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우리 동네 아동보호전문기관 찾기

아동학대라는 말은 언론 보도나 주변에서 많이 접한다. 아동학대가 의심되면 112로 신고하고 경찰이 조사한다는 기본적인 정보는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어떤 역할을 하는 곳인지,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는 잘 모르는 분이 많다. 지난해 11월 기준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전국 시·군·구에 96개소가 설치돼 있고 1천550여명의 전문상담원이 배치돼 있다. 경기도에는 전국 인구의 4분의 1이 거주하는 만큼 25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곳은 수원특례시에 있는 ‘수원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 120만 인구의 도시 내 아동과 가족을 지원하고 있다. 본 기관은 수원화성행궁과 방화수류정 사이에 자리 잡고 있어 쉽게 방문할 수 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학대받은 아동과 그 가정의 회복을 돕는 곳이다. 정신적·물질적 복지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거나 지역 자원을 연계해 지원하며 재학대 방지를 위해 피해 아동의 안전을 점검하고 가족 구성원이 건강한 가정생활을 할 수 있도록 상담 및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상담원들은 사회복지와 상담을 공부한 아동학대 상담 전문 인력이다.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면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역할은 큰 변화를 겪어 왔다. 2020년 10월 전까지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직접 아동학대 신고를 받고 현장조사와 상담까지 모두 수행해 왔다. 이로 인해 민간인의 신분으로 밤낮없이 출동해야 했으며 학대행위자로부터 민원을 받는 일이 많았다. 현재는 경찰이 현장조사를 담당하고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피해 아동과 가족을 대상으로 상담과 지원 업무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아동학대가 주로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특성상 외부 개입에 대한 거부와 저항은 여전하다. 많은 가정이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상담과 서비스를 ‘간섭’으로 받아들이며 거부하기도 한다. 아동학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아동학대는 더 이상 가정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사회와 국가가 함께 해결해야 할 사회적 과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아동보호전문기관도 학대 사건 발생 후에만 개입하는 곳에서 벗어나 몸에 이상이 있으면 병원을 찾듯 부모와 자녀가 도움이 필요할 때 언제든 이용할 수 있는 상담기관으로 변화해야 한다. 수원아동보호전문기관은 수원시 부모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기관이 되고자 한다. 자녀 양육의 어려움, 부부 갈등, 경제적 문제, 질병 등 다양한 이유로 힘들어하는 부모님들에게 위로와 힘이 되는 안식처가 되기를 희망한다.

[기고] 2025년 새해 전망과 도전

2025년 우리는 어떤 변화에 직면할 것인가. 기술, 경제,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적인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도전과 기회가 공존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5G 등 핵심 기술을 기반으로 한 첨단 산업은 급격한 변화를 맞이할 것이다. 이 산업은 삶을 편리하고 스마트하게 할 뿐만 아니라 산업구조를 바꾸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할 것이다. 또 지구 온난화로 인한 풍수해와 폭염 등 환경 문제 해결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노력이 더욱 심화될 것이다. 핵심 트렌드는 인공지능의 일상화다. AI, 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이 모든 산업 분야에 빠르게 확산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할 것이다. AI는 더 이상 낯선 기술이 아니라 우리의 삶 곳곳에 스며들어 생산성을 높이고 편의성을 증가시킬 것이다. AI 기반 진단, 맞춤형 치료, 디지털 헬스케어 등 헬스케어 분야는 더욱 정밀하고 효율적인 변화가 올 것이다.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개인의 취향과 니즈(needs)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가 확산될 것이다. 의료, 식량,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바이오기술을 활용한 혁신적인 솔루션이 개발될 것이다. 바이오기술의 발전은 질병 치료와 건강 증진에 기여할 것이며 유전체 분석 기술 발달로 개인의 유전정보에 맞춘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질 것이다. 5G 기술의 발전은 초저지연, 초고속, 초연결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가상과 현실이 융합된 메타버스 시대가 도래하면서 새로운 경험과 비즈니스 기회가 창출될 것이다. 개인의 니즈에 맞춘 맞춤형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소비자 경험이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다.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스마트 시티의 출현이다. 스마트시티란 AI, 빅데이터 등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도시의 효율성을 높이고 시민들의 삶을 향상시키는 도시를 말한다. 도시의 모든 시스템이 연결돼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교통 혼잡을 해소하는 스마트시티가 확산될 것이다. 자율주행 기술 발전으로 자율주행 자동차가 상용화되면서 교통 안전이 향상되고 이동의 자유가 확대될 것이다. 스마트팩토리는 신재생 공정의 자동화와 지능화를 통해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제품의 품질을 향상시킬 것이다. 아울러 신재생에너지의 효율성 향상을 통해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갈 것이다. 첨단 기술 발전에 따른 일자리 변화에 대비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2025년,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첫째 디지털 역량 강화다.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지속적인 학습과 자기계발이 필요하다. 둘째 신기술에 대한 이해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새로운 기술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한다. 셋째, 변화에 대한 유연한 대처다.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새로운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 넷째, 지속가능한 삶이다. 환경 보호를 위한 노력에 동참하고 지속가능한 삶을 실천해야 한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삶, 오디세이] 부분의 법칙과 POGS

