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서 선정한 ‘10대 소비자 뉴스’를 보면서 2024년을 소비자의 입장에서 속담으로 표현하면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로 정리할 수 있을 듯하다. 지난 7월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온라인쇼핑의 대표주자인 티켓몬스터와 위메프가 소비자뿐만 아니라 수많은 중소 사업자에게 1조3천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히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발생했다. 소비자의 피해 보상을 위해 며칠 전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서 조정안을 제시했지만 이미 회생절차에 들어간 티메프가 적극적으로 보상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고 연대책임을 사업자인 판매사와 결제대행사도 조정안을 수용할지 우려가 큰 상황이다. 소셜커머스 시대를 선도했던 거대한 쇼핑몰이라는 ‘믿는 도끼’에 우리 소비자는 제대로 ‘발등을 찍힌’ 셈이다. 연초 정부의 의사 인력 증원 발표 이후 정부와 의료계의 극한 대립은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전공의 이탈로 의료 현장이 무너지고 있고 소위 ‘응급실 뺑뺑이’로 피해를 보는 것은 오로지 소비자다. 의료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문제가 많겠지만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의료 서비스라는 공공성을 최우선으로 부디 정부와 의료계가 하루빨리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바란다. 이 밖에도 물가 불안과 겹친 초저가 전략의 C-커머스의 공격적인 마케팅과 이에 따른 유해물질 검출, 소비자 피해 해결 창구의 미비, 개인정보 보안 문제 등이 심각한 소비자 문제로 대두됐다. 또 전기차 화재나 급발진 사고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커졌지만 관련 입법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특히 자동차 급발진 사고에 대한 입증 책임의 전환이 핵심인 제조물책임법의 개정(일명 ‘도현이법’)은 소비자의 숙원 과제다. 소비자상담건 중 가장 많은 품목인 구독서비스, 특히 헬스장과 유사투자자문서비스의 중도 해지 및 환불 문제는 합리적인 해결을 위한 제도적인 개선과 행정기관의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 이뿐만 아니라 무료인 줄 알았는데 유료로 전환된 사례, 가입 사실이 없는데 일방적으로 가입된 사례, 가입 후 해지가 너무 어려운 사례 등 다크패턴(Dark Pattern) 상술로 인한 피해도 심각하다. 소비자로서 2025년에는 이런 뉴스가 많았으면 좋겠다. 사업자는 공정하게 판매하고, 소비자는 정당하게 권리를 행사하는 뉴스, 정부와 의료계의 대타협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게 됐다는 뉴스 말이다. 궁극적으로 소비자와 사업자가 역지사지(易地思之)로 상생하는 사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29일 참사 직후 제주항공이 내놓는 입장이 있다. 진행되는 정부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다.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결과를 지켜보겠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분명하게 선을 그은 대목이 있다. 제주항공의 자체 책임과 연결될 수 있는 부분이다. 항공기 정비 소홀 지적에 대해 전혀 아니라고 했다. 신규 노선 증가로 인한 무리한 운항도 없었다고 했다. 언론이 요구한 정비 이력 공개는 하지 않았다. 관련 자료를 정부에 제출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가슴을 쓸어내릴 일이 생겼다. 제주항공의 동일한 기종이 하늘에서 회항했다. 랜딩기어 이상이 발견된 것이다. 30일 오전 6시37분 김포공항을 출발한 제주행 7C101편이다. 이륙 직후 기체 결함이 안내됐고 7시25분 출발했던 김포공항으로 돌아갔다. 승객 21명은 불안을 호소하며 탑승을 포기했다. 제주항공 측은 “안전 운항을 위해 필요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무안공항에서는 참사 현장이 채 정리되지도 않았다. 무안공항 참사 직후 일부 시민의 증언이 소개됐다. 지난 27일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에서의 시동 꺼짐 현상이다. 탑승하는데 엔진이 돌아가는 소리가 끊어지면서 기내 전기가 꺼졌다고 했다. 엔진 시동음과 기내 전기가 꺼지는 일이 몇 차례 계속 반복됐다고 한다. 승객 여러 명이 물었지만 구체적 설명은 없었다고 했다. 해당 비행기는 그대로 출발했고 무안공항에 도착했다. 