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연천은 옛날 연천이 아니다. 인천에서 출발하는 전철 1호선이 연천까지 연결돼 이제는 ‘인천에서 연천까지’가 새로운 구호가 됐다. 인천이 태평양과 중국으로 이어지는 제1의 항구도시라면 연천은 선사시대 구석기의 유적지와 동이리 주상절리가 아름다운 고도(古都)다. 전철이 이어지면서 연천에는 에스컬레이터를 갖춘 아주 편리한 현대식 역사가 문을 열어 아마 북에 가장 가까운 전철역사가 마련됐다. 훗날 남북 통일의 새 역사가 이뤄지면 연천역은 휴전선의 분단을 넘어 북으로 향하는 첫 관문이 될 것이다. 그런데 연천을 가장 빛나게 만들고 더 따듯한 마을로 발전시킨 것은 연천의 인구 대비 1.1%나 되는 대한적십자사 봉사원들의 헌신과 봉사의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연천은 관내 어느 지역에서든 재난이 발생하면 긴급구호를 위해 적십자사의 노란 단복을 입고 구호품을 들고 현장에 제일 먼저 나타난다. 그 가운데 한 분이 바로 장옥화님이다. 장옥화님은 1996년 연천다정봉사회에 입회한 이래 오늘날까지 27년간 쉬지 않고 무려 1만573시간을 봉사해 올해에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명예의 전당에 1만시간 봉사자로 등재됐다. 장옥화님은 지금은 대한적십자사 봉사회 연천지구협의회장을 맡고 있으면서 아픈 허리를 마다하지 않고 봉사의 현장에 어김없이 제일 먼저 달려간다. 장 회장이 이렇게 봉사에 나서게 된 동기는 남다른 사연이 있다. 1996년 연천지역에 큰물이 범람하면서 수많은 이재민이 군청에 마련된 대피소로 피신했는데 그곳에서 적십자사 봉사원들이 헌신적으로 활동하는 모습에 감동했다. 그 감동으로 장옥화님은 그저 대피소 안에 무력하게 주저앉아 있을 수 없었다. 자신의 집이 물에 잠겨 있는데도 불구하고 세 살짜리 아기를 들쳐업고 다른 봉사자들과 함께 구호 활동에 나서게 됐다. 그 자리에서 봉사회에 입회하고는 ‘아이 업고 봉사하러 다니는 엄마’라는 사람으로 기억될 만큼 억척스럽게 나서 구호 현장을 뛰어다녔다. 그것이 장옥화님이 평생을 봉사원으로 살게 했고 그때 등에 업혀 자라던 아이는 이제 어엿한 청년이 돼 가족들과 함께 모두 봉사의 길에 나서게 됐다. 장옥화 회장은 지하철과는 달리 사람의 아름다운 봉사로 사랑과 헌신의 대로를 연천 한가운데 만들었고 이 길이 연천을 살고 싶은 도시로 이어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경기도에서 곧 보수·진보 교육이 충돌할 것 같다. 경기도교육청이 제출할 학생인권·교권 통합 조례안이다. 앞서 도 교육청은 관련 통합 조례안을 냈다가 무산된 바 있다. ‘통합 후 기존 학생인권조례 폐지’라는 부칙이 문제였다. 학생인권조례 존치를 주장하는 민주당이 반대했다. 교육청은 이를 보완해 연내에 다시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전제할 것 같다. 도의회 행감과 국회 국감이 예정돼 있다. 논쟁의 소재다. 학생인권조례 폐지 논의가 불거진 것은 2023년이다. 그해 7월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학생 지도 과정에서 받은 고통이 원인으로 알려졌다. 전국 교사들의 분노가 들끓었다. 연일 상경 집회가 이어졌다. 충격적인 교권 침해 실태가 폭로됐다. 학부모에 의한 폭언·폭행·송사·협박 사례가 있었다. 학생에게 머리채를 잡히고 폭행당한 교사도 있었다. 드러나는 참상 앞에 국민적 분노가 이어졌다. 교권 확립 대책들이 나왔다. 직접적인 대책은 교권보호5법 개정이다. 교원지위법·초중등교육법·교육기본법·유아교육법·아동학대처벌법을 손질했다. 학부모 제재조치가 신설되고 부모 등 보호자의 의무 규정이 명시됐다. 이후 의미 있는 변화가 수치로 확인되기도 한다. 교원보호위원회에서의 ‘조치 없음’이 2023년 49%에서 2024년 2분기까지 10.9%로 줄었다. ‘사과 및 재발 방지 약속’ 등의 가시적 조치가 그만큼 늘었다는 얘기다. 어려움을 들어주기 시작한 셈이다. 학생인권조례 폐지는 이와 다르다. 과도한 학생 인권 보장이 원인이라는 주장이 있다. 주로 보수 교육·정치권 입장이다. 교권 침해와 관련 있다는 증명이 없다는 주장도 있다. 주로 진보 교육·정치권 입장이다. 서울시·충남도 교육청은 학생인권조례를 이미 폐지됐다. 시의회 다수당이 보수 여당인 두 곳이다. 반면, 민주당이 다수당인 경기도의회에서는 살폈듯이 조례 폐지가 막혔다. 이걸 도 교육청이 다시 내겠다는 것이다. 충돌이 불가피하다. 보다 큰 장벽은 국회 국정감사다. 민주당이 학생인권 보장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조례 위의 법률로 학생인권 폐지에 쐐기를 박겠다는 의도다. 이런 민주당에게 경기도교육청의 ‘학생인권폐지’ 조례안이 곱게 여겨질 리 없다. 경기도교육청 국감장이 뜨거워질 수 밖에 없다. 교사의 주검 앞에서는 한 입으로 교권보호를 얘기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교육은 다시 보수와 진보로 갈렸다. 그리고 그 중심에 ‘관심 멀어진 교권’이 자리하는 것 같다. 혹시나했던 교사들의 희망은 사라지고 있다. 교단을 떠나는 교사들이 계속 늘고 있다. 27%(2019년), 32%(2020년), 29%(2021년), 36%(2022년), 37%(2023년). 5년 미만 젊은 교사들의 이직 비중이다.
