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미니멀 라이프 소감

집에 놀러 가도 되냐는 물음에 난 당황했다. 물론 오셔도 되지만 우리 집은 앉을 자리도 없어요. 앉을 자리 없는데 와도 된다니, 허무맹랑한 대답에 지인은 바로 그 모퉁이 카페에서 만나요, 했으나 마음이 명쾌하지 않은 건 사실이다. TV에서 잡동사니를 수집하는 사람의 일상을 본 적이 있다. 폐지, 페트병, 캔, 양은 냄비, 빈 병, 폐비닐 등 쓰레기라고 하는 물건들이 집 안 곳곳 발 디딜 틈 없이 쌓여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 집의 사정은 어떤가. 도서관에서 대여해 읽던 책을 글 쓰기 시작할 때부터 본격적으로 사들이기 시작했고 26년 모은 책들이 방과 거실에 정리할 공간 없이 쌓여 있다. 책상 위 널브러진 책들은 물론이고 침대, 식탁, 화장실에도 몇 권씩 버티고 있는데 그때그때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 사들인 책들과 살 때마다 몇 권 더 집어 든 책들이다. 아직 읽지 못한 책들도 꽤 있지만 절판된 책, 품절된 책을 얻었을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텍스트에서 정보를 얻어 구매한 책, 선호하는 작가의 책들, 그리고 각종 문예지 등등. 여전히 벽돌처럼 쌓이는 책들이 주인 행세하며 거주인들까지 몰아낼 형국이 됐다. 결국 사다 쌓은 책들이 방문할 손님을 차단한 것이다. 바리케이드를 친 것이다. 친구가 앉을 자리를 책들이 대신하고 가구가 대신하고 TV가 대신한 것이다. 결핍이 많은 존재여서 친구를 초대할 자리에 책을 사다 배치하고 친구 대신 책과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며 스스로 깊은 위안을 삼았던 것이다. 방문한 타인들은 대개 집 안을 살피며 침묵으로, 혹은 간섭으로 그 생각을 읽도록 불편을 주지만 물건들은 무조건 복종이어서 가만히 엎드린 것들 거느리는 맛이 있다. 그게 소유욕이 발동하는 지점일 것이다. 괄시받고 소외당하고 배척당하는 이면에 작동하는 무의식이 있는 것이다. 마음속에 나를 내세울 만한 무언가가 소유욕으로 발현하는 것이다. 쓰레기 수집하는 사람과 나를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허무와 공허를 메우려고, 친구의 부재와 나의 빈약함을 들키지 않으려고, 존재 증명을 위해 난 책을 선택했을 뿐이다. 책은 날 포장할 도구였다. 쓰이지 않는 물건은 이미 쓰레기다. 쌓인 서적을 쓰레기 더미라고 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요즘은 카페가 집을 대신할 사랑방 역할을 한다. 초대하지 않으면 아무도 방문하지 않는 집은 적막이다. 활기가 없고 에너지가 제로다. 물건을 버리고 집을 비우며 찻상 앞에 친구를 초대할 일이다. 마주 앉아 사는 얘기, 서로의 관심사에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건강한 삶의 의미를 이어갈 일이다. 이젠 무소유를 실천하고 미니멀리즘을 실행할 때가 됐다는 생각이다.

[기고] 도검 등 불법무기 ‘자진 신고’로 ‘국민 안전’ 확보

지난 7월 아파트 정문에서 일본도를 휘둘러 이웃 주민을 살해한 30대 남성이 구속된 사건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평온한 가정의 10세, 3세 아들 2명과 배우자는 갑자기 가장을 잃는 비극을 맞이했다. 경찰은 도검 안전관리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도검 소지허가 심사를 강화하는 한편 지난 8월부터 소지허가받은 전체 도검에 대해 실물 확인, 적정 여부 등을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 소지자의 범죄 경력이 확인되거나 위험성이 인정되면 도검 소지허가 취소와 지정 장소에 도검의 보관 명령 등을 할 수 있다. 신규 소지허가 절차도 강화돼 제출 서류에만 의존하지 않고 경찰서 담당자가 직접 면담하고 위험성이 인정되면 심의위원회를 개최해 허가 여부를 판단한다. 또 경찰은 매년 2회 불법무기 자진신고 기간을 운영하는데 이번 하반기는 9월2~30일 예정돼 있다. 소지허가를 받지 않고 도검을 소지한 경우에도 신고가 가능하며 본인 또는 대리인이 가까운 경찰관서나 신고소를 운영하는 군부대를 직접 방문해 불법무기를 제출하면 된다. 신고 기간 이후 불법 소지하다 적발될 경우 징역 또는 벌금형으로 처벌될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도검의 경우도 기간 내 자진신고 시 원칙적으로 형사처벌 및 행정처분이 면제되므로 그동안 신고를 망설였다면 이 기간을 적극 활용해 신고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교사를 신뢰하지 않는 국가교육위원회에게

