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디아스포라의 성지 인천’은 세계 관광 자산

디아스포라(Diaspora)는 고국을 떠나 타국에서 자신들의 문화를 지키며 살아가는 공동체 집단, 정체성 혹은 그 자체를 아우르는 포괄적인 개념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디아스포라는 해외에 거주하는 유용한 ‘자원’으로 인식되고 있고 우리나라뿐 아니라 인도, 중국 등 세계 유수의 나라에서도 디아스포라는 자국의 경제, 정치, 문화 등 사회 전 범위에 걸쳐 기여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코리안 디아스포라는 약 780만명이다. 인천은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출발 도시이며 1883년 제물포항 개항으로 우리나라 근대화의 시작점이 된 도시다. 그 상징적인 장소 제물포항에서 조선인 이민자가 하와이로 출항했고 이렇게 코리안 디아스포라는 시작됐다. 생계 유지를 위해 척박한 노동환경 속으로 떠났던 이민 1세대에서 정보기술(IT), 바이오, 의료, 교육 등 고급 인재의 이주가 주를 이루는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사회 구성원 속 이방인으로 살아가면서도 자기 뿌리를 잊지 않으려고 부단히 애를 쓰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후대로 내려갈수록 고국 대한민국에 아무 연고도 없고 정체성을 잃어 가는 경우가 많다. 점점 많아지고 있는 재외 교포들이 해외에서 이방인처럼 살아가고 있지만 뿌리를 잊지 않으려고 애쓰며 고국을 기억하고 찾을 때 어머니의 따스한 품처럼 평안과 위안을 줄 수 있는 상징적인 곳이 바로 인천이 아닐까 싶다. “할아버지, 당신이 그리워하던 고국의 하늘 아래에서 당신의 삶을 기억합니다”(한국이민사박물관-2019년 한국을 방문한 멕시코 코리안 디아스포라 후손이 쓴 기록). 한편 관광의 경제적 측면에서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유·무형적 자원은 아주 매력적인 ‘고부가가치’ 시장이다. 이미 다수의 연구에서 성공한 디아스포라는 고국에서의 ‘고가 소비’를 기꺼이 즐긴다는 것이 입증됐다. 해외에서 성공했지만 자의식, 정체성 등의 혼란을 겪는 코리안 디아스포라에 인천은 반드시 한번은 방문해야 하는 ‘성지’ 같은 장소로 포지셔닝이 가능한 경쟁력 있는 도시다. 필자는 코리안 디아스포라 대상으로 인천의 관광 경쟁력을 높이려는 방안으로 다음과 같이 제언한다. 첫째, ‘맞춤형’ 관광상품 개발이다. 제물포 지역의 원도심 장소성(placeness)을 활용한 스토리텔링 관광상품 개발인데 이민 1세대에게 제물포는 이별이고 슬픔이며 동시에 희망이고 미래였을 것이다. 2, 3세대 그 후손으로 내려오면서 뿌리의 흔적을 찾기 어려운 이들이 고국(고향)에서 선조들의 이민사 출발 현장성과 오래된 미래의 체험은 정체성 및 자의식 회복에 도움을 줄 것이고 이런 체험은 이민사 출발 장소인 인천 제물포에서만 가능하다. 둘째, ‘럭셔리(Luxury)-고급형 관광’으로 고국을 경험하게 할 필요성이 있다. 다양한 이유로 고국을 떠나 사는 이들에게 풍요로운 고국 체험은 정체성, 소속감 부재 등의 감정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자연·문화자원이 풍족한 제물포 지역과 비즈니스 허브도시 송도 그리고 섬·해양까지 인천은 럭셔리 관광 자원이 풍족하다. 무엇보다 럭셔리 관광 시장은 세계 관광시장의 성장세보다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2032년까지 연평균 8% 이상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되는 고부가가치 관광시장이다. 셋째, ‘정체성 체험’의 공간 조성이다. 한인 이민사 시간의 두께가 켜켜이 쌓인 ‘한국이민사박물관’.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잔잔하게 스며오는 조상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강력한 힘이 있는 장소다. 다만 한국이민사박물관은 현재의 단순히 관람하는 정형화된 DNA에서 정체성을 체험하는 성지 DNA 장소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생물학적 DNA를 확인하고 보관한다든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조상 만나기 체험 등 방법은 다양하다. 디아스포라 관광시장은 수요자 확대와 지속성이 담보되는 ‘고부가가치’ 블루오션 시장으로 그들은, 아니 우리는 무한경쟁시대에 지역과 국가에 강력한 경쟁력이다.