같은 항공사에서 27, 29, 30일 연거푸 일어난 일이다. 참사 당일 브리핑에서 기자들이 기체 점검 계획을 물었다. 이에 대해 제주항공 관계자는 “어디에 이유가 있다고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국토부도 제주항공의 다른 기체에 대한 점검 계획은 밝힌 바 없다. 그리고 다음 날 새벽 제주항공 비행기가 랜딩기어 고장으로 회항했다. 제주항공 측은 그제야 머리 숙여 사과했고, 국토부는 서둘러 “항공안전감독관을 제주항공에 급파해 감독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29일 참사의 직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조류 충돌이 유력하다지만 현재로서는 논란이 많다. 양쪽 엔진과 유압장치가 모두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에 이의가 있다. 화재 발생 원인도 활주로 마찰설과 오버런 추정이 충돌한다. 블랙박스는 많이 손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에 맡기면 6개월 이상 소요될 수 있다. 제기되는 국민적 의혹이 한둘이 아니다. 그중 몇은 블랙박스 없이도 밝혀질 의혹이다. 29일 수사본부가 차려졌다. 투입된 경찰 인원만 264명이다. 통상 수사 착수의 형식은 압수수색이다. 만 하루가 지났지만 그런 얘기는 없다. 정비 소홀은 업무일지로 확인할 일 아닌가. 무리한 운항은 운항 기록과 여객기 보유로 확인될 일이다. 제주항공의 높은 항공기 가동률은 이미 수치로 확인됐다. 제주항공이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그건 임의 제출이다. 흔히 봐온 강도 높은 경찰 수사나 정부 조사와는 거리가 멀다. 엄정한 수사로 국민 불안과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 그게 희생자 179명에게 경찰이 갖고 있는 도리다.
세계경제 순위 10위권의 선진국을 자랑하는 한국의 국격이 급격히 추락하는가 하면 국제사회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대한민국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대행 체제가 탄생해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초불확실성 정치 상황을 접하게 됐다. 한국 정치의 앞날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하는 미궁에 빠지게 됐다. 문제의 원초적 제공은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다. 일단 12·3 비상계엄은 다행히 국회 의결로 해제됐으며 윤 대통령의 탄핵 인용 여부는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따라서 국회는 이후의 정국 안정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함에도 대통령선거를 겨냥한 정치공학에만 몰두해 오늘과 같은 정치 파국 지경에 이르게 됐다. 지난 금요일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3명의 임명을 보류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국민의힘이 불참한 가운데 가결했다. 이에 따라 한 권한대행 체제가 출범한 지 13일 만에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그 자리를 이어받게 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과 국무총리 역할까지 1인 3역을 맡는 기형적인 체제가 등장했다. 그 여파는 가히 공포 수준이다. 국민들은 극도로 불안해하고 있으며 어려운 경제는 무너지고 있다. 환율은 한때 1천480원 선도 넘어섰으니 이는 금융위기 이후 15년 9개월 만의 최고치다. 대외 신인도가 추락하고 있으며 제2의 외환위기가 어른거리고 있다. 체감 경기는 최악으로 민생은 아우성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민주당은 최 권한대행에게까지 국회 몫 헌법재판관 임명을 독촉하면서 이를 거부하면 최 권한대행은 물론 이후 권한대행들을 줄탄핵해 국무회의 기능 자체를 스톱시킬 움직임까지 있다. 이에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재판을 최대한 늦춰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최종 판결까지 기다리겠다고 하는 등 여야가 모두 정치적 계산에만 치중하고 있다. 여야는 정치공학만 계산하지 말고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도록 조속히 대화를 해야 한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재판이 속히 마무리되는 것이 정국 안정의 열쇠이므로 국회는 이를 여야 간 합의해야 된다. 국회는 각 정파의 정치적 야욕을 채우는 헌법기관이 아니다. 국리민복을 하겠다는 국회의원 선서를 되새겨 국난 극복을 위한 국회 본연의 역할을 하기를 재삼 촉구한다.
