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빈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스타트업 본부장
얼마 전 중소벤처기업부에서는 국내 벤처투자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희망적인 소식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러한 투자 여건의 긍정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체감되는 상황은 조금 다른 것 같다.
10월 초 구글이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이런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구글이 지난 9월12일부터 27일까지 중기부 ‘창구 프로그램’에 참여한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42.7%가 현재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여건을 부정적으로 평가했고 그 이유로 ‘투자시장 위축’과 ‘경기 불황’을 꼽았기 때문이다. 한편 이들이 고려하고 있는 위기 극복 대안은 해외시장으로 조사됐는데 조사에 참여한 스타트업 중 37.9%는 이미 해외시장에 진출했고 52.4%는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우리 정부도 이러한 상황에 맞춰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스타트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돕고 있다. 해외에서의 직접 창업,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글로벌 투자 유치 전개, 글로벌 대기업과의 오픈 이노베이션 기회 확보 등을 통해 스타트업이 해외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한편 2023년 KOTRA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스타트업이 가장 많이 진출한 국가는 미국이며 조사 대상 전체 중 약 36.7%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에 대한 지원 노력이 바로 성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지원과 스타트업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많은 경우에서 좌절과 실패를 경험한다. 그렇다면 우리 스타트업이 이런 시행착오를 줄이고 보다 빠르고 효과적으로 ‘해외시장에서의 성공’이라는 목표에 도달할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네트워크의 힘’이다.
앞서 언급된 바와 같이 국내 스타트업이 가장 많이 진출하는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은 2023년을 기준으로 전 세계 유니콘 가치의 약 54.2%를 차지하는, 자타가 공인하는 지구 최강의 혁신 기술과 스타트업 천국이다. 이처럼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국가로 글로벌 성장을 주도하는 경쟁력으로 많은 요인이 꼽히지만 매우 유연하게 협력을 형성하고 강력하게 결속되는 ‘네트워크 사회’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탠퍼드의 학연이 실리콘밸리 혁신의 중요한 원동력이 됐다는 점은 많은 사례 연구 등을 통해 확인된 바 있고 주요 글로벌 기업과 스타트업, 벤처캐피털 등에서 인도계 및 중국계 인맥의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이렇게 형성된 네트워크는 다시 인도계와 중국계 스타트업의 성장을 견인하는 지원군이 되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네트워크는 두말할 여지 없이 유대계다. 이 강력한 네트워크는 미국을 움직이는 힘이라고 할 정도이며 미국 내 유대계 벤처캐피털의 투자는 이스라엘의 많은 유니콘 기업 탄생에 기여하고 있다.
지난주 뉴욕에서는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경과원)과 UKF(United Korean Founders) 간의 업무협약이 체결됐다. UKF는 미국에서 성공한 유니콘인 ‘눔’ 정세주 대표와 벤처캐피털인 ‘프라이머사제’ 이기하 대표가 그간의 경험을 통해 필요성을 절실히 느껴 만든 미국 내 성공 한인 창업자들의 연합이다. 경과원은 현지 한인 네트워크를 통해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한다는 차원에서 이번 UKF와의 협약을 추진했다.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과 현지 네트워크가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협약은 대단히 의미 있는 시도로 보인다. 이 협력관계가 앞으로 인도계, 중국계, 유대계를 뛰어넘는 시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보다 실질적인 지원이 뒷받침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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