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10월18일부터 21일까지 중국 베이징에서 공자 탄신 2천575주년과 국제유학연합회 결성 30주년을 기념하는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했다. 그런데 이 학술대회는 여러 가지로 놀라웠다. 학술대회 개막식을 우리의 국회 격에 해당하는 인민대회당에서 했고 개막 연설을 중앙정부의 핵심 간부인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이 했다. 대회 규모 역시 전 세계 110개국, 300여명의 외국인을 포함 730여명이 참가한 초대형이었다. 흡사 ‘유교 올림픽’이 열린 분위기였다. 대회 스태프로 참여한 중국 대학생들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의 자원봉사자들과 매우 흡사한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한국인이 이런 소식을 들으면 대부분 유교가 뭐라고 국가가 나서 그런 행사를 벌이냐고 의아해할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중국에서 유교는 중국 정부의 정치이념, 사회교육, 국제문화 교류 등을 아우르는 키워드다. 정치적으로는 중화주의, 책임과 돌봄 등의 유교적 정치사상으로 중국적 사회주의 정치이념을 보완한다. 사회교육 측면에서는 정부의 지원을 받는 각종 민간 단체가 대중화된 유학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대중의 문화적 소양을 고취한다. 그리고 이 같은 교육에 힘입어 중국인들은 오늘날 중화 제국의 공민으로서 문화적 자긍심을 외국인과의 문화 교류상에서도 한껏 드러낸다. 사실 오늘날 중국에서 유교의 드높은 지위는 한 세기 전에는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 주지하다시피 20세기 내내 중국에서 유교는 근대화의 커다란 걸림돌로 여겨졌다. 대표적으로 1915~1924년 중국을 서구화하려는 신문화운동이 일어났을 때 일부 지식인들은 공자 타도를 구호로 내걸었다. 급기야 1960~1970년대 문화대혁명 시기에는 유교를 낡은 사상, 낡은 관념 등으로 취급하며 공자와 유학을 남김없이 중국인의 삶에서 지우려 했다. 그러다가 중국이 개혁개방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유교도 서서히 복권된다. 1980년대에 유학 재평가가 조심스럽게 이뤄지더니 1990년대부터는 국학 열기가 끓어오르고 2010년대 이후에는 유교 중국이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유교의 지위가 격상한다. 오늘날 중국에서 유교가 높은 위상을 차지한 덕분에 필자는 이번 베이징에서의 체류 기간 매우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그러다 귀국길에 오르며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느낌이 들었다. 하나는 부러움이다. 의도야 무엇이든 유학 내지는 철학, 더 넓게 말하면 인문학이 한 사회의 중심부에서 묵직한 소리를 내고 사회 각계에서 이를 경청하는 사건이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는 가능하기나 한 일일까. 노벨 문학상 정도는 받아야 비로소 주목하는 우리 사회의 인문학에 대한 냉담함이 씁쓸하다. 다른 하나는 답답함이다. 중국 정부의 유학에 대한 전폭적 지원의 이면에 학문 사상에 대한 과도한 통제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학이 정치권력과 밀착하면 제왕학으로 변질된다는 사실은 이미 고대 유학의 역사가 말해 주고 있지 않은가. 유교 혹은 인문학과 정치권력 사이의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적절한 자리는 어디쯤일까.
