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력 고령화, 결국 삼성전자 생산성까지 위협하나

인력 고령화를 경고하는 의미 있는 통계가 있다. ‘저출산·고령화의 성장 제약 완화를 위한 생산성 향상 방안’이다.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가 발표했다. 국내 연구 인력의 20대 비중이 줄고 있음을 보여준다. 2012년 15%, 2022년 13.1%다. 30대는 54.6%에서 38.2%로 줄었다. 거꾸로 40대는 23.2%에서 32.2%로, 50대 이상은 7.1%에서 16.4%로 커지고 있다. 급격한 생산성 악화로의 추이다. 전체 산업이 이렇다. 이제는 삼성전자에서도 현실이 되고 있다. 한국CXO연구소가 26일 발표한 자료가 있다. 2010∼2023년 삼성전자의 글로벌 인력 변동 현황이다. 2010년에는 삼성전자에 20대 인력이 가장 많았다. 29세 이하가 55.7%였다. 이어 30대가 32.5%다. 직원 10명 중 9명꼴로 20∼30대였다. 그때 40대 이상은 11.7%였다. 2015년에는 20대 이하 직원이 58.9%였다. 20대 직원이 60%에 육박했다. 젊은층이 지배한 삼성이었다. 그게 정점이었다. 2015년 이후 20대 직원이 급격히 줄었다. 2017년 17만1천877명, 2019년 12만4천442명, 2021년 8만8천911명, 2023년 7만2천525명이다. 전체 비중은 감소 폭이 더 크다. 2017년 53.6%, 2019년 43.3%, 2021년 33.7%, 2023년 27.1%다. 같은 시기 30대와 40대 이상 직원은 증가했다. 특히 40대 이상의 증가가 주목된다. 2010년 2만명대에서 2018년 5만2천839명, 2020년 6만1천878명, 2022년 7만5천552명이다. 작년에는 40대 이상은 여러 가지 의미를 남겼다. 8만1천461명으로 20대 이하 직원을 처음 앞질렀다. 또 전체 직원 중 비중도 처음으로 30%를 넘었다. 이런 현상은 생산성을 직격하는 상황까지 왔다. 직급별 인력 구성의 변화다. 2017년까지는 일반 직원이 80%대였다. 임원을 포함한 간부급은 10%대였다. 이게 2021년부터 간부급 비중이 30%를 넘었다. 작년에는 간부급이 35%, 일반 직원은 65%였다. 직원 3명 중 1명이 간부인 셈이다. 이런 구조는 필연적으로 인건비 부담을 부른다. 삼성전자의 2010년 인건비가 13조5천억원이었다. 작년 인건비는 38조원이다. 13년 만에 3배 가까이 늘었다. 반면 직원 수는 2015년 32만5천여명에서 작년 26만명대까지 줄었다. 고령 인력의 증가, 인건비 부담 증가, 생산성 악화의 악순환이 자리를 잡았다. 한국에서 인력 수혈이 왕성하다는 삼성전자다. 이런 삼성전자에서조차 현실화 단계에 진입한 인력 고령화다. 모두 머리를 맞댈 때다.

