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권재 오산시장이 지난 10일 DS파워를 찾았다. 집단 에너지(난방) 공급자인 민간 기업이다. “지역난방 요금 문제는 시민들의 실질적 생활비와 직결된 중요한 사안이다. 오산 모든 시민이 합리적 요금으로 에너지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DS파워에서도 요금부담 완화를 위해 함께 고민해달라”고 요구했다. 이 자리에서는 열요금 산정방식 공유, 주택용 열요금 조정 방안, 개발지구 지역난방 공급 확대 등에 대한 얘기도 오갔다. 시장이 난방 공급자를 찾아간 이례적 장면이다. 여기엔 상대적으로 비싼 요금 문제가 있다. 대부분의 지자체는 한국지역난방공사(이하 한난)에서 난방을 공급받는다. 민간 회사에서 공급받는 지자체는 8개다. 오산의 공급자는 DS파워다. 이 DS파워의 난방비가 너무 비싸다. 지난해 7월1일 기준으로 1M㎈당 122.43원이다. 한난은 112.32원이다. 차이가 9%에 달한다. 연간으로 보면 오산 1가구당 5만~6만원 더 내는 꼴이다. 이런 추세는 2022년부터 이어지고 있다. 그간 여섯 차례의 난방 요금 인상이 있었다. 이 중 다섯 차례가 한난보다 9% 높았다. 요금 산출 방식을 보자. 한난은 산업부 통제를 받는다. 시장기준요금을 상한선으로 삼아 산정해야 한다. 민간 공급자의 요금 기준도 산업부가 범위를 정해놨다. 한난 요금 대비 110% 이내다. 결국 DS파워가 109% 인상을 유지한 이유가 짐작된다. 산업부 고시 범위의 최고치에 맞춰온 것이다. 민간 회사라고 다 DS파워 같지는 않다. 경기도내 다른 민간 공급자 네 곳이 있다. 세 곳의 요금 변동은 한난과 같았다. 한 곳이 한난보다 높았는데 그 차이는 1.7%에 그쳤다. 난방비 공급체계를 상세히 아는 시민은 많지 않다. ‘9%’의 차이가 매번 인식할 수 있는 크기도 아니다. 게다가 난방비에는 공공성이 있다. ‘설마 오산시만 난방비가 비싸겠냐’는 공공의 신뢰가 있다. 이런 신뢰를 저버리고 수년간 이어진 난방비 폭탄이었다. DS파워 관계자가 경기일보 질문에 답했다. “난방요금은 연료비(LNG)를 비롯한 총괄 원가를 한국 에너지공단에 의뢰해 산정한 결과를 산업부에 신고해 결정한다.” 무슨 소리를 하나. 지금 난방비 산정 공식을 묻는 게 아니잖나. 다른 민간 공급자들은 LNG 연료 안 쓰나. DS파워만 에너지 공단 의뢰하고, 산업부 신고 하나. 우리가 묻는 건 왜 DS파워의 오산 요금만 유독 비싸냐는 것이다. 이게 질문의 요지이고, 분노의 실체다. ‘함께 고민하자’며 끝낼 일인가. 5년 치 요금 체계를 모두 받아 분석해야 한다. 다른 민간 회사의 산정치도 받아 봐야 한다. 특히 ‘9% 인상’을 계속 유지할 것인지 답변 들어야 한다. 필요하면 시민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 DS파워는 공급자다. 가격을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오산시민은 수요자다. 공급자를 바꿀 권한이 있다. 근본적인 대안까지 생각해 보는 이유다. 그리고 궁금한 게 있다. 오산시는 이런 요금 폭탄을 모르고 있었나.
