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26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인구동향 자료에 따르면 10월 출생아 수는 2만3천198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3분기에 이어 넉 달 연속 증가한 결과로 올해 합계출산율이 당초 전망치인 0.68명을 넘어 지난해 출산율 0.72명도 웃돌 가능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같은 증가세가 우리가 ‘데모 크라이시스(인구 감소 위기)’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출생아 수 증가는 코로나19 팬데믹 종료 후 혼인 건수 증가, 정부의 출산과 육아 정책의 효과, 그리고 이미 낮아질 대로 낮아진 출생아 수로 인한 기저효과가 맞물린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러한 증가가 지속가능한 변화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한국의 출산율 감소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가장 빠르고 심각한 수준이다. 1960년 OECD 회원국 평균 합계출산율은 3.34명이었지만 2023년에는 1.6명으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같은 기간 한국은 6명에서 0.72명으로 급감하며 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1명 미만의 초저출산 국가로 분류됐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0.7명)와 비슷한 수준으로 전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다. 이는 단순한 통계적 수치의 감소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근본적인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경고 신호다. 합계출산율의 심각성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현재의 0.7명이라는 합계출산율이 유지된다면 여성 100명이 낳는 자녀는 70명에 불과하며 그 자녀들이 다시 낳는 후세대는 25명으로 줄어든다. 한 세대를 20~30년으로 보면 불과 50년 안에 인구가 8분의 1로 줄어드는 셈이다. 이는 생산가능인구(15~64세)의 급격한 감소로 이어져 소비와 노동력이 동시에 위축되고 경제 성장이 둔화될 위험을 안고 있다. 여기에 더해 부양인구비가 상승하면서 일하는 한 사람이 노인 한 명을 부양해야 하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 청년세대에게는 큰 부담이다.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육아지원 3법(남녀고용평등법, 고용보험법,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며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이번 개정안은 부모의 육아 부담을 줄이고 양육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으로 육아휴직 지원 강화와 보육비용 지원 확대, 유연근무제 활성화를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부모들이 경제적 부담을 덜고 일과 가정을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변화는 단기적으로 부모들의 육아 선택지를 확대하고 장기적으로는 출산율 증가에 기여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실제로 스웨덴 같은 북유럽 국가는 육아휴직 중 급여의 80%를 보장하며 보육시설 접근성을 크게 개선해 출산율 안정화와 여성 경제활동 참여율 증가를 동시에 달성한 사례를 보여준다. 이는 정책적 변화가 사회 전반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를 시사한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법 개정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는 예산 확보와 기업 문화의 변화, 그리고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필수적이다. 출산율 증가라는 희소식이 반짝 효과에 그치지 않으려면 한국 사회는 지금이야말로 지속가능한 전환점을 만들어야 할 때다. 안정적인 주거 지원과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환경을 제공하는 데서 시작해 가족을 지원하는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사회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지금의 선택이 우리의 미래를 결정한다. 변화는 어렵지만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더 큰 대가를 치를 것이다. 모두가 작은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 이 작은 움직임이 있어야만 우리 아이들과 미래 세대가 지속가능한 국가를 운영할 수 있다.
