며 3관왕을 달성, ‘육상 신데렐라’로 거듭나면서 전 국민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에 언론은 1986 서울아시안게임 영웅으로 찬사를 보냈고 우리 국민들은 그를 좋아하게 됐다. 가난과 역경을 이겨낸 육상 영웅의 탄생이었다. ‘라면 소녀’, ‘육상 신데렐라’ 등으로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임춘애 선수 이야기는 어렵던 시절 스포츠를 통해 성공을 이뤄낸 대표적 ‘흑수저 성공 스토리’이기도 하다. 임춘애 선수는 현재 경기도체육회 직장운동경기부 지원협력관으로 근무하며 경기도청 소속 선수와 도체육회 간의 교량 역할을 하고 있다. 도체육회는 지난해 ‘제1회 임춘애 육상 트랙대회’를 화성시에서 개최, 어린이들과 생활체육인들에게 육상 축제의 장을 제공했다. 많은 후원사의 관심과 지원으로 대회는 한층 빛났으며 참가자들의 만족도 또한 높았다. 도체육회는 스포츠 영웅의 업적을 기리고 기초종목이자 비인기종목인 육상 활성화를 위해 올해 두 번째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스포츠 스타의 선한 영향력이 이어질 수 있도록 경기도민과 후원사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기대한다.

[기고] 새마을금고이사장선거 운동방법

제1회 전국동시새마을금고이사장선거(이하 ‘금고이사장선거’)의 후보자 등록이 지난 19일 마감됐다. 선거운동 기간인 지난 2월20일부터 오는 3월4일까지 금고이사장선거 후보자는 본격적인 선거운동을 한다. 선거관리위원회 의무위탁으로 처음 치러지는 이번 제1회 금고이사장선거의 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펼쳐지게 된 것이다. 선관위 의무 위탁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것은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로 보다 신뢰받는 새마을금고가 되는 것이며 신뢰는 곧 금고의 회원 수 증가와 지역사회의 동반성장으로 연결될 것이다. 이러한 ‘공정’과 ‘신뢰’는 후보자와 유권자 모두의 준법의식과 적극적인 선거 참여가 있을 때 얻어질 수 있다. ‘등고자비(登高自卑)’라는 말처럼 높은 곳에 오르려면 낮은 곳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밟아 나가야 하듯이 선거 과정에서의 ‘공정’과 그 결과인 ‘신뢰’라는 산의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선거의 룰을 잘 알고 이를 지키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금고이사장선거의 ‘할 수 있는’ 선거운동 방법을 알아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금고이사장선거는 선출 방식에 따라 선거운동 방법에 차이가 있다. 여기에서는 가장 일반적인 선출 방식인 ‘회원직선제 선거’를 중심으로 선거운동 방법을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은 후보자와 선관위에 신고한 선거운동원 1명이다. 후보자가 중앙선관위 규칙으로 정하는 장애인인 경우에는 활동보조인 1명을 둬 선거운동을 도울 수 있다. 선거운동 방식은 크게 인쇄물과 전화 및 문자, 정보통신망, 공개행사 정책발표 등이 있다. 인쇄물로는 선거인이 우편으로 받을 수 있는 선거공보와 새마을금고 주사무소와 지사무소에 붙어 있는 선거벽보가 있다. 아울러 후보자와 선거운동원은 어깨띠나 윗옷, 소품을 착용하고 선거운동용 명함을 공개된 장소에서 선거인에게 직접 줄 수 있다. 특히 선거인들이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선거운동은 전화를 이용한 직접 통화와 문자메시지다. 문자메시지의 경우 공직선거와는 달리 음성이나 화상, 동영상이 제외되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선거운동이란 인터넷 홈페이지의 게시판•대화방 등에 글 및 동영상을 게시하거나 전자우편을 전송하는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이 외에도 후보자의 선거운동 방법이 궁금하거나 위법 행위를 발견하면 해당 지역 선관위로 문의·신고하면 된다. 3월5일 선거관리위원회에 처음으로 의무 위탁돼 실시되는 제1회 금고이사장선거가 후보자와 유권자 모두의 적법하고 적극적인 참여 속에 치러져 새마을금고가 더욱 신뢰받는 지역 중심 금융기관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경기만평] 기억하고 싶지 않은...