선거관리위원회의 가족·친척 채용 비위가 충격적이다. 감사원이 27일 공개한 감사보고서 속에 적나라하다. 17개 시·도선관위가 2013부터 2022년까지 실시한 경력 경쟁 채용(경채)은 167회다. 이를 점검한 결과 총 662건의 규정 위반이 발견됐다. 중앙선관위도 이런 비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2013년부터 2023년까지 124회 경채를 실시했다. 여기서도 비슷한 규정·절차 위반이 216건이나 확인됐다. 내용을 보면 더 충격적이다. 장관급인 김세환 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의 아들을 채용했다. 김 전 총장 아들은 원래 인천 강화군청에서 8급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그러다 2020년 1월 인천선관위에 경채로 입사했다. 중앙·인천선관위는 선발 인원을 중간에 1명 늘리거나 전보 제한을 적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특혜를 줬다. 공고와 다른 기준의 서류 심사를 하도록 유도했다. 또 시험위원을 김 전 총장과 같이 근무한 적이 있는 내부위원으로만 구성하기도 했다. 차관급인 송봉섭 전 사무차장의 딸도 있었다. 2018년 1월 말 충남 보령시 8급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딸이 충북선관위로 가고 싶다고 했다. 송 차장이 충북선관위 인사담당자에게 직접 연락했다. 신분을 밝히고 채용을 청탁했다. 충북선관위는 이 청탁을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송 전 차장 자녀만을 대상으로 내부위원만 면접시험 등에 참여시켰다. ‘비(非)다수경쟁채용’으로 위법이다. 특정인 채용을 위한 조직적 비위였다. 선관위가 이런 비위를 은폐하기 위해 움직인 정황도 확인됐다. 2022~2023년 선관위 고위직 친인척 채용 논란이 생겼다. 진상 규명을 위해 국회에 답변을 제출하고 자체 특별감사를 실시하면서 감사원 감사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서류 파기 지시 등 특혜 사실 은폐를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밖에 선관위의 인사 관리도 심각한 상태였다. 부당한 내부 규정을 운영하고, 심각한 복무 위반도 방치하는 등 방만한 인사관리가 드러났다. 선관위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에서 중심에 있었다. 윤 대통령 측이 계엄 사유로 ‘부정선거 의혹’을 들었기 때문이다. 헌재에서 공방은 있었지만 부정선거 특정에는 이르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국민이 선관위에 신뢰를 보냈다. 우리도 그랬다. 선관위에 대한 신뢰는 사회의 보루이기 때문이다. 그런 신뢰가 크게 배신당하는 일이 생긴 것이다.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에 더 없는 빌미를 주게 됐다. 이마저 부인할 건가. 자신들의 아들딸 채용을 위해 국민의 아들딸 800명을 울렸다. 그렇게 채용한 고위직 아들은 ‘세자’라 불리며 근무했다. 비위를 감추는 데는 조직이 동원돼 한몸이 됐다. 이런 선관위를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가.
얼마 전 캡틴 아메리카가 구속됐다. 사실은 미국 마블의 인기 캐릭터인 캡틴 아메리카의 복장을 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 얘기다. 주한 중국대사관과 경찰서 난입을 시도한 혐의로 구속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심지어 이 남성은 미국 중앙정보국(CIA) 블랙요원이자 미군 예비역이라고 주장했지만 경찰 조사 결과 육군 병장으로 제대했으며 미국으로 출국한 적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성조기를 온 몸에 두른 듯한 ‘코스튬플레이’는 미국도, 한국도 품지 못한 허황된 몸짓으로 남았다. 세계인의 영웅 캐릭터인 캡틴 아메리카와 전혀 동떨어진, 경찰 수사까지 받는 피의자 신세가 됐다. 최근 개봉한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는 캡틴 아메리카의 동료인 ‘팔콘’ 샘 윌슨이 겪는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로서의 무게감과 분투를 담았다. 미국을 상징하는 캐릭터로 자리 잡은 캡틴 아메리카는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탄생했으며 평범한 인물이 초인적 힘을 갖고 특별한 방패를 들고 적에 맞서는 모습을 수십년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을 상징하지만 세계의 평화를 상징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상징의 미국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자국 중심주의 관세 정책과 비교하면 거리감이 있어 보인다. 결국 캡틴 ‘아메리카’는 지금 인접국이나 다른 여러 나라에도 불안감을 가져다 주고 있다. 한국도 이 같은 관세전쟁에서 결코 예외는 아니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변론 종결이 25일 있었다. 12·3 계엄 이후 사태 수습을 위한 여러 절차를 거치고 있지만 여전히 대한민국은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한국은 미국과 동맹이면서 한때 반미 감정도 있었던 만큼 숙명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2011년 개봉한 캡틴 아메리카 영화의 국내 제목이 ‘캡틴 아메리카’가 아닌, 부제였던 ‘퍼스트 어벤저’인 걸 봐도 당시의 분위기를 알 수 있다. 보수집회에서는 꾸준히 태극기와 성조기가 함께 펄럭인다. 캡틴 아메리카까지 등장해 난동을 부렸다. 다시 한번 미국과 한국에 대한 묘한 괴리감을 느끼게 만든다.
