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단상] 글로벌 반도체 중심지로 도약하는 ‘용인’

용인특례시는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와 용인반도체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초대형 반도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중심도시로 도약하는 채비를 차근차근 갖춰 가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장비회사인 ASML, 램리서치, 도쿄일렉트론의 한국법인이 용인에 들어왔거나 들어올 예정이어서 용인의 반도체 생태계는 확장일로에 있다. 처인구 원삼면 용인반도체클러스터 협력화단지엔 원익IPS, 솔브레인, 주성엔지니어링 등 경쟁력 있는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업체 31개사가 입주 협약을 체결했고 처인구 이동·남사읍에 조성될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에는 150여 소재·부품·장비·설계 업체의 입주 계획이 잡혀 있다. 두 초대형 반도체 산단 주위에도 다수의 반도체 소부장 업체가 들어오고 있다. 고영테크놀로지는 수지구 상현동으로 본사와 지주회사까지 이전했고 에스앤에스텍, 테스 등 중견 소부장 업체들도 용인지역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기업들이 이처럼 용인에 자리 잡게 됨에 따라 용인 지역경제는 앞으로 활력을 띨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나라의 경제 사정이 좋지 않고 용인도 그 영향을 받고 있지만 국가산단(삼성전자 360조원), 용인반도체클러스터(SK하이닉스 122조원), 삼성전자 미래연구단지(기흥캠퍼스 20조원) 등 3개 반도체 프로젝트에 모두 502조원이 투자되고 그에 발맞춰 소부장과 설계기업 등이 용인에 들어오기 때문에 용인의 향후 경제 전망은 밝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 측은 내년 3월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첫 번째 생산라인(팹.Fab) 착공을 앞두고 최근 시에 4천500억원 규모 지역자원 활용계획을 제출했다. 지난 2월 시와 체결한 업무협약의 후속 조치로 시는 팹 건축허가를 신속하게 진행하고 SK하이닉스는 공사에 필요한 자재나 장비, 인력을 조달하고 채용하는 데 있어 용인 자원을 우선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팹 시공사인 SK에코플랜트는 반도체 공정시설 등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분야를 제외한 곳에 쓰일 레미콘, 골재, 아스콘 등 건설공사 기본자재를 지역업체에서 우선 조달하기로 했다. 주차장 부지 조성이나 폐기물 처리 용역, 인허가가 필요한 용역과 철근이나 마감자재, 기계‧전기설비 자재 조달 등도 지역업체를 우선 활용할 방침이다. 첫 번째 팹 공사에만 연인원 300만명이 투입되는데 공사 진행을 돕는 인부나 신호수, 교통통제원, 경비원 등도 용인에서 우선 채용하기로 했다. 이처럼 자재와 장비 조달, 인력 채용을 통해 막대한 자금이 용인에 풀리고 공사 근로자들의 식비나 숙박비 등의 지출도 용인에서 이뤄질 것이므로 용인 지역경제는 활기를 띨 것으로 예측된다. SK 측은 앞서 부지 조성 공사 과정에서 이미 2천500억원 정도를 지역자원 활용에 지출했고 이로 인해 원삼면과 주변 상권에 온기가 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이동·남사읍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 계획은 머지않아 정부의 승인을 받는다. 승인이 당초 계획보다 3개월 이상 빨리 이뤄지는 것인데 계획 승인 후엔 보상과 이주, 기반공사 등이 진행된다. 국가산단 승인과 함께 45년간 이동·남사읍 6천450만㎡(1천950만평·수원시 전체 면적의 53%, 오산시 전체 면적의 1.5배)를 규제로 묶어 뒀던 송탄상수원보호구역이 해제된다. 포곡·모현읍과 유방동의 경안천 주변 373만㎡(112만8천평)를 25년간 수변구역과 군사시설 보호구역으로 묶었던 규제도 얼마 전 해제됐다. 용인특례시는 이 방대한 땅에 시민 주거공간, 기업 입주공간, 문화예술과 생활체육 공간 등을 조성하되 수질 관리를 잘하면서 자연친화적으로 개발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용인이 장차 인구 150만의 광역시로 발돋움할 것으로 보고 ‘2040 도시기본계획’, ‘2040 하수도정비 기본계획’ 등을 짜는 등 도시공간 구조에 대해 체계적인 검토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미래를 지닌 용인에선 반도체 산업뿐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투자가 이뤄질 것이다. 기업과 인구가 늘어나면 교통·교육·문화예술·생활체육 분야 등에서 인프라 확충이 진행될 것이며 사회복지와 환경 분야에 대한 투자도 확대돼 용인 지역경제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생각 더하기] 바보야! 문제는 경제가 아니라 정치야

