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감옥에 가면 자녀는 홀로 남는다. 수용자 자녀들에겐 ‘범죄자의 아이’라는 낙인이 찍힌다. 보호자 없이 생활하게 되는 이들의 삶은 엉망이다. ‘미성년 수용자 자녀’들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법무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국 미성년 수용자 자녀는 모두 1만1천972명으로 집계됐다. 2021년 1만2천167명에서 2022년 1만450명으로 줄었다가 다시 늘었다. 지난해 기준 연령대별로 보면 10~14세가 3천886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5~9세 3천297명, 15~19세 3천40명, 0~4세 1천749명 순이었다. 미성년 수용자 자녀들은 부모가 사라지면서 가족 해체와 경제적 빈곤뿐 아니라 사회적 낙인과 편견에 노출된다. 그들은 죄가 없는데도 고통 속에 힘겨운 삶을 살아야 한다. 법무부가 ‘수용자 자녀 지원 협의체’를 구성, 관계 기관과 함께 혼자 생활하는 수용자 자녀를 위한 긴급 지원 및 지원 정책 발굴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 문제는 자신이 범죄자라는 사실을 알리기 싫어 부모가 자녀의 존재를 얘기하지 않는 것이다. 현재 수용자의 미성년 자녀 존재 여부는 설문으로 파악하는데 수용자가 거부하면 확인할 방법이 없다. ‘숨겨진 피해자’ 신세가 된 아이들에겐 지원 정책이 미치지 못한다. 법무부의 2021년 조사에 따르면 전국 교정시설 수용자의 20%가량이 미성년 자녀를 두고 있다. 그해 교정시설 수용자 5만1천50명을 대상으로 미성년 자녀 현황을 전수조사했다. 응답자는 3만7천751명이었고, 미성년 자녀가 있는 수용자는 7천848명(20.8%)으로 이들의 미성년 자녀는 1만2천167명이었다. 미성년 자녀를 둔 수용자의 51.5%(4천44명)는 교정시설에 입소 뒤 자녀와 연락을 안 하거나 간접적으로만 연락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성년 자녀 80명은 혼자 생활하거나 미성년 자녀끼리 생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2021년 조사에서 설문을 거부한 수용자가 1만1천887명(23.3%)으로 4명 중 1명꼴이었다. 2022년과 2023년에도 비슷하다. 미성년 자녀가 있는지 밝히지 않으면 지원책이 있어도 도움을 못 준다. 수용자의 침묵으로 지원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미성년 자녀가 많을 것이라 한다. 보호 받아야 할 아동이 범죄자 자녀라는 낙인으로 2차 가해를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미성년 자녀가 안전하고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수용자들의 설문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적극적으로 현황을 파악해 생계·심리 지원에 나서야 한다. 법적·제도적 장치도 강화해야 한다.
대충 짐작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세계자살예방의 날(9월10일)을 기해 되짚어 본 고의적 자해 사망 실태가 놀랍다. 인천에서만 하루 2명 이상이다. 지역사회에서 같이 살던 이웃이 매일 저만큼 스스로 세상을 하직하고 있다니. 대부분이 마지막 순간에는 위험신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 10대들도 심각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고 한다. 인천에서 해마다 750여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벌어진다고 한다. 취업 문제나 경제적 스트레스, 우울감 등이 주원인이다. 국가응급진료정보망(NEDIS) 등에 따르면 인천지역 고의적 자해 사망자는 2020년 773명이었다. 이후 2021년과 2022년에도 각 757명, 758명에 달했다. 1일 평균 2.07명이다. 동기는 정신적 문제가 43%로 가장 많다. 이어 경제·생활 문제(22.8%), 질병 문제(12.3%), 가정 문제(4.7%) 등이다. 2.8%는 직장 또는 업무상 문제이며 남녀 문제도 2.5%를 차지한다. 최근 들어서는 인천 10대의 고의적 자해 사망이 계속 늘고 있다. 2019년 인천지역 10대의 10만명당 고의적 자해 사망자는 3.8명이었다. 이후 해마다 늘어 2022년에는 9.2명에 달했다. 전국 평균(4명)의 배 이상이다. 고의적 자해 사망의 가장 큰 원인은 정신적 문제, 즉 스트레스와 우울감이다. 인천이 전국 17개 시·도 중에서 가장 심각하다. 일상생활에서 최근 2주 동안 스트레스를 느꼈느냐는 질문에 인천시민 26.3%가 ‘그렇다’고 했다. 전국 평균은 23.9%다. 최근 1년 동안 연속 2주 이상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의 우울감 경험에 대한 문항도 그랬다. 전국 평균은 6.8%인데 반해 인천시민은 8%나 나왔다. 그것도 4년 연속 전국 가장 높은 수치다. 고의적 자해 사망자에 대한 심리부검면담 결과는 안타깝다. 46명 중 43명(94%)에게서 사망 전 위험신호를 보낸 사실이 나타났다. 그러나 유족이 이 위험신호를 알아챈 경우는 9명(21%)에 지나지 않았다. 고의적 자해 사망의 마지막 단계는 대개 극심한 우울증이라고 한다. 앞에서 보듯 인천시민의 정신건강지수는 마음을 놓지 못하게 한다. 지속가능한 지역 공동체를 위해서는 고위험군을 조기에 찾아 대응해야 한다. 저출생과 마찬가지로 쉬운 과제는 아닐 것이다. 한때 자살률이 30명(인구 10만명당)을 넘어섰던 핀란드 사례도 있다. 보건·경찰·교육·지역사회의 협업으로 절반 이하로 떨어뜨렸다. 서울 마포대교에 걸려 있다는 문구가 떠오른다. ‘여보게 친구야, 한 번만 더 생각해 보게나’.