[천자춘추] 슬프게도 살아가는 것이 기쁘다

진정한 소통은 남의 말을 듣는 데 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내가 알고 있는 알량한 지식이나 상식으로 예단했던 때가 있다. ‘듣기’를 하지 않던 그때, 두 번의 ‘버럭’의 순간이 떠오른다. 축구단을 창단하고 운영국장을 할 때의 일이다. 내 생각에 선수 유니폼을 너무 많이 만든다고 생각해 ‘버럭’ 하고 재검토하라고 했다. “제가 아무리 모른다고 해도 축구선수가 유니폼 장사 하는 것도 아니고 1인당 16벌이 왜 필요합니까.” “그것도 최소한으로 잡은 겁니다.” “다시 검토하고 그 이유를 문서로 제출해 주세요.” 다음 날 설명서가 왔다. ‘연습 시 최소 두 벌(한 벌은 땀 때문에 도중 환복), 두 벌 세탁 중,두 2벌 건조 중, 두 벌 찢어짐 등에 대비한 준비용 등 여덟 벌×2(홈, 어웨이)=16벌(긴팔 미포함)’. 또 한 번의 ‘버럭’은 교향악단 연주복 관련이다. 해외 연주를 위해 어렵게 예산을 확보해 한 군데 양복집에서 맞춰 준다고 했더니 개인별로 예산을 지급해 달라는 것이다. “아니, 제가 아무리 몰라도 저는 평생 30만원짜리 이하 양복을 아웃렛에서 사서 입었는데 1인당 70만원짜리 연주복을 맞춰 준다고 하는데 안 된다니 너무 한 거 아닙니까. 그 이유를 제가 이해할 수 있게 내일 단원들과 상의해 설명해 주세요.” 다음날 교향악단 총무가 조용히 설명하는데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우리는 왜 나만 옳고 선(善)이라고 확신할까. 그 확신이 모두에게 얼마나 큰 고통과 좌절을 안겨줄 거란 것을 생각하지 않을까. 말의 주검, 말의 쓰레기들이 뒹굴고 있는 세상을 걷다 보면 때론 어지럽고 비틀거린다. 모두 마음의 빗장을 꽁꽁 걸어 잠그고 타인의 이야기에는 열심히 고개를 흔들고 있다. 어딘가 있을 것이다. 꽁꽁 언 마음의 문 활짝 열고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만 하는 말, 말, 말들.... 조였던 혁띠 풀고 가식의 옷 활활 집어 던지고 진실을 이야기하는 글, 글, 글들.... 살아가는 것이 기쁘다. 슬프게도....

[아침을 열면서] 한 해를 시작하는 1월의 금주

얼마 전 30대 젊은 지인을 만났다. 회사에 대한 고민이 많다며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부서를 옮기고 싶은 가장 큰 이유가 직속 상사가 술을 너무 많이 마신다는 것이다. 요즘도 술을 권하는 사람이 있냐며 놀랐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다양한 자리에서 술을 마시며 어울리는 것을 즐기고 있다. 술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회생활 속에서 술을 완전히 멀리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직장에서의 음주문화는 여전히 뿌리 깊어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선택은 어색할 수도 있는 현실이다. 새해가 되면 많은 이들이 건강한 한 해를 다짐하며 다이어트, 운동, 금연과 함께 금주를 신년 계획으로 세운다. 하지만 의지와 실천은 별개다. 술을 자제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영국에서는 2013년부터 1월 한 달 동안 술을 마시지 않는 ‘드라이 재뉴어리(Dry January)’ 캠페인이 시작됐다. ‘건조한 1월’ 정도로 직역할 수 있는 신조어다. 연말 모임으로 과도한 음주를 했던 12월의 후유증을 벗어나 건강하게 새해를 시작하자는 취지다. 이후 ‘Dry January’라는 이름을 상표로 등록하면서 캠페인은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고 참여자들은 한 달 동안 금주를 실천하며 서로를 응원하고 몸과 마음을 새롭게 정비한다. 이 캠페인은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데 매년 800만명 이상이 참여하며 참여자 중 70% 이상이 이후에도 음주를 줄이는 데 성공한다고 한다. 술을 입에 대지 않는다고 해서 단기간에 얼마나 큰 건강 효과가 있을까 싶지만 연구 결과를 보면 금주의 효과는 예상외로 높다. 한 달간 금주하면 간의 지방 함량이 평균 15~20% 감소하고 체중이 줄며 수면의 질도 10% 이상 개선된다고 한다. 장 건강 회복과 염증 감소, 수면 개선으로 면역력이 향상되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평균 16%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또 알코올 섭취를 줄이면 업무와 일상생활에서 더 높은 집중력을 경험할 수 있으며 우울증 발병률이 약 20% 낮아질 수 있다고 한다. 경제적인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하루 두 잔씩 마시는 사람이 술을 끊는다면 1년간 약 600만원 이상을 절약할 수 있다. 특히 한 해를 시작하는 1월의 금주는 이후 음주 습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 달의 실천이 절주 또는 장기적인 금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요즘 Z세대와 밀레니얼세대는 음주를 단순히 건강 문제가 아니라 자기관리를 위한 선택으로 본다.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건강한 삶을 위한 실천이자 개인의 신념과 가치를 표현하는 방식이 되고 있다. 이러한 세대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음주를 강요하지 않는 분위기는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이제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더 이상 특별한 선택이 아니고 술을 권하는 문화가 점점 낯설어지는 세상이 오고 있다. 앞으로 금주하는 청년들이 사회에서 더 높은 위치에 오르면 음주 중심의 직장문화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드라이 재뉴어리 캠페인처럼 특정 시기에 함께 금주를 실천하는 문화가 한국에서도 자리 잡으면 어떨까. 꼭 새해가 아니더라도 한 달간의 금주는 건강과 마음을 새롭게 정비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긴급사설] 탄핵 소추 가결, 대한민국 경제는 보호하라

