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오늘, 김동연 경기지사가 예산 설명을 했다. “경제와 민생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경기 침체의 장기화,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로 경제가 어렵고 민생은 고통받고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전쟁에 더해 중동 전쟁 발발 가능성 등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 경제와 민생이 어려울수록 재정이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 확장 예산에 대한 설명이었다. 그때 2024년 예산이 전년보다 6.9% 증가한 36조원이었다. 올해는 어떤가, 김 지사의 당시 발언을 대입해 보자. 경기 침체,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은 그대로다. 여기에 반도체 리스크가 눈앞에 와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전쟁에는 북한 개입이라는 변수도 생겼다. 한반도 긴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동 전쟁은 이란의 개입으로 크게 확전했다. 하나같이 불안과 악화의 길에 접어들었다. 김 지사의 확장 재정은 올해도 유지될 것인가. 2025년 새해 예산안이 나왔다. 역시 최대 규모다. 38조원으로 2조원 늘었다. 도가 강조하는 항목이 있다. 민생 경제 예산이다. 지역화폐 발행 1천43억원이다. 중소기업·소상공인·농어민 지원을 위한 농수산물 할인 쿠폰 200억원이다. 취약계층을 위한 지원 예산도 400억원 넘는데, 참전 유공자 명예 수당과 장애인 기회소득 등이다. AI와 미래 먹거리 산업에 대한 예산도 140억여원이다. 큰 틀의 항목에서 버릴 것을 찾는 게 쉽지 않다. 굳이 트집 잡힐 내역도 발견되지 않는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재정의 비중은 크다. 과감한 재정 투입으로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 지자체 재정은 지역 경제를 좌우하는 직접적 투자 요소다. 경기도 예산 38조원은 연 매출 38조원의 경기도 기업인 셈이다. 경기도가 3년간 확장 재정을 유지한 이유일 것이다. 문제는 언제나 그렇듯이 재정건전성이다. 살핀 것처럼 국내외 환경은 지난해보다 나빠졌다. ‘예상하지 못한 파국’의 가능성이 늘 열려 있다. 괜찮겠냐는 우려가 곳곳에 있다. 경기도 곳간 사정은 이미 안 좋다. 세수가 줄었다. 상반기에 6조8천863억원 걷혔는데, 2년 전 대비 8천억원 적다. 끌어다 쓸 수 있는 각종 기금의 여력도 빠듯하다.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은 지금 2천53억원 남았다. 2021년 말 1조2천665억원이었다. 3년간 1조600억원 썼다. 지역개발기금은 이미 빚잔치가 시작된 상태다. 매년 3천억원씩 갚아 나가야 한다. 긴축에 들어간 정부에서 올 돈도 별로 없다. 이런 때 또 나온 경기도 거대 예산이다. 확장 재정 기대와 채무 확장 우려가 똑같이 있다. 집중하고 선택하는 검산 과정이 필요할 듯하다. 특히 재원 마련의 출처와 적정성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코레일유통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공공기관이다. 기차역과 전철역 구내에서 생활용품 및 음식 등을 판매하는 유통업, 광고업, 임대업 등을 하는 사업자다. 역사 내에서 음식, 의류, 화장품 등을 판매하는 수백개 전문점 운영 중소상공인들과 임대차 계약을 맺고 있다. 그런데 코레일유통이 임대 소상공인들의 판매 수익금 수수료를 최대 30%까지 떼가는 것으로 확인됐다. 예전엔 목표 매출액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추가 수수료까지 받는 ‘갑질’을 일삼은 사실도 있다.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내용이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소상공인에게 불리한 불공정 약관을 적발해 이를 시정하도록 조치한 바 있다. 코레일유통의 기차역 내 상가 임대수수료는 보증금 1천만원에서 최대 3천만원에 월 매출의 최소 17%~최대 49.98%다. 업체 입점은 공개입찰을 통해 결정되며, 낮은 수수료를 제시할수록 입점은 어려워진다. 매출에 비례한 임대수수료 산정은 문제가 많다. 