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청소년을 위한 경기도 지역사 교육

광복 이후 우리나라 역사 교육은 중앙사 중심의 교육과정을 통해 국가주의‧민족주의 정책을 강화했다. 그 과정에서 지역사회에 대한 역사 교육은 배제‧축소됐다. 국가 위주의 교육과정은 학교 현장에 오로지 ‘국사’ 교과서만 존재하게 만들었다. 학생들이 역사를 배운다는 것은 그 시대의 사회 현상에 대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함이다. 과거의 사실을 많이 안다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자신의 존재에 대한 자각과 이를 바탕으로 한 사물의 역할‧원리를 제대로 볼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따라서 역사 교육은 교과서뿐만이 아닌 자신의 존재와 역할, 다른 사람‧사물과의 공존을 깨닫게 할 수 있는 학습활동이 요구되며 학생들이 직접 생활하고 있는 장소, 즉 지역과 연계될 때 실감 나는 역사 교육이 이뤄질 수 있다. 2019년 경기연구원의 조사에 의하면 경기도는 20년 이상 거주한 연령대 중에서 20대의 비율이 타 지역에 비해 높았는데 20대의 25.5%가 20~30년 거주, 29.5%가 10~20년 거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다음 두 가지 사실을 알려준다. 첫 번째는 경기도 인구가 급증했던 1980~90년대 경기도에 이주해 살기 시작한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이 현재까지 경기도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이로 인해 10~20대 등 젊은 세대의 지역 의식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 조사에 따르면 20대의 거주지 소속감이 가장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경기도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지역사 교육이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제6, 7차 교육과정을 통해 공교육으로서의 지역교육이 전에 비해 강화됐다. 초등교육과정에는 시‧도교육청에서 제작한 사회과 지역화 교재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2016년부터는 중학교에서 ‘자유학기제’를 본격적으로 시행했다. 자유학기제는 지역사회와 연계해 진로 탐색 활동, 주제 선택 활동, 동아리 활동, 예술‧체육 활동 등 다양한 체험 중심의 활동을 운영하도록 했다. 교육과정의 지역화가 점점 더 확대되는 양상이다. 경기역사문화유산원(경기학센터)은 중학교 자유학기제에 사용할 수 있도록 지역사를 학습교재로 제작해 학교에 배포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경기도역사여행’이라는 큰 제목 아래 인물편, 문화유산편, 사건편 등 전 3권으로 구성된 이 시리즈는 교육 현장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교재로서의 형식을 갖췄다. 권당 16차시로 편성해 학교 수업시간에 대응할 수 있도록 했고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서로 토론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경기도역사여행은 2017년부터 올해까지 14만부가 도내 중학교에 배포돼 자유학기제 교재 또는 역사교과 부교재로 활용됐다. 앞으로 이 교재가 확대 보급돼 도내 청소년들이 지역의 역사와 가치를 습득하고 이해해 경기도에 대한 소속감과 지역민으로서의 의식을 높여 가길 바란다.

[경기만평]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사설] 하남公 생색 낼 부담을 왜 고용 강사 몫에서 떼나

