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오디세이] 인공지능 시대의 창작

챗GPT는 오픈AI가 개발한 프로토타입 대화형 인공지능 챗봇이다. 챗GPT는 발전을 거듭해 2023년에는 챗GPT-4 터보가 발표됐고 2024년 5월에는 인간처럼 대화가 가능한 챗GPT-4o가 공개됐다. 인공지능은 교육, 산업, 군사, 사법, 예술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끼치지 않는 곳이 없다. 문단도 큰 충격을 받았다. 이제 챗GPT가 시를 쓴다. 챗GPT가 요구하는 입력값대로 시를 쓰게 되자 문단에 비상이 걸렸다. 작년에는 다수의 문예지가 챗GPT 특집을 다뤘고 올해는 급기야 문학상 공모에 ‘GPT를 활용한 작품이라고 판단될 경우 수상을 취소한다’는 유의 사항이 붙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챗GPT를 활용했다고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이런 유의 사항은 챗GPT는 동일한 입력값에도 모두 다른 시를 생산해 내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 문단에 챗GPT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됐던 2023년 ‘포엠피플’ 여름호 특집으로 필자는 ‘챗GPT, 시인으로서의 (불)가능성―한국의 명시 7선과 챗GPT의 명시 7선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글을 발표했다. 챗GPT에 동일한 한국 명시 제목과 주제를 입력값으로 시를 쓰게 했다. 그중 챗GPT가 쓴 명시 1편을 소개한다. “이별의 정한에 서로를 바라보며/슬픔에 잠긴 눈빛으로 말없이 손을 흔들며/길을 나선 그대와 나/희미해진 뒷모습을 바라보며 떨리는 가슴을 감추지 못하고//진달래꽃이 피는 곳마다/서로를 지키며 함께한 추억이 번져/그리움과 아픔이 한껏 더해져/이젠 서로의 곁에서 멀어져 가고 있음을 알면서도//진달래꽃이 지는 그날까지/이별의 정한을 깨지 않으려 애쓰는 그대와 나/서로의 마음속에 간직한 추억으로/진달래꽃처럼 아름답게 떠나기를 바라며//진달래꽃이 지는 그날까지/서로의 마음을 잊지 않으리라.”(챗GPT∙‘진달래꽃’ 전문) 이 시는 챗GPT에 “진달래꽃이라는 제목으로 4연 12행의 시를 쓰시오. 주제는 이별의 정한입니다”를 입력값으로 줘 생산해냈다. 챗GPT는 필자가 요구한 4연은 지켰으나 12행은 지키지 못했다. 하지만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한 시를 주제에 맞게 써냈다. 아직 챗GPT는 시적 착상과 사유를 발전시키는 데 미숙하다. 사유의 구체성과 시적 화자가 어떤 상태인지 확실치 않다. 그러나 챗GPT가 쓴 시는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주제에 충실했다. 문예 창작을 전공하는 학생이 필자에게 “교수님, 챗GPT가 저보다 시를 잘 쓰는 거 같아요”라고 강의 중에 말했다. 학생의 말은 인공지능 시대 창작자의 위기감을 압축한다고 본다. 현대사회의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챗GPT를 활용해 업무의 효율을 높이듯이 작가들도 챗GPT를 활용할지 모른다. 챗GPT에 입력값을 주고 초고를 쓴 다음 끊임없이 퇴고한다면 초고와는 전혀 다른 작품이 탄생하게 된다. 전자계산기를 도구화하듯이, 그리고 19세기 사진기의 등장으로 인상파가 출현했듯이 이제 인공지능 시대의 창작에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지지대] 환경정책 강하게 드라이브 걸어야

