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트럼프 2기, 대통령 탄핵 그리고 국내 소비심리

소비심리는 소비자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소비를 하려는지, 아니면 소비를 줄이고 저축하려는지에 대한 신호로 경제활동의 핵심 지표이자 가계와 기업활동을 연결하는 중요한 축이다. 정부와 기업 입장에서는 소비심리가 재정 및 통화정책을 수립하고 판매전략, 마케팅, 생산량 등을 결정하는 주요 근거로 활용되므로 경제 전망에 대한 주관적 판단과 기대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소비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는 국내외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 내년 1월 미국의 차기 대통령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미국의 정책 방향과 리더십으로 예상되는 세계경제 질서 시나리오의 공통적인 키워드는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다. 미국을 우선시하는 보호무역주의, 관세 부과, 무역협정 재협상 등은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할 것이고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기업들의 가격경쟁력 하락으로 대미 수출이 둔화돼 국내 제조업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또 원화 약세가 이어지면 원자재, 에너지 등 수입품 가격 상승이 국내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충분히 가능하다. 기업의 고용 감소와 물가 상승은 소비자의 실질구매력을 감소시켜 소비심리는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편 온라인 쇼핑의 급증으로 국민 소비생활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은 해외 직구(직접구매) 등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환율 상승으로 해외 제품에 대한 가격 부담이 커지면 소비자들은 이를 대체하기 위해 저가 제품이나 국내산 제품으로 눈을 돌리게 되며 이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할 수 있다. 국내 상황도 만만치 않다. 지난 3일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비상계엄령 선포를 시작으로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14일 대통령 탄핵 가결로 이어진 국내 정치 상황은 시장경제에 불확실성을 극대화하고 대외 신뢰도를 추락시켜 경제활동이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다. 이러한 사상 초유의 정치적 비상사태는 소비자들의 소비심리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게 될까. 대통령 탄핵 상황은 정치적 리더십 공백을 초래하며 국민들 사이에 경제 불확실성을 가중시킨다. 소비자들은 경제 상황이 불안정하다고 느끼는 경우 필수 소비를 제외한 지출을 줄이는 경향이 있다. 자동차, 전자제품, 부동산 등과 같은 고가제품 소비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정치적 불안정성은 주가와 부동산 시장의 변동성을 확대시키는데 소비자들의 자산 가치 하락으로 ‘부의 효과(Wealth effect)’를 덜 느끼게 만들어 소비를 줄이게 된다. 즉, 가계의 금융자산이 축소되면서 가처분 소득감소로 이어진다. 탄핵 과정이 길어지면 정부의 경제 관련 정책의 집행도 지연될 가능성이 있는데 소비 진작 및 경기 부양책, 사회복지, 소상공인 지원 등의 소비 활성화 정책이 위축되면 소비시장은 더디게 회복될 것이다. 이렇게 국내외적으로 다중적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시점에서 2025년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이 무겁기만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종구 칼럼] 헌재는 법리보다 여론을 따랐다, 이번에는?

