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참사 희생자 조문한 셀트리온... 우리 모두의 마음이다

지난 세밑의 제주항공 참사는 충격이었다. 가족이나 친구 단위로 떠나는, 우리 주변 흔한 여행길이었다. 서로 한 해의 노고를 격려하며 새해를 기약했을 것이다. 그래서 더 남의 일이 아니게 가슴 아팠다. 지난 10일 남짓 1만명이 봉사에 나섰다. 신원 확인이 다 끝난 날, 유족들은 현장 공무원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공무원들도 머리 숙여 맞절을 했다. 이런 하나 된 마음들 속에 참사 10일 만에 그들은 영면에 들어갔다.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업체 셀트리온이 있다. 2005년 처음 송도에 5만ℓ 규모의 단백질 의약품 생산공장을 지었다. 글로벌 기준 생산·품질 시스템의 완성이었다. 송도와 더불어 성장 가도를 달렸다. 세계 최초의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는 글로벌 시장을 석권했다. 이런 셀트리온이 제주항공 참사 때 드러나지 않게 국민애도를 실천했다고 한다. 무슨 얘긴가. 셀트리온 임원들이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 조문을 다녔다고 한다. 사고 직후인 지난해 12월30일부터 최근까지 계속했다. 추위 속 먼 길이다. 179명의 빈소를 일일이 수소문해 찾아갔다. 유가족들을 만나 위로하고 직접 조의금도 전달했다. 희생자들의 빈소는 광주 11곳, 전남 17곳, 전북 3곳 등으로 흩어져 있었다. 황망 중이라 빈소나 유족들 소재를 수소문하기도 쉽지 않았다. 찾아가겠다고 하니 의아해하는 반응이 돌아오기도 했다. 이 회사 최고경영자의 뜻이 담긴 직접 조문이었다. 빈소가 차려지는 대로 임원들이 차례로 다녀왔다. 안타까운 정황을 감안해 외부에는 일절 알리지 않은 채 진행했다. “조의금 액수도 밝힐 수 없는 사정을 이해해 달라”고도 했다. 그러나 벌써 유가족 등 입소문을 통해 전해졌다.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는 액수다. 이번 조문으로 셀트리온의 다른 사회복지도 주목 받는다. 이 회사 복지재단은 일찍부터 취약계층에 긴급 의료비를 지원하고 있었다. 수술이나 치료가 급한 데도 돈이 없어 포기하는 사람들에게 300만원까지 지원한다. 지난해에는 폐렴과 화상, 급성 췌장염 등의 18명에게 입원 치료비를 지원했다. 작다면 작은 일이다. 하지만 작은 일은 아닌 것 같다. 이번에도 많은 기업이 아픔을 함께하려 기부금을 냈다. 셀트리온은 여기에 찾아가는 수고와 진심 어린 위로의 말씀을 보탰다. 헤아릴 수 없는 유가족들의 아픔에 마음으로 다가간 것이다. 우리 모두의 마음이기도 하다. 셀트리온의 조문 발걸음에 가만히 박수를 보낸다. 참사는 컸지만 이런 마음들 때문에 잘 보내 드릴 수 있었던 것 같다. 다시 한번 그분들의 명복을 빈다.

[지지대] 여전히 가파른 물가 오름세

김밥, 짜장면, 비빔밥.... 이는 서민들이 큰 부담 없이 먹고 즐길 수 있어 가장 많이 찾는 외식 메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들 식당 문을 여는 발길이 주춤거리고 있다. 알게 모르게 가격이 뛰어서다. 새해가 밝았는데도 가파른 오름세는 여전하다. 물가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서민들이 좋아하는 음식값이 평균 4%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1월 소비자 선호 8개 외식 메뉴의 수도권 기준 평균 가격 상승률은 4.0%였다. 메뉴별로는 김밥이 2023년 1월 3천323원에서 지난해 11월 3천500원으로 5.3% 올라 상승 폭이 가장 컸다. 같은 기간 짜장면은 7천69원에서 7천423원, 비빔밥은 1만654원에서 1만1천192원으로 5.0% 각각 올랐다. 가격 상승률은 냉면의 경우 1만1천385원에서 1만1천923원으로 4.7%, 칼국수는 9천38원에서 9천385원으로 3.8%, 삼겹살은 200g을 기준으로1만9천429원에서 2만83원으로 3.4% 오른 것으로 분석됐다. 삼계탕은 1만6천846원에서 1만7천629원으로 2.5% 올랐다. 김치찌개백반은 8천원에서 8천192원으로 2.4% 뛰면서 상대적으로 오름폭이 덜했다. 상승폭도 가팔랐다. 삼겹살(200g 기준)은 지난해 5월 기준으로 첫 2만원 시대를 열었다. 삼계탕도 지난해 7월 1만7천원 문턱을 넘었다. 이 같은 상승 기조는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크게 오르면서 수입 물가가 불안해진 점도 이 같은 오름세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 한때 1천440원 선을 넘은 원-달러 환율은 1천430원을 오르내리고 있다. 수입 물가가 상승하면 해외에서 들여오는 각종 식재료값이 오르면서 시차를 두고 외식 물가를 더욱 힘차게 밀어올릴 수 있다. 정말 큰일이다.