눈앞에 펼쳐진 드넓은 초원지대 한 폭 그림 같아 서쪽 하늘엔 타오를 듯한 붉은 노을 러시아 민요 흥얼거리며 땅거미를 기다리는 시간 자욱하던 토탄 연기도 사라지고 아름다운 수목, 초원, 하늘이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났다. 오늘은 670㎞ 떨어진 ‘사강달리’에 도착해야 한다.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므로 평소보다 일찍 출발한다. 자작나무, 소나무, 전나무 숲속을 달리는 구간은 적어지고 초원지대가 펼쳐진다. 차창 밖의 멋진 초원의 야생화를 보면서 달리는 드라이브는 최고다. 위도가 북위 52도로 약간 남서쪽으로 내려가고 있다. 고위도 지역이라 늦게 핀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해 있다. 시베리아 대평원 고위도 지방의 야생화는 대체로 단색이고 옅은 색상이다. 한국 봄날의 화려하고 진한 원색의 야생화는 보기 어렵다. 산들바람이 초원을 스쳐 지나가고 하얀 뭉게구름, 솜털구름이 멀리 파란 하늘과 조화를 이루며 떠 있다. 며칠 만에 보는 한가한 목가적인 전원풍경이다. 서쪽으로 달리면서 소나기가 가끔 뿌리며 지나간다. 소나기 다음에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이 나타난다. 자동차는 연초록색 물결의 평화로운 바다를 달리고 있다. 우리는 현재 자동차 ‘노마드족’이다. 특정 목적에 구애받지 아니하고 자유로운 영혼을 즐긴다. 고요함, 침묵, 자유, 목가적, 광활함, 평화로움, 한가로움, 멈춤, 느림, 여유, 단순함, 원시적, 모성적 대지, 어머니의 품, 사랑, 대자연 등 평안한 단어를 생각하며 달린다. 단어는 보이지 않는 미지의 세계, 무한한 상상력의 경계선을 넘나들 수 있다. 논어에 ‘심재(心齋)’라는 단어가 있다. ‘마음의 비움’을 심재라고 한다. 마음을 비우는 방법으로 공자는 제자 안회에게 말한다. “첫째, 귀로 듣는 것을 마음으로 듣는 것으로 바꾼다. 그다음 마음으로 듣는 것을 기(氣)로 듣는다.” 기는 한국과 중국 등 동양철학에서 가장 중요한 용어로 생명력, 에너지, 원기 등 우주의 기본적 요소다. 시베리아 대평원의 기를 마음속에 받으며 달리고 있다. ■ 두 번째 심각한 자동차 고장 기쁨과 평안함의 시간은 오전까지였다. O사장의 차는 출고된 지 10년, 주행거리 20만㎞의 오래된 차다. 출발 전에 열악한 도로 사정을 감안해 바퀴 교체, 오일 교환, 엔진 출력 확장 등 많은 돈을 들여 수리한 차라고 한다. 휴게소에서 점심을 먹고 러시아 극동군사령부가 있는 군사도시 ‘치타’에서 약 30㎞를 갔을 때 갑자기 O사장의 차가 엔진 출력이 떨어지고, 속도가 줄고, 검은 연기가 펑펑 나온다. 일행이 멈추고 자동차 전문가인 우리 차 카메이트 L실장이 보닛을 열고 살펴본다. 중요한 부품 ‘터보’에 미세한 구멍이 생겼다고 한다. 계속 달리면 차가 도로에 멈추는 상황이 생긴다고 한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치타’ 도시에 한국 기아차 딜러 회사와 정비소가 있다. 치타 정비소에 전화로 예약을 하고 30여㎞를 후퇴해 왔던 길을 되돌아 간다. 뒤돌아가는 일행 모두 불안한 상황이다. 