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국회의원 추석 상여금 424만원

올해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은 평균 20만9천494원으로 조사됐다. 지난해보다 1.6% 올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지난 6일 전국 23개 지역 전통시장 16곳과 대형유통업체 34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차례 간소화 경향을 반영해 4인 가족 기준 24개 품목을 조사했다. 추석 차례상 비용은 작년보다 올랐는데 상여금을 주는 기업은 역대 최저로 나타났다. 커리어 플랫폼 ‘사람인’이 기업 47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추석 상여금 지급 계획’ 조사 결과, 지급한다고 응답한 기업은 전체의 47.7%였다. 이는 사람인이 2012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추석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는 이유로 ‘선물 등으로 대체하고 있어서’(40.7%)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사정상 지급 여력이 없어서’(28.0%), ‘명절 상여금 지급 규정이 없어서’(24.0%), ‘위기경영 중이어서’(17.5%), ‘상반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서’(9.8%) 등의 순이었다. 추석 상여금을 주는 224곳 기업의 평균 지급액은 66만5천600원이었다. 지급 이유는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서’(54.9%)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이어 ‘정기 상여금으로 규정돼 있어서’(37.1%), ‘직원들의 애사심을 높이기 위해서’(20.5%) 등이 뒤를 이었다. 평균 선물 비용은 8만1천원으로, 평균 상여금에 비하면 월등히 낮다. 반면 국회의원의 올 추석 상여금은 424만7천940원이다. 기업 평균 상여금에 비하면 6.4배 정도 많다. 기업의 절반이 추석 상여금을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볼 때, 상당히 큰 금액이다. 경영난에 간신히 버티고 있는 중소기업 사장이나, 상여금을 못받는 근로자들은 자괴감이 크다. 자영업자도 그렇다. 명절 상여금이 그림의 떡이어서, 추석이 더 우울하다고 한다. 22대 국회가 임기 시작 96일 만인 지난 9월2일에야 개원식을 가졌다. 요즘 국회의원들은 민생은 팽개치고 정쟁에만 몰두하는 모습이다. 그러면서 명절 보너스는 따박따박 챙겨간다. 상여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 추석 연휴에도 일하는 근로자들이 낸 세금이다.

[천자춘추] 노후 빌라촌 재정비 ‘뉴:빌리지’

정부는 지난달 말 ‘뉴:빌리지 사업 공모 가이드라인’을 확정하고 이달 초 지자체 대상 설명회를 개최하면서 본격적인 사업 추진에 나섰다. 뉴:빌리지 사업은 올해 3월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처음 발표된 사업으로 현 정부의 공공분양주택 정책인 뉴:홈에 이어 노후 저층 주거지역 정비에 대한 정책 브랜드다. 이는 노후 단독주택, 빌라촌 등에서 소규모 정비, 개별 건축과 연계해 저층 거주지에 아파트 수준의 편의시설 설치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국비로 공용주차장, 도로,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과 방범시설, 주민운동시설, 도서관 등의 편의시설 설치를 지원한다. 연내 선도사업으로 노후 단독·빌라촌 30곳을 대상지로 선정해 최대 국비 18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며 2029년까지 비(非)아파트 5만가구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국 주택 중 아파트의 비중은 1990년 말 기준으로 22.7%에 불과했지만 작년 말 기준으로 64.6%를 차지할 정도로 우리나라 주거생활은 아파트로 획일화돼 가고 있다. 저층 주거지의 단독주택, 빌라 등은 상대적으로 주거비용이 저렴해 서민과 청년들의 보금자리이자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하고 있으며 도시 내 다양한 주거 형태 중 하나로 균형 있게 관리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아파트에 비해 불편한 편의시설, 주택 노후화 등으로 인해 주거 만족도가 낮고 신규 공급이 점점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뉴:빌리지 사업은 노후 저층 주거지를 보다 살기 좋은 거주 공간으로 재탄생시켜 신규 공급을 늘리는 정책으로 매우 환영할 만하다. 특히 재개발사업이 사실상 불가능한 수도권 중소도시, 지방도시 등에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나 한편으로 정책 추진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사업 내용으로는 기반·편의시설 설치에 대해서는 다양한 지원이 가능하나 실질적인 주택 정비와 관련된 수단은 자율주택정비사업 외 마땅한 수단이 보이지 않는다. 신규 공급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지역주민들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해 추진할 수 있는 새로운 정비수법의 도입이 필요하며 필지의 권리 관계 조정 및 부정형의 대지 형태를 정비할 수 있는 토지구획정리와 연계한 수법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주택 정비에 대한 전문적인 컨설팅 및 계획수립 지원, 철거비 지원 등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소위 ‘아파트 공화국’이라 불리며 아파트 중심으로 획일화돼 가는 주거생활에서 벗어나 다양한 주거문화가 공존할 수 있도록 새롭게 추진되는 뉴:빌리지 사업에 대한 기대와 응원을 보낸다.