[사설] 경기도 소상공인 지원책, 실질적 소득증대로 이어져야

개인사업자 4명 중 3명이 월 100만원도 못 버는 한계 상황에 처해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개인사업자 종합소득세 신고분 1천146만건 가운데 75%(860만건)가 월 소득 100만원 미만이라고 신고했다. 소득이 전혀 없다고 신고한 경우도 100만건(8.7%)에 육박했다. 혼자 가게를 운영하는 소상공인인 ‘나 홀로 사장’도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지난달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430만6천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6만4천명 감소했다. 지난해 9월부터 12개월 연속 줄고 있다. 소비 부진, 인건비, 고금리 등으로 자영업자의 폐업은 계속 늘고 있다. 현재 자영업자는 60대 이상 비율이 37.3%로 가장 많다. 2000년대에는 30~40대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는데, 지금은 3명 중 2명이 50대 이상의 장·노년층이다. 준비 없이 생계형 창업에 나서 출혈 경쟁 속에 빚으로 버티다 폐업하는 사례가 많다. 지역신보에 따르면 올 1~7월 소상공인들이 빚을 갚지 못해 신보가 대신 변제한 금액이 1조4천45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9% 급증했다. 폐업 소상공인도 늘어 그 기간에 지급된 노란우산 폐업 공제금이 8천881억원에 달했다. 경기도가 위기의 소상공인을 위한 지원책을 마련했다. ‘민생회복 Let’s Go!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경기 소상공인 힘내GO 카드, 중·저신용 소상공인 부채상환 연장 특례보증, 대형 e커머스 플랫폼사와 협력한 판로지원 사업 등의 정책을 펼친다. 경기침체로 소상공인의 부채와 연체율이 증가해 민생회복을 돕는다는 게 핵심이다. ‘경기 소상공인 힘내GO 카드’는 대출 지원이 아닌 신용도 하락과 이자가 없는 전국 최초 소상공인 운영비 전용 자금 지원 카드다. 일시 자금 유동성에 곤란을 겪는 소상공인이 자재비, 공과금 등 비상금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올해 11월 시범 사업을 시작으로 내년부터 본격 시행한다. ‘중·저신용 소상공인 부채상환 연장 특례보증’은 코로나19 특별지원 이후 도래한 소상공인의 원금상환 시기를 연장하고 이차보전을 통해 부채상환 부담을 줄여준다. ‘대형 e커머스 플랫폼사와 협력한 판로지원 사업’은 대형 e커머스 플랫폼(G마켓)과 협력해 소상공인의 유통 판로 개척과 브랜드 홍보를 지원한다. 경기도의 소상공인 민생회복 정책은 정부의 ‘소상공인·자영업자 종합대책’보다 구체적이고 실효성이 높아 보인다. 정부 대책은 대부분 임대료, 전기료, 배달료 지원 등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경기도의 핀셋 정책이 소상공인의 경쟁력 향상과 실질적 소득 증대로 연결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생각 더하기] 개항장, 언제쯤 인천의 몽마르트르 될까

최근 로컬리즘 트렌드가 소비자들을 저격하고 있다. 서울 성수동이나 부산 영도지역이 대표적인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트렌드의 변화가 아니라 소비자가 소비를 넘어 생산적 소비자인 프로슈머(생산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로 거듭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는 고정된 불변의 것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한다. 그 변화의 주체가 생산자에서 소비자로 옮겨 가는 추세다. 건국대 김시월 교수는 ‘소비는 개인적인 선택이지만 일시적 유행이나 트렌드, 그리고 문화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소비행위는 개개인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이를 모방해 동참함으로써 대중에게 확산된다’고 한다. 인천아트플랫폼 H동에 들어선 개항장 뮤직갤러리가 인천서점을 대신하면서 많은 이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인천아트플랫폼은 대상공간을 활용해 시민과 문화예술을 공유하기 위해 카페, 북카페 등 다양한 시도를 했으나 일단은 실패했다. 이러한 실패의 책임은 오로지 인천문화재단에만 있을까. 문화 생산자와 소비자 문제는 없는 것인가. 새로운 대안으로 선택된 뮤직갤러리는 시작도 전에 왜 술집으로 방점이 찍혔을까. 커피나 빵 그리고 서점이 소재가 됐을 때는 어디에 방점이 있었을까. 요즈음 음주문화도 많이 변하고 있다. 맥주 한잔을 들고도 광장문화가 가능하고 흥겨우면 어깨춤도 자연스럽게 춘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스스로 즐길 줄도 안다. 뮤직갤러리의 방점은 맥주가 아니라 음악이지 않을까. 공간성의 문제에서 문화예술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세간의 시선은 본질보다는 술집이라는 데 방점을 찍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인천맥주는 지역 맥주로 수제맥주를 만들어 인천을 알리고 있고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있다. 인천관광공사는 인천의 양념치킨과 인천맥주를 콜라보한 대규모 행사를 진행할 정도로 지역 맥주와 지역 치킨을 홍보하며 많은 관광객을 끌어모으기도 했다. 문화와 관광은 오감 만족의 다양성을 추구하는데 이들이 한몫을 하고 있다. 예술가들의 창작공간에 등장한 뮤직갤러리는 과연 유흥업소인가. 어쨌거나 이 논란은 개항장이 활성화되지 않는 본질에 대한 적확한 진단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부차적인 술집 논란으로 본질을 훼손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문화예술에서 주체는 생산자만의 전유물일 수 없다. 소비자도 주체가 돼야 한다. 소비자가 외면하는 문화예술이 설 수 있는 자리는 어디인가. 역사학에서는 공공역사라는 용어들이 힘을 얻어가고 있다. 역사가 소수 연구자만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역사소비자들과 함께하고자 하는 노력인 것이다. 그렇다면 문화예술도 공공문화예술의 관점으로 옮겨 갈 수 있지 않을까. 시각예술에서 대학의 사진과가 폐과(廢科)되는 현실이 시사하는 바를 읽어야 한다. 시민의 참여와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바라보면 당연히 개항장과 관련한 모든 사람의 소통의 장이 필요하다는 지적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런데 이러한 소통의 장에 대한 요구는 오늘날 처음 새롭게 등장한 말은 아니다. 대안 없는 제안은 아무나 할 수 있다. 소위 책임질 일이 없는 ‘지적질’은 쉽다. 어느 한편의 생각만이 옳다는 생각은 버려야 할 때다. 역사나 문화나 예술이 소수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이제는 모두가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다양성의 문제다. 역사든 문화예술이든 소비자가 없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유럽에서 르네상스가 꽃피던 시절 위대한 예술가의 탄생은 기억하지만 그 예술가의 후원자였던 메디치 가문에 대한 이해는 깊지 않다. 그러나 현지에 가보면 이 메디치 가문에 대한 존중은 남아 있다. 이제는 인천에서 메디치 가문 같은 후원을 소비자에게서 받을 수 있는 예술가들의 출현을 기대해 본다. 관이 못하면 소비자가 하면 된다. 이 글을 쓰면서 가슴이 먹먹해진다. 사례는 다르지만 공론화 과정을 제시했던 20여년 전 신문에 기고했던 필자의 글을 다시 보면서 그때나 지금이나 인천은 변한 것이 없다는 느낌 때문이다. 빠른 시간 내에 이런 먹먹함이 추억이 됐으면 한다.

