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화성에서는 터널 굴착작업을 하던 건설공사 현장이 붕괴돼 작업중이던 인부 3명이 매몰돼 숨지고 5명이 부상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전날 내린 빗물이 흙속에 스며들어 지반이 약해지면서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사고를 당하거나 건강을 잃는 경우를 당하면 ‘운이 없다’거나 ‘그 사람의 운명이 그것 뿐’ 이라고 쉽게 말한다. 그리고 그런 불행들은 나와는 전혀 무관한 것인 것처럼 생각한다. 그러나 필자는 ‘원인이 없는 사고는 없다’고 생각한다. 발생한 사고의 원인을 살펴보면 반드시 그 징후가 있었고,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이를 무시했거나 그 위험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앞서 예를 든 붕괴사고도 사고가 발생하기 전날 비가 왔다는 점과 사고발생 전에 돌이 낙하하는 등 위험상황이 감지되었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사전에 충분히 대처가 가능했다는 점에서 그 안타까움이 크다고 하겠다.
안전사고의 규모와 손실을 이론으로 정립한 미국의 안전 전문가 하인리히의 주장에 따르면 1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사고의 경우 29명의 재해자가 발생하고, 300명이 사고를 당할 뻔한 아차사고를 겪는다고 한다. (1:29:300)의 이론으로 유명한 이 안전사고의 발생 확률은 매년 일을 하다 2천400여명이 사망하고, 9만5천여명이 다치는 우리의 현실을 생각해 볼 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기상청의 예보에 따르면 지난주 기승을 부리던 무더위가 한풀 꺾이고 1일부터 전국이 장마권에 들어간다고 한다. 앞서 예를 든 건설현장의 붕괴사고를 생각하니 벌써부터 장마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해마다 여름이 되면 우리는 푸른 바다와 시원한 계곡보다 장마, 홍수, 태풍과 수재민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물에 잠긴 공장과 논밭, 태풍으로 찢겨진 비닐하우스 등의 모습을 신문과 방송을 통해 보면서 다시는 같은 피해를 겪지 말아야지 하는 다짐을 하지만 이런 모습은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도로를 건설하기 위해 깎아 내린 절벽엔 붕괴위험이 도사리고 있고, 건설현장에는 배수로를 제대로 확보하지 않아 침수피해가 우려된다. 야영객들이 많이 몰리는 유명한 계곡에는 위험을 알리는 경고표지판도 제대로 설치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모습들은 또다시 인재(人災)가 돼 올 여름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할지도 모른다.
여름철에는 기상의 변화가 심한 계절이다. 야영이나 일을 하면서 기상정보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태풍이 몰려오면 바다에서 조업을 하는 배는 빨리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야 하고, 산업현장의 구조물이나 상가의 간판과 농가의 비닐하우스 등이 바람에 날리거나 찢기지 않도록 단단히 고정해야 한다. 옹벽의 붕괴나 집 주변의 산사태를 예방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하며 농작물의 침수피해를 막기 위한 배수로 등을 꼼꼼히 살펴보아야 한다. 또한 여름철에는 감전으로 인한 재해가 많이 발생한다. 일을 할 때에는 전선이 물에 잠기거나 피복이 벗겨진 부분이 없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하며, 전기설비나 산업용 기계 및 기구가 침수되었을 때에는 전문기관의 안전진단을 받은 후 사용해야 한다. 이밖에도 장마철에는 전염성이 높은 질병의 발생이 우려되므로 철저한 방역활동과 개인 위생관리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안전전문가들은 안전사고의 98%는 사전예방을 통해 막을 수 있다고 말하곤 한다. 우리가 하루에 수백mm씩 쏟아지는 여름철 집중호우나 강력한 태풍을 막을 수는 없지만 평소 재해예방을 위한 노력을 꼼꼼히 한다면 그 피해는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재난(災難)을 예방하는 것은 재난을 당한 후 보은(報恩)을 해주는 것보다 낫다”고 했다. 2009년 여름에는 수재민들의 가슴 아픈 모습과 산업현장의 안전사고 뉴스를 보지 않는 안전하고 행복한 여름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경창수 산업안전보건公 경기남부지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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