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만평] 가뜩이나 부담스러운데...

[사설] 8건 줄줄이 기각, 탄핵도 책임 지워야 한다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 소추가 기각됐다. 대통령관저 이전 의혹 감사 부실이 이유였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 탄핵도 기각됐다.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 부실이 이유였다. 탄핵에 이르지 않는다고 헌재는 봤다. 감사 또는 수사의 절차를 따진 결정이다. ‘의혹이 완전히 해소됐다’는 형사법적 판단은 아니다. 일부의 아전인수격 해석을 경계한다. 보다 중요한 것은 탄핵의 책임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29건의 탄핵소추안이 있었다. 중복된 인원을 빼면 23명의 공직자가 탄핵 소추됐다. 헌재가 지금까지 8건을 결정했다. 모두 기각이다. 인용된 사건은 없다. 대부분 장차관급 또는 그 이상 직위다. 탄핵 소추가 결정되면 사임도 못한다.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핵심 결정 등 업무가 완전히 마비된다. 이런 상태가 수개월 이어졌다. 그래놓고는 줄줄이 기각이다. 탄핵 책임론이 안 나오는 게 이상하다. 형사사건에서 무죄 선고 때 얘기가 있다. ‘죄는 있는 데 밝히지 못했을 뿐이다.’ 수사 경찰 또는 기소 검찰이 하는 얘기다. 낯부끄러운 변명이다. 죄를 밝히는 것은 수사기관의 기본 책무다. 죄를 밝혔을 때 비로소 기소해야 맞다. 그런데 법원이 증거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수사기관이 죄를 밝히지 못했다는 책임을 묻는 것이다. 이때 수사기관의 바른 태도는 반성과 사과다. 수사 능력 없다는 반성과 인권 침해했다는 사과다. 탄핵 심판은 공무 담당 자격을 가린다. 그 기초는 역시 불법을 따지는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기소가 아니라 소추라 불릴 뿐이고, 검사가 아니라 국회가 제기할 뿐이고, 판결이라 안 하고 결정이라 할 뿐이다. 탄핵 기각 때 국회 측의 반응이 있다. ‘기각됐지만 정치적 책임은 남았다’. 앞서 형사재판 무죄 판결에서와 다를 바 없다. 궤변이다. 불법을 증명하지 못한 것이고 국정을 마비시킨 것이다. 반성하고 부끄러워해야 한다. 여론의 질책이 장난 아니다. ‘세비로 물어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법사위원장직을 걸어야 한다’, ‘무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13일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법 현실에는 맞지 않다. 감정이 곁들여진 주장이다. 하지만 ‘책임 없는 무한 탄핵 권한’에 대한 우려는 분명하다. ‘정치적 책임’이라는 말장난에 맡길 게 아니다. 보다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 여덟 번 연속 무죄받은 검사라면 검찰 조직에 남아있지 못한다.

