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호는 환경오염을 극복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1994년 시화방조제가 완공되면서 만들어진 시화호는 ‘죽음의 호수’로 불릴 정도로 오염이 심각했다. 이후 어렵게 수질정화에 성공해 ‘생명의 호수’로 탈바꿈했다. 시화호 인근 갈대습지는 멸종위기종을 비롯한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는 자연생태계의 보고가 됐다. 그런 시화호가 다시 병들어 가고 있다. 올해 조성 30주년을 맞은 시화호가 위기에 처해 있다.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시화방조제 건설로 탄생한 시화호는 당초 화성, 안산, 시흥 일대에 공업·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한 담수호가 목표였다. 하지만 시화호와 맞닿아 있는 시화·반월국가산업단지를 비롯해 인근 산업단지와 축산농가의 오폐수가 유입되면서 급속도로 오염됐다. 정부는 담수호 사업을 포기했다. 시화호의 오염수를 방류하고 외해의 해수를 끌어들였다. 환경오염 정화에 약 1조원의 예산과 10여년의 시간이 소요됐다. 오염된 수질이 정화되면서 시화호에 다양한 어족이 돌아왔다. 그러자 싹슬이 어업 등 불법이 활개를 쳤다. 형도, 우음도, 방아머리 일대에 설치된 불법 선착장들이 시화호 내에서 벌어지는 불법어업의 근거지가 됐다. 수질오염을 막기 위해 조성한 갈대습지는 관리가 안 돼 육지화되고 있다. 시화호를 살린 갈대습지가 다시 시화호를 망가뜨리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환경오염과 함께 멸종위기생물의 서식도 위협받는 상황이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철새지리정보에 따르면 올해 초 시화호를 찾은 철새는 총 1만4천303마리다. 원앙과 맹꽁이, 수달 등 멸종위기종도 29종 서식하고 있다. 이처럼 시화호는 생태계 보전과 멸종위기종 보호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데 최근 인근의 대규모 개발 사업으로 위험에 처하게 됐다. 수자원공사는 시화호 화성 간척지 5천557만㎡ 부지에 ‘송산 그린시티’를 조성하는 개발 사업을 2007년 시작했다. 이 사업은 2030년까지 진행된다. 사업 대상지에는 갯벌과 습지로 이뤄진 대규모 갈대 군락지가 포함돼 있다. 시화호 상류에선 신안산선 철교와 송산그린시티~시화MTV 연결도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해당 도로는 우음도에서 비봉습지까지 이어지는 약 10㎞ 구간의 시화호 상류 지역의 생태 축을 단절시킨다. 수자원공사는 우음도와 형도에 대체 철새 서식지 조성을 계획하고 있지만 어떻게 구체화될지 모른다. 어렵게 살려낸 시화호를 다시 병들게 해선 안 된다.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갯벌이 육지화되고, 습지가 망가져 멸종위기 생물종의 서식지를 파괴하는 우를 범하면 안 된다. 시화호를 지키고 보전할 수 있는 근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 동해의 국제여객선 선상에서 동해항 국제여객터미널에 장맛비는 계속 강하게 내리고 바람도 세차게 불어온다. ‘거친 바다가 훌륭한 선원을 만든다’, ‘삶의 과정은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선원과 같다’는 몇 가지 명언이 생각난다. 선원이나 어부들은 양면의 다른 얼굴을 가진 바다를 무서워했다. 잔잔하고 평온한 바다, 폭풍우와 높은 파도가 몰아치는 무서운 바다다. 과거 폭풍우와 태풍의 과학적 원인을 몰랐던 선조들은 바다 깊은 곳에 사는 용왕이 노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봄·가을 좋은 날에 용왕님께 제사를 지냈다. 비바람 속에 블라디보스토크행 여객선은 7월2일 오후 3시 정시에 출발한다. 시속 30㎞ 속도로 가는 여객선은 블라디보스토크 도착까지 25시간 갇혀 있어야 한다. 처음 타보는 국제선 3등실 객실이 매우 비좁다. 갑판에 나가보면 비바람이 강하게 불고 짙은 해무(海霧) 때문에 시야가 수백m에 불과해 답답하다. 식사는 일률적으로 1만5천원짜리 한 가지인데 음식은 형편없다. 식권을 사서 1층에 설치된 뷔페식당에서 한다. 식당의 좌석 숫자가 턱없이 부족해 줄 서서 기다리다가 앞 사람이 먹고 나면 다음 사람을 들여보낸다. 