추석 명절이 지나고 나면 정치권과 언론들은 추석 민심에 대해 다양한 풀이를 내놓는다. 올해 추석 명절의 가장 큰 화두는 무엇이었을까. 오랜만에 둘러앉은 가족들이 가장 많이 꺼낸 이슈. 바로 ‘더위’다. 역대급 폭염이 몰아친 올해, 추석이지만 ‘반팔’ 차림의 옷을 입고 모인 가족들. 난생 처음 추석에 에어컨을 틀고 잠이 든 식구들. 추석 연휴 직후였던 19일에도 온열질환자가 전국에서 38명 발생했다. 올여름 온열질환자 수는 3천600명을 넘어섰다. 하석(夏夕)이라고 불린 올 추석, 전 국민이 절실히 느꼈다. ‘날씨가 너무한다’, ‘이제 정말 지구가 많이 아프구나’라는 것을 말이다. 폭염 등 기상 악화로 시금치와 배추 가격이 지난해보다 각각 120%, 70% 넘게 뛰었다. 현재 횟집에서는 가을 전어를 찾아볼 수도 없다. 수확을 앞둔 들판에는 ‘벼멸구’ 탓에 하얗게 말라죽는 벼가 늘어나고 있다. 벼멸구는 기온이 내려가면 활동이 뜸해지는데 올해는 폭염으로 최근까지 번식을 이어가며 피해를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같은 더위가 이제는 매년 반복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특히 이번 겨울에는 극한 한파를 전망하기도 한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환경 문제가 몇 번씩 큰 이슈가 됐다가 사라진 적이 있다. 식당에서 일회용품 지급을 하지 않기 시작했을 때, 종이로 된 빨대가 등장했을 때, 대통령선거에서 난데없이 ‘RE100’이 크게 이슈가 됐을 때 등등. 어떠한 정책을 강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민들 사이에서 공감대 형성이 필수다. 온 가족이 반팔을 입고 모여 에어컨을 틀고 자야 했던 올 추석. 환경 문제가 심각함을 체감하고 있는 지금 이 시기에 다시 한번 환경 정책을 강하게 펼칠 필요가 있다.

[함께하는 미래] 펠라그라의 단서를 준 반려동물 ‘개’

어느 날 얼굴과 팔 전체가 붉게 부어오른다. 놀라 몸을 훑는데 갑자기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큰 병이다 싶어 밖을 나왔는데 보이는 사람마다 피부가 울긋불긋하다. 누군가는 침울하고 누군가는 혼잣말을 한다. 우는 소리를 따라가니 유명을 달리한 자 옆에 가족이 애처롭게 있다. 갑자기 뒤바뀐 세상,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이 이야기는 영화가 아니다. 1907년 미국 조지아주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다. 미국 남부는 옥수수 주 생산지이고 옥수수는 20세기 초 가난한 농민들의 주식이었다. ‘펠라그라(pellagra)’는 염증으로 피부염과 설사가 나타나고 치매와 같은 정신병적 증상을 동반하다가 사망하는 무서운 질병이다. 1907년부터 1940년까지 사망자는 10만명으로 추산됐다. 당시 미국 공중보건의 조지프 골드버거 박사는 농업지역, 요양병원, 보육원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퍼진 것을 보고 전염병이라 여겼다. 그러나 정치인, 자본가, 의사, 교사의 발병 수준이 낮은 점을 발견하고 마침내 펠라그라의 원인이 ‘비타민B3(니아신)’ 결핍임을 밝혀냈다. 부유층보다 고기, 우유, 채소를 섭취할 기회가 거의 없었던 서민들은 비타민B3 흡수율이 낮은 옥수수를 주로 섭취했기 때문에 이렇게 끔찍한 병에 시달렸다. 그러나 원인을 밝히면 해결될 것 같던 펠라그라의 장막은 쉽게 걷히지 않았다. 그러나 골드버거 연구진은 포기하지 않고 서민을 살릴 차선책으로 비타민B3가 풍부한 저가형 식품원을 찾았다. 이 과정에서 개와 관련된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당시 비타민B3 결핍 실험으로 개의 혀에 검은 점이 생기는 ‘흑설병(黑舌病)’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흑설병과 펠라그라의 유사성에 주목했고 이때 효모가 치료에 탁월했다는 사실이 결정적 단서로 작용했다. 결국 연구진은 빵을 만드는 효모를 대량 보급했고 이런 조치는 펠라그라 치료와 예방에 크게 이바지했다. 당시 개는 펠라그라 종식의 숨은 공신이자 국민을 외면한 정치로부터 서민 건강을 지켜낸 동반자였다. 반려동물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본다. 한자로는 짝 반(伴), 짝 려(侶)자를 쓰며 영어로는 동반자를 뜻하는 ‘companion animals’로 삶을 같이 살아가는 존재, 같이 숨 쉬고 걷고 웃을 수 있는 대상을 동반자라고 한다. 사람과 개가 공존한 역사는 오래됐다. 독일에서 발견된 1만4천년 전 개 화석은 함께한 시기를 가늠할 증거다. 최근 유전자 분석 연구에 의하면 사람과 개의 역사를 4만년 전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사냥으로 도움을 주던 동반자는 현재 집지킴이, 경호견, 경찰군견, 구조견, 도우미견, 반려견으로 탈바꿈하며 사람과의 공존을 이어가고 있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 개는 사람에게 스스로 다가와 길들여진 최초의 동물이다. 개의 특별한 역사를 가늠한다면 어쩌면 펠라그라 종식을 위한 도움은 우연이 아닌 필연이다. 늘 그래왔듯 또다시 도왔을 뿐이다.

