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만평] 사실상 공동경비구역...

[사설] 사활 건 탄핵 시간 싸움, 헌재는 심판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에 돌발 화두가 등장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내란죄 공방이다. 논란의 시작은 민주당의 내란 혐의 철회다. 3일 오후 헌법재판소에서 정형식 이미선 재판관 심리로 소심판정이 열렸다. 재판부가 “형법상 내란죄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철회한다는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국회 측은 “철회 주장이 맞다”고 답했다. 국회 측은 12월27일 준비기일에서 “철회”라는 견해를 냈다. 윤 대통령 법률자문단 윤갑근 변호사는 탄핵 소추가 무효임을 자인한 것이라며 국회 의결을 다시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도 국회가 새로운 탄핵소추문을 작성해 탄핵안 재의결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온 나라를 내란죄로 뒤집어 놓고 이게 무슨 말장난인가”(나경원), “탄핵 찬성파 여당 의원들은 입장을 밝히라”(윤상현), “찐빵 없는 찐빵이다”(권성동) 등의 비난들이 등장했다. 민주당이 반박에 나섰다. “형법이 아닌 헌법 위반 여부를 가리기 위한 것일 뿐이다”(한민수), “내란죄가 내란행위로 바뀌었을 뿐 거의 차이가 없다”(이성윤). 국민의힘 주장에 ‘정신착란적 주장’이라는 비난도 나왔다.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여야가 다툴 새로운 화두의 등장이다. ‘내란죄 철회’는 민주당이 꺼냈고, 이 단어가 윤 대통령 측에 빌미를 제공했다. 이를 예견 못했을 민주당이 아니다. 그럼에도 들고 나온 이유가 있다. 민주당 측 모든 설명에 있다. 이성윤 의원은 “내란죄가 더 까다롭고 시간도 길게 걸린다”고 했다. 한민수 대변인도 “내란 수괴 윤석열을 하루빨리 파면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했다. ‘철회’를 처음 주장한 27일 재판정에서도 ‘탄핵심판이 지연될 수 있어서’라고 밝히고 있다. 민주당의 주장마다 등장하는 ‘탄핵 심판 속도전’이다. 이재명 사법리스크로 연결지어진다. 그런 국민의힘도 시간에 목맨다. 헌재 재판부는 내란죄 관련 주장을 서면으로 받겠다고 했다. 주장 자체를 막지는 않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 측이나 국민의힘에서는 반발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12월12일 담화에서 헌재 재판의 생중계를 요구했었다. 계엄에 이르게 된 과정을 시간을 갖고 풀어가겠다는 계산이다. 이런 여야의 탄핵 시간 싸움이 ‘내란죄 철회’로 시작된 것이다. 재판 속행과 재판 지연의 수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이 싸움의 심판격(格)이 바로 헌재다. 그래서 헌재의 모든 결정은 도마에 오를 수 있다. ‘내란죄 철회’만 해도 그렇다. “헌재 안에 이재명 부역자 있나”(홍준표), “민주당과 헌재가 짬짜미를 한 것으로 해석한다”(주진우) 등의 저격이 등장했다. 헌재가 민주당 편을 들고 있다는 주장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무조건 믿고 싶은 사람들이 많다. 헌재가 할 일은 이런 오해의 소지도 없애는 것이다. 그러려면 모든 입장은 심리를 통해서만 생산돼야 한다. 그리고 그 전달은 재판정을 통해서만 이뤄져야 한다. ‘헌재 공보관’이나 ‘헌재 관계자’는 결코 바람직한 메신저가 못 된다.