1992년, 빌 클린턴 후보는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슬로건으로 조지 부시 당시 대통령을 꺾고 대선에서 승리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 상황은 어떨까. 여의도에서는 여전히 국가의 불안 요소가 정치가 아니라 경제라고 외치고 있다. 동시에 복잡하고 낯선 경제 지표를 내세워 국민의 불안을 더욱 키우고 있다. 경상수지, 무역수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고용률, 소비자물가지수, 가처분소득, 청년 취업률, 출산율 등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어려운 다양한 통계 지표들이 쏟아지고 있다. 게다가 언론과 방송매체는 경제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나와 앞다퉈 ‘경기 침체’와 ‘경제 위기’를 언급하며 한국의 내일을 어두운 겨울로 묘사한다. 그렇다면 진짜 문제가 경제일까. 정치가 경제를 결정한다. 2024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의 저자인 대런 애스모글루와 제임스 A 로빈슨은 국가 흥망성쇠의 주요 원인은 경제가 아니라 정치제도라고 강조한다. 이들은 영국과 이집트, 미국-멕시코 국경으로 나뉜 노갈레스시, 남북으로 분단된 한반도, 동서로 나뉜 독일, 북미와 남미, 유럽과 아프리카의 극단적 차이를 통해 정치제도가 국가의 운명을 결정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나라는 정치제도가 경제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오판으로 구조적 문제를 겪고 있다. 첫째, 단임제가 만든 불안정한 구조다. 우리나라 경제 구조에서 가장 큰 문제는 선진국에서 보기 힘든 5년 단임제다. 1987년부터 시행된 단임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과 제도가 극단적으로 변화하게 만들었고 이로 인해 경제 상황 예측에 불안정성이 늘 따라다녔다. 정권이 경제정책을 지속적으로 이어가야 안정된 성과를 낼 수 있지만 단임제는 정책의 단절을 불가피하게 만들고 있다. 둘째, 수도권 과밀과 주택 문제다. 수도권 주택 집중화 문제는 이미 2004년부터 제기돼 왔다. 그러나 해결책은 여전히 미흡하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은 노동을 통해 얻는 소득보다 투자나 투기를 통해 얻는 수익이 훨씬 크다는 잘못된 신호를 준다. 이로 인해 청년들은 불안한 미래를 감수하며 대출에 의존한 투기에 몰두하고 있다. 그 결과 가계부채는 급증하고 단기적인 일자리가 증가하며 결혼과 출산율은 감소하고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인구 감소와 경제 활동 인구의 감소로 이어져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셋째, 교육제도의 악순환이다. 거의 매년 바뀌는 입시제도, 사라지지 않는 주입식 교육, 그리고 거대한 사교육 시장은 우리 교육제도의 문제를 여실히 드러낸다. 사교육으로 인해 가계 부담은 커지고, 학교 교육의 역할과 교권은 약화됐다. 또 대학 입시에만 초점을 맞춘 교육은 사회성이나 공동체 의식 형성을 방해하며 결국 취업 시장에서도 대졸자만 선호하는 악순환을 만든다. 부동산 담보 대출 비중이 가계부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의 양극화와 부동산 시장의 통제 불능은 저출산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넷째, 외교정책이 중요하다.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돼 한국 경제는 커다란 도전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관세 인상, 방위비 분담금 증가, IRA법의 확대 등은 반도체, 자동차, 조선업 등 한국의 주요 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외교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 이러한 문제는 국민경제를 벼랑 끝으로 몰아갈 수 있다. 우리 경제는 수출 중심, 제조업 중심 구조이기 때문에 관세나 환율의 변동은 큰 충격을 가져올 수 있다. 외교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정책의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정치제도는 국민의 생계와 경제의 흐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현재의 정치권은 정쟁에 매몰돼 국민경제를 살릴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라도 정부와 정치권은 정치를 위한 정치가 아닌, 국민의 경제를 살리는 정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국가경쟁력을 유지하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미래를 만드는 길이다.