양주시가 공무원노조 등으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문제가 된 것은 지난해 12월20일 직원 내부망 공지다. ‘고강도 공직기강 확립 특별감찰 유의 사항’을 안내했다. 정치적 중립, 공직기강 등 5개항을 소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탄핵 찬성 또는 반대 집회에 단순 호기심이나 자녀의 민주주의 교육 참관 차원에서 참가하거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탄핵 관련 댓글을 다는 행위를 지목하고, 징계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기자회견을 열고 양주시를 비판했다. 공무원 정치 중립을 이유로 노조를 탄압하는 사례로 규정했다. 진보당 양주동두천 지역위원회도 시의 사과를 요구하는 등 반발했다. 다만 양주시 노조 측은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며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시는 매년 통상적으로 공직기강 확립을 위해 주의를 당부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공무원들의 집회 참여를 인위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입장도 밝혔다. 지자체의 의례적인 경고와 공무원노조 등의 반발, 이에 대한 시의 해명이 순차적으로 이뤄졌다. 문제는 이런 흐름이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도도 지난해 연말 정치적 중립 의무 감찰을 내용으로 하는 특별감찰 계획을 세웠다. 역시 노조가 반발했고, 집행부는 연례적인 감찰이라며 해명했다. 앞선 지난해 10월에는 전공노 광명시지부장이 윤 대통령 퇴진 집회에서 발언을 해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지자체의 경고에는 법적 근거가 분명하다. 지방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 복무규정이다. 특정 정당, 정치 단체를 지지·반대하는 행위를 할 수 없게 돼 있다. 그러면 왜 노조 반발에 해명을 하는 모습이 매번 반복될까. 관련 법률의 현재 지위가 애매해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9년 관련 법규의 개정을 권고한 상태다. 과도한 규제가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해석했다. 이런 방향을 담은 정치적 기본권 보장 4법도 지금 발의된 상태다. 여기서 생긴 간극이다. 지자체는 법을 수행하는 것이고, 노조는 사문화된 법률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의 방향은 표현의 자유를 확대하는 쪽이 맞다. 그 자유에는 공직에 따르는 한계가 수반될 것이다. 이 경계를 명문화하는 것이 입법인데 그 법안이 지금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것이다. 양주시 노조 관계자가 본보에 전한 입장도 애매하다. “우리는 민주노총 소속 전공노가 아니다.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조심스럽다.” 지자체 집행부도, 공무원 노조도 애매하고 불편하다. 많은 민생 법안을 깔아뭉개고 있는 국회다. 지자체와 공무원에는 이 또한 민생법안이다. 조속히 입법해 불필요한 갈등을 없애야 한다.
새해 시작과 함께 ‘인천 i-바다패스’도 출항했다. 1천500원 시내버스 요금으로 인천 섬을 오가는 여객선을 탈 수 있다. 연안여객선의 대중교통화 또는 준공영제라 하겠다. 전국에서도 처음이라고 한다. 인천에는 유인도 40개, 무인도 128개 모두 168개의 섬이 있다. 바다패스는 이 천혜의 자원을 ‘보물섬’화하려는 것이다. 시행 이후 실제 어떤 성과를 낼지가 궁금하다. 인천시가 지난 2일 연안부두 여객터미널에서 바다패스 홍보 행사를 했다. 유정복 시장은 “시내버스 요금으로 인천 섬을 찾을 수 있도록 한 것은 획기적”이라고 자평했다. 가장 먼 서해 최북단 백령도의 경우를 보자. 정규 요금은 편도 기준 7만1천700원이다. 이곳 섬 주민은 이미 2022년부터 1천500원으로 배를 타 왔다. 연안여객선도 대중교통의 범주에 포함시킨 관련법 개정에 따라서다. 육지의 인천시민들도 작년까지 요금의 80%를 할인 받았다. 1만5천600원에 백령도를 갈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1천500원만 내면 된다. 그간의 섬 주민에 대한 요금 혜택을 전체 인천시민으로 확대한 것이다. 타 지역 주민들도 그간엔 50% 할인을 받아 3만6천600원만 부담했다. 이들도 올해부터 할인 폭이 70%로 늘어난다. 2만5천750원만 내면 백령도를 갈 수 있다. 전남 등 다른 곳에서도 섬 주민 여객선 요금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육지 거주 주민으로까지 확대한 곳은 아직 없다. 바다패스 도입으로 인천이 처음으로 여객선 대중교통화를 실현한 것이다. 연안여객선은 섬 주민들의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기본권인 이동권이 제약받아 온 것도 사실이다. 이들의 정주환경을 보장하는 측면에서도 여객선 대중교통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인천시는 지난해 10월 바다패스 정책을 내놓으면서 그 취지를 밝혔다. 여객선을 대중교통화해 시민들이 부담없이 인천의 ‘보물섬’들을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섬 관광 붐도 겨냥했다. 이를 통해 지역경제를 살리는 승수효과도 기대했다. 인천의 섬들은 그 잠재력이 매우 크다. 2천700만 수도권을 배후에 둔 입지적 강점 때문이다. 소득 증가와 함께 해양관광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여객선 대중교통화는 ‘보물섬’ 프로젝트의 첫 걸음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질적 성과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사실상 여객선 준공영제를 시작한 셈이다. 시내버스 준공영제에서 보듯 앞으로 예산 수요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시행 전후를 비교, 비용 대비 섬 관광 활성화 등의 편익을 면밀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희망과 현실이 늘 같이 가는 것은 아니어서다.