[천자춘추] 치유의 시작은 인정

‘달과 놀던 아이’를 쓴 뤼시엥 뒤발은 가톨릭 사제이자 유명한 샹송 가수였다. 그는 자신의 알코올 중독 경험과 힘겨운 회복 과정을 책에 담았다. 자제력을 잃고 절망 속에 방황하던 그에게 치유는 중독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나 뤼시엥 뒤발은 알코올 중독자입니다”, “저는 알코올을 이겨낼 힘이 없습니다. 저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입니다”. 사실 우리 역시 여러 형태로 중독 문제를 가지고 있다. 다만 우리가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또 얼마든지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어 잘 모를 뿐이다. 매번 조절하려고 하지만 실패하고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자기 행동을 합리화하면서 또다시 무언가를 갈망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사실 중독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특정 물질(알코올, 약물 등)이나 행동(도박, 성, 인터넷)뿐 아니라 권력, 명예, 자리같이 어느 정도 사회적으로 용인된 것이거나 투자, 소유(소비), 일같이 자신에게 이득을 된다고 믿는 것이라면 더 교묘하게 우리를 지배하는 중독이 될 수도 있다. 중독의 특징은 그 행위에 사용되는 시간이 점점 늘어난다는 것이다. 반면 가족과 보내는 시간, 친구와 교제하는 시간, 자신을 성찰하고 편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은 점점 줄어든다. 찰나지만 자신에게 해방감, 성취감, 절정의 극치감을 선사한 그 경험을 어떤 형태로든 재경험하고자 하는 무의식적인 작용과 그 무의식적인 작용에 뇌가 지배를 받아 몸이 기계적으로 반응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스스로를 중독으로 인정하지 않는 중독자들은 자신이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남모르게 특정 행동(술, 약물, 게임, 도박, 쇼핑, 스마트 기기 등)에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잠깐의 틈새 시간, 그리고 더 심각하게는 밤에 잠을 자야 할 시간을 줄여 중독행위에 몰입한다. 그러다 보니 낮에 더 피곤하고 더 쉽게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한다. 남들에게는 늘 바쁘고 여유가 없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자신이 자신을 쉴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 행위가 자신에게 위로를 줬지만 대개는 후회와 부끄러움을 유발하고 종래에는 고통스러운 삶으로 귀결된다. 뒤발은 중독 행동을 멈추려면 행복해져야 하고, 또 행복해지려면 삶의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했다. 중독이 시작된 이유는 다양하지만 분명한 것은 중독에 빠진 사람들 모두가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다. 초기에 느꼈던 극치감과는 다르게 중독 행동은 시간이 갈수록 후회와 죄책감을 가져다준다. 그런데 죄책감에 빠져 자기 처벌 심리가 작동하면 중독 행동이 개선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심각한 중독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약함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타인의 도움을 수용하는 것이 중독과 거리를 둘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법일 수 있다. 홀로인 상황, 아무도 개입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중독은 다시 외로움과 불행감 등 정서적 불편감을 불쏘시개 삼아 활성화한다. 중독에서의 치유는 나만의 세계를 버리고, 자신의 감정을 회피하지 않고 인정하면서 사람들과 세상 속으로 다시 돌아가는 길이다. 황순찬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초빙교수·전 서울시자살예방센터장