정비사는 구멍 난 터보 부품을 새것으로 교체해야 한다고 말한다. 부품을 서울에서 공급받으려면 2주일이 걸릴 것이다. L실장의 아이디어로 터보의 작은 구멍을 임시로 끈으로 동여매고 가기로 한다. 두 시간 이상을 치타 정비소에서 소비했다. 치타에서 숙소 ‘사강달리’까지 370㎞를 더 가야 한다. O사장 차는 평지나 내리막길은 정상 속도로, 오르막길은 시속 60~70㎞로 느리게 운전해 간다. 이번 여행을 완주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혹시나 해서 가는 중간에 있는 구글로 정비소를 검색해 보고, 전화를 걸어보니 시골 도시 정비소 주인이 응급조치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시골의 자동차 정비사를 만난 시간이 오후 9시다. 이 정비사도 방법이 없다고 한다. 최악의 경우 초반기 여행이 중단되는 비관적인 시나리오가 걱정된다. 터보 수리에 도움도 못 받고 정비소 두 곳을 찾아 헤매는 데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정비소에서 기다리는 시간에 석양의 찬란한 낙조(落照)가 시작됐다. 초원에서 방목하는 말들이 해질 무렵 주인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목가적이다. ■ 석양을 뒤따라가며 낙조를 즐긴다. 위도가 높은 지역이라 해가 완전히 지는 시간은 오후 10시쯤이다. 오후 9시 이후부터 서쪽 하늘에 화려한 낙조의 시작이다. 해가 떨어지는 대평원의 서쪽을 향해 자동차도 서쪽으로 빠른 속도로 달려간다. 우리는 서쪽으로 운전하면서 오후 10시까지 시베리아 대초원으로 해가 넘어가는 붉은 노을을 뒤따라가는 경험을 한다. 이동하면서 관찰하는 대평원의 장시간 낙조는 5분, 10분 짧은 시간에 해가 바다로 떨어지는 서해안 낙조와는 다른 체험이다. 자동차 고장으로 두 곳 정비소를 들르느라 시간을 많이 소모했다. 몸과 마음이 몹시 지쳤는데 그나마 아름다운 낙조를 한 시간여 감상하면서 마음의 평온을 찾는다. 성악 전공의 K교수님이 동화적, 몽환적 석양을 보면서 러시아 민요 ‘더 이브닝 벨(The Evening Bell)’ 노래를 무전기로 얘기한다. 유튜브에서 더 이브닝 벨 곡을 틀어들으며 가니 마음이 안정된다. 가사는 아래와 같다. “저녁 종소리 저녁 종소리/너희는 전해야 할 이야기를 얼마나 많이 전했니/젊음과 집, 그리고 행복한 시간/내가 마지막 너희에게 들려주었던 노래/그 종소리 사라지고 행복했던 지난 날들.” K교수가 ‘검은 눈동자’ 등 여러 러시아 민요곡을 알려줘 유튜브에서 들으며 지루한 마음을 달랜다. 러시아 민요는 전반적으로 애절하며 차분해 우리의 정서와 비슷하다. 오후 11시 늦게 숙소에 도착했는데 최악의 여관이다. 방에 샤워실과 화장실이 별도로 없다. 여관 전체에 샤워실 겸 화장실이 복도에 한 개 있는데 공동 화장실이다. 아내가 화장실에 들어가면 나는 다른 사람들이 못 들어가도록 복도에서 보초를 서야 한다. 화장실이 없는 사막에서 용무가 필요할 때 사용하려고 우산을 준비해 갔는데 시베리아 화장실 환경도 보통이 아니다. 일행 중 두세 명이 배탈이 나 화장실 출입이 잦은데 화장실 여건은 최악이다. 저녁 식사와 샤워를 하고 나니 오전 1시다. 오전과 오후는 낙관과 비관, 천당과 지옥 정반대의 시간을 보냈다.