조금이라도 젊고 어렸던 날에는 새해를 맞이할 때마다 뭔가 거창한 계획을 세우곤 했다. 그러나 그건 실제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계획이 아니라 늘 마음속에 품고 있던 이상이나 꿈에 가까운 것이었음을 마흔이 훌쩍 넘은 뒤에야 알았다. 인간이란 이리도 어리석은 존재로구나 하고 몸소 깨달은 순간이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애당초 계획이란 것 자체가 지금, 여기에서 당장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시작할 때 그 실천력과 추진력을 바탕으로 더 큰 계획을 할 수 있고 보다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것 아니던가. 어쩌면 불변의 진리였을 그 사실은 실제로 가정에서 훈육하는 부모나 정규 교육과정 중에 스승으로부터 충분히 들었을 법한 것임에도 그때는 들을 귀가 없어 40년 이상을 미련하게 살았나 보다 싶다. 한편으로 다행인 것은 이미 늦었다고 생각한 그 순간이 사실은 그것을 하기에 가장 이른 때라는 사실이다. 이는 오랜 시간 미련하게 무모한 계획을 세우며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깨닫게 된 삶의 지혜로 보인다. 짧지도 길지도 않은 인생을 살아 오면서 실제로 우리 삶에는 사실상 늦은 것이란 없음을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일이나 계획은 그 필요성을 깨달아 알았을 때에야 비로소 목적성이 구체화되며 실행력을 지니게 된다. 딱히 내 삶에 필요하지 않음에도 그것을 얻기 위해 남들보다 빨리 움직인다고 해서 그것이 결코 시의적절하다고 평가될 수 없는 이유다. 그래서 사람이 무엇인가를 할 때에는 분명 적절한 때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러한 때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것은 아니므로 뭔가 하고 싶지만 이미 늦었다고 느끼는 것이 있다면 그때야말로 그것을 시작해야 할 때임을 기억해야 한다. 그렇다면 그러한 것들은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까. 그 시작이 고민될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자신의 바람을 구체화하는 것이다. 뭔가 하고 싶은 것들이 있지만 그것을 하려면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것이 많아 손을 대기도 전에 머리부터 복잡해지는 경험은 누구나 한다. 그런 순간에는 계획하는 것조차 막막하기 때문에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버거워질 수밖에 없다. 그럴 때에 기억할 만한 것이 ‘부분의 법칙’이다. 부분의 법칙이란 행동주의 언어교수법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언어를 가르칠 때 큰 단위를 작은 단위로 쪼개 하나씩 제시하고 연습하면 언어 학습과 습득에 용이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 경우 기계적 반복이 강조돼 맥락이 결여된 언어 학습이 이뤄지기 쉽다는 단점이 있지만 습관화 혹은 자동화에는 분명 도움이 된다. 그리고 그러한 습과화와 자동화는 언어 사용의 정확성을 발달시키지만 유창성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언어 사용의 정확성과 유창성이 기본적으로 부분의 법칙에 따른 언어 요소의 객관화를 바탕으로 획득되는 것처럼 우리가 바라는 것이나 도모하는 일도 그러한 법칙으로 구체화해 실천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바라는 것을 잘게 쪼개 그 면면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각자 나름대로 터득한 삶의 기술이 필요한데 필자는 개인적으로 POGS라는 것을 주로 활용한다. POGS는 목적(Purpose), 목표(Object), 하위 목표(Goal), 세부전략(Standard)의 머릿글자를 따온 것으로 삶의 큰 목적(P) 아래 그것을 이루기 위한 목표(O)를 정하고 그 목표를 내 삶의 영역별(G)로 어떻게 실천해 나갈 것인지(S)를 세부적으로 기술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막연했던 바람이 내 삶의 전 영역에 걸쳐 구체적인 실천 계획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필자는 새해가 되면 늘 POGS를 짜곤 한다. 바라는 것도 없고 그래서 계획하고 싶지도 않다면 그 순간에 자신의 삶의 영역을 잘게 쪼개 계획이 필요한 곳은 없는지 한번 살펴보자. 그러한 작은 실천과 함께 하루하루 살아간다면 분명 을사년 2025년의 끝에는 어떤 형태로든 좀 더 나은 내가 서 있으리라 확신한다. 부디 이번 을사년은 모두가 마음을 나누며 함께 서로를 돌아보고 뱀같이 지혜로운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