얼마 전 중소벤처기업부에서는 국내 벤처투자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희망적인 소식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러한 투자 여건의 긍정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체감되는 상황은 조금 다른 것 같다. 10월 초 구글이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이런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구글이 지난 9월12일부터 27일까지 중기부 ‘창구 프로그램’에 참여한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42.7%가 현재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여건을 부정적으로 평가했고 그 이유로 ‘투자시장 위축’과 ‘경기 불황’을 꼽았기 때문이다. 한편 이들이 고려하고 있는 위기 극복 대안은 해외시장으로 조사됐는데 조사에 참여한 스타트업 중 37.9%는 이미 해외시장에 진출했고 52.4%는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우리 정부도 이러한 상황에 맞춰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스타트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돕고 있다. 해외에서의 직접 창업,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글로벌 투자 유치 전개, 글로벌 대기업과의 오픈 이노베이션 기회 확보 등을 통해 스타트업이 해외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한편 2023년 KOTRA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스타트업이 가장 많이 진출한 국가는 미국이며 조사 대상 전체 중 약 36.7%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에 대한 지원 노력이 바로 성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지원과 스타트업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많은 경우에서 좌절과 실패를 경험한다. 그렇다면 우리 스타트업이 이런 시행착오를 줄이고 보다 빠르고 효과적으로 ‘해외시장에서의 성공’이라는 목표에 도달할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네트워크의 힘’이다. 앞서 언급된 바와 같이 국내 스타트업이 가장 많이 진출하는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은 2023년을 기준으로 전 세계 유니콘 가치의 약 54.2%를 차지하는, 자타가 공인하는 지구 최강의 혁신 기술과 스타트업 천국이다. 이처럼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국가로 글로벌 성장을 주도하는 경쟁력으로 많은 요인이 꼽히지만 매우 유연하게 협력을 형성하고 강력하게 결속되는 ‘네트워크 사회’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탠퍼드의 학연이 실리콘밸리 혁신의 중요한 원동력이 됐다는 점은 많은 사례 연구 등을 통해 확인된 바 있고 주요 글로벌 기업과 스타트업, 벤처캐피털 등에서 인도계 및 중국계 인맥의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이렇게 형성된 네트워크는 다시 인도계와 중국계 스타트업의 성장을 견인하는 지원군이 되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네트워크는 두말할 여지 없이 유대계다. 이 강력한 네트워크는 미국을 움직이는 힘이라고 할 정도이며 미국 내 유대계 벤처캐피털의 투자는 이스라엘의 많은 유니콘 기업 탄생에 기여하고 있다. 지난주 뉴욕에서는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경과원)과 UKF(United Korean Founders) 간의 업무협약이 체결됐다. UKF는 미국에서 성공한 유니콘인 ‘눔’ 정세주 대표와 벤처캐피털인 ‘프라이머사제’ 이기하 대표가 그간의 경험을 통해 필요성을 절실히 느껴 만든 미국 내 성공 한인 창업자들의 연합이다. 경과원은 현지 한인 네트워크를 통해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한다는 차원에서 이번 UKF와의 협약을 추진했다.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과 현지 네트워크가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협약은 대단히 의미 있는 시도로 보인다. 이 협력관계가 앞으로 인도계, 중국계, 유대계를 뛰어넘는 시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보다 실질적인 지원이 뒷받침되길 바란다.
용문산은 산세가 상당히 큰 산이다. 한반도의 주요 대간, 정맥들에서 벗어나 별개의 단독 산군으로 존재하고 있다. 경기도에 있기에 그다지 크고 거친 산이 아닐 것 같은 인상을 갖기 쉽다. 악(惡) 자가 들어가지 않은 악산이 용문산이다. 용문산 정상 가섭봉은 실제 높이 1천157m, 서울 동쪽 42㎞ 지점에 위치해 광주산맥에 속하지만 독립된 산괴로 본다고 한다. 경기도에서 한강 이남으로는 제일 높은 산이다. 이 높은 산에 용문사가 있고 은행나무가 있다. 용문사 인근에는 상원사와 사나사가 있으며 상원사에서 고개를 넘으면 바로 양평읍과 연결돼 쉬자파크를 비롯한 관광상품이 즐비하다. 용문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25교구 본사인 봉선사의 말사로 돼 있다. 신라시대 신덕왕 2년(913년)에 창건돼 내려오고 있으니 1천년 고찰답게 각종 전설과 기담이 전해지고 있다. 용문사에는 정지국사탑 및 비가 자리하고 있으며 금동관음보살상이 있고, 참 나를 찾아 떠나는 템플스테이가 있다. 친환경 박물관도 있으며 바로 옆에는 야외음악당이 자리 잡고 있다. 용문사 앞에는 세계에서 유실수로는 가장 오래된 나무라는 은행나무가 있다. 오랫동안 내려오다 보니 조선시대에는 당상관 정3품 품계를 받은 적이 있다. 당상관은 임금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위치다. 용문산에서는 1907년 정미7조약 당시에 의병을 일으켰고 그 정신이 1919년 3·1운동까지 이어져 오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6·25전쟁 발발 시에는 중공군의 대공세를 완전히 섬멸하고 대승을 거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용문산전투전적비가 세워져 있다. 해마다 경기도에서 손꼽히는 산나물축제가 용문산과 용문역을 중심으로 3박4일간이나 열리고 10월에는 은행나무 축제가 개최되며 은행나무의 만년장생을 기원하는 영목제가 봉행된다. 한 방송사에 의하면 연간 관광 수익이 80억원이고 은행나무의 향후 수명을 200년으로 보면 1조6천억원의 수입이 예상된다고 한다. 이러한 훌륭한 관광지를 쉽게 찾아올 수 있는 도구가 기차다. 문산에서 출발해 서울역과 청량리를 거쳐 용문과 홍천을 오가는 경의중앙선 철로에 용문산역이 신설되면 이는 현재 관광수입을 훨씬 뛰어넘는 일대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멀어져 가는 용문~홍천 간 경의중앙선철도를 되살릴 묘책을 강구해야겠다.