회양목이 위치한 영릉(寧陵)은 조선 제17대 효종(1619∼1659)과 인선왕후 장씨(1618∼1674)의 쌍릉으로 원래 양주의 건원릉 서쪽에 있었으나 1673년(현종 14년) 현재의 위치로 천장했다. 이 같은 재실 공간 내에 회양목과 향나무 그리고 재실 건축 연대보다 더 오래된 500년 이상의 느티나무가 함께 어우러져 재실의 역사성을 한층 높여준다. 이 회양목은 잎이 두껍고 타원형이며 꽃은 4∼5월에 피고 열매는 6∼7월에 갈색으로 익는 사철 푸른 나무다. 원래 회양목은 작고 낮게 자라는 나무로 이같이 재실 내에 크게 자란 나무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생물학적인 가치가 큰 노거수이다. 1673년 조성한 효종 영릉 재실에서 300여년 동안 자라온 나무로서 그 유래 및 역사성이 매우 깊다. 국가유산청 제공
올해부터 인천시인협회에서 시 합평을 하기로 계획했다. 시 합평은 두 종류로 진행될 예정이다. 하나는 등단한 회원을 위한 시 합평이고 또 하나는 준회원인 시인 지망생을 위한 시 합평이다. 어느 것이든 시 합평은 잘못하면 서로에게 상처만 준다. 이뿐만 아니라 합평했던 타인의 작품을 표절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합평은 시 공부를 하는 데 꼭 필요하다. 인천시인협회는 후진 양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 합평을 통해 모두가 성장하는 방식을 찾겠다. 올바른 합평의 원칙을 만들어 참여자 모두 K-문학 장에서 도약하게 할 것이다. 필자가 처음 경험했던 합평은 20대 시절이었다. 모두가 문학에 대한 열정으로 불타고 있었다. 하지만 합평은 할 때마다 서로에게 상처만 줬다. 문청들은 타인의 작품에서 단점을 찾기에 급급했다. 잘된 점은 말하지 않았다. 지금도 필자의 머릿속엔 모두에게 상처만 주는 합평으로 남아 있다. 얼마 전 기성 시인들의 시 합평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오랜만의 시 합평이라 기대가 컸다. 하지만 시작되자 필자가 경험한 20대 때의 합평이 재연됐다. 그곳에 모인 시인들은 칭찬은 전혀 하지 않았다. 오직 문제점 위주로만 합평했다. 이러면 서로 감정 대립이 된다. 필자는 다른 시인들의 작품에서 장점을 찾아내 의견을 개진했다. 합평은 장단점을 말해야 한다. 그래야 시적 아노미 상태에 빠지지 않는다. 대학의 문예창작과에서도 전 학년에 걸쳐 학생들은 합평 강의를 듣는다. 필자는 대학 문예창작과에서 시창작연습, 시창작과퇴고, 현대시강독, 문학과신화 등을 오랫동안 가르쳤다. 이 중 시창작연습과 시창작과퇴고는 학생들이 제출한 작품을 합평하고 마지막에 교수가 피드백을 주는 방식의 강의였다. 누군가는 상대의 작품에서 단점만 찾아내고 누군가는 장점과 함께 단점을 찾는다. 그리고 다수의 학생은 자기 작품이 혹평받아 상처를 입는다. 필자는 가능한 한 피드백을 줄 때 단점보다는 장점을 어떻게 확장할 것인가를 언급했다. 어떤 학생은 상처 입은 것을 강의 평가로 드러냈다. 지나치게 혹평을 한 학생을 막지 않은 책임을 필자에게 물은 것이다. 또 평가 압박 때문에 표절한 작품으로 합평한 학생도 생겨났다. 이 학생의 경우는 징계 위기에 처하자 스스로 휴학했다. 합평이 참석자 모두를 만족하게 한 예도 있다. 필자가 모 문학 단체에서 소모임장을 맡았을 때다. 그 단체의 소모임장이라는 직책은 합평을 담당하는 사람이다. 우선 작품을 회원들이 자유롭게 평가하게 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소모임장이 총평하는 방식이었다. 