[사설] 공수처 수사, ‘예외에 예외’를 쌓아 올리다

2024년 12월3일 계엄령이 선포됐고, 4일 새벽 해제됐다. 곧바로 ‘대통령 잡기’ 경쟁이 시작됐다. 공수처는 처장 직속의 TF를 꾸렸다. 경찰은 5일 국가수사본부 내에 특별수사단에 사건을 배당했다. 검찰은 6일 특수본을 설치했다. 공수처, 검찰, 경찰이 동시에 수사팀을 출범시키는 초유의 일이었다. 경찰이 김용현 전 국방장관의 휴대폰 등을 압수했다. 검찰은 8일 김 전 장관을 긴급체포했다. 공수처는 9일 윤석열 대통령을 출국금지했다. 그때부터 경찰이 강조했던 것이 수사권 문제다. “내란 수사권은 경찰에 있다. 검찰이 수사하면 공소 기각 될 것이다”. 돌이켜보면 서울중앙지법도 이 문제를 예의 주시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6일 공수처가 청구한 압수수색검증영장이 중앙지법에서 기각됐다. 윤 대통령, 김 전 장관 등이 영장의 당사자였다. 중앙지법의 기각 사유에 ‘중복 수사 또는 중복 청구’가 등장한다. 우여곡절 끝에 공수처가 수사 주체로 정해졌다. 8일 공수처가 관련 수사 이첩을 요구했다. 동시에 윤 대통령 등의 압색영장을 청구했다. 중앙지법이 또 기각했다. “이첩 요구를 했다고 수사기관 간 협의가 다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실질적인 수사 주체 정리가 이뤄지지 않은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렇게 중앙지법에서 기각된 윤 대통령 관련 영장만 16건이 된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의 주장이다. 그런데 정작 윤 대통령 체포영장은 서부지법에 냈고 거기서 발부했다. ‘영장 쇼핑’, ‘법원 쇼핑’ 의혹이 시작됐다. 국회에서 이 문제가 질의됐다. 질문의 핵심은 ‘중앙지법의 영장 기각이 있었느냐’였다. 공수처는 ‘없었다’는 취지로 답했다. 뒤늦게 중앙지법 영장 기각이 확인됐고 거짓말 논란이 커지고 있다. ‘관련 영장이 있었느냐’는 물음에 “‘윤석열’ 영장은 없었다”거나 “‘체포’ 영장은 없었다”고 답해 왔다. 거짓 답변은 아닐지 몰라도 모호한 말장난이 농후했다. ‘문제는 없다’면서 왜 그렇게 빙빙 돌렸을까. ‘불법에 불법을 쌓아 올린 수사’. 윤 대통령 측의 논리다. 현 단계에서 이 지적에 동의하기 어렵다. 수사의 적법성을 확정 짓는 건 법원이다. 향후 법원의 판결·결정으로 내려질 결론이다. 다만, 상식과 다른 예외가 반복된 절차적 현상만은 확인된 것 같다. 내란죄 수사권의 예외적 해석, 중앙지법의 예외적 무더기 기각, 청구 법원의 예외적 변경, 형소법 110조 등의 예외적 배제 등이 겹쳤다. ‘예외에 예외를 쌓아 올린 수사’다. 예외의 도 넘는 반복은 법치의 안정을 해친다. 그런 수사기관에 모아질 국민적 신뢰는 없다. 공수처는 ‘윤석열 수사’ 하나만 할 기구가 아니다. ‘거물’을 잡았다는 와인 축배 이전에 ‘신뢰’를 잃지는 않았는지 고민해볼 일이다.

