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민에게 K-컬처밸리는 여전히 현안이다. 경기도 협약 해제로 파문이 시작됐다. 시민들이 원안 추진을 촉구하며 들고일어났다. 경기도에 청원을 했고, 국회에도 청원을 했다. 경기도의회는 행정조사 여부로 파행을 겪었다. 뒤늦게 CJ 측이 계약 해제를 수용했다. 공사 중이던 아레나 건립은 계속하고 싶다고 했다. 경기도 입장은 나온 게 없다. 경기도 청사진도 영 시원찮다.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상당 기간 이렇게 갈 듯하다. 그 복판에 고양특례시의회가 있다. 7월30일 이 문제를 다룰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K-컬처밸리 성공적 완성을 위한 특별위원회’다. 집행부로부터 사업과 관련된 보고를 받고 조사도 했다. 그럼에도 시민들에는 크게 부각된 모습은 없다. 이제부터라도 사태의 중심에서 일을 풀어가야 한다. 그런데 내부 악재가 있다. 아직 후반기 원 구성도 못했다. 4개월 넘도록 주요 상임위 부위원장이 공석이다. 국민 의원 2명의 탈당에서 시작된 여야 갈등이다. 이래저래 제일 시끄럽고, 제일 바쁜 시의회가 됐다. 이 고양특례시의회에서 주목되는 결정이 있었다. 국민의힘 15명이 결의한 국내외 연수 반납 결정이다. 하반기 국내외 상임위 연구를 가지 않고 반납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장예선 대표는 “(남은 3개월 간의 현안을 감안해) 국내외 연수를 반납하기로 의원들이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2024년 추가경정예산안, 행정사무감사, 2025년도 본예산 심사, 시정질의, 조례 제정·개정 등을 들었다. 국내외 연수에 책정된 예산이 적지 않다. 출장 여비는 국내 2천720만원(1인당 80만원), 국외 1억1천560만원(1인당 340만원)이다. 해외 연수에는 상임위별로 3명 정도의 사무국 직원들이 수행한다. 이들의 여비도 1인당 400만원씩 책정돼 있다. 연수에 따르는 절차 또한 간단하지 않다. 심사위원회 심사, 결과 보고서 작성 등을 해야 한다. 고양시의회 국민의힘은 연수 반납의 주된 사유로 ‘시간’을 밝혔다. 현안에 집중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의원의 국내외 연수는 보장된 권리다. 반납 결정을 무조건 정의롭다고 칭송할 일은 아니다. 다만 시민이 받아들이는 정서까지 의미 없다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인터넷에 나타나는 고양시민의 여론은 분노 그 자체다. 처음엔 경기도를 원망했고, 이제는 CJ도 불신한다. 고양특례시와 고양특례시의회의 무능함을 지적한다. 이런 때 나온 국민의힘의 해외 연수 반납 결정이다. ‘도리라도 하겠다’는 의미로 여겨지지 않겠나. 우르르 공항 떠나는 모습보다는 나을 듯하다.