[사설] 기회타운 프로젝트, 명명보다 내실이 중요

김동연 지사의 도정 화두는 ‘기회’다. 공정 사회로 가는 기회의 사다리다. 대표 정책이 경기도의 기회소득이다. 사회 각 분야에서 이미 시행에 들어갔다. 여기 또 하나의 정책 실험이라 할 기회타운이 발표됐다. 기회소득이 복지라면, 기회타운은 주거다. 사통팔달의 교통 인프라를 축으로 한다. 수원 우만 테크노밸리, 용인 플랫폼시티, 안양 인덕원 역세권 등 세 지역이다. 그 의욕적 출발을 알리는 선언이었다. 구체적인 내용과 청사진도 함께 공개됐다. 수원 우만 테크노밸리 기회타운은 두 개 전철망이 형성된다. 2028년 12월 완공되는 인동선과 2029년 12월 완성되는 신분당선이다. 기존 인프라도 훌륭하다. 200개 이상의 바이오 기업이 몰려 있다. 경기대와 아주대의 고급 두뇌가 있다. 동수원병원, 아주대병원, 성빈센트병원도 있다. 이곳을 입체적으로 만드는 구상이다. 투입될 예산만 2조7천억원이다. 이재준 수원시장도 이번 개발에 큰 기대를 표했다. 2026년 착공해 완공 시점은 2030년이다. 용인 플랫폼시티 기회타운은 11일 착공식을 가졌다. 착공식에는 김성중 경기도 행정1부지사가 참석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 구성역, 경부·영동고속도로가 교차한다. 인공지능(AI) 산업과 마이스 산업 등이 육성된다. 총 8조2천억여원을 투입해 2030년 완공한다. 안양 인덕원 기회타운은 ‘4중 역세권’이다. 지하철 4호선, 인동선, 판교선, GTX-C가 교차한다. 스타트업과 벤처기업 등이 자리한다. 1조100억원이 투입되며 완공은 2027년이다. 기회타운은 김동연표 도시개발 정책 브랜드다. ‘더 많은·더 나은·더 고른’ 기회 제공을 목표로 한다. 많은 예산과 공을 들여 추진하고 있다. 기대가 큰 만큼 걱정도 있다. 전임 이재명 지사 시절의 기억 때문이다. 이른바 ‘기본 주택’ 사업이었다. 혁명적 시도라고 소개가 됐고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이 전 지사의 임기와 함께 사라졌다. 제도 개선이 따라 주지 못했고, 정치적 구호라는 거부감이 컸다. 기회타운은 달라야 한다. 무엇보다 임기와 무관해야 한다. 기회타운 세 곳의 완공 시점이 2027년 또는 2030년이다. 김 지사의 연임 도전 여부를 알 수 없다. 현 상태의 첫 번째 임기는 2026년까지다. 완공 예상 시기가 모두 그 이후다. 지속가능한 제반 조치를 단단히 챙길 필요가 있다. ‘직·주·락·환·복’이 갖춰진 도시를 선언했다. ‘정치’를 빼고 보면 더 없는 목표 아닌가. 목표를 이루면 도민 모두가 좋은 일이다.

[지지대] 중국 권력 서열 3위의 불참

중국의 집권당은 공산당이다. 건국 이후 줄곧 그랬다. 1949년 이후부터로 올해 76년째다. 이 나라에는 권력 서열이라는 게 있다. 모든 절차나 회의 등도 권력 서열 순으로 엄정하게 진행된다. 자본주의 국가에선 의전 서열이라 부른다. 이런 가운데 연중 가장 중요한 정치 행사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권력 3위가 회의 폐막식에 불참해서다. 좀 더 들여다보자. 발단은 중국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였다. 지난 11일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연례회의 폐막식에 자오러지 전인대 상무위원장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고 외신이 전했다. 그의 권력 서열은 공식적으로 3위다. 전인대 폐막식에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총 7명)이 전원 참석하지 않은 건 수십년 만에 처음이다. 물론 그는 하루 뒤 공식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폐막식에는 시진핑 주석 등 최고 지도부와 전인대 위원 3천여명이 모였다. 하지만 이날 최고 지도부가 착석하는 연단에서 시 주석 바로 앞 자오 위원장 자리에는 리훙중 부위원장이 앉았다. 위원장이 낭독하는 폐막사도 리 부위원장이 읽었다. 자오 위원장은 서부 칭하이성에서 정치 경력 대부분을 쌓았다. 칭하이성과 산시(陝西)성 당 서기를 거쳐 시진핑 1기인 2012년 중앙정치 무대에 입성했다. 공산당 중앙서기처 서기와 중앙조직부장 등 요직도 거쳤다. 외신은 자오 위원장의 폐막식 불참 사유를 병환 때문이라고 짧게 알렸다. 하지만 분위기는 석연찮다. 중국은 이번 양회를 통해 키워드를 제시했다. 내수·무역 고민 속에서 성장 목표 ‘5% 안팎’이 그것이다. 예년 양회에 비해 눈에 띄는 대목은 ‘평화통일’이란 표현 삭제다. 이 때문에 대만과의 관계에서 변화가 예고된다. 무력 행사 가능성을 시사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에도 무게가 실린다. 중국 외교부는 자오 위원장의 전인대 폐막식 불참에 말을 아꼈다. 애써 대수롭지 않게 여기려는, 그 속내가 참으로 궁금하다.