군대 배식처럼 식사시간 10분 전에 미리 줄을 서 기다려야 한다. 비행기와 달리 여객선은 가방을 손으로 가지고 타는 핸드캐리가 폭넓게 허용된다. 배에서 내릴 때 짐 찾는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가져온 여행가방을 모두 직접 들고 배에 탔다. 샤워실은 복도 중앙에 있는데 수건이 없어 손수건으로 간신히 물기를 닦는다. 러시아인들은 한국 라면을 엄청 좋아한다. 휴게실에서 뜨거운 물을 제공하기 때문에 컵 라면을 안주삼아 술자리가 요란하다. 여객선 면세점에서 위스키 한 병을 샀다. 향후 통과할 지구의 지붕, 파미르고원의 산신령에게 작은 산신제를 할 생각이다. ■ 자동차 관련 여행 준비 제주도행 카페리에 차를 싣고 육지에서 제주도로 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많다. 자동차를 외국으로 가지고 떠나는 자동차 여행은 국내 여행보다 절차가 매우 복잡하다. 첫째, 영문으로 작성된 ‘자동차 여행증명서’가 필요하다. 자동차는 관세법에서 ‘휴대품’으로 분류한다. 자동차를 가지고 여행을 떠나기 전에 자동차의 차대번호, 제작 연도, 차량 종류 등을 영문으로 표시하는 정부의 증명서를 받아야 한다. 한국에서 가져간 자동차를 다른 나라에 팔고 빈손으로 귀국하거나 헌 차를 가지고 나가 새 차를 사 오면 안 된다. 사고 때문에 폐차가 아니면 차량을 다시 한국에 가져와야 한다. 특히 개인 소유 차량이어야 하고 법인 명의 차, 렌터카는 반출 허가가 나지 않는다. 동해항에서 자동차의 선적,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자동차 반출 업무는 전문업자에게 위임했다. 둘째, 도로 사정이 좋지 않고 장기간 운행에 대비해 수리와 부품 교체를 미리 한다. 자동차 타이어를 새것으로 교체하고 예비 타이어 한 개를 더 가지고 간다. 엔진, 에어컨 오일 등 각종 오일도 새것으로 교체한다. 우리는 자동차를 3대 가지고 간다. 차종은 미국의 사막 이름을 딴 ‘모하비’ SUV. 본인 차를 가져온 사람은 여행비용을 적게 내고 차를 안 가져온 사람은 비용을 더 부담한다. ■ 함께 여행 가는 동지들 여행을 함께 가는 일행은 8명이다. 전체 인원 8명을 동해항에서 처음 만났다. 유라시아 대륙의 자동차 여행에 대한 공통된 관심으로 우연히 만난 사람들이다. 우리 부부만 빼고 자동차 드라이브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출신 지역도 여수, 임실, 제천, 이천, 서울 등 다양하다. 여성은 미세스 송 한 사람뿐이다. 미세스 송은 여행 도중 대화할 여성이 없는 점이 불만이다. 일행 중 한 사람은 러시아어과 재학생으로 러시아어 통역을 위해 두 달 동안 채용한 알바생이다. 출신지, 직업, 연령 등 모두 다르다. 차량 3대에 각각 두 명, 세 명, 세 명 나눠 탑승하고 운전은 교대로 하기로 했다. 처음 만난 사람들끼리 장기간 여행 중에 생길 수 있는 트러블이 걱정된다. 일행 간 상호 소통과 배려가 중요한데 끝까지 화합하며 다녀오기를 기원한다. 나와 미세스 송은 부부간이라 룸메이트 문제가 없지만 처음 만난 성인 남성들끼리 룸메이트 조화, 식사 메뉴 선택, 관광지의 선호도 등 각자 생각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염려가 된다. 우리 일행은 여행의 완주와 단합의 구호를 외치며 준비한 현수막을 앞세우고 동해항 대합실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 블라디보스토크항 도착 배는 망망대해 동해 바다를 가로질러 북동쪽으로 향한다. 과거 동서고금 공통으로 해가 뜨는 동쪽을 신성한 지역으로 생각했다. 아마 이런 의미를 담아 애국가 1절이 ‘동해 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으로 시작하는 것 같다. 옛날 중국은 우리나라를 해동(海東)의 선비 국가라고 불렀고 고대 메소포타미아 국가도 해가 뜨는 동쪽은 산 자의 땅, 해가 지는 서쪽은 죽은 자의 땅으로 구분했다. 드디어 다음 날 오후 늦게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했다. 멀리 안개에 살짝 덮인 금빛 찬란한 러시아정교회 돔 양식이 보인다. 25시간 항해 끝에 도착한 것이다. 모든 항구는 출발점이면서 종착점이다. 고향에 돌아온 러시아 사람들에게 항구는 종착점이지만 유라시아 대륙으로 출발하는 우리에게는 이제부터 여정의 출발점이다. 블라디보스토크는 ‘동방을 지배하라’는 의미로 19세기 러시아 제국주의를 상징한다. 선원들이 배에서 30명씩 끊어 순차로 내리게 한다. 배에서 내리는 데에만 3시간이 걸렸다.
