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은 경제논리로 풀어야

정승연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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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규제개혁을 둘러싼 지역간 대립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보다 정확히 표현하면 수도권 규제 완화를 둘러싼 수도권과 비수도권간의 갈등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갈등에 단초를 제공한 것은 지난 7월 21일 정부가 발표한 지역발전정책이었다. ‘선(先) 지방발전, 후(後) 수도권 규제완화’로 요약되는 이 정책이 발표되자마자 당장 경기도가 수도권 규제 철폐를 위한 1천만명 서명운동에 돌입하는 등 반발을 보였다.

그런데 최근 여권 고위관계자들이 잇따라 수도권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서자 이번에는 비수도권 지자체장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이완구 충남도지사는 날선 발언들을 주고 받으며 수도권 규제완화 찬반의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는 등 극한 대치의 모습을 보여 왔다.

이렇게까지 지역간 갈등이 고조된 직접적 원인은 정부 여당의 정책혼선에 있겠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규제개혁 문제를 ‘경제논리’가 아닌 ‘정치논리’로 풀려고 하는 정치지도층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지난 노무현 정부에서의 ‘지역균형발전정책’과 이와 유사한 현 정부의 ‘지역발전정책’은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방을 발전시키겠다는 선의에도 불구하고 정부 고위직 인선시 고려되는 ‘지역안배’와 같은 정치논리에 근거하고 있다. 또한 최근 수도권 규제완화 문제로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지자체장들이 차기 대권후보로 거론되는 것을 보면 이 문제의 향배에 정치적 이해관계가 결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규제란 사회의 구성원들이 특정 상황에서 일정한 행위를 하도록 명하는 일반 명제를 말한다. 규제에는 국민건강과 환경보호와 같이 더욱 강화되어야 할 사회적 규제와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위하여 점차 축소되어야 할 경제적 규제가 있다. 그런데 오늘날 논란이 되고 있는 규제는 주로 경제적 규제이며 이 문제는 반드시 경제논리로 풀어가야 한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높은 국가경쟁력을 자랑하고 있는 나라들은 대부분 적극적인 규제개혁을 통해 성장잠재력을 제고시킨 곳들이다. 금융업과 서비스산업에 있어서 철저한 규제개혁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자유로운 시장을 실현한 싱가포르가 그렇고, 정부예산을 대폭 삭감하며 과감한 규제개혁을 단행해 1989년 이후 13년만에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에서 3만달러로 급증한 아일랜드가 그렇다. 또한 일본은 1995년부터 2005년 사이에 제조업 규제의 67%, 비제조업 규제의 77%를 철폐·완화함으로써 시장이 활력을 되찾아 ‘잃어버린 10년’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이러한 나라들은 철저하게 경제논리에 입각하여 규제개혁을 추진했으며 거기에는 국토균형발전이나 지역안배와 같은 정치논리가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지난 3년간 신설·강화된 경제규제가 철폐·완화된 규제를 크게 웃돌고 있으며, 그 결과 세계은행은 우리나라의 규제환경을 전 세계 175개국 중 116위로 평가했다. 글로벌 경쟁이 나날이 가속화되고 있는 오늘날 우리도 보다 과감한 규제개혁을 통해 시장의 활력을 되찾지 않으면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다. 하지만 규제개혁이 추진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정치논리에 의해 좌우된다면 우리는 규제개혁의 타이밍을 놓치기 쉽고 그 효과 또한 미미할 것이다. 국가 전체의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지방발전 역시 중요한 과제임은 틀림없다. 따라서 우리는 규제개혁과 지방발전을 동시에 추구하는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정승연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 인천경실련 집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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