[시베리아·실크로드, 지구 반바퀴] 중간 목적지 ‘바이칼 호수’에 도착했다

숙박한 ‘사강 달리’의 7월14일 아침 기온은 13도로 상쾌하다. 위도가 높은 지역이라 7월 중순의 날씨는 우리의 5월처럼 기분 좋은 날씨다. 간단한 아침식사 후 시베리아의 다음 목적지 바이칼호를 향해 출발한다. 바이칼호에 도착하면 시베리아 대평원을 3천900㎞ 달려온 셈이다. 도로 상태도 매우 열악한 편도 1차선 노면이 울퉁불퉁한 길을 달려왔다. 수시로 느리게 가는 화물차를 중앙선을 넘어 추월하는 위험한 곡예운전을 했다. 고장난 O사장, L실장 차를 수리해야 한다. 먼저 바이칼호 근처 3천900㎞ 떨어진 ‘울란우데’ 정비소를 예약했다. 울란우데는 러시아 부랴트공화국의 수도(인구 43만명)로 이곳에서 가장 큰 도시다. 일요일인데 출발 전 전화해 보니 울란우데 1급 정비소가 일요일에도 정상 영업을 한다고 한다. 우리도 과거 소득이 적을 때 주중 주말 구분 없이 일했던 경험이 생각난다. 울란우데 정비소에 구멍 난 터보 수리에 대해 전화로 예약했다. 터보가 고장 난 O사장 차는 제 속도를 못 내고 간신히 시속 80㎞ 저속으로 운행 중이다. 이 지역은 몽골족 일파인 부랴트족이 목축업을 하던 북부지역 몽골초원이다. 현재 몽골족이 30~40%이며 나머지는 러시아인이다. 부랴트 몽골족은 러시아에 완전 동화돼 몽골어를 잊어 버렸다. 1727년 청나라와 러시아가 바이칼호 주변 시베리아 지역의 몽골족 거주지를 러시아에 넘겨주는 국경조약(카흐타 조약) 체결 이후 300년 동안 러시아 지배를 받아 왔기 때문이다. 현재 몽골족의 독립 시도, 인종 갈등, 몽골 통합 등 소수민족 문제가 없는 지역이다. ■ 원시적 초원에서 피정(避靜)의 드라이브 시베리아 산림을 벗어나고 있다. 아름다운 목초밭, 초지가 멀리까지 끝없이 펼쳐지고 있다. 연두색 초원, 몇 조각 하얀 구름, 새파란 하늘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다. 차창 밖 사진을 찍다가 사진으로 전체 풍경과 분위기를 담을 수 없다는 점을 깨닫고 포기한다. 그 대신 벅찬 감정을 그대로 느끼기로 한다.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초원에는 ‘모기, 등에, 파리, 벌, 독성이 있는 곤충’ 등 우글거려 들어가면 큰 사고를 당한다. 며칠 전 사진 찍으러 갔다가 물린 곳이 아직도 가려워 고생하고 있다. 목축업을 하는 농가가 초원에 자주 나타난다. 목재로 지은 주택이 많은데 규모가 작고 무척 낡아 보인다. 겨울철 추위와 난방비 절약을 위해 작은 집에 사는 것이다. 모든 목재 집의 지붕 중앙에 굴뚝이 한 개씩 설치돼 있다. ‘게르’ 중앙에 설치된 굴뚝처럼 바닥에는 음식 조리와 난방을 겸하는 화덕이 있을 것이다. 집집마다 마당에 나무 울타리로 겨울철 가축을 가둬 두는 우리가 설치돼 있다. 우리 크기를 보면 가축 수의 많고 적음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봄여름 방목이 끝나면 늦가을부터 이른 봄까지 건초를 먹이면서 가축을 키우는 장소다. 초라한 목조가옥은 서부영화에 나오는 퇴색한 시골 풍경과 무척 닮았다. 러시아는 평원과 초원을 이동하며 생활하는 유목민을 정착시키기 위해 제정러시아부터 소련까지 오랫동안 공권력을 투입했다. 유목민들은 정착 생활에 익숙지 않기 때문에 처음에는 크게 저항했다고 한다. 러시아 정부의 정착 유도 의도는 정착민들은 통제하기 쉽고, 세금 징수에 편하고, 반란이 발생했을 때 진압이 쉽기 때문이다. 특히 카자흐스탄의 넓은 초원에 흩어져 살던 카자흐 유목민은 정부의 강제적인 정착 유도에 크게 저항했다. ‘카자흐’ 뜻은 ‘자유인, 방랑자’라는 뜻이다. 카자흐인들의 저항을 제압하고 반강제로 정착 생활로 추진하는 데 많은 유혈 사태가 있었다고 한다. 