갑은 ‘갑을(甲乙) 관계’에서 강자를 뜻한다. 여기에 ‘질’을 붙여 ‘갑질’이라 한다. 접미사 ‘질’은 부정적으로 통한다. 결국 갑질의 사전적 의미는 이렇다. ‘권력의 우위에 있는 갑이 권리관계에서 약자인 을에게 하는 부당 행위를 통칭하는 개념’. 통상 ‘갑’은 대등한 계약이라고 말한다. 반면 ‘을’의 속내는 그렇지 않다. 강자와 약자라는 관계가 그 한계다. ‘내심 하고 싶지 않은 계약’ 또는 ‘어쩔 수 없이 동의한 약속’인 경우가 많다. 갑질의 본질이다. 하남도시공사에 최근 관련 논란이 있다. 공사의 체육 강습 프로그램 관련이다. 풍산멀티스포츠센터에서 이뤄지는 서비스다. 수영과 아쿠아로빅 등 5개 종목을 운영한다. 체육·주차·편의시설 완비로 시민 반응이 좋다. 최근 의미 있는 프로그램도 시작했다. 다자녀 가구를 우대하는 정책이다. 두 명 이상의 자녀를 출산 또는 양육하는 하남지역 가정이 대상이다. 공사는 이들에게 30%의 이용료 할인을 적용하고 있다. 좋다고 소문 났다. 문제는 할인되는 30%의 부담이다. 알고 보니 공사는 50%만을 부담한다. 나머지 50%는 강사에게 부담시키고 있다. 이를테면 탁구 강습 강습료는 13만2천원이다. 다가구 가정이라면 30%를 할인받는다. 이 중 절반인 2만여원을 강사가 부담한다. 배드민턴의 예를 들어도 마찬가지다. 9만9천원의 이용료 가운데 1만5천원을 강사가 부담한다. 쉽게 설명하면 강사들이 출산 정책 예산을 대는 것이다. 강사에게 의무가 있을까. 통상 강사 수입은 적다. 풍산멀티스포츠센터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탁구는 월 8회 기준, 회당 15분 안팎을 교습한다. 그리고 13만2천원이다. 배드민턴도 평일 월 8회 기준, 회당 10분이다. 9만9천원이다. 수입보다는 재능기부로 여기는 강사들도 많다. 이런 현실이기 때문에 할인 부담이 더 커 보인다. 여기에 수혜자들의 불편 호소도 문제다. 강사료를 떼는 다자녀 이용자들이라서 받게 될지 모르는 불편함이다. 현실성 있는 걱정이다. 하남도시공사라면 시의 기관이다. 사실상 하남시 뜻으로 여겨진다. 하남시 출산 장려 정책이다. 이런 예산을 왜 강사에게 부담시키나. 시 관계자는 ‘강사와 계약시 합의된 사항’이라서 문제 없다고 했다. 글쎄다. 이런 계약을 공정한 계약으로 봐야 할까. 누가 봐도 시(공사)는 갑이다. 을 입장에 놓인 강사들이 거부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진정한 평등 계약이라면 애초부터 없었어야 할 항목이다. 바꾸는 게 좋겠다.

