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글 풍경] 배려와 공감의 언어

우리 사회에 장애인, 노인에 더해 새로운 약자들이 늘었다. 배려와 공감으로 대하되 늘 언어 표현에 조심해야 할 일이다. 탈북자(脫北者)는 글자 그대로 ‘북한을 탈출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어감이 그리 좋지 않기에 ‘탈북인’, ‘탈북남성’, ‘탈북여성’이 요즘 추세다. 국내에 정착한 경우 ‘새터민’이라는 새 이름이 쓰였다. 썩 좋은 이름이라고 여겼는데 탈북민 단체와 당사자들이 탐탁지 않아 해 쓰지 않는다. 북한인의 자존심과 관련이 있다. 비록 독재와 억압에 시달렸던 땅이라도 ‘헌것’과 ‘새것’이란 상대 비교가 마뜩잖았던 까닭이다. ‘조선족(朝鮮族)’이란 말도 지양해야 한다. 중국의 주류인 한족(漢族)이 소수민족 지칭의 하나로 부르는 말이다. ‘중국동포’, ‘재중동포(在中同胞)’를 주저하면 안 된다. 동포라는 낱말에 인색하지 않을 일이다. 식당과 일터 등에서 만나는 옌볜•하얼빈•지린 지역 동포들에게 물어보면 답이 나온다. 일부 신문, 방송이 언중의 현실적 쓰임이란 잣대로 조선족을 고집하는 것은 근시안적이다. ‘교포’는 타국에 거주•정착한 그 나라 국적을 가진 사람이라는 법적•행정적 뉘앙스가 강하다. 반면 ‘동포’는 같은 민족의 사람을 따스하게 다정히 부른 말이다. 그래서 어지간한 경우는 동포로 일반화하는 것이 여러모로 설득적이다. 그런데 타국에서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다면? 그럴 때는 동포는 사치고, 교포도 저어하게 된다. ‘한인(韓人)’이 소박한 대안이다. 한인은 본디 한국인의 뿌리 정도만 있는 사람들을 칭할 때 혹은 교포, 동포 등을 모두 아우를 때 쓰기 좋다. 국내 거주 외국인 250만 시대다. 이 중 외국인 노동자와 결혼이민자(다문화가정)가 절반 이상이다. 특히 동남아시아 이민자가 눈에 많이 띈다. 한류 열풍으로 요즘은 미국, 유럽에서도 케이팝, K-드라마, K-푸드에 열광하지만 그 시작은 어디까지나 동남아시아 국가들이었다. 동남아시아·중앙아시아·서남아시아 국민은 그래서인지 일반적으로 한국인에게 호의적이다. 그런데 우리가 문제다. 가난하고 자기보다 없어 보이는 사람들을 홀대하고 무시하는 습속 말이다. 우리끼리 있을 때는 문제가 덜했으나 이제는 그들이 우리 안에 있다. 우리끼리의 농담이라도 피부색이나 말소리 등으로 ‘필리핀 사람 같다’, ‘태국에서 왔니’ 운운한다면 상대에게 상처를 주기 십상이다. 듣는 이 입장에서는 놀림조로 인식되며 크게는 동남아시아인 전체에게 실례다. 자신의 출생지, 고향, 성장지, 거주지 등과 관련한 표현도 생각해 볼 문제다. 스스로의 지리적 배경에 자부심을 갖는 것은 일단 전향적이다. 그러나 지나친 건 문제며 반대로 뜻 모를 열패감, 수치심을 가질 필요도 없다. 특히 조심해야 할 것은 타인을 향할 때다. 설익은 선입관과 고정관념을 일반화하거나 확대 해석해 함부로 단정 지어 언급하면 상대에게 불쾌감을 주는 동시에 화를 부를 수도 있다. 먼저 출신지, 성장지를 모르는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경상도 사람, 전라도 사람, 충청도 사람은 이러저러하고 하는 화법은 경솔하고 위험하다. 내용이 중립적이거나 좋은 것이라 여겨도 어디까지나 상대적이며 해석하기 나름이다. 세 지역이 고향에 해당될 때 ‘우리 전라도•경상도•충청도 사람은’ 하며 자기를 내세우거나 낮추는 것도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대안으로 ‘충청인’, ‘호남인’, ‘영남인’을 제안한다. 진중하고 사려 깊어 보인다. 동향인(同鄕人)들 앞에서는 ‘우리 충청도 사람’, ‘우리 경상도 사람’, ‘우리 전라도 사람’ 운운해도 큰 문제는 아닐 테다. 그러나 이런 자리에서도 ‘우리 호남인’, ‘우리 영남인’, ‘우리 충청인’ 하는 게 더 교양있고 근사하다는 생각이다. 서울, 경기도, 강원도의 경우 서울인, 경기인, 강원인이 어색하기에 불필요하다. 그만큼 지방색이 덜하다는 이야기니 섭섭해 할 일은 아니다. 뭉뚱그리면 우리 사회 소수자, 비주류를 배려하고 다원성 사회를 의식하는 말글살이를 체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또 대화나 공적 말하기에 있어 상대에게 언짢은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단어나 표현을 피하고 수신자, 수용자 중심의 어법을 구사하는 게 바람직하다.