지난 21일은 9월 세 번째 토요일로 제5회 청년의 날이다. 청년의 날은 청년기본법 제7조에 의거, 청년의 권리보장 및 청년발전의 중요성을 알리고, 청년문제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제정한 법정기념일이다. 경기도를 비롯한 지자체는 물론이고 중앙정부는 청년의 날 기념식을 비롯해 청년정책박람회 등 다양한 행사를 개최, 청년들에게 미래의 희망을 펼치도록 했다. 현재 중앙정부는 물론이고 경기도를 비롯한 각 지자체는 주거안정, 취업·창업, 금융, 교육, 문화·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원을 통해 청년들이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미래를 향한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민선 8기 경기도는 ‘기회의 경기’라는 슬로건 아래 청년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기회의 경기’라는 슬로건이 무색할 정도로 도가 추진하고 있는 청년정책 사업이 31개 시·군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같은 경기지역에 살고 있는 청년들에게 고른 기회가 돌아가지 않음은 물론이고 도내 청년들 간 위화감을 조성하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어 이에 대한 개선책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우선 도에서 가장 많은 청년정책을 보유하고 있는 곳은 성남시로 무려 79개의 정책을 지원하고 있다. 청년정책 상위 보유 지자체는 용인 70개, 안양 64개, 수원 59개, 구리 56개 등이다. 이들 지역의 청년들은 일자리, 주거, 교육, 문화·복지, 참여·권리 등 다양한 지원을 받아 청년의 꿈을 실현하는 데 큰 도움을 받고 있다. 반면 하위 지자체는 동두천 15개, 여주 12개, 오산 11개, 광명 10개다. 특히 김포는 6개에 불과해 김포에 거주하는 청년의 경우 일부 일자리 지원사업만 지원받을 수 있어 불만이 크다. 같은 경기지역에 거주하고 있음에도 성남시와 김포시의 청년정책 차이가 무려 13배나 된다는 것은 심히 불공평한 처사가 아닌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4 OECD 교육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학교육 이수율은 회원국 중 1위다. 그러나 청년 자살률은 2023년의 경우 23.0명으로 회원국의 평균 자살률보다 2배 높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022년 조사 결과 은둔형 외톨이 청년은 24만명으로 이들은 은둔 이유를 취업의 어려움이라고 답하고 있다. 경기도는 시·군 지자체의 청년정책 참여율을 높임으로써 현재와 같은 지자체 간 불균형을 해소해 청년들이 희망을 가지고 미래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하기 바란다.
영국의 브랜드 평가 및 전략 컨설팅 회사 브랜드파이낸스는 2023년 럭셔리 명품 브랜드 순위 발표에서 루이비통, 샤넬, 구찌, 에르메스, 까르띠에, 롤렉스, 디올, 티파니, 버버리, 프라다 순으로 10위까지 보고했다. 이러한 글로벌 명품 시장은 가격이 상승하면 수요가 감소하는 수요의 법칙이 성립되지 않으며 가격이 상승하면 오히려 수요가 증가하는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가 나타나는 시장이다. 어려운 거시경제 여건에도 불구하고 명품 시장은 고정 환율 기준으로 11~13%의 성장세를 나타낼 만큼 안정적이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세계에서 1인당 명품 소비가 가장 높은 국가의 1위는 한국(325달러), 2위 미국(280달러), 3위 중국(55달러) 순으로 보고했다(2022년 기준). 그래서일까. 샤넬, 루이비통, 디올, 프라다, 구찌 등 우리나라에 진출해 있는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기업들은 앰버서더(홍보대사)를 할리우드 스타에서 K-한류 스타로 바꾸고 있다. 예컨대 루이비통의 배두나, 샤넬의 빅뱅 지드래곤, 구찌의 이정재, 프라다의 NCT 재현, 디올의 BTS 지민 등 일일이 열거하기엔 지면이 부족할 정도의 많은 K-한류 스타가 글로벌 명품 브랜드 앰버서더로 활동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구찌 브랜드는 경복궁 근정전에서, 루이비통 브랜드는 한강 잠수교에서 각각 패션쇼를 열 만큼 글로벌 명품시장에서 한국은 아시아의 중심에 있으며 아주 매력적인 곳이다. 한편 명품(名品)의 사전적 정의는 ‘뛰어나거나 이름난 물건, 또는 세계적으로 매우 유명하고 가격이 아주 비싼 상표의 제품’이다. 