지금도 카자흐스탄 사람 중 여름에는 초원에 가서 유르트(게르)에서 사는 사람이 많다. ■ ‘요수소’ 사태와 울란우데 자동차정비소 여행도 리듬을 타야 하는데 자동차에 또 다른 문제가 생겨 여행의 흐름이 끊어진다. 우리가 탄 차의 요수소가 비어 간다고 빨간 경고신호가 계기판에 들어왔는데 오전 내내 요수소 가게를 못 찾고 있다. 급기야 중간에 요수소를 못 구한 채 요수소가 바닥 나고 차가 도로에 멈춰 섰다. 선두 차 가이드 H씨와 윤군이 함께 요소수 가게를 찾아 앞으로 무작정 달려간다. 이곳은 인터넷 연결이 안 되는 지역이다. 요수소를 사러 간 동료와 연락이 안 되니 답답하다. 두 시간 동안 시베리아 평원의 길가에 앉아 요수소를 못 구하면 어떡하나 걱정하며 불안한 시간을 보냈다. 다행히 80㎞를 달려 요수소 가게를 찾았다. 두 시간을 길에서 허비한 후 자동차에 요수소를 보충하고 출발한다. 울란우데로 운전해 가는 도로 위에서 러시아 표준시간이 한 시간 늦춰져 시계를 풀어 다시 시침을 조정한다. 우리는 서쪽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오늘도 낮 시간을 한 시간이나 번 셈이다. 러시아는 광대한 나라로 표준시가 9개다. 우리는 이동 중에 표준시간을 세 번째 맞추고 있다. 오후 3시께 울란우데 정비소에 도착했다. 1급 정비소라 기대가 크다. 마침 직원이 몽골계다. 외모가 비슷한 우리에게 매우 친절하다. 차를 맡겨 놓고 가라고 한다. 밤 사이 수리할 테니 내일 오전 9시에 찾으러 오라고 말한다. 우리는 O사장 차를 정비소에 맡겨 두고 나머지 두 대 차에 나눠 타고 바이칼호 숙소로 향한다. ■ 바이칼호 휴식 시베리아 코스의 중간 종착지, 바이칼호에 석양 무렵 도착했다. 울란우데 정비소에 자동차를 맡기고 바이칼호 숙소로 가는 도중에 슈퍼마켓에 들러 저녁식사 먹거리인 삼겹살, 러시아 술 보드카, 양파, 당근 등 식재료를 샀다. 길에서 노지 재배 딸기를 팔고 있다. 작고 볼품은 없지만 먹을 만하다. 저녁식사 후 디저트용으로 K회장이 노지 딸기 한 박스를 샀다. 숙소는 바이칼호 백사장 옆에 있는 3층짜리 민박 건물이다. 석양 무렵 바이칼호에 도착하자 모두 백사장으로 뛰어가면서 만세를 부른다. 모두가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다. 아내는 잽싸게 양말을 벗고 호숫물에 발을 담그며 행복하게 환호한다. 바이칼호는 경상남북도 크기의 호수로 세계에서 제일 큰 민물 호수다. 아내와 4년 전 추운 2월에 눈 덮인 자작나무 숲과 얼어 붙은 바이칼호를 보러 왔던 추억이 생각난다. 당시 영하 30도의 혹독한 추위를 경험했는데 반대로 오늘은 날씨가 일 년 중 가장 좋은 7월 한여름에 바이칼호에 다시 온 것이다. 감회가 새롭다. 민박집 주인이 지하층 부엌을 저녁식사 요리에 사용하도록 빌려줬다. 유일한 여성인 아내, 나, L실장, 윤군 등 일행이 공동으로 삼겹살고추장구이를 준비했다. 주방용 칼이 매우 무뎌 고기 자르는 데 불편이 있었다. 반찬은 통조림 김치 한 가지다. 보드카와 삼겹살구이가 잘 어울린다. 필자가 러시아에 거주한 경험이 있는 윤군의 추천을 받아 보드카는 맛있는 것으로 세 병을 샀다. 지난 일주일 동안의 시베리아 대평원의 피로가 싹 가신다. 보드카 술잔을 들고 “가자! 이스탄불”, “고생 끝, 행복 시작” 여행의 완주와 안전을 염원하는 건배사를 합창한다. 옆자리에 식사하던 러시아 부부의 부인이 오늘 60회 생일이라고 한다. 자연스럽게 합석해 술도 함께 먹고 ‘해피 버스데이’ 생일 축하곡도 부르면서 즐거움을 나눈다. 밤중에 북반구 시베리아의 총총한 별을 보러 가기로 약속했는데 보드카 술기운에 그냥 잠에 빠졌다. 바이칼호의 공기는 가볍고 매우 맛있다. 원시의 생명력이 넘치는 바이칼 호반의 숙소에서 행복한 꿈을 꿨다.