[경기만평] 을사년에는...

[사설] 인천신항 다시 공공개발로... 전향적 방향 선회다

앞으로 인천신항 배후단지 개발이 공공 방식으로 바뀐다고 한다. 민간 개발에 따른 ‘과도한 특혜’ 논란 때문이다. 남은 사업 부지에 대해서는 인천항만공사가 사업을 시행한다. 인천신항 배후단지의 자유무역지역도 확대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미 개발이 이뤄진 부지는 자유무역지역 지정에서 빠진다. 빗나간 민간개발이 후유증을 남긴 셈이다. 그간 인천 지역사회에서는 지속적으로 민간 개발의 문제점을 제기해 왔다. 결국 올해 감사원 감사에서 근거 없는 의혹 제기가 아님이 드러났다. 민간사업자가 선투자해 배후단지를 개발한다. 이후 들인 비용만큼의 토지를 취득하는 방식이다. 남는 토지는 국가에 귀속된다. 그러나 민간사업자는 이 토지에 대해서도 우선권을 갖는다. 계약에 매도청구권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1-1단계 2구역 사업의 경우 민간사업자는 13만㎡만 취득할 수 있다. 그러나 매도청구권을 통해 이의 4배 규모 토지를 더 취득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국가 귀속의 땅을 사들여 다시 제3자에게 팔아 수익을 더 남기는 사업구조다. 이 계약은 민간사업자가 내야 할 취득세까지 사업비에 포함하도록 해 놓았다. 사업 과정에서 해양수산부 출신에 대한 전관예우도 드러났다. 1-1단계 2구역 사업을 따낸 특수목적법인(SPC)의 대표가 전직 해수부 담당과장이었다. 이런 과정 끝에 인천신항 배후단지 개발은 다시 공공 방식으로 돌아왔다. 해수부는 2-1단계 배후단지 157만㎡(47만5천여평)에 대해 인천항만공사가 주도하는 공공개발 방식으로 바꿨다. 인천항만공사는 2030년까지 3천393억원을 들여 인천신항 배후단지를 조성한다. 해수부는 또 이미 민간개발에 들어가 있는 1-1단계 3구역과 1-2단계에 대해서도 자유무역지역 지정과 함께 공공성을 강화했다. 또 이들 구역에서는 민간사업자가 취득한 토지의 40%는 직접 사용하도록 했다. 직접 사용하지 않은 토지를 매각할 때는 토지가액의 115% 이내에서 분양토록 했다. 민간사업자의 과도한 부동산 차익 실현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국가 귀속 토지에 대한 매도청구권도 제한했다. 잔여 토지의 40%를 공공용지로 국가 귀속하고 일정 기간 사용이 없는 토지는 공공용지로 전환된다. 뒤늦었지만 전향적인 방향 선회다. 시급한 사회간접자본 확충에는 민간 개발도 필요하다. 그러나 과도한 이윤 등의 특혜가 문제다. 민간사업자의 이익을 늘릴수록 항만 경쟁력은 떨어진다. 항만 배후단지의 유통 단계가 늘어나 땅값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러면 인천신항 물류업체들의 서비스 비용도 따라서 올라간다. 글로벌 항만 경쟁 시대에 우물 안 개구리식 항만 개발은 통하지 않는다.