어르신 2천80여명이 폭염으로 세상을 떴다. 정부가 부랴부랴 나섰다. 폭염 요주의 대상 연령을 75세에서 65세로 하향 조정했다. 고령 여부는 물론이고 개인의 건강, 행동, 환경과 관련한 요인 등도 복합적으로 고려됐다. 미미했던 관련 법률의 조항도 강화했다. 조례도 개정했다. 영국의 얘기다. 2년 전 여름이었다. ‘하늘은 높아지고 말은 살찐다’는 우리의 가을이 실종되고 있다. 추석 연휴 내내 폭염과 열대야가 기승을 부려서다. 오죽하면 ‘추석(秋夕)’이 아니라 ‘하석(夏夕)’이란 자조어까지 유행하고 있을까. 폭염 등 기상이변이 발생하면 제일 위험한 계층은 어르신들이다. 기후취약계층에 대한 대응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폭염 등 기후위기 취약계층을 위한 대응사업을 보강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분석 결과다. 특히 폭염 등은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의 크기와 상관 없이 발생한다. 그런 만큼 불평등을 키울 가능성도 높다. 국내에선 폭염 등에 대한 지원이 사후에 이뤄지고 있다. 폭염 등 기후위기가 초래하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에 관한 논의는 여전히 부족하다. 이 때문에 상황별로 취약 집단을 선별하고 소관 부처가 정부 논의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폭염에 취약할 가능성이 높은 집단을 담당하는 부처가 논의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는 폭염 등 관련 대응을 위한 대통령 직속기구인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 환경부와 보건복지부 등 여러 중앙부처가 참여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대응사업을 시행 중이다. 하지만 산만하다. 그리고 비효율적이다. 대부분 고령인 국가유공자 어르신들을 담당하는 국가보훈부는 정작 빠져 있다. 어르신들이 폭염 등에 취약한 이유는 차고 넘친다.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관련 법률 조항을 강화하거나 조례 제정 등이 시급하다.