[기고] 기후변화 재난관리

모두가 염려는 하고 있지만 기후변화의 실체를 일반인은 물론이고 전문가그룹에서도 잘 설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언제 어디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말이다. 기후변화는 단순한 기상현상이 아니라 다양한 계층의 요인들과 과정이 상호작용을 하는 매우 복잡한 현상이다. 이러한 층들은 과학적, 환경적, 사회경제적, 정치 및 정책적 측면으로 구성될 수 있다. 과학적 층은 기후변화를 주도하는 기본 메커니즘을 포함하며 자연적 요인들과 인위적 요인 모두를 포함해야 한다. 환경적 층은 자연생태계와 물리적 환경에 대한 기후변화의 직접 및 간접적 영향을 살펴봐야 한다. 사회경제적 층은 인간 사회, 경제, 문화적 관습에 대한 기후변화의 영향을 다뤄야 한다. 정치 및 정책 층은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거버넌스, 정책 및 국제 협력을 포함해야 한다. 기후변화의 각 층은 깊이 상호 연관돼 있다. 과학적 이해는 환경 영향 평가에 정보를 제공하고 이는 다시 사회경제적 대응을 형성하며 정치적 행동을 유도한다. 효과적으로 기후변화를 해결하려면 모든 층을 고려하는 통합된 접근 방식이 필요하며 지속가능한 관행, 혁신적인 기술 및 전 세계적인 협력 정책을 촉진해야 할 것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여름 날씨의 현상은 주로 강화된 장마와 고온 다습, 폭우, 폭염과 열대야, 해수 온도 상승, 가뭄, 그리고 태풍일 것이다. 금년의 장마는 예년의 패턴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집중 호우, 공간적 집중상(국지성)과 시간적 집중성(강우강도의 증가)은 분명하게 흔적을 남기고 있다. 이어지는 폭염과 강한 소나기도 집중성을 강하게 보이고 있다. 이러한 자연재난 요소들에 더해 인적인 재난 요소들, 산림 벌채와 산림 관리의 부실, 토지 이용의 불합리(난개발 등)가 겹쳐 곳곳에서 산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물론 폭염도 산비탈을 약화하는 데 일조한다. 제발 숲은 건드리지 마시기 바란다. 산자락도 건드리지 마시기 바란다. 꼭 필요하다면 철저한 보강을 실시해야 할 것이다. 죽고 사는 문제가 걸려 있다. 고온으로 인한 농작물과 가축 피해, 그리고 바닷물의 고온으로 인한 양식업의 피해도 결코 가벼운 정도가 아니다. 과거에 빈번했던 홍수보다는 근자에는 산사태가 더욱 많이 발생한다. 물론 집중성이 강한 폭우도 중요한 원인이지만 토지 관리상의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상상할 수 없는 곳에 개발허가가 발행되는 것은 전형적인 관재(官災)다. 대부분이 불법행위다. 경관 심의, 환경영향 평가, 재해영향 평가 등 모든 평가 과정을 무시한, 아니면 부실 평가든간에 불법이다. 막아야 한다. 정부의 상위 기관들은 무엇 하고 있는지 한심할 뿐이다. 감사원은 앉아서 신고 들어오는 것만 감사하는지, 선행적 암행 감사는 할 수 없는지 물어 보고 싶다. 기록적으로 계속되는 폭염과 열대야, 고온다습 그리고 해수 온도 상승의 피해는 농어민들과 저소득층이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정부의 적극적인 선제적, 현실적 대책이 필요하다. 그런 가운데서도 올림픽의 즐거운 소식들이 더없이 좋은 냉수가 됐다. 아직은 태풍의 영향이 없지만 적도 부근에 쌓이는 에너지가 고위도 지역으로 전달되는 늦여름 초가을에는 보다 큰 에너지를 가진 태풍이 우리에게 올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 늦가을과 겨울, 그리고 봄철의 산불도 철저하게 감시해야 할 것이다. 재난관리는 ‘우문현답’이어야 한다. ‘우리의 문제(재난)는 현장에 답이 있다’. 현장에 가보면 원인과 과정과 결과 그리고 해답(대책)이 보인다. 언론 보도만 긁어 모은 보고서는 작성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화재 없는 안전한 추석 명절을 위하여