[세상읽기] 화장하기에 적절한 나이는?

요즘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도 종종 붉은 입술에 하얀 파운데이션을 바르고 등교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필자가 처음 화장을 시작한 시기가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부터였음을 떠올려 보면 최근 초등학생들이 립밤, BB크림, 립글로스 같은 화장품을 사용하기 시작한다는 건 화장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화장을 시작하는 나이가 대체로 11~13세, 유럽에서도 12~14세라고 하니 10대들의 화장은 이제 대세라고 할 수 있다. 화장이 인류의 역사와 함께 가장 오랜 전통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기원전 4천년경 고대 이집트에서는 남녀 구분 없이 화장했고 단순히 아름다움을 위한 도구가 아닌 종교적, 영적인 목적으로 사용됐다. 그리스와 로마에서는 하얀 피부가 아름다움의 기준이었고 피부를 하얗게 보이기 위해 흰색 분말, 백납 같은 유독성 물질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는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수단이었다. 중세 유럽에는 교회의 영향으로 화장이 금기시됐지만 여전히 귀족사회에서 화장은 사회적 계급의 수단이었다. 20세기 중반 대중소비사회에 들어서면서부터 영화와 대중매체 등 미디어를 통해 사람들은 이상적인 미의 기준을 반복적으로 제시하며 대중이 모방하고 싶어하는 외모를 보여주기 시작한다. 당시 10대 소녀들이 화장을 하는 것은 드물었고 대부분 성인 여성에게만 허용됐다. 20세기 후반부터는 서구 사회에서 어린이들이 특별한 행사나 퍼포먼스, 핼러윈 같은 특정 축제 때 분장 또는 화장을 하기 시작하면서 점차 일반화되기 시작했다. 1990년대부터는 장난감으로 분류된 어린이용 화장품이 등장했고 어린이들이 놀이의 일환으로 화장을 접하기 시작했다. 주로 립글로스, 네일 폴리시, 페이스 페인트 등이었다. 디즈니 캐릭터 같은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기반으로 한 어린이용 화장품이 인기를 끌며 어린이들은 화장품을 접할 기회가 점차 늘어났고 2000년대 후반부터 소셜미디어와 유튜브가 아이들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하면서 화장법을 배우고 실험하는 일이 흔해졌다. 특히 어린이 유튜버들이 메이크업 튜토리얼을 올리면서 어린이들이 화장과 더욱 친숙해졌다. 일부 어린이들은 놀이로서가 아닌 패션과 자기 표현의 일환으로 화장을 시도하기도 한다. 뷰티산업이 크게 성장하고 K-뷰티 인기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10대를 타깃으로 한 제품이 많이 출시됐다. 10대의 글로벌 화장품 시장은 지난해 약 200억달러로 추정된다.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지고 10대 역시 화장에 더욱 관심을 두게 된다. 소셜미디어와 유튜브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고 10대는 이러한 플랫폼을 능숙하게 사용하며 트렌드와 문화를 주도하는 힘이 생겼기 때문에 마케터는 이들을 주목한다. 10대는 앞으로 수십년간 소비자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들이 선호하는 브랜드와 제품을 일찍부터 노출시켜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을 구사한다. 소셜미디어는 10대에게 사회적 소속감을 형성하는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의 완벽한 외모나 화장 스타일을 보며 자아존중감에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이는 외모에 대한 불만족이나 불안감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완벽한 외모를 보여주는 필터나 편집된 이미지가 이러한 비교를 심화시킨다. 소셜미디어는 특정 화장 스타일이나 브랜드에 열광하는 10대가 모여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공간이므로 서로 제품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의 스타일을 칭찬하거나 조언을 주고받으며 또래들 간 관계를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 특히 자신과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찾고자 하는 청소년들에게 이러한 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현대의 화장은 더 이상 특정 계층이나 종교적 이유에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일상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다양한 제품과 기술이 개발되면서 화장은 미적 표현과 자기만족, 사회적 소통의 중요한 도구가 됐다. 화장은 인류 역사 속에서 다양한 목적으로 발전해 왔고 현대에 이르러서는 개인의 개성과 다양성을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여전히 10대 어린이의 화장에 대한 다양한 논란이 존재한다. 너무 이른 나이에 화장을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어린이들에게 성인적인 외모에 대한 지나친 관심을 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보다 건강한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을 갖고 자신의 외모와 신체적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쯤은 어른들과 나눌 필요가 있다. 여러분의 자녀가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고 하루 종일 소셜미디어를 들여다본다면 화장을 좀 더 일찍 접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지지대] 어떤 ‘관객 모독’