[사설] ‘짜맞추기식’ 인천시의원 해외 출장... 예산 배정부터 과했다

인천시의회 의원 7명이 10월 중 미국으로 떠난다고 한다. 공식 명칭은 국외공무출장이다. 그런데 이들 의원들에게 공통분모가 있다. 개인 몫으로 배정된 해외 출장 예산이 남은 시의원들이다. 그러니 소속 상임위원회도 제각각이다. 출장 목적 등에 있어 초점을 맞추기가 어려운 이유다. 당장 ‘짬뽕 출장’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그러니 어디를 방문해 무엇을 돌아볼 지도 산만해진다. 날씨도 서늘해지니 빨리 예산을 쓰고 보자는 건가. ‘짜맞추기식 출장’이라는 소리도 나온다. 이번 출장에는 인천 시의원 7명과 인천시의회 사무국 직원 3명 등 10명이 출발한다. 10월24일부터 31일까지 6박8일 일정이다. 미국 뉴욕과 필라델피아, 워싱턴DC 등을 방문한다. 1인당 500만원, 총 5천만원의 시민 세금이 쓰인다. 그런데도 아직 구체적인 활동이나 일정 등도 나오지 않았다. 뉴욕시의회와 워싱턴DC의회 등은 방문 협의만 오간 정도다. 필라델피아 소방국도 방문 계획만 있을 뿐 구체적인 일정도 마련하지 못했다. 메릴랜드 항만청은 어떤 내용의 협의나 시찰을 할지 아직 조율 중이다. 방문을 예정한 뉴욕의 하이라인파크도 그렇다. 이미 지난 5월 유정복 인천시장이 도시재생 사업의 성공을 살피려 방문한 곳이다. 뉴욕 9·11추모관, 볼티모의 맥헨리 국립역사유적지, 워싱턴DC 한국전쟁기념관 등은 그냥 둘러볼 곳들이다. 이번 출장 시의원들의 소속 상임위도 제각각이다. 행정안전위원회 2명, 문화복지위원회 1명, 산업경제위원회 2명, 건설교통위원회 2명 등이다. 국외 출장 예산(1인당 연간 500만원)이 남아있는 의원들을 모은 탓이다. 우선 미국이라는 행선지를 정해 놓고 세부 계획을 짜는 출장이 된 것이다. 시의원들의 국외출장은 대개 상임위원회별로 이뤄져 왔다. 4개 상임위의 시의원들이 뒤섞이다 보니 출장 목적이나 활동 계획 등을 잡기가 쉽지 않다. 지방의원들의 상임위별 전문성을 높인다는 국외공무출장의 취지도 흐려졌다. 지방의원들의 엉터리 해외 출장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제는 그냥 ‘외유’라고들 부른다. 밖으로 놀러 나간다는 뜻이다. 엊그제 경기 고양시의회 의원들이 올해 국내외 출장 반납을 선언했다. 행정사무감사, 예산 심사, 시정 질의, 조례 제정·개정 등 할 일이 산적해서라고 했다. 올가을, 인천시의원들은 고양시의원들에 비해 한가한가. 시의원 출장에 배정된 예산부터가 과한 것 아닌가. 그 세금을 낸 시민들은 100만원짜리 여행에도 몸을 사린다. 500만원짜리 출장이라니, 예산 만진다고 마구 올려 놓은 건가.

[경기시론] 학교폭력에 대한 단상

얼마 전 경기도내 한 지역의 초등학교 학부모 수십명이 ‘허위 학교폭력 신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하며 대책을 촉구하는 집회를 개최했다고 한다. 해당 학교 6학년생 중 절반가량이 학교폭력으로 학교와 경찰에 신고됐기 때문이란다. 학교폭력 신고가 이뤄졌을 때 어떤 어려움이 있는 것이기에 이토록 학부모들이 분노하고 있는 것일까. 통상 학교폭력으로 신고되면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라 최대 7일간 분리 조치된다. 조사가 이뤄지기 전이지만 신고가 됐다는 이유만으로 최대 7일간 분리돼 교실에서 수업을 받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후 진행되는 학교폭력 전담조사관의 사안조사 등 사실관계 확인 절차도 관련 학생들에게는 참 힘든 과정이다. 학교를 통해 1차 사실 확인을 했음에도 학교폭력 전담조사관이 배정돼 또다시 ‘사안조사’가 진행되는 것이다. 17개 시·도교육청의 학교폭력 전담조사관 운영방법이 다소 다르기는 하지만 대체로 관련 학생으로서 두 번의 조사를 받게 되는 셈인데 학생들에게는 큰 스트레스다. 필자도 9년 넘게 교육청에서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하며 이러한 사실 확인 및 조사 과정에 큰 고통을 느끼는 학생 및 보호자를 많이 만나봤다. 학교 입장에서도 이러한 사안 처리가 반가운 것은 아니다. 1차 사실 확인 후 학교폭력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 학교 안에서 종결할 수 있는 권한이 있으면 좋을 텐데 그 경우에도 학교폭력 전담조사관의 조사를 거쳐 신고 학생 측이 학교장 자체 해결에 동의하지 않으면 교육지원청으로 무조건 보내야 하는 것이다. 경찰에 신고한 경우 조사 후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 ‘불송치결정’이 이뤄지고 송치가 된 건에 대해서도 검찰은 법원의 판단을 요구하지 않는 ‘불기소처분’도 가능하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현재 교육현장에서 이뤄지는 학교폭력 사안 처리가 얼마나 소모적인지 알 수 있게 한다. 학교폭력은 불송치결정도 불기소처분도 불가능하고 신고 학생 측이 원하면 교육지원청까지 무조건 다이렉트다. 그렇다면 교육지원청에서 해당 사안을 신속하게 처리해 분쟁을 빠르게 종결시킬 수 있나. 그렇지도 않다.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교육부가 고강도 근절 대책을 펼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학교폭력 발생 건수는 전년에 비해 또 늘었다고 한다. 일상적인 학교생활 중에 일어날 수 있는 갈등이나 다툼도 ‘학교폭력’ 프레임이 씌어 신고되고 이 과정에서 분리 조치된 상대 학생 측의 불편한 감정과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서 가해 학생 조치를 받게 되면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맞물려 ‘맞폭’ 신고가 넘쳐 난다.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오히려 현장의 발목을 잡고 학교폭력 신고 건수를 늘리고 있는 구조다. 이같이 학교폭력 발생 및 신고 건수의 증가로 신속한 학교폭력 사안 처리도 어려워졌다. 교육지원청은 학교장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으면 3주 이내에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를 개최해 판단해야 하나 실제로는 두 달이 넘도록 회의 일정이 잡히지 못한 경우가 수두룩하다. 그러니 신고 학생뿐만 아니라 피신고 학생도 위원회 개최를 앞두고 불안한 마음으로 몇 달을 기다려야 한다. 학교폭력으로 보기 어려운 사안이 신고됐다 하더라도 위원회의 판단이 있기 전까지는 오로지 피신고 학생이자 가해 관련 학생으로 이 같은 학교폭력예방법상 사안 처리를 거쳐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학생 및 보호자의 평온했던 일상이 망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 피해는 누가 책임지나.