[기고] 죽음 예방, 인천시·지역사회가 앞장

‘죽음에는 편작도 할 수 없다’는 말이 있듯이 사람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게 바로 죽음을 막는 것이다. 흔히 의료 기술의 고도화, 건강에 관한 인식 변화 및 정부 지원 증가 등 다양한 사회·기술적 변화로 평균 기대수명이 높아졌기에 사망자는 줄어들 것으로 생각한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연간 사망자 수가 2013년 26만6천257명이었던 것이 지난해는 35만2천511명으로 나타나 한 해 사망자 수가 8만6천254명(32.3%)이나 늘었다. 사망 원인은 다양하다. 2023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암이 24.2%로 가장 높았고 이어 심장질환, 폐렴, 뇌혈관질환 등이었다. 이 외에도 상위 10위에 해당하는 사망 원인 대부분이 바로 병사(病死)다. 반면 다양한 질병이 많은 사망자를 발생시키고 있는 것보다 더 충격적인 사망 원인이 ‘자살’이다. 지난해 자살으로 사망한 사람은 인구 10만명당 27.3명으로 2022년 대비 8.5% 증가했다. 2022년 대비 2023년 총사망자는 감소했지만 자살으로 생을 마감한 경우는 이와 대조적으로 증가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특히 자살으로 인한 사망자는 19세에서 39세 사이에서 가장 높은 비율로 발생하고 있다. 부모의 보호 아래 성장하며 교육받아야 할 청소년과 현재와 미래를 이끌어 갈 청년들의 주요 사망 원인이 자살이라는 점에서 큰 충격을 준다. 인천은 자살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인구 10만명당 24.6명으로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7위이며 중상위권 수준이다. 그러나 자살 비율은 평균보다 높거나 낮다는 통계만으로 안심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미추홀구의 한 주택에서 40대 가장이 아내와 세 자녀를 살해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2023년 3월18일), 서구의 한 빌라에서 10대 형제가 숨지고 부모는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된 사건(2022년 11월25일), 20대 9급 공무원이 자살을 한 사건(2024년 11월) 등 여전히 가슴 아픈 비극이 계속되고 있다. 인천시는 이미 ‘자살 유족 원스톱 서비스’, 자조 모임, 회복지원 프로그램, ‘24시간 자살 유족 상담 전화’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고 청소년들의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Wee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구 증가에 따른 자살 예방 프로그램과 센터의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현재의 정책만으로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렵기에 보다 강화된 지원과 추가적인 프로그램 도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정신적 고립을 예방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더욱 많이 늘리고 정기적인 심리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택시, 학원, 약국, 병원, 종교계 등 지역 네트워크를 강화해 ‘자살 고위험군’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자살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이며 알면서도 막기 힘든 문제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인천시와 지역사회가 협력해 생명존중문화를 확산시키고 자살 예방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간다면 절망 속에 놓인 이들에게 희망의 손길을 내밀 수 있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경기만평] 사상 초유의...

[사설] 폭설 붕괴 비닐하우스가 아직도 그대로 있다

18일자 경기일보 1면에 사진 3장이 실렸다. 무너진 철근 사이로 소 떼가 위태롭게 오가고 있다. 과수와 방조망이 쓰러져 흉물처럼 버려져 있다. 햇빛가림막이 바닥에 인삼을 덮쳐 황폐화됐다. 이런 지경에 이른 건 지난달 27일 폭설 때다. 본보 사진기자가 사진을 촬영한 건 17일이다. 폭설 피해 20일이 지난 현재 모습이다. 소 떼는 위험하고, 비닐은 날아갔고, 인삼은 눌려 있다. 2024년 12월 경기도의 모습이 맞나 싶을 정도다. 폭설 당일 긴급 회의를 열던 시장 군수들의 모습이 생생하다. 긴급 복구에 총력전을 펴라던 지시가 언론에 남아 있다. 그랬던 화성시, 수원특례시, 이천시의 현재 모습이다. 소가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사과는 생육 기간 3~5년을 완전히 망쳤다. 땅속 인삼의 피해는 내년에 봐야 확인이 가능하다. 피해 조사나 보상 규모가 정해지지 않아 손댈 수도 없다. 하루짜리 폭설 피해가 20일짜리 영농 말살로 이어진 것이다. 이번 폭설에 피해가 집중된 곳은 경기도다. 전체 농작물 피해 면적이 271.93㏊다. 이 중 경기지역이 211.22㏊다. 포도 등 시설하우스 피해가 28㏊, 인삼 등 과수 시설 피해가 182㏊다. 시설 농가의 폭설 피해는 여름철 농작물 피해와 규모부터 다르다. 기본적인 농작물 피해 말고도 수천만~수억원이 투입된 시설 피해가 심각하다. 복구도 인력만으로는 불가능하고 중장비 등이 투입돼야 한다. 국가, 시·군이 나서 줘야 해결된다. 피해 지역에 대한 재난지역 선포 약속이 있었다. 시장과 도지사가 건의를 약속했다. 그게 20일이 흐른 18일에야 지켜졌다. 정부는 계엄·탄핵 정국 때문이라고 치자. 이에 앞서 지자체가 해야 할 재난 행정이 있다. 복구 지원, 피해 조사, 보상 집행과 예산 수립 등이다. 얼마나 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수원 상광교동의 시설 피해 농민의 탄식이 절절하다. “지난해 수해 때도 와 보기만 하고 그대로다. 애초 기대도 안 했지만 너무한다.” 계엄 규탄 집회에 참여하는 단체장들이 많다.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인다. 시의회가 시정에 집중하라는 지적도 한다. 그럼에도 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몰려가고 있다. 그런 곳의 폭설 피해 현장을 살폈더니 저 지경이다. 행정 절차 지연으로 남은 농축산물까지 다 망치고 있다. 시장 군수의 본분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 본분 무시해도 정치권에 기웃대는 게 도움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정말 그럴까. 미국 등 선진국에서 눈만 늦게 치워도 낙선감이다. 폭설 피해 늑장 복구·지원은 당연히 퇴출감이다. 우리도 유권자가 지켜보고 있다.