지난 26일 기획재정부의 세수 재추계 발표에 따르면 올해 세입예산은 당초 예상치인 367조3천억원보다 29조6천억원(8.1%) 부족한 337조7천억원에 그칠 것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 규모인 지난해 56조원의 세수 결손에 이어 올해도 30조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세수 결손이 예상되고 있다. 세수 결손의 주요 요인은 지난해 해외교역이 감소하고 특히 반도체 분야의 수출 실적이 부진해 법인 세수가 14조5천억원 줄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양도소득세가 당초 목표보다 5조8천억원이 덜 걷힐 것으로 추정됐으며, 또한 유류세 인하 조치로 4조1천억원, 종합소득세 감소로 4조원 등도 주요 결손 항목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렇게 추정되는 대규모 세수 결손은 침체된 경기를 방어하는 재정 본연의 역할을 담당하는데 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뚜렷한 대응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론적인 입장만 제시하고 있다. 즉, 최후 수단인 국채 발행은 염두에 두지 않고 우선 기금 여유 재원 활용, 예산 불용 등의 수단을 강구해 세수 부족분을 채우겠다는 것이다. 세수 결손은 건전재정 기조가 흔들리게 되며, 따라서 국가재정 운영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특히 세수 결손으로 인한 지방이전 재원의 감소는 가뜩이나 어려운 지방발전에 걸림돌이 된다. 내국세의 약 40%가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으로 가기 때문이다. 지방소멸이 염려될 정도로 지방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지방교부세가 감소된다면 지방소멸은 더욱 심각한 국가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국가 곳간이 이렇게 비어가고 있는 상황임에도 정치권은 국가 곳간은 아랑곳하지 않고 퍼주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26일 국회에서 재의결이 부결된 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이 대표적이다. 이 법이 부결됐음에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오는 10월16일 재보궐 선거가 실시되는 전남 곡성과 영광을 지난주 찾아 지방정부 예산을 활용해 연간 100만원 ‘주민 기본소득’을 시범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들 지역에 후보자를 낸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도 이들 지역에서 각각 100만원, 12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을 정도로 정치권은 포퓰리즘적인 정책을 마구 내놓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대규모 세수 결손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해야 된다. 야당들은 퍼주기 경쟁에 몰입 말고 건전한 정책 대안을 마련, 건전재정 운영에 협조해야 된다.