[생각 더하기] 지식재산권과 기업의 미래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을 1.8%로 전망했다. 이는 한국은행 예상치 1.9%보다 낮고 작년 성장률 전망치도 하향 조정된 수치다. 이와 더불어 경기 부양을 위해 18조원을 투입하기로 한 정부의 대책은 현재 한국 경제가 직면한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불확실한 경제 환경 속에서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좌우할 핵심은 무엇일까. 바로 지식재산권이다. 2025년은 기술혁신과 글로벌 경쟁이 가속화되는 시대다. 특히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딥러닝, 블록체인 같은 첨단 기술은 물론이고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드론, 로봇, 자율주행 같은 초격차 기술이 산업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이러한 기술들은 단순한 혁신의 도구를 넘어 기업의 지식재산권 전략과 결합돼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 사업 초기 단계에서부터 기업은 특허, 상표, 디자인 등 모든 지식재산권의 등록 가능성을 철저히 조사하고 분석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법적 문제를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AI와 블록체인 기반의 지식재산권 보호 시스템을 통해 기술의 독창성을 지키고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 과정이다. 따라서 지식재산권 사전 조사 분석은 기업의 미래를 지키는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브랜드와 상표는 기업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얼굴이다. 상표를 국내외에 등록하고 상표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브랜드 가치를 지키는 핵심적인 방법이다. 이는 고객 신뢰를 유지하고 기업의 장기적 시장 지위를 확보하는 데 필수적이다. 반대로 상표권을 놓친다면 브랜드 정체성을 잃고, 경쟁자에게 시장을 내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특허 침해를 예방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도 중요한 요소다. 경쟁사의 특허를 분석해 침해 가능성을 사전에 파악하고 침해 주장 시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내부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한다. 글로벌 시장으로의 확장은 중소·중견기업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해외 진출 시 지식재산권 등록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주요 시장에서 특허, 상표, 디자인을 등록하고 현지 법률 전문가와 협력하는 것은 국제적 권리 보호를 위한 핵심 전략이다. 또 디자인 보호는 경쟁력을 강화하는 또 다른 필수 요소다. VR와 AR 기술을 활용한 소비자 경험이나 드론, 로봇 기술을 결합한 제품 디자인은 차별화된 경쟁력을 제공한다. 이를 등록해 보호하는 것은 단순히 제품을 차별화하는 것이 아니라 모방 제품의 시장 진입을 차단하고 소비자에게 강력한 인상을 남기는 전략이다. 국가정책과 산업전략은 이러한 첨단 기술과 지식재산권의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초격차 신기술의 유연한 체계 구축과 블록체인 기반 특허 관리 시스템 도입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필수불가결하다. 또 클라우드와 AI 기술을 활용한 데이터 중심의 산업전환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이제 데이터 경제와 디지털 혁신의 대전환은 시작됐다.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경쟁력과 초격차 기술의 성과는 국가의 생존과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데이터와 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보호할 수 있는 지식재산권 체계를 통해 세계 속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국 기업의 미래를 기대한다. 미래를 위한 투자는 오늘 시작된다.