[사설] 시국 바람에 인천 현안 ‘올스톱’... 대체매립지, 때를 놓칠라

불시에 닥친 탄핵정국에 지역 숙원사업들도 올스톱이라고 한다. 인천의 경우 수도권매립지 종료, 경인선 전철·경인고속도로 지하화 등이다. 지역 간 이해가 얽히거나 대규모 투자사업이라 중앙정부 지원이 필수다. 지난 대통령선거와 올해 총선의 주요 공약이기도 했다. 그러나 휘몰아치는 정국에서 일순간 추진 동력이 사라졌다. 이러다 영영 타이밍을 놓쳐 되돌릴 수 없을까 걱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2년 대선 때 내놓은 인천 공약들이 있다. 맨 앞에 수도권매립지 이전을 위한 대체매립지 확보가 있었다. 경인국철(경인선)·경인고속도로 지하화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노선 신설도 있었다. 제2인천의료원 설립과 국립대 병원 유치 등 모두 7개에 이른다. 특히 수도권매립지 문제 해결이 안갯속이다. 우선 대통령 직무 정지 등으로 총리실 산하 수도권매립지 해결 전담기구 설치가 불투명해졌다. 당초 환경부·인천시·서울시·경기도 간 4자 협의체는 내년 초 수도권매립지 대체매립지 4차 공모에 나설 예정이었다. 그러나 환경부는 물론 3개 시·도도 현재로서는 공모 자체가 큰 부담이다. 경인선 지하화 사업은 사업 착수 시기조차 가늠하기 어렵다. 국토교통부는 당초 18일께 ‘철도 지하화 통합개발 선도사업’ 선정을 발표하려 했다. 그러나 잠정 보류로 넘어가는 분위기다. 인천시는 9조5천억원대의 이 사업에 대한 필요성과 범위 등을 국토부에 제출하고 결과를 기다려 왔다. 그러나 지금은 이 사업이 내년 탄핵 심판 이후에나 다시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내년 5월 종합계획 수립 등의 추진 일정도 일단 멈춰선 셈이다. 제2인천의료원 설립 및 서울대병원 분원 영종도 유치 등도 나아가기 어렵게 됐다. 인천시는 그간 대통령 공약을 내세워 복지부 설득에 공을 들여 왔다. 그러나 경제성 부족에다 의정 갈등까지 겹치면서 사실상 멈춰선 상태다. 권한대행 체제에서 재추진은 더욱 어려울 전망이다. 역시 대선 공약인 서해5도 정주여건 개선 확대도 마찬가지다. 인천시가 노후주택 개량 지원비 등을 요청했지만 내년 정부 예산안에서 빠진 상태다. 지금 이런 시국에서 선거 공약 지역 사업이 속도를 내리라 기대하긴 어렵다. 그러나 지금 서둘러도 일정을 맞추기가 빠듯한 지역 현안들이 문제다. 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를 위한 대체매립지 확보가 대표적이다. 이미 지난 3년간 3차례의 공모가 실패했다. 인천의 숙원인 ‘2025년 사용 종료’를 위해서는 안 그래도 시일이 촉박하다. 여기에 정국 리스크까지, 수도권매립지 문제 해결의 실기(失期)가 가장 걱정이다.