최근 기술혁신에서 인공지능(AI)은 가장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이슈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AI가 최근 과잉투자 아니냐는 ‘AI 거품론’에 직면하고 있다. 지난 2022년 11월 출시된 AI 모델인 챗 GPT는 전세계에 엄청난 충격을 줬다. 이 충격은 불과 2년 남짓한 기간에 거의 모든 기술 이슈를 AI에 집중시킬 정도로 어마어마한 파급효과를 만들어 냈다. 현재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대부분 AI 모델과 관련된 분야에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을 추진하고 있고, AI 모델을 개발했다. 이 경쟁에는 스타트업들도 뛰어들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솔라’를 개발한 업스테이지가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AI 모델의 혁신은 AI 반도체 생산, 전력 인프라 확충, 새로운 AI 스타트업의 등장과 성장 등 경제적, 사회적으로 폭 넓은 분야에 그 영향력을 미치면서 투자의 블랙홀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동안 대규모 투자를 선도해온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투자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를 하나둘 내놓으면서 시장에는 짧은 기간에 대형투자를 빨아들여온 AI가 ‘제2의 닷컴버블’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하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는 주식시장의 상황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 8월5일의 기록적 글로벌 증시 폭락이 바로 그것이다. 일본 -12.4%, 대만 -8.4%, 미국 나스단 -3.4% 등 거의 모든 주요국 증시가 크게 하락했고, 한국 역시 -8.8%를 기록하면서 사상 최대의 낙폭을 기록했다. 주목할 점은 이 폭락을 AI 빅테크 기업들이 주도하면서 ‘AI 거품론’ 확산의 기폭제가 됐다는 것이다. 회의론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기업 현장의 분위기는 다소 대비되는 모습이다. 실리콘밸리 소식을 전하는 한 미디어에 따르면, 실리콘밸리의 AI 투자에 대한 분위기는 여전히 ‘기술 혁신에 뒤처지는 것보다는 과잉 투자가 낫다’는 것이라고 전한다. 국내도 비슷한 맥락이 감지된다. 얼마 전 한 간담회에서 SKT 유영상 대표는 ‘과소 투자로 경쟁에 뒤처지는 것보다는 과잉 투자가 낫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 다소 불확실한 수익에도 불구, 공격적 투자를 통해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결국 도태된다는 점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다만, 선택과 집중을 통한 효율적 투자의 우선순위는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AI를 통해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고 있는 우리 스타트업들에게 이러한 거품론을 두고 찬반 양쪽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새로운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 코로나 이후 혹독한 투자 혹한기를 버텨내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논쟁의 확산이 자칫 투자의 위축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미국의 연방준비위원회가 지난 18일 기준금리를 0.5%나 낮추는 ‘빅컷’을 단행했다면 뉴스는 우리 스타트업들에게 희망적인 소식일 수 있다. 이번 미국의 빅컷으로 글로벌 자금흐름이 더욱 모험적 투자처인 스타트업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는 이번 금리인하로 기업간 M&A 시장의 활력이 높아지고, 모험적 투자처인 딥테크, 특히 AI 기술개발과 관련 스타트업들에 대한 투자가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아직 그 영향의 정도가 어느 정도일지는 모르지만, 기회가 열린 것은 분명하다.