병자호란을 당해 임금이 남한산성에 머물면서 백제 시조인 온조왕(溫祚王)에게 제사를 지낸 일을 계기로 1638년 사묘가 세워졌다. 1661년 현 위치로 옮겨진 이후 정조 때 ‘숭렬전’이란 전호(殿號)가 내려졌으며 다른 역대 시조묘에 올리는 격식을 따라 제사를 거행하며 현재까지 그 위치를 지키고 있다. 현존하는 조선시대에 지어진 역대 시조묘 가운데 숭의전(崇義殿·고려 태조)은 6·25 전쟁 후 1970년대에 복구됐고 숭덕전(崇德殿·신라 박혁거세)과 숭선전(崇善殿·가락국 수로왕)은 19세기 고종 연간에 고쳐졌거나 신축됐다. 반면 남한산성 숭렬전은 17세기 이건한 뒤 지은 건물이 원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특히 창건 사실이 역사 문헌을 통해 증빙되며 현재까지 원위치를 지키고 제향이 계승되고 있어 역사적·문화사적 가치가 높다. 간결하고 절제된 건축 형식과 구조는 17세기에 건립된 조선시대 사묘의 전형을 따르고 있어 국가지정유산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한 것으로 판단된다. 국가유산청 제공
우리나라 국토계획체계는 최상위법인 국토기본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균형발전이라는 대원칙에 따라 도, 시·군 지역별 계획이 수립된다. 경기도는 도 종합계획을 통해 도의 미래와 비전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으나 수도권의 질서 있는 정비와 균형 발전을 유도하기 위해 제정된 수도권정비계획법(이하 수정법)의 각종 규제로 인해 지역적 특성과 여건을 고려한 계획적 개발 및 체계를 마련하는 데 한계가 있다. 지난 4월 경기도가 발간한 경기도 규제지도에 따르면 경기도는 전 지역(1만199㎢)이 규제지역이며 팔당특별대책지역 2천96㎢, 개발제한구역 1천131㎢, 상수원보호구역 190㎢, 수변구역 143㎢, 군사시설보호구역 2천251㎢ 등이 중복 규제를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안성은 1983년 자연보전권역으로 지정된 이후 40년간 구역 변경 없이 현재까지 규제를 받고 있다. 40년이 지나도록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한 수정법의 낡은 규제는 기업의 성장을 막았고 산업의 집단화가 이뤄지지 못하다 보니 지역 간 연계 교통체계 미흡으로 수송비용이 증가해 기업 경쟁력은 약화되고 있다. 무엇보다 자연보전권역에 거주하고 있는 도민들은 팔당특별대책지역, 상수원보호구역 등 중첩 규제를 받고 있으며 규제를 피해 6만㎡ 이하 소규모 공장이 난립하면서 주거지와 공장이 혼재해 수질과 녹지를 보전하기 위해 지정된 자연보전권역이 오히려 환경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즉, 국토 균형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제정된 수정법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균형 있는 발전을 달성하기는커녕 수도권 내에 지역 불균형을 초래했다. 지난 8월7일 필자가 제안하고 경기도와 경기도의회가 주최한 남한강 수계자연보전권역 규제 완화 및 해소 방안 모색 토론회에 참여한 토론자들은 수정법이 본래 입법 취지와 달리 과도한 규제로 작동하고 있다며 규제 합리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주장했다. 경기도는 도내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경기 서부권역 7개 시·군과 동부권역 7개 시·군을 대상으로 사회간접자본(SOC) 대개발 구상을 수립 중이며 자연보전권역 규제 개선을 위해 시·군 간담회를 개최하고 경기연구원, 경기도시공사와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또 수정법 및 관련 지침 개정안을 국토부에 건의하는 등 전방위적인 노력을 하고 있지만 40년 동안 획기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 이제 전략의 수정이 필요하다. 규제에 대한 피해 호소가 아니라 무질서한 난개발을 방지하고 기반시설을 확충하는 계획적 개발과 관리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그 첫걸음은 SOC 대개발 구상이 될 것이며 촘촘하고 치밀하게 설계해야 할 것이다. 또 수질보전을 위해 물 관리가 관건이다. 현대 과학기술은 대규모 폐수 발생량을 친환경으로 전환할 만큼 진보했다. 경기도는 수질 개선을 위한 기술 확보와 수질 개선 효과 등 실증 증거를 제시해 설득해야 한다. 규제 합리화는 계획적 관리가 가능하다는 전제하에 추진될 수 있다. 경기도는 개발과 환경의 조화를 바탕으로 균형발전과 상수원을 보호할 수 있다는 확실한 액션플랜을 제시해야 할 때다. 안성은 30년 전부터 지금까지 변화가 없다. 수도권 지자체들의 지역적 특성과 현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행정구역을 중심으로 획일적으로 구분해 사실상 보전가치가 없는 지역조차 일괄적인 규제를 적용해 희생을 강요하는 법은 반드시 재검토해야 하고 개정돼야 한다. 수도권 내 균형발전 없이 국토 균형발전을 이룰 수 없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올해 추석 명절은 유난히 힘들었다. 고물가 고금리 속에 역대급 폭염이 겹쳤다. 의료공백 문제로 불편과 고통을 겪는 이도 많았다. 