코코샤넬은 “명품은 필수품이 끝나는 데서 시작되는 필수품”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새로운 욕망을 만족시켰다고 느끼는 순간 그것은 이미 낡은 욕망이 돼 다른 만족을 갈구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욕망은 언제나 만족을 앞서가는 ‘제논의 역설’과 같은 상황을 현실에서 경험하고 그 욕망의 한가운데 바로 ‘명품 소비심리’가 있다고 한 어느 심리학자의 글이 생각난다. 행동경제학 측면에서 보면 사람들은 어떤 선택에서 감정에 많은 영향을 받는 자신을 합리화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명품 소비심리의 대표적인 특성 두 가지는 특정 집단 안에서 해당 집단의 일원이 됐다는 안도감과 구별 짓기. 즉, 사회 계급적 의미로 상층계급에 속한다는 과시적 수단으로서의 소비 행동이다. 특별히 우리나라에서 명품 소비가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명품 브랜드 제품의 ‘리셀 시장’ 확대 등으로 인한 재테크 수단으로서 자산적 가치와 유희적 대상으로서의 심리적 가치를 동시에 만족시켜 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의식 속 상류층에 대한 열망을 충족시켜 주는 매개체가 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둘째, 소비층의 견고함이다. 명품 시장의 주요 고객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중장년층의 소비는 여전히 탄탄하다. 이들은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이나 취향을 나타내는 수단으로서의 지출을 아끼지 않는 성향이 강하다. 이에 더해 젊은 소비자(MZ세대)의 명품 시장 유입이다. 이들은 자신에게 주는 보상으로 비싼 가격이라도 과감히 구매하는 성향을 보이고 있으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매체를 통해 일상을 자랑하는 플렉스 문화에 익숙하다. 셋째,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글로벌 명품 브랜드 기업들의 공격적 마케팅 전략이다. 다수의 명품 브랜드 기업은 의식 있는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소비자를 잡기 위해 친환경, 순환 경제모델 등의 실현 및 홍보에 집중한다. 또 e커머스 플랫폼에 익숙한 MZ세대를 대상으로 온·오프라인 방식의 명품 매장 체험 및 인공지능(AI), 메타버스, 증강현실(AR), 3D 등의 온라인 가상 매장 환경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렇듯 명품 본연의 가치와 명품 기업의 마케팅 전략은 거부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력적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명품 시장은 지속적 성장을 멈추지 않을 것이고 무엇보다 명품에 대한 높은 선호도를 부정적으로 볼 이유는 없다. 다만 명품 브랜드 제품의 구매 이유가 타인을 따라하거나 흉내 내기 또는 과시를 위함이 아닌 진정으로 자신을 위한 합리적인 소비행동이기를 바란다. 단순히 보여지기식 소비일 경우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피폐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일본 홋카이도에 다녀왔다. 차로 이동 중에 세븐일레븐을 찾았는데 눈에 안 띄고 ‘세코마(seicomart)’라는 편의점만 보였다. 세코마에는 특이하게도 핫셰프(hot chef)라는 간판이 달린 주방시설이 있었는데 홋카이도의 쌀과 농산물을 이용해 편의점 내에서 조리해 판매하는 따뜻한 음식이라 한다. 도시락 외에도 신선해 보이는 과일, 흙 기운이 남은 농산물도 꽤 많은 종류가 진열돼 있었다. 주방에서 바로 만든 삼각김밥의 따끈함을 손으로 느끼는 순간 궁금해져 지역에서 특화된 편의점 세코마에 대해 알아봤다. 세코마는 홋카이도 지역의 우유나 특산물을 이용한 자체개발(PB) 상품이 유명하고 낮은 인구밀도를 고려한 특화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들로부터 사랑받는 기업 이미지를 형성한 ‘고객만족도 전국 1위’인 편의점이라 한다. 차별화를 위해 도쿄나 오사카 등 대도시 지역에 진출하지 않고 홋카이도 지역에만 집중하는 철저한 로컬 전략을 고수하는 기업이라 한다. 직영점 위주로 운영하는 세코마의 사업 이념은 홋카이도 지역을 공부하고 그곳에 있는 재료를 사용해 주민과의 신뢰를 형성하는 것이다. 지진이나 태풍 등 재난 상황에는 구호물품을 준비해 두기도 하고 대기전력 공급이나 후불 결제방식 등 적극적인 지원으로 홋카이도 주민의 ‘라이프 라인’ 역할을 수행하면서 사랑받는 기업이 됐다고 하니 일본의 편의점 절대강자인 세븐일레븐을 제칠만 하다. 