[지지대] 세계평화 외친 한국인들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곳에선 시청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한국의 도청사나 시청사를 떠올려 보면 생경한 모습이다. 그 의문은 금세 풀렸다. 시청사 앞 광장과 부두의 평화로운 풍경만큼이나 사진에 담고 싶은, 바로 ‘노벨 평화상’ 시상식이 열리는 장소였던 거다. 지난 10일(현지 시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설레고 영광스러운 순간이었다. 스웨덴 스톡홀름 시청 콘서트홀에서 열린 2024년 노벨 문학상 시상식에 한강 작가가 수상자로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인이 노벨상을 받은 건 2000년 평화상을 받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다. 검은색 드레스를 차려 입은 한 작가는 스웨덴 국왕으로부터 노벨상 증서와 메달을 받아 들었다. 이후 블루홀로 자리를 옮겨 열린 연회에서 한 작가는 “문학작품을 읽고 쓰는 일은 필연적으로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하는 일”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같은 날 노르웨이 오슬로 시청사에서는 노벨 평화상 시상식이 열렸다. 그곳에도 한국인이 있었다. 노벨 평화상 수상단체는 일본의 원자폭탄 생존자 단체인 ‘니혼히단쿄’(일본 원폭피해자단체협의회)였다. 원폭 피해를 증언해 핵무기가 사용돼선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것이 노벨위원회의 선정 이유다. 니혼히단쿄는 한국인 피폭자들과 해외로 이주한 피폭자들이 겪은 고통, 이들과 연대해 일본 정부에 지원을 요구해 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시상식 대표단에 정원술 한국원폭피해자협회장과 원폭 피해 2세인 이태재 한국원폭피해자 후손회 회장이 함께할 수 있었던 이유다. 다나카 데루미 대표위원은 물론이고 한국의 피폭자와 후손은 오슬로에서 ‘비핵’과 ‘평화’를 외쳤다. 원폭으로 인한 피해와 공포를 고스란히 가슴에 품은 이들의 말은 결국 한 작가가 말했던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하는 일’과 일맥상통한다. 내년이면 원폭 피해 80주년이다. 2025년까지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12월은 잔인한 달’이다. 계엄과 탄핵이 휩쓸어 버린 혼란과 공포의 순간을 딛고 80년 피폭의 역사를 뒤로하며 평화의 날이길 기대해 본다.

[천자춘추] 작은 기부, 큰 존중 ‘모두의 보훈 드림’