배우 4명이 의자에 앉는다. 이어 한 명씩 돌아가며 즉흥적으로 말들을 쏟아낸다. 대사는 과격해지고 공격 대상도 옮겨간다. 급기야 관객들에게 물을 끼얹는다. 오스트리아 출신 극작가 페터 한트케의 희곡인 ‘관객 모독’의 얼개다. 1966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처음 무대에 올려진 뒤 국내에선 1978년 초연됐다. 최근 국내 예술무대에서 이 작품 내용과 유사한 관객 모독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 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올려진 오페라 ‘토스카’ 무대에서다. 당사자는 세계적인 오페라 스타 안젤라 게오르기우다. 그는 공연 도중 무대에 난입해 지휘자에게 항의했다. “관객을 무시한 행동이었다”는 비판들이 쏟아졌다. 일부 관객은 환불을 요구하기도 했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해선 논란의 소지도 있다. 예술계에 따르면 이날 토스카 3막에서 테너 김재형이 ‘별은 빛나건만’을 열창한 뒤 즉흥적으로 앙코르를 불렀다. 주인공인 토스카 역을 맡은 게오르기우는 무대 한쪽에 난입해 지휘자 지중배와 김재형 쪽을 바라보면서 시간이 없다는 듯 자기 손목을 가리키고 어깨를 으쓱하며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앙코르 곡이 끝난 뒤 지휘자에게 다가가 음악을 멈추게 하고 “이건 독주회가 아니다. 나를 존중하라”고 말했다. 공연을 마친 후 커튼콜이 시작되고 한참 만에 등장한 그는 객석에서 야유가 터져 나오자 인사하지 않고 퇴장했다. 오페라 공연 중 앙코르 곡을 선보이는 건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그렇게 드물지도 않다. 게오르기우의 관객 모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6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토스카 공연에서도 상대 배우가 앙코르 곡을 부르자 이에 항의하며 무대에 한참 동안 나타나지 않았다. 연극 ‘관객 모독’은 그냥 작품으로만 읽히면 된다. 하지만 게오르기우의 그것은 한국 관객들에 대한 예의가 결코 아니다.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천자춘추] 백남준의 ‘촛불TV’