[시정단상] 시민과 함께 ‘중력이산(衆力移山)’의 자세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 등 불안한 국제 정세와 계엄 및 탄핵이라는 국가 비상사태, 예기치 못한 항공 참사까지 겹치며 무거운 마음으로 을사(乙巳)년 새해를 맞이했다. 나라가 혼란스러운 요즘 ‘천하난사 필작어이(天下難事 必作於易) 천하대사 필작어세(天下大事 必作於細)’라는 문장을 자꾸 떠올리게 된다. 천하의 어려운 일은 반드시 쉬운 일에서부터 일어나고, 세상의 큰일은 반드시 작은 것으로 시작된다는 말이다. 시정 책임자로서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되새기고 있다. 안양에도 지난해 11월28일 농수산물도매시장 청과동 지붕이 무너지는 사고가 있었다. 습설이 장시간 다량으로 쌓이면서 하중을 이기지 못한 것이다. 지붕이 무너져 내린 낮 12시는 평소 300명 이상의 손님과 중도매인들이 오가던 시간대로, 사소한 징후를 놓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면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었던 아찔한 상황이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시는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더욱 안전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복구 방안을 검토하고 자연재해에 더욱 경각심을 갖고 대처할 것이다. 안양시는 올해도 기본에 충실하며 목표한 사업을 하나하나 차분히 진행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올해 안양시는 ‘시민행복, 민생회복, 그리고 지속가능한 미래 성장’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다. 우선 민선 7기부터 추진해 온 인덕원 주변 도시개발사업은 올해 상반기까지 보상, 실시계획인가 등 모든 행정절차를 마치고 부지 조성 공사 착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하철 4호선, GTX-C 노선, 월판선, 인동선 등 4중 역세권으로 거듭날 교통 요충지인 인덕원의 지리적 강점을 살리고 도보나 자전거 등으로 주요 교통•행정•문화시설에 10분 안에 접근할 수 있는 직주락(職住樂) 일체형 복합도시를 본격 개발할 계획이다. 가용 부지가 전무한 안양시에서 경부선 철도 지하화 및 통합개발은 반드시 추진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필자는 경부선 철도 지하화 사업의 최초 제안자로서 지난해 특별법 제정을 발판으로 더욱 주도적으로 추진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 낼 것이다. 또 평촌신도시 노후계획도시정비 선도지구로 선정된 3개 구역 5천460가구의 정비를 차질 없이 추진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경제 상황이 어려울수록 민생 회복 정책과 취약계층을 위한 촘촘한 복지가 절실하다. 올해 1차 추경을 편성해 지역화폐 예산을 50억원 늘려 지역경제에 다시 온기를 불어넣고 ‘누구나 돌봄사업’으로 소득과 연령에 관계없이 가사활동, 병원동행 등 돌봄이 필요한 시민을 신속하게 지원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초등학교 신입생에게 입학지원금으로 지역화폐 10만원을 신규 지원해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기대한다. 시민구단 FC안양의 1부리그 승격은 시민에게 자부심과 행복을 선물했다. 종합운동장과 비산체육공원을 연계 개발해 FC안양 전용구장을 포함한 공공복합체육시설 건립을 목표로 구체적인 사업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청년들의 행복을 위한 사업도 계속된다. 2033년까지 3천180가구의 청년주택 공급을 추진하는 가운데 지난해 262가구 공급에 이어 올해도 호계온천 주변 지구를 비롯한 171가구의 청년주택을 공급할 예정이다. 올해 신년사에서 언급한 ‘중력이산(衆力移山)’, 즉 많은 사람이 힘을 합치면 태산도 옮길 수 있다고 했다. 재난과 위기는 사회 문제를 드러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를 해결하면서 더욱 단단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큰 위기를 극복한 것은 언제나 공동체의 단결된 힘이었다. 시민과 함께 연대의 힘으로 산적한 과제를 하나둘 해결하고 더 나은 안양의 미래를 만들어가겠다.