[사설] 화재 많은 겨울철, 철저한 예방만이 최선책이다

지난 금요일 경기지역에서 대소형 화재사고 3건이 발생했다. 대형 화재는 3일 오후 4시37분께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에 있는 지하 5층, 지상 8층 규모의 복합상가 건물에서 발생했다. 이용객이 많은 복합상가 건물에서 발생해 대형 참사가 우려됐지만, 다행히 소방 당국의 신속한 대처와 방화문으로 화재는 1시간 만에 진압됐고 사망자와 중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지하에는 어린이 수영장까지 있어 큰 피해가 우려됐지만, 신속한 구조·대피로 큰 인명사고 없이 마무리됐다. 두 번째 화재는 3일 오후 6시50분께 경기 용인시 모현읍에 있는 플라스틱 공장 창고에서 발생했다. 이 화재 역시 한때 대응 1단계를 발령한 소방 당국은 오후 8시 40분쯤 큰 불길을 잡았지만, 불은 4일 오전 1시40분쯤에야 완전히 진화됐다. 이 화재로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연기가 많이 발생해 용인시는 “인근 주민은 창문을 닫는 등 안전에 유의해 달라”는 재난문자를 발송했다. 세 번째 화재는 3일 오후 8시30분께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상동의 13층짜리 복합상가 건물에서 발생해 20분 만에 진화됐고 11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겨울철은 화재가 많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특히 인명사고가 가장 많은 계절이다. 이에 소방청은 지난 11월부터 오는 2월까지 ‘겨울철 소방안전대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낮은 기온과 건조한 날씨 등 계절적 특성에 따라 난방기구 사용과 실내 활동이 늘어나 화재 위험이 다른 계절보다 매우 높다.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겨울철(12월~다음 해 2월) 화재는 연평균 약 1만530건 발생해 725명의 인명 피해(사망 105명, 부상 620명)와 약 2천035억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화재에 따른 인명피해 비율은 사계절 중 가장 높다. 지난 3일자 경기일보의 보도에 의하면 경기도내 많은 원룸촌이 화재 발생에 대비한 최소한의 소방시설조차 갖추지 않아도 되는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우려가 제기된다. 주로 원룸으로 공급되는 단독주택, 다가구주택에서 발생한 화재가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 화재 예방을 위한 소방시설 설치가 절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법률상 의무만 존재할 뿐 실질적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대다수 원룸 소유자들은 비용 부담을 이유로 소방시설을 설치하지 않고 있어 실효성 있는 대책이 요구된다. 겨울철 화재 예방을 위해 소방당국의 철저한 안전 점검이 무엇보다 필요하며, 소방시설법에서 규정한 의무 조항의 강화와 함께 처벌 규정의 제도적 정비 등이 요구된다.

[지지대] 삼합리 이야기

말투가 다른 이들과 함께 어깨를 마주치며 살 수 있을까. 수도권에 그런 곳이 있다. 경기 여주시 점동면 삼합리(三合里)가 그렇다. 이 마을 이름의 한자를 우리말로 풀이하면 세 개가 합쳐진다는 뜻이다. 지리적으로는 마을 세 곳이 모이는 곳이기도 하다. 이름이 예사롭지 않다. 전국적으로 그런 곳이 흔하지 않아서다. 이 마을 앞으로 강이 흐른다. 주민들은 이 강을 ‘여강(驪江)’이라고 부른다. 여주의 가람이란 의미에서다. 남한강의 지류다. 이 강은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 첫 부분에도 나온다. 이 강을 끼고 경기도와 강원도, 충북 등이 만난다. 아주 오래전부터다. 강 건너편은 강원 원주시 부론면 법천리다. 그 남쪽은 충북 충주시 앙성면 단암리다. 지리적으로 좀 더 들어가 보자. 이곳에선 남한강과 그 지류인 섬강, 청미천 등이 합쳐진다. 오갑산 능선의 꼬리 부분에 위치한다. 자연 마을로는 단진개, 중간말, 대오 등이 있다. 단진개는 장마가 지나면 강의 하상이 드러나 붉은색을 띠므로 단진개(丹津)라고도 부른다. 청미천 맨 끝 하구에 위치하므로 단진(斷津)개라고 불렀다. 중간말은 단진개와 오리골 중간에 위치한 마을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대오는 깊은 오지라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으로 추정된다. 여강을 놓고 보면 여주에선 남녘이고, 충주에선 북녘이며, 원주에선 서녘이다. 애주가들은 통행금지가 있던 시절 자정 무렵이면 다리 하나 건너 술자리를 이어 갔다고 한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충북에만 통행금지가 없어서다. 이들 세곳의 주민들은 지금도 봄과 가을이면 돌아가며 운동회를 열어 화합을 다지고 있다. 이들은 강원도 주민도 아니고, 충청도 주민도 아니고, 그렇다고 경기도 주민도 아니다. 남한강 주변 이웃일 뿐이다. 지난해 말부터 불거졌던 사회·정치적 상황들이 올해도 현재진행형이다. 삼합리 주민들의 더불어 사는 지혜를 배우자. 그게 상생이다.