[기고] 웰다잉 문화운동 실천 사례

시·군·구 노인종합복지관, 노인회 노인대학 등에서 강의 기회를 갖고 있다. 강의 내용은 학문이 아닌 웰다잉 준비에 필요한 사항들을 전하고 소통하는 시간이라는 점을 전제하고 있다. 집약하면 가족에게 심적, 재정적 부담을 덜어주는 죽음 준비의 가치를 강조한다. 주제는 첫째, 웰다잉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가치, 유언장 작성에 본인 의지의 유산 정리와 기부고 둘째, 생활유품정리는 생활유품정리사 민간 자격 등록의 행정적 제도화 필요성, 고인의 생활물품과 초고령사회에 빠르게 증가하는 독거노인 거소의 반듯한 정리와 재활용 물품의 기증이다. 셋째 상조산업은 장례경비 걱정을 덜어주는 후불제 상조 사회적기업의 안정성, 30% 정도 절감 경제성과 발인 전 정산 시스템의 편의성을 다루고 넷째, 장례문화는 추모와 애도의 예(禮) 조문 문화에서 추모보와 고인 영상 준비 등에 대한 소개다. 필자가 여러 곳의 강의 중에 사회복지사의 남다른 열정과 실용적이며 조직화된 웰다잉 실천 교육 프로그램이 인상적이어서 두루 공유하는 것도 의미가 있고 필요하다는 판단에 양해를 구한 강남사회종합복지관의 올해 시범사업 교육 사례를 전한다. 강남이라는 선입견에 다소의 긴장감을 갖고 2시간 진행을 고심하던 차에 강의 2개월 전부터 요구하는 내용들이 다소 차별성이 있다. 연중 4개월에 월 2회 실시하는 프로그램 명칭이 웰다잉이 아닌 ‘웰엔딩(Well-ending)’인 점이다. 교육 진행도 집체교육 방법이 아닌 효율성을 위해 20여 명 내외의 소그룹으로 2시간씩 편성해 강의만이 아닌 실습과 체험 형태로 구성하고 있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오리엔테이션(사업안내, 웰엔딩 체크리스트 작성 및 발표), 사전 관리 교육(후견, 신탁, 주택연금, 연명의료 결정 제도 이론 및 의향서 작성 실습), 사후 관리 교육(노후에 대한 법적 준비 및 관련 사례, 유언장 작성 관련 이론 및 유언대용신탁계획서 실습), 나만의 버킷리스트 만들기, 장수 사진 촬영, 생활 물품 정리 이론 및 실습 등 죽음에 대비한 자기 권리 및 결정을 지원하는 사례들이다. 사회복지사의 적극적인 준비 요청에 ‘생활유품 정리수납’ 주제로 6가지를 구분, 이를 복지관에서 준비한 상자로 보관 및 활용한 교육에 호응이 있었다. 특히 후불제 상조기업에서 일선기관 생활민원전문 공무원의 감수를 받아 제작한 ‘사망 관련 행정조치사항(행정절차 안내서)’은 필요하고 소중한 자료라는 평가에 보람을 갖게 한다. 교육 참여자들의 소감을 들어보면 죽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참여할 때마다 몸의 떨림과 긴장 상태가 지속됐는데 웰엔딩 교육 후에는 마음이 편해지고 죽음을 유연하게 직면할 수 있겠다고 한다. 또 한 분은 죽음에 앞서 자신의 결정권을 어떻게 활용할지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삶의 끝(End)이 아닌 다음(Next가 아닌 And)을 생각하며, 내년 도입되는 5가지 영역(신체, 인지·정신, 주거환경, 사회적 관계, 자기결정)으로 구성된 ‘맞춤형 SMART 노후종합지원센터 모델’을 보며, 대한노인회의 캐치프레이즈 ‘노인이 행복한 세상’이 다가왔음에 큰 박수를 보낸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사설] 유학생 절반 이탈 경기도내 일부 대학, 나라 망신이다