유난히 심하고 길었던 무더위가 가고 마침내 가을이 왔다. 가을이 갑작스럽게 온 탓에 사람들은 방 안에 놓인 선풍기는 그대로 둔 채, 쌀쌀한 밤공기를 막을 가을 이불을 서둘러 꺼낸다. 그래도 오랜 기다림 끝에 맞이한 가을인지라 높고 푸르른 하늘과 뺨을 스치는 시원한 바람이 새삼 고맙고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에 우리를 우울하게 하는 소식들이 여전히 심심치 않게 들린다. 폭염은 해마다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커서 어쩌면 올해 우리는 그래도 가장 시원한 여름을 보낸 것일지도 모른다는 전망, 이상 고온으로 사과, 배를 비롯한 과일 공급량이 부족해 멀지 않은 장래에는 과일도 서민은 사 먹을 수 없을 것이라는 예측 등이 그것이다. 기후 위기로 대표되는 오늘날의 생태 위기는 더는 미래 세대의 문제쯤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이미 현세대가 생생하게 체험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문제다. 특히 오늘날에는 그 누구보다 자연을 세심하게 관찰하는 과학자들이 지구의 건강 상태를 앞장서서 걱정하고 있다. 국내만 해도 대기학자 조천호는 오늘날 인류가 기후 위기에 신속하고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다면 가깝게는 경제위기, 더 멀게는 인류 멸종의 위기를 겪게 될 것이라 역설한다. 오늘날 생태 재앙의 원인은 물론 인간에게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이는 상업이 이끄는 갖가지 향유에 대한 끝없는 욕망, 그리고 공업이 현실화하는 자연 지배의 기술에 있다. 따라서 이 향유의 욕망 추구를 여전히 삶의 최우선 가치로 삼고, 첨단 기술이면 다 된다고 안이하게 생각해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오늘날 우리나라를 포함한 각국이 탄소중립의 과제를 수행하는 데 더딘 발걸음을 보이는 까닭 역시 다른 데 있지 않다. 바로 생태 재앙의 낭떠러지 앞에 서 있으면서도 최대의 효율과 이익의 극대화라는 경제 성장의 가치를 잣대로 해 여러 생태적 기술의 사회적 정착을 유보하기 때문이다. 욕망, 효율, 이익 등을 전혀 추구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 아니다. 지구의 위중한 건강 상태를 고려한다면 그것들이 최우선의 가치가 돼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병이 위중해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사람에게 재물이나 명성이 무슨 의미인가. 이 이치를 생각할 때 오늘날 우리는 다음과 같은 일에 힘써야 한다. 첫째, ‘나’의 건강과 행복을 생각하는 절반만이라도 신음하는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관심이 자연으로도 향하도록 삶의 여백을 만들자. 둘째, ‘내’ 욕망 충족이 아니라 생명 살림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는 삶을 살아보자. 똑같은 돈을 ‘나’보다 ‘남’을 위해 쓸 때 사람은 더 큰 행복감을 느낀다고 한다. 셋째, 생태적 생활양식을 사회적으로 확산할 수 있도록 애쓰자. 기업에서의 기술 개발, 정부에서의 행정 조치, 언론에서의 사회적 감시, 교육 현장에서의 교육 내용, 상업에서의 유통, 가정에서의 소비 등이 모두 최대한 생태적인 성격을 띨 수 있도록 노력하자. 이같이 생각하고 행동할 때 이 재앙에서 벗어날 출구가 보이지 않을까.
1948년 창설된 대한민국 국군이 올해로 건군(建軍) 76돌을 맞았다. 10월1일을 국군의 날로 지정한 것은 1956년이다. 이 날은 1950년 6·25전쟁 당시 국군이 강원도 양양지역에서 38선을 넘어선 날이다. 국군의 날은 한국군의 위용과 전투력을 국내외에 과시하고 국군 장병의 사기를 높이기 위한 기념일이다. 시가행진도 이의 일환이다. 국군의 날 시가행진은 군사정권의 상징적인 행사였다. 국민에게 군사력을 과시하고, 정권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 수단으로 활용했다. 때문에 군사정권 시절에는 매년 시가행진을 했다. 이후 1998년 건군 50주년부터 2003년, 2008년, 2013년 등 5년 주기로 실시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건군 70주년 국군의 날 행사는 시가행진을 열지 않고 소규모 행사로 치뤘다. 상당수 국민이 시가행진을 권위적이고 불필요한 과시로 여기고, 동원 장병들의 고생도 컸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군의 날 시가행진을 실시한다. 2년 연속 대규모 퍼레이드는 이례적이다. 올해는 ‘강한 국군, 국민과 함께!’라는 주제로 기념식은 1일 오전 서울공항에서, 시가행진은 오후에 숭례문~광화문 일대에서 펼쳐진다. 시가행진에는 다수의 공중전력과 지상 장비가 등장한다. 올해 국군의 날 행사에는 약 8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지난해에도 약 100억원이 집행됐다. 