최근 국가교육위원회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이원화하고, 고등학교 내신 평가를 외부에 위탁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중 공교육 현장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핵심은 내신의 외주화다. 내신을 절대평가로 전환하고, 이를 '공신력 있는' 외부 기관에 맡기는 것이다. 학교에서 지필평가를 외부에 맡기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교사들이 아무리 성실하게 수업을 준비하고, 다양한 수업을 기획해도 학생들의 관심은 교사와 교과서가 아닌 외부 지필평가의 출제 경향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점점 외부 지필평가의 출제 문항을 분석하는 부담이 고스란히 지친 교사들의 손으로 넘어갈 것이다. 수업의 다양성이 사라지면 교육과정은 황폐해질 수밖에 없다. 학생들은 외부 지필평가에 유리한 과목이나 방해가 되지 않는 과목에 몰릴 것이고, 고교학점제의 핵심인 교육과정의 다양성은 외부 지필평가 앞에서 무너질 것이다. 두 번째 문제는 모든 학교에서 학생들이 동일한 기회를 누릴 수 있다는 믿음을 깨뜨린다는 점이다. 지필평가의 외주화는 A등급이 많은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 간의 비교는 학교 간 경쟁을 촉발하고, 특정 지역과 학교에 대한 선호를 강화하여 학교 간 서열화를 더욱 심화시킬 수밖에 없다. 우리가 고교등급제를 비판하는 이유는 어느 학교에서든 열심히 공부하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는 소박한 믿음을 깨기 때문이다. 평준화 정책의 취지는 바로 이러한 믿음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특정 학교나 지역에 따라 차별을 받지 않고, 모든 학생이 동등한 교육 기회를 누리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다. 물론, 그 믿음이 이미 오래전부터 약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만약 학교 간의 등급이 공식적으로 드러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학생들은 출신 학교에 따라 차별받게 될 것이다. 지필평가의 외주화는 학교 간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A등급 학교, B등급 학교, 그리고 C등급 학교를 명확히 구분해 버린다. 강남구에 있는 학교와 자사고의 앞글자를 따서 외우는 현실이 펼쳐질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교육정책을 만드는 기관이 교사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공신력'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지필평가 외주화를 논의한 순간, 국가교육위원회는 우리나라의 학교와 교사를 ‘공적으로’ 신뢰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드러냈다. 학교와 교사를 신뢰하지 않는 집단이 왜 교육정책을 주관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평가의 외주화가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 교육전문가들로 이루어진 국가교육위원회가 그릴 중장기 발전계획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이 설익은 정책이 권위를 갖지 못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존 홀트는 “진정한 교육은 권위를 강화하기보다, 권위를 의심하게 만드는 것”이라 했다. 국가교육위원회는 스스로를 희생하여 진정한 교육을 실천한 셈이다. 다양한 교육과정을 되살려야 한다. 학생들이 평가가 아닌 변별에 매몰되게 두어서는 더 이상 안 된다. 지금의 교육 현실에서는 어려운 일일지도 모르지만 그런 꿈들이 모여 두발이 자유화됐고, 반바지 생활복을 입으며 학교를 나올 수 있게 됐다. 교사들을 좀 더 신뢰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을 추진한다면 꿈결 같은 말인 행복한 학교가 가까운 현실로서 다가올 것이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경기만평] 이번 추석밥상은...