필자는 회원들의 작품에서 장점을 보려 노력했다. 우선 대상 작품에서 잘된 점을 찾아냈다. 잘된 부분을 이론적 근거를 대며 말해줬다. 합평 말미에 퇴고했으면 하는 부분을 조언했다. 더불어 지적한 단점도 필자가 잘못 본 것일 수 있다고 첨언한다. 그러자 모두가 만족하고 합평하는 날을 기다렸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진리란 없다. 다만 설만 있을 뿐이다. 따라서 절대적인 진리인 것처럼 오만한 태도로 작품을 혹평하면 안 된다. 합평은 시인들의 시적 합목적성에 맞게 원칙을 세워 진행해야 한다.
국립교통대학교와 국립충북대학교가 통합한다. 정부의 ‘글로벌대학30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통합하는 대학에 1천여억원의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통합 방식에 대한 논의는 많은 부분 정리됐다. 청주, 충주, 의왕, 오창·증평 캠퍼스에 학과 배치도 끝났다. 학교 명칭, 본부 위치 등 예민한 문제는 지난해 연말 논의됐다. 대학 본부는 현 충북대가 있는 청주에 두기로 했다. 교명은 교명선호도투표로 정하기로 했지만 아직 미정이다. 지금 충주 지역 사회가 이 문제로 시끄럽다. 통합 대학 본부 사무실 배치에 대한 이견이다. 현 교통대학교의 본부는 충주시 대학로 50번지에 있다. 통합되면 이 본부를 청주로 빼앗긴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충주 지역 반발이다. 이달 20일에도 7개 단체가 연합 성명을 냈다. “대학 본부는 충주에 남겨 두라”, “충북도가 나서 중재하라”. 충주 시민단체, 충주 학부모 단체, 충주 상공인 연합회 등이 총 망라됐다. 대조되는 지역이 있다. 침묵하는 의왕시다. 한국교통대 의왕캠퍼스가 의왕에 있다. 의왕 지역 유일의 4년제 대학이다. 한국 철도의 역사는 곧 의왕의 역사다. 지금도 철도기술연구원, 철도박물관, 코레일 인재개발원 등이 의왕에 있다. 2013년에는 철도특구로 지정되기도 했다. 교통대학교의 기원도 의왕이다. 1905년 철도이원양성소, 1985년 철도전문대학이 의왕에서 문을 열었다. 역사성에서 충주·청주는 비교도 안 된다. 의왕의 위기가 처음은 아니다, 2012년 의왕 철도대학이 충주대학교와 통합했다. 충남대와 경쟁을 벌이던 충주대가 전향적 제안을 했다. 교명을 국립교통대로 바꾸겠다고 했다. 그래서 의왕 캠퍼스는 ‘한국교통대 의왕캠퍼스’가 됐다. ‘의왕=철도’라는 역사성은 그렇게 유지됐다. 하지만 이번은 경우가 다르다. 학교명이 충북대로 갈 것 같다. ‘충북대학교 의왕캠퍼스’가 될 것 같다. ‘철도=의왕’ 역사가 깨지게 되는 셈이다. 25일 의왕에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의왕시의회 김태흥 부의장의 주장이다. “충북대학교 의왕 캠퍼스로 변경되면 철도의 본고장 역사를 지켜오던 의왕시의 지역성이 무너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역의 우려를 반영할 수 있는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했다. “교통대학교가 지역사회와 협력할 수 있는 방안도 찾자”고 했다. 너무 목소리가 없다 싶었는데 그나마 다행이다. 우리도 그 우려에 공감하고 제언을 지지한다. 의왕시 유일의 4년제 대학 캠퍼스다. 철도 역사의 중심을 지켜온 자부심이다. 그런 상징 학교에 내걸릴 현판 아닌가. ‘충북대학교 의왕캠퍼스’는 아무리 봐도 아니다.