아침저녁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싶더니 어김없이 우리의 대명절 추석이 성큼 다가왔다. 추석에는 보통 가족과 친지들이 모여 그 해 첫 결실인 햇곡과 과일을 차례상에 올려 조상께 감사드리고 가족의 화목과 결속을 다진다. 문제는 명절 전후로 화재빈도가 높다는 사실이다. 이는 명절로 들뜬 상황에서 안전에 대한 마음이 소홀해짐에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소방청 화재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경기도 내 추석 연휴 기간 발생한 화재는 총 333건으로 그중 36.6%가 주택(주거시설)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인별로는 부주의로 인한 화재가 41.7%로 가장 많았으며 특히 음식물 조리 중에 발생한 화재가 28.5%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는 대부분 명절 음식을 하다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와 식용유를 이용한 음식 조리 중 식용유가 가열되어 발생하는 화재가 주를 이룬다. 따라서 오늘은 화재 없는 안전한 명절 연휴를 보내기 위한 몇 가지 안전 수칙에 대해 알려드리고자 한다. 첫째, 절대로 부침이나 튀김 요리 중에 자리를 비우면 안 된다. 한 실험에서 식용유 250ml를 냄비에 붓고 가열을 시작하자 5분 만에 식용유 온도가 200도를 훌쩍 넘어서더니 연기가 피어오르고, 10분이 지나자 400도 가까이 올라 식용유에 불이 붙어 활활 타올랐다. 따라서 튀김 요리를 할 때 자리를 비우는 건 화재와 직결되기 때문에 자리를 지키는 게 매우 중요하다. 둘째, 주방에는 주방용 소화기(K급)를 꼭 비치하자! 음식 조리 시 식용유에 불이 붙었을 땐 절대 물을 부어선 안 된다. 그러나 실제로 불이 나면 물을 뿌리고 싶은 유혹을 이기기는 쉽지 않다. 앞으로는 물 대신 K급 소화기에 양보하자. K급 소화기는 일반화재에도 쓸 수 있지만 특히 주방 기름화재에 특화된 소화기이다. K급 소화기의 용액이 기름과 만나면 비누화 현상이 일어나 비누거품으로 기름을 덮어버려 질식소화 효과뿐만 아니라 기름 자체의 온도를 낮춰 불을 끄는 냉각소화 효과도 같이 발생해 주방 식용유 화재에 최적화된 소화기다. 만약 K급 소화기가 없을 시 상추, 배추 등 잎이 큰 채소류나 젖은 수건을 펴서 불붙은 식용유를 덮으면 불길이 줄어들게 할 수 있다. 셋째, 주택용 소방시설(소화기, 단독경보형 감지기) 설치다. 이제 주택용 소방시설은 우리 삶의 필수품이 됐다. ‘단독경보형 감지기’는 화재 감지 후 경보음을 울려 사람들이 대피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소화기’는 초기에 소방차 한 대 이상의 역할을 할 정도로 매우 중요한 소화기구다. 연로하신 부모님의 안부가 걱정된다면 고향집에 ‘주택용 소방시설’이라는 안전을 선물하는 것은 어떨까? 가족 친지와 따뜻한 정을 나누는 올해 추석도 화재 없는 안전한 한가위가 되길 소망한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경기만평] 저는 반대...