[문화산책] 아름다움이 적을 이기느니라

경기도를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은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든 아름다움을 지닌 성곽으로 유명하다. 꽃을 찾고 버들을 따라 노닌다는 방화수류정, 중국의 공심돈을 우리만의 스타일로 재탄생시킨 동북·서북공심돈, 산과 강, 평야를 휘감아 몰아치듯 뻗어 있는 화성의 성벽 등 하나의 성곽에서 다양한 매력을 동시에 살필 수 있는 장소는 흔치 않다. 분명 방어에 주목적을 두고 만들어진 건축물인데 미학이 도드라지게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해답은 조선왕조실록에 있다. 정조 17년 12월8일 정묘 첫 번째 기사를 살펴보면 화성 건설에 관해 왕이 특별히 하달한 지시가 눈에 띈다. “한갓 겉모양만 아름답게 꾸미고 견고하게 쌓을 방도를 생각하지 않으면 참으로 옳지 않지만 겉모양을 아름답게 하는 것도 적을 방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구절을 통해 정조가 가지고 있던 아름다움의 가치를 새삼스레 되뇌게 된다. 정조는 아름다움을 통해 적들이 기가 꺾이게 될 것이고 방어하는 사람들의 사기 진작에 도움이 된다고 여겼던 것이다. 정조가 통치했던 18세기는 가히 조선의 르네상스라 부를 만큼 문예부흥이 활발하게 벌어졌던 시기로 알려졌다. 단원 김홍도와 혜원 신윤복이 회화로 이름을 날렸으며 유득공은 ‘발해고’를, 안정복은 ‘동사강목’을 저술했다. 물론 정조 자신도 문무에 뛰어난 수재였으며 수많은 시와 그림을 남긴 예술가였다. 그는 예술이 지닌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정조의 대단한 프로젝트 중 하나인 수원화성은 수도를 천도하기 위해,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를 가까이 하기 위해, 왕위를 세자에게 물려주고 은거를 위한 용도 등 다양한 추측이 난무한다. 그러나 읍치를 지금의 수원으로 옮기고 화성을 쌓은 원인은 한 가지 요인이 아닌 시대적 상황과 요구, 정조 개인의 예술적인 욕망이 작용한 결과다. 우선 사도세자의 묘를 수원의 옛 읍치에 건설하며 생긴 이주민들을 지가(地價)의 3배나 쳐주는 보상금과 온갖 감면책으로 유인해 새로 건설되는 위대한 도시에 자리 잡게 했으며 전국에서 가장 거대한 규모의 행궁을 지어냈다. 자신이 가장 아끼던 신하 다산 정약용을 총책임자로 임명한 것은 신의 한 수였다. 정약용은 정조가 원하던 구상을 차질 없이 해냈다. 그는 중국의 ‘기기도설(奇器圖說)’을 참고해 고안한 거중기를 이용해 화성 건설의 공기를 대폭으로 단축시켰으며 조선에서 보기 힘든 건축자재인 벽돌을 적극 활용했다. 곳곳에 들어서 있는 치성과 옹성, 암문과 포루는 위치한 지형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남문과 북문인 팔달문과 장안문은 한양 도성의 사대문보다 웅장하고 철옹성 같은 자태로 우리를 맞아준다. 정조가 완공된 수원화성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는 기록도 실록에 여러 차례 등장한다. 성을 순행하며 시설을 돌아보다가 서북공심돈에 이르러 “우리 성곽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니 여러 신하들은 마음껏 구경하라”(정조 21년 1월29일 경오 두 번째 기사)라는 대목에서 그가 얼마나 가슴에 벅찼을지 짐작된다. 그는 조선을 아름다움이 가득한 세상, 시와 글이 땅에서 샘솟는 것처럼 넘쳐 나고 독창적인 건축물과 노래와 그림으로 태평성대를 이루는 미완(未完)의 꿈을 꾸고 있었다. 정조의 꿈이 서린 수원화성은 예나 지금이나 아름다운 자태로 여행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광교신도시의 독창적인 건축물도 정조의 이런 말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검소함을 미덕으로 삼은 조선시대, 수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아름다움을 추구해 만든 이 성곽은 방어의 목적을 넘어 도시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효율성이 우선시되는 현대사회에서 예술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가치를 재고해 봐야 한다.