백남준과 인간문화재는 만날 일이 없었다. 장르 자체가 다른데 비디오아트와 공예다. 하지만 내용으로 보면 하나다. 경기도박물관에서 벌어지고 있는 2024경기무형유산특별전 ‘극락 PARADISE’에 가면 이 사실을 목도할 수 있다. 칠흑(漆黑)같은 방에 오불탱화와 고행상, 나전칠기, 범종의 소리 속에 철가방 TV 케이스 안 촛불이 넘실대며 홀로 내 몸을 태워 온 세상을 밝히고 있다. 바로 1975년 제작된 백남준의 ‘촛불TV’다. 백남준은 불교라는 역사전통을 지렛대 삼아 TV 내장을 완전히 들어내고 촛불을 켰다. 알고 보면 이런 극단의 반문명 예술이나 전위예술도 없는데 콩대로 콩을 볶고 있는 격이다. 이미 백남준은 50년 전에 인공지능(人工知能·AI)과 같은 기계가 인간이 되는 전도몽상(顚倒夢想)의 시대가 오늘날임을 증거하고 있다. 기계시대 지금은 또 다른 차원의 고해(苦海)다. 그야말로 구멍 난 배가 아닐 수 없는데, 물을 퍼내지 않으면 해저에 가라앉고 만다. 백남준은 기계시대 고해를 촛불이 된 자신을 태우면서 피안(彼岸)으로 건너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무형유산 장인들도 촛불이기는 마찬가지다. 단청으로, 생칠로, 나전으로, 쇳물 녹이며 평생을 하루같이 몸을 태워 역사 전통의 불꽃을 피워냈다. 세상에 자청해 하는 이런 극한직업도 없지만 한 생각을 돌라면 차안(此岸)인 여기가 바로 극락(極樂)이다. 주지하다시피 인간문화재라는 이름으로 지켜온 무형유산(無形遺産·Intangible heritage)은 지금 여기 예술의 불씨다. 현재 K-컬처는 무형유산이 없다면 존재할 수 없다. 불씨가 불꽃이 돼 활활 타오른 결과가 오늘 예술이다. 하지만 무형유산의 현실은 전승공예관에서 박제화된 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가 ‘전통이 미래다’라고 노래 부르면서도 미술시장과 뮤지엄에서 괄호 밖에 내놓은 존재다. 며칠 전 막을 내린 2024 키아프리즈 무대는 언감생심 꿈조차 꿀 수 없다. 2조원대의 고양 K-컬처밸리나 4천억원대의 서울아레나도 무형유산과는 무관하다. 여기에 쏟아붓는 예산 10분의 1만 해도 100배의 효과를 내는 것이 무형유산인데 말이다. K-컬처의 뿌리와 본체인 무형유산은 경기도만 해도 기능 41종, 예능 30종 등 총 71종이 지정돼 있다. 그 무한가치를 국가 공공 민간이 시작 단계부터 정책적으로 실천해야 할 때가 무르익은 것이다. 보호를 명목으로 인간문화재라는 온실에 가둘 것이 아니라 노지에서 지금 현재 예술과 진검승부 해야 한다. 더 이상 전통 따로 현대 따로 노는 세상이 아니다. 진정한 K-컬처의 격이나 깊이 두께 확보도 무형유산의 생생활활 여부에 달려있다. 까마득히 오래된 미래인 백남준의 ‘촛불TV’가 이런 사실을 증거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왜 이런 기막힌 모순이 실존에서는 더욱더 공고화되는가. 한마디로 장인을 원형 모방만 일삼는 기능인으로 오인한 데 있다. 달이 아니라 손가락만 봐 온 것이다. 장인의 손을 통해 유형(有形)속에 내재해 있는 무형(無形)의 가치가 대대로 전수된다. 비물질적인, 보이지 않는, 정신적인 가치는 장인의 극공(極工) 이후의 통령(通靈)을 통해서만 우리 눈앞에 드러난다. 이 점에서 현대예술의 거장(巨匠)과 다르지 않다. 정신과 본질을 기준으로 보면 형상의 파괴나 전복을 일삼는 전위예술마저 무형유산이라는 역사전통에 전적으로 빚을 지고 있다. 존재의 배후를 드러내는 모방 내지는 미메시스야말로 창조의 어머니다. 여기서 장인(匠人)과 거장(巨匠)은 하나로 통한다. 오늘도 전시장의 백남준 TV 속 촛불은 불(佛)이라는 역사 전통을 태우며 도도히 세상을 밝히고 있다. 온 세상을 돌고 돌아 비디오아트가 무형유산의 본자리에 앉아 있다. 이 지점에서는 기존 백남준 언어의 난해함도 저절로 풀린다. 극락이 바로 여기다.

[기고] 올 추석, 고향 방문 때 안전을 선물하고, 안심을 담아 오세요!