[의정단상] 너무나 한국적인 美 대선

미국 대선판이 요동치고 있다. 승기를 잡은 것 같았던 트럼프 후보는 해리스 후보의 등장과 함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역대급 초박빙 접전 승부가 되리라는 게 중론이다. 남의 나라 선거에 일희일비할 바는 아니지만 관전하는 재미가 상당하다. 흥미로운 점은 미국의 대선 상황이 우리와 판박이라는 것이다. 유명 검사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과 여러 재판을 받는 피의자인 이재명 대표의 상황은 역시 검사 출신으로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을 지낸 해리스와 많은 혐의로 기소된 트럼프 간의 대결 구도를 연상케 한다. 기상천외한 음모론도 어디선가 본 것 같다. 해리스 후보의 유세에 운집한 대규모 군중 사진이 인공지능(AI) 조작이라는 주장부터 TV토론 위장 이어폰 사용 음모론과 트럼프 피격 자작극 주장까지, 우리의 계엄령 음모론과 후쿠시마 오염수 괴담은 싱겁게 느껴질 정도다. 어쩌면 이 상황이 당연한 것 같기도 하다. 정치 갈등이 심하지 않은 나라는 없다지만 한국과 미국은 그 정도가 선을 넘은 지 오래다. 정치 양극화 조사에서 그들이 1, 2위로 뽑히는 것은 더는 학계에서 새롭지 않은 사실이다. 트럼피시트, 개딸 등 비이성적 ‘팬덤형 집단주의’가 득세하고 있는 것만 봐도 양국의 정치가 얼마나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지 체감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의 정치 양극화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정책과 이념의 차이를 토양 삼아 다양한 정치 양극화가 파생되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여야 간 그 차이가 선명하지 않다. 특히 경제 정책에서 보수와 진보의 선명성 차이를 찾아보기 힘들어진 지 오래다. 오직 경쟁자를 ‘악’으로 치부하며 적대적 반감을 갖는 ‘정서적 양극화’가 우리 정치 양극화의 뿌리, 아니 전부에 가깝다. 당연히 정서적 양극화 속에 민생이 설 자리는 좁아진다. 극단적 지지층이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고 정치는 그들의 눈치를 본다. 대표적인 사례로 사법 리스크 방탄용 입법 폭주와 얼토당토않은 검사 탄핵을 꼽을 수 있다. 선거철마다 나오는 선명성 대결은 정서적 양극화의 물결 속에 공허한 외침으로 묻히고 만다. 선거가 끝난 뒤 ‘정책으로 차별화했어야 했는데.’ 이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하기 시작한 게 언제부터였나 싶다. 반면 정책·이념에서의 양극화는 나쁘게만 볼 건 아니다. 정책적인 선명성 차이를 통해 유권자의 선택에 도움을 주고 정치 전반에 관심을 높인다는 점에서 때로는 이롭고 때로는 공격하는 공생균과도 같다고 할까. 너무나 한국적이지만 결코 한국적이진 않은 미국 대선 속, 그들이 내놓는 명확한 정책 대조가 어떤 결과로 나타나는지 지켜보는 것이 흥미롭다. 그냥 지켜보기라도 해보자. 보수, 진보의 가치를 제시하는 것만으로는 국민을 설득하기 어려워진 이 세상에서 정치의 기본 기능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며.

