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진 인천동구청장
수년 전 ‘뇌과학공부’라는 책을 읽었다. 저자 박문호 박사는 ‘공부를 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기보다 밥을 먹고 세수하는 것처럼 ‘공부’에 녹아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의식화 과정 없이 자동으로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반복하면 효율은 극대화되고 온 힘을 쏟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공부법은 사회 거의 모든 영역에도 비슷하게 적용된다. 축구 국가대표 손흥민 선수는 훈련과 경기에 임할 때 ‘무슨 생각을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손 선수는 “아무 생각을 안 한다”고 답했다. 세계 피겨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김연아 선수도 비슷한 질문에 “그냥 하는 거죠”라고 답했다. 일본의 저명한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글을 쓸 때 영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매일 6시간 동안 자리 잡고 앉아 무조건 글을 쓴다. 일반 사람과 다른 특출남은 재능과 함께 무의식적인 훈련과 반복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어떤 일이든 반복하면 자신만의 리듬이 생긴다. 리듬은 습관이 된다. 이를 루틴(routine)이라 한다. 높은 수준에서 반복되는 루틴은 어떤 사람이든 한 차원 더 발전할 수 있게 해준다. 루틴을 해내는 사람이 항상 좋은 성과를 낼 수밖에 없다.
행정도 마찬가지다. 인천 동구에는 ‘하던 일’을 반복해 성과를 낸 분야가 있다. 구민들이 안심하고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게 하는 ‘교통안전’이다. 지난해 12월 도로교통공단이 발표한 기초자치단체별 교통안전지수에 따르면 인천 동구는 ‘구 그룹’에서 84.28점을 얻어 전국 1위를 기록했다. 게다가 2022년에 이어 2년 연속 전국 1위라는 초격차 성과를 냈다. 교통안전지수는 교통사고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전국 기초단체의 교통안전 수준을 평가하는 지표다. 교통안전 분야에서 동구는 전국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동구가 절차탁마(切磋琢磨)한 성과는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관내 교통사고는 2020년 153건에서 2021년 103건, 2022년 107건으로 43건(30%) 감소하며 중상·부상자가 크게 줄었다. 교통사고 사망자 역시 2020년 4명에서 2021년 3명, 2022년 0명으로 감소했다. 그리고 어린이보호구역 내 12세 이하 교통사고 부상자 역시 2020년 6명에서 2021년 1명, 2022년 0명으로 감소한 것도 2년 연속 교통 안전지수 1위 달성에 주효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 같은 성과는 민선 8기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교통사고가 잦은 위험지역을 분석해 시설물을 개선하고 교통안전 캠페인을 벌인 덕분이다. 동구는 ▲교통안전시설물 개선사업 ▲부모안심 어린이 통학로 조성 ▲어린이교통안전교육 ▲어린이보호구역 스마트 횡단보도 확충 ▲어린이 통학로 현장점검 태스크포스(TF) 운영 등을 추진했다.
다른 구와 사업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좀 더 집중한 부분은 어린이 안전에 관심이 많은 학부모들과 현장에서 함께 고민하고 개선하는 과정을 반복했다는 것이다. 녹색어머니회 등 시민단체, 경찰과 함께 관내 초등학교를 돌며 교통안전 캠페인을 펼쳤다. 또 학부모 의견 수렴을 거쳐 지난해에는 어린이보호구역 내 스마트 횡단보도를 확충했고, 올해는 초등학교 정문과 교차로에 차량 감속 시설 등을 설치해 교통사고 제로존을 조성할 계획이다.
동구는 내년 3년 연속 교통안전지수 1위에 도전한다. 필자는 직원들에게 무리한 혁신이나 보여 주기식 사업을 요구하지 않았다. 필자와 직원들이 검증된 교통안전 사업을 더욱 갈고 닦으면 될 일이다.
동구는 2024년 교통사고 발생 건수를 100건 이내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특히 어린이보호구역 12세 이하 어린이의 교통사고 발생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교통안전 사업은 민선 8기 100대 정책 과제이기도 하다. ‘초격차 교통안전도시 인천동구 조성’을 이뤄냈으니 동구 주민들이 더욱 안전한 생활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집중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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