“이번 추석에는 부모님과 지인들에게 주택용 소방시설을 선물해 안전한 명절을 보내세요.” 민족 대명절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모두가 행복한 추석을 보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매년 추석 연휴에는 화재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최근 4년간(2020~2023년) 도내 추석 연휴 기간 동안 발생한 화재는 237건이며 이로 인한 인명피해는 11명, 재산피해는 약 3억6천600만원에 이른다. 주택에서 발생하는 초기 화재는 주택용 소방시설을 통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주택용 소방시설에는 화재를 초기에 진압할 수 있는 소화기와 화재 발생 시 경보를 울려 대피를 유도하는 주택용 화재 감지기가 포함돼 있다. 지난 2012년 2월5일부터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가 의무화됐고, 2017년 2월부터는 아파트와 기숙사를 제외한 모든 주택에 주택용 소방시설을 설치하도록 법이 개정됐다. 실제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가 의무화된 이후부터 연평균 주택 화재 발생 건수는 1.5% 감소했다. 2012년 160명이었던 주택 화재 사망자는 지난해 144명으로 10% 줄어들었다. 이는 주택용 화재경보기 보급이 사망자 감소에 기여했음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주택용 소방시설(소화기 및 화재경보기) 설치율은 35.4%로 저조한 상황이다. 특히 최근 10년간 발생한 주택 화재 사망자 중 70세 이상이 523명(36.4%)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50대가 303명(21.1%), 60대가 274명(19.1%), 40~49세 153명(10.7%) 순이다. 이러한 이유로 각 소방서에서는 추석을 맞아 부모님 집에 주택용 소방시설(소화기 및 주택용 화재감지기)을 선물하자는 대대적인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 독거노인이나 기초생활수급자 등 어려운 환경에 처한 주민들에게 주택용 소방시설을 무상으로 보급하고, 적극적인 홍보와 교육 활동도 계속하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주택에 설치되지 않았고, 주택용 소방시설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소화기 1대, 주택용 화재 감지기 1개는 생명을 구(9)한다’라는 말처럼 이번 추석에는 주택용 소방시설을 선물해 가족과 이웃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어떨까.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경기만평] 쫌 먹고 살자는데...

[사설] 은평구, 고양 깊숙이 환경시설 짓고 지원은 고양 빼고

지형의 특수한 형태부터 설명이 필요하다. 은평구 진관동 76-40번지가 있다. 직선거리 900여m의 새부리 혹은 펜촉 모양이다. 가장 넓은 폭이라야 140m 정도다. 당연히 땅의 삼면이 고양시로 둘러쌓여 있다. 바로 옆에는 고양지역 생태하천인 창릉천도 흐른다. 생활권, 대기권, 자연환경이 모두 고양지역 영향이다. 이 기묘한 땅에 대규모 환경시설이 건립 중이다. 은평구가 연말 준공을 목표로 추진 중인 은평광역자원센터다. 지하 4층, 지상 1층 규모로 지상에는 축구장, 다목적구장 등도 조성된다. 주요 처리 작업이 재활용품 선별 및 생활폐기물, 대형폐기물 압축·적환시설이다. 은평구는 물론 인근 서대문구, 마포구 등지에서 발생하는 재활용폐기물을 받는다. 예상되는 하루 처리 양만 150t 정도다. 인근 지역 주민에게는 당연히 시설 입지에 따른 지원이 검토되고 있다. 그 근거가 될 은평광역자원순환센터 주변영향지역 주민지원에 관한 조례안이다. 주 재원은 서대문구와 마포구의 주민지원기금이다. 액수는 향후 5년간 모두 31억7천600여만원이다. 지원사업, 심의회 의결 사업, 운영비, 홍보비 등에 사용된다. 조례안은 오는 11일까지 주민 의견을 수렴한다. 다음 달 구의회 임시회에 상정한다. 바로 이 조례안이 정하고 있는 주변 영향 지역, 즉 지원 대상 지역이 문제다. 은평구 진관동으로만 한정돼 있다. 주민지원기금운용심의회 위원 구성에서도 고양은 제외돼 있다. 조례안에 의하면 고양 주민은 인접해 있어도 혜택을 못 받는다. 은평구 진관동 주민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혜택을 받는다. 조례안 내용을 알게 된 고양시가 강력 대응에 나섰다. 제1부시장 주관으로 대응책 마련을 위한 긴급회의를 열었다. 은평구에 대해 강한 유감 표명과 강력 대응방침도 밝혔다. 지원 대상에 고양시 삼송동, 창릉동, 효자동 등을 포함시키고 주민지원기금운용심의회 위원에 참여를 요구하는 의견도 내기로 했다. 인접 지자체 간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시설은 오랜 기간 관심사였다. 2018년 국무조정실 조정으로 정기 협의도 해왔다. 고양시 입장에서는 시쳇말로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은평구는 “기금은 현금성으로 지원하지 않고 노후한 진관동 수송관로 공사에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나. 지금 지원의 내용을 따지는 게 아니잖나. 어떤 지원이든 고양시 피해 주민도 포함돼야 한다는 얘기다. 은평구의 조례안 추진 절차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 고양시는 실효적이고 가시적인 대처에 나서라. 모르고 있었다는 것도 귀책사유일 수 있다.