자신의 생각이 꽂힌 특정한 어느 하나만 고집한 채 다른 것들을 등한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심지어 의사결정을 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 중 자신의 생각과 다른 걸 잘 참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이들을 두고 종교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프리드리히 막스 뮐러는 ‘하나만 아는 자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자’라고 한다. 여기서 하나는 종교를 말하지만 이 말을 굳이 종교에만 한정시킬 필요는 없다. 우리 사회 모든 영역에 다 적용할 수 있다. 이 세상은 하나에서 다양함으로 펼쳐지고 그 다양성이 매 순간 서로 균형과 불균형을 이루며 굽이치는 곳이다. 거기다 인간 자체가 인식과 능력 면에서 불완전하다. 그런 만큼 하나만 붙잡고 거기에 함몰되기보다 하나 이상을 서로 대조시키는 것은 그나마 무언가의 실체를 알아가는 좋은 방법이라 하겠다. 여기서 새로운 창의적 아이디어나 혁신적 발상도 나올 수 있다. 정책 얘기로 말을 이어가 보자. 인공지능(AI) 광풍에서 보듯 최근의 기술 발전은 매우 급격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 결과 사람들의 일자리가 대대적으로 사라지고, 심지어 고급 두뇌들조차 먹고사는 문제에 봉착할 거라고 한다. 사람들이 먹고살려면 안정적인 수입이 있어야 한다. 우리 사회 시스템은 대체로 일을 하고 거기서 소득을 얻어 생활하며, 이걸 못하는 경우에 대비해 보험이나 사회보장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식이다. 그런데 세상이 급격히 바뀌다 보니 일을 하고 싶어도 아예 일자리가 없거나 불안정한 일자리가 양산되는 데 반해 기존 사회보장 시스템은 안정적 소득보장을 해주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이 점차 큰 공감을 얻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고민 또한 깊다고 할 것이다. 최근 소득보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의 산물로 현금성 소득지원이 거론되고 있다. AI 분야의 대가인 캐나다 토론토대의 제프리 힌튼 교수도 현금성 소득보장의 절대적 필요성을 주장한다. 현금성 소득지원 정책은 여러 가지가 있고 또 다양한 모습으로 설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본소득, 기회소득, 안심소득, 참여소득, 공정소득 등으로 명명된 소득지원 정책 등이 그것이다. 이 외에도 소득이란 이름을 붙이지 않았지만 현금성 소득지원 정책에 해당하는 보편적 근로장려세(Universal EITC), 음소득세(NIT) 등도 있다. 이들을 서로 비교해 볼 때 정책적 목표나 장단점이 서로 비슷하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 이들은 서로 섞일 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잘 결합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아예 각각 자기 정책의 정체성을 고수하면서 원래 목적하는 바를 달성해 갈 수 있다. 하지만 이들 간 상호 비교를 통해 더 나은 제도를 마련할 수도 있는 법이다. 최근 연세대에서 ‘2024년 불평등 및 사회정책 국제학술대회’가 열렸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새로운 사회보장정책이 제안됐다. 음소득세 방식의 기본소득과 보편적 근로장려세를 결합하는 것이 그것이다. 음소득세와 기본소득을 결합하는 것도 그렇지만 거기다 보편적 근로장려세를 더하겠다는 발상이 참신하다. 이는 현금 제공을 통한 소득보장에 더해 일자리 확대의 여지도 만드는 정책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새로운 제안이 안심소득보다 우월하다고도 한다. 기존의 것들을 서로 비교하고 더 나은 것을 만들어내기 위한 고심의 결과라 하겠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새로운 제안을 기회소득과도 비교 검토하면서 더 진일보한 형태의 소득보장 정책이 나올 수 있는지 찾아본다면 어떨까. 그것이 어떤 이름이든, 어떤 형태를 띠든 국민들에게 유익한 정책이 된다면 이를 만들고 펼치는 것은 좋은 시도이고, 열린 자세라 하겠다.