여기에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챙겨야 할 정치권은 연일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여야는 추석 연휴에도 각자 자신들이 민심을 잘 대변한다며 상대방의 민심 역행을 비난하는 모습을 보여 국민들을 짜증스럽게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국갤럽이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13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윤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20%, 부정평가는 70%였다. ‘잘하고 있다’는 평가는 한 주 전보다 3%포인트 하락한 반면 ‘잘못하고 있다’는 3%포인트 올랐다. 윤 대통령의 부정평가도 취임 이래 최고치다. 전국 지역, 전 연령층에서 부정평가가 우세하다. 여당 지지세가 강한 대구·경북마저 부정(57%)이 긍정(35%)보다 높다. 연령대별로 보면 40대 지지율은 8%에 불과하고, 60대와 70대 이상도 부정이 높아 대통령에게서 돌아서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지난 4월 총선 참패 이후 계속 20%대에 머물다가 결국은 최저치를 갈아 치웠다. 이대로라면 10%대 추락은 시간 문제라는 전망이다. 국민 10명 중 8~9명이 등을 돌리면 대통령은 국정동력을 상실하게 된다. 국민들은 윤 대통령 국정 수행 부정평가 이유로 의대 정원 확대(18%), 경제·민생·물가(12%), 소통 미흡(10%), 독단적·일방적 리더십(8%) 등을 꼽았다. 김건희 여사 문제(3%)와 통합·협치 부족(3%)도 지목했다. 민심의 경고인 낮은 지지율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 국정을 제대로 이끌기 어렵다. 불통 이미지에 의료공백까지 겹치면서 민심 이반이 심화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고물가와 내수 침체로 실질임금은 감소하고 자영업자 폐업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는데도 윤 대통령은 “경제가 확실히 살아나고 있다”고 했다. ‘응급실 뺑뺑이’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거나 의식불명에 빠진 국민이 있는데도 “비상체제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했다. 국민들이 분노하며 등을 돌리는 이유다. 추석 밥상머리에선 이런 이슈들이 화제가 됐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 경고와 심각한 위기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해야 한다. 대통령이 내세운 국정 운영 방향이 국민의 공감을 사지 못하면 민심 이반이 고착화될 것이다. 여야 정치권도 문제가 많다. 국민들은 먹고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인데 정쟁만 일삼고 있다. 민생경제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달라는 국민의 요구에 적극 부응해야 한다.
시골길을 지나노라면 이따금 폐교가 눈에 띈다. 아이들이 뛰놀던 운동장에 잡초가 무성하다. 저출생의 우리 사회 자화상을 보는 듯하다. 과거 산업화 시기에는 도시로 인구가 몰리는 이촌향도(離村向都)로 학교가 비어 갔다. 이제는 교실을 채울 아이들이 없어 학교 문을 닫는다. 시골뿐 아니라 대도시 원도심에서도 폐교가 나오는 이유다. 앞으로도 폐교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인천에서는 옹진·강화군 등 섬 지역에서 잇따른다. 부평구 등 인천 원도심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들 폐교를 적절히 활용할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공공재산의 특성상 매각 임대 등 처분도 쉽지 않다. 지역사회 주민 수용성 문제도 있다. 도로, 상수도 등의 정비를 위해서는 해당 지자체의 지원도 필요하다. 인천에서는 지금까지 모두 59개 학교가 문을 닫았다. 48개 학교는 소유 주체가 민간으로 넘어갔다. 현재 인천시교육청이 관리하는 폐교는 모두 11곳이다. 이 중 옹진군 내리초교, 강화군 양당초교, 길상초교 초지분교 등은 활용처를 찾았다. 옹진군 가족돌봄문화센터나 자연사박물관 등이다. 강화군 서도초·중교도 이미 6년 전 폐교했다. 다행히 이 2개교는 곧 마을 상수도사업의 사무실로 활용될 예정이다. 하지만 인천시교육청은 나머지 6개 폐교의 활용 방안은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강화군 마리산초교와 인천남중은 1999년 폐교했다. 강화군 길상초 선택분교도 2001년 폐교, 20년이 넘었다. 특히 강화군 삼산초교 서검분교는 1994년에 문을 닫았다. 30년이 넘도록 그냥 버려져 있는 것이다. 인천시교육청은 이들 폐교에 체육공간이나 독서캠핑장 등의 조성을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걸림돌이 많아 쉽게 손을 못 대고 있다. 폐교 활용에도 주민 수용성 확보가 따른다. 주민들은 대체로 주민친화적이고 직접 득이 되는 사업을 원한다. 외지인들이 주로 드나드는 시설에 대해서는 다소 배타적이다. 또 폐교들이 낡아 진입 도로와 상수도 등 인프라를 정비해야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지자체들은 예산 등의 이유로 소극적이다. 과거 학교는 그 지역사회 공감대 형성의 구심점이었다. 학군에 속한 마을들의 중심에 위치해 랜드마크 역할도 했다. 학교 문을 닫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의 활력을 앗아간다. 안 그래도 지역 소멸 위기가 예고되는 곳들이다. 주민들도 마음을 열어 장기간 방치되지 않도록 힘을 보태야 한다. 지자체도 업무 소관을 떠나 폐교 활용에 적극 나서야 한다. 특히 까다로운 임대 조건 등 폐교 활용을 가로막는 규제들도 좀 풀어야 할 것이다. 정치 하는 사람들도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다.