[사설] 수원 방음터널, 인증샷 명소되기 전에 대책내야

지난해 인터넷에 올랐던 짧은 뉴스가 있다. 포클레인이 기암을 부수고 있는 장면이다. 중국 허난성의 ‘용기를 시험하는 바위’ 얘기다. 두어 평 크기의 이곳이 인증샷 명소였다. 낭떠러지 바위 위에 걸터앉아 사진을 찍었다. 결국 중국 당국이 중장비로 부수는 결정을 한 것이다. 호주의 한 대학이 집계한 통계가 있다. 인증샷 찍다가 사망한 사람이 14년간 400명에 달한다. 위험한 인증샷 명소는 이제 세계 각국의 고민거리다. 위험 정도가 특히 높은 게 도로다. 도로 위, 철길 위, 터널 안이 명소인 곳이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곳이 많다. 보령해저터널도 대표적인 곳이었다. 국내 최장 해저 터널로 유명한 곳이다. 터널 내에서 각종 인증샷 시도가 유행했다. 도로 한복판에 서서 촬영을 하고, 도로를 달리는 장면을 찍기도 하고, 진입이 금지된 오토바이를 타고 인증샷을 찍었다. 2021년 12월 개통 직후부터 그랬다. 이를 근절하는 데 행정력 소비가 컸다. 수원에 이런 우려를 사는 곳이 등장했다. 영동고속도로 광교 구간 방음터널이다. 지난달 28일 오후 11시쯤 112 신고가 접수됐다. “방음터널에 사람이 올라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10대 2명이 방음터널 위에 올라갔다. SNS 실시간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신고는 방송을 지켜보던 시청자가 한 것이었다. 출동한 경찰에 의해 모두 구조됐다. 경찰에 올라간 이유를 밝혔다. 여중생이 올라간 장면을 보고 따라했다고 했다. 여중생 A양이 지난해 6월 같은 행위를 했다. 투명한 방음터널 위에 올라갔다. 이 기괴한 모습에 운전자들이 경악했다. 노을을 보기 위해 올라갔다고 주장했다. 이 모습이 인터넷에 퍼졌고 이를 모방한 행위가 이번에 나타난 것이다. 인증샷 명소는 급속도로 알려진다. 광교 방음터널도 그렇게 유명세를 탈 가능성이 커졌다. 도로공사 측은 “법적으로 제재할 수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접근 예방 조치를 하는 방법만 남게 된다. 그런데 이게 없다. 통행금지 펜스는 설치돼 있지만 실제 출입을 막을 수준은 아니다. 감시용 CCTV도 없다. 울타리 경고등은 작동하지 않았다. 터널 위로 올라가는 사다리에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라도 올라갈 수 있다. 인증샷 장소로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실질적인 통제 조치와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이곳은 방음터널 위가 투명하게 보이는 구조다. 놀라는 운전자들도 위험천만하다.

[사설] 아주대병원도 응급실 축소, 군의관 ‘땜질’ 실효성 없다

아주대병원이 응급실 축소 운영에 들어갔다. 5일부터 매주 목요일 응급실 운영을 제한하고 있다. 응급의료센터 전문의 사직과 의료진의 과부하 등에 따라 심폐소생술(CPR) 등 초중증 환자(심정지 환자)만 수용해 진료한다. 시간은 목요일 오전 7시부터 다음 날인 금요일 오전 7시까지 24시간이며, 대상은 16세 이상 성인 환자다. 15세 이하 소아·청소년을 치료하는 소아응급실은 수요일과 토요일엔 오전 7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24시간 동안 진료를 중단하는 기존 방식을 유지한다. 아주대병원 응급실에는 14명의 전문의가 근무했으나 의대 증원 사태 이후 3명의 사직서가 수리됐다. 남은 11명 중 4명도 격무를 호소하며 사직서를 냈는데 병원 측 설득으로 사직을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주대병원은 경기 남부권의 24시간 중증 응급환자 치료를 맡는 권역 응급의료센터다. 이 병원 응급실에는 하루 110∼120명의 환자가 들어온다. 이 중 60∼70명은 성인으로 전국 최다 수준이다. 응급 환자의 중증도 또한 전국에서 1∼2위를 다툰다. 이런 병원이 목요일에 심정지 환자 외에 응급실 환자를 받지 않겠다니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인근 지역 주민은 물론 119 구급대원들도 응급환자가 생기면 어디로 가야 할지 걱정이 크다. 의정 갈등이 6개월 넘게 장기화되면서 의료진 부족에 따른 응급실 파행 운영이 현실화되고 있다. 야간과 휴일에 응급실 운영을 중단하거가 진료를 제한하는 병원이 늘고 있다. 그러다 보니 119 구급상황관리센터에는 ‘병원을 찾아달라’는 요청이 줄을 잇고, ‘응급실 뺑뺑이’로 고통받는 환자가 늘고 있다. 응급실을 제때 찾지 못해 사망한 이들도 나오고 있다. 응급실 상황은 하루가 다른데 정부는 여전히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라는 주장만 반복하고 있다. 의료 공백의 원인을 전공의 이탈 탓으로 돌리며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공보의) 250여명을 응급실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병원에 투입해 진료 차질을 최소화하겠다고 한다. 아주대병원에도 군의관 3명이 배치된다. 하지만 파견 인력 가운데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8명에 불과하다. 현장 경험이 부족한 이들이 응급·중증환자 진료 현장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응급실 문을 열어 놓고도 환자를 못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니 미봉책일 뿐이다. 근본적인 해법을 찾지 못하고 군의관 투입 같은 땜질 처방만 내놓아선 안 된다. 언제까지 환자들이 병원을 찾아 헤매게 할 것인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의료체계가 원활하다”는 말은 현실과 동떨어진다. 의료대란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인식이 개탄스럽다.