조선(朝鮮). 동성동본 혼인은 꿈도 못 꿨다. 거론하는 것만으로도 패륜이었다. 1912년 조선민사령(朝鮮民事令), 1958년 대한민국 민법에 반영됐다. 세상이 조금씩, 꾸준히 변했다. 기본권 침해라는 목소리가 커졌다. 대법원은 계속 ‘금혼’으로 판결했다. 이걸 바꾼 게 헌법재판소다. 금혼 반대 여론을 받았다. ‘동성동본 금혼 조항 위헌’(1997년). 헌재가 이렇다. 여론을 수렴해 결정 한다. 대법원과 따로 헌재가 존재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대통령 탄핵은 어땠을까. ‘노무현 탄핵’의 여론은 시종일관 반대였다. 국회 의결부터 역풍이 불었다. ‘탄핵의 광기’라며 국민이 분노했다. 전국 여론이 열린우리당으로 돌아섰다. 헌재도 ‘노무현 탄핵 기각’을 선택했다. ‘박근혜 탄핵’의 여론은 찬성이었다. 연설문 게이트, 최순실·최태민 게이트, 세월호 7시간, 블랙리스트.... 언론이 그 분노를 키워갔다. 탄핵 촛불 집회도 멈추지 않았다. 헌재도 여론과 같은 탄핵이었다. 매번 법리(法理)는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여당 지지 발언을 했다. 선거 중립 의무 위반은 명백했다. 한나라당·새천년민주당 율사들이 이 위법을 들이댔다. 하지만 헌재 결론은 여론과 같았다. 박근혜 대통령의 변호팀도 화려했다. 헌재 재판관 출신까지 가세했다. 기본적으로 내우외환의 죄가 아니었다. 국정농단이 유죄로 확정된 상태도 아니었다. 하지만 헌재가 내린 결론은 ‘탄핵’이었다. 두 탄핵의 공식은 ‘헌재=여론’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됐다. 담화로 법리 대응을 천명했다. ‘야당 횡포에 맞선 선택이다’, ‘계엄은 정당한 통치행위다’, ‘2시간짜리 내란이 있느냐’.... 이 주장에 동조하는 이도 많다. ‘입법 횡포가 계엄을 유발했다’, ‘내란죄 구성 요건에 안 맞는다’. 헌재 재판관들의 이념 분포도 거론된다. 흥분이 잦아들면 법리가 보일 거라고도 한다. 여기에 ‘윤석열 검찰총장의 추억’도 있다. 직무정지를 법리로 이겼던 그다. ‘탄핵 기각’ 희망론이다. 하지만 더 많은 전망은 ‘탄핵 인용’이다. 헌재가 여론과 달리 가지 않을 거라고 본다. 윤 대통령 지지율 11%, 탄핵 찬성 75%, 내란 인정 71%, 여당 지지율 24%.... 한국갤럽이 13일 발표한 수치다. 이와 크게 다른 여론 조사는 없다. 이게 맞다면 이 순간은 ‘탄핵의 시간’이다. 오늘 결정한다면 ‘윤석열 탄핵’이 유력할 것 같다. 그래서일까. 윤 대통령은 헌재의 재판출석 요구서를 받지 않고 있고, 야당은 빨리 받으라고 난리다. 그래도 몇 달은 걸릴거다. 그때의 여론은 누구도 모르는 거고. 여론 대결은 벌써 시작됐다. 헌재가 찬반에 포위 당했다. 자유게시판 글만 5만건을 넘었다. 오프라인 대결도 총력전이다. 진보성향 단체가 매일 모인다고 했다. 보수성향 단체의 집회도 커질 전망이다. 칼럼이 이럴 때 가야 할 방향을 안다. ‘국론 분열은 안 된다’, ‘차분히 지켜보자’.... 하지만 그런 덕담이 씨도 안 먹일 상황이다. 헌재 결정과 여론의 관계가 경험 속 공식으로 나와 있다. 웬만한 국민이 다 눈치챘다. 말린다고 듣겠나. 헌정 76년에 딱 세 번 있는 대통령 탄핵이다. 그 세 번을 모두 기사(記事)로 쓰고 있다. 돌아보면 별반 다르지 않았다. 충격에서 위기로, 위기에서 적응으로. 국회 탄핵은 새로운 시작이었다. 극단적 국론 분열로 가는 출발이었다. 여야 정치가 그 갈등을 조장했다. 색깔 다른 언론이 거기에 기름을 부었다. 국민은 정치·언론이 판 골을 따라 끌려갔다. 집회 열고 구호 외치고, 갈등하고 미워했다. 그 경험에 기대서 결과를 추측하면? 결정문이 작성될 미래 어느 날, 그날의 여론을 따라 방향은 정해질 것이다.

[경기만평] 이럴수도...