[사설] 인천상륙작전 74주년... 자유 민주주의 가치 되새긴다

지금 인천은 상륙작전 74주년 기념주간을 지나고 있다. 지난주부터 인천 곳곳에서 기념 행사들이 줄을 잇는다. 올해 주제는 ‘희생으로 얻은 자유, 국제평화도시 인천’이다. 올해는 행사 규모보다 ‘시민 참여’에 주력했다고 한다. 75주년을 맞는 내년부터 국제 행사로 격상시키기 위한 기반 다지기다. 인천시는 올해 행사를 인천상륙작전의 가치에 대한 공감대 형성에 무게를 뒀다. 국제사회와의 연대를 통해서다. 유엔참전국 유학생과 함께하는 UNI 평화캠프와 인천평화안보포럼(IPSF) 등이다. 자유와 평화를 기치로 국제사회와 함께 가는 공공외교의 장이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11일 기념행사에서 ‘국제평화도시’ 가입을 선포한다. 인천상륙작전의 가치에 대한 공감대를 확장하기 위해서다. 노르망디상륙작전과의 연대도 시작한다. 프랑스 노르망디의 캉(Cane)에 있는 캉기념관과 인천상륙작전기념관이 국제평화포럼 개최를 논의한다. 유정복 시장은 2년 전 캉기념관을 찾아 인천상륙작전 기념 사업을 국제 행사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을 밝혔다. 인천시는 정부에 인천상륙작전일(9월15일)의 국가기념일 지정도 요청했다. 이번 기념주간에 30여개의 크고 작은 행사가 열린다. 지난 1일부터 8일까지 팔미도 해상순례 군함 체험행사 ‘함 타보자’를 운영했다. 지난 3일에는 영흥도 X-RAY 작전기념 추념식 및 문화행사가 있었다. 또 청년들이 생각하는 인천상륙작전의 의미를 짚어보는 ‘청년통일토론: 유니쓰담(Unith+談)’도 있다. 작전 기념식이 열리는 11일에는 해군 첩보부대 전사자 추모식, 맥아더 장군 동상 부조물 제막식이 있다. 이날 주요 인사들은 해군 천자봉함에 올라 참전용사들의 용기와 희생을 기린다. 인천상륙작전 기념 시가 행진, 팔미도 등대 탈환 점등 행사, 시민 함정 공개 행사 등도 있다. 올해는 상륙작전 모티브의 5개 관광상품도 선보였다. ‘맥아더 3도(島) 투어’는 유람선을 타고 당시 격전지인 월미도 팔미도 송도를 돌아본다. ‘작전명: 인천상륙작전 미션 트립’은 상륙작전 시뮬레이션 게임을 활용한 여행상품이다. ‘인천상륙작전 팔미도 유람선 및 차이나타운’은 작전 당시 연합군 함대를 인천으로 인도한 팔미도 등대가 테마다. 74년 전 인천상륙작전의 가치는 단연 자유와 평화다. 오늘 우리가 누리는 시민적 자유와 국가적 번영은 그날로 해서 가능했다. 평화는 어떻게 얻어지는가. 먼저 침략을 위한 전쟁을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 나아가 침략을 당해서는 인천상륙작전처럼 단호히 물리쳐야 한다. 새삼 자유 민주주의의 가치를 되새기는 9월의 인천상륙작전 주간이다.

