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노후는 집이 책임진다

지난 8월31일 주택연금(한국형 역모기지론) 가입자가 드디어 2천 명을 돌파하였다. 2천 번째 가입자는 수원시에 거주하시는 김모 할아버지(84세)와 김모 할머니(79세)가 그 주인공이다. 두 분은 시가 3억4천 만원 정도의 주택에 거주하시는데 두 분 모두 돌아가실 때까지 매월 128만원의 연금을 지급받게 되며, 의료비나 경조사비용과 같이 급히 목돈이 필요할 경우에는 약 7천만원까지 수시로 사용할 수 있는 인출권한까지 동시에 갖게 되었다.

약 30여년전에 공직에서 은퇴하신 김 할아버지는 “자녀들에게 생활비를 받아쓰는 것이 늘 부담스러웠는데 이제는 매달 나오는 주택연금 덕택에 생활비나 병원치료비를 자식들의 도움없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게 되어 기쁘며, 주택 한 채로 평생 노후를 책임질 수 있어 가슴 벅차다”고 소감을 말씀하셨다.

대개 우리나라의 복지제도는 미국 등 선진국보다 진행속도가 느린 편이다. 그런데 예외가 있다. 바로 주택연금이다. 2007년 출시된 주택금융공사의 주택연금은 벤치마킹 대상이었던 미국의 역모기지론보다 정착속도가 빠르다. 미국의 경우 1989년 처음 도입한 이후 2년간의 가입건수가 546건이었던 반면, 우리는 동일 기간 1천866건(‘09.7.10 기준)으로 3.5배나 앞선다. 미국인의 주택 상속인식과 노후의 자녀의존도가 우리보다 유연함에도 불구하고 주택연금의 확산 속도는 우리나라가 훨씬 빠른 것이다.

이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우리나라의 고령화 사회 진전 속도와 전반적인 노후보장시스템의 미비를 반영한다. 또한 가족부양과 자녀 교육에 몰두하느라 정작 본인의 노후는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우리 어르신들의 단편상이기도 하다. 사회보장의 혜택도 충분하지 않고 경기불황으로 자녀에게 손을 벌리기도 어려운 지금 가장 확실한 노후보장은 주택연금이다. 이제 노후는 자식도, 정부도 아닌 집이 책임지는 것이다.

주택연금은 부부 기준 모두 만 60세 이상의 9억원 미만 1주택 보유자를 대상으로 종신거주 보장과 함께 노후 생활비를 지원하는 정부의 공적보증 대출상품이다. 주택가격과 연령에 따라 월지급금이 결정되며 의료비나 경조사비용과 같이 목돈이 필요할 경우에는 일정한도 내에서 수시로 찾아 쓸 수 있는 개별인출도 가능하다.

간혹 공적 연금으로서 집값에 비해 지급액이 낮은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지만, 정부에서는 우리나라 사람의 평균수명, 주택가격 상승률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이윤추구를 배제하고 주거안정과 노후생활을 최대한 보장하는 상품으로 설계하였다. 이는 일부 시중은행에서 제한적으로 판매하고 있는 역모기지론 상품과 비교해보면 주택연금의 뛰어난 노후생활 보장기능을 확인할 수 있다.

일단 주택연금에 관심이 있는 경우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전문상담원(031-898-5078~9)의 안내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월지급금과 개별인출 한도 등 개인여건에 따라 다양한 경우를 가정해 시뮬레이션 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상담 후 희망자는 시중 금융기관(외국계 은행 제외)의 지점에서 소정양식의 신청서를 작성하고 동사무소에서 주민등록등본 등 기타 구비서류를 발급받아 공사에 제출하면 현장실태조사 및 심사를 거쳐 연금을 받을 수 있다.

깊어지는 경기침체와 은퇴 후 삶이 길어지는 ‘소득없는’ 장수시대를 맞이했다고 씁쓸해 할 것도, 서글퍼 할 것도 없다. 든든한 노후를 책임질 내 집이 있지 않은가? /문근석 한국주택금융공사 경기지사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