[사설] 경찰 특수단의 경찰 초토화, 명분 알지만 過하다

특수단의 방향이나 의지를 모르는 바 아니다. 수사 객관성을 증명하려는 고심이 있었을 것이다. ‘식구도 봐주지 않는다’는 뜻을 보여 주려 했을 것이다. 국민적 관심이 큰 수사인만큼 필요한 모습이다. 하지만 그런 목적이 있다고 균형을 깨면 안 된다. 누군가에게는 그 자체가 수사 왜곡일 수 있다. 결과에 있어 모두에게 공평한 수사가 돼야 한다. 지금 진행되는 경찰 특수단의 계엄·내란 수사를 향한 걱정이다. 이번에는 김준영 경기남부청장이 피의자가 된 것 같다. 김 청장은 앞서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를 받았다. 별다른 혐의점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었다. 그랬던 그의 신분이 이번에 피의자로 바뀐 것이다. 조지호 경찰청장의 지시를 받고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수원선거관리위원회 연수원에 경찰력 투입을 지시했다는 혐의다. 신분 전환의 동기는 민변의 고발이다. 또 한 명의 경찰 간부 구속이 오나. 특수단 수사로 경찰 수뇌부는 이미 초토화됐다.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을 함께 구속했다. 현직 경찰청장과 서울청장의 동시 구속은 사상 처음이다. 이들의 혐의는 위로부터 지시를 받고 국회를 통제했다는 것이다. 조 청장은 ‘세 번의 명령 거부’를 들어 억울함을 말했다. 김 서울청장은 경찰청장의 지휘하에 있다. 경찰력 동원에 갖는 비중이 분명히 다르다. 하지만 특수단은 다 구속했다. 경기남부경찰청도 뒤숭숭하다. 계엄군이 진주한 선관위 관할이라서다. 경기청장 지시를 받은 직원들이 불려갔다. 과천경찰서장, 수원서부경찰서장, 경기남부경찰청 공공안전부장과 경비계장 등이 조사를 받았다. 경기남부청에 대한 압수수색도 있었다. 많은 직원들이 휴대전화를 임의 제출당했다. 10일 이후 거의 매일이다. 일부에서 ‘이게 감찰이냐. 왜 경찰 내부만 들쑤시냐’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시작부터 요란했다. 특수단발(發)로 대통령 직접 수사 가능성, 소환 가능성, 심지어 체포 가능성이 연속해 보도됐다. 하지만 실현된 것은 없다. 17일에는 대통령에 출석 통지를 했지만 이것도 여기까지다. 윤 대통령 부분을 공수처로 이첩했다. 김용현 전 국방장관,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등도 넘겼다. 겉으로 나타난 제일 큰 마무리는 경찰 수뇌부 초토화다. 수사 초기 검찰 특수본과 수사 주도권 싸움을 했다. 경찰 특수단이 받는 공격이 있었다. ‘경찰이 많이 관련됐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경찰 잘못부터 손을 댄 것 같다. 특수단에는 효과가 있었다. ‘경찰이 수사하라’는 우호적 여론을 얻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특수단 아닌 일반 경찰’이 받은 상처가 크다. 수사의 최종 지점에서는 균형이 맞춰질 것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특수단 수사는 그렇지 못했다.