국가를 위해 청춘과 생명을 바친 분들에 대한 진정한 예우는 어떤 모습일까. 올해 6월, 국가보훈부는 이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우리 사회의 영웅들을 위한 획기적인 기부 프로젝트 ‘모두의 보훈 드림’을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재정 지원을 넘어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희생한 분들에 대한 진정한 존중과 감사의 마음을 담고 있는 범사회적 운동이다. 보훈기금법 시행령 개정과 시행규칙 제정을 통해 기부체계가 정비되고 보훈 기부문화의 새로운 장을 열게 된 모두의 보훈 드림은 국가유공자 및 유족의 자립과 복지 증진을 위한 민간 기부의 활성화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6월27일부터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한 시범운영 후 내년 1월부터 본격 가동될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의 가장 혁신적인 점은 투명성과 개인화된 기부 방식이다. 기부자는 자신의 기부금의 용도를 국가유공자의 생활안정, 예우사업, 노후지원, 재활치료 등 원하는 분야로 직접 지정할 수 있어 더욱 의미 있는 기부가 가능하며 이는 기부자 개인의 의지를 존중하는 혁신적인 접근 방식을 보여준다. 기부금은 국가재정법에 따라 엄격히 관리되며 기부자에게는 세액 공제 혜택도 제공된다. 또 다른 주목할 만한 점은 우수한 접근성이다. 온라인 기부 창구인 모두의 보훈 드림 누리집을 통해 국민 누구나 쉽게 대한민국의 진정한 영웅들에게 실질적인 지원과 존중의 손길을 내밀 수 있다. 우리는 종종 큰 금액의 기부만이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작은 기부도 모이면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 마치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먼 곳에 폭풍을 일으키듯 우리의 작은 기부와 관심은 국가유공자와 그 가족들의 삶에 큰 희망을 선사할 수 있으며 모두의 보훈 드림은 우리에게 그 의미 있는 참여의 기회를 제공한다. 더 이상 보훈은 정부와 지자체만의 책임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함께 참여해야 하는 사회적 책임으로 인식되고 있다. 모두의 보훈 드림 프로젝트는 이러한 인식의 전환을 상징한다. 과거의 보훈 정책이 정부와 지자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국민 개개인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최근 세계는 수많은 갈등과 전쟁의 위험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시점에 나라를 지키기 위해 헌신한 국가유공자들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존중해야 할 것이며 그들에 대한 우리의 존중은 작은 기부로 시작할 수 있다. 작은 기부가 모여 오늘의 대한민국을 존재하게 한 영웅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희망을 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삶, 오디세이] 성탄절의 소원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주 예수 나신 밤....” 어김없이 2024년에도 성탄절을 맞고 있다. 매년 12월25일 성탄절은 전 세계인들이 함께 기뻐하고 행복해하는 날이다. 어떤 해는 더 빨리 오거나, 어떤 일 때문에 늦어지지는 않는다. 많은 어려움이 있는 올해도 화이트크리스마스냐, 아니냐의 차이만 있을 뿐 온 세상 사람들이 기뻐하고 행복해하는 성탄절이 다가온다. 필자는 2002년 이집트 카이로에서 성탄절을 맞은 적이 있다. 기독교 국가가 아니었지만 그곳의 성탄절도 필자가 알고 있는 성탄절과 똑같았다. 호텔 로비와 거리에는 형형색색의 조명과 장식물로 화려하게 성탄을 맞는 모습에 당황한 것 오히려 나였다. 그리고 책에서 배우지 않은 종교와 문화에 대해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4년마다 전 세계를 들썩이게 하는 월드컵 축구대회는 축구에 관심 없는 사람들에게는 의미 없는 축제이고, 지구촌의 축제라고 말하는 올림픽도 개최국이나 스포츠 팬들을 제외하면 무관심할 수 있는데 성탄절은 지구촌 사람 모두, 남녀노소, 인종과 국가와 문화를 초월하는 세계 최고의 축제일이다. 필자는 중학교 때부터 교회를 다녀 어린 시절 성탄에 대한 추억은 없다.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굴뚝을 타고 들어와 아이가 원하는 선물을 양말 속에 넣어 놓고 간다는 이야기는 나중에 커서 책에서 배웠다. 자녀가 공부를 잘하기 원하는 한 부모님이 있었다. 성탄절 때마다 아이에게 책을 선물했다. 그런데 아이는 점점 크면서 성탄절 선물로 받고 싶은 장난감이 있었다. 그러나 그 부모는 어김없이 책으로 성탄절 선물을 준비해 양말 속에 넣어 뒀다. 그 아이의 어린 시절 성탄절은 그렇게 기다려지는 날은 아니었단다. 2024년 성탄절의 소원이 있다. 우선 우크라이나전쟁이 끝나는 것이다. 더구나 그곳에는 북한의 젊은이들이 용병으로 전쟁에 참가하고 있다. 전쟁이 종식되는 성탄절 선물을 기다린다. 그리고 이스라엘과 하마스, 헤즈볼라의 전쟁도 선물 보따리에 들어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국내적으로는 한밤중의 비상계엄으로 시작된 대통령 탄핵의 어지러운 정치 상황이 평화롭게 정리되는 선물을 주시면 좋겠다. 대한민국에는 뛰어난 정치 지도자들이 있지만 일은 점점 더 꼬이고 어려워지고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2024년 성탄절에는 이 땅에 아기 예수님을 보내주신 하나님께서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에 질서를 더해 온 국민이 안심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일상의 축복을 선물로 주시면 좋겠다. 끝으로 2024 성탄절에는 지난 1년 나에게 일어난 모든 일을 감사의 바구니에 담아 하나님께 선물로 올려 드리고 싶다. 크고 작은 일들이 많이 있었지만 돌아보니 가장 필요했고 좋은 것들이었다. 일이 일어난 그때는 몰랐지만 시간이 지나 성탄의 불빛에 비춰 보니 다 감사한 일이고 축복된 일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인사드린다. 성탄에 행복하세요.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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