[사설] CJ ‘공연장만...’, K-컬처밸리에서 한발 빼는가

CJ라이브시티가 K-컬처밸리 관련 입장을 냈다. “사업 추진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했다. 5일 관련 협약 해제도 경기도에 통보했다. 경기도의 최근 조치를 협약 해제의 이유로 들었다. 7월 협약 해제 이후 압박을 설명하고 있다. 경기도가 CJ에 했다는 법적 강제 조치들이다. 아마 대집행, 변상금 부과 고지 등인 것 같다. CJ 측은 사업 계속의 의지는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정 17%의 아레나 공연장을 계속하겠다고 했다. “기본 협약은 해제하되 경기도와 협의해 공사가 진척 중인 아레나 사업을 최대한 신속히 재개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최선”이라고 밝혔다. 경영을 감안한 고육지책이라고 설명했다. CJ의 이런 입장에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7월 이후 고양시민의 뜻은 완전한 사업 재개였다. 당초 K-컬처밸리는 고양시를 한류의 중심 도시로 만드는 매머드 청사진이었다. 이걸 원했던 고양시민 여론과 적잖이 차이가 있어 보이는 CJ 협의안이다. CJ라이브시티 아레나가 국내 최대 규모인 건 맞다. 실내 2만명, 야외 4만명을 수용할 수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전체 가운데 일부다. 23만7천㎡(축구장 46개 크기)에 다양한 사업이 있다. 콘텐츠 경험시설, 문화 콘텐츠 업무 시설, 랜드마크 시설 등이다. 이런 시설을 다 갖춰야 K-컬처밸리가 완성된다. CJ 측 주장은 이 모든 사업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아레나 공연장만 지어 운영하겠다는 뜻이다. 계획에 없던 기이한 형태다.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단독 공연장의 사업성이다. 고양과 가까운 곳에 또 다른 아레나가 지어지고 있다. 2027년 완공한다는 서울 아레나다. 지난 7월 서울 창동에서 시작됐다. 5만㎡ 부지에 연면적 11만9천여㎡다. 1만8천석 규모의 케이팝 전문 공연장이다. 영화관·상업시설이 포함된다. 고양 아레나 공연장과 큰 차이가 없다. 서울시는 ‘연간 250만명 방문’을 자신하고 있다. 복합 개발 없는 단독 공연장만으로 경쟁이 되겠는가. 경기도가 계속 강조해온 건 공영개발이다. 이 지점에서도 상호 충돌이 생길 수 있다. 매머드 공연장이 K판 산업의 핵심인 건 분명하다. 이걸 제외한 ‘K-컬처밸리’가 남게 된다. ‘핵심 빠진 케이팝 사업’에 투자할 자본이 있을지 걱정이다. 이래저래 고양시민이 실망스러울 것이다. 그동안은 ‘경기도 대안을 믿을 수 없다’고 했었다. 이제 ‘CJ 대안도 미덥잖다’고 여길 수 있다. 정말 걱정이다. ‘K-컬처밸리’가 근본부터 흔들리는 것 같다.

[사설] 의료계는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해야

정치권이 모처럼 한목소리로 의정갈등 해결을 위한 논의 기구를 추진할 예정이다. 그동안 의정갈등에 상호 엇박자를 보이고 있던 대통령실과 정부, 국민의힘이 지난 6일 의대 증원을 비롯해 의료개혁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2026학년도 의대 증원 문제도 원점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뜻도 밝혔다. 이러한 정부와 여권의 구상에 대해 더불어민주당도 협의체 구성에 참여할 의사를 밝혔다. 여·야·의·정 협의체 추진은 지난 6개월 넘게 정부와 의료계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상호 불신만 키웠던 의정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는 차원에서 환영하며, 조속히 구성되기를 기대한다. 이번 주말부터는 추석 연휴가 시작된다. 그러나 대학병원을 비롯한 각종 상급병원의 응급실 운영 상태가 붕괴 직전에 있어 국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윤석열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비상진료체계가 원활히 가동되고 있다”고 말한 것과 같이 정부는 현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군의관 투입과 같은 임기응변식으로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어 응급환자가 많은 추석을 맞이하는 병원과 국민들은 상당히 불안하다.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의 성공 여부는 의료계의 참여에 달려 있다. 이런 협의체 추진에 대해 의료계는 “정치권 인식이 바뀌면서 문제 해결에 나선 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는 다소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물론 지난 7일 경기도의사회는 대통령의 사과와 관계자 문책을 전제조건으로 내걸었지만, 그동안 정부와 공식적인 대화를 완강하게 거부해온 입장에 비해 누그러진 태도로 볼 수 있다.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로 인해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촉발된 의료 공백은 세계 각국이 부러워하던 한국의 의료시스템이 붕괴 직전까지 가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상황까지 온 요인은 무리하게 의대 증원을 밀어붙인 정부 책임도 있지만, 무조건 의대 정원 증원은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 여하한 정부와 대화를 거부해온 의료계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의료계는 무조건 의대 정원 증원은 안 된다는 강경한 방침에서 유연한 자세로 협의체 구성에 참여해 의료계의 요구를 제시해야 한다. 또 협의체 참여를 계기로 전공의들은 진료현장에 복귀, 국민불안을 해소시켜야 한다. 정부도 보다 유연한 자세를 가지고 의대 정원 증원 문제를 원점에서 재논의하는 과감한 결단을 보임으로써 여·야·의·정 협의체가 의료 갈등을 해소하는 계기를 만들기 바란다.

