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도제학교, 청년실업 새로운 해법

청년실업과 기술 인재 부족 문제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심각한 과제 중 하나다. 이런 상황에서 특성화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산학일체형 도제학교가 긍정적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학교와 기업이 공동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며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인재를 양성하는 선진국형 직업교육 모델이다. 현재 경기도 관내 20개 특성화고와 476개 기업이 참여하며 약 1천20명의 학생이 도제교육에 임하고 있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기초이론과 실습교육(OFF-JT)을, 기업에서는 현장 전문가로부터 심화기술교육(OJT)을 배우며 현장성을 갖춘 직업교육을 받고 있다. 특히 월 40만~60만원의 훈련비 지원, 노트북 지급, 자격증 취득 지원 등 실질적인 혜택은 학생들의 참여를 유인하고 있다. 이러한 도제학교의 가장 큰 장점은 졸업과 동시에 취업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기존의 단순 현장실습과 달리 학습근로자로 인정받으며 전문적인 기술을 체계적으로 습득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이는 청년들이 졸업 후 일자리 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돕는 동시에 기업 입장에서는 필요한 기술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상생 모델로 평가된다. 유럽의 도제교육이 청년 고용률을 높이고 산업경쟁력을 강화한 성공 사례로 꼽히는 것처럼 우리나라의 도제학교도 그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다만 이를 더 확대·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남아 있다. 첫째, 학교와 기업 간 협력 체계를 더욱 공고히 해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 둘째, 참여 기업의 다양성을 확대해 더 많은 직업군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학생들이 취업 후에도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P-TECH, 재직자 특별전형 등 후속 학업 지원 프로그램을 더욱 체계화해야 한다. 현재 경기도내 도제학교는 전기전자, 소프트웨어(SW) 개발, 기계, 자동차정비, 세무회계, 헤어디자인, 조리과정에 예산이 집중돼 있다. 앞으로는 서비스 문화산업 등 다양한 산업군으로 확장해 더 많은 학생이 적성과 흥미에 맞는 진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는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미래지향적 정책으로 정부와 기업, 교육계가 힘을 합쳐 더 많은 학생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청년들은 우리의 미래다. 도제학교가 그들의 꿈을 현실로 만들고 나아가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기틀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삶, 오디세이] 다시 이 시간

2024년이 떠나가고 2025년이 다가왔다. 우리는 그 시간을 보낸 적이 없으나 시간은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나고 또 다른 이름으로 성큼 다가왔다. 그리고 이 시간은 이제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순간순간을 선물할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시간을 보내고 맞이한다. 그러나 이 시간은 그 찰나뿐이다. 불교에서는 시간에 대해 ‘찰나생(刹那生) 찰나멸(刹那滅)’이라는 가르침을 설한다. 매 순간이 새롭게 다가오고 지나간 순간은 두 번 다시 되돌아오지 않는다는 의미로 지금을 사는 우리가 이 순간을 간절하게 대하고 어떤 미련도 후회도 없이 적극적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우리는 매일의 시간을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이 시간이 지나도 다른 시간이 찾아올 것이고 항상 그렇게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연말과 새해를 대할 때면 시간의 무서움을 여실히 느낀다. 얼마 전 새해라고 기뻐하고 설레던 것 같지만 돌아보면 눈앞에 연말이 다가와 있다. 분명 하루하루가 너무나 길고 지루하기까지 했건만 1년이라는 긴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간 것이다. 그리고 사라진 시간 속에는 수많은 아쉬움과 미련 등이 뒤섞여 있다. 이러한 찰나의 시간을 이제 더 이상 놓치면 안 된다. 시간은 잡을 수 없지만 놓쳐서도 안 된다. 이 시간이 지나가 버리면 절대 되돌릴 수 없다. ‘지나간 1초는 1억의 가치보다 크다’는 말과 같이 어떤 재물로도 환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산다.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까. 언제쯤 행복해질까. 이 물음의 대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 내가 행복한 일을 하고, 지금 내가 행복한 마음을 갖고, 지금 내가 행복하게 살아야만 그 ‘행복’이 생겨나는 것이다. 즉, 행복의 완성은 다른 무언가에 의한 것이 아니라 지금을 사는 여러분이, 제가, 우리가 행복할 때 이뤄지는 것이다. 때때로 특별한 이벤트나 선물 등으로 행복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것은 그 특별한 순간만의 행복이며 기쁨이다. 오래 지속되고 항상 하는 행복은 일상 속에 있어야 한다.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의 마음과 주변이 그 행복의 토대가 돼 줘야 지금 웃을 수 있고, 어제가 추억되고, 내일이 기대되는 것이다. ‘평상심시도(平常心是道)’라는 가르침은 특별한 삶을 꿈꾸는 것이 아니라 잔잔하며 평안한 매일을 사는 것이야말로 참된 깨달음의 삶이며 그 안의 모든 것이 행복으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평상심의 마음을 지니고 산다면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의 매일이 행복한(좋은) 날이 된다. 특별한 재물이나 시간이 아닌 지금 이 순간을 사는 우리가 행복할 때 모든 것이 그처럼 변해 우리와 함께 지금을 살아갈 것이다. 지금 환히 웃는 그대의 미소가 세상을 밝히고 그 빛은 모든 인연에게 이어져 다시 우리에게 전해진다.