기후위기가 일상화된 시기에 시민은 ‘1.5℃ 라이프스타일’ 계산기를 활용해 스스로 개인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산해 보며 ‘기후시민’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고민하며 무엇을 실천할지를 고민하는데 정책 당국자들은 마치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누군가 세상을 구한다는, 아니 구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는 듯하다. 파리협정과 함께 매년 열리는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에서 합의되고 과학적으로 검증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경로를 이행하기보다는 아직도 그들의 정치·경제적 토대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구조와 욕망 어느 하나도 포기하지 못한 듯하다. 탐욕과 과잉으로 점철된 성장 중심의 자본주의와 화석연료에 의존해 기형적으로 파생된 탄소경제를 주도한 이들은 서로의 이해관계가 일치해 현재의 기후위기와 불평등을 고착화시켰다는 과학적이고 역사적인 사실을 더 이상 부정하기 어렵다. 자본주의는 자연과 인간 모두에게 지속가능한 재생에너지가 아닌 탄소경제라는 무기로 돌파구를 찾았고 더 많은 부와 잉여를 쌓기 위해 수탈과 분열을 앞세운 경쟁 체제로 공동체를 붕괴시키며 ‘생태 학살’을 통해 시공간적 제약이 있는 자본주의를 옹호했다. 이후 세대는 현재를 어떻게 평가하고 기록할까. 영국 경제학자 케이트 레이워스는 ‘도넛경제학(Doughnut economics)’을 통해 성장을 목표로 낡은 20세기 경제학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지구 구성원으로서의 민주적 합의를 기초로 공동체적인 삶을 추구하며 인간이 살기 위한 사회적 기초를 유지하면서도 지구의 생태적 한계를 지키는 방안을 주창했다. 도넛경제 모델은 탈(脫)탄소사회, 탈탄소경제, 탈탄소도시로의 국가와 사회경제적 시스템을 바꾸는 노력과 함께 온실가스 문제를 기후시민의 관점에서도 접근해야 당면한 위기를 더 빠르고 더 과감하게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임계점에 다다른 기후위기를 해결하고 사회적 기초와 생태적 한계를 지키는 공동체의 한 사람, 기후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우린 어떻게 해야 할까. 유엔환경계획(UNEP)은 누리집을 통해 ‘기후위기와 싸우는 것을 도울 수 있는 10가지 방법’을 권고했다. 그 답은 매우 간단하며 명료하다. ‘목소리를 내라’, ‘정치적 압박을 가하라’, ‘교통수단을 바꿔라’, ‘전력사용량을 줄여라’, ‘식단을 바꿔라’, ‘지역에서 구매하고, 지속가능한 상품을 구매하라’, ‘음식물을 버리지 마라’, ‘기후에 맞춰 스마트하게 입어라’, ‘나무를 심어라’, ‘지구친화적 투자에 집중하라’다. 서로 간의 용기를 북돋우고 연대를 통해 지치지 않고 도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겨우 200년이란 짧은 시간 동안 자연과 에너지를 독점해 수만년 자연과 동화돼 형성한 인류의 모든 자산의 흔적을 흔들고 있는 시대를 넘어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삶의 사회적 기초를 유지하며 지구 생태적인 한계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기후시민으로서의 삶이 우리의 미래다. 기후부정의에 대한 책임을 묻고 하나하나 바로잡는 것, 낡은 틀을 바꾸는 것, 모든 것의 삶을 존중하는 것, 현재 세대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기후시민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해야 기후가 아닌 세상을 바꿀 수 있다.