유학생 정책은 학술의 영역을 뛰어넘는다. 대학 및 지역의 경제 효과라는 기대가 있다. 인구 감소 대책으로서의 가치도 커졌다. 이미 2000년대부터 이런 복합개념이 자리 잡았다. ‘외국인 유학생 유치 확대 종합방안’이 나온 게 2004년이다. 2008·2012·2015년에도 새로운 정책이 제시됐다. 2004년 1만6천832명에서 2023년 20만5천167명으로 폭증했다. 양적으로는 분명히 성공했다. 그렇다면 경기도 대학의 사정도 같은가. 그렇지 않다. 학생 수로 보더라도 전국·중앙과 다르다. 31개 대학에 외국인 유학생 수는 1만2천38명이다. 분원 캠퍼스나 전문대학을 제외한 통계다. 전국의 5.8%를 차지하는 데 그친다. 그나마 100명 이상을 유치한 대학은 17개교에 불과하다. 더 큰 문제는 유학생들의 중도 탈락이다. 지난해 경기도에서만 975명이 중도 탈락했다. 도 전체 유학생의 8%에 달한다. 10명 가운데 1명 가까이 학업을 중단하는 셈이다. 전부는 아니고 심각한 대학들이 있다. A대학은 지난해 326명의 유학생을 받았다. 여기서 44.5%인 145명이 중도 탈락했다. 287명을 받은 B대학은 148명이 중도에 탈락했다. 탈락 비율이 51.7%에 달한다. 123명을 받은 C대학도 33명이 중도에 이탈했다. 유학생 유치에 매달리는 정책적 기대는 앞서 살핀 바와 같다. 학술, 경제, 인구와 연계되는 종합적 정책이다. 그런데 입학생들이 뭉텅이로 빠져나가고 있다. 학생이 사라지는데 무슨 효과를 기대하겠는가. 완전한 실패다. 정책적 미스매치가 원인이다. 양적 확대에만 매달려 본연의 가치를 잃었다. 인구 유치하듯이 학생을 받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정책 자체가 유학생 수에 매달렸다. 학생 수를 기준으로 지원을 결정했다. 학교가 입학 조건을 대폭 낮춰 버렸다. 당연히 학력 수준도 확 낮아졌다. 유학 대상 대학으로의 매력을 잃어 갔다. 우리 사회의 ‘해외 학위 따기’가 문제다. 지금 경기도의 일부 대학들이 딱 그 짝에 내몰렸다. 받을수록 나라 망신인 것이다. 기본을 새겨 보자. 유학생 유치에 현실적 조건이 있다. 중국·동남아권을 봐야 한다. 지리적 접근성이다. 한국어 자격을 검수해야 한다. 수학 능력 판별이다. 일을 병행할 수 있어야 한다. 근로·학업 병행이다. 졸업 후 취업이 용이해야 한다. 국내 취업 보장이다. 이 조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충족 못하면 유학생 정책은 실패한다. 그 적나라한 예가 유학생 절반이 사라져 버리는 이 현실이다. 이런 대학을 두고도 ‘유학생 20만 시대 달성’만 말할 건가. 손질이 필요하다.