기자에게 유명 정치인의 발언은 매우 중요하다. 소위 좋은 기삿거리다. 가십에 불과해 잠깐 이슈를 불러오기도 하지만 그들의 발언이 나온 동기나 대상, 그리고 함의 등까지 해석할 수 있기에 의미 있는 소재다. 게다가 이 유명 정치인이 만약 중앙정치에서 차기 대선 후보 등으로 유력하다면 그의 발언은 언제 국가 정책 등으로 변해 시민들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동안 인천은 중앙정치의 변두리에 머물러 왔다. 인구 300만명의 대도시인데도 국회의원은 고작 14명에 불과하고 광역단체장인 시장 1명, 기초단체장인 군수·구청장 10명까지 모두 더해도 25명에 그친다. 이들 모두 중앙정치에서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아니, 목소리를 내도 기자들이 유명 또는 유력 정치인으로 생각하지 않았기에 중요한 발언으로 취급 받지 못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인천지역 정치인들의 발언이 전국 뉴스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국회에서 많은 미디어가 인천 국회의원의 입을 바라보고 있다. 유명하고 유력한 정치인이 많아지면서 그들의 발언 하나하나가 매우 중요한 메시지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은 2명뿐이지만 1명은 5선의 중진 의원인 데다 또 다른 의원은 원내수석부대표를 맡으면서 중앙정치에 발을 깊게 담그고 있다. 또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는 당 대표와 원내대표까지 있다. 국회의원의 꽃이라 불리는 3선도 무려 4명이나 있다. 아쉬운 점은 이들의 발언 대부분이 여야의 정치 싸움 등 중앙정치에 쏠려 있다는 점이다. 눈 씻고 찾아봐도 인천과 관련한 내용은 없다. 분명 인천시민이 인천을 위해 뽑은 일꾼인데 국회에 들어만 가면 인천은 후순위로 밀린다. 그들의 입에서 싸움을 위한 발언보다는 인천의 발전을 위한 발언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욕심일까.
새해를 맞았지만 지난해로 돌아가 본다. 갓난 예수가 베들레헴 마구간에 누워 계실 성탄절이었다. 인천 동구 화수동 일꾼교회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소설가 조세희가 사랑했던 난장이(난쟁이) 같은 삶을 기억하자는 이들이었다. 일찌감치 조세희가 소설을 쓰기 위해 둘러봤을 장소, 그가 문장으로 새겨 놓았듯 지옥 같은 세상에서 천국을 꿈꾸던 이들이 몸과 맘을 의탁하던 성소였다. 조세희는 지옥 같은 세상을 뜨면서 직접 가서 묻겠다는 듯 신의 아들과 자리를 바꿨다. 조세희에 앞서 1995년 성탄절에 떠난 이가 또 있었다. 에마뉘엘 레비나스. 이름마저 신과 함께하려던 이에게도 하늘은 무심하고 가혹했다. 하늘이 낸 백성이라며 적자 계보를 자부했던 유대인이었던 그는 자신을 제외한 모든 가족이 학살당했다. 그도 하늘에 묻고 싶었던 게 많았을 철학자였다. 조세희는 인천 만석동과 화수동 일대를 돌아보고 ‘은강’이라는 동네를 지어냈다. 레비나스는 인간이 인간을 떼로 죽이는 지옥을 마주하고 ‘타인의 얼굴’을 개념화했다. 조세희는 한국 사회 지옥도를 은강으로 축소하고 상징화해 우화처럼 펼쳐 보였다. 레비나스는 나와 너를 넘어서 사람이 사람을 환대하는 세계를 사유했다. 조세희는 문학 쪽에서 철학에 접근했고 레비나스는 철학으로 문학 같은 상징을 직조해냈다. 성탄절에 떠난 두 삶이 공히 바란 바가 있다면 국경과 인종, 계급 따위를 초월해 천국 백성을 닮은 인간애였다. 두 사람은 땅에서 이루지 못한 일이라면 하늘에서도 이룰 수 없음을 알면서도 천국에 대한 기대를 접지 못했다. 신이 존재하리라 믿어서라기보다는 신이 있어야 할 사람들 편에 서고 싶어서였다. 조세희는 1970년대 인천이라는 구체적 시공간을 은강에 담았다. 은강은 인천 동구를 비춰 반사해 낸 인천의 옛 얼굴이었다. 조세희는 난장이 연작을 통해 인천을 비롯한 타지 사람들이 은강에 와서 머물기를 바랐다. 타인이 사는 장소에 들어서는 경험은 나를 변화시킨다. 