[지지대] 한 해의 마지막 날

이소영 작가의 그림책 ‘겨울별’에서 혹독한 계절로 빗대어지는 겨울의 색다른 면이 나온다. 청록빛을 띤 회색의 모형이 긴긴 잠에서 깨어나 나갈 채비를 한다. “내가 오면 사람들은 겨울이 왔다고 해. 내 이름은 아마, 겨울?” ‘겨울이’는 사람들 속에서 결코 자신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조용조용 움직이고 가만가만 지켜보며 추운 겨울을 바라본다. 봄을 맞이하기 위한 강한 에너지와 생명력을 머금은 채. 설렘으로 시작했던 한 해가 저문다. 유난히 시린 겨울이다. 저마다 크고 작은 꿈을 가슴에 안은 채 넘어지면서도 다시 일어나 묵묵히 걷고 걸어 완성한 2024년이다. 누군가는 2024년 12월을 삭제하고 싶다 했다. 대한민국을 뒤흔든 비상계엄으로 몇 주간 가슴이 뛰고 자다가 깨며 마음이 불안하다고 호소하는 이들도 많다. 국민의 집단적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진단도 나왔다. 정국 불안 속 대형 참사까지 일어났다. 한 해의 마지막을 보내는 제야의 종 타종식과 해넘이·해맞이 행사는 추모 분위기 속에 잇따라 취소되거나 축소됐다. 슬픔을 나누는 추모 행렬도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엘리어트 시인은/4월이 잔인한 달처럼 말했지만/사실은 12월이 가장 잔인한 달이다/생각해보라/12월이 없으면 새해가 없지 않은가/1년을 마감하고 새해가 없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우리가 새 기분으로/맞이하는 것은/새해뿐이기 때문이다.” 천상병 시인은 ‘12월이란 참말로 잔인한 달이다’라는 긴 제목의 시에서 12월을 이렇게 말했다. 시인은 12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했지만 12월이 없으면 새해가 없다고 한 까닭에 12월은 시작이고 희망이다. 또 정치의 혼돈 속 빛난 성숙한 시민의식, 누군가의 아픔에 깊이 애도하고 잠시 멈추는 공감의 공동체를 지닌 우리는 그 자체로 강한 에너지를 가진 ‘겨울이’라 믿기에.