[천자춘추] 곁을 내어 주세요

타인과 유의미한 교류가 없고 도움받을 수 있는 지지 체계가 부재한 청년, 그중에서도 방이나 집에 스스로를 가두고 사회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청년을 고립·은둔청년이라 한다. 백수, 니트(NEET), 히키코모리, 은둔형 외톨이 등 다양하게 불리는 이들은 일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게으르다’고 비난받고 집 밖에 나가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회적 실패자’로 낙인찍힌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활기차게 도전해야 마땅한 시기에 집 안에 스스로를 가두고 있는 것이 청년답지 못하다고, 일부 청년들의 지극히 개인적 상황이라며 그간 사회적 관심을 받지 못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고립·은둔청년이 더 이상 개인사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부상했다. 감염병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국민 모두가 고립을 경험하거나 가까운 곳에서 고립을 마주하면서 고립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 기반이 됐다. 통계청 사회 조사에 따르면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고립청년은 54만명, 팬데믹이 완화된 2023년에도 49만명인 것으로 추정됐다. 그저 노인의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던 고립이 생애 가장 건강한 시기를 살고 있는 청년의 이야기일 수 있다는 것에, 게다가 그 규모가 상당하다는 것에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게 됐다. 그러나 참 어려운 시기다. 많은 사람이 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최상책이라고 생각하지만 경제성장률과 고용률은 낮고 끊임없이 무한 경쟁해야 하는 노동시장에서 이들이 살아남기란 쉽지 않다. 무엇보다 놀랍게도(?) 이들이 원하는 것은 일자리가 아니다. 2019년부터 1천700명이 넘는 고립청년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정리해 ‘고립청년의 가족, 친구를 위한 가이드(2024년)’를 발간한 니트생활자에 따르면 고립청년들이 원하는 것은 경제적 지원(17.5%)이 아닌 정서적 지지(47.5%)와 사회적 교류 기회(27.5%)다. ‘우리’가 될 시간이다. 2023년 고립·은둔청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5명 중 4명은 현재의 고립·은둔 상태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했다. 그들은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았다. 고립청년들은 가족과 친구보다 오히려 느슨한 관계에서 지지와 위로를 얻는다고 한다. 친구로, 가족으로 채워지지 않는 관계망을 우리로 채울 때다. 그들의 속도와 필요를 존중하자. 적절한 거리에서 위로하고 격려하자.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경제적 지원이 아닌, 배려와 공감이다. 지금 당신의 곁을 내어 주시길.

[이슈&경제] 2025년 위기의 한국 경제, 스타트업이 열쇠

지난해 말부터 계속되고 있는 정치적 혼란의 수습이 요원해 보이는 가운데 2025년 을사년을 맞이한 한국 경제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국내적으로는 정치적 혼란이 더욱 심화하고 있고 대외적으로는 곧 출범하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 2기가 글로벌 경제질서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하며 불확실성을 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고금리, 고물가, 경기 침체의 삼중고로 고전했던 2024년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라 할 만하다. 한국 경제는 경제적 안정과 성장을 동시에 모색함으로써 이러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현재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경제에서 핵심 플레이어로 비중이 커지고 있는 스타트업에 주목해야 한다. 글로벌 경제의 중심인 미국의 시가총액 상위 5개 기업(2024년 9월 기준)을 보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아마존, 알파벳(구글)으로 이들은 스타트업에서 출발해 벤처캐피털(VC)의 투자로 성장한 기업들이다. 이들은 글로벌 시가총액 순위에서도 톱10에 포함된다. 이처럼 스타트업은 특유의 유연함을 바탕으로 딥테크 분야의 빠른 혁신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며 글로벌 경제 성장의 주역이 되고 있다. 우리도 스타트업을 통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그 결과 매출과 고용의 측면에서 벤처 스타트업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도권 확보를 위한 스타트업 간의 글로벌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 스타트업은 팬데믹 이후 지속되고 있는 ‘혹한기’를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스타트업 얼라이언스가 지난해 11월 발간한 리포트에 따르면 VC의 미온적 투자, 신규 비즈니스 시장 진입 환경 저하 등으로 2023년 대비 부정적 변화에 대한 업계의 인식이 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에도 이런 상황은 크게 호전되지 않을 것 같다. 같은 보고서의 조사에 따르면 경제 위기 가능성과 경제 상황 악화 전망 등으로 스타트업 생태계의 여건은 오히려 악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지난해 국내에서 새롭게 탄생한 유니콘 현황을 보면 우리 스타트업의 어려운 상황을 잘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신규 유니콘은 2021, 2022년 각각 7개로 정점을 찍은 후 2023년 4개, 2024년에는 2개로 줄었다. 매년 신규 유니콘 규모를 확대하고 있는 미국을 비롯한 스타트업 선진국들과는 대조적 상황이다. 스타트업이 현재 한국이 직면한 경제 위기 극복의 키플레이어가 되기 위해서는 스타트업 생태계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각국이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치열하게 경쟁 중인 인공지능 등 딥테크 분야에서 역량 있는 스타트업이 탄생하고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내수와 유통 중심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딥테크 중심으로 전환하는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보다 많은 스타트업이 딥테크 분야에 도전할 수 있도록 모태펀드 확대 등의 조치를 통해 투자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 경기도는 2025년 예산으로 38조7천억원을 확정했다. 2024년 본예산 대비 2조6천억원(7.2%) 증가한 규모다. 경기도는 2024년에 이어 2025년에도 확장 재정의 기조를 지속하겠다고 밝히면서 인공지능(AI) 등 신산업 중심의 스타트업 지원도 점차 확대할 방침이다. 현재 여전히 혹한기를 겪고 있는 스타트업들에는 가뭄의 단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정책 기조가 경기도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확대되길 기대한다. 스타트업은 한국 경제가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의 문을 활짝 열어 주는 열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침을 열면서] 새해 책 많이 받으세요!