또 한번의 대통령 탄핵 역사다. 국회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국회의원 204명이 탄핵에 찬성했다. 반대는 85명, 기권은 3명이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소추,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가 있었다. 우리 헌정사에 세 번째 대통령 탄핵 소추다. 옳고 그름을 떠나 더 없이 비극적인 역사다. 이제 정부는 대통령직무 대행 체재로 들어갔다. 또 다른 충돌의 시작이 될 것 같으니 걱정이다. 탄핵 심판의 시간이다. 윤 대통령은 이미 탄핵 소추에 맞서겠다고 선언했다. 계엄이 대통령에 주어진 권한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조속한 탄핵 확정을 몰아 갈 전망이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맞물려 있다. 여기에 헌법재판소의 비정상적 상황이 있다. 재판관 3명이 공석이다.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탄핵된다. 여야의 셈법이 여기부터 충돌할 수 있다. 정치가 또 한번의 분열을 부추길 수 있다. 경제를 걱정한다. 정말 큰일이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 기억이 있다. 소비자 심리 지수(CCSI)가 급격히 떨어졌다. 2016년 10월 102.7에서 탄핵 논란이 불붙은 11월 96으로 떨어졌다.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12월 9일)이 이뤄진 12월에는 94.3, 이듬해 1월에는 93.3으로 계속 낮아졌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12월 3일이었다. 한국은행의 12월 CCSI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모든 지표가 나쁘다. 안 그래도 트럼프 리스크에 직면한 우리 경제다. 삼성·SK 반도체 공장이 중국 시안·쑤저우·우시·충칭 등에 있다. 미국이 대중 수출 통제 등의 규제에 나설 것이 확실하다. 첨단 반도체 장비 반입 제한 등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 자동차도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에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보편 관세 20%를 적용할 경우 한국 자동차 산업은 영업 이익 19%가 감소할 것이다.’ 신용평가사 S&P이 지난달 낸 보고서다. 힘 없는 기업의 노력이 눈물겹다. 한국경제인협회 경제사절단이 미국 워싱턴DC에 모였다. 우리 업계 목소리를 미국에 전달하기 위해 정재계와 네트워킹을 강화하고 있다. 사절단은 자유무역협정(FTA) 같은 정책 일관성과 예측 가능한 투자 환경 조성을 미국 측에 요청했다. 10일(현지시간)에는 워싱턴DC 미국상공회의소에서 제35차 한미재계회의 총회도 개최했다. 5년 만에 미국에서 열린 총회다. 그만큼 절박한 상황이다. 탄핵은 정치다. 정치가 경제를 망쳐선 안 된다. 역설적이게도 우리에게는 탄핵 교훈도 있다. 노무현 탄핵 때는 고건 대행 정부가 이끌었다. 국정에 큰 무리가 없었다. 박근혜 탄핵 당시에는 황교안 대행 정부가 이끌었고 역시 잘 극복했다. 그때마다 중요했던 건 정치권의 자제였다. 적어도 경제는 무너뜨리지 말자는 초당적 배려가 분명히 있었다. 살폈듯이 트럼프 리스크로 벼랑 끝에 선 한국 경제다. 정치가 각별히 챙겨야 한다. 탄핵은 누군가에게는 시작이다. 미래 권력을 향한 기회이기도 하다. 나라 걱정의 속내에 이런 셈법이 있음을 국민도 다 안다. 그래서 이 탄핵 정국은 차기 정치에 대한 평가의 장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등 대권 후보들은 위기 관리 능력을 보여야 한다. 말 할 것도 없이 이 시점에서의 평가는 탄핵 속 경제를 보호하는 것이다. 탄핵 정국에서 경제를 구분해 내는 의지와 실천이 필요하다. 탄핵 중에 경제를 지키는 자가 탄핵 끝에 대통령이 될 수 있다.