[사설] 道-도의회 갈등, 민생 피해 누가 책임질 것인가

중앙정치가 여야 간 극한 대립으로 민생 문제를 제쳐 두고 매일같이 격돌하고 있어 국민들의 피로감이 극도에 달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국제 정세는 요동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처는 고사하고 국회는 연일 여야 간 ‘네 탓’ 공방만 하고 있으며 정부는 ‘대행의 대행 체제’로 현상 유지에 급급한 실정이라 국민들은 불안하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도정까지 도와 도의회 간 갈등으로 민생 관련 안건을 처리하지 못하고 있어 도민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도의회는 지난 11일부터 20일까지 제382회 임시회를 개최했지만 김동연 도지사가 제안해 상임위원회에서 통과된 ‘K-컬처밸리 복합개발사업 토지 및 아레나 구조물 경기주택도시공사 현물출자 동의안’ 등 11건의 안건이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그것도 의원들의 표결로 부결된 것이 아닌 안건 자체를 다루지 않겠다는 사실상 보이콧 선언인 셈이다. 경기도의회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76석을 차지하고 있어 도지사가 제안한 안건 처리가 쉽지 않은 구조다. 그러나 이번 안건은 여야 간 갈등이 아니라 도와 도의회 간 갈등이 이런 사태를 촉발시킨 것이다. 즉, 김 지사와 도의회 간 소통 부족이 갈등의 주요 요인이다. 그동안 도의회는 김 지사에게 여러 차례 협의체 구성 등 소통 강화를 요청했음에도 추가경정예산안 계획 수립 등에 대한 논의가 없었다는 것이 갈등 촉발의 요인이다. 이런 징후는 올해 첫 임시회를 통해 의장은 물론이고 교섭단체 양당 대표가 여야정협의체 구성을 제안하는 등 소통 강화를 주문했음에도 ‘의회 패싱’ 사태가 재발해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 19일 김진경 의장은 “경기도, 불통의 벽 허물고 민생경제 회복에 의회와 머리 맞대야”라고 성명을 발표했으며 지난 11일과 12일 각 정당의 대표의원 연설에도 협의체 구성을 요청했으나 김 지사는 이를 외면했다. 이번 안건 미상정으로 인해 K-컬처밸리 공모사업, 광교 공공주택사업 등 민생 관련 사업 추진이 불투명해졌다. 제383회 임시회는 4월로 예정돼 있지만 4월2일 도의원 보궐선거와 조기 대선 등 정치일정이 현실화한다면 다음 회기인 6월에야 안건 상정이 가능하다. 더구나 김 지사가 대통령선거에 입후보할 경우 사업 추진은 더욱 어렵게 될 수 있다. 도와 도의회는 구태의연하게 갈등하고 있는 중앙정치를 답습하지 말고 조속히 소통을 통해 협의체를 구성해 민생 관련 사업을 추진, 지방정치의 모범을 보여 주기 바란다.