이로 인해 각 지역의 대표성을 띠는 기업들이 기차역을 떠나고 있다. 실제 전주역에 입점했던 PNB풍년제과가 지난 2019년 전주역을 떠나 역 인근 상가로 이전했다. 부산에선 삼진어묵이 코레일유통이 요구하는 월 3억원 상당의 임대료를 거부하고 부산역 인근 매장으로 이전했다. 지난 2월엔 대전지역 유명 빵집인 성심당이 재계약 과정에서 기존 월 임대료의 4배가 넘는 4억4천여만원을 요구받아 논란이 됐다. 전국적 이슈로 떠오르고 정치권까지 관심을 갖게 되면서 입찰 기준을 낮춰 영업 종료 위기를 면했지만 코레일유통에 비난이 쏟아졌다.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이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코레일유통이 수익금 수수료를 25~30%씩 가져가는 것에 반감이 크다. 코레일유통은 지난달 중순부터 자체 운영하는 ‘스토리웨이’ 편의점과 ‘중소기업명품마루’에서 지역 소상공인의 우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 7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맺은 ‘지역경제 활력 제고 및 지역상권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의 일환이다. 이에 소상공인들은 KTX 역사 내 스토리웨이 편의점 다섯 곳에서 7종의 백년가게 밀키트를, 중소기업명품마루에선 백년소공인 9개 회사의 52종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문제는 수수료다. 원가를 제외한 순수익에서 코레일유통이 30%가량을 가져간다. 인터넷 사이트 수수료가 10~20%인 것과 비교하면 2배를 챙기는 것이다. 지역 소상인 제품에 높은 수수료율 적용은 코레일유통이 목표하는 ‘로컬 콘텐츠의 성장과 경쟁력 지원’에 부합하지 않는다.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의 상생을 위해선 수수료를 인하해야 한다.
김장철이 돌아왔다. 김장은 엄동(嚴冬) 3~4개월간을 위한 채소 저장 방식으로 늦가을의 중요한 행사다. 이때 담근 김치를 보통 김장김치라고 부른다. 배추와 무가 주재료다. 부재료는 미나리, 갓, 마늘, 파, 생강 등이다. 소금, 젓갈, 고춧가루 등으로 간을 맞춰 시지 않게 겨우내 보관한다. 201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도 등재됐다. 이런 가운데 올해도 김장 비용이 예사롭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어김없이 오를 전망이어서다. 4인 가족 김장에 드는 비용이 41만9천130원으로 예상됐다. 물가당국이 17개 시·도 전통시장에서 김장 재료 15개 품목 가격을 조사한 결과다. 지난해보다 19.6% 더 든다는 분석도 나왔다. 배추와 무 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특히 주재료인 배추와 무 가격이 1년 전과 비교해 60% 이상 오르면서 전체 비용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배추 소매가격은 포기당 평균 7천50원으로 예상됐다. 당초 11월 전망치인 5천300원보다 비쌌다. 1년 전 가격과 비교하면 61.1% 비싸다. 무와 미나리 소매가격도 1년 전보다 각각 65.9%, 94.5% 올랐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 지난 여름 폭염 여파다. 채소값 강세의 주요한 원인이기도 하다. 생육이 부진해 생산량이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생강 소매가격은 1년 전보다 각각 29.9%, 21.9% 떨어졌다. 그나마 다행인가. 국내산 공급이 안정적인 데다 수입 물량도 늘어서다. 반가운 대목이다. 대형마트에서 김장 재료를 사면 4인 가족 기준으로 52만1천440원이다. 전통시장에서 구매할 때보다 10만원가량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물가의 어느 한구석에도 편한 대목이 없다. 서민들에겐 이래저래 힘든 계절이다. 그래서 해마다 이맘때면 드는 쓸데없는 상념이 있다. 김장 비용이 하락하는 일은 혹시 없을까.