[경기만평] 이쯤되면...

[사설] 윤석열式 버티기·쟁송戰 시작되나

윤석열 대통령이 바라본 대상은 지지층이다. 투쟁 선언을 했고 싸울 명분을 전달했다. 퇴진 관련 담화라는 전망은 빗나갔다. 담화 내용은 야권 성토와 계엄 정당화였다. ‘광란의 칼춤’, ‘국정 장악 기도 세력’ 등의 거친 표현도 했다. 다수의 반(反)계엄 여론에 불을 그어 댄 셈이다. 퇴진과 탄핵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탄핵 반대 세력도 더욱 결집시키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래저래 국론 분열이 걱정이다. 12일 담화는 ‘광란의 칼춤을 추고 있다’로 시작됐다. 야당의 탄핵 남발 사례로 방통위원장, 감사원장, 검사를 열거했다. 특검 법안 발의도 27번이라고 특정했다. 야당의 삭감 예산도 원전, 과학, 특활비, 동해 가스전, 돌봄 수당 등 일일이 거론했다. 3일이 총론이었다면 이날은 각론이었다. 여기에 선관위 시스템 규명 필요성도 얘기했다. 해킹 가능성, 조사 방해 등을 말했다. 헌법재판소에서 주장할 법리 공방을 미리 꺼낸 것이다. 계엄 선포가 내란죄가 아니라는 점도 길게 설명했다. 대통령의 ‘법적 권한으로 행사’한 비상계엄 조치라고 주장했다.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 행위라는 얘기다. 최근 검찰, 경찰, 공수처 등에서 진행되는 수사를 전면 부정하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야권의 탄핵 추진 움직임이야말로 ‘국헌 문란 행위’라고 비판했다. “거대 야당 대표의 유죄 선고가 임박하자...조기 대선을 치르려는 것”이라며 이재명 대표를 직격했다. 여론은 싸늘했다. ‘대통령이 계엄의 불법성을 시인한 것’이라는 비난이 나왔다. 여당 내부에서도 탄핵 찬성과 사퇴 종용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를 짐작 못했을 윤 대통령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런 강공책을 들고 나왔다. 대체 어떤 셈을 하고 있을까. 윤 대통령의 과거 행적을 볼 필요가 있다. 국민이 그를 주목하기 시작한 건 2013년이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수사하면서다. 윗선의 만류에도 수사를 확대했다. 직무배제, 해임, 정직까지 받았다. 하지만 결국은 이겼다. 두 번째 사건은 2020년 검찰총장 직무정지 사건이다. 문재인 정부 실세 조국 법무장관을 수사했다. 직무집행정지를 받았다. 법원에 가처분 소송을 벌였다. 여기서도 한 달만에 이겼다. 이런 과거를 보면 이번 담화의 의도가 읽힌다. 또 다시 버티기와 쟁송전(爭訟戰)을 하겠다는 얘기다. 이런 의지와 명분을 지지층에 전달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윤의 전쟁’이 먹혀들지는 미지수다. 과거 두 번의 싸움에서 여론은 그의 편이었다. 권력에 맞선 정의로운 검사였다. 이번은 다르다. 계엄에 대한 거부감이 여론을 지배하고 있다. 그가 ‘국민과 함께 싸울 것’이라고 했지만 그 국민이 어디에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그 첫 번째 가늠자가 이번 주말에 있을 탄핵 표결과 찬반 집회 규모다.