‘중도, 깨달음’ 등 불교를 대표하는 많은 표현이 있지만 불교를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우리나라의 불교는 수행과 더불어 다양한 사상과 기복적 요소까지 더해지며 더욱 복잡해졌다. 그렇기에 이러한 불교에 대한 물음에 가장 적절한 답은 아마 부처님이 깨달으신 ‘법(法)’일 것이다. 그렇다면 부처님이 깨달으신 그 법이란 무엇인가. 바로 ‘연기(緣起)’다. 연기법이라고도 하는데 ‘인과(因果)’에 대해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깨달으신 법이다. ‘원인이 있으면 반드시 그에 따른 결과가 생긴다’는 아주 간단한 법칙이다.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고 누구나 아는 것이지만 우리는 생각보다 이 인과적 연기법에 대해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연기에는 ‘자업자득, 인과응보’라는 특별한 법칙이 있다. 자신이 지은 어떠한 원인은 업(業)이라는 결과가 돼 반드시 그 자신에게 되돌아온다는 것이다. 이 두 표현과 업은 우리나라에서 주로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다 보니 불교를 염세주의나 허무주의로 보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법칙을 다르게 생각해 보면 내가 지금 하는 행동이 원인이 돼 다음의 결과가 되는 것이기에 지금 좋은 일을 하면 그것이 원인이 돼 좋은 결과가 반드시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선물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업이 나쁜 것만이 아니라 선업과 악업의 두 종류가 있다고 하여 선업을 지으면 삼선도라는 좋은 곳에, 악업을 지으면 지옥을 포함한 삼악도에 태어난다고 한다. 즉, 선하고 올바른 삶을 산다면 그로 인해 좋은 결과가 생겨나 그 자신을 행복한 삶으로 이끌어 주는 것이다. ‘불교적’이라는 것은 자신의 삶을 ‘연기적’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오늘 나의 모습은 어제를 비롯한 지난날의 내가 보내온 원인의 과정이다. 만약 지금이 행복하고 좋다면 지난날의 자신에게 감사해야 하고 만약 피로하고 힘들다면 지난날의 자신을 반성하고 그것을 수정하도록 정진해야 한다. 그리고 내일에 대한 기대와 꿈이 있다면 오늘의 이 하루를 자신이 원하는 모습에 가깝게 살아야 한다. 그러면 이 하루가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의 나에게 선업이라는 법의 힘을 만들어 뜯어보지 않은 선물을 전해줄 것이다. ‘연기를 보는 사람은 법을 볼 것이며, 법을 보는 사람은 연기를 볼 것이다’라는 불교의 가르침이 있다. 잘 사는 법, 행복해지는 법의 첫 번째는 연기적 삶을 사는 것이다. 내 곁의 인연들과 화합하고 그 안에서 자신을 발견해 그 모든 것들과 행복해지기 위한 오늘을 산다면 내일은 반드시 행복해질 것이다. 이것이 바로 불교적 삶의 실천이며 마음의 주인이 돼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태다. 오늘은 어제의 이어짐이며 내일은 오늘의 이어짐이다. 이 시간 속에서 마음의 주인이 돼 자신의 하루를 이끌어 가는 주인공의 삶을 살자.