[함께하는 미래] AI, 증가상현실과 메타버스

메타버스의 거품이 가라앉은 후 한동안 침체됐던 증가상현실 분야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12월13일 구글과 삼성은 혼합현실 헤드셋 ‘프로젝트 무한’으로 약 10년 만에 XR 시장에 복귀했으며 메타는 혁신적 디자인과 사용자 편의성을 앞세운 스마트 글래스 ‘오라이온’을 지난해 9월 선보였다. 오랫동안 침묵을 유지해 온 애플 역시 같은 해 5월 첫 증강현실 헤드셋 ‘비전 프로’를 출시하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이 자리하고 있다. 구글의 AI 시스템 ‘제미나이’는 프로젝트 무한을 통해 고도로 개인화된 인터랙티브 경험을 제공하며 메타의 AI는 사용자가 바라보는 사물의 맥락을 파악해 영화 속 인공지능 비서처럼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나간다. 이처럼 XR 헤드셋은 AI와의 결합을 통해 단순한 디지털 기기를 넘어 우리의 비서이자 지적 동반자로 진화하고 있다. 사용자들은 이제 3차원으로 구현된 구글 맵 속의 공간을 실제로 탐험할 수 있으며 의사는 눈앞의 공간에 펼쳐진 환자 데이터를 AI와 함께 실시간으로 분석하며 진료를 진행한다. 산업 현장의 작업자들은 증강현실(AR) 매뉴얼과 AI 가이드의 도움을 받아 복잡한 조립 작업을 수행하며 해외 파트너들과는 언어 장벽 없이 마치 한 공간에 있는 것처럼 협업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이 모바일 휴대폰처럼 대중화되기까지는 여전히 넘어야 할 장벽이 많다. 오라이온의 프로토타입 제작 비용은 현재 약 1천500만원에 달하며 향후 몇 년간 상용화 계획이 없다. 애플이 야심차게 출시한 비전 프로 역시 킬러 콘텐츠 부족 등의 이유로 초기 판매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 분야의 중요성은 단기간의 투자 회수보다는 미래의 파급력에 있다. AI와 공간 컴퓨팅이 결합된 메타버스는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융합해 인류 사회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잠재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이러한 미래 사회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메타는 수십조원 규모의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으며 다른 빅테크 기업 역시 막대한 자금과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중국 또한 ‘디지털 실크로드’ 전략과 적극적인 가상현실(VR) 육성 정책 등을 통해 정부와 기업의 역량을 결집, 독자적인 메타버스 생태계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이러한 글로벌 주도권 경쟁에서 점차 밀려나는 모양새다. 많은 지자체와 단체들이 비전이나 기술적 이해 없이 메타버스의 유행에 너도나도 편승하더니 어느새 메타버스라는 단어가 정부 지원 사업이나 투자에서 금기어처럼 취급되고 있다. 장기적 비전과 과학적 분석 없이 새로운 키워드 중심의 유행만 반복되는 관행이 낳은 결과다. 마크 저커버그는 XR를 ‘최후의 플랫폼’이라고 표현했다. 메타버스는 디지털과 아날로그, 기술과 문화가 만나는 국경 없는 새로운 통합 영토인 것이다. 미래에 대한 명확한 비전과 거시적 어젠다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이 새로운 영토에서 대한민국이 차지할 자리는 그리 넓지 않을 것이다.