1901년부터 시작된 노벨상 시상 분야 가운데 컴퓨터과학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컴퓨터과학의 아버지 앨런 튜링을 기리며 1966년부터 튜링상이 제정됐는데 이후 컴퓨터과학 분야의 노벨상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2024년 노벨상 수상자에 컴퓨터과학의 일부인 인공지능 분야의 전문가 다수가 이례적으로 선정되는 일이 벌어졌다. 노벨 물리학상은 프린스턴대 존 홉필드 교수와 토론토대 제프리 힌튼 교수에게 돌아갔다. 이들은 인공지능 신경망과 딥러닝 개발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또 노벨 화학상은 워싱턴대 데이비드 베이커 교수와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 최고경영자(CEO), 존 점퍼 수석연구원이 수상했다. 이들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단백질 구조 예측 기술을 개발해 화학 발전에 기여했다. 홉필드 교수는 인간의 뇌세포를 모사한 ‘홉필드 네트워크’를 제안해 인공신경망의 기초를 마련했다. 이후 힌튼 교수는 이를 개선해 볼츠만 머신을 개발하고 뇌 구조와 유사한 심층 신경망으로 ‘딥러닝’이라는 혁신적인 학습법을 제시했다. 그는 딥러닝의 선구자로, 요수하 벤지오 몬트리올대 교수 및 얀 르쿤 메타 수석연구원과 함께 딥러닝으로 2018년 튜링상을 공동 수상하기도 했다. 단백질 구조는 질병의 원인과 치료 방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단백질의 잘못된 접힘은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과 같은 퇴행성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베이커 교수는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로제타 폴드’를 개발했고 하사비스와 점퍼는 이를 개선한 ‘알파 폴드’를 통해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빠르게 예측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처럼 2024년 노벨상 수상자 명단에 인공지능 전문가가 다수 포함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인공지능은 물리학과 화학, 두 분야에서 모두 그 영향력을 인정받으며 이제는 미래가 아닌 현재의 기술임을 분명히 했다. 인공지능을 등한시하거나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 개인과 국가는 앞으로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는 경고로도 해석된다. ‘권력과 진보’라는 저서로 유명한 대런 아세모글루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도 이번 2024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중 한 명이다. 수상 직후 그는 현재의 인공지능에 대해 거품론을 제기했다. 앞으로 10년 동안 인공지능이 대체할 일자리는 5%에 불과할 것이라는 그의 예측은 인공지능의 신뢰성 부족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됐다. 힌튼 교수도 맥락을 같이하며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앞으로 인류는 인공지능으로 인해 엄청난 이득을 볼 것이지만 부작용과 역기능을 처리하기 위해 얻은 이득의 두 배를 쏟아야 할 것이다.” 인공지능은 현재 기술이자 강력한 혁신 성장동력으로서 개인과 국가의 미래 향방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현재의 인공지능이 가지고 있는 잠재적 위험, 이에 따른 신뢰성 결여는 당장 해결해야 할 중요한 숙제다. 이를 위해 영국, 미국, 캐나다, 일본, 독일은 ‘AI 안전 연구소(AISI)’를 국가 차원의 연구기관으로 설립해 필요한 기술과 정책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글로벌 흐름에 가장 신뢰성 있고 안전한 인공지능을 개발해 활용하는 나라로 빠르게 자리 잡아야 한다. 지금까지 인공지능 산업에 있어 거대 자본과 핵심 기술을 기반으로 앞서가는 1위 미국, 2위 중국에 이어 우리나라가 독보적인 세계 3위 국가(G3)로 올라서는 데 ‘안전한 인공지능 확보’는 가장 실효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전쟁은 정말로 피할 수 없는 것인가. 이 질문은 단순한 군사적 충돌의 위협을 넘어 인류의 존재에 대한 깊은 고찰을 요구한다. 현대 세계는 문명 간의 갈등과 국가 간의 불안정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헤겔의 ‘정반합’ 개념은 변증법적 과정으로 이러한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인류는 진리와 참된 인식을 탐구하며 발전해 왔지만 그 과정에서 고통 또한 동반해 왔다. 