[경기만평] 애초에 불가능한...?

[사설] 경기도내 440개 철강 업체 관세 맞은 날, 정치는 없었다

트럼프발 관세 공격이 현실화됐다. 그 첫 번째가 철강 관세 폭탄이다. 대상은 철강·알루미늄 및 파생상품이다. 무려 25%의 관세가 부과되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10일 서명한 행정명령이다. 미국에서 대한민국 철강 제품 비중은 9.7%다. 캐나다(22.7%), 브라질(15.6%), 멕시코(12.2%)에 이어 네 번째다. 액수로 따지면 연간 6조~7조원이다. 이 막대한 시장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그 관세가 부과되는 기점이 12일 오후 1시다. 직격탄을 맞는 곳이 바로 경기도다. 전국 철강 제조업체는 1천709개다. 이 가운데 25.7%인 440개가 경기도에 있다. 2위 경남(15.3%), 3위 경북(11.2%)과 비교가 안 된다. 세부 지역을 자세히 살펴보자. 시흥시(103개)와 안산시(72개)에 많이 몰려 있다. 시화공단 일대에 집중돼 있다는 얘기다. 철강 도매업체는 시흥시(255개)와 화성시(139개)에 집중돼 있다. 철강 관세 폭탄의 피해가 남의 얘기가 아니다. 시흥·안산·화성의 일이다. 지금 세계는 트럼프 행정부와 관세 전쟁 중이다. 캐나다는 온타리오주(州)가 전기요금 보복에 나섰다. 뉴욕 등 미국 3개 주에 보내는 전기료를 25% 인상했다. 더그 포드 주지사가 ‘단전도 검토하겠다’며 전면에 서 있다. 멕시코는 셰인바움 대통령이 협상을 맡았다. 트럼프의 관세 부과를 유예시켰다. 종전에 70%이던 지지율이 85%까지 올랐다. 자국 기업 지키기에 정파를 따지는 나라는 없다. 기본적으로 기업의 노력 범위 밖의 일이다. 대한민국은 어떤가. 정부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끌고 가고 있다. 결단력 내릴 구심력 자체가 없다. 여야 정치의 행태는 더 분노를 자아낸다. 오로지 탄핵에 매달려 사생결단하고 있다. 철강 관세 폭탄에 미안했는지 언급은 찔끔 했다. 그 알량한 논리의 결론도 탄핵을 향했다. 국민의힘은 “일부 정치 세력이 주도한 탄핵 심판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고 비난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위기를 돌파할 유일한 해법은 윤석열 파면뿐”이라며 비난했다. 정상이라면 당연히 외교통상상임위가 열려야 한다. 정부와 정치가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찾아야 한다. 그런 모습은 없다. 각 당 지도부는 탄핵 농성장에 몰려갔다. 단식 또는 삭발을 써 달라는 보도자료만 뿌려 대고 있다. 국민과 기업은 세계 시장에 먹잇감으로 내 버려졌다. 한두 명 정치인의 보여주기식 행동이라도 있을 법하지만. 그런 모습은 눈 씻고 봐도 없다. 시흥·안산·화성지역 국회의원들, 최소한 이들이라도 나서야 하는 거 아닌가.