[지지대] K-과자의 추억

눈을 의심했다. 그리고 무척 반가웠다. 코끝이 찡했다. 눈물도 나왔다. 낯선 나라의, 그것도 변방의 아주 작은 구멍가게 진열대에 한국산 껌과 초콜릿 과자류가 놓여 있어서다. 40여년 전 중국 네이멍구자치구의 한 시골이었다. 그때의 기억을 조금 더 소환하면 이랬다. 궁금한 나머지 구멍가게 주인에게 “어느 나라 제품인가”라고 물었더니 “일본 게 아니겠느냐”는 답변이 돌아왔다. 좀 서운하긴 했다. 뭔 상관이랴. 껌과 초콜릿 과자류 포장지에 적힌 한글은 일본 문자와 쉽게 구별하기 어려웠을 터였다. 아무튼 그에게는 한국산이냐, 일본산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맛만 좋고 잘 팔리기만 하면 되니까 말이다. 그때는 영어로 ‘코리아(KOREA)’를 뜻하는 K를 붙이는 접두어 문화가 태동되기 훨씬 전이었다. 필자의 소견으로는 껌과 초콜릿 과자류는 이미 K-과자로 그때 이미 등극한 셈이었다. 최근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K-과자 연간 수출액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통계가 나왔다. 해외 각국에서 빼빼로와 허니버터칩 등 한국 과자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과자 수출액이 올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과자류 수출액은 4억9천420만달러(약 6천605억원)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4% 증가했다. 라면과 연초류(담배와 전자담배) 등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업계는 한류 콘텐츠 인기에 힘입어 과자 수출도 증가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우리 기업이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면서 현지 소비자의 수요를 충족시킨 점도 수출 개선에 영향을 미쳤을 터다. 이젠 어떤 품목에도 앞에 K를 붙이면 일류가 되고 명품이 되는 세상이다. 정치를 빼놓고 말이다.

[경기만평] 끝없이 뱉어내는...

[사설] 2만원 ‘금배추’, 기후변화 따른 식량위기 대책 마련해야

배추 한 포기에 2만원이 넘는다고 한다. 금(金)추, 금배추라는 말이 이상하지 않다. 올여름 유례없는 폭염·폭우로 배추 작황이 타격을 입었다. 이로 인해 9월 중순 배추 도매가격은 상품 기준 포기당 9천537원으로 올랐다. 전통시장에서 판매되는 소매가격은 2만∼2만3천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일반 가정에서도 그렇고, 식당 사장들도 폭등한 배추값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김치 없는 밥상을 낼 수도 없으니 걱정이 크다. 정부가 결국 중국산 배추를 들여와 도매시장에 풀기로 했다. 당분간 배추 공급량이 감소할 것으로 판단, 수급 안정을 위해서다. 국산 배추는 11월 김장철을 대비해 최대한 비축할 방침이다. 중국산 수입 배추는 27일 초도물량 16t을 들여온다. 이후 중국 산지 상황을 보면서 수입 물량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정부가 중국산 배추를 들여오는 건 2010~2012년, 2022년에 이어 다섯 번째다. 국민 선호도 등을 고려해 주로 김치 제조공장 등 가공·외식업체 중심으로 유통됐다. 이번에 들여오는 배추도 마찬가지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수입 배추가 가공∙외식업체 배추 물량을 채워주면 일반 가정에서 필요한 물량에 여유가 생기고,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전 세계가 기후변화로 고통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폭염과 가뭄, 홍수, 한파, 폭설 등 자연재해가 빈번하다. 기후변화로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분야는 농업이다. 이상기후로 농산물 가격이 치솟는 ‘기후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다. 기후플레이션은 기후(climate)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극심한 이상기후 때문에 농작물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농산물과 식재료 가격이 오르고, 전반적인 물가 상승을 일으키는 현상이다. 금사과, 금오이, 금고추, 금배추라는 단어가 등장하고, 소비자들은 폭등한 장바구니 물가에 고통을 겪고 있다. 기후변화는 자연재해 및 병해충 증가, 물 부족 등을 유발해 농작물의 생산성 감소와 품질 저하 등을 가져오게 된다. 이는 농산물 수급 불균형과 물가 폭등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농업이 직면한 문제다. 때문에 매번 다른 나라의 수입 농산물에 의존할 수는 없는 일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는 만큼 경각심을 갖고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온난화에 따른 품종과 재배기술 개발로 농산물의 안정적 생산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당장 눈앞의 채소값, 과일값의 문제가 아니다. 식량안보 차원에서 지속가능한 농업 생산 시스템 구축에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