[시정단상] ‘사통팔달 철도망’ 속도내는 남양주

교통은 시민 일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며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특히 도시의 인프라가 취약한 남양주 등 경기 동북부 지역에서는 서울이나 경기 남서부 등지로 매일 출퇴근해야 하는 주민이 많기에 더욱 그렇다. 지난해 실시한 ‘남양주시 행정수요도 조사’에서 시민 등 응답자의 30%가, 민선 8기 2주년을 맞아 실시한 시민 의견 수렴에선 36%가 교통의 개선·확충을 최우선으로 꼽았을 정도로 교통에 대한 시민 관심도는 굉장히 높다. 또 사통팔달 편리한 교통은 도시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경쟁력을 좌우하는 필수·핵심 인프라다. 남양주가 주거 위주의 불균형적·양적 성장에서 벗어나 균형 잡힌 성장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교통 인프라 구축이 매우 중요하다. 향후 10년 내외로 현실이 될 인구 100만 메가시티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교통망 개선과 확충에 시장 한 사람의 열정과 역량을 최대로 투입하는 것은 물론이고 시의 행정력도 집중시켜야 한다.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남양주를 지나는 전철은 긴 배차 간격으로 불편과 답답함을 감수해야 하는 경의중앙선과 경춘선뿐이었다. 2022년 3월 진접선(4호선 연장)이 개통되면서 숨통이 일부 트였으나 여전히 부족했다. 게다가 3개 전철 모두 동서축만 연결하는 노선으로 남북축은 가로막혀 있다. 그러나 그간 부족했던 남북축 철도망 확충에 최근 청신호가 켜졌다. 8월10일 8호선 연장인 별내선(암사~별내∙12.8㎞)이 착공 8년여 만에 개통한 것이다. 남양주(별내·다산)와 강남지역이 직결돼 시민 이동권의 대폭적인 향상이 이뤄졌다. 이전에는 별내에서 잠실까지 두 번 환승에 44분이 걸렸다. 이젠 환승 없이 단 27분 만에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다. 또 이용 수요가 큰 출퇴근 시간 배차 간격은 4분30초로 평시보다 대폭 줄어든다. 한편 개통 전부터 이용 시민의 안전과 편의를 위한 일에 힘썼다. 올해 초 구성한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주변 도로 정비, 연계 버스 확충, 역사 시설 점검 등에 집중했다. 개통 10일 후인 지난 20일에는 별내·다산역의 주요 시설을 살펴보고 주민 불편 사항을 파악하는 현장점검을 진행했다. 기본계획 대비 82.7% 수준인 3만여명의 시민이 이용하는 두 역사의 혼잡도 완화는 물론이고 다양한 이용객 편의 증진 대책 등을 추진 중이다. 별내선에 이어 현재 남북축으로도 청신호를 더욱 밝혀줄 1개의 전철 노선이 그려지고 있다. 3기 신도시 왕숙지구 광역교통개선대책의 핵심으로 서울 강남권 접근성을 더욱 높일 강동하남남양주선(17.6㎞)이다. 9호선 연장인 강동하남남양주선은 서울 강동구(기점)~하남 미사~남양주 진접2지구(종점)를 연결하는데 남양주 구간이 가장 길다. 2022년 6월 경기도가 기본계획 수립에 착수했고 지난 상반기 공청회와 주민설명회도 마쳤다. 올해 중 국토부의 기본계획 승인이 전망되고 있으며 차질 없는 사업 추진을 위한 행정 절차 진행에 집중하고 있다. 착공은 2026년 상반기, 준공은 2031년이 될 예정이다. 수도권 내 주요 거점을 30분대로 연결해 ‘초연결 광역경제생활권’을 실현할 광역급행철도(GTX) 역시 남양주시민들에게 희소식이다. 올해 1월 정부가 발표한 GTX-D·E·F 노선에 팔당, 덕소, 왕숙2 등 남양주 주요 지역이 각각 포함됐고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반영을 위한 건의도 했다. 3월 초에는 2030년 개통을 목표로 추진 중인 GTX-B(인천대입구~남양주 마석·82.8㎞) 노선의 착공식이 열렸고 시민 및 관계자들과 함께 참석했다. 특히 남양주 구간은 20㎞로 기초지자체 중 가장 길고 4개 역(별내·왕숙·평내호평·마석역)에 정차한다. 아울러 경기도가 정부에 건의한 GTX-G 노선안에도 남양주 별내가 들어갔다. 이처럼 5개 전철과 5개 GTX가 연결되는 청사진이 그려진 곳은 전국 226개 기초지자체 중 남양주가 유일하다. 100만 메가시티와 미래형 자족도시 청사진을 구체화하고 하나씩 현실로 만들어 내기 위해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수도권 최고의 교통 허브 도시 도약이 머지않다. 교통혁명이 단순한 구호에 그치고 마는 지난날의 과오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시민이 일상에서 체감하는 ‘진정한’ 교통혁명을 이끌기 위해 행정력을 집중하고 정부·관련 지자체 및 기관·지역사회 등과 함께 충분한 논의, 실질적 협력을 이끌면서 목표를 향해 추진력 있게 밀고 나가야 할 것이다.