해마다 이맘때면 각종 보너스가 집중된다. 또박또박 월급받는 직장인들의 얘기지만 말이다. 소비도 는다. 가족이나 친지 등에게 선물을 주기 위해서다. 내수도 늘고 관련 기업 매출도 증대된다. 해당 회사의 주식 매입도 늘고 증시 전체가 강세로 이어진다. 이를 산타랠리라고 부른다. 변수도 있다. 국제적인 분쟁이나 유가 상승, 장기적인 경기 침체 등이 그렇다. 여러 요인으로 이 현상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새해를 맞으면 주식 분석가들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는다. 주가 상승률이 다른 달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1월 효과다. 쉽게 말해 과거 경험상 연말에 그리고 1월 주가 상승률이 높다. 사실 이는 논리적으로 혹은 이론적으로 설명할 방법은 별로 없다. 증권시장에 따르면 26일 기준으로 코스피는 1.49포인트(0.06%) 내린 2,440.52로 약보합 마감됐다. 직전일 1.5% 오른 뒤 2,440 선에서 숨을 고르는 모습이었다.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도 6조7천407억원으로 지난해 11월24일(6조5천379억원) 이후 1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외국인이 오랜만에 삼성전자 주식 순매수(1천30억원)에 나서면서 주가가 1.68% 오른 게 지수 하단을 지지했다. 달러 강세에 조선, 화장품, 음식료 등의 수출주가 강세를 보였지만 온기가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진 못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뉴욕증시는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 0.91%,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1.1%, 나스닥종합지수가 1.35% 오르는 등 일제히 상승했다. 테슬라(7.36%), 애플(1.15%), 아마존(1.77%), 메타(1.32%), 엔비디아(0.39%) 등 거대 기술주 기업 일곱 곳(매그니피센트7)이 모두 올랐고 브로드컴(3.15%)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대내외 불확실성과 높아진 환율 부담 등이 우리의 주식시장을 막고 있다. 2024년 산타랠리가 우리만 비켜가고 있다.
“불을 들고 어둠 속을 걸을 것이다.” ‘영화 하얼빈’의 대사가 불꽃을 일으킨다. 덩달아 후끈 달아오르는 ‘까레아 우라’도 있다. 안중근이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 저격 후 러시아식으로 세 번 외쳤다는 ‘대한독립만세’(김훈 소설에서는 ‘코레아 후라’로 나온다). 절로 뜨거워지는 이런 문장은 뒤를 잇는 울림도 크게 마련이다. 불을 들고 어둠 속을 함께 걸었던 기억들을 불끈 다시 꺼내보게 하는 것이다. 영화관을 나오면 다시 어수선한 상황. 그러잖아도 한 해 마무리에 정신없이 바쁠 때인데 도무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들 황망한 표정이다. 지금 이전의 일상만큼이라도 얼른 되찾을 수 있기를. 