[지지대] 대장장·김양식·호미문화

동구 밖에 작은 대장간이 있었다. 그곳에선 대장장이가 쇠를 두들기고 있었다. 엄동설한인데도 그의 이마에는 연신 구슬땀이 흘러내렸다. ‘텅텅’ 하는 둔음이 온 동네에 울렸다. 남해로 수학여행을 갔을 때 양식장은 또 다른 경이로움이었다. 넘실거리는 바닷물 사이로 파릇파릇한 김 등이 자라고 있어서다. 그곳에서 생명의 소중함도 느꼈다. 들녘에서 허리를 구부린 채 호미질 하시던 외할머니 모습도 새삼스러웠다. 그 광경 자체가 근면과 성실이었다. 가끔 한 번씩 허리를 펴고 하늘을 올려다보시던 눈매가 애잔했다. 이런 가운데 쇠를 뜨겁게 달궈 도구를 만드는 대장장과 ‘밥도둑’인 김을 양식하는 어업활동, 무릎걸음으로 이뤄지던 호미문화 등이 국가무형유산으로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평가가 진행 중이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대상은 이외에도 선화(禪畵), 해조류 채취와 전통어촌공동체, 덕장과 건조기술, 마을숲과 전통지식, 전통관개 지식과 문화 등 9종이 포함됐다. 대장장은 전통 철물 제작 기술을 보유·전승하는 장인이나 그런 기술 등을 일컫는다. 충남에선 이미 산업화로 갈수록 사라져가는 야장기술의 맥을 100년 넘게 이어온 당진 대장장 가치를 인정해 무형유산으로 지정한 바 있다. 2016년이었다. 양식하는 어업활동은 우리나라 바다의 조석 간만 차에 대한 깨우침이다. 해안가 주민의 생업·문화 등 일상 전반에 걸쳐 많은 영향을 주는 영역이다. 호미문화는 전통 농기구인 호미의 역사, 사용 방식 등을 아우른다. 마을숲과 전통지식 등은 마을 공동체의 주요 공간인 숲을 어떻게 인식했는지 보여주는 무형유산이다. 국가유산청은 공동체 전승 종목을 위주로 국가무형유산으로서의 가치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보유자나 보유 단체를 별도로 인정하지 않는 경우에 대해 더욱 꼼꼼히 살펴볼 계획이다. 문화는 우리의 국력을 키우는 근육이다. 동서고금을 통해 지구촌을 지켜온 건 이 같은 문화의 집합체인 문명이다.

[아침을 열면서] 우울과 불안의 세대

최근 일부 2030세대의 탄핵 반대 시위 참여가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극우 유튜버나 기독교 목사들이 주도하는 집회를 따라다니는 이 청년들은 더불어민주당 배후에 중국 공산당이 있다고 여긴다. 그래서 만약 탄핵이 인용되면 대한민국 정권이 완전히 반국가세력에 의해 장악돼 우리는 자유를 상실한 채 살아갈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의 합류에 기존 노년층 태극기부대는 무척 고무된 분위기다. 반면 김누리 교수 같은 이는 이를 후기 파시즘 사회인 대한민국에서 청년들이 경쟁과 승자 독식을 사회의 지배적 법칙인 것처럼 교육받은 결과라고 일갈한다. 필자는 이런 진단에 기본적으로 동의하지만 전체주의는 정치적으로 후진적인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오늘날까지도 전체 인류를 괴롭히고 있는 보편적인 문제라고 본다. 전체주의자들은 생존경쟁, 약육강식, 적자생존이 자연과 사회를 관통하는 보편 법칙이라 굳게 믿는다. 그리고 이 ‘신앙’에 기초해 인간 사이의 인종적, 민족적, 계층적 위계화, 서열화와 강자의 약자 지배를 당연하게 여긴다. 그런데 이런 사회관이 현대사회에서 더는 지배적인 생각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대다수는 여전히 그렇게 생각한다. 다만 그런 질서 외에 협력적, 공생적 질서도 있다는 점을 인정할 뿐이다. 그리고 그 점에 대한 인정 정도가 높을수록 전체주의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을 따름이다. 경쟁과 투쟁을 통한 강자의 약자 지배는 전체주의 사회만이 아니라 현대 산업사회의 기본적 특징이기도 하다. 이 점을 생각한다면 한국의 2030세대는 이런 산업사회의 요구에 그 어떤 세대보다 충실하게 부응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한국은 공부와 출세를 하나로 연결해 생각하는 오랜 문화 전통이 있다. 현대 한국인은 그 토양 위에서 ‘교육열’이라 칭하지만 실은 생존과 출세를 위해 청춘을 바치는 지옥 같은 체험을 10대 때부터 처절하게 한다. 그런데 현대 상공업 기술의 혁신 속도는 이 경쟁의 강도를 갈수록 더욱 크게 만든다. 현 세대가 살기 위해 그 누구보다 처절하게 몸부림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자기 생존이 가장 문제가 될 때는 누구든 자기중심성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 경제의 양극화로 어려운 이웃과 생태계 훼손으로 신음하는 생명은 ‘내’ 관심 밖이다. 심지어 ‘내’ 일자리 마련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예컨대 중국인, 여성 등에 대해서는 쉽게 혐오의 언사를 내뱉는다. 왜 물질적으로 더없이 풍요로운 현대에 혐오의 언사가 범람하는가. 혐오하는 당사자들은 밖에서 그 원인을 찾겠지만 이유는 ‘내’ 안에도 있다. 혐오 감정의 기저에는 과도한 불안이 자리하고 있으며 그 과도한 불안은 주로 과로의 끝에 온다. 오늘날 무한경쟁의 사회체제는 전 세대를 늘 과로하게 만들고 그 고된 노동이 임계점을 넘어서면 우울증과 불안장애가 생기기도 한다. 오늘날 청년세대가 치열한 경쟁 속에서 누구보다 더 과로하는 이들임을 고려한다면 최근 2030 태극기부대의 출현 역시 그 극도로 불안하고 우울한 정서가 낳은 병리적 사회 현상의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2030세대, 나아가 대한민국 전 세대를 아우르는 과로와 그것이 파생하는 과도한 불안 및 우울의 정서를 근본적으로 치유할 사회적 출구를 모색해야 할 때다.