편의점은 주로 젊은층이 이용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홋카이도 시골 마을의 세코마는 고령 인구를 위한 편리한 쇼핑 장소이며 식당, 약국이며 마음을 나누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025년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인구가 1천만명을 넘어 고령 인구 비중 20.6%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되며 2035년 30%, 2050년에는 4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10가구 중 네 가구가 1인 가구일 것이라 한다. 편의점은 1인 가구 증가, 24시간 운영, 다양한 생활 서비스 제공 등 확장된 역할로 급격히 성장했으며 최근에는 점포 수가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평가다. 지역특화 편의점은 관광지, 대학가, 농어촌, 도심, 주택가 등 각 지역의 특성과 소비자 요구에 맞춰 제품 구성 및 서비스를 차별화하는 전략이 매우 중요하다. 단순히 식품과 생필품을 파는 공간을 넘어 생활에 필요한 제품을 경험할 수 있는 허브로 변모할 수 있다. 편의점은 집 근처에 위치하고 24시간 운영되기 때문에 언제든지 방문할 수 있다. 특히 운전을 할 수 없는 고령층은 필요한 물품만 빠르게 찾을 수 있는 가까운 편의점 쇼핑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고 주요 생활필수품 구매처가 되는 경우가 많다. 온라인 주문과 오프라인 수령을 결합한 O2O(Online-to-Offline) 서비스가 결합되면서 고령화사회의 라이프 스타일을 더욱 편리하게 해 줄 것이다. 공과금 납부, 택배, 간단한 금융 거래 등 디지털에 익숙한 액티브 시니어들은 편리한 부가 서비스를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무인계산대, 비대면 상품 픽업 서비스, 무인점포가 늘더라도 쉽게 적응하리라 본다. 고령 인구를 겨냥한 바이오 및 헬스케어 시장과 함께 편의점의 중요성이 커지며 고령층을 위한 케어푸드(care food)와 같은 제품 구성과 맞춤형 서비스도 함께 발전될 것이라 기대해 본다.
‘영원한 재야’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이 22일 별세했다. 향년 78세라니, 아까운 나이다. 장 원장은 한평생 노동·시민운동에 헌신했다. 그의 삶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에는 타협하지 않는 투쟁하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역대 대통령들이 ‘한자리’ 주겠다고 해도 올바른 길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부했다. 그는 특권층에 대해 분노감을 가졌다. 특권층은 잘못을 저질러도 처벌을 받는 게 아니라 오히려 출세하고 있다고 했다. 말년에 국회의원 특권 폐지에 집중했던 것도 그런 문제의식 때문이다. 장 원장은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 상임공동대표로 활동하며 국회의원의 면책·불체포특권 폐지, 정당 국고보조금 폐지, 국민소환제 도입 등을 주장했다. 월 급여로 400만원만 받고, 보좌진을 줄이면 대한민국의 정치개혁이 시작될 것이라 했다. 불행히도 그의 꿈은 이뤄지지 않았다. 국회의원 특권 폐지에 관심 있는 현직 국회의원은 별로 없는 듯하다. 가끔 말로만 떠들었지 실행은 전혀 안 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해 11월 30개 회원국 국민을 대상으로 국회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한국이 28위를 기록했다. 국회를 신뢰한다는 응답이 20.56%로 사실상 꼴찌다. 한국보다 순위가 낮은 나라는 체코와 칠레 2개국뿐이었다. 멕시코, 그리스, 페루, 코스타리카, 콜롬비아 등 우리가 정치 후진국으로 여기는 나라보다 신뢰도가 떨어졌다니 부끄러운 일이다. 국회에서 벌어지는 여야 간 극한 대립과 정쟁을 보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민주당은 22대 들어 개원 3개월여 동안 7개의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민주당 등 야당이 발의한 특검법도 9건이나 된다. 여기에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 요구권 행사를 요청해 ‘발의-거부권-폐기-재발의’의 무한 소모전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니 민생은 당연히 뒷전이다. 국가 대계를 위한 법안들은 표류하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각종 특권을 누리면서 싸움질만 하고 있는데 국민들이 어떻게 국회를 신뢰하겠나.