국방부는 엄중한 안보 상황과 국군의 사기를 고취할 필요가 있어 2년 연속 실시한다는 입장이지만 지나치게 많은 예산이 들어간다는 지적이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가 올 국군의날 행사 연습 중 장병 2명이 중상을 입었다며 거액을 투입하는 행사에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천 원내대표는 “국방부가 장병 복지는 뒷전이고 대통령의 병정놀음에만 심취한 때문”이라며 “국군의날 행사를 축소하고 장병 복지를 챙기라”고 촉구했다. 국군의 날 시가행진은 우리나라의 군사적 상황과 정치적 환경을 반영한 복합적 의미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군사정권 시절을 연상케 하는 시가행진을 국민과 장병들이 어떻게 받아 들일까도 생각해 볼 일이다. 행사에 동원되는 장병들의 사기와 효율성, 국가 안보를 위한 과시, 남북 대화의 필요성 등이 얽혀 있어 국민적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2023년 전국 합계출산율은 0.721명으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며, 경기도의 합계출산율은 전국보다 약간 높은 0.766명이다. 저출생현상 대응으로 다양한 정책들이 추진되고 있으나 그 효과는 미비한 실정이며, 최근에는 자녀를 낳고 키우는 환경 조성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환경 조성에서 강조되고 있는 부분이 여성의 모성권뿐 아니라 남성의 부성권에 대한 강조이다. 자녀발달에 있어 아버지 역할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남성의 돌봄 역할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 초기 남성의 아버지 역할 수행에 있어서 가부장적인 아버지 역할에서 탈피해 친구 같은 아버지, 함께 놀아주는 아버지의 역할만을 강조했으나, 최근에는 실질적으로 양육하는 아버지로 변화하고 있다. 함께 돌보는 평등한 돌봄 문화의 확산으로 주양육자는 여전히 어머니인 상황에서 함께 놀아주는 보조자 역할만을 수행하거나 단순히 놀이자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자녀의 일상생활을 돌볼 수 있는 돌봄 책임자로서 남성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듯 남성 돌봄자 역랑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이 저출생 대응 정책의 일환이자 가족 정책의 일환으로 다양하게 추진되고 있다. 경기도는 양육하는 아버지들의 양육 역량 강화를 위해 2020년부터 ‘경기도 아빠하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아이가 아빠에게 하이!, 아빠끼리 하이!를 의미하는 ‘경기도 아빠하이!’ 사업은 3∼10세 아이를 양육하는 남성 양육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교육 및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경기도 31개 시군의 가족센터 및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도 아버지역할 지원, 아버지-자녀가 함께하는 돌봄프로그램, 남성대상 교육 등을 기본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남성의 가족 역할 수행을 위한 다양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2023년 경기도여성가족재단의 경기도 남성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남성대상 가족프로그램을 알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52.5%였고, 프로그램을 알고 있는 남성 중 참여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남성은 29.1%에 그쳤다. 남성을 대상으로 한 가족프로그램에 대한 필요성은 높게 인지하고 있으나, 실제 알고 있거나 참여한 경험은 상대적으로 낮은 경향을 보였다. 이는 다양한 지원이 존재하나 이에 대한 남성의 정보 접근성 및 프로그램 참여 접근성이 높지 않은 것을 보여준다. 함께 돌보는 돌봄 환경 조성을 위해 남성의 실질적이고 적극적인 돌봄 역할 수행이 중요하며 관련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돌봄을 하고 있는 남성들과의 교류를 통한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독일 베를린의 경우 남성의 가족 역할 지원을 위해 파더센터(Väterzentrum e.V.)