[사설] ‘경찰 메신저’ 이상식, 경찰이 수사한 피고인이다

민주당 이상식 의원이 올린 글이 논란이다. ‘당과 국수본 사이에 메신저’라는 표현이 나온다. 일반적 해석은 연락책이다. 국수본은 윤석열 공조본의 축이다. 여기서 민주당의 공식 역할은 없다. 독립된 수사 기관에서 독립적으로 이뤄지는 수사다. 그런데 이 의원은 민주당과 국수본 사이의 연락 임무를 수행했음을 과시하고 있다. 어떤 역할이든 수사 형평성에 심각한 우려를 낳게 하는 대목이다. 하필 영장 집행의 만료를 앞뒀던 시점이다. ‘오늘 저녁쯤 체포 영장이 다시 나오고’라는 부분도 있다. 이 의원의 글은 7일을 기점으로 씌어졌다. 체포 영장의 연장을 결정하는 날이었다. 상황은 가변적이었다. 판사에 따라 기각할 수도 있다. 결정을 위해 다음날까지 미뤄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의원은 ‘오늘 저녁쯤’이라고 구체적으로 특정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체포 영장은 말 그대로 됐다. 이 의원도 경찰 출신이다. 수사 경험에 의한 단순 예상이었을 수 있다. 양보해 그렇게 보자. ‘경찰 후배들을 응원하고 격려하고 응원하고 조언해서’라는 부분이 있다. 경찰대 출신이다. 후배들에 대한 격려나 응원을 일상적 행위로 봐 넘길 수도 있다. 하지만 ‘조언해서 윤석열을 반드시 체포하겠다’라는 부분은 오해의 소지를 남긴다. 조언이라면 수사에 도움이 될 지혜를 보탠다는 의미다. 야당인 민주당 의원이 경찰에 여당 대통령 체포를 위한 조언을 한다는 것이 합당하지는 않다. 하지만 보다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현재 이 의원의 사법상 신분이다. 선거법 위반(재산 축소 신고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7일 기소돼 수원지법 형사13부가 담당하고 있다. 기소는 수원지검 공공수사부가 했지만 모든 수사는 경찰이 했다. 그 자신 지난해 7월24일 용인동부경찰서에 소환돼 조사받았다. 그의 용인과 서울 소재 자택, 배우자 소유 갤러리, 선거사무소 등 네 곳도 압수수색을 받았다. 경찰 수사는 처제와 비서관까지 강도 높게 진행됐다. 지난해 12월4일 첫번째 재판이 있었다. 이 의원은 “예상치 못한 국가적 중대 상황 발생”이라며 계엄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재판의 향후 진행은 알 수 없다. 언제든지 경찰의 수사 보완 또는 자료 보충이 이뤄질 수 있다. 여전히 경찰과 이 의원은 재판의 입건 관서와 피고인 관계인 것이다. 그런 이 의원이 경찰과의 메신저 역할에 바쁘다고 공언하고 있다. 자신을 담당한 경찰 조직을 찾아가 격려, 응원, 조언했다고 자랑하고 있다. 이게 일반인에게 이해되는 상황인가. 법 질서가 있다고 볼 수 있는가. 누구보다 민주당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경기만평] 여기도 산성...