[사설] 체험학습 기피 확산... 지속 여부 고민할 때다

새 학기를 맞은 학교마다 현장체험학습을 고민한다. 최근 한 초등학교 교사에 대한 유죄 선고에 따른 파장이다. 현장체험학습 중의 학생 사망 사고로 재판에 넘겨진 교사다. 일선 교사들은 체험학습 폐지론까지 들고 나온다. 형을 받고 퇴직할 수도 있는데 계속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소풍, 수학여행도 줄이거나 당일치기로 바꾼다고 한다. 현장체험학습은 교실을 벗어나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며 체득하는 학습활동이다. 공간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학습 흥미와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등으로 안전 문제 등에 대한 우려가 늘 있어 왔다. 이번 인솔 교사 유죄 판결이 논란을 더 키운 셈이다. 현장체험학습을 꺼리는 분위기가 퍼져 간다고 한다. 인천교사노조가 최근 관련 조사를 했다. 인천 교사 555명 중 432명(78%)이 현장체험학습 전면 폐지를 희망했다. 418명(75%)은 안전사고 민형사 재판에 대한 법률 지원을 호소했다. 인천 한 초등학교는 일단 이번 학기 체험학습을 다음 학기로 미루기로 했다고 한다. 또 다른 초등학교도 다음 학기로 미루기 위해 학부모 의견을 듣고 있다. 교사들을 보호할 구체적 대안이 나올 때까지는 움직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학기 초라 어쩔 수 없이 ‘취소를 전제로 한’ 체험학습 계획을 짜는 학교도 있다고 한다. 현행 ‘학교 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은 교사 면책 조항이 마땅히 없다. 현장체험학습 등 교육 활동 중 안전사고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 부분이 불명확한 것이다. 교육부는 교사가 안전조치 의무를 다한 경우 면책 단서 조항을 적용하는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교사들은 이 조항조차도 모호하다며 현장학습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장체험학습의 안전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내놓는 대책들도 문제다. 지방의 한 교육청은 수학여행이나 수련회 계획에 대한 학부모 동의율을 70%로 정했다. 최소 1회 이상 사전 답사, 학교운영위원회 심의, 안전요원 증원 등도 지켜야 한다. 체험학습 후의 사후 정산 업무까지 교사에게 맡기기도 한다. 교사들이 꺼릴 만도 하다. 선생님들을 나무랄 일만도 아닌 것 같다. 체험학습 기피가 그들에게는 남은 자구책이기 때문이다. 누가 감옥에 가고 교단에서 쫓겨나기를 바라겠는가. 교사와 학부모, 학생도 원하지 않는다면 체험학습의 지속 여부를 진지하게 고민할 때다. 시대도, 교육 환경도 이전과는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에서도 사법적 판단의 중차대성을 새삼 느낀다. 그러고 보니 체험학습을 생업으로 삼아 온 이들도 앞으로 걱정이 많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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