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건설업체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에 나섰다. 우선 주택투기지역(직전 2개월 집값상승률이 전국 평균 상승률에 비해 높은 곳으로 수도권 72개 시·군·구가 해당)과 투기과열지구(최근 2개월간 청약률 5대1 이상을 기록한 지역이면서 집값 상승률이 물가상승률보다 높은 곳으로 수도권 대부분 지역이 해당)를 11월 중 단계적으로 해제할 방침이다.
또 유동성을 증가시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떨어뜨리고 주택대출을 상환하기 힘들 경우 시중은행들이 가능한 한 만기를 연장해주도록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나아가 주택대출금리 인하를 위해 한국은행이 올 연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25조원어치의 은행채권(은행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을 인수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은행채권을 매입한 전례가 없고, 은행채권은 위험자산이며, 심지어 IMF 외환위기 때도 쓰지 않았던 조치다.
자금난에 빠진 건설사에는 토지미분양 주택 매입 등에 9조원 가량의 구제금융도 투입할 계획이다. 대한주택보증은 공정(工程) 50% 미만인 지방 미분양 주택 구입을 위해서 2조원의 자금을 책정하였다. 한국토지공사도 3조원을 들여 건설업체 보유토지도 사들일 계획이다.
분양권 전매제한 해제도 실시한다. 심지어 1가구 2주택 양도세 중과 완화까지 고려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정부가 부동산시장을 통제하려는 정책은 있었지만, 이렇게 지원하려고 한 정책은 없지 않았나 싶다. 어떻게 보면 건설업체에 대한 전례없는 특혜다.
현실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이 300조원을 넘고, 건설업체대출이 97조원을 넘는 상황에서, 건설업계의 연쇄부도와 집값 급락은 주택담보대출의 부실화와 금융위기로 이어질 개연성도 있다. 더구나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까지 전이되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 그러니 정부로써는 사실 선택의 대안도 없다.
그러나 이러한 지원에는 최소한의 기준이 있어야 한다. 첫째, 회생가능성이 있는 건설업체만 지원해야 한다. 정부는 건설업체 수가 과잉이라는 현실을 직시하고, 시장에서 살아남을 가능성과 가치가 있음에도, 파산위기에 처한 건설업체를 지원하여 구제함으로써, 해당업체의 구제가 결과적으로 국가경제에 득이 되는 경우에만 지원하여야 한다. 만약 살아남을 가능성과 가치가 없는 건설업체까지 지원한다면 이는 시장원리를 거스를 뿐만 아니라 오히려 건전한 건설업체의 생존을 위협하게 된다.
둘째, 건설업체의 자구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특히 이번에 실시하는 미분양 구입 등의 대책은 세계에서 전례가 없는 지원으로 건설업체들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부추긴다. 왜 이익은 사적인 것이 되고 위험은 공적인 것이 되어야 하는가? 사기업인 건설업체의 잘못된 경영에 대하여 왜 국가가 책임을 지고 국민의 혈세를 투입하여야 하는가? 최소한 건설업체의 경영진의 책임, 불필요한 보유토지 매각, 인력구조조정, 조직개편, 건전한 재무구조의 구축, 인수·합병 등의 자구노력이 선행·실시되어야 하며, 잘못된 경영에 대하여는 합당한 대가를 통하여 도덕적 불감증을 없애야 한다.
그럼으로써 정부지원은 이번의 일회성이 되어야 하며, 반면 개별 건설업체의 경영합리와 책임경영과 더불어 건설업 전반의 구조조정과 경쟁력 강화가 이루어져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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