[사설] 다들 탄핵 논쟁할 때 용인시는 반도체 경쟁한다

안으로는 탄핵 정국 때문에 혼란스럽다. 밖으로는 트럼프·중국 리스크로 버겁다. 이 위기를 해결해야 할 게 국무회의다. 그 국무회의가 지금 비정상이다. 의장직은 윤석열 대통령에서 한덕수 대행 총리로, 다시 최상목 대행 부총리로 겉돌고 있다. 김용현 국방·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자진 사퇴했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탄핵으로 직무 정지 상태다. 여성가족부 장관은 지난해 2월 이후 공석이다. 민주당은 계속해서 국무위원 추가 탄핵을 경고하고 있다. 많은 국민이 탄핵 찬성과 반대를 외치며 걱정한다. 훨씬 많은 국민은 경제를 걱정한다. 공백에 빠진 정부 공백을 우려한다. 정부가 있기는 한 건가. 이런 때 들은 안덕근 산업통상부 장관의 약속이 있다. “국내 정치 상황, 트럼프 신(新)정부 출범, 중국의 매서운 추격 등 국내외 불확실성에도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은 흔들림 없이 지속될 것이다.” 지난해 12월30일 반도체 관련 기업 간담회에서 했다. 기업인들이 박수를 보냈다. 그 약속을 확인할 현장이 있다. 용인특례시가 6일 첨단반도체 테스트베드(미니팹) 구축 사업의 진척을 설명했다. 정부와 지자체, SK하이닉스, 반도체 소부장 기업의 공동 사업이다. 공동 투자액이 1조원에 달한다. ‘삼위일체(trinity)’를 뜻하는 ‘트리니티팹’으로 명명할 예정이다. 미니팹은 소부장 기업들이 개발한 제품을 검증하는 테스트베드다. 12인치 웨이퍼 기반의 최신 공정·계측 장비 약 40대를 갖추게 된다. 소부장 기업들의 숙원이었다. 여기까지 오는 데 산업부의 지속적 지원이 컸다. 지난해 11월28일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시켰다. 반도체 수요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이 연계된 상생 혁신 모델임을 강조했다. 용인특례시는 400억원 한도의 사업비를 분담하겠다고 산업부에 밝혔다. 이제 3월이면 SK하이닉스의 용인반도체클러스터 내 첫 번째 팹(생산라인)이 착공된다. 미니팹 구축 사업도 그 즈음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용인이 끌고 가는 ‘반도체’다. 2024년 우리 수출의 20%는 반도체였다. 3분기 세계 반도체 시장의 점유율 1위와 2위도 우리다. 삼성전자가 12.9%(1위), SK하이닉스가 8.5%(2위)였다. 업계의 올해 전망은 상저하고(上低下高)다. 상반기 부진이 예고된다. 그래서 반도체생태계 육성이 시급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모두 경기도에 있고, 두 기업의 클러스터가 용인에 있다. 탄핵 정국에서 발표된 트리니티팹 추진 자신감이다. 얼마나 다행이고 고마운지 모른다. 정치가 흔들리면 정치만 망가지면 된다. 산업이 흔들리면 나라가 망가진다. 지금 애국자는 길거리 시위대가 아니라 산업을 지키는 지자체와 기업이다. 용인특례시 잘하고 있다.