[기고] 재난에 대비하는 사회, 우리 모두의 책임

지난 3일 성남시 분당구 야탑역 인근 복합상가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1층 음식점 주방에서 시작된 불길이 빠르게 번졌으나 신속한 신고와 소방관들의 헌신 덕분에 화재는 1시간 만에 진압됐고 사망자나 중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최근 빈번히 발생하는 대형 화재 및 사고를 떠올려 볼 때 이번 화재는 단순한 안도를 넘어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첫째, 초기 대응의 중요성을 보여줬다. 화재 발생 직후 신고 접수 단계에서부터 건물 규모와 상황을 면밀히 파악해 대응 2단계가 신속히 발령됐고, 분당소방서와 경기도소방재난본부의 협력은 초기 진압의 효과성을 극대화했다. 둘째, 성공적인 현장 대피 유도가 돋보였다. 소방당국은 건물 도면 검토와 제연 설비를 활용해 층별 상황에 따른 적절한 대피 방법을 안내했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인 능력뿐만 아니라 현장 경험과 위기관리 능력이 결합된 결과다. 셋째, 시민의 협조가 큰 역할을 했다. 화재 당시 신고 건수는 1천148건에 달했다. 시민들은 소방당국의 안내에 따라 침착하게 서로 도우며 대피해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기여했다. 이는 재난 대응에서 시민의 참여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사례다. 이번 화재 당시 300여명의 대피를 성공적으로 이끈 데에는 방화문과 스프링클러 같은 소방시설의 역할 또한 크다. 건물 관리자의 꾸준한 시설 점검과 지역주민의 예방의식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결과다. 그러나 이러한 성공 뒤에는 소방관들이 감내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화재 현장에서의 위험성과 고된 노동, 부족한 장비와 열악한 근무 환경 등은 지속적으로 개선이 필요하다. 이번 화재를 계기로 소방관들의 헌신에 대한 사회적 감사와 함께 이들의 안전과 복지를 위한 제도적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 건물 소유자와 관리자들도 화재예방시설 점검과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하며 주민들에게 재난예방교육을 정기적으로 시행해 초기 대응의 중요성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번 화재는 성공적인 화재 진압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그러나 이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빈번히 발생하는 대형 사고에 대비해 지역 특성과 재난 유형에 맞춘 대응 체계를 정비하고 소방관들의 헌신에 걸맞은 지원을 제공하며 시민과 함께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데 동참해야 한다. 대형 재난에 대비하는 사회,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경기만평] 다음엔 장담 못 할 수도

[사설] ‘3호선 연장’ 거짓 공약, 폭탄 돌리기 시작인가

먼저 경기남부광역철도사업의 가상 노선을 보자. 서울지하철 9호선 종합운동장역에서 출발한다. 수서역, 성남판교, 용인 신봉·성복, 수원 광교, 화성 봉담에 이른다. 혜택을 받는 지역민이 138만명 정도도 추산된다. 당초 염원했던 건 서울지하철 3호선 연장이다. 그 대안으로 등장한 성격이 강하다. 2023년 2월 공개적인 협약식도 있었다. 4개 지역 시장과 김동연 지사가 참석했다. 이 사업이 후순위로 밀려났다. 용인특례시 이상일 시장의 목소리가 컸다. 2024년 11월부터 김 지사 책임을 말했다. 경기도가 사업을 후순위에 배치한 점을 따졌다. 4개 시와 협의가 없었음을 지적했다. 선순위 3개 사업과의 용역 결과 비교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공무원 간의 충돌도 있었다. 용인시와 경기도 공무원이 회의장에서 벌인 푯말 싸움이다. 갈등은 해당 지역민에게 알려졌고, 결국 관련 해명을 요구하는 청원이 경기도에 올라왔다. 김동연 지사의 답변이 7일 있었다. “(관련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시∙군이 건의한 모든 사업을 국토교통부에 건의했다고 말했다. 건의 시기는 2024년 2월과 5월이라고 설명했다. 쟁점이 된 3개 사업 우선순위는 그 후 결정됐다. 김 지사는 이 결정이 정부의 뜻이었다고 했다. 지난해 6월 정부가 전국 광역지자체에 내렸다는 지침이다. 사업 중 우선순위 3개 사업 목록 제출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도의 무성의만 탓할 수 있을까. 도는 남부광역철도 사업을 국토부에 건의했다. 우선 사업 분류는 경기도가 만든 절차가 아니다. 국토부가 ‘3개 사업 선택’을 명했고, 도는 이에 따랐을 뿐이다. 앞서 이상일 시장은 경기도의 성의 부족을 맹렬히 공격했다. 이런 주장이 해당 지역의 정서적 반발을 키운 측면이 있다. 침소봉대된 부분이 있고 사업 지연의 책임을 도에 넘기려는 용인시의 정치적 셈법도 엿보인다. 그렇다고 경기도 책임이 없는 것도 아니다. 40개 사업을 올렸고, 3개 우선 사업 선정을 요구받았고, 3개 사업 목록을 제출했다. 김 지사는 7일 답변에서 “(국토부의) 부당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도는 전략적인 논의를 거쳐 3개 사업 목록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우선사업 최종 결정은 경기도가 했다는 얘기다. 그 과정에서 남부광역철도 사업은 빠졌고, GTX-플러스안이 들어갔다. GTX는 김 지사의 공약 맞다. 이상일 시장 주장에 이런 게 있다. “12조5천억원을 투입해 49만명이 혜택을 받고(GTX-플러스), 5조2천억원을 투자해 138만명이 수혜를 입는 사업(남부광역철도) 중 어느 것이 더 경제성이 있는가.” 시의 대표자로서 던질 수 있는 질문이다. 김 지사는 답변에서 “왜곡된 정보로 불필요한 분란을 야기한다”고 했는데 글쎄다. 어떤 정보가 왜곡됐다는 것인지, 어떤 분란이 불필요했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결국 책임 폭탄 돌리기다. 시는 경기도 탓하고, 경기도는 국토부 탓한다. 아마 2026년 선거까지 이럴 거 같다. 그 출발점을 역산하는 건 어렵지 않다. 2022년 선거판에 뿌린 거짓말 공약이 있다. 그 ‘3호선 연장’이 시작이었다.