[지지대] 다섯 쌍둥이 출산

지난 주말 다섯 쌍둥이 소식이 화제였다. 초저출산 시대에 ‘오둥이’는 그야말로 국민적 경사였다. 다섯 쌍둥이 출산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이다. 우리나라에선 1987년 9월에 서울대병원에서 시험관 시술로 다섯 쌍둥이가 탄생했다. 인공수정으로 한 번에 다섯 명 태어난 것은 세계 최초였다. 당시 32세의 산모는 배란 문제로 9년 동안 아기를 갖지 못했다. 1987년 2월 산부인과 장윤석 교수팀은 난관 수정 방법으로 3개 이상의 수정란을 자궁에 이식했고, 여섯 쌍둥이 임신에 성공했다. 예정보다 7주 빠른 32주4일 만에 사산된 한 명을 제외한 다섯 명의 아기는 제왕절개로 태어났다. 2021년 11월 서울대병원에서 또 다섯 쌍둥이가 태어났다. 군인 부부가 인공수정으로 여섯 쌍둥이를 임신했는데 한 명은 도중에 자연 유산되고 다섯 쌍둥이는 잘 자라 세상 밖으로 나왔다. 전종관 산부인과 교수의 진두지휘로 30여명의 의료진이 총출동해 출산을 도왔다. 28주 만에 태어나 몸무게 1㎏ 남짓, 5명 모두 합쳐도 4.9㎏에 불과했던 오둥이는 건강한 아이들로 성장했다. 지난 20일, 이번엔 자연 임신으로 생긴 다섯 쌍둥이가 서울성모병원에서 태어났다. 국내에서 자연 임신으로 다섯 쌍둥이 출산은 처음이다. 동두천의 한 고등학교 교사인 김준영씨와 양주의 한 학교에서 교육행정직으로 근무하는 사공혜란씨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남아 3명과 여아 2명이다. 아기들의 태명은 ‘팡팡레인저’. 멤버가 다섯 명인 애니메이션 파워레인저에서 따왔다. 오둥이 아빠 김씨는 “저희 집안에도 갑자기 한 반이 생겼다”며 건강하게 잘 키울 것이라고 했다. 의료공백 사태 속에서도 서울성모병원 측은 신생아 한 명당 소아청소년과 교수, 신생아집중치료실 간호사, 분만실 간호사 등 3명씩 팀을 꾸리는 등 철저히 준비해 다섯 생명이 세상의 빛을 보게 했다. 귀한 생명을 지키기 위한 의료진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다섯 쌍둥이 소식에 각계에서 축하의 메시지가 이어졌다. 하지만 다둥이 탄생을 기뻐하는 데만 그쳐선 안 된다. 이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 물적·제도적 지원을 통해 열악한 산부인과 및 소아청소년과 상황부터 개선해야 한다.