[사설] 적나라한 권력투쟁의 시간... 지자체가 시민 삶 지켜야

사회안전망 강화와 소통, 그리고 지역경제 활성화. 인천 10곳 구·군이 올해 집중할 키워드다. 새해 희망과 다짐이겠지만 시민들에는 하나같이 소중한 가치들이다. 한파가 몰아치는 가운데서도 정치의 장은 혼돈을 더해 간다. 퇴근 길목의 식당가 풍경도 갈수록 적막해져 간다. 소상공인 등 자영업자와 취약계층의 삶에 버팀목이 절실하다. 기초, 광역을 막론하고 지자체들의 임무가 막중한 때다. 인천 중구와 남동구, 미추홀구는 올해 사회안전망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연말의 무안공항 참사는 누구에게나 큰 충격이었다. 이런 사고는 물론 온갖 범죄와 고령화 사회 문제 등에 선제 대응하려는 다짐이다. 박종효 남동구청장은 “기후 변화와 사회적 재난, 1인 가구 증가, 무차별 범죄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시민 안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화군과 옹진군, 계양구는 소통에 집중한다. 정치·세대·남녀 등의 갈등에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르는 요즘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소통을 택한 것이다. 박용철 강화군수는 “군민통합위원회를 통해 공감행정을 펴고 주민 생활 불편과 불합리한 제도의 개선에 나서겠다”고 했다. 문경복 옹진군수도 “현장에서 직접 듣고 해결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연수구와 서구, 부평구, 동구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우선순위에 올렸다. 강범석 서구청장은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의 민생 안정에 주력할 것”이라고 했다. 차준택 부평구청장은 “소상공인의 자생력 강화를 위해 키오스크 등 스마트 기기·점포 환경개선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김찬진 동구청장은 “전통시장에 특색 있는 투어 코스와 콘텐츠 등의 문화를 접목시키겠다”고 밝혔다. 드러나지 않은 곳에서 성과를 내는 산하기관들도 있다. 인천시청년미래센터는 지난해 고립·은둔청년들을 다시 사회로 이끌어내는 프로그램을 했다. 1천400여 고립·은둔청년들이 참여, 상당수가 일상을 회복했다고 한다. 부평구는 최근 생활밀착형 가정 육아 지원시설인 아이사랑꿈터 5호점을 열었다. 인천시도 민생 안정을 위해 올해 예산의 75%를 상반기에 푼다고 한다.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 노인 일자리 등 10조7천여억원 규모다. 대한민국은 지금 벌거벗은 권력투쟁의 시간이다. 정부도, 국회도, 사법부도 권력 향배에만 관심이다. 막대한 세금을 쓰는 수사당국 간의 치열한 경쟁도 가관이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목소리 옥타브는 올라가고 눈은 충혈돼 있다. 이런 때 시민과 가장 지근거리의 지자체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 힘겨운 시민들이 북풍한설에 쓰러지지 않도록 버팀목 역할을 할 때다.

[지지대] 구석에서 꺼낸 ‘홍범 14조’

자주 독립 확립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였다. 갈수록 열강의 침략이 노골화되던 시대였다. 지방관제 개혁과 지방관리 권한 제한 등도 시급한 어젠다였다. 신분제도 폐지와 평등사회 구현도 빼놓을 수 없었다. 19세기 후반 조선의 현실이 그랬다. 이 와중에 등장한 게 ‘홍범 14조’였다. 교과서 한구석에서 끄집어낸 역사의 한줄기다. 고종이 선포했다. 앞서 영의정 김홍집은 갑오개혁을 추진했다. 바로 1년 전이었다. 이후 나온 법률이었다. 정치제도 근대화와 독립국가의 기초를 다지기 위해 제정된 국가 기본법이었다. 이를 통해 조선이 근대 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개혁 방향이 명확하게 제시됐다. 격변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정치·사회적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자 주력했다. 당시로 돌아가 보자. 내부적으로는 정치적 부패와 사회적 혼란이 극심했다. 외부적으로는 청나라와 일본의 세력 다툼 속에서 국가 존립마저 위협받고 있었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조선이 국가의 존립을 위해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선포했다. 정치개혁 측면에선 왕권과 신권 조화를 추구하며 입헌군주제 기초가 마련됐다. 기존의 전제적 왕권에서 탈피해 법에 근거한 통치가 지향됐다. 관료제 개선을 통해 부패를 근절하고 효율적인 행정 시스템 구축 의지도 담겼다. 경제개혁 측면에선 조세제도 개혁과 재정의 투명성이 강조됐다. 신분제도 폐지와 평등사회 구현 등도 제시됐다. 모든 국민이 신분에 관계없이 평등한 권리를 갖추고 법 앞에 평등하다는 원칙도 정리됐다. 전통적인 신분제를 극복하고 근대적 시민사회로의 전환도 모색했다. 고종은 세자와 대원군, 종친 및 백관을 거느리고 종묘로 가 독립의 서고문(誓告文)을 알리고 선포했다. 근대 최초로 순한글체와 순한문체 및 국한문 혼용체 등 세 가지로 작성됐다. ‘열 네 가지의 큰 법’이라는 뜻을 지닌 법률은 그렇게 이 세상으로 나왔다. 1895년 1월8일이었다.