[사설] 축소 지향 어르신 복지... 선택과 집중으로 실질 혜택을

내년에도 인천시 노인 복지는 축소 지향이라고 한다. 국비 지원 등 예산이 받쳐주지 못해서다. 민선 8기 들어 의욕을 보여왔던 어르신 지원 정책들이 하나둘 좌초하고 있다. 내년부터 한국은 초고령사회로 본격 진입한다. 2030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선다. 어르신 지원에 대한 정책 수요는 갈수록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재원이다. 인천시는 지난해부터 ‘3세대 행복수당 사업’을 준비해 왔다. 산업화와 민주화의 주역인 어르신들에 대한 효행장려 등 공동체 의식을 높인다는 취지다. 3대가 거주하는 가정에 월 5만원의 행복수당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이와 함께 65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하는 버스요금 무료화 사업도 검토해 왔다. 그러나 이들 사업 모두 내년 예산에는 반영하지 못했다. 행복수당 사업은 지난해 보건복지부와의 사회보장제도 신설 협의 지연으로 이미 1년이 미뤄졌다. 여기에 내년 본예산에서 관련 사업비가 전액 삭감당해 사실상 좌초했다. 지난해 초 기준 3대 거주 가정은 1만2천304가구다. 이에 68억원의 예산이 들 것으로 봤다. 그러나 10개 군·구와의 재원분담 비율 협의도 현재 3곳만 이뤄졌다. 군·구들도 새로운 복지 재원에 부담을 느껴서다. 민선 8기 공약인 어르신 버스요금 무료화도 아직 첫발을 떼지 못하고 있다. 매년 895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예산 부담 때문이다. 인천시가 지난 5월부터 시행한 ‘아이(i)-패스’ 대중교통비 환급과의 중복 문제도 있다. ‘아이(i)-패스’도 어르신이 1개월에 15회 이상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최대 53%까지 환급해 준다. 인천시는 어르신 버스요금 무료화를 70세 이상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경우에도 해마다 290억원 이상이 필요해 역시 쉽지 않다. 이 외에도 인천시는 올해 37억원의 예산을 들여 스마트경로당 사업을 시작했다. 지역 경로당에 화상 시스템, 스마트 헬스케어 시스템, 스마트 생활케어 시스템을 마련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도 내년 예산에서는 24억원으로 쪼그라드는 등 축소 지향이다. 인천시의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한정된 예산이라도 더 많은 어르신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정책 대안이 요구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초고령사회는 닥쳤지만 노후 준비는 부족하다. 어르신 버스요금 무료화도 실현할 수 있다면 큰 힘이 될 것이다. 그러나 한번 시작한 복지는 다시 거둬들이기가 쉽지 않다. 이전처럼 세수의 지속 증가도 바랄 수 없는 시대다. 선택과 집중으로 어르신들에게 보다 실질적인 복지 혜택이 주어지도록 할 때다.

[지지대] 율곡 종손의 독립운동

물건에만 있는 게 명품은 아니다. 가문에도 있다. 이런 집안을 명가라고 부른다. 명품이 유지되려면 소비자들로부터 믿음을 유지해야 한다. 명가도 나라와 사회의 신뢰가 계속돼야 한다. 명가를 들먹인 연유는 율곡 선생 가문을 소개하기 위해서다. 종손들이 일제강점기 2대에 걸쳐 독립운동을 펼치다 순국하거나 옥고를 치른 사실이 뒤늦게 확인(본보 16일자 10면)됐다. 조준희 국학인물연구소장이 이 같은 사실을 처음 발굴해 알렸다. 그가 정부에 제출한 독립운동 포상신청서를 살펴보자. 율곡 선생의 제12대 이종문 종손(1868~1945)은 1990년 12월 건국훈장 애족장, 그의 동생 종성은 2013년 8월 건국훈장 애족장, 제13대 이학희 종손(1890~1918)은 2020년 8월 대통령 표창을 사후에 받았다. 이종문·학희 부자는 소현서원을 중심으로 독립운동을 했다. 당시 의병장인 의암 유인석 선생을 율곡 선생의 종가가 있는 황해도 해주 석담에서 만나 의병들에게 숙식을 제공했다. 그러다 1914년 광복회 황해도지부가 설립되자 가담해 독립운동에 전념하다 이학희 종손은 1918년 6월 두 번째로 체포돼 옥고를 치르고 같은 해 10월15일 순국했다. 이종문 종손은 아들 학희가 순국하자 동생 이종성(1871~1925)과 대한독립단 해주지단고문 및 지의장을 맡아 투쟁했다. 이후 친일파 은율군수 암살사건 등에 연루된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동생 이종성은 단원들에 대한 숙식 제공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고 옥고를 치른 뒤 1925년 11월19일 서거했다. 아들에 이어 동생까지 잃은 이 종손은 율곡 유적보존회 이사로 소현서원을 지키고 창씨개명을 거부한 채 지내다 광복 후 2개월 뒤 별세했다. 율곡 선생의 종손 이외에도 대한민국 많은 명가들의 독립운동이 재조명돼야 한다. 대한민국의 늠름하고 올곧은 품격을 지키기 위해서다.