[사설] ‘살인·흉기난동 예고’ 범람, 처벌 강화 등 법 정비 절실하다

지난 23일 분당 야탑역 일대는 종일 비상이었다. 민·관·경이 총출동했다. 장갑차가 배치됐고, 기동순찰대와 특공대 등 인력 120여명이 투입됐다. 성남 시청·구청 직원과 자율방범대원도 순찰에 나섰다. 이유는 야탑역에서 이날 오후 6시께 흉기난동을 벌이겠다는 글이 지난 18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됐기 때문이다. 작성자는 “최근 부모님도 날 버리고 친구들도 무시해 극단적 선택을 하려 했다”며 야탑역 인근에 사는 친구들과 그들의 지인에게 흉기를 휘두르겠다고 예고했다. 이 때문에 경찰과 성남시는 집중 순찰, 폐쇄회로(CC)TV 감시, 의료진 대기 등 비상 대비태세에 돌입했다. 시민들은 불안과 공포에 떨어야 했다. 지난해 8월 14명의 사상자를 낸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한 지 1년 만에 흉기난동 글이 올라와서다. 다행히 23일에 별다른 사고는 없었다. 하지만 글을 올린 작성자의 신원이 파악되지 않아 시민들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참혹했던 서현역 트라우마가 아직도 남아 있어 외출을 꺼리고 있다. 온라인상에 살인이나 흉기난동을 예고하는 글이 넘쳐나고 있다. 익명이 보장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범행을 암시하는 글이 끊이지 않으면서 사회적 혼란과 불안이 야기되고 있다. 서현역 흉기난동 이후 지난해 8월4일부터 25일까지 경찰이 적발한 흉기난동과 살인 예고 글은 315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작성자 119명이 검거됐다. 이들은 게시 이유에 대해 ‘장난’이라고 했다. 장난 삼아 무분별하게 살인이나 흉기난동 예고 글을 올리지만 작성자에 대한 처벌은 미흡하다. 시민들은 공포에 떨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을 배치하느라 공권력이 낭비되는 현실인데 무대책이다. 수사기관은 살인 예고 글이 쏟아질 당시 ‘살인예비죄’ 적용까지 검토한다고 했지만 대부분 협박이나 공무집행방해 혐의 적용에 그쳤다. 현행법에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범죄를 예고한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이 따로 없다. 전문가들은 테러에 준하는 처벌 규정 신설 등 방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섬뜩한 살인을 예고하고도 장난 삼아 했다고 주장해 무죄로 풀려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독일은 온라인 살인예고를 혐오범죄로 규정,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 미국에선 ‘허위 협박’ 행위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 우리도 불특정 다수의 생명과 신체에 위해를 가하려는 내용을 유포하거나 게시해 공포·불안을 유발할 경우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정치권에서 ‘공중협박죄’로 규정하고 이를 처벌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논의 중이라는데 법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세계는 지금] 한반도 긴장 고조... 남북 핫라인 시급

한반도를 휘감았던 역대급 무더위는 9월 하순에 들어서야 마침내 기세가 꺾였다. 그러나 한반도 긴장을 높이는 불길한 뉴스는 오히려 더 많아지고 있다. 쓰레기 풍선, 우라늄 농축 시설 공개, 북-러 고위급 회담 등의 뉴스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 대응은 안이하고 언론도 관심이 떨어진 모습이다. 군사적 긴장 상황에 둔감하면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허를 찔렸던 일이 한반도에서 재연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최근 가장 민감했던 상황은 북-러 고위급 대화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가 지난 13일 갑자기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회담한 것이다. 러시아 매체인 차르그라드는 이번 대화에 대해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와의 충돌에 대비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서방에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러시아가 전략적 변화를 준비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북한이 개입하는 방안이 논의됐을 것이다. 북-러 고위급 회담이 진행되는 시점과 맞물려 북한이 우라늄 농축 시설을 공개한 것과 초대형 방사포 발사 훈련을 보도한 것도 심각하다. 북한의 빈번한 위협은 한반도가 불안한 지역이라는 이미지를 부각한다. 북한의 제7차 핵실험 가능성이 자주 거론되는 것도 한반도 군사 긴장의 규모와 심각성을 보여준다. 쓰레기 풍선도 화재 유발과 시설물 파손 등이 잇따라 보고되면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요소다. 만약 북한이 쓰레기 풍선을 날리면서 의도적으로 남한 내 정유소나 낙엽이 쌓인 산에 떨어지게 해 대규모 화재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한반도가 군사적 긴장 지역이라는 점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외국 자본가들은 한국을 매력적인 투자처로 여기지 않을 것이다. 한반도의 긴장과 불안감은 높아지고 있지만 정부 대응은 안일하게 보인다.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은 지정학적 불안감을 자극하는 사안인데도 정부 고위 인사들은 남의 나라 이야기를 전달하듯 무심하게 언급할 뿐이다. 특히 북한 핵실험의 주요 변수인 군사기술적 요소나 북중 관계는 언급이 없고 연관성이 떨어지는 미국 대선 일정을 거론하는 것도 북한을 예의주시하지 못했음을 반영하는 장면이다. 더욱 큰 문제는 남북 정상 간 핫라인을 포함해 남북 소통 채널이 완전히 단절됐다는 사실이다. 정부 당국자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언론에서도 남북 소통 채널 부재의 위험성이나 연락망 재구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의 사그라진 것도 실망스럽다. 남북 간 소통 채널 구축과 별도로 정부는 최악의 시나리오 대응 차원에서 군사적 태세 정비와 한미동맹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그러나 군에서는 최근 추악한 하극상 사건이나 병사 사망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군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상황이다. 또 일부 보수 진영이 독자 핵무장론을 계속 제기하는 상황도 심각하다. 독자 핵무장론은 한미동맹에 대한 불신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지금처럼 정부가 방치하면 미국의 불만이 급격하게 커지고 한미동맹이 치명적으로 약화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군사적 긴장 고조 상황에 직면해 핫라인 구축이 긴급 대응이고 군사적 대비 태세 강화가 표준적 대응이라면 외부 위협 자체를 외교 방법으로 소멸시키는 것은 근본적 대응이다. 시급한 대응은 물론이고 근본 대응을 위해서도 북한과의 협상 채널을 유지하는 것은 외교안보 분야에서 기본에 속한다. 그러나 현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를 가짜 평화로 규정하고 오직 단호하고 강경한 대응을 주문처럼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기본을 어기면 정세 판단에서 오류가 생기고, 최상의 대응 전략을 만들 수 없다. 한반도에서 대규모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지금처럼 핫라인이 없는 조건에서는 국지전 발생은 언제라도 가능하다. 국지전이 발생하면 우리의 젊은 군인들이 희생돼야 하고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쓰나미처럼 몰려올 것이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기본에 충실한 외교안보 정책을 채택해 군사적 긴장을 낮추고 국민적 불안을 줄이는 노력에 집중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세상읽기] 딥페이크 사태가 남겨준 교훈