그러면서 어둠 속으로 나아갈 불을 든 손이든, 코앞의 일에 붙잡힌 손이든, 평온한 삶의 회복을 바랄 뿐이다. 인류사를 보면 지옥 같은 큰 전쟁은 확실히 줄었고 삶의 질도 확연히 나아지고 있다는 연구자들의 진단이 맞을 테니 말이다. 그런 가운데 불을 들고 나서는 눈빛들을 돌아본다. 우리가 불을 들고 하는 일이란 대체로 경건한 의식이나 기도였고 지금도 그러하다. 기나긴 불의 역사를 떠나 근래의 경험치 안에서만 보더라도 불을 드는 일은 손을 모으는 행위로 이어졌다. 일상의 성냥불도 손을 모아 전했지만, 광장의 촛불들도 시대의 어둠을 밝혀나갈 손을 모으는 일이었다. 즐거운 경험으로 캠파이어의 불을 봐도 촛불 들고 고백하기나 부모님께 편지 쓰기처럼 자기 내면 들여다보는 손 모음이 대부분이었다. 초를 켜거나 연등을 달며 손 모으는 모습들은 보는 사람까지 숙연케 하는 힘을 품고 있다. 어둠의 물리침을 넘어 지금보다 나은 삶을 위한 바람을 불 앞에서 더 간절히 올렸다고 할까. 새삼 불을 들고 서는 마음가짐이 뜨겁게 닿는 때. 큰 고비마다 불끈 솟던 횃불이며 들불의 격정적인 마음의 발화를 생각한다. 그 안에는 슬픔을 다독이며 위로를 나누던 연민의 마음도 들어 있었다. 함께 어깨 겯고 어둠을 헤쳐 가려는 연대의 마음도 꿈틀거렸다. 어떤 마음으로 불을 들거나 뜨거운 마음의 분출이 모여 더 널리 번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피우고 전하고 나누는 불 앞의 마음 모음은 어둠 속에서 빛을 꺼내는 행위다. 서로서로 빛을 꺼내 더 환한 세상으로 가는 길을 밝히는 빛의 행진이다. 꺼지지 않는 불의 상징으로 유독 반짝이는 응원봉 속에도 그런 빛의 행진이 어둠 속에서 더 싱싱하게 피어나고 있다. 동지가 지나자 이제부터는 밤이 짧아질 일만 남았다는 말이 이마를 번쩍 쳤다. 밤이 짧아지면 어둠도 줄어들 테니 당연한 말이련만 시대적 함의에 따라 파문이 파랗게 일었던 게다. 자연의 어둠은 순리를 따라 줄었다 늘었다 계절을 조절한다. 하지만 인간이 만든 어둠은 인간의 마음이 불을 피우고 모으며 물리쳐 갈 것이다. 그런 마음 모음으로 우리네 새벽을 열어 왔듯 겨울밤 거리에서 외치는 이들도 더 환한 아침을 위해 추운 어둠 속을 더불어 걷지 않겠는가. 아침을 연다는 것. 예사로 쓰던 말이 세상에 없는 날빛으로 닿았던 2024년 12월을 보낸다. 밤새 안녕을 뒤집었던 새벽을 지나 더 소중한 나날을 맞고 있으니 서성이는 마음도 다잡는다. 이제부터 밤보다 낮이 길어지듯 이 난데없는 어둠도 잘 물리치고 새로 또 나아가리라.
빨간 열매가 인상적인 죽절초, 줄기가 대나무 마디를 닮아 붙여진 이름으로 고급 실내식물로 개발되고 있다. 추위에 약해 남부에서만 밖에서 월동한다. 남부지역은 정원용 소재로 아주 훌륭하다. 중부에서는 잎과 열매를 보는 실내 관엽식물로 고급 소재다. 줄기가 곧고 열매가 아름다워 꽃꽂이할 때 소재로도 쓰인다. 추위엔 약하지만 음지와 염해에 강해 남부의 그늘진 곳에서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맹아력은 보통이고 생장속도는 느린 편이다. 겨울부터 봄까지 씨앗을 뿌려 번식하며 초여름 장마 때 가지를 잘라 삽목으로 번식한다. 홀아비꽃댓과에 속하는 상록관목이다. 제주도 숲속 반그늘진 곳에 자생한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화환이 줄줄이 낯선 길을 안내한다 웃는 사람은 있어도 우는 사람은 없는 장례식장 얼싸 안고 안부 묻기에 바빠 국화 꽃 속 영정은 덩그러니 외롭다 이승과 저승 그 거리가 얼마 길래 검은 레이스 드레스 양복 주머니에 달랑 삼베 코사지 식어버린 체온위로 바람이 운다 무아의 경지에서 풍경이 운다 임종순 시인 ‘문파문학’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수원문학아카데미 회원 동남문학상 수상 시집 ‘풍경이 앉은 찻집’