[천자춘추] '율곡정신문화진흥원'에 거는 기대

율곡 이이(栗谷 李珥)는 1536년 덕수 이씨 원수 공과 평산 신씨 사임당 사이에 태어났다. 이미 8세 때 ‘화석정 시’, 10세 때 ‘경포대 부’를 지었고 29세까지 아홉 번이나 장원급제해 이조·병조판서와 대사간을 지냈다. 그의 저술 자경문(自警文)과 성학집요(聖學輯要), 격몽요결(擊蒙要訣)에 그의 교육사상이 잘 드러나 있고 이기일원론과 민본사상으로 압축되는 정치철학과 정의로운 경제활동, 부국강병 등을 주장해 류성룡으로부터 “율곡은 참으로 성인이다”라는 극찬을 받았다. 율곡의 학문은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경험에 근거해 합리적 판단을 구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는데 수기치인(修己治人)을 근본으로 인격과 학문을 닦고 국가와 사회를 위해 헌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율곡은 후학 양성에 주력한 이황과 달리 현실정치에 뛰어들어 조선 사회를 개혁하는 데 힘썼다. 이황이 성리학의 기틀을 닦았다면 율곡은 그 토대 위에서 ‘경세(經世)’로 나아갔다. 특히 기호철학의 중심 인물인 우계 성혼과 율곡은 임진강변 율곡리와 늘노리를 번갈아 오가며 아홉 차례나 서신을 주고받았다. 이때 두 사람의 사단칠정(四端七情)과 인심·도심(人心·道心) 논쟁을 통해 조선 성리학의 수준을 한 차원 끌어올렸는데 역사가들은 이 시기를 원리주의에 머물렀던 성리학을 세계적인 동양철학으로 발전시킨 전성기로 높이 평가한다. 기호철학은 휴암 백인걸을 비롯해 율곡, 우계, 구봉 송익필, 남계 박세채, 사계 김장생, 우암 송시열 등 수많은 학자를 배출했고 이들을 모시는 향교와 서원이 6개소에 이른다. 문묘에 배향된 동방 18현 중 파주와 관련된 분이 여섯 분이나 된다는 것은 파주가 동양철학의 본산임을 입증하는 것이다. 문화는 정신이다. 대한민국의 눈부신 성장 이면에는 유교문화에 바탕을 둔 수기치인 정신이 있기에 가능했다. K-컬처의 바탕에도 유교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안동에는 1995년 경북도가 설립한 ‘한국국학진흥원’이 있다. 논산에는 2022년 충남도가 설립한 ‘한국유교문화진흥원’이 있다. 그런데 정작 한국 유교 철학의 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파주에는 이런 연구·교육시설이 없다. 파주문화원에 율곡학 사업단이 설립돼 콘텐츠 개발과 인문학 강좌를 진행하고 있을 뿐이다. 경기도와 파주시가 나서 전통문화 유산의 조사연구를 통해 미래 사회를 이끌어 갈 정신적 좌표를 확립하고 유교문화의 전통과 가치를 인류 유산으로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율곡정신문화진흥원’을 설립해야 한다. 최근 자운서원 내 ‘율곡연수원’을 폐지하고 학교를 설립하겠다는 경기도교육청 결정이 갈등을 빚고 있다. 연수원 시설을 존치해 대한민국 정신문화의 본산이자 경기도 기호철학의 본향인 파주에 율곡정신문화진흥원을 설립하는 게 최적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