코스모스의 꽃말은 ‘소녀의 순정’이다. 꽃색이 선명하면서 다양할 뿐만 아니라 꽃피는 기간도 길어 가을 꽃의 대명사로 불린다. 맑은 가을 햇살과 잘 어울리는 한해살이 초화류다. 드물게는 꽃꽂이용으로 쓰이지만 거의 대부분 길가나 공원, 정원의 화단, 부지의 경계부 등 노지 화단용으로 쓰인다. 흰색부터 빨간색, 노란색 등 꽃 색이 다양해 식재할 때는 주변 환경이나 자연색을 고려해 디자인적으로 배치할 수 있다. 코스모스는 재배가 쉽고 생육이 강건하며 척박지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누구든지 쉽게 재배할 수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축축한 동네다 민초들 소박하게 옹기 종기 모여 사는 잘난 사람도 못난 이도 없는 가난한 마을 한 해만 살고 떠나야 하는 아쉬운 운명을 안고 혼자일 때는 눈에 띄지도 않는 가냘픈 몸매 부드러운 바람 능숙한 지휘봉 익살스러운 몸짓으로 흔드는 팔 따라서 분홍색 꽃 치마 일제히 갈아 입고 화사한 핑크 물결로 넘실넘실 넘쳐 흐른다 수많은 사람이 모여 내는 큰 목소리 섬뜩한 문구를 들고 마구 흐른다 사람은 모이면 폭탄이 될 때도 있다 숭고한 하얀 옷 던져 버리고 거리로 나온 성난 목소리 커다란 바위덩어리 되어 힘없고 아픈 사람들을 짓누른다 여뀌꽃처럼 모이면 더욱 아름다워질 수는 없을까 황영이 시인 ‘국보문학’으로 등단. 한국경기시인협회 회원. 수원문학아카데미 회원. ‘시인마을’ 동인.
올해는 우리나라 공인중개사제도가 생긴 지 40년이 되는 해다. 일본의 ‘택지건물취인업법’을 모태로 1984년 제정된 ‘부동산중개업법’은 지금의 공인중개사법과 비교해도 큰 틀에서는 그 내용이 다르지 않다. 당시 부동산중개업법 제1조에는 ‘부동산중개업을 건전하게 지도·육성하고 부동산중개업무를 적절히 규율함으로써 부동산중개업자의 공신력을 높이고 공정한 부동산거래질서를 확립해 국민의 재산권 보호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며 제도 도입의 목적을 설명하고 있었다. 이를 곱씹어 보면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들썩이던 부동산 투기 현상과 혼탁한 부동산시장 질서를 전문가인 공인중개사제도 도입으로 해결코자 했던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법에서는 일본처럼 협회 설립을 의무화했으며(법 제30조) 모든 회원은 협회 회원이 되도록 하고 협회의 정관과 규정을 준수토록 했다(법 제16조, 제31조). 대(對)국민 공신력 제고를 위해 자격시험도 2년에 한 번씩 국가가 정한 수 이내를 선발하기 위한 상대평가로 치러졌다. 그런데 IMF 직후인 1998년 정부는 이 같은 조치가 불필요한 규제에 해당한다며 대폭 완화했다. 협회 가입은 비의무화로 바꾸면서 지도단속 권한을 폐지했고 시험은 60점만 넘으면 합격할 수 있는 절대평가방식으로 바꿨다. IMF 사태로 힘들어진 국민들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을 줘야 한다는, 실업통계수치를 조금이라도 낮춰야 한다는 정무적 판단에 기인한 변칙적 제도 변경이었다. 그로부터 26년이라는 시간이 다시 흘러 현재에 이르렀다. 행정관청과 경찰이 손 놓고 있는 사이 부동산컨설팅이라는 이름의 무등록업자와 갭투자라는 이름도 이상한 재테크 수단이 판을 치고 부동산 전세사기로 전국에서 선량한 서민들이 연일 눈물을 흘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지금까지 배출된 공인중개사 자격자는 무려 53만6천명에 이르고 연간 휴폐업 중개사무소는 2만여개에 달하고 있다. 참다 못한 중개업계에서는 지난해 협회를 통해서라도 자신들을 감시·점검과 단속해 달라며 국회 청원을 냈고 5만명 요건도 충족했다. 만시지탄이지만 공인중개사제도가 도입됐던 40년 전 당시 초심을 이제는 되새겨야 할 때다.