[함께하는 미래] 동물에게 배우는 삶의 지혜 ‘공생’

일본의 신칸센 고속열차, 비행기 엔진, 항공기 날개, 풍력 터빈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물총새다. 물총새는 물고기를 발견하면 재빠르게 물속으로 뛰어들어 사냥한다. 이때 사냥 성공의 핵심 도구는 뾰족한 부리다. 물의 저항을 크게 줄여 공격 속도를 높여주기 때문이다. 인류는 물총새의 생체 특성을 연구해 빠르고 소음이 적은 고속열차를 만들었다. 또 이를 비행기와 풍력 터빈에도 응용했다. 자연에서 발견된 구조나 시스템을 모방해 기술적으로 응용하는 기술을 ‘생체모방과학’이라 한다. 실생활에서 자주 쓰이는 예는 다음과 같다. 모기의 입 구조를 모방한 주사침은 환자의 통증을 줄여줬고 박쥐의 초음파 위치추적시스템은 자율주행차 개발에 영감을 줌과 동시에 드론에도 응용됐다. 도마뱀붙이의 발바닥 구조를 보고 강력 접착 테이프를 만들었으며 거미줄의 강도와 유연성을 모방한 합성섬유는 방탄복, 의료 봉합사, 심지어 로봇팔에도 사용되고 있다. 북극곰 털은 속이 비어 있는데 이를 모방해 효율적인 단열재를 개발하는가 하면 사막의 흰개미 둥지가 지닌 독특한 자연 환기 시스템을 활용해 에너지 효율성을 높여 짐바브웨의 이스트게이트센터처럼 에어컨 없이도 시원하게 유지되는 친환경 빌딩이 설계됐다. 이처럼 식물과 동물에서 발견한 원리는 새로운 기술이 돼 우리 일상에 효율과 편리를 제공한다. 생체모방과학을 통해 실생활의 지혜를 얻었다면 인문학적 측면에서는 ‘공생(共生)’을 배울 수 있다. 공생이란 동물 또는 식물이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사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 예로 개미는 포식자로부터 진딧물을 보호해주고 진딧물은 개미에게 단물을 먹게 해준다. 말미잘과 흰동가리, 소와 반추위 미생물들도 비슷한 공생 관계에 있다. 흡혈박쥐는 사냥에 실패한 동료에게 자신의 피를 나눠 주기도 하고 늑대 우두머리는 어리거나 늙고 상처 입은 동료를 보호하기 위해 애쓴다. 이러한 행위가 당장은 동물 집단에 위험 요소가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서로의 결속력을 강하게 만들어 생존을 유리하게 한다. 즉, 남을 위하는 행동이 나에게 이익으로 돌아온다. 애덤 스미스는 자신의 저서 ‘국부론’을 통해 보이지 않는 손의 결과로 이타주의를 언급했으며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호혜적 이타 행동이 개인 또는 유전자에 이익을 준다고 이야기했다. 이타주의는 겉으로는 타인을 위한 행동으로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개인에게도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1980년대 에티오피아 기근으로 수백만명이 굶주렸을 때 퀸 같은 당대 음악가들이 참여한 라이브 에이드 콘서트는 많은 돈을 모아 소중한 생명을 살렸다. 그뿐만 아니다. 우리는 오늘날 세계 각지에서 재해 복구를 위한 도움의 손길을 본다. 어려운 이웃을 배려하는 노력이 커 간다면 언젠가 내가 예기치 않은 일을 겪을 때 사회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20세기 아프리카 사막화가 심해졌을 때 케냐의 환경운동가 왕가리 마타이를 중심으로 그린벨트운동이 시작됐는데 이는 아프리카에 수천만 그루의 나무를 심는 계기가 됐다. 이후 사막화 지역이 줄어들었고 동물 서식지가 복원된 곳도 있었으며 지역주민들은 다시 농업을 통해 생계를 이어 나갔다. 동물을 보호하고 모두의 환경을 걱정한 마음이 나와 내가 속한 사회에 작지 않은 선물로 돌아온 것이다. 공생은 나를 둘러싼 다른 생명체를 생각하는 이타주의에서 비롯된다. 내가 소중한 만큼 남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 이것이 인류가 지혜롭게 사는 길이자 자연과 동물에게 배울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한다.