[함께하는 미래] 불확실성을 넘어

폭염 지나 폭설로 시작된 가을 그리고 뒤늦은 겨울, 올해를 쉽게 잊지 못할 것 같다. 아니, 살아가는 동안 그 낯섦과 익숙함에 적응해야 할 것 같은 걱정에 불안감이 엄습한다. 기후변화가 인간에게 가져올 위기와 그 재난의 크기와 여파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불확실성이 짙다는 것을 온몸으로 체득한 까닭이다. 당장 확인되지는 않지만 지구생태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쳤을 것이기에 다가올 미래는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요동치기를 감히 소원한다. 올해가 역사상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될 것이 확실해진 가운데 지난달 198개 당사국을 포함해 6만여명이 참석한 제29차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가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에서 개최됐다. 하지만 총회는 전 세계 기후시민의 바람에는 턱없이 부족한 합의로 마무리됐다. 지난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언급한 대로 지구가 온난화 단계를 넘어 ‘끓어오르는 시대’가 확실시돼 2018년 파리협정에서 정한 1.5도 목표를 이탈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국가별 누적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상위 20개국 중 16번째 국가임에도 석탄화력발전소 신규 건설 금지나 보조금의 폐지에 참여하지 않았다. 부끄러움은 국민의 몫일까. 기후변화로 인한 농작물의 작황 부진으로 주된 식품의 원재료인 밀가루와 팜유, 치즈를 비롯한 기후식품인 커피 원두 등의 가격이 상승했다. 세계식량 가격지수가 수직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위 ‘기후플레이션’이 심상치 않다. 특히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식량자급률이 낮은 나라에서 주요 먹거리 식품에 대한 물가상승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이는 결국 사회보장이 취약하고 빈부의 격차, 소득불평도가 높은 나라일수록 취약계층의 삶은 더 나락으로 추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불확실성은 정치적 불안정과 사회적 역동성에 따라 커진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불확실성은 과거엔 자료의 부족, 주요 핵심 사안에 대한 이해 부족, 과학자들 간의 의견 불일치 등에 의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문제들에서 나타났으나 최근에는 그런 진단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행하기 위한 경로 이행을 방기하거나 과학적으로 검증되고 확인된 방법을 거부하는 것에서 커진다. 오스트레일리아연방 남호주는 2027년까지 총공급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한다는 목표를 법제화할 예정이라고 한다. 수전 클로즈 부총리 겸 기후장관은 “에너지 전환은 우연히 일어난 것이 아니며 세계를 선도하는 기후법, 일관된 정책 그리고 지원적인 계획 시스템이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나라마다 지역마다 처한 조건과 준비된 정도는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에너지원을 선택할 것인지는 다르지 않다. 12월, 한 해를 마무리할 시점인데 그냥 보내기는 아쉬웠던 탓일까. 꼭 반듯하게 지켜온 것만은 아니지만 우리의 삶과 사회 전반을 뿌리째 뒤흔드는 사태가 발생했다. 개인과 사회의 정신적 충격과 마음의 상처는 누가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까. 그것만큼이나 응당 죄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곧 새로운 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다양한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이다. 모든 낡은 ‘이, 것, 곳’과의 결별과 함께 현재와 미래상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동시대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열려 있기를 기대한다. 기후위기를 해결하고, 누구나 에너지 생산과 이용에 주인이 되고, 괜찮은 일자리로 정의로운 전환으로 인한 고통이 최소화되는 따뜻한 공동체를 소망한다.