[사설] 김포시의회, 자리 싸움 그만하고 지옥철 챙겨라

김포시의회가 6개월째 파행하고 있다. 후반기 상임위원장 자리 쟁탈전이다. 시의회에는 3개의 상임위원장 자리가 있다. 운영위원회·행정복지위원회·도시환경위원회의 대표 자리다. 정상적이라면 6월 말 배정됐어야 했다. 이걸 여야가 2개를 갖겠다며 시작한 싸움이다. 도민은 물론 김포시민들도 자세히 알지는 못했다. 그러는 사이 내년 예산안을 처리해야 하는 연말이 왔다. 예산 심의도 못한다는 사실이 이제야 알려졌다. 처리해야 할 예산이 산적해 있다. 협력 사업(매칭펀드)들이 특히 다급하다. 기초연금, 저소득층 주거 급여, 영유아보육료 지급 등이 그렇다. 국비와 도비에 상응하는 시 분담 부분을 확정해야 한다. 이 처리가 안 되면 국·도비는 반납해야 한다. 시 공무원 증원도 시급한 심의 사안이다. 공무원 62명 증원을 어렵게 배정받은 상태다. 시의회가 이를 기초로 한 조직개편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이 역시 무산될 위기에 처해 있다. 무엇보다 시민이 알면 분노할 항목이 있다. 시민의 고통인 골드라인 개선 사업이다. 출퇴근 길 혼잡도가 최대 200%다. 정원 대비 두 배를 태우고 다닌다는 얘기다. 수상버스 등 온갖 아이디어가 무용지물이었다. 어렵사리 만든 안이 운행 차량 증차다. 복잡한 과정을 거쳐 국비 153억원을 확정했다. 올해 1차 연도 몫으로 46억원이 편성돼 있다. 이 역시 매칭펀드 사업이다. 상응하는 시 예산을 마련해야 사업이 가능하다. 예산 처리가 안 되면 국비는 반납된다. 사업이 무산되거나 순연될 수밖에 없다. 2019년 9월 개통했다. 지난해 3월 말까지 151건의 안전사고가 있었다. 그중 61건이 ‘숨을 못 쉬어서’ 생긴 사고다. 선 채로 정신을 잃는다. 하차 후 구토하기도 한다. 차 바닥에 그대로 쓰러진다. 지금도 숨 막히는 고통은 여전하다. 그걸 해결해 보려고 국비를 따온 사업이다. 이걸 뭉개고 있는 것 아닌가. 무산 위기로 몰아 넣는 것 아닌가. 나라가 계엄과 탄핵으로 뒤숭숭하다. 중앙정치의 탐욕에서 비롯됐다. 특정 정파·정치인의 이익에 목 맨 정치다. 김포시의회의 작금의 모습이 꼭 닮았다. 자리를 차지하겠다며 무려 6개월을 싸우는 탐욕이 똑같고. 당리당략에 유권자 생존권 위협하는 무책임이 똑같다. 어디 흉내 낼 게 없어 이런 걸 흉내 내나. 위원장 의전 차량 탈 꿈만 꾸지 말고 조여 오는 압박감에 시민이 선 채로 기절하는 지옥철에도 올라 보라.

[지지대] ‘분노의 시대에서 희망 찾기’

극악 정치, 악덕 정치.... 영어 단어 ‘카키스토크라시(Kakistocracy)’의 사전적 풀이다. 최근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경제학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가 이 단어를 키워드로 칼럼을 썼다. ‘분노의 시대에서 희망 찾기’가 주제다. 외신에 따르면 그는 뉴욕타임스에 “지금 이 순간에도 나타나고 있는 카키스토크라시에 맞서 싸운다면 결국 더 나은 세상으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있다”며 운을 뗐다. 이 대목에서 그가 가리키는 카키스토크라시의 함축된 의미는 한마디로 ‘저급한 자들에 의한 통치’다. 그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미국인들은 평화와 번영을 당연하게 여겼고 유럽에서도 정치·경제적 통합이 진행되는 등 상황이 잘 돌아가는 듯했다”고 이어갔다. 하지만 현재는 낙관주의가 분노와 원망 등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엘리트에 대한 신뢰 붕괴가 원인이라고 짚었다. 대중은 이제 더 이상 국정을 운영하는 위정자들에 대한 믿음이 없어졌고, 그들이 정직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중의 신뢰를 무너뜨린 사례로 2003년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침공,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2년 유럽 재정위기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저급한 자들이 권력을 잡도록 할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그들이 계속 그 자리에 머물게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언젠가 대중은 저급한 위정자들을 비난하는 상당수 정치인들도 실제로는 저급한 엘리트라는 점을 깨닫고 그들이 공약을 이행하지 않은 데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지막으로 “나쁜 자들의 집권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대중은 언젠가 깨닫고 정의를 이룰 것”이라고 예고했다. 암울한 상황에서 벗어나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방안으로 카키스토크라시에 대한 저항을 내세우기도 했다. ‘오늘의 범죄에 침묵하는 건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준다’는 알베르 카뮈의 충고도 잊지 않았다. 그의 지적이 꼭 미국의 정치만 가리킨 걸까. 우리와 데칼코마니처럼 닮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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