연말연시엔 만나는 이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덕담을 주고받는다. 해마다 이맘때면 건네는 의례적 인사이고 가벼움과 무거움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서로의 안녕과 행운을 빌어 주는 마음만큼은 진심일 것이다. 설 명절 전후로는 실제 선물을 주고받으며 본격적으로 새해 인사를 나누는 경우도 많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선물의 사전적 의미를 선물의 물성에 중심을 두고 ‘남에게 어떤 물건 따위를 선사함. 또는 그 물건’이라며 설명한다. 그러나 선물을 주고받는 물건 정도로만 생각하는 이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프랑스 인류학자 마르셀 모스는 저서 ‘선물(The Gift)’을 통해 선물에 담긴 의미를 더 깊이 설명하고 있다. 그는 선물이 오가는 과정 안에 ‘주기’와 ‘받기’라는 행위가 이뤄지는데 이는 단순히 물건이 오가는 차원이 아니라 주고받는 관계 간 의무와 책임이 뒤따르는 사회문화적 행위라고 이야기한다. 선물을 받으면 되돌려 줘야 하는 의무 혹은 부담이 생기는데 이렇게 서로 선물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상호 유대감이 형성된다는 이론이다. 즉, 선물에는 경제적 교환과 함께 사회문화적 결속력 강화라는 가치가 담겨 있다는 의미다. 또 그는 되돌아오는 것을 기대하지 않고 주고받는 공짜 선물은 유대감 형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도 말했는데 길에서 공짜로 받은 판촉물에 빚진 느낌을 갖지 않는다거나 무언가 바라지 않는 마음으로 선물을 줬다 하더라도 계속 주기만 하고 하나도 받지 못하면 받기만 하는 이에게 서운함이 느껴지는 게 이상하지 않은 것을 보면 선물 주고받기가 사회적 유대감 형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그의 이론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 외에는 선물에서 여러 의미와 가치를 찾아볼 수 있다. 선물은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같은 특정한 순간의 사건을 기념하거나 기억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기도 하고 작은 선물 하나에 개성이나 취향 등이 반영되기에 주고받는 사람들의 정체성 그 자체라는 상징적 의미를 갖기도 한다. 따라서 선물이나 그 준비하는 과정을 보면 선물을 주는 사람이 선물을 받는 사람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다수에게 보내는 의례적 답례품조차 심사숙고해 결정하기 마련인데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에게 보내는 선물에 들인 정성이 적을 리 없다. 내가 아끼고 사랑하고 귀하게 여기는 이들이 좋아할 만한 선물을 주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소에 선물을 주고 싶은 사람들의 생활을 세밀하게 관찰하며 원하는 것을 탐색하거나 어떤 선물을 받고 싶은지 직접 물어보지 않는 한 정말 마음에 딱 드는 선물에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종종 명절이나 생일에 받고 싶은 선물이라든지 어린이날이나 성탄 선물로 받고 싶은 선물 목록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가 보도되곤 한다. 연령대나 성별, 조사 목적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지만 다양한 조사 결과에서 가장 받고 싶은 선물 1위로 제일 많이 보이는 건 ‘현금’이다. 그 외에 고가의 선물이나 받은 이의 자율적 활용도가 높은 상품권도 인기 있는 선물 중 하나다. 받기 싫은 선물 목록도 함께 언급되곤 하는데 대부분 성의 없이 느껴지는 선물류다. ‘책’은 최악의 선물은 아니지만 그다지 인기 있는 선물도 아닌 듯하다. 하지만 책만큼 상대에 대한 높은 애정이 담긴 선물은 없다고 말하고 싶다. 상대의 취향이나 관심이 무엇인지 잘 알아야 그에 맞는 책을 선물할 수 있고 책을 함께 읽는다면 이를 매개로 서로 지속적인 대화와 소통도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물성의 가치에 비해 그 안에 담긴 지적·감성적 무한 성장 가치를 생각하면 책이야말로 상대에 대해 갖고 있는 내 사랑이 얼마나 큰지를 표현할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새해엔 서로 기쁘거나 축하하고 싶은 일이 생길 때 다른 여러 선물도 좋지만 상대방이 관심을 가질 만한 책을 선물하면 어떨까 한다. 글을 마무리하면서 2025년 푸른 뱀의 해를 시작하는 독자들께 새해 인사를 건네고자 한다. 모두 새해 책 많이 받으세요! 복도 많이 받으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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