정(正)에서 반(反)으로, 그리고 중간의 균형을 찾아가는 여정은 자연스럽고 바람직한 과정이다. 세계와 남북 간의 문제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소련의 붕괴로 냉전이 종식된 후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저서 ‘역사의 종말’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승리를 주장했다. 하지만 이 주장은 서구 가치가 보편적이라는 오만한 가정에 대한 비판을 받는다. 세계는 서구의 기대와 달리 국가 간 분쟁과 문명 간 충돌이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새뮤얼 헌팅턴이 제시한 ‘문명 간의 충돌’은 이러한 불확실성을 강조한다. 과거 냉전 시대에는 국가나 민족의 정체성이 이념에 의해 결정됐지만 현재는 문명과 종교가 그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다. 이로 인해 억압받던 문명 간의 대립이 다시 표면화되고 있다. 오늘날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은 중동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그 참화가 계속되고 있다. 서구 기독교권과 중동 이슬람권의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서구는 오만하다는 평가를 받고, 이슬람은 편협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테러는 문명과 체제의 우위를 지키기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듯이 폭력도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9·11테러 같은 비극은 이를 여실히 증명한다. 한반도의 안보 상황도 최근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북한의 군사적 도발 위협과 남한에 대한 적국 규정,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선 투입 문제는 긴장을 더욱 고조시킨다. ‘전쟁이 일어날 것인가’라는 질문은 우리의 일상에서 불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 폭탄과 비명에 질린 아이들의 눈빛은 중동만의 문제가 아니다. 역사적으로 우리는 수많은 외침을 겪어 왔고 남북 간 대립은 여전히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북한의 행동은 단순한 군사적 대결을 넘어서는 복합적인 국제 및 내부 요인이 얽힌 결과다. 미국은 북한의 핵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제재를 강화하고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과의 전략적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한반도 문제는 단순히 남북 간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 정치의 흐름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북한의 장사정포와 특수부대는 언제든지 위협이 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단순한 군사적 대응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북한은 올해도 12회의 미사일 발사와 30회의 오물풍선 살포로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한반도의 피해는 불가피할 것이다. 전쟁에 대해 논하는 이들은 많지만 그 참혹함을 직접 겪어본 사람은 드물다. 우리는 더 이상의 분열을 멈추고 서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현재의 정치적 상황은 매우 어수선하지만 전쟁의 불안을 제거하고 자유롭고 평화로운 일상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공통의 안보 이익을 위한 접근이 필요하다. 서로를 적으로 간주한다면 안보와 평화는 더욱 멀어질 것이다. 상호 신뢰를 구축하고 안보 체제를 강화해 전쟁의 불가피성을 줄여야 한다. 테러와 핵 같은 대량살상무기 문제는 정치적 이념과 무관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다. 외교는 현실적이고 전략적이어야 하며 군사 행동에 앞서 철저한 안보 외교가 선행돼야 한다. 