[사설] 임박한 신도대교 개통... 5년 전 무의도 교훈 되새겨야

5년 전 무의대교가 개통했다. 인천 대표 관광섬 무의도가 육지와 이어진 것이다. 당장 관광객들의 차량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러나 섬 사정은 예전 그대로였다. 오솔길 수준의 도로를 관광버스가 간신히 지나갔다. 중앙선도 없어 승용차들은 아슬아슬 비켜 다녔다. 차량 정체가 이어졌지만 잠시 주차할 공간도 없었다. 관광객이 늘면서 섬은 식수난까지 겪어야 했다. 부랴부랴 인천경제청이 고육지책에 나섰다. 하루 통행량을 900대로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그러고는 주민 및 관광객들에게 사죄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 섬의 주차·교통난은 이후로도 한동안 이어졌다. 이번엔 반대편의 신·시·모도가 걱정에 휩싸였다. 내년 말 영종~신도 평화도로(신도대교)가 개통한다. 이들 섬 사정도 과거 무의도와 다를 바 없다고 한다. 2025년 말 개통 목표의 신도대교(3.26㎞) 공사가 한창이다. 영종도와 주변 3개 섬을 잇는 연도교다. 인천 옹진군이 개통 이후의 교통량을 예측했다. 개통 초기 1일 최대 8천800대까지 급증할 전망이다. 시간이 지나 안정세에 들어가도 1일 평균 5천900대에 이를 것으로 본다. 이에 비례해 관광객도 급증할 전망이다. 2022년 기준 장봉도까지 포함한 옹진군 북도면 관광객이 하루 1천100명 수준이었다. 개통 이후 차량 1대당 2~3명만 잡아도 얼마만한 숫자인가. 조용하던 섬이 급격히 불어난 유동인구로 북적일 것이다. 당장 섬 내 교통 혼잡과 주차난이 걱정이다. 섬 내부 도로·주차장 등 기반시설이 태부족해서다. 옹진군은 우선 단기적으로 주차장 4곳(1천120면)의 확충이 필요하다고 본다. 여기에 보행자 도로를 포함한 왕복 2차로의 섬 내부 도로 확충도 시급하다. 문제는 예산이다. 옹진군이 최근 인천시에 관련 예산 297억원의 절반 정도(162억원)를 요청했다. 그러나 돌아온 답이 없다. 부지 구입이 급하지만 아직은 손을 놓고 있다. 옹진군은 일단 기본계획 수립 등 행정절차를 먼저 끝내 놓는다는 방침이다. 예산 확보와 동시에 최대한 빨리 공사에 나서기 위해서다. 인천시도 최근에야 문제를 파악, 대처에 나섰다고 한다. 기반시설 지원을 맡을 태스크포스(TF)도 꾸린다. 이미 무의도에서 한 차례 호되게 겪은 사태다. 그러고도 대처를 못한다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된다. 또다시 통행을 막으려 갓 개통한 다리에 바리케이드를 칠 것인가. 지자체마다 지역 관광 활성화에 목을 매는 요즘이다. 멀리서 이들 섬을 찾아온 사람들이 뭐라 할 것인가. 다리가 열리기 전에 손님 맞을 채비를 마쳐야 할 것이다.