[천자춘추] 목재 이용과 탄소중립

기후위기 속에서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건 플라스틱 빨대 같은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나무를 베어 쓰는 것이 있다. 바로 목재를 이용하는 것이다. 나무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내뱉으며 성장한다. 또 그 과정에서 몸안에 탄소를 저장하며 이는 나무가 베어져 수확되고 난 뒤에도 대기 중으로 방출되지 않고 그대로 저장돼 있다. 나무는 이렇게 산에 서 있을 때는 물론이고 수확돼 우리가 가구나 소품 등으로 이용하는 과정에서도 탄소를 저장하고 있다. 따라서 국제사회에서는 목재 속 탄소 저장량을 계량화해 국산 목재를 사용하는 것을 국가의 온실가스 감축의 한 방법으로 인정하고 있다. 목조주택 1동(목재 36㎥ 사용)에는 총 9t의 탄소가 저장돼 있으며 이는 소나무숲 400㎡가 1년6개월간 흡수하는 이산화탄소 양과 같다. 또 목재는 철근, 콘크리트 등 다른 건축 소재에 비해 생산 단계에서 배출되는 탄소가 적으며 단위무게 대비 강도가 철근과 콘크리트보다 최대 400배까지 강해 장점이 많은 소재다. 전 세계에서는 목조건축 등 자국산 목재 이용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최근 프랑스는 파리 올림픽 선수촌과 수영장 등의 경기장을 목조건축물로 조성하고 홍보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산림청 소속 기관 및 공공기관을 목조건축물로 조성하는 등 목재 사용 활성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경기도에서도 광주시 등을 필두로 국산 목재 사용 활성화와 탄소중립을 위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광주시는 2026년까지 국산 목재 수요를 창출하고 목조건축 기술력을 제고하고자 목재건축 실연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조성 후에는 목재 이용으로 탄소중립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교육 장소로 운영할 예정이다. 또 어린이 보육시설을 목재로 개선하는 어린이 이용시설 목조화 사업 등 다양한 목재 이용 활성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국내 건축물은 대부분 철근 구조로 목조건축물은 전체 건축허가 건수의 5%, 전체 면적의 5% 정도로 그 비율이 현저히 낮다. 경기도 공공건축물 심의 대상 중 목조건축물은 없는 실정이다. 경기도의 목조건축 활성화를 위해 목조건축 의무화 및 지원근거 등 정책적 기반을 마련하고 공공 부문 건축물 심의 제도를 개선하는 등 중·장기적 개선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63%가 산림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산림 비중이 네 번째로 큰 산림 국가다. 숲속 나무의 부피 또한 165㎥로 OECD 국가 평균인 131㎥보다 훨씬 크다. 하지만 국산 목재 자급률은 15%에 불과하다. 기후위기 극복과 탄소중립에는 국산 목재 사용 활성화가 반드시 필요하며 그 시작은 국민 인식 개선에 있다. 탄소중립을 위해 왜 건강하고 가치 있는 숲이 중요한지, 우리나라의 나무를 왜 베어 써야 하는지, 그리고 이를 위한 효율적 산림 경영이 왜 필요한지 관심을 갖고 고민해야 할 때다.