[인천시론] 경계해야 할 중국

중국인들의 금기(禁忌) 중에 ‘피휘(避諱)’라는 것이 있다. ‘휘(諱)’란 천자(天子)나 왕(王), 성인(聖人) 또는 윗사람의 이름을 말한다. 따라서 ‘피휘’란 이런 사람들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거나 글로 적지 않는(피하는) 것이다. 이는 무엇보다 그 대상자의 권위를 높이기 위함이다. 고귀한 분이나 웃어른의 이름을 함부로 불러서야 어찌 권위가 서겠는가. 옛날 동양적 사고로는 생기고도 남을 일이다. 그래서 사마천의 사기(史記)를 비롯한 중국 역사서들을 보면 어떤 이름을 써야 하는데 그 속에 이런 이들의 이름에 쓴 글자가 들어간 경우 그 대신 다른 글자를 쓴 사례가 줄곧 나온다. 중국이 야심차게 진행 중인 달 탐사 사업 ‘창어(嫦娥) 계획’도 이와 관련돼 있다. 이 이름은 중국의 ‘항아분월(姮娥奔月•항아가 달로 달아났다)’ 전설에서 가져왔다. 이 이야기에서 여신(女神) 항아(姮娥•恒娥)는 남편인 천신(天神) 예(羿)가 천제(天帝)의 아들들인 아홉 개의 태양을 활로 쏘아 없앤 탓에 하늘로 돌아갈 수 없는 신세가 된다. 그러던 중 예가 둘이 먹으면 함께 불로장생(不老長生) 할 수 있고, 혼자 먹으면 신(神)이 돼 하늘로 올라갈 수 있는 약을 구해 온다. 항아는 하늘로 돌아가고 싶어 이 약을 남편 몰래 혼자 먹는다. 하지만 바로 가면 다른 신들이 남편을 배신한 여자라고 흉볼 것 같아 잠시 달에 가서 살기로 하는데 달에 도착하자 몸이 변하면서 두꺼비가 된다. 대략 이런 내용인데 항아의 ‘항(姮•恒)’이 서한(西漢) 시대 황제였던 유항(劉恒)의 이름 ‘恒’과 겹치니까 ‘恒’을 ‘嫦’으로 피휘함으로써 ‘창어(嫦娥)’가 생겼다. 이름의 유래는 이렇듯 재밋거리에 불과하지만 그 내용은 무서울 지경이다. 이 계획에 따라 탐사선 ‘창어 6호’는 지난 5월 달 뒷면에 착륙해 흙을 캐서 지구로 돌아왔다. 지금까지 달 표면 탐사에 성공한 나라는 옛 소련과 미국, 중국, 인도, 일본 등 다섯뿐인데 이 중에서도 무척 어렵다는 달 뒷면 착륙에 성공한 나라는 중국뿐이다. 또 한국과 중국 8대 주력 산업의 최근 10년간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에서 석유화학을 뺀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무선통신기기, 선박, 자동차, 철강은 중국이 우리를 앞질렀다. 중국 첨단 기업들의 연간 연구개발 투자비는 한국의 4배(2023년 기준)이며 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의 박사급 인력이 매년 8만명 넘게 나온다. 이들 분야의 논문 인용 빈도도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가 됐다. 14억 인구 중 가장 우수한 두뇌들이 ‘주 52시간 근로’ 같은 제약도 없이 최첨단 기술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우리는 어떤가. 요즘 많은 한국인이 ‘중국’이라고 하면 흔히 온갖 곳에서 말썽을 일으키는 무개념의 중국인들이나 그 대표격인 아줌마부대 ‘따마’를 떠올리며 “중국스럽다”며 그저 비웃고 깔본다. 하지만 중국에, 그리고 중국의 엄청난 지원 세력인 전 세계의 화교들 속에 어찌 그런 사람들만 있겠는가. 우리가 진정 눈여겨봐야 할 상대는 중국의 힘을 엄청나게 끌어올리며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그들의 과학기술 인력이다. 대적해야 할 상대를 잘못 판단하고는 이길 수 없다.