가 운영되고 있으며, 육아휴직중인 남성을 위해서 파파카페(Papa café)를 운영하고 있다. 경기도에서도 남성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공유하고 양육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있어 어려움이나 팁을 공유하고 육아휴직 후 복직, 일과 가족생활의 균형에 대한 얘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편안한 공간 마련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최근 중·고교를 중심으로 딥페이크 범죄가 우후죽순처럼 번지고 있어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는 학생들이 딥페이크를 이용, 친구나 연예인들의 얼굴을 합성해 게시하는 것을 범죄라기보다 장난이라 생각해 본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거나 친구들에게 전파하는 경우가 많다. 딥페이크는 ‘딥러닝(Deep Learning)’과 ‘페이크(Fake)’라는 두 단어의 합성어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만들어진 가짜 이미지나 영상물을 의미하는데 최근에만 많은 연예인들이 딥페이크 범죄 피해를 봤다. 최근 경찰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3년간 딥페이크 이용 허위 영상물 피해자는 총 527명으로 이 중 10대가 59.8%, 20대는 32.1%로 범죄의 92%가 10대와 20대에서 발생했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도 국무회의에서 “디지털 성범죄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와 관련, 방통위는 긴급회의를 소집해 텔레그램 모니터링에 나섰고 경찰청도 7개월간 특별집중단속을 하겠다고 밝혔으며 교육부 또한 딥페이크 제작·유통을 중대한 학교폭력으로 간주해 퇴학 등 고강도 징계를 하겠다고 밝혔다. 딥페이크 범죄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불과하다 보니 수십명의 피해자를 낳은 N번방 사기 공범에게 징역 4년이 구형됐고 서울대 n번 방 사건의 공범들에게는 검찰 구형 10년의 절반인 5년 형만 선고했다. 유포 목적이 아닌 제작은 아예 처벌 대상도 아니다. 절망에 빠진 피해자들의 고통을 인지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인식도 문제다. 인격이 말살되고 자신의 음란물 동영상이 ‘미작’이라는 명목으로 끊임없이 올리는 범죄 행위자에 대해서는 5년 형량이 아닌 무기징역이 선고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돼야 한다. 요즘 말로 악당을 체포하는 데 법의 테두리 안에서만 잡으라고 한다면 이제는 시대적 착각이고 오판이다. 날이 갈수록 진화하는 딥페이크 범죄는 남녀 구분 없이 누구나 범죄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많은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다. 피해자들의 신상이 한번 털리면 평생을 고통과 악몽 속에서 생활하는 것을 고려하면 디지털 성범죄의 위장 수사를 이제는 허용해야 한다. 외국의 경우 독일은 아동 음란물의 제작·배포뿐 아니라 조직범죄, 무기 거래, 통화 위조 등에도 위장 수사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고 영국도 수사 권한 규제법을 통해 국가 안보, 범죄 예방, 범죄 수사, 공공질서, 경제 안보 등 목적 제한을 두고 신분 위장 수사를 허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외국의 위장 수사 법제를 근거로 절차적 통제에 따라 실질적인 수사가 가능하도록 위장 수사 허용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딥페이크 범죄는 개인의 창작물이 아닌 명백한 범죄행위다. SNS와 유튜브 등을 통해 국경을 초월해 자행되는 국제 범죄로 갈수록 지능화되는 딥페이크 범죄 다변화에 맞춰 국가 차원의 전문 태스크포스(TF) 통합신고센터와 범죄분석과 예방 전담팀의 운영이 필요하다. 경찰도 한국인터넷진흥원, 포털업체 등과 상시 협력체계를 구축해 딥페이크 불법 사이트를 상시 감시하며 딥페이크 영상물은 범죄행위라는 것을 청소년들에게 언론매체를 통해 지속해서 교육해야 한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