[천자춘추] AI 활용에 대한 준비

혁명은 주인이 바뀌는 것이다. 인간의 학습능력, 추론능력, 지각능력을 인공적으로 구현하려는 컴퓨터 과학의 세부 분야 중 하나인 인공지능(AI)은 4차 산업혁명의 주인공이다. 이는 인간을 포함한 동물이 가지는 지능과는 다른 개념으로 인간의 지능을 모방한 기능을 갖춘 컴퓨터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AI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가상현실의 융합은 4차 혁명을 만들어 내며 우리가 꿈꾸던 모든 것을 현실화하고 있다. 가히 혁명적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집중적인 관심을 받는 ‘챗GPT’는 대화 형태로 상호작용을 하며 놀라울 정도로 인간과 대화하는 것과 같은 반응을 제공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인간의 삶과 직접적인 관계를 갖게 됐다. AI를 활용한 제품과 서비스는 이미 우리 생활 가운데로 깊숙이 들어왔다. AI가 활용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다양해졌다. AI는 과학 분야는 물론이고 우리 생활 그 자체가 돼 인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고 이러한 문명의 이기는 축복이다. 최근 AI는 더 똑똑해지고 있다. 한국말밖에 모르는 목사님의 수십년 된 설교 모음을 AI가 통째로 학습하며 실시간 영어, 프랑스어, 일본어, 중국어, 스페인어 등 다양하게 다국어로 통역하는 서비스가 생겼다. 해외여행을 가도 통역 없이도 즉시 외국인과 대화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경천동지, 상전벽해 무슨 말로도 표현이 어려울 정도로 놀랍다. 문명의 이기인 ‘편리성’ 이면에는 크나큰 위험성도 도사리고 있다. AI를 활용한 새로운 문명은 우리에게 유익한 영향을 주고 있음이 틀림없지만 이를 악용한 부정적 영향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는 인류가 유익을 얻기 위해 거쳐야 하는 필수 과정의 노력이 필요하다 하겠다. 모든 기술을 선의로만 쓴다면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우리는 노벨상을 두 번이나 받은 폴란드의 퀴리 부인이 발견한 방사능을 선의로 쓰며 인류에게 큰 공을 남긴 사실에 감사한다. 하지만 그 발견으로 언제 지구가 멸망할지 모르는 핵폭탄을 머리에 이고 사는 형국이 된 점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가장 최악이 시나리오는 나와 대화한 AI가 나를 인식하고 다른 곳에서 나를 대신해 행동한다면 어찌 되는 것인가. 이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질 것이다. 무엇으로 막는단 말인가. 두렵기 그지없다. 언제나 선하게만 쓰이지 않을 것이란 말이다. AI를 활용한 다양한 시도는 인류에게 분명하게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 그러나 병행해야 할 일은 반드시 혼란과 악용을 방지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극복할 수 있는 기술과 프로그램, 법과 제도적 준비가 따라야만 할 것이다.