역사상 가장 뜨겁고 긴 무더위로 모두가 힘들어했던 2024년 여름. 결코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뜨거운 날씨가 드디어 꼬리를 보일 무렵 이 땅의 아동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벌어진 딥페이크 음란물 사태는 그간의 여름 더위 못지않게 우리 모두를 힘들게 했다. 이 사태를 몰고 온 원인을 규명해 필요한 대책을 수립하고자 정부, 국회, 교육계, 시민단체, 언론 할 것 없이 모두가 발 벗고 나섰다. 매일 딥페이크는 뉴스의 첫머리였고 긴급회의의 주요 의제였다. 서로를 바라보며 고성으로 대립해 오던 여야 국회의원들도 딥페이크 입법 논의를 위해 나란히 곁에 앉아 고민하는 보기 드문 장면도 연출됐다. 이 때문인지 딥페이크와 관련해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만 해도 50건을 훌쩍 넘었다. 텔레그램이라는 보안 메신저가 주범으로 꼽혔다. 범죄 증거를 수사기관에 제공하지 않는 특징 때문에 뒤탈이 걱정되는 사람들의 은신처로 텔레그램이 최적이었다. 우리 아이들도 이를 알고 있었다. 더구나 텔레그램에 가입할 때 가상 전화번호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까지도 알아 필요한 앱도 사용했다. 가입자가 5억명을 넘어가던 2021년. 텔레그램은 광고 시스템을 도입했다. 가입자 1천명이 넘는 공개 채널 운영자와 50 대 50으로 광고 수익을 나누었다. 올해부터는 블록체인 기반의 광고생태계를 도입해 거래소에서 환전이 가능한 텔레그램 암호화페 ‘TON’를 광고수익으로 지급했다. 공개 채널 운영자에게는 가입자 다수 확보가 가장 큰 관심사이었다. 때마침 유능한 인공지능(AI) 딥페이크 소프트웨어가 일반인에게 공개되자 이를 토대로 딥페이크 봇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 봇을 채널에 부착해 가입자 유도용으로 악용했다. 기존 가입자가 새로운 가입자를 초대하면 딥페이크 봇 이용권이 제공됐다. 이렇듯 딥페이크 음란물은 무한 증식을 시작했다. 아이들이 이 위험에 다시 빠져들지 않도록 하기 위한 대책들은 분명해 보인다. 텔레그램과 같은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불법 콘텐츠 유통 차단의 책임을 부여한다. 딥페이크 봇을 비롯한 생성형 AI의 모든 합성 출력물에 워터마크와 같은 표식을 꼭 부착하게 만든다. 처벌을 강화해 범죄 의사를 줄인다. 특히 딥페이크 제작자뿐 아니라 구경하고 다운로드해 소지하는 사람도 처벌한다. 그동안 아동 청소년에게 제한됐던 위장수사의 적용 연령도 확대한다. 피해자 구제 활동도 강화한다. 그러나 이러한 원인 규명과 대안 수립에도 불구하고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따로 있다. 바로 디지털 전환기에 놓인 사회 전반에 걸쳐 일어나고 있는 ‘윤리 지체 현상’이다. 많은 어른에게 AI는 여전히 ‘미래 기술’이다. 교육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AI 디지털 교과서(AIDT) 사업도 내년부터 시작된다. 지금까지 AI 없이도 잘 살아온 어른들에게 AI는 꼭 필요한 기술도 아니며 생소하기도 해 여전히 미래 기술이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에게는 벌써 ‘현재 기술’이다. AI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우리 생활 속 깊숙이 AI를 밀어넣고 있다. 유능한 기술일수록 부작용과 역기능도 심각하다. AI가 바로 그런 기술이다. 기술이 사회를 바꾸고 문화를 바꾸면 당연히 사회구성원들의 의식과 역량도 이에 대응해 변하고 향상돼야 한다. 그러나 어른들에게 AI는 미래 기술이기에 이런 준비를 미리 하지 못했다. 그래서 아이들은 현재 기술 AI에 대해 제대로 된 ‘윤리 교육’도 받지 못한 채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것이다. 이러한 윤리 지체 현상이 이번 2024년 여름 딥페이크 사태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다. 따라서 이러한 AI 윤리 지체 현상을 조속히 풀어내는 것은 앞서 제시한 여러 대안 못지않게 시급하며 중요하다. 그런데 그럴 만한 역량을 과연 어른들이 가지고 있을지 새로운 걱정이다.