[세계는 지금] 국가 대혁신 전략도 논의하자

2025년 을사년 새해가 시작됐지만 희망과 기대보다는 불안과 불편이 더 큰 것이 사실이다. 연말에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로 인한 충격이 가시지 않고 있고 윤석열 대통령 내란 사태도 쉽게 정리되지 않으면서 혼란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다만 향후 사태 진행에서 대세는 이미 정해졌다는 생각으로 위안을 삼아본다. 아마 윤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확정되고 동시에 내란 혐의 등으로 구금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될 것이다. 내란 가담자나 동조 세력에 대한 처벌도 이뤄질 것이다. 이르면 4월쯤이면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게 될 것이다. 물론 그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고 새 정부 출범 전까지 긴장감을 늦출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긴장감 속에서 해야 할 일이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한민국을 한 차원 더 격상시키는 국가 대혁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를 혁신하려면 효과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최상의 전략을 어떻게 도출할 수 있는가. 답변을 구하기 위해 몇 가지 질문이 유용할 것이다. 이번 내란 사태로 노출된 국가적 문제점이 무엇인가. 나라 안팎에서 규범과 질서가 변화하는 가운데 시대가 요구하는 국가 혁신 과제는 무엇인가. 이번 사태로 드러난 문제점 중에서 가장 큰 것은 민주주의제도의 취약성이다. 공감 능력 없이 자기 고집만 피우면서 야당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군대를 투입했다고 태연하게 말하는 괴물 대통령이 나타난 것이다. 그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그런 경우가 생기면 즉시 제압하고 처벌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특히 대통령을 왕으로 인식하면서 무조건 추종하는 국민도 상당수 존재하는 만큼 민주주의 교육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시대가 요구하는 과제 중 가장 중대한 것은 정치 양극화 해소다. 이번 사태도 현직 대통령이 야당 지도자를 제압하겠다는 망상에 빠져 내란을 일으킨 사례라는 점에서 양극화의 후과라고 할 수 있다. 애초에 윤 대통령이 당선된 것도 양극화의 소산이다. 새 정부는 정치 양극화를 해소하는 데 총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과도한 양극화로 치명적 타격을 받은 부분이 외교안보 분야다. 윤석열 정부는 진보 진영에 친북반미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자신들은 반대 방향의 정책을 추진했다. 실제로 미국과 일본에 집중했는데 거기까지는 가능한 정책이었다. 그러나 북한, 중국, 러시아와 지나치게 갈등 관계를 강조하는 바람에 한반도 안보 지형도가 오히려 악화하는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다. 외교안보 문제가 당파 싸움의 소재가 되는 순간 국익 극대화는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초당적 외교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국가 대혁신에서 근본적인 과제다. 초당적 외교를 위해 독자적인 세계관과 전략에 기초한 외교 좌표를 설정하는 일도 주요 과제다. 정치 양극화와 편중 외교, 무능한 정부 운영은 경제와 첨단 기술 분야에도 악영향을 미쳐 우리나라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는 과제를 스스로 훼손하는 현상으로 이어졌다. 우리나라가 한미 동맹과 한미일 협력을 강조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첨단 기술 분야에서는 오히려 소외되는 경향이 나타난 것이다. 한국은 반도체나 배터리, 바이오, 자동차 분야 등에서 정상급이라는 위상을 갖고 있지만 앞으로도 그 위상이 유지될 수 있을지, 그리고 인공지능(AI) 분야에서도 선도국이 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특히 윤석열 정부 초기 과학기술 예산 삭감은 미래 먹거리 차원에서 자해 행위였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중앙정부와 기업은 물론이고 지방정부와 대학이 협력해 첨단 기술 선도국이 되기 위한 최상의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이 모든 일을 선두에서 지휘하는 사람이 바로 대통령이다. 윤 대통령의 경우 2022년 5월 취임 이후 개인적 존재감 과시와 야당 지도자 제압에만 골몰하다 오히려 자신이 파멸되고 나라를 위기에 빠뜨렸다. 차기 대통령은 부디 국가적 혼란과 위기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통합의 정치로 국가 대혁신을 달성하는 담대하고 유능하며 포용적인 지도력을 보여주면 좋겠다.