2주 전에 강원도 정선의 한 컨벤션센터에서 전국적인 회의가 있어 다녀왔다. 2박3일간의 회의를 마치고 수원으로 돌아오는 길에 ‘한반도지형’을 처음으로 여행하게 됐다. 주차요금이 포함된 입장료를 내고 각자 칡주스를 하나씩 손에 들고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소나무 산길을 한참 따라가다 보니 생각보다 먼 곳에 다다랐을 때 그 유명한 한반도지형이 신비롭게 눈앞에 펼쳐졌다. 순간 먼저 도착해 사진을 찍으면서 서로 작은 소리로 ‘와우~ 대박^^’ 감탄으로 더운 땀을 식히고 있는 분들이 있었다. 장난기 가득하게 두 손을 높이 들고 ‘대한민국~ 짜 자짝 짝짝’을 손벽치며 2002년 월드컵 구호를 외쳤더니 분위기가 썰렁하지 않게 먼저 온 몇 사람도 같이 호응해 대한민국을 외쳤다. 어디서 오셨느냐고 물었더니 천안에서 여행을 왔다고 한다. 나는 수원에서 왔다며 가벼운 인사를 나누고 우리 둘을 사진 찍어 달라고 부탁하며 핸드폰을 내밀었더니 흔쾌히 사진을 찍어줬다. 감사하다는 인사를 나누고 그분들은 먼저 온 길로 되돌아가고 남아 사진 몇 장 더 찍고 동행인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이런 말을 해 깜짝 놀랐다. “형님, 제가 형님을 좋아하는 이유는 아까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감 있는 모습입니다. 그런 자신감은 자존감이 높은 사람에게서 표현되는 모습인데 저도 그런 모습을 닮고 싶습니다”라고 했다. 의도하지 않았던 일인데 나에게 그런 면이 있다는 것을 다른 사람을 통해 알게 됐다. 과장이나 허풍은 상대방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때가 더 많다. 모든 상황을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사람은 ‘자신감이 부족할 때 허풍을 떤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어떤 사람이 과도하게 허풍을 떨 때 그에게 뭔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직감한다. 그러나 말하지 않는 것은 단지 모르는 척 할 뿐이다. 내가 과장하고 허풍을 떨 때 사람들은 마음의 문을 굳게 잠그거나 눈살을 찌푸리며 외면한다는 사실이다. 매일 홍수처럼 쏟아지는 매스컴의 정치 뉴스를 보면 과장과 허풍이 하늘을 찌를듯한 국회의원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논리에도 맞지 않고 예의에도 어긋나며 도대체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목적도 불분명하다. 단지 진영논리에 갇혀 소리를 치고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과장과 허풍에 국민들은 이미 고개를 돌리고 실망하고 말았다. 추석 때 문경의 한 리조트에서 가족들이 모여 명절을 보냈다. 대구와 대전에 있는 자녀들이 같이 모일 수 있는 중간 지점이고 아버지께서 10년 동안 광부로 사셨던 문경에서 모이면 좋겠다고 해서 문경에 살고 있는 동생의 도움으로 좋은 장소에서 머무를 수 있었다. 예전에는 미처 몰랐는데 문경에는 문경새재, 문경오미자, 문경약돌고기, 문경사과로 지역 먹거리와 관광상품이 특화돼 있었다. 문경새재는 전국에서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관광지라고 하고 문경약돌 삼겹살 식당도 여러 곳 있었다. 높은 가을 하늘아래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레일바이크를 타며 허풍스럽지 않은 작은 도시의 최적화한 지역 상품화와 개발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수원에도 10월에 화성문화제와 수원성을 중심으로 많은 축제가 열린다. 과장과 허풍의 거품을 제거하고 내실 있고 수원스러운 행사로 시민들과 수원을 찾는 분들이 고개를 끄떡이며 만족했으면 좋겠다. 수원특례시는 정조대왕의 효와 수원갈비뿐 아니라 깨끗한 화장실문화로 이미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문화의 도시가 돼 있다.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가꾸고 다듬으면 될 일이지 타 도시를 흉내 낼 필요는 전혀 없다. 지금 이대로의 모습에 자신감을 조금 더하고 겸손을 겸비하면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최고의 내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