[지지대] 약속의 무게

얼마 전 ‘약속’이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봤다. 맺을 약(約)에 약속할 속(束)을 쓰고, ‘남과 앞으로의 무엇인가를 그렇게 하기로 정해둔 내용’을 뜻하는 말이라고 나왔다. 이 약속이란 단어, 참 신기한 습성을 가졌다. 말로 한 약속은 ‘언약’이라 불리고, 맹세하며 약속하는 일에는 혼인이나 사랑 같은 소위 달달한 단어가 따라 붙어 ‘서약’이라 불린다. 개인과 개인, 집단과 개인 등 쌍방이 일정한 규정을 정하고 이를 지키기로 하는 일에는 법률적 효력이 생겨 ‘계약’이 된다. 이 외에도 상약, 면약, 기약, 가약 등 다양한 약속을 이르는 단어들이 존재 한다. 우리가 가장 잘 아는 약속 중 하나인 ‘공약’은 정부, 정당, 입후보자 등이 어떤 일에 대하여 국민에게 실행할 것을 약속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주로 정치인이 하는 약속으로 여겨지다 보니 이상하리만큼 부정적 이미지가 따라 붙어 ‘공약(空約)’으로 느껴지곤 한다. 지난해 12월13일 경기도의회에서 민주당 소속 한 도의원이 사직서를 냈다. 비상계엄 후폭풍으로 시끄러울 때였다. 대통령 탄핵 표결 투표함마저 열지 못한 뒤 화력을 모으려던 민주당의 의원총회장에서 사직 의사를 밝혔다. 그를 찾아가 이유를 물었다. ‘비상계엄과 관련해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신상 발언을 불허해 막았다. 벌써 여러번 막혔다’고 했다. 지역구 의원의 갑작스런 사직. ‘비례도 아닌 지역구 의원 아니냐’고 하자 그제야 ‘주민들이 이런 모습을 기대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처음으로 주민을 입에 담았다. 그런 그가 다시 입장을 냈다. 사직서는 ‘비상계엄을 사회적 혼란 정도로 표현한 경기도의회 입장에 동의하지 않았고…(중략)신상발언 불허에 대한 좌절 표현’이었다며 이를 철회했다고 했다. 오해가 풀려서라고 했다. 비상계엄 당시 도의회 민주당 의원들은 즉시 국회로 달려갔고, 의장은 늦은밤 의회로 와 의장실을 지키며 도지사와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사회적 혼란 정도로 여긴 이는 없다. 혹여나 이를 사회적 혼란이라 여기거나 그리 표현했다 한들 그것이 진정 주민과의 약속을 내던져도 될 사유가 될까. 주민과의 약속을 떠올리며 그 전에 대화를 나눌 순 없었을까. 그의 입장문 말미 이런 약속이 담겼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치를 하겠다며 시민들의 선택을 호소하던 초심으로 돌아가겠다.’ 이번에는 약속이 지켜지길 바란다. 정치인의 약속을 약속으로 보지 않는 상황이 더는 생기지 않도록.