유난히도 무더웠던 지난 여름, 2024 파리 올림픽과 패럴림픽이 국민들에게 큰 감동과 기쁨을 선사했다. 여러 사연을 안은 선수들의 선전도 돋보였지만 그들의 활약을 뒷받침한 기업인 단체장들의 숨은 공로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올림픽에서는 정의선 대한양궁협회장, 패럴림픽에서는 선수단장을 맡은 배동현 대한장애인노르딕스키연맹 회장이 화제에 올랐다. 부친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에 이어 2005년부터 대한양궁협회 수장을 맡고 있는 정의선 회장은 파리 올림픽에서 한국 양궁이 전 종목을 석권하는 데 헌신적인 뒷바라지로 주목을 받았다. 매년 올림픽을 앞두고 투명하고도 공정한 선수 선발과 준비 과정에서부터 대회 기간 선수들이 최선의 경기력을 유지하도록 진두지휘했다. 대회 후에는 아낌없는 포상으로 또 한번의 감동을 선사했다. 정의선 회장 부자가 대를 이어 40년간 양궁 발전을 위해 공헌해온 것에 체육계와 국민들은 그 같은 사람이 대한체육회장이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물론 본인은 전혀 생각이 없음을 밝히면서 기업인과 양궁협회장으로서 소임을 다할 것을 강조했다. 일부 체육 단체장들이 권력욕에 사로잡혀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난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에 이어 파리 패럴림픽에서 두 번째 단장을 맡은 배동현 창성그룹 부회장도 체육인들에게 존경받는 기업인이다. 승마 국가대표 출신으로 20여년간 경기도바이애슬론·근대5종연맹 회장과 대한바이애슬론 회장을 맡아 헌신한 배창환 회장의 아들로 대를 이어 체육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이번 패럴림픽에 참가한 출전 선수·감독 전원에게 순금 메달을 제작해 지난 10일 해단식장에서 전달해 감동을 줬다. 대를 이어 체육에 대한 참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정의선, 배동현 두 회장의 헌신이 봉사와 헌신보다는 감투욕에 사로잡힌 체육단체장들에게 선한 영향을 끼쳤으면 한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과 대립하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6일 공개적으로 카멀라 해리스 후보를 지지하고 나섰다. 반면 지난달 29일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접견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의중을 전혀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명하는 러시아와 달리 중국이 언급을 극도로 자제하는 이유는 미국의 역공을 피하기 위해서다. 린젠(林劍) 외교부 대변인은 4월 “미국의 대선은 미국의 내정”이라며 “중국은 그 어떤 방식으로도 관여하지 않는 대신 미국도 선거를 목적으로 중국을 비난하고 중국의 국익을 침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렇다면 중국에서는 어느 후보가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보고 있을까. 단기적으로 중국은 해리스 후보의 당선을 선호한다. 해리스 후보가 조 바이든 대통령의 노선을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매우 크기에 중국은 정책 변경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즉, 미중 관계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증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민주당 고위층과도 여러 차례 소통해 온 터라 새로운 인맥을 찾아야 하는 수고도 덜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만, 홍콩, 신장웨이우얼(新疆維吾爾)자치구의 인권 및 반도체 제재 등을 통해 중국을 압박했지만 기후변화 및 AI 안전 등에서는 중국과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다. 군사적 차원에서도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지난해 11월 샌프란시스코 회담에서 합의한 핫라인을 통해 우발적 충돌이 전면전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 반면 바이든 행정부보다 훨씬 더 강경한 대중 정책을 예고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은 중국에 엄청난 충격을 줄 수 있다.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는 트럼프 후보는 대만해협, 남중국해, 반도체 제재 등에 대해서도 중국을 최대한 압박할 것이다. 이런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협상 상대를 새로 찾는 일도 쉽지 않을 뿐더러 그동안 중국이 공들여온 딸 이방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트럼프 후보의 총애를 잃었다. 