[김종구 칼럼] CJ 대응, K-컬처밸리 원안에서 멀어지나

알려졌던 CJ 측 대응은 쟁송(爭訟)이었다. 피해 구제를 위한 재판을 준비했었다. 국내 굴지 법무법인 K였다. 7월 초 수임제안서가 오갔다고 한다. 법무법인이 CJ에 보낸 의향서다. 소송 전 법률 검토를 시작했다고 들렸다. 대략 8월 말 즈음 전언이다. 그런데 9월5일 깜짝 놀랄 발표가 나왔다. CJ가 관련 협약 해제를 통보한 것이다. 경기도의 협약 해제에 동의하는 법률 절차다. ‘장기간 소송에 따른 부담’을 이유로 들었다. 급전환이다. 여론-이 글에서 여론은 고양시민 여론이다-은 그때까지 CJ와 뜻을 같이했다. 그도 그럴 게, 해제는 경기도 결정이었다. 6월28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타당하고 충분한’ 사유가 있다고 했다. 그때 든 게 ‘CJ 의지 부족’이다. 지체상금 감면 문제를 거론했다. 여론과 CJ는 여기 동의하지 않았다. 국토부 중재가 있었고, 감사원 컨설팅 의뢰 중이었다. 그 결과를 보기도 전에 해제를 선언했다. 여론은 경기도를 비난했다. 다 들고 일어났다. 시위에 내걸린 구호가 이거였다. ‘K–컬처밸리, 원안대로 추진하라’. 시민들이 말하는 원안은 뭔가. 32만6천400㎡짜리 컬처밸리다. 거기엔 아레나 공연장이 있다. 콘텐츠 경험시설, 문화 콘텐츠 업무 시설, 랜드마크 시설도 있다. 사업비만 2조원이 넘는다고 했다. 연간 250만명이 찾을 거라고 했다. 경제효과 30조원에 달할 거라고 자랑했다. 그 약속, 그 규모 그대로 추진하라는 거다. 사업 주체의 연속성은 당연했다. 다 CJ를 챙긴 이유다. 그랬었는데 이렇게 됐다. CJ가 경기도에 동의했다. 협약 해제를 받겠다고 발표했다. 들어간 돈이 수천억원이라더니.... 법률적 쟁송도 각오한다더니.... 갑자기 경기도와 같은 목소리를 냈다. 그러면서 묘한 제안을 섞어 넣었다. ‘공사가 진척 중인 아레나 사업을 최대한 신속히 재개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최선이다.’ 공정 17%인 공연장은 계속 짓겠다는 거다. 말이 협의지 경기도에 부탁한다는 얘기다. 당연히 고양시민 뜻이 아니다. 이쯤에서 되살아나는 기억이 있다. CJ 측은 그동안 ‘공정 17% 추진 중’을 강조했다. 경기도는 ‘전체 공정 3%’를 얘기했다. 김동연 지사가 직접 ‘8년간 3% 공정’을 언급했다. CJ 측의 사업 의지가 부족하다는 근거였다. 같은 얘기인데 이렇게 달리 풀었다. 돌아보면 CJ는 아레나를 많이 챙겼다. 전체에서 떼어 내 아레나를 말했다. 그러더니 ‘그 아레나만은 하고 싶다’고 밝혔다. 상징성 크다지만 따로 떼어 논할 부분은 아닌데. 이해 안된다. 곧 경기도의회 특위가 시작된다. 계약 해제 과정을 살피겠다고 했다. 경기도의 잘못을 찾겠다고 했다. CJ 측 의견도 들어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상황이 바뀌었다. CJ가 경기도에 동의했다. 법적으로 완벽히 끝나 버렸다. CJ에 들어줄 게 있는지 궁금하다. 피해 당한 을(乙)로 계속 볼지 의문이다. 더구나 아레나 사업을 도에 부탁하는 입장이 됐다. 특위-특히 도지사를 벼르는 쪽-가 원하는 증언이 나오기나 할까. 아마 없을 것 같은데. -협약 해제 받아 줄테니 아레나 공사 달라-. 이 말에 다 못 담을 경영적 고려사안은 많을거다. 하지만 여론에게는 그다지 달리 보이지 않는다. 고양시민들에게는 더 그래 보인다. 그렇다면 경기도의회가 CJ에 물어야 할 질문도 바뀌는 게 옳다. ‘CJ가 정말로 공사 지연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는가’, ‘CJ에 지체상금 감면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보는가’, ‘공정 3% 업체가 공정 17% 사업만 떼 가는 특혜가 옳은가. 규정에도 없는데...’. 고양시민의 여름은 유독 더웠다. 160리 길 달려가 경기도에 항의했다. 펄펄 끓는 도로를 차량으로 덮었다. ‘원안 추진’을 향한 투쟁이었다. 거기서 기업이 떨어져 나갔다. ‘회사 이익 챙기겠다’며 반대로 갔다. 고양시민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지만, 비빌 곳은 점점 사라질 것 같다. 그래서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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