경기도박물관은 경기도민과 세계인의 평생 놀이터다. 달라진 문화복지 환경에 걸맞게 박물관은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공급자 중심에서 수용자 중심으로 사고와 태도를 바뀌기 위해서는 사물을 보는 시각의 변화가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이것은 학예사가 완전히 관객의 입장이 되는 것이다. 여기서 패러다임 자체가 바뀐 프로그램의 발명이 요구된다. 새해 1월10일부터 벌어지는 ‘박물관영화제’가 그것이다. 경기도박물관이 ‘전시X영화’의 복합문화공간으로 변화하는 첫걸음이다. 박물관과 영화가 만나는 본격적인 ‘제(祭)’라 할 때는 ‘유물+영화’가 아니라 ‘유물X영화’다. 평소 전시와 영화는 남남이다. 하지만 박물관영화제에서는 서로 다른 장르가 만나 자신들도 몰랐던 이야기를 하면서 ‘박물관영화’라는 제3의 언어를 창출한다. 예컨대 경기도박물관의 독보적인 유물인 초상화(肖像畵)와 영화 ‘관상’과의 매칭이다. 개막작인 ‘관상’의 마지막 지문과 대사는 이렇다. 내경: (하하) 눈이 예리하십니다! 나도, 사공의 관상을 한번 봐드리이까? 사공: 아이고, 제가 관상을 본 건 아닙니다! (…) 그 관상이라는 게 좋으면 자만해지고 나쁘면 근심이 되는 거 아닙니까? 차라리 모르고 사는 게 속 편합니다! 내경: (하하) 그 말이 맞네요. 사공: (미소) 나으리 상은.. 어떻다고 봐야 합니까? 내경: (당황) 내 상 말이오? 글쎄, 내 상판은 한 번도 눈여겨본 적이 없는데…. 시선을 먼 산에 둔 채 삐걱삐걱 말없이 노 젓는 사공. 난간에 기대어 잔잔한 초록색 강물에 얼굴을 비춰보는 내경. 바람에 물결이 일렁이자 내경의 얼굴이 흐르듯 지워져 버린다. 대사 모두가 관상 이야기이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는 마지막 지문이다. 길흉화복을 점치는 관상의 관점에서 ‘물결’에 눈이 가지만 내면을 그려내는 초상화 입장에서는 물결을 일렁이게 하는 동인으로서 ‘바람’에 방점이 찍힌다. 마음이 얼굴인 이유다. 초상화의 생명인 ‘전신사조(傳神寫照)’, 즉 얼굴 그 자체만이 아니라 얼굴로 정신을 그려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여기서 더 큰 반전은 ‘내경의 얼굴이 흐르듯 지워져 버린다”는 대사다. 이 지점에서는 관상도 초상도 모두 뛰어넘는 사유가 읽힌다. 색즉시공(色卽是空)의 불가의 가르침으로 도약이다. 금강경에는 ‘무릇 형상이 있는 것은 모두가 다 허망하다. 만약 모든 형상을 형상이 아닌 것으로 보면 곧 여래를 보리라(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는 법문 그대로다. 이렇게 영화 ‘관상’과 경기도박물관의 초상화를 동시에 오버랩할 때 영화도 초상화도 해석의 폭은 무한대로 넓고 깊어진다. ‘박물관영화’의 새로운 언어 탄생이다. 박물관에서 보는 ‘관상’은 계유정난을 가상의 관상가 내경을 개입시켜 만든 ‘팩션’사극 영화라기보다 결국에는 현상이 아니라 실상을 관하라는 심오한 철학영화로 읽힌다.