아침 햇살이 떠 오르면 수줍어 눈 감고 꿈을 키우는 분꽃 저녁 다섯시가 되면 배시시 웃으며 피어나는 시계꽃 만개된 분꽃 보며 마실 나온 아낙네들 저녁상 차린다고 집으로 돌아 가면 달빛 먹고 까만 씨앗 키우며 분신을 만들기 위해 밤을 불태우는 분꽃 진숙자 시인 ‘수원문학 신인상’ 당선 한국경기시인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수원문학아카데미 회원 ‘시인마을’ 동인
참취의 꽃말은 ‘참맛’이다. 산나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나물이 바로 참취다. 실제 취나물 중 참취가 맛이 으뜸이며 그래서 이름도 참나물이다. 잎도 나물로 맛있지만 여름에 피는 꽃도 선명한 흰색으로 아름답다. 주변 전체가 녹색바탕일 때 흰꽃이 피기 때문에 훨씬 돋보인다. 봄에 나오는 신초를 따서 나물로 이용하며, 정원의 반 그늘진 곳에 심어 두면 번식력이 좋아 봄 내내 잎을 뜯어 쌈용이나 데쳐서 나물로 이용할 수 있다. 요통이나 장염에 약용으로 쓰기도 한다. 가을에 잘 여문 씨앗을 따서 뿌리면 이듬해 봄에 싹이 난다. 원 포기에서 나온 어린 포기들을 떼어 심으면 훨씬 잘 자란다. 반그늘 또는 그늘진 곳에서 잘 자라며 물 빠짐이 좋은 곳에서 생육이 좋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국토 균형발전의 핵심은 공공기관 이전이었다. 노무현 정부 이후 추진돼 지금도 진행형이다. 그 당위성을 새삼 토론할 필요는 없다. 국가 부(富)의 균형 배치라는 근본 가치는 분명하다. 다만, 효율성에 대한 개별적 평가는 여전히 제기된다. 그 중심에 놓인 주제가 업무의 분산·쪼개기 배치다. 지방 본사와 서울 분소 형식의 어정쩡한 병존이다. 경영의 비효율, 조직의 이원화 등의 문제가 확인된다. 122개 기관이 더 갔어도 이 논란은 남는다. 이와 똑같은 문제가 경기도에서 불거지려고 한다. 지난달 11일 발표된 김동연 지사의 구상이다. 기관장과 핵심 부서를 우선 옮기겠다고 했다. 신축 이전이 어려운 기관에 대한 대안인 셈이다. 당장 경기연구원(의정부),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파주), 경기신용보증재단(남양주) 등이 준비를 하고 있다. 이들 외에도 내년부터 이전이 시작될 기관은 여덟 곳에 이른다. 이전 부지를 마련한 곳은 경기도일자리재단 등 일부다. 쪼개기가 더 늘어날 수 있다. 대상 기관 소속원들의 이전 반대는 진즉부터 있었다. 주거 조건 불안정, 도청과의 격리 등을 호소했다. 그 의견은 다양하게 표출됐고 충분히 전달됐다. 하지만 기관 쪼개기 이전에 대한 우려는 성질이 다르다. 조직의 몸통과 머리를 격리시키는 작업이다. 몸통은 수원에, 머리는 북부에 두려는 것이다. 핵심 업무에 대한 결제는 모조리 기관장이 한다. 비대면으로 서명만 달아서 끝나지 않을 일이 태반이다. 그걸 들고 경기 남·북부를 오갈 판이다. 경기 북부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애초 기관 이전의 현실적 기대는 예산과 사람이다. 이 가운데 예산이 북부에 줄 이익은 미미하다. 경기도 전체를 위해 몫이 다 나뉘어 있는 돈이다. 남는 건 직원에 의한 상권 활성화다. 이걸 쪼갠다면 무슨 도움이 되겠나. 이를테면 경기연구원 직원이 180여명이다. 이 중에 몇 명을 보낸다고 해서 지역의 상권이 살겠나. 현실을 감안한 대안이라고 설명할 것이다. 그렇다면 묻자. 최선을 다하기는 했나. 알다시피 ‘이재명 지사’ 일이다. 15개 기관 이전을 시기까지 못 박았다. 물려받은 민선 8기가 반환점을 돌았다. 지금 상황을 보자. 2024 옮긴다던 여성가족재단은 내년으로 밀렸다. 관광공사, 문화재단, 평생교육진흥원도 2028, 2029년으로 밀렸다. 2026년 가려던 주택도시공사는 2029년으로 밀렸다. ‘부지 문제’를 공통의 원인으로 든다. 이걸 북부 지역민이 그대로 이해하겠나. 최선을 다했다고 알아주겠나. 의지가 높다고 인정하겠나. 민선 8기에 주어진 시간은 2년 남짓이다. 모든 이전을 끝낼 절대 시간이 부족하다. 다시 판단하고, 양해 구하고, 채근하면서 가면 된다. 결과 보이겠다며 기형 기관 만들면 안 된다. ‘몸통 수원-머리 북부’는 누가 봐도 기형 기관이다.