중국에 그나마 위안이 되는 일은 대만 반도체 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다. 이전에 트럼프 후보는 대만이 미국 반도체 산업을 탈취했으며 미국의 군사적 지원에 대한 비용을 충분히 분담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은 누가 당선되든 미중 관계가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으리라고 예상하고 있다. 대중(對中) 정책에 관해 해리스와 트럼프 사이에는 큰 차이가 없다. 두 후보 모두 중국을 미국의 패권을 위협하는 가장 심각한 경쟁자로 간주하고 있다. 또 미국의 국익을 증진하기 위해 중국과의 교류를 축소해야 한다는 입장도 공유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부과한 보복관세를 철폐하겠다는 선거공약을 지키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6월에는 중국산 전기차와 배터리에 대한 관세를 25~100%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양당의 대중 정책이 수렴하는 이유는 급증하는 반중(反中) 정서에 있다. 2018년 개시된 무역전쟁과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미국에서 중국에 대한 비호감이 유례없이 상승했다.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17년 호감과 비호감의 차이가 4%에서 2024년 65%까지 벌어졌다. 이런 추세가 역전되지 않는 한 어느 후보도 미중 관계를 전면적으로 전환하기 위한 시도를 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선 이후 중국의 대미(對美) 정책의 목표는 관계 개선보다는 현상 유지로 하향될 것으로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2월부터 농지법을 개정해 농지에 임시 숙소로 활용할 수 있는 농촌체류형 쉼터제도를 도입한다. 농촌체류형 쉼터는 도시과밀화 등 사회여건 변화 이후 높아지는 귀농·귀촌 수요에 부응하고 농촌에서 농업과 전원생활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임시 숙소 형태의 거주시설로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헌법 제121조 제1항은 국가는 농지에 관해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고 했다. 그래서 완화된 조치로 농지개혁법 제9조 제2항에 특별히 농지를 취득하려면 해당 지역에 농사를 지은 것을 전제로 마을 농지위원회가 확인해주면 농지매매증명이 발급된 적이 있다. 그 후 농지거래의 숨통을 트기 위해 농지법 제8조에 농지취득자격증명제도를 실시했다. 이는 영농사실을 확인 후 발급이 아니고 앞으로 영농을 하겠다는 계획서를 보고 발급했으며 1천m² 미만의 토지는 주말영농체험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해 줬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농지가 타 용도 전환이 가능한 농지 위주로 거래가 빈번하게 발생하게 된 것이다. 요즘도 보도되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심심찮게 국무위원 후보자가 농지 거래를 할 당시 현지에 거주했는지를 따져 묻는 것이 단골 메뉴다. 이러한 현상은 농지거래가 투자수단이 됐기 때문이다. 돈이 안 되는 곳에 투자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종전에는 농지취즉자격증명 발급제도가 업무 처리 기간이 5일로 누구나 쉽게 발급받을 수 있었으나 현재는 매월 2회 개최하는 농지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가능하다. 더욱이 농지거래를 하기 위해 부족한 자금을 담보가치를 보고 감정을 받아 거래하던 상황이 바뀌어 현재는 은행을 통한 거래에 있어 DSR제도의 확대로 거래가 꽉 막혀 버린 상황이다. 그래서 농촌체험형 쉼터를 시행한다고 해서 별안간 거래가 활성화되고 소멸하는 농촌이 활성화되리라는 막연한 기대는 섣부르다고 할 수 있다. 12월부터 시행한다는 농촌체험형 쉼터는 최대 존속기한을 12년으로 계획하고 있다. 12년만을 기대하고 농지거래를 한다는 발상은 단순히 숫자만을 의식한 조치가 아닐까 싶다. 현재 농지 거래의 동맥경화 상황은 무엇보다도 거래에 있어 적용되는 엄격한 농지취득자격증명제도와 DSR 강화에 있다. 자본주의는 내 것이 영속적인 것을 바라는 인간의 이기심이 출발점이다. 그것을 간과한 것이 사회주의인 것은 두말할 나위 없는 것이다. 그런데 농촌체험형 쉼터는 4년에 한 번씩 사용 허가를 연장해야 하고 그 기한도 12년이라는 점에서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생각은 순진한 발상이다. 물론 지금도 그것이 재테크의 한 수단이 된다면 너도나도 묻지마 투자를 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경기도가 도립도서관 민간 위탁을 추진 중이다. 도가 밝히는 민간 위탁의 명분은 이렇다. ‘효율적인 운영과 도서관 서비스 강화, 창의적 콘텐츠 기획 및 운영, 최상의 도서관 서비스 도출 및 운영 활성화를 위해 전문성과 현장 경험 갖춘 민간에 위탁 필요.’ 