북핵 문제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은 국가 안보의 중대한 시험대다. 전쟁을 부추기는 무책임한 언사를 멈추고 화합과 평화라는 정반합이 이뤄져야 한다. 평화 없이는 국가도 존재할 수 없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제일 어려워하는 부분 중 하나는 ‘설득’이다. 대기업 등 외부로부터 수주받기 위해 설득하고 물건을 납품하기 위해 설득하는 과정, 소비자에게 판매를 위해 설득하는 것이 참 어렵다. 설득하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제품을 생산해도 재고만 늘어나게 될 것이기 때문에 설득은 매우 중요한 경영기술이라 할 수 있다. 다양한 존재에게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는 모든 소통행위를 설득 또는 ‘설득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한다. 우리는 생활 가운데 늘 설득하거나 설득당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설득은 전달자가 자신이 주장하거나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상대방에게 강압적인 수단 없이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하는 기술이다. 이 설득이란 소통기술은 일상생활은 물론이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스포츠 등 모든 분야에서 원하든 원치 않든, 의식적이거나 무의식적으로도 접할 수밖에 없다. 설득에는 상호성과 일관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다. 상호성은 인간관계를 맺어 주는 중요한 요소다. 아예 이를 무시하면 몰염치하거나 철면피한 사람이 되고, 사람을 잃게 되고, 마음마저 불편하니 상호적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상호성은 대가이고 일방적이 아닌 쌍방적 소통이기 때문이다. 일관성이 있으면 상대방에게 신뢰를 주기 때문에 설득에 더 유리하다. 상대방은 그 논리나 내용보다는 전달자의 일관성에 믿음을 더 주기도 한다. 일관성은 전달자가 유리할 때는 별문제가 없지만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기 어려울 때는 일관성 있는 자세를 취하려다 궤변이나 우격다짐으로 변질할 우려도 있다. 자신이 믿는 바가 객관적이지 못하지만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객관적이라는 생각을 주입시키기 마련이다. 그래서 일관성이란 좋은 면에서는 ‘신뢰’이지만 다른 면에서는 ‘억지’일 가능성도 많은 것이다. 잘 정리된 논리로 자기 자신을 먼저 설득시키고 상호성과 일관성을 잘 갖춘 설득커뮤니케이션은 기업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킬 것이다. 일반인도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남다른 설득 기술을 훈련해야 한다. 우선 조직 내에서 나와 조직원을 충분히 설득시켜 보고 설득된다면 납품업체나 거래업체를 설득하면 백전백승이 아닐까 싶다.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들은 늘 설득과 소통의 설득커뮤티케이션에 익숙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방의 당정협의는 광역 경계를 초월한다. 두세 개 광역자치단체가 머리를 맞대고 앉는다. TK는 대구·경북 정치인들이 모인다. 부울경은 부산·울산·경남이 함께 하는 자리다. 충청은 대전·세종·충북·충남이 모두 모인다. 오래전부터 활성화된 권역별 당정협의회다. 철도, 공항, 항만은 특정 지역의 경계를 넘는다. 통합적인 논의와 사고 없이는 풀어낼 수 없다. 이런 필요성이 더 요구되는 곳이 수도권이다. 경기·인천·서울이 수도권으로 구획돼 있다. 수도권 전체 현안이 많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의 규제만 50년이 넘었다. 상수원보호구역, 접경지역규제도 그 정도다. 동서남북 권역별 현안도 수두룩하다. 산업의 첨병 반도체 생존이 걸려 있다. 경기국제공항은 경기 남부를 관통한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는 300만명이 지켜본다. 시·군으로 쪼갠 현안은 더 수두룩하다. 하지만 국회의원과 행정이 머리를 맞댄 모습은 좀처럼 찾기 힘들다. 엊그제 국제공항 부지 발표 당정 혼선이 그런 예의 하나다. 