[김종구 칼럼] 김동연 ‘25만원 견해’에 동의한다

고맙게도 칼럼을 읽어주는 구독자다. 그제 술자리에서 이런 지적을 들었다. “진보 진영 비판이 많은 것 같다.” 이념에 관심 없던 검찰 출신 ‘A’다. 모처럼 지적에 성의껏 대답했다. “절대로 진보의 가치를 비판하지는 않는다. 다만 오래된 원칙을 가지고 있다. 퍼주기 복지는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거다. 이런 형태의 복지가 주로 민주당 쪽에서 많이 나온다. 그래서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주장도 써라.” 퍼주기 복지와의 전쟁. 세상 몰라주는 나만의 역사였다. 그 시작의 시기와 동기가 명확하다. 2009년이었고, 무상급식이었다. 한국 보편적 복지의 효시다. 복지 패러다임을 일순간 바꿨다. 바로 그때부터 나는 반대를 썼다. 무책임한 퍼주기라고 지적했다. 복지 망국의 경쟁을 부를 거라고 비판했다. 말처럼 퍼주기 복지로 옮아갔다. 성남시 청년 배당이 등장한 것도 그 즈음이다. 이어 경기도 행정과 대선판에는 기본소득이 등장했다. 표심(票心)이 그쪽으로 갔다. 반대토론의 공간은 갈수록 좁아졌다. 무상복지 반대는 부도덕한 게 됐다. ‘그러면 아이들을 굶기자는 것이냐.’ 좀 더 지나자 금기어가 됐다. ‘감히 무상복지를 반대하나.’ 요즘에는 불경죄에 가까워졌다. ‘계속 토를 달면 손봐줘야 하는 것 아니냐.’ 그렇게 십수년이다. 예산 구멍이 현실로 왔다. 경기도에는 기본소득 빚잔치다. 지역개발기금에서 3조원을 끌어다 썼다. 올해부터 2천억~4천억원씩 상환이 시작됐다. ‘잘 사는 경기도’도 옛말이다. 누적 지방채 추이가 심상찮다. 2022년 3조3천862억원으로 3조원을 넘었다. 2023년에는 4조5천676억원으로 또 늘었다. 당해 연도 발행액을 봐도 사정은 비슷하다. 2021년 이후 계속해서 1조원을 넘는다. 당연히 도민 1인당 채무액도 늘었다. 2020년 13만2천원에서 2023년 33만원까지 늘었다. 예산 대비 지방채 비율, 도민 평균 채무액이 잘 관리되던 경기도였다. 이런 기조가 위험해지고 있는 것이다. 김동연 지사는 도정 살림의 책임자다. 그가 엊그제 이런 말을 했다. “모든 국민보다 어려운 사람에게 두텁고 촘촘하게 주는 것이 맞다... 2020년 재난지원금도 소비와 연결성이 높지 않았다... 13조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돈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전 국민 25만원’ 얘기다. 이재명 대표의 공약에 대한 반대 견해다. 경기지사 이전에 경제부총리였다. 국가 살림을 책임지는 위치였다. 그런 그가 본 ‘25만원’이다. 논평할 자격 충분하다. ‘어려운 사람에게 두텁고 촘촘하게’. 새로운 기준이 아니다. 그의 도정에 이미 녹아 있다. 가난한 예술인, 못 버는 농업인.... 이들에 주는 김동연표 기회소득이다. 모든 예술인, 모든 농업인에게 주는 기본소득 조건과 다르다. 이런 기조로 해석하면 된다. 정치적 목적이 왜 없겠나. 그렇더라도 논리적 확신이 없다면 못 꺼냈을 거다. 그래서 그 논리만 떼어내 평해 볼까 한다. 이날 김동연 견해에 동의한다. 딱히 빼거나, 더할 부분도 없다. 아마 2010년 망년회였을 거다. 김상곤 교육감 측근과 나란히 앉았다. 그가 나의 무상급식 비판 논조를 희롱했다. “위험한 길을 왜 혼자 가려고 하세요?” 인정하기 싫지만 그 말은 맞았다. 그 이후 한국은 무상복지로 갔다. 모든 선거에서 퍼주기 복지가 승리를 담보했다. 언제부턴가 진보·보수의 구별도 없어졌다. 한쪽이 ‘30조’ 지르면 다른 쪽이 ‘50조’ 질렀다. ‘재원이 있느냐’는 지적은 가장 철없고 듣는 이 없는 객소리로 취급됐다. 그걸 알면서도 미련 못 버리고 쓴다. 이번에는 김동연 견해를 소재 삼는다. 경제부총리를 했던 전직 관료. 경기도 예산을 꾸리는 현직 지사. 이런 김 지사가 당연히 낼 법한 견해다. ‘13조원을 그렇게 쓰면 안 됩니다.’ 여기에 올라타서 쓴 답변을 독자 A에게 붙인다.