[기고] ESG 경영, 과연 필요할까?

21세기 기업 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은 ESG가 과연 필요할까. ESG는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영문 첫 글자를 조합한 단어로 비재무적 성과를 측정하는 방법이다. 이는 기업이 지속가능한 경영과 사회적 책임을 실현하기 위한 틀이다. ESG 경영이란 기업이 환경 보호에 앞장서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 등 사회공헌활동을 하며, 법과 윤리를 철저히 준수하는 경영활동을 말한다. 유럽연합이나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기업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 잡았고 현재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ESG 경영을 하면 제품이나 서비스가 지속가능성을 지향하게 해 실제로 질이 좋아진다. 주주 제일주의처럼 단기 이익만을 고려하는 것이 아닌 당장은 투자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미래를 위해 지속가능한 투자가 시행되면 그만큼 제품이나 서비스의 질이 좋아지는 것이다. 또 ESG 경영을 하면 기업과 지역사회, 정부와의 관계가 원만해지면서 여론도 좋아진다. 아울러 우수 인재 영입과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그동안 피고용인들에게 관심이 덜했던 것에서 벗어나 ESG 경영을 통해 워라밸, 투명한 경영 등 피고용인 입장에서 좋은 회사가 될 수 있도록 해 더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게 되고 그로 인해 생산성 향상까지 이룰 수 있다. ESG 경영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것이다. 한편 양주시에는 ESG 실현 시너지 효과 창출, 양주시 발전과 지역 공동체 활성화, 기관 간 소통과 화합 도모 등을 위해 양주지역 18개 주요 기관과 단체가 참여하는 국내 최대의 ESG 협의체인 ‘양주ESG실천협의회’가 4월25일 한국수자원공사 양주수도지사에서 창립됐다. 협의회는 3월12일, 13개 기관 150명이 참석했던 세계 물의 날 맞이 ‘하천 대청결운동’을 모태로 지역의 ESG에 관심 있는 기관, 단체들과 소통 및 공감대 형성과 협업으로 창립하게 된 것이다. 협의회에는 양주시, 양주시의회, 정성호 국회의원실, 동두천양주교육지원청, 세무서, 한국수자원공사, 한국농어촌공사, 한국국토정보공사,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9개 관공서, 공공기관과 여성단체협의회, 예술단체총연합회, 경동대, 서정대, 예원예술대, 농협중앙회, 축산업협동조합, 회천노인복지관, 무한돌봄희망센터 등 비정부기구(NGO), 대학교, 단체 등 총 18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공동위원장제로 운영하고 양주시, 시의회, 국회의원실은 고문기관으로 위촉하며 한국수자원공사 양주수도지사가 간사 기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동안 협의회는 협약 체결 및 창립식, 실무위원회 운영, 각 기관의 특성을 반영한 연간 활동계획 수립, 안전·청렴결의대회, 화합 한마당을 개최했다. 또 신천·회암천 대청결운동, 양주시 왕실축제 지원 및 참여, 기산저수지 대청결운동, 불곡산 진입로 대청결운동, 추석맞이 행복나눔 송편빚기, 국민 물환경 교육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다. 향후에도 양주 천만송이 천일홍 축제 지원 및 참여, 공동 헌혈, 농촌 일손돕기, 다다익선 캠페인(아나바다), 지역 농산물 구매 및 취약계층 지원, 연탄 배달봉사, 기관 특성을 살린 교차교육 등 활동을 시행할 계획이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18개 협의회 기관 및 단체는 당초 협의회 취지인 ESG 실현 시너지 효과 창출, 양주시 발전과 지역 공동체 활성화, 기관 간 소통과 화합 도모, 지역주민 만족도 향상과 행복 실현에 기여할 것이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경기만평] 마치 그림자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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