법안 발의는 너도나도 했다. 경기국제공항 관련 법안에 5명의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반도체 벨트 지원 법안을 4명의 의원이 발의했다. 접경지역 관련 법안에 2명, 군사지역 관련 법안에 4명, 낙후 지역 법안에 2명이 올라 있다. 경쟁하듯이 지역 현안에 이름을 올렸다. 법안 발의는 아주 작은 시작일 뿐이다. 법안 발의와 법률 제정의 간극은 상당히 크다. 앞선 법안 상당수는 21대, 20대, 혹은 그 이전에도 있었다.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이걸 공약 이행이라고 할 수 없다. 지역민에게는 진부한 기억도 있다. 주무 장관 찾아가 찍은 사진 홍보한다. 쥐꼬리만큼 용역비 세우고 보도자료 뿌린다. 3년 뒤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는다. 모두가 걱정하는 결과다. 경기국제공항 여전히 답보, 접경지역 개선 제자리걸음, 군사지역 규제 변함 없고, 낙후 지역 지원 무산으로 끝날 것 같다. 법안 통과를 위한 숱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당정과 협의하고, 의원 간 토론하고, 부처를 추궁해야 한다. 이게 없다. 무려 60명이 국회의원인 경기도다. 이들의 구호는 다른 데 가 있다. 특검, 탄핵, 방탄, 재판이다. 정치 투쟁 자체를 뭐라 할 건 아니다. 정권 쟁취는 지극히 현실적인 정당의 목적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지점에 놓인 지역구 책임이 있다. 공약 이행을 위해 열심히 뛰는 모습이다. 그런 게 없다는 거다. 과거에도 그랬는데 지금은 더 그렇고, 경기도에서 특히 그렇다. 혹시 쉽게 된 야당 의원이라서 이러나. 혹시 텃밭에서 된 여당 의원이라서 이런가. 정쟁에 쏟는 에너지의 절반이라도 지역민을 위해 쏟는 국회의원. 경기도에선 손가락에 꼽힐 정도다.
인천시의 내년도 예산안이 나왔다. 14조9천여억원이다. 올해 예산보다 972억원이 줄어들었다. 0.6% 마이너스 예산이다. 2015년도 본예산 이후 9년 만의 첫 예산 감축이라고 한다. 중앙·지방정부 할 것 없이 세수 결손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어렵더라도 건전재정의 기조를 지켜 나가야 할 때다. 인천시는 내년 시세 수입을 올해보다 1천74억원 늘어난 4조9천여억원으로 추계했다. 이 밖에 세외수입 2조3천여억원, 지방교부세 9천300여억원, 국고보조금 4조8천여억원, 지방채 4천200여억원 등이다. 내년도 인천시의 예산 지출은 크게 4개 분야로 나뉜다. 시민불편 최소화 및 시민행복 체감 사업에 3조6천여억원이 들어간다. 민생경제 회복과 약자복지 5조3천여억원이다. 미래사회 준비 투자에 4조2천여 억원이 쓰인다. 이 밖에 글로벌 톱텐시티 도약을 위한 지출이 1조7천여억원이다. 중점 사업별로는 시민 불편이 없는 교통환경 조성에 7천752억원을 편성했다. 인천 아이(i)-패스 등 대중교통비 지원(439억원), 통행료 지원(527억원), 교통비 할인(884억원) 등이 크게 늘어난다. 인천형 저출생 정책의 안정적 정착에도 힘을 쏟는다. 인천형 저출생 정책 제1호인 ‘1억 플러스 아이(i)드림’ 사업에 맘편한 산후조리비까지 추가, 모두 568억원을 지원한다. 인천형 저출생 정책 제2호인 ‘아이(i) 플러스 집드림’ 사업에는 101억원을 책정했다. 문화·체육·관광 분야에도 5천284억원을 편성했다. 인천보물섬 프로젝트 제1호인 ‘인천 아이(i) 바다패스’에 93억원을 지출한다. 인천뮤지엄파크 건설에도 199억원이 들어간다. 이 밖에 부평 문화도시 조성(23억원)이나 문화누리카드(244억원), 예술창작지원(29억원) 등도 반영했다. 서민경제 회복 등 민생경제 지원에 6천3억원을 지원한다. 노인, 저소득층,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 및 창업 활성화에 2천550억원을 책정했다. 올해보다 1천785개 늘어난 6만2천823개의 일자리를 마련한다. 소상공인의 물류비용을 줄이기 위한 ‘인천형 반값택배’에도 53억원이 들어간다. 팽창 일로의 복지 지출이 균형 예산이나 건전재정을 흔드는 시대다. 이미 인천은 10여년 전 과다한 시정부 부채로 몸살을 앓은 경험이 있다. 인천시는 재정사업들을 원점 재검토, 낭비적 지출을 덜어냈다고 밝혔다. 시민들의 가계든, 시정부의 예산이든 낭비를 줄이고 수지를 맞추는 게 첫걸음이다. 시민 세금은 재물이 계속 쏟아지는 화수분이 아니다. 지방채 발행도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세수 보릿고개 시대, 선택과 집중이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