[천자춘추] 헤징 외교

우리는 강대국에 둘러싸인 불리한 지정학과 지경학적 특징으로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문장을 자주 사용하고 있다. 시진핑 정부가 주도하는 중국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하는 호전적인 팽창정책을 전개하고 있고 트럼프의 미국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다양한 압력을 구사하면서 양국 간의 갈등은 ‘비대칭적 전쟁(Asymmetric Warfare)’으로 전개되고 있다. 비대칭적 전쟁은 서로 다른 군사적, 경제적, 기술적 역량을 가진 두 세력이 군사적 충돌이 아닌 비정규적이고 창의적 방법을 통해 상대방의 약점을 공격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2022년 등장한 챗GPT는 인공지능(AI) 시대의 엄청난 파괴력을 보여줬고 4차 산업혁명에서 미국이 영원한 승자의 자리를 굳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2025년 1월27일 갑자기 딥시크(DeepSeek)란 이름의 앱이 미국 앱스토어 무료 앱에서 1위를 달성하고 챗GPT를 2위로 몰아내 세계적인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챗GPT를 만들기 위해 1천700명의 연구자가 개발에 투입된 것에 비해 딥시크는 단지 200명의 토종 중국 기술자들이, 그것도 30분의 1의 가격과 1년 반 만에 완성했다. 이 모델이 공개되자 미국의 기술 주식 시장이 급격히 하락했고 엔비디아의 주가가 17% 폭락해 하루 만에 6천억달러의 시가 총액이 증발했다. 미국과 중국은 경제, 기술, 군사, 사회적 전방위적인 비대칭적 전쟁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단순한 군사적 패권 경쟁을 넘어서는 전방위적 안보 경쟁으로 글로벌 질서와 각국의 외교 정책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한국은 바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나 언론에서는 한국이 고래 싸움의 새우라는 표현을 쉽게 사용하고 있는데 사실 이 표현은 너무 극단적이거나 스스로를 비하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4차 산업혁명 시기에서 핵심적인 영역인 반도체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요한 지위를 점하고 있다. 또 글로벌 문화를 선도하는 국가로서의 위상을 자랑하고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갖춘 선진국이니 스스로를 새우로 표현하는 자조 섞인 단어는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그 시간에 우리는 우리의 지위와 영향력을 확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능동적이고 전략적인 외교정책을 펴고 강대국 간의 갈등 속에서도 우리의 생존과 번영을 도모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외교정책을 헤징전략(Hedging Strategy)이라고 하는데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전통적 동맹국과 필요에 따른 이익을 위해 다른 강대국과의 협력도 놓치지 않는 스마트함과 자주성을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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