정부가 25일 그린벨트 해제 가능한 국가·지역전략사업지 15곳을 선정했다. 그런데 모두 비수도권에만 배정했다. 그간 수도 없이 그린벨트 해제를 요구해 온 경기 인천은 이번에도 쏙 빠졌다. 굳이 알아보지 않아도 명분은 뻔할 것이다. 귀가 아프도록 들어온 지역균형발전론이다. 경기 인천 지역 주민들 삶은 어찌하라는 건지. 정부가 17년 만에 개발제한구역(GB) 해제 면적을 확대하기로 했다. 국가 및 일반산업단지, 물류단지, 도시개발사업 등 국가와 지역의 다양한 전략사업을 뒷받침하기 위한 정책이다. 이를 위해 환경평가 1~2 등급 지역까지 해제 조건을 풀었다. 그러나 인천은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대상에서 빠졌다. 인천시는 지난해 정부에 그린벨트 추가 해제를 건의했다. 인천의 남북 생활권 단절 해소, 경인아라뱃길 활성화 사업 등을 위해서다. 계양구 일대 탄약고 군부대 이전 사업도 그린벨트 해제가 따라야만 가능하다. 그러나 정부는 기존의 해제 총량 범위 안에서 해결할 문제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천의 GB 해제 면적 총량은 9㎢이나 현재 잔여 물량은 0.8㎢에 불과하다. 이마저 남동구 남촌일반산업단지와 부평구 제3보급단 이전 사업 물량을 빼면 추가 해제 가능한 GB가 전혀 없다. 인천 검단 등 북부지역은 군부대 등이 도시 발전의 걸림돌이다. 그러나 GB 해제 물량이 없다 보니 북부권 종합발전계획도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 경인아라뱃길 주변 계양구 장기·상야지구와 서구 백석지구 등의 사업도 GB에 묶여 있다. 인천 북부지역은 이미 도시화가 많이 이뤄진 상태다. ‘대도시 확산 방지’라는 당초 GB 목적이 별 의미가 없어졌다. 이런데도 정부는 수도권에 대해서는 GB 추가 해제에 늘 부정적이다. 경기 지역도 마찬가지다. 경기도는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국토부에 100만㎡ 미만의 그린벨트 해제 권한을 비수도권뿐 아니라 수도권도 포함시켜 달라고 건의했다. 그러나 인천과 마찬가지로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경기도는 이는 수도권에 대한 역차별이라며 국토부에 지속적으로 해제를 요구할 방침이다. 이처럼 반복되는 수도권 역차별을 봐야 하는 경기 인천시민들의 눈길은 곱지 않다. 특히 인천은 도시가 팽창하면서 군부대들이 거의 도심 한복판에 위치해 있다. 서울도 아닌 이곳 지역을 묶어 두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바랄 수는 없다. 30년 넘게 수도권을 묶어 왔지만 과연 균형발전을 이루기라도 했는가. 세계는 다시 통상 전쟁의 시대다. 이 역시 국가 경쟁력 다툼이다. 뺄셈, 나눗셈이 아닌 덧셈, 곱셈의 정책 발상이어야 한다. 수도권이아말로 국가 경쟁력의 출발선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