소설 안에서 우리가 이미 경험했듯 그 문장들을 통과한 후 나의 모습은 이전과 다르다. 레비나스는 타자의 얼굴을 마주하기 전과 후를 말한다. 타자를 만나면서 나는 나를 넘어서는 초월에 도달한다. 타자를 내 집으로 받아들여 손님으로 환대하면서 나는 나를 벗어나 도덕적 인간으로 변해 나간다. 레비나스는 “타자는 가난한 자와 나그네, 과부와 고아의 얼굴을 하고 있고 동시에 나의 자유를 정당화하라고 요구하는 주인의 얼굴을 하고 있다”고 했다. 타자는 약자의 얼굴로 다가와 나를 윤리적 존재로 바꿔 놓고야 마는 구원자다. 조세희는 인천을 은강이라는 약자의 도시로 그려 놓았다. 인천은 변했고 인천 안에서도 은강은 잊혀진 얼굴이 돼 가고 있다. 성탄절에 은강과 조세희를 기억하기 위해 모인 이들도 극소수였다. 하지만 인천은 천국을 바라는 이들로 넘쳐 난다. 인천을 ‘성시화’하겠다고 기염을 토했던 목회자와 성도들도 꽤 많았다. 근대 기독교의 발자취를 따르다 보면 천국 아랫동네쯤에 인천이 있어도 부족하지 않은 도시다. 조세희는 다음 성탄절에 또 우리를 찾아올 것이다. 조세희와 함께 그날에는 레비나스도 올 것이다. 인천을 비춰 빚어낸 은강이라는 얼굴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그 부름에 응답하는 인천이라야 신의 얼굴로 현현한 예수를 볼 수 있다.
다양한 청소년 활동에 참여해 자신의 꿈과 비전을 실현하고 충분한 활동 기회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존재가 바로 미래 사회의 주역인 청소년들이다. 청소년기는 자아를 형성하고 자신의 가치관과 비전을 정립하는 중요한 시기이지만 오늘날 청소년은 입시 중심의 공교육과 과도한 사교육 속에서 창의적이고 자기 주도적인 경험을 누릴 기회를 충분히 얻지 못하고 있다. 청소년 활동은 단순히 여가를 보내는 것을 넘어 과도한 경쟁과 학업 부담에 시달리는 청소년들에게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삶의 활력을 되찾게 하며 균형 있는 성장을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다양한 활동을 통해 교실 밖의 세계를 탐험하며 자신만의 비전을 구체화하는 것은 그들의 삶을 주체적으로 설계할 수 있게 하는 능력을 기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우리 사회는 청소년 활동을 위해 다양한 형태의 청소년 시설을 갖추고 지원하고 있다. 청소년 시설은 청소년들에게 입시 위주의 활동이 아닌 그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자기계발과 또래 활동을 통해 균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그렇지만 지나친 경쟁에 노출돼 입시만을 위한 교육환경에서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는 청소년들은 이러한 시설이 있는지조차 모르거나 알고 있어도 이용할 시간이 없는 경우가 많다. 청소년 활동은 단순히 학업 외의 부가적인 활동이 아니라 그들이 자기 주도적 인격체로 성장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다. 이를 위해 사회는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활동 기회를 제공하고 스스로의 삶을 설계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 이는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그것이 거듭되면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크게 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사교육의 홍수 속에서 청소년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활동이 활성화돼 마치 가랑비처럼 그들의 삶에 스며든다면 무한한 가능성 속에서 주도적인 삶을 살아가고 자신의 꿈과 비전을 향해 나아갈 수 있게 하는 하나의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아파트 숲이 빼곡하게 들어찬 옥정신도시의 천보산 기슭에는 예사롭지 않은 절터가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회암사지라 불리는 이곳은 고려시대에 건립된 이후 나옹, 무학대사 등 수많은 고승이 거쳐갔으며 조선이 건립된 이후 왕실의 후원을 받으며 궁궐에 버금가는 위상을 지녔다. 