[문화산책] IP 가치와 팬덤의 중요성

퍼블리셔들은 ‘좋은 곡을 찾기 어렵다’고 한다. 작곡가들은 ‘곡을 팔 곳이 없다’고 한다. 기획사들은 ‘키울 만한 팀이 없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을 팔아야 하는 아티스트는 ‘팔 곳이 없다’고 한다. 이는 과거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본질을 설명하는 말들이다. 이 모든 말은 결국 IP 가치의 확산과 팬덤 형성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스포티파이 기준 하루 10만곡 이상이 업로드되는 시대에 음악 소비 방식이 개인 미디어 환경으로 변화하면서 음악 시장에 진입하는 장벽은 낮아졌지만 아티스트가 시장에서 자리 잡는 것은 더욱 어려워졌다. 매스미디어의 몰락과 파편화된 콘텐츠 소비 패턴으로 인해 과거처럼 하나의 콘텐츠가 많은 대중의 사랑을 받기는 어려워졌고 설사 대중의 관심을 받더라도 콘텐츠 소비 주기가 짧아 오랜 기간 소비되는 것 자체가 힘들어졌다. 음원 수익만으로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든 현실과 대중의 평가조차 받지 못하고 사장되는 음원이 넘치는 상황에서 아티스트가 오래 활동하며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콘텐츠 IP의 가치를 키우는 작업이다. 지식재산권(IP·Intellectual Property Right)이란 ‘인간의 창조적 활동을 통해 창출한 지식, 정보, 기술이나 표현 등의 무형적 창작물에 부여된 재산에 관한 권리’로 기술 환경 변화에 따라 그 가치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음악 시장에서는 음원이라는 원천 콘텐츠를 기초로 2차, 3차로 판매되는 모든 상품이 포함된다. IP 가치가 큰 콘텐츠는 대중의 취향을 지속적으로 자극하며 오랜 기간 사랑받고 판매된다. 과거의 명곡들이 커버되거나 리메이크돼 판매되고 있는 것이 그 예다. IP 핸들링이 비교적 쉬운 음악 콘텐츠의 경우 다매체 시대에 다양한 형태로 재판매되면서 부가가치가 높아지고 음악 시장 내에서의 파급력도 커진다. 이런 과정에서 역주행하며 성공한 콘텐츠도 많다. 아티스트가 음악을 만들고 방송이나 페스티벌 무대에 서는 순간 그 자체로 IP가 된다. 이 IP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공연 시장에서 팬들의 결속력을 높이고 팬덤의 규모를 키우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팬덤은 단순한 소비자 집단을 넘어 특정 팀이나 아티스트에 대해 강한 애착과 헌신을 보이는 집단이다. 단순한 소비 만족을 넘어 충성도 높은 팬으로 발전하며 브랜드 충성도를 결집시키고 감정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모든 결과물이 브랜딩되는 콘텐츠산업에서 팬덤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며 이들은 열정적 애정으로 교류하며 다른 고객을 영입하기도 한다. 팬덤과 IP는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가진다. 강력한 팬덤은 특정 IP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핵심 요소이며 반대로 IP는 팬덤의 충성도를 강화시킨다. 이 둘의 관계는 아티스트의 지속적인 성장과 성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과거에는 팬덤의 파워가 앨범 판매 차트 순위에서 나타났지만 이제는 다양한 플랫폼에서 IP를 확산시키고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를 위해 아티스트의 역할도 다양해져야 한다. 레이블 소속 유무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스스로 기획자, 행정가, 마케터는 물론이고 다양한 소셜미디어 계정을 운영하며 활동할 수 있는 콘텐츠 생산 능력을 가져야 한다. 예를 들면 국내외 에이전트 및 다양한 서비스 플랫폼에 소개할 수 있는 EPK(Electronic Press Kit)를 제작해 대표곡, 사진, 영상, 공연 일정, 연락처 등의 정보를 소셜미디어 및 웹사이트 링크를 통해 홍보할 수 있다. 또 정례화된 공연으로 청중과의 소통을 일상화하고 입소문이 날 수 있는 이벤트와 굿즈 판매 등을 통해 소수의 팬부터 확보하는 기획력과 팬데믹 이후 공공 부문에서 지원하는 아티스트 지원 사업도 다양해진 만큼 사업에 참여하고 결과를 보고하기 위한 문서 작업 능력도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라이브 실력과 콘텐츠 결과 품질이 일정하게 담보된다면 기회는 어떻게든 찾아온다. 그 기회는 방송 및 대형 오디션 프로그램일 수도 있고 유명한 영상물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OST·Original SoundTrack), 혹은 크고 작은 국내외 페스티벌 출연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최근 재결성하며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밴드 오아시스가 강력한 팬덤을 형성한 이유 중 하나는 레이블 없이 클럽 공연부터 출발해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이기 때문이다. 오아시스도 곡을 알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IP 파워가 생기고 충성도 높은 팬덤이 형성되기 전까지는 일반 대중의 관심을 얻지 못했다. 메이저 기획사에서 기획된 아티스트를 포함해 활동하는 모든 아티스트 역시 시작 지점과 기대치가 다를 뿐 IP 가치 상승과 팬덤 형성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은 비슷하다. 현 시대의 아티스트가 꿈꾸는 것은 소비자와의 관계를 평생 동안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환희를 선사하며 팬들이 지루해하지 않고 열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계속 찾아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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