[천자춘추] G2 시대 종식과 한국의 대응

중국은 마오쩌둥의 ‘닫힌 사회’에서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을 통해 외부로 대문을 열었고 이후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 성장을 이룩한 국가로 부상했다.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중국은 세계경제에서 적극적인 참여자가 됐다. G2의 개념은 2005년 처음으로 세계경제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미국과 중국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됐다. 2010년 중국은 명목 국내총생산(GDP)에서 일본을 넘어서 미국에 이어 2위가 됐고 2014년에는 구매력 평가 기준 GDP에서 미국을 추월했다. 그러나 중국이 미국을 따돌리고 세계 1위가 될 것이라는 예측은 시진핑 정부의 무리한 정책과 미국의 견제로 물거품이 됐고 G2 시대도 종식을 맞고 있다. 시진핑은 ‘중궈멍(中國夢)’이라는 슬로건 아래 국가 주도의 경제 모델을 강화하고 국유기업의 역할을 확대하는 ‘국진민퇴(國進民退)’로 정책 방향을 선회했다. 이러한 정책은 단기적으로 경제 성장을 이끌었지만 장기적으로는 여러 문제를 야기했다. 첫째, 과도한 국가 개입은 민간 기업의 혁신과 경쟁력을 저해했다. 중국은 기술 자립을 강조하며 외국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자국 기업에는 지원을 확대했지만 이는 오히려 민간 부문의 성장잠재력을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둘째, 부동산 시장의 과열과 그에 따른 부채 문제도 심각하다. 중국은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3개의 붉은 선’ 정책을 도입했으나 부동산 산업의 침체를 가져오고 전체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셋째, 인구 고령화와 노동력 감소는 중국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출산장려정책을 시행했으나 그 효과는 미미하며 고령화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이러한 인구 구조의 변화는 내수 시장의 축소와 생산성 저하로 이어져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세계경제는 미국의 주도권 강화와 중국 경제의 침체가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기술 혁신과 금융 시장의 안정성을 바탕으로 글로벌 경제에서의 영향력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 갈등과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미국은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과의 협력을 통해 중국을 배제하는 새로운 경제 블록을 형성하고 있다. 우리 눈앞에 다가온 G2 시대의 종식은 새롭게 출범한 트럼프의 미국 중심주의와 시진핑의 국가 주도 경제정책의 실패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국은 G2 시대의 종식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정치적 불안정성을 빠르게 해소하고 외부의 급격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새로운 경제 전략을 모색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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