현재 남아 있는 터의 규모는 262칸이며 이곳에서 수행하는 승려의 숫자도 3천명에 달했다. 특히 서승당은 현재 남아있는 국내 최대 온돌시설로 한겨울에 수행하는 많은 수도승을 배려하기 위해 지어졌다. 크기와 명성만큼 이 절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회암사에서 출토된 유구를 살펴보면 정교하게 조각된 토수와 용두를 비롯해 궁궐에서만 쓸 수 있었던 청기와, 왕실 전용 관요에서 제작된 도자기가 알려져 있다. 그 화려함이나 자태는 다른 곳과 격을 달리할 정도로 품격이 높지만 예사롭지 않은 유물이 하나 있다. 청동금탁이라 불리는 것으로 처마 끝에 매달려 바람이 불 때마다 소리를 내는 종이다. 이 종에는 조선의 평화와 번창을 기원하는 글과 함께 ‘왕사 묘엄존자 조선국왕 왕현비 세자’가 상단에 새겨져 있다. 각각 무학대사와 이성계, 그의 왕비 신덕왕후 그리고 세자인 방석을 지칭하는 것으로 이 절의 위상을 한눈에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라 할 수 있다. 이 금탁이 중심 전각인 보광전터에서 나온 것으로 미뤄 태조 이성계에게는 이곳이 단순한 종교시설 그 이상의 의미를 지녔을 것으로 보인다. 조선왕조실록에서 회암사 관련 기록을 살펴보면 왕자의 난으로 왕위를 넘긴 이후 회암사에 머물렀던 기록이 상당수 등장한다. 이성계에게 회암사는 어떤 의미였을까. 숭유억불, 유교를 국가의 근본이념으로 삼은 조선에서 회암사란 존재는 불교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국가의 중추인 사대부의 탄압에 시달렸던 사찰들은 왕실 권력에 기대어 그 명맥을 이어갔다. 아들 이방원의 난으로 아끼던 막내 방석은 죽고 동료도 잃었으니 권력의 허망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에게는 방원이 더 이상 아들이 아니라 짓밟아야 할 하나의 원수였다. 태조는 둘째 아들에게 왕위를 넘기고는 그 복수를 위한 발판으로 회암사를 선택했다. 이즈음 세간에는 ‘함흥차사’라는 말이 돌기 시작했다. 왕의 자리에 오른 방원이 아버지와 화해하기 위해 사람을 보냈지만 소식이 끊긴 일을 두고 만들어진 사자성어다. 아비는 모든 것을 앗아간 아들을 지우고 싶었고 자기의 몫을 되찾았다 여기는 아들은 아비에게 인정받기 위해 노력했다. 부자관계인 둘 사이의 간극은 갈수록 멀어져 가고 아버지는 아들에게 왕위를 되찾기 위해 난(亂)을 일으킨다. 회암사가 위치한 양주는 이성계가 터를 잡았던 함흥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해 재기를 꿈꾸기에 완벽한 입지를 지녔다. 고향에는 그에게 충성을 다짐하는 무장세력이 남아 있기에 그들을 활용한다면 백전무패의 장군이었던 이성계는 충분히 승산이 있을 거라 여겼다. 그는 인척인 조사의를 통해 군대를 일으켰지만 이방원의 과감한 결단으로 모든 것이 끝나 버렸다. 꼼짝없는 아들의 포로로 전락한 이성계는 회암사의 부처에 의지하며 회한(悔恨)에 잠겼다. 무학대사의 조언으로 그는 돌아갈 결심을 한다. 궁으로 돌아온 이성계가 아들을 마주했을 당시 심경은 어떠했을까. 세속의 악연은 이제 접어두고 끊을 수 없는 자식과 그 손자들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렸을 것이다. 자식 중 유일하게 과거에 급제해 자부심으로 여겼던 이방원이 아닌가. 그도 어쩔 수 없는 아버지였다. 불교를 꺼리던 아들이지만 아버지를 위해 회암사에 땅을 하사하는 등 호의를 베푼다. 그 인연은 왕가의 대를 이었으며 유생들의 방화로 불타 없어질 때까지 그 명맥을 유지했다. 양주 회암사는 부자지간의 골육상쟁과 용서, 한과 소망을 품으며 후세 사람들에게 말없이 전해 주고 있다.