[이슈&경제] 대출규제로 수도권 집값 상승 잡을까

강남 등 서울 중심지에서 시작한 집값 상승세가 서울 외곽과 수도권으로 확산하자 정부가 수요 억제로 부동산 정책의 방향을 전환했다. 그동안 공급 확대를 통해 집값은 안정시키면서 규제는 풀어 건설경기를 부양하겠다는 투트랙 정책을 시행했는데 예상을 뛰어넘는 가파른 집값 상승 속도에 화들짝 놀란 정부는 대출 강화 카드부터 꺼내 들었다. 9월부터 스트레스 DSR 2단계가 시행된다. 참고로 스트레스 DSR는 대출을 받는 차주의 대출 한도를 정하는 기준인 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한도를 줄이는 규제다. 특히 집값이 과열인 수도권의 경우 당초 2단계 스트레스 금리인 0.75%포인트보다 높은 1.2%포인트를 적용해 대출한도를 더 줄였다. 예를 들어 연 소득 1억원인 사람이 연 4.5%의 금리로 30년 만기 대출을 받을 경우 8월까지는 6억4천100만원을 빌릴 수 있었지만 9월부터는 수도권은 6억600만원, 비수도권은 6억2천400만원으로 한도가 줄어든다. 문제는 스트레스 DSR뿐만 아니라 은행 자체적으로도 무차별적 대출 강화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최장 대출 기한을 30년으로 일괄 축소했고 주택담보 대출 거치 기간을 폐지했으며 내 집을 담보로 빌릴 수 있는 생활안정자금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1억원으로 제한했다. 또 은행을 갈아타는 목적의 전세자금 대출 금지, 신규 마이너스통장 한도 5천만원으로 축소 등 전방위적 압박을 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한술 더 떠 갭투자 용도의 전세대출 취급 금지라는 초강수를 뒀다. 신규 매매 잔금일과 동일한 날짜의 전세자금 대출을 전격적으로 막아버렸다. 갑자기 막힌 대출로 현장은 혼돈의 상황이다. 갭투자를 잡겠다고 막은 전세대출로 인해 전세대출이 나오는 전세 매물의 희소성이 커지면서 오히려 전셋값 상승을 부추기지는 않을지 걱정된다. 은행들이 집 있는 유주택자의 신규 주택담보대출도 사실상 틀어막는 초강수를 두고 있는 배경에는 8월 가계대출이 역대급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5대 시중은행의 8월 가계대출 증가액은 9조6천259억원,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8조9천115억원으로 은행이 집계를 시작한 2016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라 한다. 주택공급 불안과 전셋값 상승 피로감에 임대 수요까지 매매로 돌아서면서 집값이 상승하자 2020~2021년 상승 열차를 타지 못하고 관망하던 실수요자들이 화들짝 놀라 사자로 돌아섰고 갈아타기 수요까지 겹치면서 역대급 상승을 기록한 것이다. 뒤늦게 시작한 대출 규제 강화 카드로 치솟는 서울 집값을 잡을 수 있을까.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부동산 대출 규제의 효과는 길어야 6개월이라는 다소 냉정한 평가를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2019년 12·16대책을 통해 강한 대출 규제를 했음에도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이 1분기 잠깐 감소한 뒤 2분기부터 다시 늘어났다.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여도 시장에 강력한 수요가 존재하면 대출은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은 다시 부동산시장으로 넘어왔다. 무릎에서 어깨를 넘어 머리까지 올라가는 상승 기간 각종 규제에 단련됐던 문재인 정부 시절과 달리 지금은 어깨로 잠시 내려왔다가 다시 머리로 올라와 절대 가격 자체가 부담스럽다. 또 규제 완화를 통해 집값 부양을 하던 정책이 갑자기 대출 규제를 통한 집값 잡기로 전환됐기 때문에 모든 상황이 부담스럽다. 강한 대출 규제를 시행했음에도 추석 이후 집값이 계속 오르면서 가계부채가 증가한다면 대출 전면 중단이나 규제 지역 재지정 등 특단의 대책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추석 이후 부동산시장 흐름에 따라 향후 부동산 규제정책의 향배가 결정될 것이기에 이번 추석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생각해 보면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 미국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집값이 폭락했던 2023년 굳이 특례 보금자리 같은 정책대출을 성급하게 시행할 필요가 있었을까. 올해 출산율 급감을 막기 위한 카드가 하필 신생아 특례대출밖에 없었을까. 별것도 아닌 스트레스 DSR 2단계를 9월로 연기하지 말고 예정대로 7월에 시행했으면 어땠을까. 공급 부족도 사실 서울은 과거에도 공급 부족 지역이고 전셋값 상승도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라 항상 상승했다. 금리인하 기대감 역시 금리가 인하된다고 무조건 집값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결과적으로 집값이 올라가는 빌미를 제공한 것도 정부고 시장을 불안하게 만든 것도 정부며 다시 집값을 잡겠다고 전세대출까지 잡는 것도 정부다. 시장은 정부가 만들어준 정책의 판 위에서 각자 입장에서 최선의 선택할 뿐이다. 시장의 변화에 따라 급격한 정책의 변화를 주기보다 시장을 이끌어갈 수 있는 장기적이면서 일관성 있는 부동산 정책을 기대해 본다.