전국 곳곳에서 툭하면 ‘싱크홀(땅꺼짐)’ 사고가 발생한다. 도로를 달리던 차가 땅속으로 빠지는 사고가 발생하는가 하면, 길을 걷던 사람이 갑자기 땅이 꺼져 추락하는 사고도 종종 있다. 더불어민주당 염태영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2023년 전국에서 발생한 싱크홀은 모두 2천85개에 달한다. 이 중 경기도가 429개(21%)로 가장 많다. 이어 강원 270개(12.9%), 서울 216개(10.4%), 광주 182개(8.7%) 등의 순이다. 이 기간 사망·부상 사고는 각각 2건, 52건(부상자 71명)으로 집계됐다. 차량 파손도 수십대에 이른다. 실제 2022년 7월 성남시 중원구에서 발생한 싱크홀 사고로 8명이 다쳤다. 지난해 8월 안산시 단원구에서는 하수관과 맨홀 접합부 파손으로 포장보도 아래 땅이 가라앉아 1명이 부상을 입었다. 올해 8월 서울 서대문구에선 도로를 달리던 차가 싱크홀에 빨려 들어가 운전자 등 2명이 크게 다쳤다. 싱크홀은 발밑 지뢰나 다름없다. 유동인구가 많은 도심 한복판에서 갑자기 땅이 꺼진다면 어떤 대형 참사가 일어날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이를 단순히 불운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 싱크홀 사고의 대부분은 공사관리 부실이나 안전불감증에 기인한 인재(人災)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싱크홀의 원인으로 무분별한 지하공간 개발을 꼽는다. 상하수도관, 전력선, 통신선, 가스관 등을 지하에 매설하면서 지반구조가 망가지거나, 낡은 상하수도관에서 물이 새고 토사가 유실되면서 지반침하로 이어진다. 지하철, 지하보도, 지하차도, 지하주차장 등 도시개발로 인한 지하환경의 변화도 위험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싱크홀 사고가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는데 정부나 지자체의 대응은 부실하다. 국토교통부가 2015년부터 가스관, 상하수도관, 통신선 등 15가지 정보를 3차원 입체지도로 구현하는 ‘지하 공간 통합지도 구축사업’을 추진해 왔지만 겉치레에 그쳐 사고 예방과 대처가 크게 미흡하다. 지하공간 지도의 정밀도와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현행 지하안전법은 안전한 지하공간 개발을 유도해 싱크홀 사고를 국가 차원에서 예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싱크홀 점검에 나서고 있지만 도로, 빌딩가, 주택가를 가리지 않고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관련 장비·인원을 대폭 확충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절실하다. 정부와 지자체는 눈에 보이지 않는 지하 노후시설의 안전점검을 시행하고 필요하다면 광범위한 지반조사도 해야 한다. 도심 지하 공사의 안전기준을 높이고, 지반 탐사 역량도 강화해야 한다.
오키(隱岐)제도. 10여년 전 경기도내 지자체 관계자들과 찾았던 일본 섬의 이름이다. 관할 지자체는 시마네현이다. 일본에선 최서단이다. 독도에서 157㎞ 떨어졌다. 선착장에 내리자 ‘다케시마(竹島)는 일본 땅’이라고 적힌 현수막들이 이방인을 맞이했다. 한국을 떠나기 전부터 정치적 사안에 대해선 언급하지 말자고 했지만 까닭 모를 분노가 치밀었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독도와 관련된 양국 간의 분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앞서 시마네현 의회는 다케시마의 날을 제정한 조례안을 가결했다. 2005년 10월이었다. 이후 일본 정부는 정무관을 이 섬에 파견하고 있다. 제2차 아베 신조 내각 발족 직후인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12년 연속이다. 이에 맞서 우리 정부도 같은 해부터 일반인에게 독도 방문을 전면 허용하고 대일(對日) 신독트린을 발표했다. 다시 한번 고난의 역사를 복기해 보자. 일본은 1905년 일방적으로 독도 명칭을 다케시마로 바꾸고 시마네현에 편입시킨 뒤 계속 근거 없는 영유권을 주장해 오고 있다. 앞서 대한제국은 1900년 칙령 제41호를 통해 울릉도(鬱陵島)를 울도(鬱島)로 바꾸고 죽도(竹島)와 석도(石島)를 통치한다고 선포했다. 석도는 ‘돌로 된 섬’이라는 뜻의 ‘돌섬’을 한자로 옮긴 표현이다. ‘독섬’을 다시 한자로 표기하면서 ‘독도(獨島)’가 됐다. 독도가 행정지명으로 처음 언급된 건 1906년 심흥택 울릉군수가 정부에 올린 보고서를 통해서다. 이런 가운데 최근 오키제도가 독도 영유권 주장 집회를 14년 만에 열었다고 외신이 전했다. 정부에 각료(국무위원) 참석도 요구했다. 독도 문제 전담 조직을 설치하고 일본 어민이 안전하게 어업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요구서도 전달했다. 11월9일에는 영유권 확립운동 집회도 열 계획이다. 10월25일 오늘은 독도의 날이다. 아픈 손가락이지만 독도는 누가 뭐래도 늠름한 우리의 강토다.