유엔은 양자역학과 응용의 중요성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높이기 위해 을사년 2025년을 ‘세계 양자 과학기술의 해’로 지정했다. 1925년 독일 물리학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는 불확정성 원리를 발견한 양자역학의 주요 선구자 중 한 명이며 ‘행렬역학’이라는 아이디어를 냈다. 같은 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오스트리아의 물리학자 에르빈 슈뢰딩거는 양자역학으로 물질의 상태를 설명하는 ‘슈뢰딩거 방정식’을 완성했다. 100년 전인 1925년은 양자역학의 근간이 되는 개념이 등장한 기념비적인 해인 셈이다. 100년이 흐른 현재 연구 성과가 쌓이고 실험장비가 발전하면서 양자역학을 토대로 한 양자컴퓨터와 양자통신 기술이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2025년 양자과학기술의 해를 맞이해 새해 양자 관련 언론 기사를 찾아보니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신년사에서 “우리는 현지 실정에 맞춰 새 질적 생산력을 육성했고 집적회로와 인공지능(AI), 양자통신 등 영역에서 성과를 이룩했다”고 강조했고 영국 양자기술기업 옥스퍼드아이오닉스의 리스밸런스 최고경영자(CEO)는 신년담화에서 양자컴퓨터가 올해 산업현장의 네트워크와 데이터센터에 최초로 도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권 고등과학원 물리학과 교수는 양자역학이 상식이 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내다보며 “AI도 처음엔 연구자들만 다뤘지만 지금은 누구나 쓰고 있다”며 연구자가 아닌 사람이 양자 원리를 정확히 이해할 필요는 없지만 핵심 아이디어는 완전히 상식이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3월 필자는 경기도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경기도 양자산업 육성 및 지원조례를 제정했다. 양자경제시대를 준비하려면 양자산업의 체계적인 성장과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과 정보 제공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며 경기도가 양자산업 중심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더욱 과감한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았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김용성 의원(더불어민주당·광명4)은 2025년 본예산 심사에서 “양자산업은 경기도가 미래 첨단산업의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집행부는 기업지원, 전문인력 양성, 인프라 구축 등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하며 최소 두 배 이상 예산이 증액돼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2025년 성균관대 양자정보공학과에서 학부생을 맞이한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양자를 전문적으로 배우는 대학생이 처음으로 생긴다는 소식이 너무 반갑다. 또 세계 최대 기술박람회로 손꼽히는 소비자가전쇼(CES)도 양자컴퓨터에 주목했다. CES를 주관하는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의 게리 셔피로 회장은 8일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5에서 처음으로 양자컴퓨팅 분야 콘퍼런스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는 양자과학기술, 경기도는 무엇을 하고 있나. 