[지지대] 가을 생선 전어의 실종

한 며느리가 가출했다. 시집살이가 힘들어서였다. 그러다 시어머니의 이 생선을 굽는 냄새에 못 이겨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전어 얘기다. 10마리에 한 묶음으로 팔았다. 그래서일까. 1세기 전에는 화살 한 묶음의 의미로 ‘화살 전(箭)’자를 써서 전어(箭魚)라고 불렀다. 일제강점기에 들어와선 ‘돈 전(錢)’을 써서 전어(錢魚)로 바뀌었다. 각종 문헌에 따르면 제철 전어값이 마리당 비단 한 필이란 말이 나올 정도였다고 한다. 수심 30m 안팎의 얕은 바다에서 산다. 알을 낳는 시기는 3~6월이다. 몸 길이는 15~30㎝ 정도다. 몸통은 좌우로 납작하고 입은 작다. 등부터 절반까지 검은 반점이 줄지어 있다. 아가미 뚜껑 뒤에는 검은 반점이 커다랗게 하나 있다. 등지느러미의 마지막 연조가 길게 실처럼 뻗어 있다. 한번 맛에 빠지면 헤어나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가을이면 즐겨 찾는 전어가 실종(경기일보 24일자 8면)되고 있다. 최근 폭염 장기화로 전어 어획량이 급격히 감소한 탓이다. 국립수산과학원 ‘2024 수산 분야 기후변화 영향 및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1968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6년간 해역의 연평균 표층 수온은 1.44도 올라 전 세계 평균(0.7도)의 두 배를 웃돌았다. 기온 변화로 1980년대 151만t 수준이었던 전어를 포함한 어업 생산량도 2000년대 들어 116만t까지 떨어졌다. 2020년대는 100만t을 밑돌고 있다. 이 때문에 가격도 출렁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최근 전어의 최근 ㎏당 도매가는 2만5천원대를 기록했다. 매년 도매가가 1만원에서 1만2천원 선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2배 이상 오른 셈이다. 이 녀석을 만나기 위해 가을을 기다려 왔던 미식가들에게 언제 반가운 소식이 들려 올까. 혹시 집 나간 며느리들이 안 돌아오는 건 아닐까. 폭염의 심술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 관련기사 : “사라진 전어 돌아올까”…추분 지나며 기대감 증폭 https://kyeonggi.com/article/2024092358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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