흔히 산을 인생사에 비유한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번갈아 온다. 오를 땐 힘이 들다가도 정상에 설 때 희열을 느껴본 사람만이 안다. 그러나 자만해서는 결코 오를 수 없는 것이 또한 산이다. 국립공원이 국민의 삶과 추억 속에 자리한 지도 어느덧 57년이 됐다. 지난해 3천945만5천363명이 국립공원을 찾았다. 이는 국립공원이 우리 국민이 쉼을 얻고, 힐링을 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장소라는 것을 보여준다. 국립공원을 지속가능한 국민의 소중한 쉼터로 만들기 위해 자연보전과 공원시설 설치 및 관리, 자연공원 청소, 기후변화에 따라 생태계 조사와 생태 복원 등 오늘도 쉼 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는 국립공원공단 직원들이 있다. 다섯 번째 국립공원인 설악산은 세계적으로 그 보존 가치를 인정받았다. 1982년 유네스코로부터 생물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설악산의 주봉인 대청봉을 비롯해 소청봉, 중청봉, 화채봉 등 30여개의 높은 봉우리가 웅장하게 펼쳐져 있다. 설악의 관문처럼 버티고 있는 울산바위는 병풍이 산에 박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가을이면 더욱 아름다운 설악산은 첫 단풍 소식을 우리에게 제일 먼저 전해주는 명산이다. 지난해 224만2천781명이 설악산을 찾았고 그중 43.2%인 96만8천668명이 9~11월에 다녀갔다. 폭염으로 늦어진 가을 설악산 단풍의 수줍은 듯 붉게 물든 얼굴은 한 폭의 수채화다. 단풍이 기암괴석과 함께하니 더욱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계곡의 흐르는 물소리와 산새들 울음소리, 고즈넉한 산사에서 들려오는 스님들 불경소리가 어우러지니 세상일을 잠시 잊고 가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울긋불긋 단풍이 물들고 있는 국립공원을 찾는 등산객이 최근 크게 늘어남에 따라 사고 위험도 커지고 있다. 산에서의 음주 행위는 곧 사고로 이어지며 담뱃불은 자연을 폐허로 만들기 때문에 ‘자연공원법’에 따라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금지하고 있다. 또 지정된 탐방로가 아닌 비법정 탐방로인 ‘샛길’ 이용은 낙상 위험이 있고 탈진 탈수 때 원활한 통신이 안 돼 사고 발생 시 구조시간 지연으로 자칫 생명을 잃을 수 있다. 산악 사고의 대부분은 산 중턱이나 정상 부근에서 발생한다. 올라갈 때는 체력적 여유가 있어 잘 올라가지만 하산 시에는 체력 소모가 더 많아 하산하는 오후 시간에 사고가 집중돼 있다. 산행 전 스트레칭과 체력에 맞는 산행 코스 선택 및 여분의 옷, 비상식량과 랜턴, 보조배터리, 상비약품 비치, 조난 사고에 대비한 다목적위치 표지 숙지, 2인 이상 동반 산행, 음주 및 야간 산행 금지 등 안전수칙 준수는 물론이고 지정된 탐방로를 이용해 산행할 것을 당부한다. 자연을 보호하고 산을 지키는 것은 국립공원공단과 탐방객의 몫이지만 탐방객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것은 무엇보다 안전수칙을 최우선으로 하는 탐방객에게 있다. 단풍이 물든 국립공원에서 즐거운 가을 산행이 되기 바란다. 아울러 자연보호에도 동참해 국립공원을 미래 세대에 유산으로 물려주자.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