경기도 양자과학기술 및 양자산업 육성을 위해 관계자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실질적인 정책 마련을 기대하며 필자는 국제 양자과학기술의 해(IYQ)를 맞이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로 개최되는 국내 양자과학기술 생태계 동향을 공유할 수 있는 산·학·연·관 네트워킹 행사에 참석해 2025년도 정부정책 및 사업 방향을 청취한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내란죄 철회가 적법한가. 윤석열 대통령 측과 국민의힘은 반발하고 있다. 탄핵 소추의 핵심을 변경하는 것이라고 한다. 국회 의결부터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당은 형법이 아닌 헌법 위반을 가리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한다. 철회를 무죄로 판단하는 정신착란이라고도 한다. 여기서 중요하게 거론하는 것이 박근혜 탄핵의 예다. 2017년 당시에도 같은 일이 있었다고 한다. 공교롭게 그 당사자가 권성동 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다. 세상에 완벽하게 똑같은 사건은 없다. 판에 박듯 적용할 판결이란 것도 없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중대한 사건의 경우는 더하다. 우리 헌정사에 세 번밖에 없는 사건이다. 노무현·박근혜·윤석열 탄핵의 구성이 다르다. 선거법 위반(노), 국정농단(박), 계엄과 내란(윤)이다. 판례를 도출할 경험치에 이르지 못했다. 그럼에도 ‘박근혜 탄핵의 예(例)’가 등장했다. 그렇다면 찾아보자. 인용은 2017년 3월10일 헌재 결정문 속 단어와 해석이다. 첫째, 용어에서 차이가 있다. 2025년 청구인은 ‘철회한다’고 표현했다. “철회하는 것이냐”는 정형식 재판관 질문에 “철회 맞다”고 했다. 2017년 결정문은 ‘제외’ 또는 ‘다시 정리’로 적고 있다. “각종 형사법 위반 유형을 제외하고”, “소추 사유를 다시 정리하였다”. 적어도 헌재 결정문에 ‘철회’라는 표현은 없다. 권성동 의원의 당시 발언에도 ‘철회’라는 표현은 등장하지 않는다. “재작성해서 제출할 계획을 갖고 있다”(2017년 1월·기자회견). 둘째, 시기에서 차이가 있다. 2025년 청구인의 ‘철회’는 심리를 시작하기 전에 등장한다. 12월27일 철회에 대한 견해를 냈고, 1월3일 소심판정에서 “철회가 맞다”고 확정한다. 본격 심리를 가다듬는 준비기일에 등장한 ‘철회’다. 2017년 탄핵 때는 한창 심리가 진행되다가 등장했다. 당시 결정문은 “청구인이 2017년 2월1일 제10차 변론기일에 다른 유형과 사실 관계가 중복되는 각종 형사법 위반 유형을 제외하고…”라 적고 있다. 셋째, 피청구인의 동의 여부가 다르다. 2025년 철회에는 피청구인이 반발하고 있다. 탄핵의 원천 무효까지 주장한다. 2017년 탄핵 때는 피청구인이 일단 동의했다. 당시 결정문에 두 문장이 있다.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 채 변론을 진행하다가 2017년 2월22일 제16차 변론기일에 이르러…적법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양 당사자가 유형별 정리에 합의하고 15차례에 걸쳐 변론을 진행해 온 점에 비추어 볼 때…”. 넷째, 해당 사건의 비중이 다르다. 2025년 탄핵 소추의 핵심은 내란죄다. 1차 탄핵안에는 무속인, 이태원, 명태균, 김영선 등도 있었다. 이게 불발되자 2차 탄핵안에는 다 빼고 내란죄에 비중을 둔다. 그제야 여당표가 움직여 통과된다. 2017년 결정문은 탄핵 소추 혐의에 번호를 부여해 나열했다. ①비선조직 ②권한 남용 ③언론 자유 침해 ④생명권 보호 위반 ⑤각종 형사법 위반 등이다. ‘제외’ 또는 ‘정리’된 것은 맨 뒤 ⑤번 혐의다. 청구인과 피청구인은 각자의 영역이 있다. 각기 다른 논리로 법을 해석한다. 그 결과를 정답이라고 선전한다. 국회 청구인도 그렇고, 윤 대통령 대리인도 그렇다. 그러려니 하면서 살피면 될 문제인데. 한 가지는 자꾸 귀에 거슬린다. 노무현 탄핵 또는 박근혜 탄핵의 예를 함부로 끌어 쓰고 있다. ‘그때 했으니 지금 해도 된다’며 논리의 근거로 이용하려 든다. 그래서 박근혜 탄핵 결정문 전문을 찾아봤다. 대개 거짓말이거나 과장이었다. 헌재는 법을 수용한다. 여론도 수용한다. 정치도 수용한다. 하지만 과장이나 거짓말은 수용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