[말글 풍경] 바른 언어문화 보급, 방송과 학교에 달렸다

말은 생각을 담는 그릇이라 했다. 우리는 자신의 생각, 주장, 느낌을 입을 통해 말로 표현한다. 말은 그래서 그 사회의 정신문화를 가늠하는 척도다. 말이 거친 국가와 사회는 제 아무리 경제적 소득이 높아도 국민들의 삶은 강퍅하고 척박하다. 지금 우리 사회 구성원은 말 때문에 빚어지는 스트레스가 엄청나다. 정치인, 지도층이 쏟아내는 막말과 극언에 놀라고 분노하며 비속어, 은어, 외계어(?)에 함몰돼 있는 청소년, 젊은이들의 언어 행위에 혀를 찬다. 그래서 방송의 기능과 역할에 기대를 거는 국민이 많지만 방송은 사실상 이중적인 모습을 지닌다. 바르고 고운 말을 소개하며 표준어를 보급하는 순기능이 있으나 선정적·자극적 말들의 온상으로서의 역기능이 그에 못지않다. 시청률을 앞세운 연예·오락 프로그램에서의 걸러지지 않은 말 오염은 여전하고 요사이는 특히 종편과 케이블, 심지어 공영방송까지 비판에서 예외가 아니다. 허울만 교양 프로그램인 채 패널 등의 주목도를 앞세운 저급한 발언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무관심보다는 미움을 사고 비난을 받더라도 관심받고 싶다는 한심한 세태, 딱 그 형국이다. 막말·비속어 사용 진행자 및 출연자의 삼진아웃제, 출연자의 언어 능력 라이선스제 등 방송 출연에서의 언행과 관련해 자격 요건 강화 등의 대책이 수년 전부터 논의돼 왔지만 진척이 없다. 방송은 우리 언어문화를 향상시킬 수 있는 효율적인 매체지만 방송 프로그램화하는 과정에서 오는 시스템적인 한계를 간과할 수 없다는 게 이유다. 이제 ‘나쁜 말을 더 이상 쓰지 말자’, ‘비속어·은어를 계속 쓰면 제재하겠다’ 식의 대증요법(對症療法) 방식으론 근본적 해결이 어렵다고 본다. 보다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방법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혼란의 가장자리에서 대안이 싹 튼다 했다. 우선 학교를 주목하고 싶다. 문제를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틀로 보고 접근하는 것이다. 언어생태계를 변환시키는 국어 학습 현장의 탈바꿈을 제안한다. 초·중·고교 학급에서 국어 교과목 일부 시간(주 1회 이상)을 언어예절과 말하기 수업으로 구성해보는 것은 어떨까. 교사뿐만 아니라 해당 분야 전문가(자원봉사자)가 함께 참여하는 방식이 효과적일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 수업을 지도하는 직장인 및 회사원에게는 해당 기업, 기관에서 유·무급 출장·휴가를 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건강한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신념, 무엇보다 미래 세대에게 올바른 언어 습관과 능력을 배양한다는 목적 의지만 분명하다면 못 할 이유가 없다. 실제 북유럽 나라들이 실행하고 있기도 하다. 말하기 및 언어예절 등을 연극이나 팬터마임 등 역할극 형태로 학생 친화적이고 새로운 접근 방법을 통해 실현함으로써 효과를 거두고 있으며 실제 실험 및 일상 체험에서도 효과를 보고 있다고 한다. 아울러 읽기 교육의 부활 및 강화가 시급하다. ‘말 잘하기’에 앞서 ‘제대로 읽기’가 자리한다. 언제부턴가 학교 현장에서 ‘정확하고 아름답게 읽기’라는 가치가 사라졌다. 말을 제대로 다루고 부리기 위해서는 읽기 능력이 필수다. 이를 위해 발음·발성 교육, 리딩(reading) 기술 향상 등을 역시 전문가와 함께 고민하고 수행해야 할 것이다. 공교육 종사자와 전문 인력 집단이 머리를 맞대고 커리큘럼으로 안착시키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방송도 시대적 과제로 인식하고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정보·재미 중심의 프로그램 생산자로서의 정체성(正體性)에 안주하지 말아야 한다. 현장 중심, 상황 중심의 말하기 및 언어예절을 보급하는 첨병 역할에 적극 나서고 학교 현장과 연계해 시너지를 내야 할 것이다. 학습장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읽기 및 말하기 상황을, 연출자 위주가 아닌 수용자 중심에 초점을 맞춰 프로그램화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방법론을 개척할 것을 주문한다. 아울러 어문학자, 음성언어 전문가, 커뮤니케이션 학자 등의 전문가 풀을 치밀하고 역동적으로 구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콘텐츠를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임무도 요구된다. 정치인, 지식인, 명망가 등이 청소년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근사하고 따뜻하게 말하는 모습을 담은 방송 프로그램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언어문화를 우상향시키는 노둣돌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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