[경기시론] 이민자의 창업활성과 지역균형발전과의 관계

이민자가 국내로 유입될 경우 부족한 인력을 보충해 주는 효과 이외에도 소비, 투자 등 국내총생산에 대한 지출을 증가시켜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가 있다. 특히 이민자가 창업을 할 경우 직접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가 있으므로 이를 활성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2년을 기준으로 37개 회원국의 취업자 중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국민의 경우 평균적으로 13.4%이고 해외 출생 이민자의 경우 평균 13.8%로 이민자의 창업비율이 더 높다. 세계 최대 이민 국가인 미국의 경우 국민은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율이 8.2%이지만 이민자는 12.3%로 이민자의 기업가 정신이 국민보다 훨씬 높다고 볼 수 있다. 실제 2018년 뉴아메리칸이코노미재단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약 1천300만명을 고용하고 있는 미국 500대 기업의 약 44%(219개)가 이민자 1세 또는 2세에 의해 창업됐거나 미국 국민과 공동으로 창업됐다. 반면 우리나라는 국민의 경우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율이 18.7%로 OECD 평균보다 높지만 이민자의 경우 4.9%에 불과해 OECD 평균보다 훨씬 낮다. 또 우리나라에서는 이민 배경을 가진 자영업자가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사례도 찾아보기 힘들다. OECD는 이민자를 근로자로 고용하는 비율이 높고 이민자의 노동시장 접근성이 높은 국가들이 일반적으로 자영업자 비중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OECD가 지적한 사항 이외에도 정부가 이민정책을 외국인 근로자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는 점, 창업과 관련된 법제도와 금융 지원에 대한 정주 외국인의 접근성이 매우 낮은 점 등에도 그 원인이 있다고 본다. 최근 지역소멸 위기에 처해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이민자 유치를 통해 인구감소 위기에 대처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특히 인구의 감소로 인한 공동화 현상이 심화되는 농어촌지역의 경우 국민은 물론이고 이민자의 창업을 활성화해 평균 소득을 높이는 동시에 일자리를 창출, 인구가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인구가 감소하는 지역의 경우 국민은 물론이고 이민자도 일자리를 구할 수 없어 이민자가 그 지역에서의 거주를 기피한다고 하소연한다. 그러나 일자리가 없는 환경을 탓하기보다 창업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혁신적인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농촌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주민의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마을마다 경쟁력을 가진 농작물을 선정하고 그 마을에 거주하는 농업인들이 자발적으로 작물별 협동조합을 구성해 밭을 경지정리하거나 논을 밭으로 활용함으로써 자동화와 첨단 농기구를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이를 통해 1인당 경작면적과 생산성을 높이는 한편 농업혁신을 통해 발생하는 농업인과 이민자 등의 유휴인력을 농산물 가공 공장의 인력으로 활용함으로써 농산물 수급과 가격을 안정시키고 농가의 소득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작물별 연구단지 또는 해당 작물을 활용한 식품연구 단지를 조성해 작물과 식품의 품질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첨단 농기구의 대여와 지원, 유통망 지원 등을 강화해야 한다. 또 이민자 중에서 창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네덜란드는 2023년 기준으로 인구가 약 1천788만명이고 영토는 우리나라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세계 식품 수출국 순위 2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정부, 학계, 기업, 농업인 등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농업 혁신을 성공적으로 이룩한 결과라고 평가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반드시 참고할 사례라고 본다. 지역 내 소재하는 고등학교 또는 대학과정에서도 그 지역에서 비교 우위를 갖는 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유학생에 대한 교육, 직업훈련 및 창업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농어촌지역에서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몇 개의 마을 단위를 묶어 교육할 수 있는 기숙학교를 설치해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교육의 질을 높이거나 방과 후 온라인 보충 교육을 강화하는 방법 등을 강구해야 한다. 또 주거, 의료 및 도로의 정비 등을 통한 주거환경 개선에도 노력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현재 운영 중인 지역특화비자 또는 2025년부터 시범 실시 예정인 광역비자 제도와 관련, 그 지역에서 비교우위를 갖는 산업에 종사하는 이민자 또는 관련 분야를 전공한 유학생에게 우선적으로 비자를 발급해야 한다. 정부에서도 ‘벤처투자촉진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벤처기업 또는 초기 창업 기업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전문가 양성, 벤처투자자금 조성과 지원, 세제 감면 등을 강화하고 있다. 향후 비교우위 산업 분야에서 창업하고자 하는 이민자에게도 이러한 제도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질 수 있도록 필요한 정책과 제도가 신속하게 마련되기 바란다.