[아침을 열면서] 멋으로라도 책을 읽어라

9월은 독서문화진흥법에 의거, 국민의 독서 생활을 지원하고 책 읽는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국가가 지정한 ‘독서의 달’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도 전국 각지의 2천684개 기관, 단체, 기업이 주관하는 1만704건의 강연, 책 축제, 전시, 독서 마라톤, 낭독, 함께 독서, 체험 프로그램, 캠페인 등이 온·오프라인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민간 영역에서 자유롭게 이뤄지는 독서문화 콘텐츠까지 합하면 대한민국 전체가 독서 삼매경에 빠져 있는 한 달이 될 것이다. 해마다 바쁘게 독서의 달을 보내고 나면 ‘국민들이 다양한 독서문화 콘텐츠를 함께 향유했는데 이를 통해 독서 인구는 얼마나 늘어났을까, 과연 책 읽는 문화가 공고해졌을까, 이 답은 어디에서 구할 수 있을까’ 같은 물음이 생긴다. 전국에서 실행된 독서문화 행사의 참여자 설문 등을 통해 대략 현장 반응을 확인할 수 있겠으나 전국 현장을 망라한 독서의 달 효과성을 직접 확인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나마 문체부가 2년마다 실행하는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로 간접적 확인이 가능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난 10년간 국민 독서율과 독서량은 점점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3년 연평균 9.2권이던 성인의 독서량은 2023년에는 3.9권으로 반 이상 줄어들었다. 국가가 독서의 달을 지정하면서까지 해마다 독서문화 확산에 예산을 들이고 많은 이들이 시간과 정성을 쏟아부었음에도 왜 독서문화 확산에는 가속도가 붙지 않는 걸까. 그렇다면 독서의 달 의미가 없는 걸까. 독서 현장에서 어떤 독자를 만나든 ‘책을 왜 읽어야 할까. 왜 책을 안 읽게 되는가’라는 질문을 한다. 지식 세계 확장과 같은 학습적 목표, 마음의 휴식과 같은 정서적 이유, 재미와 같은 오락적 목표로 책을 읽는다는 답변과 너무 바빠 읽을 시간이 없다거나 다른 재미있는 게 많아 안 읽는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15년 전 독서코칭 워크숍 진행차 갔던 중학교에서도 같은 질문을 했고 어느 답변 내용에 다소 충격을 받았다. 다른 멋진 취미가 많은데 굳이 ‘고루하고 없어 보이는’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는 게 아닌가. 심지어 독서를 제일 좋아하고 많이 읽지만 ‘진지충’으로 보일까 두려워 책 읽는 모습을 다른 이에게 보이지 않는다는 학생도 있었다.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들의 눈에 ‘없어 보이는’ 독서의 중요성과 효용성을 이야기하러 온 내 모습이 어떻게 비칠까 잠시 동공이 흔들렸으나 더 열심히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 시절 ‘없어 보여서 안 읽는다’는 독서 감수성 그대로를 유지하며 성인이 된 아이들이 점점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성인 연간 독서량의 주체가 된 것일지도. 그렇다면 앞으로 독서의 사회적 가치, 효용성은 이대로 생명력을 잃게 되는 걸까. 단연코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지식 정보를 간편 소비하는 사람들 위에 유의미한 지식을 생성해내는 이들이 있었다. 정보의 홍수 시대, 유용한 정보를 취사선택해 지식화하는 다양한 채널이나 플랫폼이 등장하고 생성형 AI라는 최첨단 기술까지 더해져 점점 직접 애를 써가며 생각할 필요가 없어지는 세상으로 변하고 있지만 그럴수록 통찰력을 지닌 이들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자기 주도적 사고 과정을 거친 통찰력은 언어사고력에 기반해 형성되며 어휘력이 그 바탕을 이룬다. 어휘력이 읽기를 통해 길러진다는 점은 책만이 주요 지식화 채널이었던 과거뿐만 아니라 다매체, 디지털 시대인 현재에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고루한 진지충으로 보이기 싫어 책을 읽지 않는다는 시절도 있었는데 최근에는 독서하는 모습이 멋있어 보여 책을 사거나 독서 모임에 참여하고 책 읽는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명 ‘텍스트힙(Text Hip)’ 현상이다. 보여주기 위한 독서가 무슨 독서냐며 삐딱하게만 볼 일이 아니다. 책의 기능 중 장식적 요소도 있는데 멋내기용 독서도 문제 될 건 없다. 어떤 이유로든, 어떤 방식으로든 책을 접하고 조금이라도 꾸준히 읽다 보면 독서의 깊은 맛도 알게 될 것이다. 책 읽는 문화 정착에 도움이 되는 이런 사회적 움직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즐겁고 유익한 독서 경험을 함께 향유하고 지원하는, 전국 각지의 독서의 달이 올해도 성황리에 진행되기를 기원한다.