군(軍) 시설은 예민한 주민 갈등 요소의 하나다. 주민들은 신설에 반대하거나 나가기를 원한다. 장사시설, 쓰레기시설처럼 혐오 대상은 아니다. 그럼에도 주민 기피 시설인 것만은 현실이다. 예비군훈련장 입지도 그런 흔한 갈등 사례다. 시가화가 진행된 지역의 퇴거 요구가 끊임없다. 새로이 이전해 갈 지역의 반대도 극렬하다. 동해예비군훈련장은 해당 사단이 시위장으로 변했다. 전주예비군훈련장은 시청이 점령당하기도 했다. 의정부시에도 현안이 있다. 의정부시 호원동에 50년 된 예비군훈련장이 있다. 1970년대 만들어진 44만1천528㎡ 크기의 훈련장이다. 도시개발로 지역 주변이 도시화되면서 문제가 됐다. 특히 1990년대 이후 타 지역 이전 요구가 급격히 커졌다. 집단 민원, 시의회 결의안, 시 이전 요구 등이 반복됐다. 민선 8기 들어서도 문제는 계속됐다. 지난해 3월 김동근 시장이 시의회에서 ‘이전 검토’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시급성을 강조했다. 이주 지역을 찾는 것이 쉬운 문제도 아니다. 이 문제가 큰 고비 넘겼다. ‘시내 이전’으로 가닥을 잡았다. 의정부시와 국방부가 합의했다. ‘시내 이전’이라는 국방부 의견을 시가 수용했다. 국방부는 의정부시가 제안한 핵심 조건을 수용했다. 의정부 자원만을 대상으로 하고, 훈련장 규모를 16만5천㎡로 축소하기로 했다. 공원, 수변시설, 체육시설, 주차시설 등 시민 친화 시설도 구비하기로 했다. 이 상태가 확정은 아니다. 시가 지역 주민협의체를 가동하기로 했다. 후보지·지원 조건 등을 수렴하는 절차다. 이 대목에서 새삼 주목하게 되는 선례가 있다. 오랜 난제였던 자원회수시설(폐기물 소각장)을 풀어낸 과정이다. 역시 주민 반대가 심한 기피시설이었다. 2017년 구상 발표 뒤, 한 발자국도 진행하지 못했다. 이걸 지난해 7월 전격 타결했다. 그 과정에서 주목받은 게 ‘김동근식 공론화’다. 선입견 없이 공론화 결정을 받아들였다. 주민이 요구한 시설 요구도 거의 그대로 수용했다. 주민 결정과 요구를 거의 그대로 따랐다. 의견 수렴 흉내만 내는 공론화와는 달랐다. 군 시설 갈등에는 독특한 과정이 있다. 안보에 대한 국방부 의견이다. 이런 군과의 대화에서 의정부 자원 한정, 훈련장 축소 등 시민 뜻을 관철시켰다. 이제 이 조건을 바탕으로 시민이 결정하는 절차에 들어간다. 김 시장은 “시민들이 합의해 정하는 후보지로 옮길 것”이라고 했다. “시민이 합리적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모든 정보를 제공하겠다”고도 했다. 지난해 자원회수시설 공론화에 임할 때의 각오다. 10월에 시작된다는 주민협의다. 다시 한번 공론화의 좋은 선례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