[천자춘추] 함께 멀리 가는 길

지난 한 달여간 진행된 사무실 리모델링 공사가 끝났다. 가끔 소음과 먼지로 불편했지만 그럴듯하게 바뀐 환경이 마음에 든다. 사무실 한편의 미활용 공간도 지역주민과 공유하는 회의실로 바꿨다. 이름도 직원 공모를 통해 ‘해아림(解我林)’이라 정했다. 자아를 이해하는 숲으로 다양한 세대, 업무와 쉼이 공존하며 일상을 돌아보는 공간이란 의미다. 회의실은 정부가 운영하는 공유누리 사이트에 등록해 회의나 스터디 모임 등이 필요한 지역주민에게 무상으로 공유 할 계획이다. “왜 회의실을 무상으로 공유하나요.”, “관리비만 나가고 손해 아닌가요.” 무상 공유 결정에 대한 주변의 반응이다. 하지만 ‘동반성장’이라는 더 큰 가치를 생각한다면 절대 손해 보는 결정은 아닌 것 같다. 고도화된 산업화는 극심한 경쟁과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가져왔다. 사회·경제적 불균형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이에 따라 외부 충격에 취약한 가계나 산업 등 사각지대 생태계는 점점 의지할 기반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같은 공공기관이 동반성장에 참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공공기관은 자금 지원, 기술 이전, 교육 프로그램 운영, 상생 협력 플랫폼 구축 등 동반성장에 공적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한쪽으로 쏠리는 편향적 성장이 아니라 다중적·다방면적 발전을 위해서다. 궁극적으로 공공기관의 참여는 민간 부문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닦고 지역사회 발전과 일자리 창출, 신뢰 기반의 생태계 형성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캠코도 2022년부터 동반성장 전담팀을 설치하고 회사의 업(業)과 연계한 동반성장 기반을 고도화했다. 또 경제적으로 어려운 소상공인, 자영업자에게는 채무조정을 통한 금융지원을, 중소기업에는 대출이자나 임대료 지원 및 판로 개척 지원, 건축 하도급업체에는 계약단가 조정과 안전한 대금결제 환경을 조성해 취약한 경제 주체들의 어려움을 덜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중지성성(衆志成城)’이란 말이 있다. 많은 사람이 뜻을 합하면 견고한 성을 쌓을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 중동과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 미국의 대선 등으로 인한 다양한 대내외 사회·경제적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이를 극복하려면 여러 주체의 전방위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지금이야말로 공공기관, 기업, 지역사회가 서로 손을 맞잡고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할 때다. 이로써 불확실한 시대에 흔들리지 않는 튼튼한 기반을 마련하고 모두가 지속가능한 번영을 누릴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동반성장, ‘함께 멀리 가는 길’을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어느덧 2024년 갑진년(甲辰年) 한 해가 저물어 간다. 모두가 올해 초 계획하고 소망했던 일들이 잘 마무리되길 바라며 밝아오는 2025년에도 행운이 깃들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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