2025년 을사년(乙巳年)을 앞두고 불확실성의 안개가 부동산시장을 덮쳤다. 집값이 더 올라간다는 상승 요인과 떨어진다는 하락 요인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는 와중에 미국의 트럼프 불확실성과 대통령 탄핵의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더해지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2024년 부동산시장의 특징은 서울과 지방, 아파트와 비(非)아파트의 극심한 양극화라 할 수 있다. 지방은 해소되지 않은 미분양 부담과 경기 침체로 2025년에도 어려움이 예상되며 빌라 등 비아파트는 전세사기 여파로 전세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역시 쉽게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살아있는 서울 아파트시장은 꽃피는 봄에 거래량이 늘어나기 시작해 7, 8월 여름 큰 폭으로 증가했다가 9월 이후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다시 줄었다. 거래량이 줄었다는 것은 집을 사려는 매수자는 관망으로 돌아섰고 집을 팔려는 매도자는 호가를 떨어뜨리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 상승 요인과 하락 요인이 힘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 집값 상승의 요인부터 살펴보면 2026~2027년 입주 물량 부족과 전셋값 상승,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대출금리 하락, 환율 상승으로 인한 분양가 상승, 여전히 꺾이지 않은 서울 아파트 선호 현상 등을 꼽을 수 있다. 집값 하락의 요인은 경기 침체 우려와 2024년 7~8월 단기 급등 피로감, 여전히 높은 집값, 대출 규제 등이며 추가로 미국 트럼프와 국내 정치 불확실성까지 발생했다. 우리가 운전하다 안개가 끼면 일단 멈추고 안개가 제거될 때까지 기다리듯이 부동산시장을 덮친 불확실성이 제거되기 전까지는 시장의 수요자들은 일제히 관망으로 돌아서면서 거래는 사실상 멈출 것이다. 트럼프 불확실성의 실체는 고금리, 강달러에 대한 우려와 걱정이다. 트럼프 2.0 시대가 시작되면 높은 관세 부과로 미국의 수입 물가가 올라가면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기준금리 인하에 제동이 걸리거나 최악의 경우 기준금리를 올릴 수도 있다. 우리나라 역시 환율이 요동을 치면서 수입 물가가 올라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는 데 상당한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 1.0 시절 당선 이후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리가 급등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임기 동안 오히려 금리와 달러 가치는 하락했고 서울 아파트 가격은 올랐다. 사업가 출신은 트럼프는 미국의 이익을 위해 협상용으로 관세정책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갑자기 발생한 국내 정치 불확실성은 시간이 해결해 준다. 2016~2017년 탄핵 시절로 잠시 돌아가 보자. 당시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016년 11월부터 2017년 3월까지 뚝 떨어졌다가 4월부터 다시 빠르게 회복했다. 반면 당시 실거래가격 매매 지수를 보면 살짝 조정을 받다가 불확실성 제거 후 다시 상승 곡선을 그렸다. 불확실성이 덮친 4개월 정도 투자심리 위축으로 거래량은 크게 줄었지만 실제 매매가격은 큰 폭으로 떨어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2025년 1분기 탄핵이 결정되고 2분기 조기 대선이 실시돼 상반기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제거되면 더 이상 불확실성의 안개는 사라지고 기준금리의 방향에 따라 상승과 하락 요인의 팽팽한 균형을 깨뜨릴 것이다. 기준금리를 두세 차례 인하를 한다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 부족과 전세 상승, 분양가 상승 등으로 인한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하반기 거래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기준금리 인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하반기로 전이돼 극심한 혼란의 상황이 이어지면 경기 침체 공포가 덮치면서 하반기 추가 하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25년 서울 아파트 시장은 상저하고(上低下高·상반기 약세 하반기 강세) 가능성이 높다. 불확실성과 금리 흐름에 따라 하반기까지 약세가 이어질 수 있으나 어차피 100% 완벽한 타이밍을 잡는 것은 불가능하다. 엔비디아, 테슬라 주식을 5년 전에 샀더라면 지금쯤 부자가 됐을 텐데, 이런 말을 하는 분들이 많은데 막상 5년 전에 샀다면 지금까지 보유할 확률은 10%도 되지 않는다. 장기 보유가 그렇게 어렵다는 말인데 부동산은 장기 보유가 가능하다. 실수요자들의 평균 주택 보유 기간은 7년이 넘는다. 최적의 타이밍에 매수를 하지 못했더라도 7년 후에는 집값이 상승했을 가능성이 높다. 2025년 상반기가 내 집 마련의 좋은 타이밍이 될 수 있다. 집값 떨어졌을 때 사야지 말은 쉽지만 막상 집값이 내려가면 투자심리가 위축으로 무서워 못 산다. 필요할 때 내 집 마련을 하신 분들이 언제나 승자였다. 하지만 위험 관리가 되지 못한 내 집 마련은 안 하는 만 못할 수도 있다. 2022년 하반기에서 2023년 상반기 1차 하락 시절 급매로 던진 분들 대다수가 자기자본 비율이 낮아 갑작스러운 금리 인상에 속수무책으로 흔들렸기 때문이다. 언제나 예상치 못한 변수는 생길 수 있다. 당초 계획보다 대출이자가 더 올라가도 3년 정도는 버틸 수 있는 위험 관리는 내 집 마련의 최소한의 기본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