[경기시론] 탄핵 정국·북미 종전선언과 한반도의 미래

2024년 12월3일 밤 갑자기 비상계엄이 선언되고 이후 대통령 탄핵, 권한대행 탄핵, 다음 순위 권한대행 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내란, 외환 등의 죄목이 거론되는 가운데 대통령에 대한 체포를 놓고 국가기관 공권력 간에 대치가 벌어지고 있기도 하다. 이 나라가 헌법, 법률보다도 현실적 힘이 더 먹힐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대한 권력 게임의 장이 펼쳐지고 있다. 심지어 자칫 내란을 넘어 내전으로까지 확산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낳기도 한다. 어쩌다 나라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됐는가. 국민 대다수는 헌법과 법률의 정당한 집행과 민주적 절차에 의한 정치 시스템의 안정을 바라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도 신속히 이뤄지길 바랄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권력자가 민주적 가치를 훼손할 경우 이를 용납하지 않는 역사를 여러 차례 보여 왔다. 우리 국민의 민주주의 실현 역량은 가히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뛰어난 만큼 이번 국난도 능히 극복해 낼 것으로 믿는다. 그럼에도 우리를 크게 우려하도록 하는 것이 있다. 이번 사태가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제적 타격으로 우리의 삶이 완전히 황폐하게 된 중에 다음 수순으로 북한과 연동해 한반도에서 대변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건 남한과 북한 모두에 걸친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정도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친 대격동을 의미할 수 있다. 그런데 국제질서의 흐름을 볼 때 이것을 지나친 염려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는 지난 미국 대통령선거를 두고 세기적 선거가 될 것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그의 말에서 비단 선거만 세기적인 것이 아니라 세계 패권 질서의 변화도 세기적이고 역사적인 순간에 있다는 것을 읽을 수 있다. 그래서인지 오는 20일 그의 취임일 이전에 벌써 세계질서는 변화의 기운이 꿈틀대고 있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나 가자지구 전쟁은 소강 상태에 접어들고 조만간 휴전협정을 선언할 듯한 분위기다. 물밑에서 그리고 뒤에서 미국이 강력하게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두 지역의 전쟁이 마무리되고 나면 다음은 어디일까. 바로 한반도가 될 것이다. 트럼프는 얼마 전 자신의 특임대사로 리처드 그레넬을 임명했는데 그는 지난 10여년 동안 북한을 담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이는 김정은에 대한 대화 신호로 읽힌다. 그뿐이 아니다. 영국과 독일은 북한에 손을 뻗기 시작했고 이에 자극받은 인도 모디 총리는 그동안 휴면 상태에 빠졌던 인도의 북한 대사관을 가동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이들에게 북한은 비즈니스적으로 관심 국가가 되지 못한다. 그런데도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미국의 물밑 움직임을 포착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움직임은 돈의 흐름의 조짐을 암시한다 할 것이다. 트럼프 정권은 미국 우선주의를 선언한 만큼 미국에 활력을 넣기 위한 이벤트성 행사를 그의 취임 이후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대대적으로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 종전선언은 가장 적합한 이벤트가 될 것이다. 그리고 북한을 지렛대로 삼은 상태에서 한반도 및 동아시아를 대대적인 미국 및 세계 자본의 투자 거점으로 삼아 중국과의 경제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 들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러시아의 푸틴은 미국의 트럼프와 한배를 탈 것으로 예상된다. 서로의 이익이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존 미어샤이머라는 세계적인 석학의 주장이 실현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우리 앞에 던져진 시급한 과제는 먼저 탄핵 정국을 신속하게 마무리 짓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민주주의 구현 역량 위에 남북 간의 관계를 평화와 화해 모드로 전환해야 한다. 이는 북미 종전선언 후 펼쳐질 세계질서의 재편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을 말한다. 이때 그 무엇보다도 평화경제가 경제성장 및 번영의 활로로 주목받게 될 것이다. 단, 기존에 언급되던 평화경제를 새롭게 다시 그려야 할 필요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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