[지지대] 대통령 추석선물 거부

대통령은 명절 때마다 각계 인사들에게 선물을 한다. 국가와 사회발전에 헌신한 각계 원로, 제복 영웅 및 유가족, 사회적 배려계층 등에 보낸다고 한다. 당연히 국회의원들에게도 보낸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추석 선물로 전통주와 화장품 세트를 마련했다. 전통주 세트에는 도라지약주(경남 진주), 유자약주(경남 거제), 사과고추장(충북 보은), 배잼(울산 울주), 양파잼(전남 무안) 등이 포함됐다. 화장품 세트는 오얏 핸드워시, 매화 핸드크림(전남 담양), 청귤 핸드크림(제주 서귀포), 사과 립밤(경북 청송), 앵두 립밤(경기 가평), 손수건 등으로 구성됐다. 대통령실은 선물에 “넉넉한 추석 명절입니다. 밝은 보름달과 함께 행복한 명절 보내십시오”라는 인사말을 윤 대통령이 손글씨로 쓴 카드를 넣어 보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의 추석 선물에 야당 의원들의 ‘수령 거부’가 이어지고 있다. 이성윤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대통령의 추석 선물 사진을 올리며 “용산 대통령실 윤석열, 김건희로부터 배달이 왔다”며 “받기 싫은데 왜 또다시 스토커처럼 일방적으로 보내시나요”라고 적었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불통령의 선물이 보기 싫어 반송했다. 고생하시는 기사님께는 번거롭게 해드려 너무 죄송하다고 했다”며 택배기사에게 선물을 되돌려주는 사진을 첨부했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도 “국민을 거부하는 윤 대통령의 선물을 거부한다”고 했다. 대통령의 명절 선물 수령 거부는 예전에도 있었다. 2017년 9월 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을 비롯한 일부 야당 의원들은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가결에 항의의 뜻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선물을 반송했다. 2016년 9월에는 표창원 민주당 의원 등이 박근혜 대통령의 선물을 반송했다. 야당 의원들은 “김영란법 시행을 앞둔 만큼 국회의원들이 모범을 보이는 차원”이라 했지만, 박 대통령에 대한 반감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편치 않다. 선물 거부가 ‘박절하다’는 의견도 있고, ‘안 받을 자유가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답답하고 씁쓸한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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