민간위탁관리위원회가 ‘민간 위탁 적정’ 의견을 냈다. 도의회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지난달 22일 관련 동의안을 도의회에 제출했다. 그런데 반대가 많고 근거 오류도 드러났다. 한국도서관협회가 4일 반대 성명을 냈다. 경기도사서협의회는 9일 항의 집회를 개최했다. 이들이 강조하는 것은 공공성과 공익성이다. 민간 위탁이 이를 침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간의 수익 수단으로 전락할 우려도 지적했다. 유사 사례가 없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경기도 설명에 서울 광진구 도서관 등 세 곳이 유사 사례로 등장한다. 이 세 곳의 수탁 기관은 모두 산하기관이다. 순수 민간 위탁은 전국에 없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혹시 이런 지적도 있을 수는 있다. 도서관협회나 사서협의회는 직접 이해관계 집단이다. 민간 위탁과 이익 충돌 관계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외 여론은 충분히 수렴했을까. 관련 용역이나 여론조사 자료가 제시된 건 없다. 해당 지역 주민들도 거의 모른다. 적지 않은 기관이다. 투입됐거나 투입될 예산이 많다. 직접 이용하게 될 도민도 많다. 도민의 판단이 더 반영됐어야 했다. 도의회가 지적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여기에 절차의 엉성함을 보여주는 일까지 불거졌다. 민간 위탁의 근거로 제시된 게 오류였다. 경기도가 내놓은 근거는 ‘경기도 사무의 민간 위탁 조례’다. 그런데 이 조례는 2025년 1월1일 시행될 예정이다. 동의안 제출 시점이 2024년 8월22일이다. 없는 조례를 근거로 삼은 셈이다. 최민 도의원(광명2)은 “이 정도의 실수라면 차라리 철회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담당 부서는 '잘못 표기된 실수'라고 설명했다. 석연찮은 흐름이다. 이해집단의 반발은 전국적이고, 도민의 의견수렴은 불충분해 보이고, 시행 근거라고 제시한 조례는 오류라는 지적을 받았다. 왜 이렇게 급하게 추진했는지 모르겠다. 개관이 임박했다는 사정은 이해한다. 그렇다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시작했어야 했다. 막대한 도 재산을 민간에 넘기는 일이다. 2025년에 요구된 예산만 70억여원이다. 반대 토론 부족을 지적하고, 오류를 문제삼는 건 도의회가 해야 할 당연한 책무다.
대중교통의 모세혈관이라 불리는 마을버스가 각종 어려움에 처해 있다. 지하철이나 시내버스가 가지 못하는 험로나 골목길, 외진 마을 등을 누비고 다니는데 경영난, 인력난으로 한계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운수회사는 극심한 재정난과 구인난을 겪고 있다. 운영하면 할수록 적자가 늘어 노선을 줄이거나 버스 운행 횟수를 줄여 나가고 있다. 운전기사들은 열악한 근무 환경을 호소한다. 급여는 개선되지 않은 채 근무 강도가 세지다 보니 줄줄이 빠져나가고 있다. 승객들의 불편이 커질 수밖에 없다. 마을버스가 총체적 위기다. 기름값 상승과 수년째 버스요금 동결 등으로 재정이 악화된 데다 열악한 처우에 버스기사들의 이탈 현상이 가속화돼 고사 직전에 있다. 경기도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대부분 업체가 만성적인 적자에 허덕이면서 노선을 줄이거나 폐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조합이 산출한 업계의 연평균 적자 금액은 2천634억원에 달한다. 경기도내 마을버스 종사자는 2019년 5천226명에서 2022년 4천298명, 2023년 4천299명으로 코로나19 전보다 1천명 가까이 감소했다. 지난 8월 기준 도내 마을버스 2천902대 중 648대(22%)가 운행을 못하고 있는데, 운전기사가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마을버스 운전기사의 월급은 300만원이 되지 않는다. 운전기사의 월평균 급여 수준은 공공버스 480만원, 시내버스 420만원, 마을버스 280만원 등이다. 급여 개선은 안 되고 근무 강도만 높아져 과로 누적에 힘겨워하고 있다. 마을버스 10대 중 2대가 운행을 못하고 서 있다. 버스기사의 과로, 배차 지연 등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주민들의 교통 불편이 야기되고 있다. 하지만 민원이 제기돼도 상당수 지자체는 수수방관하고 있다. 공적 지원을 늘리거나 요금을 인상해야 하는데 녹록지 않다 보니 적극 나서지 않는 것이다. 마을버스는 광역버스나 시내버스에 비해 지자체 지원액이 턱없이 부족하다. 지자체 보조금이 끊긴 곳도 있다. 대중교통의 실핏줄 격인 마을버스에도 재정 손실 지원을 높여야 한다. 운송업체나 운전기사 외에 주민 교통복지 차원에서 필요한 정책이다. 광역교통망이 닿지 않는 곳에 투입되는 게 마을버스다. 저소득층이나 고령층 등 교통약자의 발이라는 점을 감안해 어려운 상황을 외면해선 안 된다. 영세한 마을버스가 멈춰 서지 않도록 지원체계 개선이 절실하다. 경기도는 마을버스 운영 실태, 업체의 경영 상황, 운수종사자 처우 등을 면밀히 파악해 합리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